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다른 책을 찾으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집어든 책입니다. 쪽염색은 가장 해보고 싶은 염색이고, 또 그 방식 때문에라도 나중에 나주 쪽을 찾아가보려니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언젠가 인사동을 돌아다니다가 쪽염색의 마를 조금 구해다 놓고 그걸로 몇 번 작업을 했습니다. 블로그를 확인해보니 앞서 만든 책커버는 찍어 올린 사진이 없고, 그보다 한참 뒤에 만든 바늘꽂이만 있습니다.





그 때 사온 색이 옥색, 하늘색, 남색의 네 종이었을 겁니다. 이 색 모두가 쪽 염색일거라 추측하는 것은 염색을 반복할 수록 색이 짙어지는 염색의 특성 때문이지요. 이 책에서 본 조각보 역시 이와 비슷한 배색이었습니다. 언젠가 그런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 생각하지만, 지금 일 벌여 놓은 것 수습부터 하고 그 다음을 생각하렵니다.




하여간 『쪽빛의 세계』는 원래 랩 프로젝트로 시작했답니다. 서문을 읽어보면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계기와 함께 연구 방법이 매우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연구설계 방법으로도 상당히 재미있는 설계이니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2015년에 국립 아시아문화의 전당, 문화 창조원의 랩 프로젝트로 시작된 것이 공예를 통해 아시아의 정체성과 창작 기술 방식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염색으로 분야를 한정하고, 사전 조사를 통해 그 중에서도 남색으로 범위를 좁힙니다. 지역은 한국과 중국과 인도네시아. 쪽빛, 청람(靑藍), 인디고indigo라 불리는 같은 염색이 있었지요. 그리고 그 염색기술을 가진 지역을 답사하여 현 상황을 조사합니다.


읽으면서 생각했지만 문헌 조사도 상당히 방대합니다. 중국은 윈난성의 소수민족에서 전해지는 방식을 확인했고, 인도네시아는 족자카르타의 바틱 쪽 인디고 염색을 봅니다. 한국은 나주 지방의 쪽 염색을 보고요. 앞부분 읽는데는 상당히 졸면서 봐서 시간이 걸렸지만 후반부는 재미있었습니다.


쪽염색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상당히 오래전의 일입니다. 어릴 적,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동화 중에 쪽염색과 관련된 것이 있었습니다. 상당히 구체적으로 내용을 기억하는 터라 지금도 거기서 등장한 쪽염색 방식을 기억합니다. .. 만. 여기서 나주 쪽염색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니 비교할 것이 아니네요. 쪽염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인들의 노하우랍니다. 아무리 기계가 좋고 컴퓨터와 기타 등등의 기계를 이용하더라도 이런 기술은 따라가기 어렵겠다 생각했습니다.


p.97 나주 쪽염의 비법

(중략) 쪽 염색에서 가장 까다로운 공정은 염료의 발효 과정인데 여기서 장인의 경험적 노하우가 입증된다. 쪽 염색 과정 중에서 나주 장인들의 숙련된 기술로 보는 부분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겠다.

첫째, 쪽의 적정 침지 시간을 아는 것이다.(중략) 색소를 추출하는 시간은 추출하는 시기의 기후, 물의 성질과 온도, 추출하는 용기, 해발 표고, 날씨 등에 따라서 달라지므로 색소가 가장 적당하게 추출하는 시기를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석회와 잿물의 양을 조절하여 쪽의 발효를 위한 PH를 맞추는 능력이다. (중략)

셋째, 쪽물의 발효 기간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중략) 그러므로 쪽물 속에서 환원 세균이 살기 위해서는 영양소의 공급과 미생물이 분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 특히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 관건인데, 온도가 10도 이하가 되면 발효균의 활동이 멈추고, 지나친 고온이 죽게 되므로 30도 전후로 관리를 해야 한다.

게다가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도 컨트롤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일괄된 품질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질적으로도 우수하고요. 애초에 쪽염색을 위한 과정 자체가 근 1년이 걸리는 대 공사다보니 쉽지 않습니다. 매염제도 그냥 매염제가 아니라 초고온에서 바싹 구워낸 굴껍질을 갈아 씁니다. 그렇다보니 주면에 가마가 있는 나주 지역에서 쪽 염색이 이어졌다더군요. 쪽풀 재배도 가능했고, 매염제 만드는 것도 비교적 쉬웠다고 합니다.


가장 관심 있었던 한국의 쪽염색은 천 자체를 염색하는 방식이라면 중국은 홀치기 등으로 문양을 새깁니다.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더라고요. 그렇다보니 공예도 매우 복잡 다단합니다. 밑그림을 그리고, 그걸 천에 옮긴 다음 염색하고, 또 밑그림의 방염 처리를 제거하고. 중국이나 인도네시아나 둘다 그러합니다. 한국과는 다른 방향이지만 쪽을 쓰는 염색이라는 것은 동일합니다.


염색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앞의 다양한 염색 이야기를 포함해서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각 장마다 참고문헌을 소개하고 있으니 다른 나라의 자료도 확인할 수 있고요.


박남희, 이현경, 강지용. 『아시아의 손과 색 - 쪽빛의 세계』. 미술문화, 2016, 20000원.


그리하여 구입 여부를 두고 고민중입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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