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동안 읽은 책을 일단 적어 놓고 보니 네 권이 아니라 다섯 권이었군요. 밀렸던 리뷰까지 적어봅니다.



와카야마 요코. 『가토 인비저블: 과일과 채소 슬라이스를 쌓아 만드는 아름답고 맛있는 층층 케이크』.


책이 매우 얇습니다. 79쪽. 얇긴 하지만 내용 자체는 알찹니다. 요즘 일본에서 유행하는 가토 인비저블이란 프랑스과자를 통째로 다룬 책입니다. 트위터 계쩡인 TastyJapan에서도 가토 인비저블이 종종 등장하는데, 만드는 방식은 그라탕과 매우 유사합니다. 특히 감자그라탕 말이지요. 감자를 아주 얇게 썰어서 틀에 겹겹이 쌓아 올리고 거기에 반죽이나 화이트소스를 흘려 넣어 굽는 것이 감자 그라탕이라면, 가토인비저블은 원래 디저트 입니다. 과자류니 이름도 가토지요. 가장 기본은 사과를 아주 얇게 썰고, 반죽을 만든다음 함께 뒤적여서 고루 반죽이 묻게 한 다음 반죽묻은 사과를 틀에 켜켜이 쌓습니다. 맨 위에 부서진 사과와 반죽을 부어 넣고 구우면 완성.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잘 안 보여서 채소류 멱이기 좋다는 의미로 인비저블..인가 싶기도 합니다.


반죽은 커스터드크림과 비슷하고, 대강 만든다면 핫케이크 반죽을 묽게 만들어서 대치하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뒷부분에는 과일이 아니라 채소를 넣어 만든 식사용 가토 인비저블도 나오는데, 주키니로 만든 걸 보고는 애호박전이 떠올랐습니다. 아니, 부추전도 좋군요.


가토 인비저블의 기본을 닦아주고 그걸 바탕으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니 도전해보셔도 좋을 겁니다. 그러고 보면 클라푸티도 언뜻 떠오르는데, 그 쪽은 파이나 타르트계통이니까요. 조금 다르죠.




누마하타 타오키, 시모죠 미오. 『미니멀 밥상: 식재료, 조리법, 그릇까지 최소한으로 미니멀 키친라이프』.


쉽게 말하면 반찬 돌려먹기입니다. 이전에 천연생활에서도 한 주간의 식생활 구성에 이와 비슷한 건이 나온적 있습니다. 한 식재료를 두고 음식 하나를 만들면 그 다음 끼니에는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여 같은 재료지만 다른 음식을, 그리고 다시 활용하여 또 먹는 식. 이쪽은 그보다는 더 단순하게 하나의 반찬을 다양하게 구성하거나 최소한의 식재료로 다양하지만 간소한 음식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미니멀 밥상인 것이고요.

아예 그릇도 큰 것이 아니라 작은 유리 그릇으로 하고, 냉장고에는 2~3종의 반찬을 두어 그날 그날의 특별식을 만들면 나머지 상차림은 간소하게 준비합니다. 손이 덜가고 어렵지 않게 집에서 밥 챙겨 먹으려는 노력인 겁니다.


만. 제 게으름은 이미 그것도 넘어갔습니다. 하하하. 다음 장에 가면 토마토 사다가 주스 만들어야겠네요. 최소한의 섬유질 확보를 위해 토마토 주스를 만들려는 노력이 그나마 마지노선인겁니다. 정 안되면 집에서 토마토 훔쳐갈까.=ㅠ=

(그보다는 장에서 구한 토마토가 주스 만들기에 좋다)


자취한지 얼마 안되었다면 추천합니다. 그리고 책에서 소개하는 1인분 양도 상당히 적으니 감안하고 보셔야 합니다.




도이 요시하루.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한 그릇으로도 온전하게 일즙일채 식사법』.


읽다가 포기하고 훑었습니다.

저와는 매우 의견이 안 맞는 책이더군요. 식사에 대한 책이기는 하나, 식사법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가능한 간소하게, 일본 전통식을 먹자라든지 일본의 된장국이 매우 우수한 음식으로, 넣는 재료에 따라 균형잡힌 식사가 가능하며 거기에 밥을 맞춰 소박한 식사를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내용을 강조하는 책입니다.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 한국이나 중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식문화를 두고 일본 특유의 운운하는 부분은 걸리더군요.

무엇보다 읽다보면 이러한 가정식의 기본 자체가 가정주부에게 짐을 지우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제가 국물 음식을 즐기지 않는다는 것도 이 책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일 겁니다. 뭣하러 국물을 내나요. 그냥 국물 없이 자작하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나을 건데?



아오야마 유미코. 『잘 먹고 갑니다』. 정지영 옮김. 북이십일, 2018.


보통 도서관에 책을 신청하고 나면 상당한 시일이 걸린뒤에 들어옵니다. 제 손으로 책을 구입하는 것이 더 빠릅니다. 그래도 음식 관련 책은 보통 제가 가장 먼저 도서관에 신청하다보니 빌려 보는 것에 대한 가책은 덜합니다.


이 책은 기독교계 호스피스 기관인 요도가와 호스피스 병동의 식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읽다가 깨달았는데 매우 소수만이 이 호스피스 기관에 들어갈 수 있는 모양이군요. 15인 정도인가봅니다.


이 병동이 매우 특이한 것은 식사 메뉴가 매우 다양할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에는 각 환자의 요청식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각 환자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이 뭔지 미리 물어 보고 토요일의 특식으로 제공하는 것이고요. 이 책은 그 요청식을 소개하고 각 환자의 생애 정보를 간략하게 소개하며 음식에 얽힌 이야기도 같이 다룹니다.

식사가 잘 나오니 환자들은 더 기운을 얻고, 종종 호스피스에서 일반 시설로 옮기는 경우도 있나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 중에서도 한 건 있었네요. 말미에 실린 쪽은 두 번 인터뷰를 하고 그 뒤에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만.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지만 읽기 불편한 부분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호스피스 병동은 일종의 특례라는 겁니다. 시설이 매우 좋고 고급이지만 수용 인원도 매우 적습니다.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는지, 비용이 어떠한지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지만 무작위가 아닌가 싶은 때가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언급된 내용을 보면 비용이 많이 들 경우 못 들어올 사람들이 몇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 실린 사람들은 운 좋은 사람이라 할 수 있지요.


다른 문제 하나는 시대적 배경입니다. 이 시대에 호스피스 병동에 머물며 마지막 삶을 보내는 사람들은 대개 연배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보니 만주 출생인 사람도 있고, 군에서 일한 사람도 있고, 전쟁 때의 어려운 삶 등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가 됩니다. 그런 이야기가 낯설거나 혹은 거북하게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식문화가 사람들의 건강에 아주 큰 영향을 준다는 당연한 이야기는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음식들이 맛있어 보이더군요.



히노 아키코. 『오래오래 길들여 쓰는 부엌살림 관리의 기술』.


이 책은 처음 본 책이 아니나, 지난 번에 급하게 도서관에 반납하면서 제대로 기록을 남기지 못해서 이번에 다시 빌렸습니다.

일본 전통 공예 주방도구나 일본에서 제작된 주방도구를 중심으로 각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사용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한 번 읽고 나면 주방도구 지름신이 확 다가오는군요. 애초에 부제도 '25명의 수공예 장인들에게 배우는 길들여 사용하는 일의 매력'인걸요. 수공예 도구를 제작하는 사람이면 자신이 제작하는 도구를 가장 익숙하게 쓸법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관리하는지 노하우를 묻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일본 전통도구라지만 무쇠냄비나 주전자, 중화팬 등을 관리하는 방법도 소개합니다. 나무도구, 옻칠 그릇 관리법도 나오고요. 다만 옻칠 그릇은 제가 사용하는 옻사발을 떠올리면 조금 다른 느낌이라, 일본의 옻칠 그릇에만 해당되는 건가 싶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소개되는 도자기는 일본 전통 자리규인데, 제가 선호하는 도자기는 전통공예보다는 현대적인 쪽입니다. 막 쓰기에는 코렐이 최고지요. 잘 깨지지도 않고요. .. 말은 그래놓고 지금 쓰는 것은 모처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사발이지만, 대체적으로 유약을 듬뿍 발라 물이 잘 안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머그도 그렇고요. 그렇다보니 조리도구 쪽에 눈길이 더 가더랍니다.


부엌살림 사용예를 보고 잠시 홀렸다 싶으면 이 책을 읽고 구체적인 사용법을 파악하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사용법에 질려서 고이 내려 놓으신다면 그것이 당연한지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쓰면서 문제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하하하.




와카야마 요코. 『가토 인비저블: 과일과 채소 슬라이스를 쌓아 만드는 아름답고 맛있는 층층 케이크』. 용동희 옮김. 유나, 2018.

누마하타 타오키, 시모죠 미오. 『미니멀 밥상: 식재료, 조리법, 그릇까지 최소한으로 미니멀 키친라이프』. 즐거운상상, 2018, 13000원.

도이 요시하루.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한 그릇으로도 온전하게 일즙일채 식사법』. 구수영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8, 13000원.

아오야마 유미코. 『잘 먹고 갑니다』. 정지영 옮김. 북이십일, 2018.

히노 아키코. 『오래오래 길들여 쓰는 부엌살림 관리의 기술』. 윤은혜 옮김. 컴인(한스미디어), 2017,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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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itaness 2018.06.15 22:2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마지막 책이 궁금해지네요. 무쇠는 좀 알것 같은데 나무는 웬지 귀찮을것 같아 무섭더라구요. ㅎㅎ

    • 키르난 2018.06.16 06:3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그렇게 어렵지는 않더군요. 가능한 자주 쓸 것, 기왕이면 날마다 쓸 것. 자주 쓰지 않으면 말라서 문제가 되니까요. 옻칠 그릇은 햇빛에 노출시키지 말고, 잘 닦아 찬장에 넣었다가 자주 사용할 것. 자주 사용하면 또 쓰지 않은 것과는 다른 쪽으로 색이 변하더군요. 그것도 좋더랍니다.
      그리고 나무그릇은 음식을 담기 전에 가볍게 물로 헹궈 보호할 것. 기억나는 것은 대강 이정도입니다.’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