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숙, <빵빵빵 파리>, 달, 2007

교보문고에 책 보러 갔다가 빵과 관련된 책이 나온 것을 보고는 훑어 보았다가 기회가 되었을 때 잽싸게 신청한 책입니다. 파리 생활기에 빵 이야기를 더한 책으로 역시 블로그에 올렸던 글과 사진을 편집해 나온 책입니다. 그런 만큼 완성도*는 떨어진다 생각하지만 박한 평가를 내리기에도 후한 평가를 내리기에도 미묘한 책입니다.
단, 주변 사람들에게 사보라고 추천하겠냐고 물으신다면 단칼에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며, 그럼 읽지 말라고 할 것이냐 물으신다면 가볍게 보고 치우라라고 말하겠습니다. 요즘 이런 鷄肋과도 같은 책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런 책들을 제 돈 주고 사지 않았다는 것이 무척 다행으로 여겨집니다.
(이건 G네 회사 문화비로 구입을..;)

평가가 박한 것은 기대가 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대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보는 도중 편집상의 문제로 제가 내내 열 받았던 문제가 몇 가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짧은 이야기-블로그의 글 하나에 해당할-의 제목 편집이 굉장히 눈에 거슬렸습니다. 장식문자를 화려하지 않게 쓰긴 했는데 글씨에서 선이 자라나 장식을 하고 있는게 제목 하나당 2-3개 가량입니다. 하지만 분위기와 그리 어울리지 않았고 보는 순간 눈에 거슬립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으니, 제목 글자의 배열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붉은 노을에 쿠키를 굽다>라는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글 맨앞의 제목 배열을 이렇게 했습니다.

붉은.
노을에.
쿠키를.
굽다.

보는 순간 울컥했습니다. 전에 모 클럽에 올라오는 글들 중에서 모든 본문의 띄어쓰기 부분을 마침표로 찍어 표시*하는 사람이 있어서 한동안 그런 글만 나오면 내용도 보지 않고 뒤로를 눌렀는데-그런 글의 경우 ~여체인 경우가 많습니다-이 글 역시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냥 마침표 없이 배열을 해도 좋았을 것을 왜 마침표를 찍었을까요.

여기서 점수가 -200점.
파리의 빵집 이야기와 장인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들을 수 있다는 것은 +500점, 하지만 중간중간 섞인 사랑 이야기와 솔로가 아니길 원하는 저자 본인의 이야기는 각각 -400점. 한 두 번 정도 연애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면 -400점까지는 안갔겠지만 그런 글이 꽤 많이 나왔습니다. 저랑은 상성이 안맞는 책이었던 겁니다.

일단 편집에 민감한 분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사랑타령이 질색이라는 분께는 더더욱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장인과 관련된 이야기만 골라보시겠다는 분께는 심사숙고해서 구입하시거나 도서관에서 빌려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이 책의 편집에 울컥했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달"은 문학동네의 임프린트입니다. 전체적으로 디자인에 공들인 티도 나고, 표지도 표지디자인관련해서 이름을 자주보는(유명한) 분이 맡았는데 말입니다.
정진하세요.

그래도 박하게만 주고 싶지는 않은 것이 책 중간중간 등장하는 빵집 주인들의, 빵 장인들의 이야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열정과 꿈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점, 그래서 제 마음도 같이 움직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 글을 읽을 때는 그래도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편집 문제와 사랑 이야기만 등장하면 또 다시 울컥해서 점수가 팍팍 깎였습니다.
책 맨 뒤에는 이 책에 소개된 빵집들의 약도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파리에 가본 적이 없으니 이 약도의 정확성은 논할 수 없지만-약도 안 좋기로는 UGUF의 도쿄책이 가장 떠오릅니다-지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요. 주소도 있으니 구글에서 검색할 수 있을지...도요?

그러고 보니 이글루스에서도 작년에 파리의 빵집 기행 하신 분을 봤습니다.
뒹굴이님: tortilla.egloos.com/3204659(시리즈 첫 번째 글)
책에서 등장한 게이빵집(웃음)도 같은 포스팅에 있습니다. 저는 홈페이지 사진으로 그 빵을 봤는데 참으로 리얼하더군요. tortilla.egloos.com/3215244
이쪽을 먼저 알고 나서 책을 봐서 감동(?)이 덜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마하니 같은 분이라거나...? -_-a)

* 아무래도 책을 쓰기 위해 발로 뛰며 수집한 자료들에 비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파리의 빵집 소개서라 하기에는 한참 부족하고, 단순히 수필로만 보기에는 빵집 이야기가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요. 어중간한 그 사이의 책들이 요즘 많이 나오고 있지만 가격 대 성능비는 바닥입니다.

*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저는.글을.그렇게.마무리.하는.것이.굉장히.싫어여.




B양은 보고 싶어할테니 G가 보고 나면 바로 넘기겠네. 생협에는 B가 보고 난 뒤의 모임 때 들고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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