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를 위한 동화』는 출판본이 세 번째 버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전에 조아라에서 다른 아이디로 연재되었다가, 나중에 본계정인 은소로로 연재되었다가, 『검을 든 꽃』을 완결한 뒤에 그 다음으로 연재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보았던 것은 앞의 두 버전이었고 출판본과는 느낌이 상당히 다릅니다. 처음 버전은 강대한 함을 가진 무뚝뚝한 마법사가 새로이 마법사가 될 소녀를 데려와 잘 키우고, 사교계에 데뷔시키며 왕국내에서도 새로이 입지를 다지는 이야기였지만 출판본은 그보다 훨씬 스케일이 큽니다. 스케일이 크다는 것은 이야기가 복잡해진다는 것이니 제목 그대로 동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불만의 소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출판본은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주인공인 아즈릴은 후견인으로 지정된 이들에게 재산을 빼앗기고 노예로 팔리며, 노예로 끌려온 백작가에서 매맞는 아이로 지내며 정신적 신체적으로 학대를 당합니다. 그러던 아즈릴에게, 어느 날 이상한 사람이 하나 나타납니다. 그리고는 소공녀에서 그랬던 것처럼 뭔가 이상한 일이 주변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아즈릴에게 허락을 구하던 그 사람은, 허락을 받자마자 아즈릴을 데려와 극진히 보살핍니다. 아즈릴은 그 보호 아래서 자신이 잃어버린 그 몇 년 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깨닫습니다.

기억을 되찾은 아즈릴은 옛 스승이자 자신을 죽음에서 몇 번이고 구해준 레마의 보호 아래 다시 마법을 배웁니다.



이 이야기의 중요한 점은 레마의 존재입니다. 지평선의 마법사라 불리는 매우 강한 마법사인 레마는 아즈릴에게도 숨기는 것이 많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연구실에서 무엇을 하는지,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파수꾼의 업무를 하고 있는다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말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수수께끼는 아즈릴이 왕국에서, 무명마법사로 불리는 특이 마법 체질의 공녀를 도와주며 조금씩 풀립니다. 레마의 주변에서 사역마로 추정되는 새는 따로 행동하며, 레마 혹은 아즈릴에게 좋지 않은 행동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무명마법사로서의 소질을 가진 이들이 행방불명되고 사라지며, 그와 관련된 일이 레마와도 관련있다는 걸 아즈릴이 깨닫게 되며 이야기는 더 미궁으로 빠집니다. 그 행방불명이 개인의 일이 아니라 어느 단체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알면서 더더욱.



『검을 든 꽃』보다 『마법사를 위한 동화』가 더 읽기 버거웠던 것은 담고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꼬여 있는가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검꽃』은 주인공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상당히 쉽게 풀립니다. 이야기는 일직선으로 결말을 향해 달려가지요. 하지만 『마동』은 다릅니다. 레마와 아즈릴의 갈등이 풀리는 것은 2권 후반이며, 그 사이에는 수 많은 갈등과 비밀, 외면, 침묵이 있습니다. 게다가 수수께끼가 정확하게 등장하는 것이 풀릴 때 즈음인데다, 반동인물의 역할을 하는 이들이 여럿이라 읽는 과정에서 속이 답답합니다. 그럼에도 2권 후반부에 달하면 "좋은 이야기였다."는 감상이 튀어 나옵니다.

그 수많은 갈등과 고통은 후반부에서 모두 해결되며, 정말로 동화와 같은 이야기로 끝맺습니다. "그리하여 **이 태어났습니다."라는 결말은 그간의 고통을 보상하는 것 같기도 하군요. 그런 로망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이 태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인물의 뒷 이야기마저도 멋지게 떨어집니다. 헤어질 때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재회와 그 뒤의 또 다른 만남을 보고는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뒷 이야기가 더 궁금하지만 아마도 여기서 덮는 것이 좋겠지요....=ㅁ=



은소로. 『마법사를 위한 동화 1-2』. 신영미디어, 2018, 각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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