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쿠우치 히데오, <몸이 원하는 밥 조식>, 디자인하우스, 2002, 10000원
마쿠우치 히데오, <초라한 밥상>, 참솔, 2003, 9900원

로버트 L. 월크, <아인슈타인이 요리사에게 들려준 이야기>, 해냄출판사, 2003, 9000원

<조식>은 책 관련 정보가 교보에 제대로 없군요. 2002년에 나온 책이고 현재 품절입니다.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빌린 두 책이 묘하게 서로 다른 방향에서 음식을 보고 있었습니다. 양쪽 다 끝까지 읽었지만 어느 쪽을 좋아하는지, 손 들어주기가 미묘한 책들입니다.


조식에서는 영양학적 입장에서, 화학적으로만 칼로리를 계산하고 미네랄과 비타민을 찾아내 그걸 섭취하라는 영양학자와 정부의 조치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일본인의 몸에는 아주 오랫동안 먹어온 쌀이 어울리지 밀가루나 우유 등은 어울리지 않는다. 30가지 음식을 먹으라고 하는 것도 단순히 영양학적인 균형만을 요구한 것이다. 그냥 옛날 사람들이 먹었던 대로 "거친 음식(조식)"을 먹고 편식을 하자라는 겁니다. 어느 정도는 타당성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라고만 말하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연구 근거가 빈약하다고 할까요. 논리적 비약이 종종 보이고, 飛약이 아니라 走약하는 부분도 종종 등장합니다. 지나치게 일반화한 부분도 많고요.
최근 이글루스에서 렛츠리뷰 상품으로 나온 <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에서도 언급하는 듯하지만-관련 글들의 리플만 보고 파악한 것이라 확실하지는 않습니다-우리가 "한국 음식"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음식들 중에서도 역사가 100년을 못넘는 것이 꽤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들이 허공에 붕 뜨는 느낌입니다. 밀가루나 우유도 시간이 지나면 전통 음식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초라한 밥상도 조식과 비슷한 느낌인데 이쪽은 읽다가 도중에 포기했습니다. 논리적 비약이 심하고 주장에 대한 근거가 확실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은 점은 과자~와 비슷합니다. 어느 정도 의견은 동의하지만 100% 동의는 하지 않는다는 것도 같습니다. 정확한 연구 결과를 주세요. .. 하기야 그것까지 집어 넣으면 전문서적이 될테니 어려울까요?;


아인슈타인이 요리사에게~는 이전에 올렸던 아인슈타인의 키친 사이어스의 앞 권입니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겹치지는 않기 때문에 둘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단, 이쪽은 조식에서 비판하는 그 "영양학"적 입장에서 음식물을 바라봅니다. 지나치게 화학적인 입장이라 보면서 중간중간 반감이 들 때가 있지요. 하지만 키친 사이언스와 마찬가지로 재미있는 음식 상식으로 읽으신다면 좋습니다.
그러니까 이쪽에 반감이 든 것은 사람 각자가 다 몸상태가 다르고 소화 능력이 달라서 같은 음식을 섭취해도 반응이 다르고 흡수율이 다를 것인데 그것을 지나치게 일반화 했다고 할까요. 특히 설탕은 설탕이지 문제될 것은 없다라든지 어차피 흑설탕의 미량원소도 미미한 수준이니 문제될 것 없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는 꽤 걸렸습니다. 적어도 저는 밀가루나 설탕을 먹었을 때의 미묘한 반응이 나타나니까요. 이것도 일종의 암시효과일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책이라지만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괜찮습니다.'ㅂ'


로버트 L. 월크, <아인슈타인의 키친 사이언스>, 해냄, 2007, 13000원

원서 제목을 보면 이게 두 번째 책인가 싶습니다. What EInstein told his cook 2가 원제목인걸 보면 말입니다. 한 번에 읽지 않고 두고두고 읽느라 몇 주 걸려 읽은 책인데 그래서 더 맛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제목만 보면 아인슈타인의 이름에 영합(?)한 그저 그런 내용의 책으로 보이는데요, 대강 내용을 훑어 보고는 꽤 마음에 들어서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용은 생각 이상으로 괜찮았습니다. 어느 화학자가-아내는 레스토랑 평론가 겸 요리전문기자랍니다-, 독자들의 질문을 받아 먹거리와 재료, 그리고 그 관련된 무한한 분야의 과학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워싱턴 포스트>에 연재한 "푸드 101"의 칼럼을 모은 것이로군요. 책 첫머리에 간략히 책의 유래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근사근하게 말을 거는 느낌으로, 독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고 있으니 읽기는 편합니다. 게다가 지면 때문인지 질문과 대답의 길이가 버거울 정도로 길지도 않습니다. 수준도 화학과 가정시간에 배운 것에 대해 홀랑 다 잊은 사람들을 위한 정도입니다. 물론 배경지식이 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겁니다. 미오글로빈이랄지, 갈변과 펙틴, 카카오와 코코아, 버터와 식물성 지방 등 말입니다.
연재한 칼럼을 크게 10가지 분야로 나눴습니다. 농장 이야기와 과일이야기, 곡물 이야기, 고기류와 우유 등으로 나뉘어 있지요. 향신료(허브와 스파이스)도 따로 모여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연결된 이야기를 계속 읽게 되어 흥미도는 더욱 상승합니다. 그리고 잠깐 쉬어가는 의미로 재미있는 음식 레시피도 있습니다. 몇 가지는 따로 블로그에 비밀글로 돌려 올려두었지요. 실제 만들지 어떨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초콜릿 샌드위치는 만들어보고 싶군요. 그다지 어렵지도 않고, 버터를 제외하면 재료들도 다 있고요.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음식 이야기도 좋아한다면 추천합니다. 셋다 해당되지 않아도 기술가정과 화학시간을 재미있게 보냈다면 또 추천합니다. 거기에 조리된 것과 조리되지 않은 것을 포함한 모든 음식들과 관련된 화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면 추천합니다.'ㅂ'



아야츠지 유키토, <시계관의 살인>, <암흑관의 살인1-3>, 한스미디어, 2005, 2007, 각각 13000원, 1800원
에도가와 란포,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두드림, 2008, 13500원


아야츠지 유키토의 암흑관은 작년에 나왔을 때부터 볼지 말지 고민하던 책입니다. 십각관을 가장 먼저 보았는데 뭔가 취향에 맞지 않았거든요. 읽으면서 뭔가 아니다 싶었던 책인데 도서관에서 한꺼번에 네 권-시계관의 살인, 암흑관의 살인 1-3권-을 보고 나니 괜히 욕심이 생겼습니다. 언제 이 시리즈가 다 들어올지 알 수도 없고 해서 그냥 덥석 다 빌렸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눈에 보일 때 빌려라라는 규칙입니다. 다음에 빌리자고 미뤄두면 어느 새 서가에서 사라지고 없는겁니다.(먼산) 그러다보니 지난번에 도서관에 가서 추리소설을 7권 빌렸던 거죠. 슬프게도 그제 저녁에 한 권, 어제 저녁에 네 권, 오늘 한 권, 도합 여섯 권을 읽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권. 그러나 한 권은 가모우 저택 사건 "2"권으로 1권은 아직 못 빌렸습니다. 그런 고로 실질 적으로 남은 것은 한 권입니다. 슬퍼라. 어쩌면 이 마저도 오늘 저녁 때 읽어버리고 읽을 책 없다고 눈물짓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무래도 오늘 저녁 집에 가서 책좀 질러야...

십각관의 역자는 양억관, 시계관은 김난주, 암흑관은 권일영입니다. 제일 고생했을 것 같은 역자는 권일영씨. 역자 후기에도 나와 있지만 책 자체가 워낙 정신 없습니다. 저야 정신 없는 부분은 알아서 건너 뛰고 읽었지만 역자를 일일이 다 체크하고 가야했을테니까요.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는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어느 건축가의 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워낙 성격이 독특했던지라 세운 건물도 요상하고, 그런 건물을 요구한 시공주도 독특한 사람이어서 집에서 사건이 이모저모 많이 생기는 겁니다. 십각관은 놀러갔다가 단체로 당한 거고, 시계관은 밀실공포계이지만 안과 밖의 시점에서 동시에 사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암흑관은 시점이 계속 바뀝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기엔 묘했는데 한 번에 풀릴것 같다고 생각했더니 역시 맨 마지막에 확 풀어줍니다. 세 이야기 중에서 가장 취향이었던 것은 암흑관.
암흑관은 1-3권 전체 페이지수가 1500페이지 가량 됩니다. 1권이 470, 2권이 443, 3권이 596. 그런데 반나절 만에 모두 읽었습니다. 속도가 굉장히 빠른건 제 읽는 속도보다는 편집상의 문제인듯합니다. 양 페이지의 줄이 몇 개 안된다고 할까요. 그리 빽빽하지 않습니다. 진도가 빠른 것도 당연하지요. 게다가 시점이 계속 변하면서 여기저기의 상황을 다 보여주기도 하고, 등장인물 중에서 마음에 드는 존재가 둘 있었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등장인물들이 뒤에서 뒤통수를 좀 쳤지만 이정도는 봐줄 수 있습니다.(마음에 드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더 쇼크였는지도.;)
괴이한 분위기와 뒤 섞여 있지만 기본은 건축물이라 건축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겁니다.
(어느 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음)

에도가와 란포는 생각보다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단편이 장편보다 낫다는 말을 듣는다는데, 이런 타입이면 장편도 손 대지 않는 것이 낫겠습니다. 저는 범인이 주인공인 것은 별로 내켜하지 않거든요. 범인의 불안한 심경이 그대로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왠지 덜덜 떠는 것이 참...=_= 대체적으로 그런 이야기가 많아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수확이 있다면 아케치 코고로. 이름을 보고는 폭소를 터뜨렸는데, 덕분에 아케치 소년과 아케치 경감의 단편집을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고로 다음에 홍대가면 반드시 들고 올겁니다. 우후후후후~ 잠자는 어느 "명"탐정도 여기서 따왔겠다 싶은걸요.
황윤숙, <나는 바늘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8500원
kiril님 취향에 맞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이 책을 보고 나면 블로그에 직접 들어가 이것저것 솜씨를 더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봐도 탐닉 시리즈는 보고 나면 갈증이 심화된다니까요.
가방이나 소품만들 때의 몇 가지 팁을 얻어서 좋았던 책. 도서관에서 빌렸고, 구입 가능성은 없습니다.

강동진, <빨간 벽돌과 노란 전차: 산업 유산으로 다시 살린 일본 이야기>, 비온후, 2008, 16000원
판형도 크고, 책 편집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서 굉장히 어색했는데 날잡고 읽어보니 진도가 쑥쑥 빠지는 신기한 책입니다. 사진이 꽤 많이 실려있는데요, 일본의 각 지방에서 산업 유산이라 부르는 것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포장해서 관광명소로 만들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알고 있던 여러 관광지에 대한 관리-보호-운영에 대한 역사와 실태가 잘 나와 있습니다. 한국의 지자체에서 참고로 하고 모델로 삼을만한 것이 꽤 눈에 들어오는 군요. 어디 한 군데서 이익봤다하면 우르르 따라가는 행태는 이제 그만. 이 책을 참고로 해서 이모저모 관광 코스를 만들어주었으면 합니다.
자세히 소개는 나와 있지만 이것이 100% 현실이라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유바리의 예도 나와 있지요.
(유바리는 인터뷰 이후, 2007년에 일본 최초로 지자체 부도를 낸 곳입니다. 부도 금액이 어마어마하지만 한국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리처드 루이스, <미래는 핀란드에 있다>, 살림, 2008, 13000원
날림으로 읽은 책. 핀란드의 국가 경쟁력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을까, 뭔가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는데 핀란드에 대한 개관으로 보고 훑어 보면 그만인 책입니다. 핀란드의 국민성을 말하면서 핀란드 사람들을 대상으로한 농담을 많이 싣고 있던데 그 부분만 기억에 남습니다. 어느 정도 핀란드의 국민성이나 분위기에 근접했는지 모르겠군요. 이런 종류의 책은 100% 믿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말입니다. 역사도 굉장히 간략하게 다루고 있어서 아쉽습니다. 게다가 평가랄까, 어느 쪽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역사적 인식이 굉장히 크게 차이날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핀란드에 대한 책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는 한 번쯤 훑어볼만한 책입니다.


쿄우교쿠 이즈키, <부엉이와 밤의 왕>, 대원씨아이, 2008, 6000원
이 책도 2008년 출간이었군요. 근데 도서관에 들어온 시점을 생각하면 누군가 출간하자마자 바로 주문했다는 이야기? 발행일이 3월 15일로 되어 있는데 도서관에서 본 것이 아마 3월 말-4월 중순경이었을겁니다.
등장인물 몇몇과 약간의 얼개만으로 꽤 괜찮은 소설을 뽑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도도 쑥쑥 나가서 좋았지만 역시 엔딩이 문제.(먼산) 솔로천국을 외치는 사람들에게는 D의 모습이 남일이 아닙니다.(응?) 안 그런척, 그런척, 대놓고, 열렬하게 등의 수식어를 붙여야하는 커플들이 나오니 말입니다. 왕이 심술을 부린 것도 당연한거죠.(응??)
성별을 바꿔놓고 필터링하고 싶은 생각도 들고..... (여기까지)
꿀꿀한 기분을 한 번에 날려준 소설 중 하나입니다.
길게 쓰려고 계속 미뤄두었더니 안 쓰고 넘어갈 것 같아 간단히 적고 넘어갑니다.;ㅅ;


공선옥, <행복한 만찬>, 달, 2008, 12000

추천 10표. 먹는 것을 즐기는 분이라면, 나이가 좀 있으시다면, 굉장히 재미있게 보실 책입니다. 저보다 연하인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기 살짝 미묘. 그리운 옛 음식과 옛 기억에 대한 이야기라 요즘 사람들(!)에게는 안 맞을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한 번은 읽어보세요. 글도 굉장히 맛깔나게, 침이 꼴딱꼴딱 넘어갑니다.
이 책을 보고나면 커다란 양푼에 상추를 찢어 넣고, 잘 익은 열무김치를 썰어 넣어 고추장 듬뿍, 참기름 듬뿍해서 숟가락을 석석 비벼 입 크게 벌려 한 입에 꿀꺽! 해야합니다. 반드시!


한나 홈스 , <풀 위의 생명들>, 지호, 2008, 17000원

같은 작가의 책인 먼지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한 표, 캐시 호숫가나 마이크로 코스모스, 시크릿 패밀리 같은 것이 취향이라면 한 표 더. 근교(한자로 쓰면 경기. 그야말로 킨키!)에 있는 주택에서 잔디밭과 잡초밭의 중간지대쯤 되는 정원의 관찰일기. 독자층이 많이 갈릴 책입니다. 근데 가격이 좀 많이 비싸죠?; 지호 책은 소수 취향의 책이라 아쉬운데 게다가 가격도 너무 많이 올랐군요. 흑. 도서관에서는 꼭 갖춰야 할 책이라고 봅니다.


기예르모 마르티네스, <옥스퍼드 살인 방정식>, 웅진지식하우스, 2008, 10500원

어정쩡한 가격처럼 어정쩡한 느낌. 수학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읽어 볼만하나, 입맛에 짝 달라붙는 책은 아님. 범인을 밝히지 않기 위해 애쓴 추리소설 정도? 하지만 밝히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입맛이 쓰게 만들었달까.




동경오감 개정판이 이달 안에만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_=


Nigella Lawson, <Nigella Express: Good food, fast>, Hyperion, 2007, 4만원 이상

물론 4만원보다 싸게 파는 곳도 있겠지만 교보에서는 4만 1천원이 조금 넘습니다. 회원 할인 10% 받아도 37000원이 넘고요. 비싸죠. <Jamie at home>도 만만치 않지만....... 그러고 보니 제이미~는 영국 아마존에서 엄청나게 할인해서 팔던데 말입니다. 나이젤라도 그럴까요?

한 달 넘게 집에 두고는 계속 훑어 보고 있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레시피를 골라 메모하다보니 모두 디저트만 챙겼지만 다른 레시피들도 해보고 싶더군요.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재료가 좀 많아서 탈이지만요. 만들기는 다 간단하지만 ... 실은 간단하게 적었을뿐이고 행간 생략이 꽤 많습니다. 저야 쿠키쪽 레시피만 집중 탐구하는데, 보다보니 정도가 안나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쿠키를 만들기 위해 버터 크림화를 하는데, 그냥 설탕 넣고 크림화를 하라고만 나옵니다. 어느 정도 요리를 아는 사람이 보는 책이라는 거죠. 초급자를 위한 책은 아닙니다. 그냥 휙휙해도 결과가 잘 나올지는 확신이 안섭니다. 몇 가지 해보고 싶은 레시피는 적어두었으니 기회가 되면 나~중에 해보겠습니다. 이상하게만 안나오면 되는거죠.

나이젤라 답게 레시피의 칼로리는 높습니다. 쿠키 레시피는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재료를 약간 바꿔서 해볼 생각인데, 얼마나 달지 조금 걱정되는군요. 해보고 글 올리겠습니다.^^;


박현정, 박은영, <키친로망>, 시공사, 2008, 10000원

한줄 요약: 가격 대 성능비는 좋지 않지만 재미있습니다.

제목을 보고 가격을 보면 괜찮겠다 싶지만 막상 책을 손에 잡고 읽으니 가격 대 성능비가 높지 않습니다. 책 자체는 재미있게 보았지만 이 책을 1만원씩이나 주고 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겁니다. 내용이 많지 않습니다. 딱 192 페이지입니다. 앞의 목차니 뭐니 빼고 나면 실제 내용은 그보다 짧을 것이고, 짤막한 칼럼 아래 비어 있는 공간을 염두에 두면 책의 내용은 더더욱 줄어듭니다. 그러니 가격 대 성능비는 높게 쳐 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한 번 읽어보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앗 뜨거워!>와 비슷한 부류(소재, 혹은 분류)의 책입니다. 책은 크게 네 챕터로 나뉘어 있습니다. 요리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셰프편, 최고의 레스토랑 이야기를 다룬 최고의 만찬, 기억에 남는 음식 이야기에 가까운 편안한 식당, 셰프의 음식기행이라는 마지막 챕터까지. 제일 재미있게 본 편은 셰프편입니다. 제이미 올리버는 없지만 고든 램지나 나이젤라, 알렝 뒤카스, 페란 아드리아 등 귀와 눈에 익숙한 여러 이름들이 등장합니다. 보고 있자면 왠지 저도 포천이나 파주나 강화 같은 곳에 땅을 사다가 농장을 가꾸며 직접 식재료를 준비해 식단을 짜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 류의 셰프들이 많이 나오는군요. 생각난 김에 닭도 암탉, 수탉 해서 여러 마리 키워야 겠고 말입니다. 하하; 돼지도 있으면 좋겠지만 집에서 키운 돼지는 도살하기가 나쁘니 거기까지는 손 못대죠.(....)

음식점 편은 미묘. 저는 프랑스 음식은 취향이 아닙니다. 그래서 차라리 맨 뒤 챕터인 셰프의 음식기행에 실린 맛집들에 더 마음이 갑니다.
그리고 음식점들은 주로 프랑스, 미국, 일본(도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다 읽은지 30분 남짓. 리뷰를 쓰다가 문득 글 느낌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억을 뒤져보았는데 딱 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박현정이라. 이분 혹시 satbrunch(닉도 가물가물합니다)님 아니신지? 그렇다면 이 책의 제 평가는 확 떨어집니다. 워낙 성격이 나빠서 그런 류의 일은 꽁꽁 가슴 깊이 묻어두고 있거든요.


이광식, <시골에 집짓고 삽시다>, 브레인스토밍, 2008, 17000원

17000원이라는 가격이 아깝지 않은 책. 사실 15000원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고 이것저것 알기도 많이 알았으니 만족합니다.

역시 도서관에 신청해다 본 책입니다. 어쩌다가 눈에 들어왔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못하지만, 아마 교보문고 새책 안내를 보다 그랬을겁니다. 빌려가는 사람이 없어, 책이 들어오고 나서 며칠 뒤에 갔는데도 고이 모셔져 있군요.

부제는 '강화도 현장에서 생중계되는 '시골에 내 집짓기' 프로젝트'입니다. 부제가 이 책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다 요약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글쓴이는 오래 전부터 서울 말고 교외쪽에 살만한 곳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전원주택인거지요. 경기도 저편은 너무 멀고 해서 여기 저기 찾아다니다가 강화도 쪽에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하고는 덥석 계약합니다. 용도는 대지였고, 팔기 위해 집 한 채를 지어둔 땅이었습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땅을 팔기 위해 대강 집을 지어둔 것이었지요. 그러다 보니 사는 동안 비가 새고 이런 저런 문제가 생겨서 아내의 강력한 주장으로-본문에도 그리 나옵니다. 본인은 번거로운 것을 싫어해서 끝까지 미루고 싶었다고요;-집짓기를 시작합니다. 기존 집은 철거하고 그 자리에 2층 주택을 올리게 됩니다.

이야기는 집을 짓게 된 계기부터 시작해 집 짓는 과정 하나하나를 다 보여줍니다. 중간에 집짓는 것과 관련된 건축법, 건축 기술, 새로운 자재, 집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 집짓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요. 날짜별로 진행되어 집 한 채가 다 올라가는데 걸린 기간은 90일-세 달이 채 안됩니다. 집을 철거하면서부터 세우기까지가 그정도이고 건축 설계 도면 등은 그 전에 작업하지 않았을까 싶고요.
다 보고 나면 나도 강화도에 집 한 채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필이면 강화도인가, 여기 소개된 일꾼들만 만나면 속 썩이지 않고 근사한 집을 지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보통 집을 짓다보면 설계도면의 변경 문제, 시공 문제, 건축 업체의 말썽, 건축 자제의 문제, 비용 증가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잡음이 거의 없이 잘 올라갑니다. 글쓴이 본인이 집에 대한 큰 욕심 없이 짓자는 대로 간 것도 그 이유겠지만 인복도 상당했습니다. 와아. 다들 멋집니다.


언젠가 내 집을 짓겠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남의 집 짓는 일에 관여해야한다거나(부모님의 시골집이라든지) 하시면 한 번 읽어보세요. 집 짓기의 전체 과정이 차례대로 나와 있어 이해하기 좋습니다. 책이 조금 무겁고 판형이 큰 편이지만 활자가 큰데다 사진도 많고 훌훌 넘어가는 책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북스피어, 2008, 9500원

이 책의 리뷰는 한 줄로 끝낼 수도 있습니다.
김소연씨가 번역했습니다.'ㅅ'


제 책 리뷰를 계속 봐오신 분이라면(웃음) 김소연씨가 번역한 책에 대해서는 애정도가 상당히 높다는 걸 아실겁니다. 손안의책에서 나온 대부분의 책들도 그렇지만 다른 곳에서 나온 책도 일단 집어 들고는 김소연씨가 번역했다 싶으면 내용은 가리지 않고 읽습니다. 번역하는 책의 장르가 거의 정해져 있는 편이라 이 분이 번역한 책은 거의 제 입맛에 맞습니다. 입맛에 착 감기지 않더라도 괜찮게 읽을 수 있는 책들입니다.

북스피어에서 나온 혼조 후카가와도 나중에 역자를 보고는 웃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기시감이 다시 확인된 셈이었습니다.
이 책의 배경은 에도이며, 에도의 혼조 후카가와 주변에 있는 일곱가지 불가사의(도시전설)를 배경으로 한 짧은 이야기 모음집입니다. 주인공은 각 편 다 다르지만 배경이 같고 공통된 등장인물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앞서 말한 기시감은 여기서 연유합니다. 손안의책에서 나온 샤바케. 그 시리즈가 이 이야기와 닮아 있습니다. 물론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 샤바케와는 시점이 다르지만 같은 에도 배경에,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사건에 대한 해결을 다루고 있는 단편집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당연히 제 취향이었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샤바케와 혼조 후카가와의 가장 큰 차이는 요괴입니다. 샤바케에서는 요괴들이 등장하고 기이한 이야기들이 그대로 나오지만 혼조 후카가와는 기이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그런 이야기이고, 각 편에 등장하는 불가사의들도 가볍게 스쳐지나가는 소재 정도입니다. 물론 중요한 이야기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이 요괴의 짓이다-샤바케라면 그랬겠지요-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냥 괴담 정도로만 지나갑니다.

1991년에 나온 책이라는데 역사물이라 그런지 깔끔하게 지나갑니다. 미미여사의 전작 중에서는 쓸쓸한 사냥꾼과 닮아 있군요. 연작 소설, 소소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외딴집은 읽지 않았고 도서관에 있는 것을 보았지만 괜히 손이 안갑니다. 그보다는 지금 예약중인 낙원이나 발매된 가모우 저택 살인사건이 끌리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낙원은 권일영씨 번역입니다. 흑, 낚이겠네요.ㅠ_ㅠ



수산나 타마로, <마법의 앵무새 루이지토>, 레드박스, 2008, 9500원
정재형, <Paris talk>, 브이북, 2008, 15000원

양쪽 다 가격 대 성능비가 미묘합니다. 루이지토는 선물로 괜찮지만 Paris Talk는 보는 부류가 한정되어 있을테니 딱히 선물하기도 그렇군요.

마법의 앵무새 루이지토는 그냥, 앞의 "마법의 앵무새"라는 단어를 떼는 쪽이 낫습니다. 원제도 그냥 루이지토. 마법의 앵무새는 전반적인 글의 흐름 때문에 붙인 것 같은데 어울리지 않습니다. 앵무새가 정말 마법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새 한 마리가 품 안에 날아와서 그 때문에 삶이 바뀐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사실 끝부분을 생각하면, 그 뒤가 정말 행복한 결말인가도 고민됩니다. 뒤의 해결 부분이 있었다면 이야기가 늘어졌겠지만 밝은 희망을 보이는 거라고 나름대로 해석하렵니다.
평이 박한 것 같지만 글이나 그림이나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어른을 위한 우화나 동화정도이고, 새 알레르기가 있는 분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 책을 마음에 들어한 것은 제 로망이었던 아마존 앵무새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훗훗훗~.

정재형의 Paris Talk는 딱 브이북 다운 책입니다. 브이북이라 이름을 바꿨지만 예전에는 바이널이었지요. UGUF의 책을 두 권 낸 그 출판사입니다. 파리 생활을 가볍게 맛볼 수 있긴 하지만 .......... 글 분위기 상의 문제가 있어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이 책은 제 입맛에는 맛지 않았거든요. 지나치게 자기 위주로 쓴 글이랄까요? 글쓴이가 음악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런 분위기가 글 전체적으로 다 배어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혹은 팬에 따라 취향이 갈릴겁니다.


윤광준, <윤광준의 생활명품>, 을유문화사, 2008, 12000원


리뷰를 올리면서 이거 지름 범주에 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지름신의 전당! 보고 있노라면 통장잔고를 헤아리게 됩니다.

2000년대 초반의 일일겁니다. 생각의나무에서 나온 윤광준의 생활명품산책이란 책을 그 때 처음 보고 저자를 알았습니다. 겉멋으로 볼 수도 있고 돈 자랑으로 볼 수도 있고, 하여간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보이겠지만 저는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루이뷔통이나 프라다 같은 것만 명품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명품을 발견할 수 있다라는 말이 좋았습니다.(구입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도 집에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있다면 아마도 거실 책장에 있을 겁니다;) 그 때까지의 명품 이미지는 돈 많은 사람들이 휘감고 다니는, 가격대 성능비는 좋지 않지만 이름이 커서 그런 착각을 주는 물품이었지요. 그런 생각을 바꿔 놓은 것이 이전의 책입니다.

이번 책, 생활명품은 좀더 다양하고 많은 물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세한 이야기가 아쉽긴 하지만 지름도의 상승에는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특히 새로 이사를 가서 집안 집기들을 싹 새로 구입해야한다거나, 하나쯤 새로운 물건을 들이고 싶다거나 하시면 구입 전에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세요. 새로운 물건에 대한 지름도보다 옛 물건, 튼튼한 물건에 대한 지름도가 상승할 겁니다. 후자가 구하기는 더 어렵겠지만 그런 도전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취감은 확실하니까요. 물품의 모델명, 크기, 재질, 가격이 간략하게 나와 있어 지름 목록 작성에도 유용합니다.

몰스킨도 좋고, 빌링햄 카메라 백은 DSLR과 함께 지를 거고(근데 가격이...;), 세라믹 칼은 레몬이랑 오렌지를 위해서 하나 장만하면 좋고, 제주도산 오렌지는 지를 예정이고(근데 다 품절...;), 황남빵은 다음에 지를 거고, 자센하우스 핸드밀도 하나 살 예정이고.

맨 뒤에는 판매처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다들 지릅시다! (..)


토드 홉킨스, 레이 힐버트, <행복한 사람>, 쌤앤파커스, 2008, 12000


토드 홉킨스의 책은 이전에 읽은 청소부 밥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그 책을 보면 대략적인 작가의 분위기는 알 수 있지요. 이 책도 그 연장선상이라 보시면 됩니다.
그러나 아주 중요한 정보가 하나 있으니, 필터를 끼우면 이 책이 아주 재미있어집니다. 필터가 없으시다면 체도 좋습니다. 체에 한 번 걸러주면 미친듯이 웃으면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내용이 간단하니 전체적으로 훑어 보지요.
매튜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여자친구와 알콩달콩 사귀고 있고 이제 슬슬 결혼을 생각하려 합니다. 매튜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으니 순서는 여자친구인 미셸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것이지요. 이미 미셸의 남동생과는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 운명의 장난인 건지. 예전에 사업하면서 적대적으로 공격했던 기업의 회장이 미셸의 아버지시랍니다. 전혀 몰랐습니다. 그도 그런게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사업을 불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곤두박질 쳐서 회사에서 쫓겨났고, 실의에 빠져 있다가 재기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겁니다.
당연히 미셸의 아버지에게는 문전박대에 가까운 대접을 받습니다. 그러나 미셸의 아버지-찰스는 친구들에게 한 소리 듣고 나서는 마음을 고쳐 먹고 매튜를 불러 조언을 주겠다고 자청합니다. 여기서 매튜와 찰스의 멘토-멘티가 결성되지요. 그리고 이 책은 예비 장인인 찰스에게 하나하나 하나님의 가르침을 듣는 매튜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끝맺음은 당연히 해피엔딩이고요.

일단 설정 자체가 BL로맨스 소설과 유사합니다. 이쪽은 주인공이 남자라 그렇지만, 대개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들은 "알고보니울아빠원수"라든지 "알고보니라이벌집아들"인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이경우도 비슷하게 "알고보니울집말아먹을뻔했던놈"이었던 겁니다.
어쨌건 예비 장인어른이 나서서 사업이 잘 안풀리는 사위를 위해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는 것은 자기관리, 자기경영서와 같은데 말입니다, 설정이 그래서인지 보다보면 미친듯이 웃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그 중 한 군데, 가장 큰 웃음을 선사한 것이 프로포즈 부분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여러 조언을 듣고 그에 따라 사업을 운영했더니 일이 잘 풀리던 매튜. 가르침을 다 받았고 이제 장인어른과 사이도 좋아졌고 슬슬 시간도 되었으니 프로포즈를 준비합니다. 그리고는 ...

P.207
(중략)
그리고 결심했다는 듯 주머니에서 자주색 벨벳 상자를 꺼내 탁자 위에 조용히 올려 놓았다. 뚜껑을 열자, 한 쌍의 금반지가 들어 있었다. 한가운데 파란색 사파이어가 박혀 있고,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들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매튜는 의자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찰스를 올려다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아버님, 정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저 발로 걷어차버리신다 해도 면목이 없는 저에게, 아버님은 큰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미셸에게 청혼하기 전에, 아버님께 먼저 허락을 구하고 싶습니다. 진정한 저의 아버지가 되어 주십시오."
갑작스러운 매튜의 이야기에 찰스는 놀라움과 함께 감격이 북받쳐 올라왔다. 찰스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한 이슬이 맺쳐 있었다.
"어허, 참 자네도... 누가 보면 나한테 청혼하는 줄 알겠어. 일어나게. 자네는 이미 내 아들이야. 어서 가서 우리 미셸을 행복하게 해주게."

노코멘트. 이 이상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필터링을 하지 않고 보아도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물론 취향차) 기독교 알레르기가 있긴 하지만 이 책은 크게 거부감 없이 읽었고, 흔히 개독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었습니다. 맨 마지막 가르침이 특히 가슴 깊게 남았고요. 가격이 좀 많이 비싸지만 선물용으로 꽤 괜찮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제 돈 주고 사보기엔 미묘하지요. 흠흠;
찰스도 멋지지만 찰스의 친구인 클라우드도 좋았고, 미셸의 남동생인 벤도 귀엽습니다. 많이 이상화 된 등장인물들이지만 이런 책은 그런 맛으로 보지 않던가요.^ㅁ^


마이클 오그던, 크리스 데이, <To Do- 일상을 뒤집는 100가지 짜릿한 상상>, 한겨레출판사, 2006, 11000원


이 책은 리뷰가 많이 늦었습니다. 읽은지도 꽤 되었고 리뷰를 쓰겠다고 마음을 먹은 지도 꽤 되었는데 이제야 리뷰를 쓰게 되었습니다. 재미없어서 리뷰가 늦은 것이 아니라 아끼고 아꼈다가 리뷰를 올리는 것이라 생각해주세요.

한겨레출판사 출판 목록을 보다가 제목도 내용도 마음에 들어서 도서관에서 빌려 왔습니다. 그리 손을 타지 않았으니 많이 빌려보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목표 만들기라는 자기 관리 영역의 주요 부분에 있어서, 저는 이 책을 최상위로 놓고 싶습니다. 지난번의 일기쓰기 책도 괜찮았지만 그보다 이쪽은 놀면서, 편하게 목표를 짜면 된다는 것이 좋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노트, 아니면 일기장, 하여간 자기가 마음 편하게 쓸 수 있는 종이와 펜, 볼펜, 만년필, 색연필, 아니면 연필 등 자기가 마음 편하게 쓸 수 있는 필기구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느긋한 마음으로, 음악을 듣던지 카페에서 뒹굴던지 집에서 굴러다니던지 마음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은 것-To Do 목록을 작성합니다. 그냥 맨 위에는 2DO라고 커다랗게 적으면 됩니다. 황당한 것도 좋고 커다란 목표도, 작은 목표도 좋습니다. 어떤 것을 써야할지 망설여 질 때는 이 책을 훑어 보며 다른 사람들은 어떤 목표를 썼는지 보시면 됩니다.

이 책에서는 목표군을 이런 순서로 잡았습니다. 다시 말해 책의 목차 순서입니다.

Roots(추억) → Explore(여행, 모험) → Experiment(경험) → Challenge(도전) → Give(기부, 도움) → Learn(배움) → Express(표현) → Love(사랑) → Work(일) → Legacy(마무리)

저는 여기에 Money(재정)와 Buy(구입)를 덧붙였습니다. 목표군은 내키는 대로 더 잡아도 됩니다. 생각을 잘 끌어내기 위한 것이니까요. 어떤 것을 먼저해도 상관없고 다른 사람들이 세운 목표들을 보고, 휘휘 주변을 둘러 보면서 이런 저런 목표를 잡았습니다. 꽤 재미있던데요. 책에서는 목표를 100개 남짓 적는데, 대개는 맨 마지막의 20-30개 가량이 진짜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다라고 하는군요. 하지만 적다보니 저는 대부분이 다 하고 싶은 걸로 나왔습니다.

목표를 적어 두면 뭔가 행동력이 생깁니다. 특히 지금이라도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보면 괜히 웃음이 나고 도전해보고 싶더군요. 다 공개하면 사생활 공개의 문제가 발생하니 일부만 보자면,


이런건 너무 쉬우니 이번엔 다른 목표군을 보지요.

이중 몇 개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목표는 작성된 시점부터 그 의미를 가집니다. 평소 생각하고 있었던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하고 싶다고 한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고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움직여야죠. 간만에 재미있는 목표들을 많이 잡아보았습니다. 훗훗훗~


표지에 낚인 책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 아닙니까. 책을 보는 순간 그림이 낯익어서 소개를 보니 표지 일러스트를 신카이 마코토가 했습니다. 그대로 낚여서 도서관에 주문을 했습니다. 일단 내용의 문제가 있었거든요. 책을 받아 들고는 볼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훑어 보는 것으로 끝냈습니다. 그런 고로 서계 카운팅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첫 번째 데이트 후 벤치에서 잠깐 잤다가 일어났더니 7년이 일어났더라라는 설정은 희귀하진 않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꽤 재미있습니다.
본인도 혼란스럽고 가족을 포함해 주변 사람 모두가 혼란스럽습니다. 본인은 7년이 지났다니 말도 안돼!일거고 주변 사람들 입장에서는 행방불명되었던 애가 7년 만에 나타났는데, 조로증도 아니고 다른 희귀병도 아니고. 그런데도 7년 전 사라졌을 때의 모습 그대로라니 말입니다. 타임슬립을 논할 수는 없지요. 그건 현실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으니까요. 그런 주인공 사쿠의 모습을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이 스나오-첫 번째 데이트의 상대인 여자친구라는 것이 또 재미있습니다. (대강 읽어서 정말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인지 어떤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재회했을 때의 모습을 보면 확실히..)

이렇게 말하면 미코 싱고 시리즈와 닮았다 할지 모르지만 읽으면서는 내내 <초속 5센티미터>의 다른 버전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연장선이라고 할까요, 다른 버전이라고 할까요. 왜 신카이 마코토가 삽화를 그렸는지 알만하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제 입맛에는 맞지 않았고 뒤로 넘겼습니다.
등장하는 남동생의 이름은 기미히로. 음, 누구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이 녀석도 꽤 불쌍합니다. 더 이상 이야기하면 내용 폭로이니 넘어갑니다.



서평에 낚인 책은 <1% 행운>입니다. 고도원씨가 번역했다 하고 꽤 오래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어서 읽었는데 재미 없었습니다. 그냥 저냥 읽을만은 했지만 다른 닭고기 수프 시리즈나 다른 백만장자 되기 시리즈와의 큰 차이는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원작부터가 그런지 글이 어설프다고 할까요. 좀 그런 느낌입니다. 그런 고로 자세한 리뷰는 쓰지 않습니다.



에도가와 란포, <외딴섬 악마>, 동서문화사, 2004, 6800원
카메론 스트렌처, <아빠와 함께 저녁 프로젝트>, 로그인, 2008, 9800원


한 권은 그제, 한 권은 어제 다 읽었지요.'ㅅ'

외딴섬 악마는 DMB 시리즈입니다. 이리 적으니 DMB폰이 먼저 생각나지만 뭐...; DMB는 좋아하는 마음 반, 싫어하는 마음 반인 모호한 시리즈입니다. 일단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여러 책들을 많이 내고 있으니 그 점에서는 좋지만 대량으로 뽑아내다보니 번역이 엉망이라 읽고 나서 입맛 버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이전에 도서관에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열 세번째 수수께끼(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화요일 클럽 이야기)를 신청했다가 뼈저리게 후회했습니다. 제 돈이 아닌데도 아까웠거든요. 직역해도 이보다는 낫겠다 싶은 수준입니다. 이전에 읽은 연쇄 살인 소설 하나도 직역체라 읽으면서 고생했습니다. 말이 딱딱하다보니 몰두하는데 시간이 걸리더군요.

그래도 이 책은 추천 대상이 아주 명확합니다. 에도가와 란포를 좋아한다, 일본 추리소설을 괜찮게 읽었다, BL을 좋아한다. 은유도 아니고 직설. 주인공을 쫓아다니는 남자 하나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엔딩은 .... (음)
외딴섬 악마라길래 소설 초반부터 외딴섬에 고립되나 싶었는데 그것은 아닙니다. 뭐랄까, 신비주의적이라기보다는 과학쪽에 가까운 추리입니다.


아빠와 함께 저녁 프로젝트는 가볍게 읽을 만한 수필입니다. 블로그에 연재하던 글을 다듬어 책을 냈다고 생각하는데 글 읽기가 편합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아들, 딸, 아내와 함께 뉴욕 교외에 살고 있는 아빠는 어느 날 결심합니다. 출퇴근에 편도 2시간을 쏟아붓다보니, 일에 매달리다 보니,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집에서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혹은 회사를 그만두고-아이들에게 내가 직접 저녁을 만들어주자!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첫째, 아빠는 로펌에서 일하고 있고 로스쿨에 강사로 나가기도 합니다. 로펌을 그만두어도 변호사일은 계속할 수 있으며 강사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수입은 확 줄어들지만 아주 밥줄이 끊어지지는 않는겁니다. 둘째, 요리를 못하진 않습니다. 종종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저녁을 해주겠다는, 보통 한국 남성에게는 꽤 어려운 과제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 이야기는 성공담으로 완벽하게 끝나지 않습니다. 절반의 실패, 하지만 절반은 성공합니다. 금전적으로는 많이 힘들어졌지만 그래도 가족과 다시 어울리는데 성공하고, 일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릅니다. 하지만 실패는 생활 자체보다는 저녁 식사의 문제였지요. 아이들이 왜이리 저녁을 안 먹을까요. 만드는 방법이나 메뉴를 보면, 저라면 덥석 먹을 음식들이 많은데 입 짧은 아들래미 딸래미는 음식을 거부합니다. 어떤 때는 먹고, 또 어떤 때는 안 먹고. 이런 과정에서 아내의 노고를 다시 한 번 깨닫는 모습도 감동이었습니다.(...)

책이 작고 내용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좋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미묘합니다. 그래도 한 번 가볍게 읽을만한 책입니다.'ㅅ'
    

김영주, <캘리포니아>, 안그라픽스, 2006, 12000원
<토스카나>, 안그라픽스, 2007, 13800원


김영주의 머무는 기행은 캘리포니아, 토스카나 다음권인 뉴욕편이 있는 것을 보고 앞권을 검색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취향차랄까요. 이걸 읽고 있는데 아는 분이, "이 책 별로 재미없던데?"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나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 돈 주고 보라면 안봐라는 심정이지만요.

1권에 해당하는 캘리포니아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회사 일에 스트레스를 받다 못한 지은이는 뒷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표를 던지고 나온 뒤,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떠납니다. 열흘 남짓의 짧은 여행이 아니라 3주간의 꽤 긴 여행이지요. 주변에서 캘리포니아를 좋아하는 사람들 옆구리를 찔러 정보를 얻고는 무작정 여행을 간 겁니다. 부제가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으로 되어 있는 것도 그 어중간한 여행 기간 때문입니다. 체류기라기에는 짧고 단순한 관광이라기엔 길고 말이죠.

이 책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지은이 본인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말이 여행기지 들여다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삽질기거든요. 여기서 실수, 저기서 실수, 거기에 운전은 잘 못하기 때문에 한 번 할 때마다 진땀 빼고. 여기서 사건이 발생하고 그 다음 사건이 또 일어나고. 보고 있자면 쓴웃음이 입가에 절로 맺히고, 이런 여행기를 읽어야 하나 싶습니다. 거기에 토스카나 편은, 아예 여행기 작가로 전업하고자 하여 마음 먹고 간 여행이었기 때문에 한 곳에 진득하게 머문다기 보다는 토스카나 지역 전체를 둘러보는 여행이었습니다. 여기저기 맛보기로 보여주는 것은 좋은데 눌러 앉는 맛은 없지요. 일반적인 관광보다는 조금 더 길게 시간을 잡고 가는 여행이랄까요. 그런 여행기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거란 생각입니다.
다음권에 대한 호기심은 있지만 이 책을 살거냐고 물으신다면 당연히 아닙니다. 가격 대 성능비로 미묘한 책이니 구입할 생각도 없고요. 출판사 관련한 개인적인 문제도 조금 영향을 미쳤으니 말입니다.'ㅂ';;

안그라픽스에서 나온 여행기들은 깔끔하고 매끈하게 잘 뽑았지만 도서관에서 구입신청을 해서 받아 볼지언정 살 생각은 안 드니 참 희한하지요.


뉴욕편도 다음달쯤이면 볼 수 있겠지요. 뉴욕은 워낙 강력한 책이 한 권 버티고 있어서 평점이 그리 좋지는 않을 것 같지만...;


유재현(글), 김주형(그림),<달콤한 열대>, 월간말, 2004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발견해 집어 들고 온 책입니다. 읽은지는 꽤 되었지만 글 쓰는 것을 잊고 있다가 이제야 올립니다.

제목과 표지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열대 과일에 대한 책입니다. 소설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고, 과일을 소개한 책입니다. 그러니 분류도 수필이나 기행이 아니라 과일쪽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먹거리의 옛 기억에 대한 글이나 옛날에 먹었던 과일에 대한 책들은 가끔 보았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열대 과일만 다룬 책은 처음입니다. 2004년에 나왔는데 이제야 보았다니 조금 아쉽습니다. 대부분의 과일은 한 번씩 다 이름을 들었고 먹어본 적도 있습니다. 도전 못한 것이 몇 있긴 하던데요.
두리안. 이것은 냄새도 못 맡았고 먹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도전해볼 용기도 안납니다. 망고스틴. 먹어보았고 동남아시아에 또 갈일이 있다면 사다 먹고 싶은 과일 중 하나입니다. 정말 맛있습니다.-ㅠ- 바나나나 망고도 먹었지요. 바나나는 요즘엔 너무 달아서, 망고는 씨가 뼈 수준이라 좋아하지 않습니다. 파인애플은 좋아하지만 생 파인애플을 먹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지요. 파파야는 먹어본 적이 없지만 솔직히 먹고 싶은 생각도 안듭니다. 그저 이미지는 그린 파파야 향기. 잭프루트나 빵과일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야자는 물만 한 번 마셔보았지만 그 미묘한 맛은 좀.... 하지만 코코넛 과육이 있다면 당장에 카야잼을 만들겁니다. 용과는 먹어보았는데 무미의 키위 느낌입니다. 이전에도 한 번 올린 적이 있었지요. 검은 씨가 톡톡 터지는 것은 재미있지만 무미에 가까운 맛이라...

바나나의 플렌테이션 재배에 대한 것도 재미있었고, 파파야의 GMO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뭐니뭐니해도 람부탄, 롱간, 리치, 랑삿, 롱콧이라는 비슷한 다섯 가지 열대 과일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습니다. 지금까지 양귀비가 좋아했던 과일이 리치(여지)라고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롱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흔히 뷔페나 중국집에서 볼 수 있는 과일 디저트 중에 겉부분이 약간 굵은 털이 달린 것이 람부탄(털은 녹색이고 표피는 붉습니다) , 배 껍질과 비슷한 색으로 얇게 잘 벗겨지는 것이 롱간, 리치는 씨가 표피가 붉으며 우툴두툴하고, 씨나 과육이 타원형입니다. 랑삿과 롱콧은 마늘처럼 쪼개진 과육을 가지고 있어서 확연히 구분이 됩니다.'ㅂ'


하여간 그림도 꽤 괜찮고-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의 금속 질감 색을 좋아하지 않아서..;ㅂ;-단순한 과일 이야기를 넘어서 그에 얽힌 본인의 여행 이야기와 역사적 이야기를 동시에 담고 있어서 읽기 좋습니다. 무엇보다 과일, 특히 열대 과일을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세요.

Akiko Hatsu(하츠 아키코), <꽃들의 우울-아름다운 영국 시리즈 3>, 서울문화사, 2008
Kaoru Mori(모리 카오루), <엠마 10>, 북박스, 2008
Takako Yamaszki(야마자키 타카코), <보이 25>, 서울문화사, 2008



엠마와 보이는 신간이라 아직 교보문고에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두 권 모두 어제 신간일걸요...? 이후 갱신 하겠습니다.


꽃들의 우울은 아름다운 영국시리즈이고, 빌헬름이 잔뜩 나오지만 코넬리어스는 절반 정도만 나옵니다. 빌헬름의 출연빈도가 높고 주인공인 작품도 몇 있어서 마음에 들었지만, 뒤의 몇 편은 왠지 우유당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들어서 말이죠. 우유당이 잡지 문제로 연재를 못하게 되니 렌이 영국으로 건너갔나 싶은 수준입니다. 재미있지만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잔말 말고 추천!


엠마 10권은 완결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한 번씩 다 출연했고 기대하던 신도 드디어 등장을 했습니다. 진짜 완결편이니 이제는 다음 작품만 기다리면 되나요? 기왕이면 셜리 확장판이 좋은데 말입니다. 나와줄지 모르겠네요.
다른 것보다 아서 이야기 편에서 맨 마지막 부분, 마지막 장의 아래에서 두 번째 칸, 헨리의 표정은 이 책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서의 이야기가 제 취향과 잘 맞기도 했지만,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는 모드로 갑니다. 츤데레, 아니 나쁜 남자 컴플렉스. 원래 사람들은 나쁜(?) 남자에 끌리기 마련입니다..? (G는 파더 컴플렉스라고 말했지만 말입니다.)
...
믿으시면 난감합니다. 으하하;
엠마를 보고 있자니 지유가오카에서 보았던 빅토리아 풍(?)의 꽃무늬 천이 떠오르면서 잔뜩 사오고 싶어집니다. 훗훗.


보이 25. 진도가 꽤 많이 나갔습니다. 야마자키 타카코의 호흡은 감이 안잡히기 때문에 몇 권 안에 끝난다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거의 끝날 때가 다 되었습니다. 맨 뒤에 붙여진 단편은 그림도 완전히 망가지고 내용도 종잡을 수 없지만, 이게 최근 그림이 아니기를 빌고 있습니다. 26권이 나와봐야 알겠군요.
힘내라 타이라!
(라고 하지만 어떤 분들은 분명 이대로 눌러 앉아서 옆집에 시집가라고 응원하고 있을겁니다. 시어머니가 열심히 베일과 드레스를 만들어다 주시는 듯한데 말이죠. 어머니도 굉장히 즐거워 하며 아들래미에게 씌워보고 있으니..;)


가노 도모코, <나선 계단의 앨리스>, <무지개집의 앨리스> 손안의책, 2008

나선 계단의 앨리스가 먼저 올 1월에 나왔고 무지개집의 앨리스는 4월에 나왔습니다. 비교적 따끈따끈한 신간이로군요.

서가를 죽 훑다가-기억에 의하면 끊어지지 않는 실을 다시 빌리기 위해 찾고 있었습니다-굉장히 눈에 확 들어오는 책등에 시선이 가서 뽑아든 책입니다. 제목에 낚였지만 샐러리맨 탐정과 앨리스라니 뭔가 조합이 눈에 빤히 보이는 타입이라서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가볍게 읽을 마음으로 한 번에 집어들었습니다. 두 권 모두 오늘 읽기 시작해 오늘 다 읽었고 책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웠던 참입니다. 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무지개집의 앨리스를 다 읽고 나서 다음 작은 없나 싶어 뒷날개를 보았더니 어디서 많이 보았던 책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습니다. 놀라서 출판사를 확인하니 손안의책이었군요. 출판사를 먼저 보았다면 일말의 망설임 없이 집었을 겁니다.

가볍습니다. 하지만 그 가벼움은 일상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벼운 것이지 담고 있는 의미가 가볍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뜯어보면 생각할 거리가 꽤 많이 쏟아집니다. 그리고 현실성도 상당하고요. 현실에 바탕을 둔 사립탐정의 모습은 정말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에서의 사립탐정이야 흥신소에 가까울 것 같고, 이런 고상한(?) 분위기는 나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만..;
일단 제목이 앨리스이니 앨리스의 코드도 많이 나옵니다. 그런 고로 이 책을 보기 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둘다 읽고 나서 보시면 좋습니다. 저는 몇 년 전에 읽은 기억을 다시 꺼내어 뒤져보았지만 좀더 자세히 기억했더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라고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읽기 전까지는 그걸 몰랐지요.


살인사건이나 어두컴컴한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으니 배겟머리에서 뒹굴거리며 가볍게 읽을만한 추리소설로 좋습니다. 보고 있자면 차가 마시고 싶어지니 그것도 미리 준비하세요~.


아리아나 프랭클린,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웅진지식하우스, 2007


아까 글에서 언급한 정말 재미있는 추리소설이 이겁니다. 표지는 마음에 안들지만 내용 편집은 꽤 괜찮아서 읽는데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책이 두게에 비해 가벼운 편이고요.

원제가 마음에 들어서 번역 제목을 꼭 저렇게 해야했나 싶지만 마땅히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진 않습니다. Mistreess of the Art of Death. 영어 느낌이 더 좋아요.'ㅂ' 아, 아리아나 프랭클린은 필명이고 본명은 다이애나 노먼입니다.


2007년에 출판된 책이고,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교보에서 책 검색했을 때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별로 땡기지 않았던 것이 주인공이 여자였거든요. 거기에 CSI 운운하다보니 분위기가 왠지 스카페타 시리즈가 납니다. 그 여주인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뤄두었는데 이번에 두 번째 권이 나왔습니다. 죽음의 미로요. 이걸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도서관에서 검색하니 앞권이 들어와 있고 마침 한 권이 대출가능상태입니다. 조금 고민하다가 대출 여유도 있고 하니 읽어보자라고 집어 들었습니다.

이 책은 단 한 단어로 평을 할 수 있습니다. 읽으세요.
그 이상의 말이 필요 없습니다. 단 타겟은 분명 있습니다. CSI, 캐드펠, 역사소설.
세 단어 중 가장 중요한 코드는 역사소설입니다. 그것도 배경이 헨리 2세입니다. 읽다보니 캐드펠과 로드 다아시 시리즈가 동시에 떠올랐는데 그 이유는 두 말할 필요도 없지요. 모드황후(본 책에서는 마틸다 황후)와 사촌인 스티븐 와의 싸움은 스티븐 왕이 후계자를 잃고 나서 자신의 오촌 조카에게 영국의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하며 끝납니다. 내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도 종종 등장합니다. 그 헨리 2세는 (먼나라 이웃나라에 의하면;)  루이9세의 아내, 아키텐의 엘레노오라와 눈이 맞습니다. 이혼한 그녀는 잽싸게 연하남을 꿰어차고 영국은 프랑스와 그 옆의 커다란 영국 섬(;;)으로 영토가 넓어집니다.

캐드펠은 배경이 내전시대로 헨리 2세의 즉위 몇 년 전입니다. 그리고 로드 다아시는, 십자군 전쟁 나갔다가 화살 맞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리처드가 제정신 차리고 거대 제국을 세운다라는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그 리처드는 헨리 2세의 아들입니다. 이 책에서 나온 몇몇 이야기를 보면 헨리 2세의 첫 아들 윌리엄이나 그 아래의 헨리 모두 일찍 사망하는군요. 리처드가 큰 아들은 아니었나봅니다. 그럼 로드 다아시 시리즈에서 나오는 아더는 헨리 주니어(...)의 아들이었을까요.
배경이 그렇다 보니 대체적으로 캐드펠이 겹쳐 보이지만 읽다보면 그 유머감각에 어느 새 캐드펠을 잊고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자아. 내용 폭로를 막기 위해 아래의 격한 글은 살짝 접어둡니다.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읽고 나서 보시고, 나중에 천천히 볼 것이고 내용폭로는 조금 당해도 상관없다 하시는 분들은 보셔도 됩니다.




아가와 사와코, <수프 오페라>, 랜덤하우스, 2007
임혜지,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 한겨레출판사, 2007


수프 오페라는 저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제목에 홀렸구나?라고 웃을만 합니다. 부정을 못하니 아쉬울 따름...;
처음 몇 장을 읽어보니 먹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앞 뒤 가리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이날도 원래는 예약도서 찾으러 갔던 것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대출 권 수에 간당간당할 정도로 꽉꽉 채워 빌리고 있었습니다. 주로 빌리는 것은 일본 소설인데 사서 보기에는 많이 아깝거든요. 그러니 도서관을 애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용은 무난합니다. 그냥 무난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는 것은 그리 많지 않군요. 닭수프 요리법 정도? 내용 타입은 에쿠니 가오리와 유사하지만 그보다는 덜 공허합니다. 타입이 유사하다고 한 것은 진한 혈연으로 엮이지 않은 사람들의 동거기이기 때문입니다. 음식 만드는 법과 먹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좋았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한 수준입니다.


내게 말을 거는 공간은 한겨레출판사의 도서 목록을 보다가 빌리게 되었습니다. 책이 두껍고 무거워서-345쪽. 본드제본인데 지질 때문에 책이 무거운 편입니다-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어차피 G는 안볼테니 먼저 보고 반납하자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우와. 간만에 재미있는 건축 책을 만났습니다. 예전에는 건축 관련 책도 꽤 많이 빌려보았는데 어느 순간 손이 안가더군요. 아마 손이 갈 정도로 재미있는 책을 만나지 못해서일건데 이 책은 제 취향에도 맞고 글도 굉장히 쉽게 읽힙니다.
고등학교 때 독일로 이주해서 거기서 내내 지내다보니 한국어가 서툴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글 속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받기도 전에 죽 읽어내려가서 그럴까요. 내용은 집 이야기, 도시 이야기, 현장 이야기로 나뉘어 있습니다. 본인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뮌헨을 중심으로 한 독일 서민들의 집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전세가 아닌 월세 타입이란 것, 집 주변 가꾸기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주변 이웃들과의 이야기, 집의 단열 이야기부터 시작해 환경 건축으로 넘어가 마무리 짓기까지 하나하나 다 재미있었습니다.
도시 이야기에서는 뮌헨과, 작가의 연구 주제였던 칼스루에의 도시 계획, 그리고 여러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나옵니다. 건축사적 이야기는 그 뒤의 현장 이야기에서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책 판형도 마음에 듭니다. 표지 때문인지 다른 책보다 세로가 길게 느껴지는군요. 세로가 긴 판형의 책-카오산 로드 같은 타입-은 책이 튼튼하기도 하고 보기에도 편합니다. 글이 많지만 보기 부담스러울 정도도 아니고 좋아하는 내용이다보니 글이 많은 것이 오히려 호감이 갑니다. 아아. 이런 편애모드라니...;;

건축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진동선, <사진가의 여행법>, 북스코프, 2008
김연, <딸과 함께 유럽을 걷다>, 한겨레출판사, 2007

사진가의 여행법은 지난주에, 딸과 함께 유럽을 걷다는 이번주에 다 읽었습니다.

사진가의 여행법은 교보에서 신간 검색을 하다가 찾은 책이고 딸과 함께~는 한겨레출판사의 도서목록을 보고는 흥미가 생겨 빌려온 책입니다. 둘다 도서관 출신입니다. 하핫; 모종의 이유로 도서 구입은 한 동안 미루고 있고 도서 구입이 가능한 자금(약 8만원)도 나중을 위해 남겨 두었습니다. 조만간 바쇼의 하이쿠 기행을 구입하지 않을까 싶지만 말입니다.

두 책은 조금 닮아 있습니다. 여행지가 유럽이라는 것, 부녀/모녀의 여행이라는 것-하지만 후기를 보니 사진가의 여행은 부녀만의 여행이 아니라 대 인원의 여행입니다-. 하지만 열흘 남짓의 여행과 두 달의 여행은 아무래도 차이가 날 것이고, 정확한 목적이 있는 여행(사진: 사진가의 여행법)과 배낭여행에 가까운 유럽여행은 다를 수 밖에 없지요. 제 취향은 전자입니다.

딸과 함께 유럽을 걷다가 제 마음에 들지 않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너무 여과 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딸과의 다툼과 화해, 짜증, 신경질, 화 등 여행하면서 겪은 일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읽는 제가 답답하다고 할까요. 게다가 딸이 쓴 일기를 그대로 적다보니 초성체 남발과 애들 단어까지 실렸습니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그런 쪽에 예민한 제게는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진솔한 여행기이니 여행의 모든 것을 보고 싶은 분이라면 괜찮습니다.


사진가의 여행법은 가격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구입하지는 않았지만 18000원이라는 고가임에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사진가인 아버지와 사진가를 희망하는 딸의 여행기다보니 실린 사진 하나하나가 다 멋집니다.
여행의 목적도 간단합니다. 사진찍기. 저는 처음에 읽을 때만해도 아버지와 딸 둘만 유럽여행을 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역시, 일행이 있었군요. 정확한 인원은 기억나지 않지만 다인승차를 빌려 프랑크푸르트부터 시작해 로맨틱 가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를 두루 거쳐 남 프랑스, 프로방스, 그리고 파리로 해서 다시 독일로 돌아옵니다. 렌터가가 있으니 가능한 경로라 생각하는데 유가가 비싼 지금은 아마 경비가 엄청나게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루에 100km 넘게 이동하는 것은 예사거든요. 사진이 목적이다보니 목적지도 그에 맞춰져 있습니다. 로맨틱 가도야 유명하기도 하고, 남프랑스는 니스를 포함해 아비용, 아를 등 유명 지역과 세계 최초로 사진에 찍힌 곳-사진 발명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까지 사진과 관련된 곳을 열심히 다닙니다. 길 위의 사진들과 골목길의 사진들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올 컬러다보니 책이 무겁긴 하지만 판형이나 지질도 좋습니다.
그러나 단점이 없을리 없지요. 보고 있으면 사진기를 들고 뛰쳐나가고 싶습니다. 게다가 아주 친절하게, 책 말미에는 여행시에 사진을 찍으러 다닐 때 주의해야할 점도 적어두었습니다. 메모리는 고용량이 좋다는 것, 가능하다면 미니 노트북을 들고 가서 사진을 자주 옮겨 담아 메모리 부족으로 사진을 못 찍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것, 다양하게 찍고 싶다며 카메라나 렌즈를 바리바리 싸가면 짐만 된다는 것. 살이 되고 피가 되고 돈이 나가는 충고들입니다.(먼산)
제본문제상 사진 가운데가 찝혀 보이는 것도 아쉽습니다. 완전히 펼쳐지는 타입의 실제본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러면 책이 튼튼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여행기를 보고 있자니 정말 달려 나가고 싶습니다. 흑..



사카구치 안고, <불연속 살인사건>, 동서문화사, 2003
롤프 포츠, <여행자의 영혼을 깨우는 여행의 기술>, 넥서스BOOKS, 2008
다이라 아즈코, <먹고 자는 곳 사는 곳>, 웅진지식하우스, 2007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읽었는지 아닌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집은 책 한 권, 신간 소개를 보고 집은 책 한 권, 훑어보다가 책이 뭔가 귀여워 집은 책 한 권.
셋다 그리 길게 리뷰를 쓸만한 책은 아닙니다.

불연속 살인사건은 그냥 추리소설입니다. 엉뚱하게 모인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가운데 하나 둘 씩 이유 없이 살해당하고 숨겨진 까닭을 찾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예전에 읽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일단 집어 들었는데 읽고 난 뒤에도 모르겠습니다. 두 번 읽었는지 아닌지 가물가물하네요. 예전에 보았던 엘러리 퀸 시리즈의 한 권과 조금 닮아 있습니다. 살인 사건의 배경 부분이 말입니다. 이 이상 이야기 하면 내용폭로가 될테니 함구!

먹고 자는 곳 사는 곳은 공사판 이야기입니다. 직장내 상사와 불륜관계를 유지하며 일에 치이던 한 아가씨가 비계공에게 도움을 받은뒤 그 사람에게 홀딱 반해서 갑자기 건축계로 전직합니다. 그리고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건축과 관련된 묘사가 굉장히 상세합니다. 이쪽 업계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웃으며 보실 수 있을겁니다.(아마도;) 내용이 길지 않고 짤막한데다 밝은 분위기의 소설이라 좋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소재로도 소설이 나오는구나 싶더군요.

여행의 기술은 알랭 드 보통의 동명 책과 헷갈리면 안됩니다. 원제와 번역제목 사이의 거리가 태평양만큼 넓습니다. 원제는 배가본딩. 이노우에의 만화책 제목의 그 배가본드에 ing를 붙인겁니다. 패키지와는 정 반대이며 그렇다고 배낭여행도 아니고, 하여간 딱 잘라 정의 내릴 수 없는 소박하고 작은(어쩌면 큰?) 여행에 대한 안내서입니다. 배가본딩이 어떤 종류의 여행인지는 직접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쉽게 말하면 한비야씨나 김남희씨의 여행을 배가본딩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말로 정확히 설명은 못하지만 감은 잡으셨을걸요.
어딘가에 얽매여 나중에, 언젠가, 돈 생기면, 시간 생기면 간다는 사람들에게 일갈을 하고 지금 즉시 짐싸서 여행을 떠날 것을 종용합니다. 그러니 지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회사를 때려치우고 뛰쳐나가고 싶다(그러나 그러면 안된다)라고 생각하는 분은 이 책을 읽기 전 화를 가라앉히고 보세요. 해도 된다면 상관없지만 안된다면 이 책이 기폭제가 되어 진짜 사표 던지고 뛰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뭐, 이 책이 권장하는 것은 그런 마음가짐과 행동력입니다만, 저는 그럴 용기도 생각도 없습니다. 유유자적, 뒹굴뒹굴, 마음 편하고, 백 그라운드가 확실한 여행을 선호하니까요. 말하자면 산호초 밖의 망망대해에서 스노쿨링하는 것보다는 리조트 앞의 야트막한 자연 산호초 수영장에서 스노쿨링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겁니다. 안정지향적이라...;

Jamie와 나이젤라 요리책은 몇 주째 방치중입니다. 사진이라도 훑어 보아야 리뷰를 쓸 건데 손이 안가는군요. 역시 책이 너무 두꺼워 그런겁니다.;


Kaoru Mori, <엠마 1-9>, 북박스(랜덤하우스), 2007
Kozue Amano, <아쿠아 1-2, 아리아 1-11>, 북박스(랜덤하우스), 2008
Kariya Tetsu, <맛의 달인 100>, 대원씨아이, 2008

아쿠아와 아리아는 한참 전에 구입했지만 리뷰를 이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올리지 않았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거든요.
아마노 코즈에는 꽤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크레센트 노이즈는 그 당시 제 취향과 잘 맞아 떨어져서 1-6권까지 차근차근 구입했고-완결권이 나왔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지금은 구하기도 어려울겁니다- 지금도 가끔 꺼내 봅니다. 남녀 비율이 꽤 비슷했던 전작에 비해 아쿠아나 아리아는 여자 비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배경이 그렇다 보니 당연한 이야기겠지요.

아쿠아는 아리아의 전작인데 왜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조금 궁금합니다. 이어지는 이야기 전체를 그려도 좋았을 건데 말입니다. 아마 이야기의 발단 부분은 따로 떼어서 연재하다가 나중에 이어 그리지 않았을까 추측할 정도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간단합니다. 모종의 사태로 인해 화성 극지에 있는 얼음이 몽창 녹아 화성은 물의 도시가 됩니다. 화성에 물이 있고 대기가 있자 지구에서 많은 사람들이 화성으로 이주하고 거기에는 지구의 베네치아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있습니다. 공전주기가 지구의 두 배라 여기는 1년이 24개월입니다. 계절도 딱 두배지요. 한 계절이 6개월...여름이 6개월이라니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네오 베네치아는 물 바로 옆이라 굉장히 덥습니다. 묘사되는 것을 보면 한 여름의 도쿄인데 습도는 70-80% 정도이고 기온은 아마 35도 이상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한 여름엔 단 한 번도 일본에 가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이 한 겨울...;)
하여간 이런 네오 베네치아의 풍광은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여행온 사람들도 많고 하다보니 이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안내원도 존재합니다. 지구의 베네치아에서와 마찬가지로 곤돌라를 타고 돌아다니며 각 명소들에 대한 안내를 하고 때로는 아리아를 불러주기도 합니다. 단, 이들 관광안내원은 다 여자입니다. 베네치아는 남성이지만 네오 베네치아의 수상안내원은 전부 여자. 그리고 수습단계부터 시작해 프리마까지 세 단계로 나눠 운영됩니다. 주인공인 아카리는 네오 베네치아의 수상안내원이 되기 위해 지구에서 화성으로 오게 되고, 아리아 컴퍼니라는 작은 회사에서 네오 베네치아 최강(最强)의 수상안내원인 프리마 아리시아의 밑에서 일합니다. 지구에서 화성으로 건너와서 아리아 컴퍼니에 들어간 초기의 이야기가 아쿠아,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 프리마가 되기까지 정진하는 이야기가 아리아입니다.
설정도 매력적이지만 각 계절과 축제기간별로 보여주는 여러 에피소드가 맛깔납니다. 듀시스님이 아리아에 대해 카페 알파를 닮았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더군요.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세요. 계절감을 잘 살린 이야기들이 절로 단팥죽이나 바람종 같은 계절의 상징물을 찾게 만듭니다. 물론 이게 일본의 계절감이라 그렇지만..... 한국의 여름은 죽부인이죠.



맛의 달인보다 아빠는 요리사가 먼저 100권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맛의 달인이 먼저 세자리 고지를 찍었습니다. 80권 가량까지는 보았는데 그 뒤로 손을 안대서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유우코가 임신중이란 것, 100권이 아오모리 특집이라는 것 정도가 중요하죠. 아오모리라고 하면 환호성을 지를 몇몇 분들이 눈에 선합니다.(웃음) 생협 번개 때 들고 가겠습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리뷰를 돌린 엠마. 10권은 언제 나오는 겁니까!
저는 7권까지의 본편 이야기보다 8, 9권의 외전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G와 같이 이야기한 것처럼 10권에 나오는 모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아홉 권을 통 틀어 가장 잘생겨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이 이유가 대략 40%를 차지하지만 나머지 60% 중 절반 이상은 빅토리아 시대가 배경이라 취향이라는 점, 나머지는 작가의 그림과 내용 구성입니다. 지금까지 왜 사지 않았을까 후회했지만 한 번에 몰아서 볼 수 있었고 세일기간을 이용해 30% 할인 구입을 했으니 괜찮습니다.(...) 이젠 10권이 나오기만을 기다려야죠.

신인철, <마법의 지갑>, 한스미디어, 2008
재미있는 동화지만 지갑 관리에 대해서는 굉장히 잘 지적한 책입니다. 보고 있자니 저도 지갑 하나가 가지고 싶어진..(이게 아닌데;)


이동진, <바리스타 따라잡기>, 엠북스, 2008
커피 프린스 제작 당시의 감수를 맡은 사람이 쓴 책이라는데 사기 보기엔 돈도 시간도 아깝습니다. 본격적이지도 않고 입문서라기에는 너무 설렁설렁하고. 그냥 사진이 화려한 커피책.

리처드 용재 오닐, <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감>, 중앙북스, 2008
이 책을 먼저 보신 분이 글이 어렵다 해서 조금 걱정했는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읽고 나면 클래식 CD를 사고 싶어진다는 것이 단점.

신한균, <우리 사발 이야기>, 가야넷, 2005
필견. 막사발이 아닌 그냥 사발입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일본의 찻사발들은 한국의 밥그릇이 아닙니다. 제기라고 말하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한국 밥그릇은 그렇게 안 생겼지요.
사진만 봐도 사발 하나를 지르고 싶어지는 책이니 그 부분은 주의하세요.

이지성, <꿈꾸는 다락방>, 국일미디어, 2007
교보에서의 평은 120개나 달려 있으면서 디자인, 책 내용 모두 별 다섯인데 저는 그닥..?
생생하게 꿈꾸어라, 그러면 이루어진다라는 것이 주 내용인데 미묘합니다.; 이런 책은 가르쳐주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문제거든요.



피로에 지쳐-왜 그런지는 저도 모릅니다. 일단 계획서 하나를 완료해야 좀 피로가 풀리려나-글을 길게 쓸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간단 리뷰. 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감, 우리 사발 이야기는 이후에 자세한 글이 올라갈지도 모릅니다.'ㅂ'
        

강봉조, <나는 오후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카를로 페트리니,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이후, 2008
피터 멘절, <헝그리 플래닛>, 월북, 2008

작은 탐닉 시리즈인 나는 오후에 탐닉한다를 먼저 읽고, 헝그리 플래닛을 읽고, 슬로푸드 맛잇는 혁명을 나중에 읽었습니다. 하지만 책 크기도, 작가도, 분위기도 다른 책들임에도 일맥 상통하는 것이 있습니다.

강봉조씨는 사진작가입니다. 하지만 사진뿐만 아니라 공사도 하고, 집 인테리어도 하고, 직접 페인트칠도 하며 집 수리도 잘 합니다. 시카고에 예쁜 집을 한 채 사놓다 보니 예산이 부족해서 집 수리는 직접 몸으로 뛰어가며 해서 그런 것이겠지요.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조금씩 고치며 아기를 키우며, 집 옆에 텃밭을 만들고 마을 공동 채소밭도 가꾸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 맛있는 채소를 직접 키웁니다. 농약도 화학비료도 쓰지 않고, 바둑이의 배설물과 여러 가지를 모아 퇴비를 만들어 채마밭에 줍니다. 검은색의, 비옥해보이는 토양에서 기른 채소는 밥상에 올라 식구들의 입을 즐겁게 합니다.


슬로푸드에서 말하는 맛있고 건강한 음식들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유를 대량생산하는 홀스타인종이 아니라 토착종으로, 적지만 진한 우유를 생산해 마을 특유의 치즈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소들의 이야기와 재래종의 다양한 옥수수를 키우려 하는 인디오들의 이야기도 이런 맥락에 닿아 있겠지요. 세계은행의 추천대로 해안가에 참새우 양식장을 만들었지만, 새우에게 주는 먹이가 부패하고, 대량의 항생제를 투여하며 해안은 망가지고 망그로브 숲은 사라집니다. 그 결과는 쓰나미로 돌아옵니다. 2005년의 대 지진으로 인한 대형 해일은 해안을 덥쳤고, 파도 완충판 역할을 하는 망그로브 숲이 사라진 그곳은 엄청난 피해를 입습니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들이 그 지역을 "조금 더 잘 살게"하겠다며 돈을 벌기 위한 참새우 양식장을 만들었고 남은 것은 쓰나미의 피해뿐입니다. 만약 원주민들이 하던대로 작물 재배를 했다면 휴경기간에 참새우를 길러 여분의 수익을 올리고 땅은 또 잠시 쉴 수 있었을 거랍니다. 참새우 양식은 했습니다. 다만 대량이 아니었고 환경친화적으로 했다는 것이 달랐을 뿐입니다.

인디오들이 재배하는 대부분의 옥수수도 다국적 종자회사에 특허권이 있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한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작물도 아마 그 종자회사들이 특허 취득을 했을겁니다. 미스김라일락이 그렇듯이 말입니다.


헝그리 플래닛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식문화를 보여줍니다. 평균적은 아닐지 몰라도 그 나라를 다니다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가족들의 집을 방문해 그들의 1주일치 식량을 구입하고 사진을 찍고 함께 생활합니다. 북쪽으로는 그린란드, 적도 근처의 나라들, 그리고 차드의 난민촌, 미국 텍사스, 일본의 오키나와, 중국의 농촌과 도시 근교 마을. 하여간 다양한 여러 나라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식문화는 그리 다양해보이지 않습니다. 절반 정도의 국가에서는 청량음료와 맥주와 콜라가 빠지지 않습니다. 특히 콜라! 일주일 마시는 콜라를 모아 찍은 사진을 보면 정말 무섭습니다. 4인 가족이 저렇게 많은 콜라를 마신다니, 그 여분의 칼로리는 어디로 갔을까 싶습니다. 아이들의 입맛은 인스턴트로 향하고 있고 좋아하는 음식의 상당수가 패스트푸드랍니다. 점차 지구촌의 입맛은 하나로 모아지고 있는 걸까요. 슬로푸드와 헝그리 플래닛을 읽는 동안 서로의 글이 번갈아 떠오릅니다.



무거운 이야기는 이정도.
헝그리 플래닛은 책이 굉장히 무겁습니다. 그래서 읽는 도중에 몇 번은 들고 나가기 무겁다면서 슬로푸드를 들고 나갔습니다. 슬로푸드는 판형이 헝그리 플래닛보다 크지만 두께는 얇고 무게는 훨씬 가볍습니다. 지질의 차이입니다. 헝그리 플래닛은 전면 컬러화보에 아트지를 썼으니 무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고로 치한이 달려든다 싶으면 주의하세요. 이 책을 휘둘렀다가는 과실치사일겁니다.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잘못 맞으면 살인 미수까지도..? 하지만 헝그리 플래닛의 매력은 그 생생한 사진들입니다.
보고 있는 내내 집안의 일주일 식량을 몽창 꺼내 찍어보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저렇게 일주일치 식량(간식)을 한 번에 사두면 하루면 없어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아이스크림은 이틀이면 동이 날겁니다. 그런 무서운 일은 못하죠.

.. 그러고 보니 하겐다즈가 사진에 한 번도 등장을 안 한 것 같은데...?;

요네자와 호노부,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노블마인, 2007

그냥 제목을 봐서는 뭔가 싶은데, 원제를 보면 분위기가 조금 더 확실해집니다. 원제에는 한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거든요. 저도 그렇지만, 주인공인 오사나이는 한정 디저트라면 사족을 못씁니다. 그러니 오죽하면 두번째 권인 여름철 트로피컬~에서는 친구를 함정에 빠뜨리고는 같이 여름한정 디저트 순례를 다니겠습니까. 하하하;


제목에 홀려서 본 책이지만 의외로 괜찮습니다. 특히 봄철 딸기 타르트에서 조금씩 밝혀지는 주인공들의 진면목은 남자여우, 여자늑대라는 역자의 평이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왜 숫여우, 암늑대가 아닌지는 읽어보시면 알겁니다.

책에는 4-5편 정도의 단편이 들어 있지만 각각의 단편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챕터라 보고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보아도 상관없지만 각 편에서 사건이 (거의) 완결되기 때문에 따로따로 골라서 읽어도 좋습니다. 단, 어느 이야기를 읽든지 케이크나 기타 디저트에 대한 언급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디저트를 미리 준비하고 읽으시거나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읽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맛없는 디저트나 양산형 과자는 피하세요. 이중으로 염장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못하면 읽는 도중에 지갑을 들고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을 사러 뛰어 나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서양 골동 양과자점은 전직 영업맨의 능수능란한 말솜씨에 넘어간다지만 여기는 그 다양한 목록을 읽고 있노라면 절로 머릿 속에 모습이 떠올라 홀리는 겁니다. 특히 일본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여러 간식들(일본에서는 스위츠라 부르는 단과자들)을 많이 보셨다면 염장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그럴 때는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고바토에게 감정 이입을 하시면 약간 도움이 됩니다. 어디까지나 약간이고, 고바토 마저도 맛있게 먹고 있는 여름철 트로피컬~의 디저트들은 2차 충격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P5에 가서 딸기 쇼트 케이크와 크렘 브륄레를 시켜 놓고 유유자적하게 읽는 것이지만 비용이 상승하니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읽는 사람의 지갑에 달려 있습니다.

봄철~과 여름철~이 있으니 가을과 겨울도 있겠지요. 여름철의 끝부분을 본 이상 가을철과 겨울철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이들 두 사람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 그보다는 다음 권에 어떤 한정 디저트가 나올지가 더 궁금하군요. 허허;


가도와키 히로유키, <에스프레소 만들기>, 우듬지, 2006
김민주, <커피 경제학>, 지훈, 2008

에스프레소 만들기는 도서관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집어 들어 훑어 보고는 상세한 내용에 반해 빌려온 책입니다. 그렇게 홀딱 반해서는 반납하기도 전에 구입을 했지요. 허허;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방법에 대해, 커피콩부터 시작해 각 단계별로 세세한 설명과 사진을 곁들였습니다. 보고 있자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망상이 든다는 것이 문제죠. 이것이 그렇게 말처럼 쉬운 단계는 아닌데 말입니다.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잘 설명했습니다. 특히 뒤에 소개된 메뉴는 다양하기도 하고 독특한 메뉴도 여럿 섞여 있습니다. 이모저모 도전해보고 싶은 메뉴도 많았고요. 어디까지나 해보고 싶은에서 멈춰 있는지만요.
(일단 카페인 민감증이 좀 가셔야 뭔가를 ... )


커피 경제학은 가격 대 성능비가 조금 미묘합니다. 책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도 있고요. 활자가 크고, 책이 좀 무거운 편이며, 편집 방식이 구형입니다. 책 자체는 재미있긴 한데 재미에서 끝나는 수준이랄까.. 두 번 읽게 되지는 않을 듯합니다. 대신 2008년도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책에서 인용된 자료, 통계 등이 최신입니다. 2007년도 것도 있고 해서 최신 경향을 반영했다는 것은 볼만 합니다. 책으로 쓰다보니 두루뭉실하게 넘어간 부분도 많지만 말입니다. 커피 체인점들의 커피 맛에 대해서는 그렇게 넘어가더군요.

다른 것보다 흥미로운 것은 스타벅스에 대한 분석입니다. 스타벅스가 취하고 있는 전략적인 공세에 대해 알기 쉽게 잘 풀어 놓았습니다. 특히 공격적 매장 확대는 이 책을 읽은 다음날 직접 눈으로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학로 근처, 정확히는 성대입구 버스정류장 주변 지도입니다. 혜화로터리에서 창경궁(서울대병원 후문) 방향으로 가다보면 나옵니다.

대학로에 있는 스타벅스는 제가 아는 것만 두 개입니다. 하나는 혜화로터리에 있고 다른 하나는 대학로 큰길가에 있습니다. 큰길가 쪽은 스타벅스 2호점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긴지 오래되었지요. 혜화로터리에 있는 것도 생긴지 1년 남짓?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이 주변을 아시는 분이라면 던킨도너츠가 저 주변 어디에 있었나 고개를 갸웃하실겁니다. 버거킹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들어온 것이 얼마 전, 4월 30일에 개업했습니다. 관련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 주변 지역은 커피체인점이라고 있는 것이 할리스가 전부였습니다. 그나마 할리스도 지난 겨울에 개업했고요. 서브웨이는 지도 상에서 스타벅스가 들어가 있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4월 초, 이전한다는 게시물을 남겼더니 길 건너에 5월 하순 오픈 예정으로 공사중입니다. 일단 주변 지역의 점포 개업순서대로 적어보자면...

- 서브웨이는 성대 방면, 버거킹 옆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꽤 오래되었지요.
- T 플러스는 생긴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저 건물이 리모델링 하고 나서 들어왔으니 말입니다. 여기는 커피는 팔지만 오픈이 12시. 그리고 음식류도 있고 자릿세도 있어서 가격 대가 높습니다.
- 할리스는 지난 겨울에 생겼습니다.
- 버거킹이 없어지고 던킨이 들어온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버거킹의 철거는 몇 달 전에 완료되었지만 던킨카페의 오픈은 4월 30일. 공사를 미루고 있다가 한 번에 한 모양입니다. 2호선 홍대입구 카페 파리바게트(인지 파리크라상인지) 옆의 던킨 카페보다 훨씬 전부터 준비했습니다.


4월 30일, 오픈한 이후 사람이 바글바글한 던킨. 그런데 그 직후, 비어 있던 서브웨이 옛자리에 스타벅스가 입점한다는 공사가림막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그게 생긴 것은 지난 수요일입니다. 5일 아침까지만 해도 없었지요. 있었다면 그날 당장 G에게 이야기 했을 겁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하루 이틀 정도의 오류일겁니다. 지난주에는 확실히 없었습니다.)
혜화로터리에서 여기까지는 200미터를 넘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 스타벅스가 하나 더 들어선다라. 그리고 바로 옆에 던킨 카페, 길 건너편은 할리스. 왠지 노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경우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은 할리스일겁니다. 던킨은 커피와 도넛이 주력 메뉴이지 커피가 주력 메뉴는 아닙니다. 커피 판매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도넛의 판매는 오히려 상승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곁들임 메뉴(사이드 메뉴. 빵이나 케이크)가 비싼 편이라 사람들이 1천원 선인 던킨 메뉴를 사다가 스타벅스에서 먹는 쪽을  택할테니까요. 조금 느끼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T플러스는 커피 체인점이라기 보다는 밥 먹고 진득하게 붙어 있는 공부형 카페라는 느낌이라 영향을 많이 받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좀 매상이 줄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근처에 갈만한 커피체인점이 없어 들어갔던 사람들이 스타벅스로 발길을 돌릴 수 있으니까요.
서브웨이는 매상이 오를 수도 있습니다. 커피와 함께 샌드위치를 먹으려는 사람들도 나오겠지요. 길 건너편이라 멀긴 하지만 그래도 이 주변에 샌드위치 전문점은 없습니다.(성대 방면으로 올라가면 있을지도 모르지만 거기는 논외. 여기는 버스정류장 주변이고, 주로 대학로에서 올라와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문제는 할리스입니다. 가격 대가 스타벅스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거든요. 위의 <커피 경제학>에서는 할리스 가격대가 스타벅스보다 낮다고 했는데 크게 낮지 않습니다. 저처럼 KTF로 사이즈 업그레이드를 하는 경우, 거기에 텀블러도 들고가 할인을 받으면 카페라떼 한 잔에 3천원입니다. 톨 사이즈를 숏사이즈 가격에 마실 수 있고, 텀블러 할인을 300원 받으니 그렇게 나옵니다. 기억에 의하면 할리스의 카페라떼 가격이 3300원인가 3500원입니다. 거의 차이가 없지요. 물론 KTF 할인을 받으면 가격이 낮아집니다만, 저는 할리스와 스타벅스가 있으면 웬만하면 스타벅스로 갑니다. 할리스 커피는 제 입맛에 안 맞습니다. 두 번인가 마셨지만 두 번 다 맛이 없었습니다.

대학로 내 할리스 매장은 제가 아는 것만 해서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하이퍼텍 나다 1층에, 하나는 여기 있는 할리스입니다. 하이퍼텍 나다 근처에는 스타벅스가 들어갈 만한 자리가 없지만 있다면 거기도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왠지 스타벅스가 할리스에 대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는 느낌인걸요. 대학로에 있던 할리스는 폐점했는데.... (먼산)

어떻게 상황이 흘러가는지는 스타벅스 오픈 이후 몇 달 간 관찰해 보고 올리겠습니다.'ㅂ'
  

김연희, <함께 드실래요?>, 랜덤하우스중앙, 2006
오기와라 히로시,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작가정신, 2007
오기와라 히로시, <하드보일드 에그>, 작가정신, 2007
마츠오 바쇼, <바쇼의 하이쿠 기행 1-3>, 바다출판사, 2008


오로로콩밭부터 시작합니다.'ㅂ'
이 책을 추천받은 것은 작년입니다. 책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깝게 지내는 분이 이 책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고 꼭 보라고 추천을 했는데 내용이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어 이제야 읽어보았습니다. 지금봐도 제 취향은 아닙니다.; 중간 내용은 홀랑 넘어갔으니까요.
내용이 독특합니다. 설정이 그리 독특하지 않을 수 있고 조금은 빤히 보이지만 그 과정이 더 재미있습니다. 순박한(..) 시골 사람들이 마을 홍보를 위한 프로젝트를 세우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플롯은 그렇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 프로젝트를 세우는 과정에서 오간 대화입니다. 시골이니까 당연히 사투리가 튀어나오고, 절묘한 번역 덕에 대화가 귓가에서 들립니다. 성우 더빙한 것처럼 그 느릿느릿한 대화가 들리니 정말 웃기죠. 거기에 벌어지는 상황상황이 허를 찌르기 때문에 독특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제가 이 책을 별로 안 좋아한 것은 이런 류의 긴박감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소재의 취향차랄까요?
하드보일드 에그 쪽이 좀더 제 입맛에는 맞았습니다. 이쪽은 전작보다는 추리소설에 조금 더 근접한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삶은 달걀인겁니다. 왜 제목이 삶은 달걀인지는 앞부분 조금만 보셔도 아실겁니다.

그러고 보니 어쩌다가 오로로콩밭을 추천받았는지 기억났습니다. <벽장속의 치요> 때문이었군요. 괜히 읽었다고 투덜댔더니 이 책은 재미있다고 추천해주신 거였지요. 제 입맛에는 맞지 않았지만 꽤 괜찮은 소설입니다.'ㅂ'


<함께 드실래요?>는 어쩌다 미국에 건너가게 되면서 다양한 국가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며 그들에게 요리를 배운 김연희씨가 낸 요리책입니다. 그러니까 다국적 친구들에게 배운 다국적 요리법 모음인거죠. 다국적 요리법이라 어렵게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실제 요리법을 보면 약간 변형을 해서 주변에 있는 재료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게 바꿔놓았습니다. 하지만 요리법이 지나치게 간략해서 요리를 좀 해본 사람이 아니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께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요리 수필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신기한 요리들도 많거든요. 다른 것보다 뉴질랜드의 디저트 파블로바가 나온 책은 처음 보았습니다. 만드는 법도 굉장히 간단한 걸요.


그리고 마지막인 바쇼의 하이쿠 기행. 1-3권을 한꺼번에 빌려 지금 3권만 남았습니다. 내용 자체는 너무 간단하고 일본의 역사나 지리를 모른다면 재미없을 겁니다. 각주도 아니고 미주라서, 미주 부분과 본문을 왔다갔다 하며 보는 것도 불편하고요. 하지만 그런 수고로움을 한 번에 날릴 수있을 정도로 마음에 든 것이 책 디자인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렸기 때문에 겉표지는 검색하면서 처음 보았지만, 정말 예쁜걸요. 바다출판사에서 이런 얇은 책들은 귀엽고 예쁘게 잘 내는데 이번 책들도 마음에 듭니다. 게다가 다 실제본이라 튼튼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체가 다 아트지에 컬러. 그리고 바쇼와 관련된 다양한 그림들이 함께 실려 있어서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 책은 내용보다 그림과 장정이 마음에 들어 이후 구입할 예정입니다. 세 권을 나란히 모아서 꽂아 놓으면 참 예쁠겁니다. 가격이 예쁘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군요. 3권 세트에 34800원. 할인쿠폰도 이제는 출간한지 18개월 이내의 책에는 못 쓰는데 그냥 10% 할인가로 사야하나봅니다.(훌쩍) 그래도 그럴 가치가 있으니까요.


사카키 쓰카사, <끊어지지 않는 실>, 노블마인, 2008


책의 타입을 설명하자면, <스텝파더스텝>계입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도둑 아버지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이 책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최근에는 계속 노블마인 책만 보고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책이 취향에 맞나봅니다. 이 책도 구입해도 괜찮다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인공인 가즈야는 평범한 이름 그대로 평범한 세탁소 집 아들입니다. 하지만 세인트 미드 마을의 예에서도 나타나듯, 사건이 없는 마을은 없고 평범함이란 항상 숨겨진 무엇인가를 두고 있지요. 마을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을 가즈야가 친구 사와다에게 이야기 하면 사와다는 머리를 잠깐 굴린 다음 해결해줍니다. 속 시원하게는 아니고 "마법의 주문"을 가즈야에게 건네주고 그 주문을 수수께끼의 대상에게 말하면 대상은 졸졸 끌려와 사와다의 카운슬러를 받고, 가즈야는 사와다의 해설을 통해 이해를 합니다. 설명만 하자면 책상 탐정? 아니, 직업이 카페 아르바이트니까 카페 탐정입니다. 하지만 이런 설정은 말그대로 설정일뿐이고 실제 책을 읽어보면 그 분위기에 젖어 가즈야나 하라다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변하는 모습도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제목인 끊어지지 않는 실도 그런 의미에서 지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사람의 인연은 실로 연결되어 있지만 한 번 연결되면 끊어지지 않고 죽 이어지니까요. 특히 가즈야처럼 한 마을에서 계속 살아간다면 말입니다.

이 책을 보기 전에 생협 번개 때 본 반짝반짝 은하마을 상점가가 떠오른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양쪽 모두 읽어보면 뭔가 흐뭇하니 기분 좋으니까요.







그러나 이 책의 묘미는 그런게 아닙니다. 뭐랄까, 딱 뒤통수를 치는 몇 군데의 문장이 특히 뇌리에 남거든요.

"네가 그 어딘가라면 참 좋을텐데" 라든지 (마스터가 이 부분을 읽으시면 책을 붙들고 데굴데굴 구를겁니다)
'아버지, 좋은 걸 주우셨군요'라든지.

덧붙이면 세탁의 기술도 함께 배울 수 있습니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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