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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완. 『꿈속을 달리는 늑대』


누군가 제게 개과냐 고양이과냐 묻는다면 고양이라고 단언할테지만 늑대는 예외입니다. 늑대를 포함해 개과 동물 중에서도 큰 녀석들은 고양이 못지 않게 호감도가 높습니다. 물론 저는 매우 게으른 인간이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들일 수 없으니 랜선이웃을 자처할 따름입니다.

한국은 이미 늑대건 이리건, 개과의 포식동물들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그렇다보니 뉴스 등으로 자주 만나는 호랑이보다도 늑대에 대한 호기심은 더 큽니다. 그러니 늑대가 등장하는 소설은 일단 읽어보고 봅니다. 아, 늑대인간류는 예외입니다. 그쪽은 높은 확률로 (고딕)공포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무서워서 잘 못봅니다.

이 소설도 공포소설입니다. 작품 분류도 호러, 판타지로 되어 있고요. 개인적인 분류로는 호러 판타지보다는 환상소설에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을 강화시키는 건 마지막 부분입니다. 그 부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저도 공포소설이라 생각했으니까요.

이하는 내용이 섞여 있지만 감상에는 크게 방해되지 않는다...고 소심하게 주장해봅니다.


화자인 나(에밀리)는 사진작가인 삼촌이 있습니다. 모험심이 강하고 호기심 또한 강했던 삼촌은 여행을 떠났다가 사망하고, 유품과 마지막 편지가 에밀리에게 도착합니다. 편지에는 삼촌의 마지막이 어땠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 담겼습니다. 여기까지는 호러에 가깝지만 거기서 이어지는 마지막 문단은 이 소설을 환상소설로 바꿉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그 후반부입니다. 아마도 융단에 실려 따라온 것이 아닌가 싶은 그 정경은 에밀리에게 글로는 전해지지 않은 다른 무언가를 건넵니다. 어쩌면 삼촌과의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나누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지요. 다른 것보다 평소 늑대에게 갖고 있던 이미지와 매우 잘 어울리는, 달리는 늑대라는 점이 더 마음에 듭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는 소설을 직접 읽어보시면 알겁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위시한 풍경 사진작가들은 의외로 여러 위험에 노출됩니다. 그렇게 목숨을 잃은 사진작가의 이야기 중 가장 최근에 들었던 건, 탐사를 갔다가 화산폭발에 휘말려 사망한 사진작가의 유품인 카메라를 제조회사가 직접 수리해서 유족에게 전해줬다는 에피소드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알래스카의 사진을 많이 찍어 남긴 호시노 미치오입니다. 사진 촬영을 나갔다가 곰에게 절명한 사진작가거든요. 그런 일이 심심찮게 일어난 걸 알고 있다보니 작품 속 삼촌의 선택도 이해가 됩니다. 이미 경고를 들었고, 그걸 어긴 것은 자신이니 체념한 것이 아닌가 싶고요. 그럼에도, 날이 밝을 때까지 버틸 수는 없었을까라는 안타까움이 조금 남더랍니다. 물론 그 뒤의 이야기와 이어지면 그건 그대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 밤에는 꿈에서 늑대를 만나길 기대해봅니다. 물론 굶주린 늑대 말고, 마지막 문단에 등장하는, 그런 늑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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