유시진, <온 1-3>, 시공사, 2007
오후에서 연재되던 작품들 중 끝까지 완결난 것은 몇 안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의 딸~만 제대로 책이 나왔던가요. 권교정씨의 <마담베리의 살롱>도 1권만 나오고 도중에 멈췄습니다. 가끔 생각하지만 김진씨 못지 않게 권교정씨도 잡지 운이 없지요. 그리고 돌이켜 보면, 완결작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신기합니다. 완결작보다 연재중단 작품이 더 많고요. 물론 장담은 못합니다. 직접 세어보진 않았지만 책 나오다 만 것이 더 많은 것 같은 기분... 완결작 중에서 제 취향에 맞는게 몇 안되어 더 그런가봅니다. 매지션이랄지, 마담 베리랄지, 헬무트도 미완이라고 알고 있고, 디오티마는 나온다는 소문만 무성하고.
이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마스터께 세 권을 왕창 빌려서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그린빌을 다시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주변 인물들이 다르지요. 젤은 옛날 옛적의 마니를 보는 듯하고 사제씨(나단)도 그랬습니다. 거기에 아직 어리고 젊어서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결국 부숴버렸던 꼬맹이(사미르) 하나. 판타지적 설정을 다 배제하고 본다 해도, 이것을 현실 세계에 그대로 대입한다 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고요. 거기에 사미르에 상당히 감정이입이 되어 보았기 때문에 끝까지 다 읽어 내려갔을 때는 한 짐 내려놓은 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면 항상 <남자들에게>에서 읽은 글이 떠오릅니다. 이아고와 오셀로의 관계를 가진 사람과 불능인 사람의 것으로 보았던 시오노 나나미의 시각 말입니다. 임포텐스가 임포텐스가 아닌 사람에게 가지는 것이 선망이라고 보았던 것이 이 이야기를 보며 다시 떠올랐습니다. 닮아 있으니까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에게 선망을 품고,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지만 그가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결국엔 독약을 먹여버렸다고 할까요. 그것은 사미르뿐만 아니라 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옆에 서 있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지 못해 그것을 찾으려 하다가 함정에 빠졌지요.
뭐, 사미르와 젤의 인생을 말아먹은(...) 장본인인 나단은 자기 자신의 평온에 지나치게 몰두해 있어서 주변 사람을 돌아볼 수 없었으니 화를 자초한 셈입니다. 만약 그가 지도자가 되었다면, 정신 세계를 담당하기에는 이상적인 지도자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온 누리의 샘솟는 사랑과 평온을!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말을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발하는 빛을 따라오는 사람들이 갈구하는 것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주지 못했으니. 어떻게 보면 만인 평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을 똑같이 보고 똑같이 사랑을 주지만, 바로 옆에 있는 이들이 원하는 조금 더의 마음은 주지 못했으니까요.
그 C시가 어디인지 G랑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남쪽으로 생각했건만 남쪽이 아니었군요. 지도는 북쪽으로 되어 있지만 정답은 대사 속에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