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바늘땀-쯤으로 번역할 수 있을 건데, 이 단어 자체가 주제이기도 하고 소재이기도 합니다.

로맨스 판타지로 블로그 연재 당시 재미있게 보아서 출간되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는데, 이차저차한 사정으로 알라딘 출간이 매우 늦었습니다. 그리하여 이제야 볼 수 있었네요.



이 소설을 기다린 이유는 바느질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손재주가 좋고 눈썰미도 좋아 초반부터 이것저것 만드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이쪽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창고 한 가득 재료 쌓아 놓는 것도 그렇고, 만든 작품을 쌓아 두는 것도 그렇고, 흥미가는 분야면 그게 얼마나 되는 중노동이든간에 달려들고 보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감정이입이 되는 걸 넘어서, 아예 손 놓고 있던 여러 물건들을 도로 만들고 싶어지더군요. 물론 그 마음은 푸쉬식 꺼졌지만, 가끔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에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아르티 티엘은 아카데미 재학생입니다. 그리고 소설의 첫 머리에서, 아르티는 제5도서관에서 목놓아 통곡중입니다. 그간 자신이 어장관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거꾸로 어장관리를 당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기숙사에서 통곡을 하면 방음 때문에 다들 알아챌 것이라 인적이 드물다 못해 사람이라고는 사서 한 명뿐인 제5도서관에 와서 통곡을 한답니다. 그리고 이 여학생이 도서관에 와서 통곡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던 사서, 리비어 톰스는 달래기 위해 말을 걸다가 오히려 아르티에게 낚입니다. 미끼는 아르티의 삼촌인 유명 작가 카봉디 디엥 티엘의 사인본이었습니다.


아르티를 어장관리한 인원은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을 좋아한다며 다가오는 사람들이라 자신에게 뭔가 뇌쇄적인 것이 있나 착각했지만 착각은 착각으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아르티는 자신을 좋아한다고 다가와서 자신에게서 단물만 쏙쏙 빼먹고 간 이들을 응징하고자 합니다.




소설은 아르티의 응징기와, 그와 거의 동시에 시작되는 연애담을 다룹니다. 반하기도 잘 하지만 이번만큼은 사람 잘 고른 아르티는 매우 저돌적으로 구애하며 연애를 시작합니다. 나이 차이는 어차피 의미없다고 외치며 밀어 붙인 것이지요. 리비어가 버틴 것은 그 자신의 비밀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야기는 슬쩍 접어둡니다. 가장 중요한 곳에서 펑!하고 등장하는 이야기라 미리 풀어 놓으면 재미가 없습니다.

다만 이 트릭은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어, 제 다른 종류의 창작욕을 조금 불러 일으켰다는 이야기만....; 사서가 남자주인공인 소설임에도 도서관 업무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덜 등장한다는 것도 아쉽고요. 아르티가 주인공이라 아마 그럴 겁니다.



그러고 보면 정연주의 단독작품은 이번에 처음 읽었습니다. 『헤스키츠 제국 아카데미』와 『차아제국 열애사』, 그리고 『허니 앤 베어』는 일찌감치 읽었지만 단독작은 이번이 처음인게, 로판은 동양판타지보다 서양판타지를 선호하다보니 그렇습니다. 대체적으로 동양판타지나 역사소설, 현대 로맨스가 많더군요. 이쪽은 서양판타지라 즐겁게 보았습니다.

(취향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고, 로맨스 중 현대나 동양판타지는 감정이입이 강하게 되는 문제와 설정의 문제로 드물게 봅니다.)



2권에는 블로그에서 연재 안되었던 외전이 여럿 붙었습니다.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 가장 궁금했던 모 조교님의 연애사, 그 뒤의 이야기도 더 나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좋았던 건 조교님의 이야기입니다. 멋집니다, 이 분....! 조교님 외에도 아르티를 도와주는 샐리나 다른 친구들도 매력적입니다. 무엇보다, 알고 보니 아르티가 허브™였다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이 허브는 향신채가 아니라 네트워크의 허브를 의미하는 겁니다. 일반 허브가 아니라 주요 노드들이나 주요 허브들과 직링크가 가능한 무서운 허브입니다. 게다가 백업 능력이 뛰어나 자체 디펜스 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 건은 외전을 보시면 아실 겁니다.



정연주. 『미라클 스티치 1-2』. 오드아이, 2018, 각 2500원.



그리하여 바느질이 하고 싶다 생각은 했지만 실천으로 옮기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겁니다. 게으름 퇴치가 문제로군요.


『더 나이츠』부터 『대본 리딩 외전』까지가 해당되네요.



라그돌. 『더 나이츠』.

BL, 판타지.

배틀호모라 불리는 티격태격 연애담입니다. 아마도 제가 최초로 본 배틀호모가 이 작품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만. 유쾌하면서도 결말까지 일직선으로 호쾌하게 달리는 이야기라 우울할 때 보려고 슬쩍 빼두었습니다. 아직 못 읽었다는 이야기니 소장본과의 차이는 나중에나 확인할 수 있겠군요.

사막의 왕국들을 배경으로, 어린왕과 그의 숙부를 둘러싼 왕위계승 전쟁에 휘말린 용병단의 단장 카이젤과, 그런 단장에게 찍혀서 고생하는 소드마스터 카미스의 이야기입니다. 소드마스터들의 싸움이니 진짜로 배틀호모죠.



쇼시랑. 『잔류 망상』. 블루코드, 2018, 3천원.

BL, 판타지.

어, 살짝 공포물이 섞였습니다. 앞부분 읽다가 등줄기가 서늘하길래 결말 확인하고는 일단 봉인했습니다.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 있는지 아닌지는 중간부분을 읽어 확인해야하는데 용기가 조금 더 필요합니다.



김모래. 『카르마』. 개정판.

BL, 차원이동? 시간이동? 역사.

카페에서 잠시 잠을 청했는데 정신 들어보니 로마시대의 노예 몸이더라-는 이야기입니다. 현대인의 기본 상식에서는 노예제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아 적응하는데 매우 애를 먹지만, 그럼에도 주인님과 연애 아닌 연애는 합니다. 집에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살아 남는데만 집중하지만 결말은...(하략)

로마시대 역사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결말부의 몇 함정(?)이 재미있더라고요.



레이아드. 『검은 양 1-2』. 시크노블, 2018, 각 3천원.

BL, 오메가버스, 판타지.

판타지와 근대세계관의 중간쯤에 있는 소설입니다. 감상은 앞서 올렸으니 슬쩍 빼고. 주인공들의 마음고생이 심하므로 읽을 때 약간의 각오(?)가 필요합니다. 노아가 매우 많이 고생하니까요...ㅠ_ㅠ



Lee. 『나태한 이성애자의 종말』. 본편, 외전&후기.

BL, 현대.

읽으면서 미친듯이 웃었습니다. 이런 미친 플러팅이라니! 거기에 넘어가는 당신도!

게으름의 왕도를 달리는 샘포드 베넷은 그 게으름 때문에 약혼자에게 차입니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매우 귀찮아 하다보니 약혼녀와 결혼 조율을 위해 외출 약속 잡은 것도 잊었거든요. 그리하여 분노에 찬 약혼녀에게 파혼 선언을 당하니, 목숨의 위협도 같이 당합니다. 그리하여 그 타개책으로 생각한 것이 도망칠 것을 찾을 겸 새로운 연애대상을 물색하는 것. 그리고 모처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먼트의 에드먼드 와이트가 자신의 얼굴을 매우 좋아한다는 걸 파악합니다. 정보를 입수한 즉시 샘은 에드먼드를 스토킹(...)하며 그의 집에 들어갈 방도를 호시탐탐 노립니다.

인트로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묘사 없이 대화로만 이뤄지는 소설입니다. 그거 문학용어로 뭐라하던데 잊었고요, 하여간 그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저는 읽으면서 내내 웃어 제꼈습니다. 미국 드라마, 시트콤을 보는 것 마냥 생생하게 재생이 되어 그렇습니다. 저와는 유머코드가 잘 맞아 그랬지요.

자세한 감상은 이후에 다시 올리겠습니다.



두나래. 『햇살 세 스푼 외전』.

BL, 판타지.

외전편은 상당히 짧지만 이야기 자체가 매우 즐겁습니다. 루비의 귀여움은 이번에 구입한 『용의 황자님』으로 이어집니다./ㅅ/



pomelo. 『로스 오호스(Los ojos) 1-2』.

BL, 판타지.

판타지와 현대 사이 어드메라고 보아도 되는 세계관. 결말이 매우 달달한 운명론적 이야기입니다. 아니, 운명론적 세계관에서 운명을 뛰어넘은 사랑이야기로군요. 선천성 시각장애 때문에 눈으로 확인하는 운명을 만날 수 없어 배척당한 인물과, 그의 주변을 맴도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 라고만 적어둡니다. 추리요소가 있고 반전이 두 번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밝히면 안됩니다. 감상은 앞서 적었으니 이정도로 하고. 10월의 도서로 당당히 꼽습니다. 『나태한 이성애자의 종말』도 좋지만 이건 형식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까요.



봉블리. 『서툰 선물』. 젤리빈, 2018, 1천원.

BL, 현대.

짧은 이야기라 따로 감상은 올리지 않았습니다. 한뼘BL시리즈로 나온 책이고요. 기숙사의 룸메이트 둘이 티격태격하는 이야기로 훈훈합니다. 소재 때문에 딱 이맘때쯤 읽으면 좋을 소설이고요. 작가 검색을 했다가 발견한 책입니다. 『천의 얼굴』도 좋았지만 이쪽도 잔잔하니 좋습니다.



미네. 『대본리딩 외전』. W-Beast, 2018, 3900원.

BL, 현대, 배우.

『대본리딩』 본편은 리뷰를 안 올렸던 것 같기도 한데, 그 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외전편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외전과는 달리, 아예 본편에 이어졌어야 하지 않나 싶은 정도로 이야기가 깁니다. 하기야 사귀기 시작한 뒤에 두 사람이 어떤 행보를 걷고 어떻게 정상을 향해 걸어가느냐는 본편의 결과는 조금 다르니까요. 연기, 배우 등의 소재를 좋아하신다면 이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자카비. 『오프 더 레코드 1-3』.

BL, 현대, 연기.

한쪽은 아이돌이고 다른쪽은 국민배우. 나이 차이도 상당한 이 두 사람이 한 영화에서 만나 같이 연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연차 있는 배우인 윤희권이 주도권을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이강진에게 휘말리는 것이 보입니다. 하기야 희권은 처음부터 강진의 팬이었다고 하니까요.

강진을 둘러싼 여러 사건들 때문에 추리요소가 있습니다. 그리고 감상에도 적었던 것처럼 강제적 성관계와 폭력, 스폰서 소재도 등장하니 이런 쪽 못 보시는 분들은 주의하시길.



Lee. 『원 모어 퍼킹 타임! (미공개 외전 수록)』. (합본).

BL, 현대, 회귀.

2주년 기념 외전편 나온김에 보고 싶어서 검색했더니만, 교보쪽에만 사두고 알라딘에는 안 샀더라고요. 그리하여 재구입했습니다. 오랜만에 보니 참 좋습니다. 훗훗훗.




밀혜혜. 『은폐된 전부를, 가면을 바친다 1-5』.

판타지, 로맨스.

로맨스보다는 판타지가 훨씬 강합니다. 여성 마법사는 손꼽힐 정도로 적은 세계에서 12년만에 마법고시에 합격한 이연 단유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말이 성장이지, 성장 자체는 2권쯤에서 마무리되었고 그 뒤에는 남자주인공인 유호 카진을 구하기 위한 행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유호를 구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고, 부당하고 합리적이지 않은 폭군을 끌어내는 과정이고요. 외전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나올까요...?



라그돌. 『캐슬링 1-3』.

BL, 역사.

이것도 나중에 읽겠다며 아끼는 중입니다. 흠흠.



김아소. 『별의 괴도(스핀오프 외전)』.

BL, 현대, 판타지. 수인, 스핀오프.

『별의 궤도』 스핀오프입니다. 외전이기는 하나, 평행세계의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작 『마이 팻 보이』의 스핀오프 외전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슬쩍 앞부분에서 흘리고 있으니까요.

별도로 감상을 올릴 것이나, 읽다가 눈물을 쏟을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옆에 손수건 한 장쯤 준비해두세요. 제목 때문에 발랄한 이야기겠거니 하고 집어 들었다가 눈물 펑펑 쏟았습니다.




정연주. 『미라클 스티치 1-2』.

판타지, 로맨스.

아끼다가 이제야 읽는 중입니다. 핫핫핫.; 읽고 있다보면 미친듯이 십자수든 바느질이든 뭔가 만들고 싶어지는 것이 단점인 소설입니다. 감상은 예~전에 블로그 연재분으로 올렸다고 기억하는데, 다시 읽고 찬찬히 적어보겠습니다.



이루리. 『꽃은 두 번 핀다 1-4』.

판타지, 회귀, 로맨스.
로맨스가 회귀 뒤에 오는 것은 시점 때문이라 해두지요. 앞서 감상을 올렸으니 슬쩍 건너 뜁니다.


2RE. 『밤이 들려준 이야기 2부 1-3』. 피아체, 2018, 1권 3500원, 2권 3천원, 3권 2500원.

BL, 현대, 판타지, 퇴마.

아. 2부 나오면 읽고서 1부와 함께 감상문 올린다고 했는데 잊고 있었습니다.(먼산)



아명. 『프레그넌트 A 본편, 외전』. 고렘팩토리, 2018, 본편 4300원, 외전 700원.

BL, 오메가버스, 현대.

현대 배경의 오메가버스입니다. 아무래도 오메가버스는 등급에 따라 우열이 나뉘어지는 것이 걸리지만, 세계관 때문에라도 그럴 수밖에 없지요. 재미있게는 읽으나 로맨스소설에서 그런 것처럼 읽고나면 뭔가 걸리는 그런 것. 감상은 앞서 적었으니 슬쩍 갈음하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는 그런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시급하다는 결론에 매우 동의했습니다.




라그돌. 『더 나이츠』. W-Beast, 2017, 4300원.
쇼시랑. 『잔류 망상』. 블루코드, 2018, 3천원.
김모래. 『카르마』. 개정판. 연필, 2018, 4천원.
레이아드. 『검은 양 1-2』. 시크노블, 2018, 각 3천원.
Lee. 『나태한 이성애자의 종말』. 본편, 외전&후기. 이클립스, 2018, 본편 3천원, 외전 100원.
두나래. 『햇살 세 스푼 외전』. 고렘팩토리, 2018, 700원.
pomelo. 『로스 오호스(Los ojos) 1-2』. 문라이트북스, 2018, 1권 3천원, 2권 3200원.
봉블리. 『서툰 선물』. 젤리빈, 2018, 1천원.
미네. 『대본리딩 외전』. W-Beast, 2018, 3900원.
자카비. 『오프 더 레코드 1-3』. 비욘드, 2018, 각 3천원.
Lee. 『원 모어 퍼킹 타임! (미공개 외전 수록)』. (합본). 시크노블, 2016, 8천원.
밀혜혜. 『은폐된 전부를, 가면을 바친다 1-5』. 제로노블, 2018, 각 4천원.
라그돌. 『캐슬링 1-3』. 비하인드, 2018, 각 권 3900원.
김아소. 『별의 괴도(스핀오프 외전)』. 시크노블, 2018, 1800원.
정연주. 『미라클 스티치 1-2』. 오드아이, 2018, 각 2500원.
이루리. 『꽃은 두 번 핀다 1-4』. 마담드디키, 2018, 각 3천원.
2RE. 『밤이 들려준 이야기 2부 1-3』. 피아체, 2018, 1권 3500원, 2권 3천원, 3권 2500원.
아명. 『프레그넌트 A 본편, 외전』. 고렘팩토리, 2018, 본편 4300원, 외전 700원.



감상 추가로 적어야하는 것이 몇 편이지요? 그제 구입한 책을 더하면 얼마나 더 써야하나.=ㅁ=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감상을 올릴 당시, 1권의 내용이 대체적으로 취향이 아님에도 묘하게 2권을 끌어 당긴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뒷 이야기를 안했지요. 그날 일이 있어서 오전에 열심히 읽다가 중간에 끊겼거든요. 그리고 그 뒤에 5권까지 달렸습니다.


분량이 적지 않지만 읽고 나니 이건 로맨스보다는 판타지의 비중이 높은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장애를 갖고 그에 따라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당해왔지만 히어로가 되기를 원했던 주인공이,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동료를 만나 세계를 개혁하는 이야기입니다. 요약하자면 그렇군요. 로맨스는 그에 따라오는 것이고, 주인공인 이연의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겁니다. 그리고 남주인공은 초반부터 나오지만 모종의 사유로 굉장히 독특한 위치에 자리잡습니다. 클리셰적인 상황이 많이 작용함에도 그게 갈등이나 사건 극복의 카타르시스-그 쾌감이 상당합니다. 개인적으로는 2권의 그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습니다.



이연 단유는 여동생인 이주의 결혼식을 마지막으로, 마법고시 합격자로서 이하츠를 떠납니다. 시간의 여신이 만들었다는 얼음 장벽 아래의 그 땅은 마물들이 자주 등장하는 척박한 땅이지만 이연과 이주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일란성 쌍둥이지만 얼굴에 큰 흉터가 있어 가면을 쓰고 있는 이연과는 달리, 이주는 굉장히 사랑스럽고 또 애교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이연은 자신의 첫사랑이자 소꿉친구인 다우가 이주와 결혼하는 것을 지켜만 보았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이연은 사랑스럽지 않고 애교가 없다는 것인데, 보시면 아실 겁니다.)

마법고시, 줄여서 마시라 부르는 그 시험의 통과자는 수가 정해져 있으며 수많은 응시자는 탈락자가 됩니다. 12년 만의 여성 합격자로서 이연은 매우 주목 받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이연 단유의 아버지인 진하 단유 때문이기도 합니다.

황제는 신의 힘을 이어받아 사람들과 계약을 할 수 있습니다. 그의 가장 소중한 것과 게약을 양쪽에 놓고 저울질 하면,  당사자는 계약을 하거나 소중한 것을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만 택할 수 있습니다. 황실은 그 계약의 힘을 통해 황권을 강화해왔고, 그 때문에 고통받는 계약자들은 매우 많습니다. 마법사들 역시 그런 계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남자주인공인 유호 카진 공작 역시 어릴 적부터 계약자였습니다.



1권 초반에서 공개된 이야기들은 대략 이렇습니다. 유호와 이연은 마법학교에서 교수와 학생으로 만나며, 그 와중에 일어난 어떤 사건 때문에 이연은 성장하지 않을 수 없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입니다. 어떻게 보면 파리대왕이나 15소년표류기에 가까운 그 사건은 이연의 성장과 함께 마무리됩니다. 아니,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건 종료의 카타르시스가 대단하더라고요.OTL 오히려 그 뒤의 권력다툼 이야기가 견디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이연의 움직임은 이연 자신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그 주변인들마저 감화시킵니다. 결국에 이연이 이뤄낸 것은 상당한 것이고-솔직히 외전이 더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 뒤에 제국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또 그 인물들의 뒷 이야기가 어떠했는지의 이야기도 더 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그걸 독자의 상상력에 맡긴다면 그것도 나름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감탄한 것이 2권의 그 부분이라 이야기했지만, 가장 직접적으로 두 성별의 충돌을 보여준다는 점도, 어떻게 보면 가장 작위적일 수있으나 또 합당한 이유에 따라 마무리된 예의 '그 장면'도 마음에 듭니다.



2권 이후의 괴리감은 1권부터 내포되어 있던 이연의 아버지 때문이 큽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될 수 있고 메리수도 될 수 있고, 이야기 전체를 망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다시 등장한다면 소설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았거든요. 그러니까 이들은 호랑이와 곶감인 겁니다. 이중적인 의미로도 그렇네요.



밀혜혜. 『은폐된 전부를, 가면을 바친다 1-5』. 제로노블, 각 3600원.



3권부터 5권까지는 2권의 카타르시스를 생각하면 지지부진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한 번쯤 읽어볼만할 소설로, 판타지소설 속의 여성캐릭터를 어떻게 그려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묻어났다고 봅니다. 이연뿐만 아니라 앞선 마시 여성 합격자들의 행보를 보면 더욱 그렇고요. 변화는 시작되었으니 이제 점점 움직일 겁니다.

조아라에서 일부 연재되었던 회귀 소재의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주인공은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사망 후, 숙부의 소개로 공작을 만나 결혼을 합니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점차 집 안에 고립되었으며, 급기야는 공작령 내 외딴 곳의 저택에서 반복된 고문을 받으며 죽어갑니다. 그리고는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며, 강렬한 소망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회귀했습니다.-라는 줄거리의 소설은 적지 않습니다. 이보다 앞서 출간된 『금빛 키아르네』도 구조 자체는 같습니다. 본인이 원하지 않았던 죽음을 맞이한 여주인공이 과거로 돌아와 다른 길을 걸어간다는 이야기는 로맨스판타지에서 자주 나타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시그리드』도 그렇군요. 이쪽은 로맨스보다는 판타지에 방점이 찍힌 쪽이고요.

또 죽음을 맞은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한 고통을 겪은 주인공이 회귀하여 다른 길을 걷고자 하는 것은 『검을 든 꽃』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조는 비슷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다 다른 말을 합니다. 주인공은 비슷한 이유로 회귀하지만 그 뒤에 걸어가는 길은 다릅니다. 대체적으로 이전에 겪었던 사건을 겪지 않기 위해 노력하거나, 겪었던 일 중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들을 수정해 나갑니다. 후자는 수정주의자라고 하면 .. 역사학도들이 들고 일어나겠지요?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이올리나의 회귀 시점은 부모님의 사망 직후입니다. 서둘러 달려갔지만 부모님은 이미 사망했고, 부모님이 사망한 곳에 있던 그 대공가는 뭔가 미심쩍은 반응을 보입니다. 도와줄 이 하나 없지만 그래도 의연하게 장례식을 치르고 그 와중에 대공가의 기사의 도움을 받아 다른 일들을 처리 합니다. 조아라에서 확인한 것은 대공가에 있는 특별한 손님을 만났다는 이야기까지였다고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1권 중반쯤입니다. 갑작스런 약혼과 대공가의 귀한 손님까지는 읽었던 기억이 있고요. 그 뒤에는 약혼 이후의 이야기, 콴 가문에 숨겨진 이야기, 아이올리나에게 계속 접근하는 회귀 전의 남편-그 공작의 문제와 황제와 얽힌 이야기까지 차례로 등장합니다.



아이올리나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거의 끝까지 가서 이뤄지지 않나 싶지만, 아무래도 배우자의 존재보다도 그 뒤에 얻은 기연-이라고 해두죠-이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활동하는 여성들은 많지만 그런 여성들의 모습을 부각하기 위해 가부장적이고 이기적인 남자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거기에 예상할 수 있는 절대악과, 그 절대악에 속아 넘어가는 이들의 모습이 그다지 취향에는 안 맞았습니다.

역시 제 취향에 가장 잘 맞는 건 잘 싸우는 주인공 쪽이라, 『시그리드』나 『검을 든 꽃』 쪽이군요. 지금 생각하니 둘 다 검사인데, 마법사 주인공의 소설 중에서는 『5월의 눈』. ... 주인공 혼자 어딘가 내두어도 내내 잘 먹고 잘 살 것 같고, 남주는 그 옆에서 내조하는 타입이라 해도 아주 틀리진 않습니다. 취향이 그런 겁니다.



이루리. 『꽃은 두 번 핀다 1-4』. 마담드디키, 2018, 각 3천원.


결말은 해피엔딩입니다. 그 부분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대로 작성해야하지만 막상 쓰려 하니 만사 귀찮아서 느릿느릿 작성하는 감상기. 여기 안 올라오는 소설은 나중에 제대로 작성할 소설이라고 우겨봅니다. .. 아마도.

9월에도 자금 문제 때문에 그리 책을 많이 사진 못했기 때문에 전체 전자책은 많지 않을 겁니다. 종이책도 요즘 드물게 읽는데 좀 개선할 필요는 있네요. 어려운 책 빌려 놓은 것도 빨리 읽어야 하나 읽기 시러요.;ㅁ;


뭐, 당장 내일이나 모레쯤 9월 전자책 감상기를 따로 올리겠지만 이것도 미리 작성한 김에 올려봅니다.



로네베. 『몬스터 대공』

BL, 판타지, 차원이동, 빙의.

조아라에도 연재되었던 BL입니다. 초반에 보다가 다공일수의 분위기가 나오길래 접었는데, 정작 소설 보고 나니 외전편에서 확 방향이 바뀌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안 밀던 쪽이라 간단 감상 적고 고이 접었습니다. 덧붙여 모든 수수께끼는 에필로그 끝난 뒤에야 풀립니다.

별 생각없이 보던 소설책 속에서 처절히 이용 당하고 버림받은 대공에 감정이입했더니, 정신 차렸을 때 그 대공의 몸에 들어왔습니다. 그리하여 원래 삶에서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절치부심하여 소설 내용의 판을 완전히 엎어버리지요. 이야기 자체가 대공이 소설 등장인물들을 차례차례 감화(?) 시키며 포섭하는 겁니다. 대공에게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하략)



소해. 『더블 캐스팅』

BL, 현대, 아이돌.

아이돌과 소속사 실장의 연애담입니다. 어쩌다보니 고등학교 다닐 때 코 꿰어서 선배와 함께 소속사를 하나 차립니다. 그리고는 그 소속사의 첫 남자 아이돌을 데뷔시키고 드디어 1위까지 오르게 하고 했는데, 메인보컬이 턱하니 고백해옵니다. 좋아한다고요. 물론 동료나 가족으로서의 좋아한다가 아니라 고백을 받은 겁니다. 그 때부터 실장님과 엄친아 아이돌의 밀고 당기는 연애담이 이어집니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바로 기업 설립에 뛰어 들어 그런지 둘의 나이 차이가 다섯 살입니다. 아이돌 데뷔가 조금 늦기도 했고요. 아이돌 소재를 좋아한다면 무난하게 읽을만 하지만 현실보다는 소설적 장치 느낌이 강합니다. 이게 가능해..? 라는 생각이 좀. 그렇지 않아도 아이돌과 그 소속사에 대한 기사를 아침에 보았거든요. 그거 읽으면서 소설 속 아이들들이 겹쳐 떠오르더랍니다.



퍼시픽. 『드라이 플라워』

BL, 오메가버스, 현대, 할리킹.

부모님의 이혼 후, 어머니는 양육권을 얻지 못했지만 몇 년 뒤 재신청을 통해 로렌의 양육권을 받아왔습니다. 3년간 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생활했던 로렌은 다시 만난 어머니와 가난하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삽니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쓰러진 어머니의 병명은 신부전증. 신장이식을 받아야 하나 입원 비용 마련하고 생활비 버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득합니다. 간신히 이식받을 신장을 찾았다고 했을 때 수술비용으로 막막하던 로렌의 앞에 대리모 제의가 들어옵니다.

할리킹 답게 부자인 알파공과, 고학생으로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가난한 오메가수가 만났다가, 사이가 좋아졌다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클리셰적 이야기가 많아서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지 짐작은 되지만 그걸 잘 풀어내는 것이 관건이지요. 무난한 오메가버스 할리킹입니다.




어셋. 『은빛 정원』

BL, 오메가버스, 판타지, 차원이동, 빙의.

교통사고 뒤 정신차려보니 전혀 모르는 낯선 곳입니다. 그것도 동양풍-그러니까 동아시아풍 판타지 세계입니다. 자신은 황제의 유일한 후궁이고, 그래서 밖에 나갈 수도 없답니다. 애초에 몸도 매우 약한데다가 깨어나기 직전 자해를 했던 모양이라, 손목을 매우 심하게 다쳤습니다. 그래도 정원 나가는 것까지는 허락을 받는데, 거기서 궁에서 일한다는 사람을 만납니다.

이쯤에서 다들 짐작하겠지만 황제 외 출입금지라는 정원에서 만난 건 황제 본인입니다. 원래 후궁인 라야는 자신의 왕국을 멸망시킨 원수인 황제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래서 황제인 희사도 기억을 잃은 듯한 라야=현우에게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요.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그렇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던 현우가 희사와 만나고, 점차 희사에게 마음을 열고, 그러다가 황제와 아주 틀어질 상황이 되어 희사 본인이 황제라는 사실을 밝힐 수 없게 되고, 그게 두 사람이 하마터면 헤어질뻔한 사태를 만들고-라는 클리셰를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거 『드라이 플라워』도 비슷한 구조였군요.



『드라이 플라워』도 『은빛 정원』도, 두 주인공 중 한 쪽이 일방적으로 관계의 권력을 쥐고 있으며, 한쪽은 그걸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건 비슷합니다. 물론 양쪽 공의 성격 차이 때문에 그 권력을 드러내는가 아닌가는 다르지만요. 다만 주인공들의 관계가 좋아지다가, 공 또는 수가 갖고 있는 비밀 등으로 크게 갈등이 발생하다가, 갈등이 폭발하다가, 그 갈등 폭발의 원인이 공을 좋아하는/연모하는 반동인물에서 유래되다가, 헤어졌다가, 다시 복원되는 구조라는 점은 재미있습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로맨스소설이나 BL소설의 구조도 이런 경우가 많지요. 뭐, 순정만화에서는 갈등을 쥐고 흔드는 이들이 남녀주인공 각각에게 번갈아 붙어 등장하기도 합니다만..(먼산)




새벽바람. 『악역의 탄생』

BL, 현대, 배우.

한쪽은 배우, 다른 쪽은 각본가입니다. 시나리오 각색도 하지만 일은 들어오는대로 가리지 않고 하더군요.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대학 다닐 때 마음 두었던 동아리 선배를 감독과 작가로 만납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그 영화의 주연으로 낙점된 것이 어릴 적부터 매우 사이가 나빴던 인물입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동창이었고, 중학교까지 같이 다니다가 도중에 전학가면서 얼굴 안바도 되어 가슴을 쓸어 내렸건만 다시 볼 줄은 몰랐네요. 한데, 이 녀석이 약점을 잡고 협박하면서 관계가 또 꼬입니다.

만.; 앞부분 읽으면서 상당히 괴로웠습니다. 주인공이 괴롭힘 당하는 것이 전형적인 학교 폭력계입니다. 유치원 때도 좋아한다고 고백한 뒤 일어난 작은 다툼을 일방적인 폭행으로 바꿔 가해자-피해자 구도로 바꿨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계속 꼬리잡혀서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까지 학교 내 따돌림의 대상이었다는 것이 읽는 제게도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되어 말입니다. 고역이었습니다...... 가해자는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었고 그와 관련해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몰렸던 것 같지만 공감하기가 어렵더군요. 더불어 그 '트릭'이 불가능할 거라 생각해서 말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 적지요.(먼산)





로네베. 『몬스터 대공 1-5』. 마담드디키, 2017, 각 3천원.

소해. 『더블 캐스팅 1-2』. 하프문, 2018, 각3200, 3500원.

퍼시픽. 『드라이 플라워 1-2, 외전』. 시크노블, 2017, 합본 10500원.

어셋. 『은빛 정원 1-3』. 연필, 2018, 각 3천원.

새벽바람. 『악역의 탄생 1-3』. 더클북컴퍼티, 2018, 1-2권 4천원, 3권 2600원.



헥헥헥. 이렇게 썼으니 9월 전자책 감상기는 조금 가벼워질..까요?

톡소다 공모전 당선작으로, 그 뒤 톡소다에서 연재하여 완결난 뒤 독점 기간을 거쳐 다시 전자책 출간 독점까지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래서 연재 시기에 비해 알라딘에서 구입한 시기가 많이 늦었지요.

분야는 BL, 판타지. 그리고 제목에 적었듯이 배틀호모 타입입니다. 마족사냥꾼인 유진이 황궁에 나타나는 마족을 잡기 위해 위장잠입했다가 황자님과 엮이는 내용입니다.



유진은 마족사냥꾼으로 돈을 매우 좋아합니다. 마족을 잡는 이유도 돈벌기 좋기 때문입니다. 여러 팀들과 같이 움직이긴 하지만 그 팀이란 것도 상당히 느슨한데다 돈 조금만 더 벌면 은퇴하고 느긋하게 날을 보내는 것이 꿈입니다. 어느 날 고위 마족을 쫓다가 정체모를 인물의 간섭으로 놓치는 일이 발생합니다. 원통함에 이를 갈던 찰나, 대장을 통해 의뢰가 하나 들어옵니다. 왕궁은 원래 마족이 나타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결계를 쳐두고 신전에서 관리를 하는데, 이상하게 마족이 출몰한다고요. 그 사실이 알려지면 좋을 것이 없는 신전에서는 유진을 신관으로 가장시켜 왕궁에 출입하도록 제안합니다. 대신 의뢰금을 왕창 주겠다며 말입니다.

돈이 우선이니 유진은 신나게 의뢰를 승락합니다. 그리고 몇 번 만났던 황자 케네스가 그 사건에 얽혀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 줄거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주인공은 마족사냥꾼 유진과 황자 케네스입니다. 신관보다 더 신관 같은 금욕적인 인물 케네스와, 신관으로 가장해 들어왔지만 쾌락을 즐기고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인물인 유진은 사사건건 충돌합니다. 게다가 케네스는 숨길 것이 한 둘 있는게 아니었거든요. 둘이 엮이는 것은 두 사람의 목적은 달라도 최종목표가 동일했다는 것과 케네스의 외양이 유진의 취향이었기 때문입니다. 후궁이었던 케네시의 어머니도 미인이었지만 케네스도 상당한 미인이니까요. 그리고 유진은 얼굴에 약합니다. 뒤에 가면 대놓고, '얼굴에 반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이 둘의 연애가 소설의 주 내용이라면 거기에 친 양념은 케네스의 비밀입니다. 그가 갖고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어떻게 황궁을 탈출하려는지가 소설에 양념을 더합니다. 둘이 함께 걸어갈 것이란 건 두말하면 잔소리고, 그러니 연애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그 둘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와 케네스의 비밀과 관련해 그 뒤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외전이 나올 법합니다. 뭐, 이것도 독점일 것이니 아직 보려면 멀었군요.(먼산)



두나래. 『마족사냥꾼1-2』. 마담드디키, 2018, 3500원.



톡소다는 교보문고에서 만든 사이트입니다. 마담드디키도 톡소다의 시작 전후부터 전속 계약작을 출간하기 시작했지요. 다시말해 출판사 교보문고의 레이블 중에 마담드디키가 있는 겁니다.


이전에도 한 번 언급했지만, 전자책의 용량과 가격에 대한 비교를 했던 것도 이 출판사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연재중인 작품도 배틀호모로군요. 싸운다는 쪽은 현재 연재작 『카운트다운』이 더 강합니다. 『마족사냥꾼』은 그보다는 더 알콩달콩한 쪽이네요. 물론 연재작이 아직 초반이라 뒤로 가면 어찌될지는 봐야 알겠습니다. 지금도 슬슬 꿀을 붓는 모양새라.;

그래도 올려 놓은 감상이 많아서 슬쩍 넘어가도 되는 것이 많습니다. 아직 작성 못한 것도 빨리 해야지요. 『마족 사냥꾼』은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제야 읽었고, 『밤이 들려준 이야기』는 2부 나오면 함께 올릴 생각에 기다리는 중입니다.



서지현. 『아콰터파나 14』

판타지.

15권이 완결이라 했는데 이제 곧입니다. 외전권도 나오겠지만.... 그렇지만 최근에는 소식 없이 잠수중이십니다.ㅠ_ㅠ 15권은 언제쯤 나올까요. 올해 안에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보지만, 어차피 아콰터파나도 리디북스 독점 후에 들어오니까요. 흑흑흑. 분명 마지막 소식이 15권도 집필중이시라는 것 같았는데 현업이 바쁘시니 건강 괜찮으시기를 기원할 따름입니다. 매번 댓글 달 때도 그렇지만 건강이 제일 우선이고 집필은 그 다음입니다.



당수. 『스타리 아이드 본편, 외전』

BL, 현대.

배틀호모라고 하여, 주인공들이 격하게 충돌하는 내용의 소설을 그렇게 이릅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키워드 역시 배틀호모입니다. 정말로 치고 받고 싸운다는 것이 아니라 양쪽의 밀당이 매우 격하여 정말로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수준입니다. 아무래도 대립하는 관계다보니 서로 반해 놓고도 아니라고 우기는 솜씨역시 일품입니다. 먼저 반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고백하는 쪽이 지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가끔은 먼저 반한 쪽이 이기는 거라는 다툼도 있을법 하고, 그런 거죠.

둘 다 부잣집 자식이라 다툼의 스케일도 매우 큽니다. 별의 이름을 붙인다든지, 국보급 문화재를 갖다 준다든지, 우주항공사업에 투자한다든지 그렇습니다. 부자들의 경쟁이 어떻게 경제적 가치를 갖는지 감상하시죠.



네이선 로웰. 『대우주시대』, 이수현 옮김. 구픽, 2017

SF.

SF와 판타지의 경계는 참 모호하지요. 그래도 이건 SF로 분류합니다.

이 소설을 읽을 때마다 궁금한건, 주인공인 이쉬가 뚱뚱한가 아닌가의 문제입니다. 키가 150cm 남짓으로 작다고 나오는데 몸무게가 50kg. 그러면 통통하다 생각하게 마련이거든요. 근데 또 날마다 운동하고 체력 관리를 하는데다 빼빼말랐다는 묘사가 많습니다. 뼈가 통뼈라 무게가 많이 나가 그런걸까요.

여행 가서 읽을 생각에 여행 전에 질렀습니다. 그리고 매우 즐겁게 읽었지요. 몇 번 읽어도 이 책 참 좋습니다.



Rana. 『레이디는 검을 겨눈다 1-3』. 연필, 2018, 각 4300원.

판타지, 로맨스, 환생.

앞서 감상을 올렸던 고로 넘어갑니다.



2RE. 『밤이 들려준 이야기 1-2』. 피아체, 2018, 1권 3800원, 2권 3200원.
BL, 현대, 퇴마.

BL쪽에서도 종종 퇴마 이야기가 나오곤 합니다. 그러고 보니 공포쪽으로 하나 또 퇴마물 연재되던 것 있었는데, 최근에는 안 올라오는군요. 그것도 불펌 문제 때문에 연재 접으셨나 아닌가 가물가물합니다.

특성상 공포소재가 많아, 여름에 읽으면 매우 잘 어울리는 소설입니다. 조아라에서 2부 연재가 끝난 것을 보고 조금 보다가, 이게 2부면 1부도 있겠지 싶어 검색했다가 읽고는 홀딱 반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감상에서 다루지요. 하지만 2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올릴 생각이고, 2부는 지난 달에 리디북스 공개가 되었으니까요.






김아소. 『별의 궤도 2』

BL, 아이돌, 연예계.

감상은 앞서 올렸습니다. 종이책이 있다보니 전자책은 아주 천천히 한 권씩 구입중입니다. 현재 『별의 궤도』의 스핀오프 외전인 『별의 괴도』(폭소)가 리디북스에서 선행공개되어, 이퍼브 출간 되기만을 기다립니다.

『별의 궤도』 나머지 권도 차근차근 구입 예정인데, 아마도 알라딘 사은품을 받기 위해 슬쩍 책 구매 금액 마줘야 할 때 끼워 넣을 겁니다.



최성하. 『공작님의 곰인형 1-3』.

판타지, 로맨스.

앞서 감상 올렸으니 넘어갑니다.



신소현. 『일상, 비일상 1-2, 외전』. 나이츠문, 2018, 1권 2800원, 2권 2400원, 외전 2800원.
신소현. 『가장 평범한 일상』. 더클북컴퍼니, 2016, 4천원.
신소현. 『컬러즈』. 더클북컴퍼니, 2016, 4천원.
신소현. 『달콤, 쌉싸름하게』. 더클북컴퍼니, 2017, 3800원.
신소현. 『LOVESOG(러브송) 1-2』. 더클북컴퍼니, 2017, 각 3300원.

BL, 현대.

이 책 다섯 권은 감상을 따로 올렸으니 넘어갑니다.



신소현. 『너는 나에게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 1-4』. 더클북컴퍼니, 2016, 각 3800원.

BL, SF, 가이드버스.

가이드버스로 추정합니다. 에스퍼와 가이드로 나뉘어 있고 분위기는 조금 다르지만 에스퍼에게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점은 같으니 용어만 바꾼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이드와 에스퍼 둘 다 능력이 발현되면 기관에 소속되기 마련입니다. 해성은 가이드로 발현된 뒤 어머니가 기관에 맡기는 것을 동의하면서 기관에 소속되어 내내 자랐습니다. 정확히는 군이지요. 군에 소속되어 있는 동안 여러 에스퍼를 만났지만 매번 페어가 되는데 실패합니다. 몇 년 간을 그래왔던 터라 이제는 체념에 가까운 상황이 되었지만, 새로운 에스퍼는 첫 만남에서 폭주하는 걸 막다가 결국 가이딩의 최고 단계까지 갑니다. 그리고 매칭율도 낮지않게 나와서 새로 짝을 이루게 되고요. 하지만 페어가 된 인석은 해성을 매번 밀어냅니다. 뒤늦게 합류한데다, 해성이 새로 합류한 A팀의 분위기도 뒤틀려 있는 상태라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애정을 갈구하던 해성은 팀 상관인 지원의 구애를 받아 들여 연인이 됩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소설이고, 조만간 감상도 따로 올리겠습니다.=ㅁ=



잼베리. 『디센트(Desecnt) 1-4』. 피아체, 2018, 1-3권 각 3500원, 4권 3천원.

BL, 판타지.

앞서 감상 올렸으니 넘어가려다가. descent는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1.혈통 2.하강 3.강하 4.유래 5.급침입


뜻의 범위가 넓은데, 이 다섯 가지를 맞춰보면 얼추 소설 내용과 맞아 떨어집니다.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과연, 그래서구나 싶지요. 가장 큰 부분은 1번일 겁니다. 소설의 중심 내용은 연애담이지만 그들의 연애를 가장 방해하는 것은 저 혈통 문제입니다. 주변 환경이 꼬여 있는 것 역시 저 혈통문제고요. 그걸 막판에 엎는 것이 아일리스이니, 그 두 사람이면 괜찮을거라 봅니다. 무엇보다 키에란이 워낙 막강 인재라 여차하면 둘이서 손잡고 도망가면 됩니다. 물론 키에란이나 아일리스나 둘 다 그 '도망'이라는 상황을 용인하지 않겠지요. 키에란은 가능한 버티려할 것이고, 아일리스는 도망치기 전에 엎을 겁니다.



두나래. 『마족 사냥꾼 1-2』. 마담드디키, 2018, 각 3500원.

BL, 판타지.

이쪽도 굳이 따지자면 배틀호모? 외전편도 나올 것 같으니 기다리는 중입니다. 교보문고의 톡소다에서 공모전 당선되어 연재된 소설이라 독점 기간이 상당히 길었습니다. 드디어 보게 되었네요. 두 권 안에서 깔끔하게 끝나는, 발랄한 소설입니다. 얽히고 섥히는 것 없이 스트레이트로 진행되니 걱정 안하고 보셔도 됩니다. 제목 그대로, 마족을 사냥하여 고액의 수입을 올리고 곧 은퇴하여 느긋한 생활을 보내려던 유진이 황자님의 사정에 얽혀서 코 꿰인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적으면 유진이 안쓰러워 보이지만 사실 불쌍한 쪽은 황자님, 케네스쪽이 아닐까요. 하하하.;



감상을 많이 적었다며 건너 뛴 소설이 많으니까요. 미처 못 올린 소설들도 조만간 적겠습니다. 부지런히 써야해요.=ㅁ=



서지현. 『아콰터파나 14』. 노블오즈, 2018, 3천원.
당수. 『스타리 아이드 1, 외전』. 고렘팩토리, 2018 각 3600원, 800원.
네이선 로웰. 『대우주시대』, 이수현 옮김. 구픽, 2017
Rana. 『레이디는 검을 겨눈다 1-3』. 연필, 2018, 각 4300원.
2RE. 『밤이 들려준 이야기 1-2』. 피아체, 2018, 1권 3800원, 2권 3200원.
김아소. 『별의 궤도 2』. 시크노블, 2018, 3천원.(1-5, 각 3천원)
최성하. 『공작님의 곰인형 1-3』. 제로노블, 2018, 각 3300원.
신소현. 『일상, 비일상 1-2, 외전』. 나이츠문, 2018, 1권 2800원, 2권 2400원, 외전 2800원.
신소현. 『가장 평범한 일상』. 더클북컴퍼니, 2016, 4천원.
신소현. 『너는 나에게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 1-4』. 더클북컴퍼니, 2016, 각 3800원.
신소현. 『컬러즈』. 더클북컴퍼니, 2016, 4천원.
신소현. 『달콤, 쌉싸름하게』. 더클북컴퍼니, 2017, 3800원.
신소현. 『LOVESOG(러브송) 1-2』. 더클북컴퍼니, 2017, 각 3300원.
잼베리. 『디센트(Desecnt) 1-4』. 피아체, 2018, 1-3권 각 3500원, 4권 3천원.
두나래. 『마족 사냥꾼 1-2』. 마담드디키, 2018, 각 3500원.


가끔은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 짓을-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렇게 정리하면 12월과 1월이 편합니다. 적어도 연말에 정리할 때 덜 까먹으니까요. 아니, 뭐, 조아라 감상기를 대신해 이러고 있는 것도 참.(먼산)

제목을 두고 저런 헛소리(...)를 넣을까, 아니면 제목의 뜻 그대로가 소설 내용이라는 말을 쓸까 하다가 전자를 선택했습니다. 제목의 뜻을 모르고 보았다가 다시 찾아본 지금은 사전에 나온 뜻 그대로가 모두 다 소설 속에 있음을 알지만, 모르고 보았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제목 뒤에 적은 그대로, 세계멸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분류는 BL이고, 전체적으로 소프트에 가깝습니다. 베드신이 있지만 건너 뛰고 보아도 크게 무리 없...지만 소설 자체가 두 사람의 연애담을 다룬 것이니 그런 달달한 맥락이 뼈대를 이룹니다. 로맨스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겁니다.



키에란은 신성기사단의 총기사단장입니다. 약관을 넘긴지 얼마 되지 않은, 그리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기사로서의 재능은 평범한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총기사단장입니다. 그리고 아일리스는 키에란을 보좌하는 부단장으로, 3황자입니다. 기사로서의 실력도 출중하고 행정능력도 뛰어나며 신성기사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그, 술식의 재능도 범인의 것을 뛰어넘어 천재라 불릴만 합니다.

그리고 소설은 이 둘이 서로 호감을 갖고 있다가 연애하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둘 다 자신의 마음을 감추는데 급급한데다, 아일리스가 제국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사교성이 좋아서 키에란은 일찍부터 마음을 접어 두었고, 아일리스는 자기와 연애하는 것이 어떤 사단을 일으키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으므로 키에란이 모르게 주변을 맴돌며 벌레만 제거합니다. 이 둘이 연애에 성공하는데는 한참 걸리며, 그리고 그 사이에 사건이 이것저것 터지고 그 사건을 해결하면서 마무리 됩니다. 문제는 그 사건이 제국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사건이었다는 겁니다. 연애담으로 보면 사건은 뒤로 밀리지만, 사건을 앞에 놓고 보면 잠재되어 있던 여러 감정들이 폭발하여 제국의 멸망, 나아가 세계의 멸망까지 갈 수 있는 사건 중에 둘이 연애하는 이야기입니다.


초반에는 약간 위화감이 듭니다. 소설은 키에란을 주인공으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야기도 키에란의 시점에서 펼쳐집니다. 가끔 등장하는 외전은 아일리스가 주인공이지요. 그래서 초반에 드는 위화감은 그겁니다.


"왜 아일리스가 아니라 키에란이 총기사단장이지?"


성인이 된지도 오래되지 않았고, 애초에 기사단장이 되었을 당시 열일곱이었습니다. 게다가 검을 잘 쓰는 것도 아닙니다. 술식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술식을 쓰는 모습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부단장인 아일리스는 위로 열 살 차이의 쌍둥이 남매가 있는 셋째입니다. 황제와 황후의 자식 맞고, 실력도 출중합니다. 외모는 두말할 나위 없지요. 그야말로 그려낸 듯한 인물인데 왜 그가 아니라 키에란이 총기사단장일까 싶습니다.

그 이유는 종종 키에란도 떠올립니다. 키에란은 기수(旗手)이며, '모든 이들이 잘 볼 수 있도록 깃발을 흔드는, 그 깃발 자체이기도 한 존재'입니다. 왜 그가 그런 존재가 되었는지는 아일리스의 시점에서 등장합니다.


3년 전, 제국에는 혼돈의 마물이 출몰합니다. 제국이 성립되었을 당시 초대 황제는 이 혼돈을 무찌르고 붉은 구세사로서 제위에 오릅니다. 그리고 그 3년 전에 이교도들이 다시 한 번 그 때의 마물을 만들고자 하여 실제 만들어 냅니다. 그 때의 복제품에 지나지 않았다고는 하나 마물은 그 주변을 다 먹어치우고 초토화시킵니다.

제국은 혼돈을 물리치기 위해 술사와 기사, 사제들로 구성된 대규모 인력을 파견합니다. 그리고 그 때의 수장은 아일리스였으며, 혼돈을 물리친 것은 키에란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다 밝히면 재미없으니 그 구체적인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아일리스의 시점은 여러 번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가 키에란과 아일리스의 첫 만남입니다. 그 때 아일리스의 심정은 몇 번이고 읽어도 웃음이 납니다. 그의 당황과 혼란과 경악이 동시에 읽히는 그런 이야기였지요. 다만 같은 때를 키에란의 입장에서 다시 읽어내면 또 다릅니다.


이들 둘이 처음 만나고, 호감은 있지만 마음을 서로 접거나 혹은 본격적으로 구애하는 그 상황에서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납니다. 사건은 두 사람을 둘러싼 환경에서 발생한 것이기도 하고 그 둘의 장래와 관련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든 일이 해결되기 전, 가장 큰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키에란이 아일리스에게 건넨 그 대사는 진짜로 달달하네요. 지금까지 읽었던 그 어떤 로맨스 프로포즈보다 더 무섭고 더 격하며 가장 로맨틱합니다. 그리고 그걸 실현시킬 힘이 있다는 것이 또 무섭지요.


앞부분을 읽어나가면 키에란은 매우 약한 존재로 보입니다. 하지만 읽어나갈 수록 키에란에 대한 감정이 바뀝니다. 초반에는 어리숙한 인물, 그 다음에는 자기 자신을 매우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 그 다음에는, 인간 이상의 존재로. 아일리스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일리스가 그 때 잡지 않았다면 아마 키에란은 그대로 살아갔을 겁니다. 그리고 뒤에 일어났던 사건들도 아마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대신 제국은 점점 더 망가졌을지도 모르지요. 제국에 또 다른 활력과 변화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 이 둘의 만남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해 둘 다 첫 만남에서 첫 눈에 반해놓고는 내내 자각 못하고 있다가 한참을 돌아서야 손을 잡은 거니까요. 고생은 많이 했지만 결말을 보면 흐뭇하게 커플을 바라보게 되니 좋습니다. 달달하기도 하고, 그 둘의 고생이 정말로 세계 멸망을 막아내는 것이었으니 몇 번이고 칭찬해도 됩니다. 정말로요.




이 소설에는 마법이 아니라 세계를 구성하는 규칙을 이해하는 술식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를 태생적으로 체득하고 있는가, 아니면 공부하여 알고 있는가에 따라 술사와 학사로 나뉩니다. 제국 내에서는 술사를 학사보다 높게 보고 있으며, 이는 초대 황제, 붉은 구세사가 술사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피를 이어 황제도 대대로 술사로서의 능력이 높은 이를 추천하고요. 능력제라고도 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게 발목을 잡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세부 설정을 포함해 켜켜이 잘 쌓아 올린 좋은 판타지입니다.:)



잼베리. 『디센트 1-5』. 피아체, 2018, 각 3500원.



그러나 편집 상태에 대해서는 불만이 한 가득입니다. 장면전환이 되는 부분이 많은데 구분선이나 문단 구분이 약합니다. 보통 장면이 바뀌면 단락을 바꾸고 앞 문단과도 여러 줄 띄워 놓는데 그걸 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때문에 읽다가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장면이 바뀐 거더군요. 그런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편집 미스라고 밖에 할 수 없네요. 피아체가 원래 그런 출판사가 아닌데 왜 그랬지?

제목을 백작가 사생아의 일탈기라고 적었지만 함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물음표를 붙인 것이고요. 전자책 세 권의 이 책은 길고 긴,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얽힌 이야기를 다룹니다.



리디언스 백작가에는 세 아이가 있습니다. 브랜든과 발레리는 쌍둥이이며 그 아래 막내인 마샬이 이 소설의 주인공인 막내딸입니다. 그리고 마샬은 제목에서 언급한 것처럼 백작가의 사생아입니다. 백작부인의 자식이 아니라 예전에 잠시 백작가에 머물렀던 이방인이 낳은 딸이지요.

여섯 살 때 쌍둥이들이 밀쳐 넘어져 크게 다친 뒤로 막내는 집안 식구들에게 거리를 둡니다. 그리고 그 사건에 생긴 다른 이의 몸에 빙의할 수 있는 능력을 십분 활용해 도박에 빠진 브랜든을 골려준다거나, 참새의 몸을 빌려 저 멀리 놀러간다거나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황실 무도회에 갔다가 우연히 곰인형에게 빙의가 되어 버립니다. '되어 버린다'는 것은 곰인형에게 닿으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무조건 그 속에 갇혀서 3시간 동안 꼼짝 못하기 때문입니다. 분명 다른 이들의 몸이나 동물의 몸을 빌릴 때는 그렇지 않은데 참 희한하지요. 그렇게 그 곰인형의 주인인 루드빌리안 공작과 엮입니다.


로맨스소설이 그러하듯 남자주인공은 루드빌리안 공작입니다. 그리고 로맨스소설이 그러하듯(2) 마샬은 여러 인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나중에는 가족들과도 화해하는데 성공합니다. 공작님의 곰인형에게 반드시 빙의가 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 역시 과거의 이야기,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래전의 이야기와 관련이 됩니다. 마샬이 가진 능력 자체가 과거에 일어난 여러 이야기들과 엮이는 것이로군요. 하여간 읽다보면 이 모든 것은 의사소통 부재가 원인이며, 서로 붙들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도 여럿 보입니다. 마샬 역시 의사소통 부재로 가족과 데면데면한 관계가 되었지만 공작과 얽힌 이야기, 이웃 국가와 얽힌 이야기 등이 풀리면서 차츰 상황도 해결됩니다.



볼까말까 고민하다가 제로노블에서 나온 책이니 일단 구입했는데 나쁘지 않았습니다. 발랄하고 경쾌한 이야기이니 결말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최성하. 『공작님의 곰인형 1-3』. 제로노블, 2018, 각 3300원.



참새가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주인공 성격도 그래서인가. 옛날 옛날의 모 후작님과 참새 신수가 떠오르는군요.'ㅂ' 물론 내용은 매우 많이 다릅니다.

외국인은 아니고, 외계인은 더더욱 아니고. 그래서 이계인입니다. 이 이야기는 『어떤 마법 세계의 평범한 이력서』의 외전으로, 후일담에 가깝습니다. 근데 그 후일담이 전자책 한 권 분량이라는 거죠.


전작을 보지 않으면 스포일러를 당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거, 사실 큰 내용폭로는 아니라고 우겨봅니다.






용사는 최종보스인 마왕님의 급소인 뿔을 잘라 던전공략에 성공했고, 자신이 자른 뿔은 고이 기관에 넘깁니다. 마왕이 무사히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하지만 마왕은 속이 터집니다. 왜냐하면 뿔을 자신이 받았다면 그대로 돌아갔을 테니까요. 하지만 진 것은 자신이고, 좋은 의도로 한 일을 어쩌나요. 투덜거리면서 연구원에 들어갑니다.

애초에 뿔 잘려서 뻗은 뒤에 자신을 발견한 것도 공략된 던전을 정리하던 정부나 기관쪽 사람들이었고, 뿔을 받으려면 5년은 기다려야 하니 이 세계에 체류할 필요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법기술 연구에 협조하기로 정부와 합의하고, 한국마법기술연구원의 연구원 자격을 받습니다.


연구원에서 하는 일은 주로 심리상담과 마법기술 연구의 보조 혹은 주 연구입니다. 심리상담은 용사에게 당한 뒤 뿔까지 잘려 그에 대한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낯선 세계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라 보면 됩니다. 그리고 마법기술 연구는 앞의 마법을 빼는 쪽이 훨씬 이해하기 편합니다. 마법을 뺀다면 그냥 평범한 이과계 연구소입니다. 그러니까 마왕님은 아직 이쪽 세계에 개발되지 않은 첨단 기술지식을 갖고 있고, 그래서 자신이 가진 지식인 마법진 등을 그려 보여주며, 다른 연구원들은 그걸 분석하고 해석해 현재의 마법기술에 적용할 방법을 연구합니다. 그러니 마왕님은 연구팀 중에서 제일 덜 바빠요.


마왕님의 적응을 위해 붙은 것이 심리상담 전문인 교수님과, 던전 파티의 보조자였던 동우입니다. 동우는 공무원으로서 마왕의 한국 적응을 돕고 이런저런 실무적 업무 담당을 위해 파견된 것이고, 교수님은 마왕의 이계 적응기를 연구하고 논문으로 씁니다. 그리고 마법 연구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돌아갑니다. 마왕님은 옵저버로 마법기술 연구를 돕는다지만 워낙 특출나신 분이라, 가끔 들어가서 어떻게 일 잘 돌아가나 보는 것 중심으로 하십니다. 굳이 따지자면 마법학 교수 수준을 넘어서신 거잖아요. 애초에 마왕인 것을.

용사에게 퇴치당한 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는 전작을 보시면 됩니다.



자. 그러한 마왕님의 일상은 외부적 사건 몇 때문에 꼬입니다. 가장 큰 것은 보수단체의 시위이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난동들입니다. 관심을 받고 싶어 이상한 발언을 일삼는 이들이나, 이상한데 꽂혀서 엉뚱한 쪽으로 파고드는 이들은 사고를 칩니다. 그리고 그 사고는 마왕의 일상을 침해합니다. 거기에 연애사까지 끼어드니 더더욱 마왕님의 일상은 심난해집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 소설은 해피엔딩입니다. 용사답게 발랄발랄한 용사님은 마왕님에게도 좋은 상담상대가 되며, 연애사를 알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마지막에 직구를 날리는 걸 보면 마왕님 참 귀엽다는 생각도 듭니다. 후후후후훗. 그 뒤의 일이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보고 있노라면 마왕의 한국 첼를 위해서 사회적 동반자법이나 결혼제도의 성별 치우기 대작업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그럴거예요....?



해위. 『어떤 마법 세계의 평범한 마왕님』. 피아체, 2018, 3600원.



표지 멋집니다, 표지. 마왕님 정말로 아이돌 같아요...!

책 세 권짜리임에도 짤막감상을 적는 것은 다 읽고 나서 홀랑 내용을 잊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읽은 다른 로판도 그랬지만 최근에 본 로맨스 판타지는 이거다 싶은 것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읽을만하다고 추천하거나, 이것 참 좋은 책이라고 추천할만한 것이 말입니다.

클리셰는 클리셰고 그걸 어떻게 풀어내는가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같은 클리셰를 다양하게도 풀어낼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사이다적 서사를 위해 사카린이나 액상과당을 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렇지요. 그렇다고 그게 부족하면 뭔가 밍밍한 맛이 됩니다. 참 어렵네요.


『레이디는 검을 겨눈다』는 Rana 作입니다. 종종 제 알라딘 계정의 맞춤형 도서로 올라오는 덕에 같은 작가의 책을 여러 보았는데, 이전에 보았던 것은 대체적으로 제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보고 나면 허한 기분이 들더군요. 굳이 표현하다면 허탈하다는 느낌. 본편이 끝나면 그걸로 종결되고 외전이 없다는 것도 그 이유중 하나일 겁니다.

이 책도 13장으로 완결입니다. 에필로그나 그 뒷 이야기는 없으며, 13장 자체가 에필로그이며 끝 이야기입니다.


일레나는 전생의 기억이 있습니다. 공작가의 유일한 딸로, 또 전쟁도구로 이용이 되어 싸우다가 황제의 명에 의해 집안이 멸문당하면서 함께 처형당합니다. 그 때 유일하게 울어준 이가 꼬마 요한입니다. 자신에게 검을 배웠던 인물이지요.

일레나는 평범한 백작가문의 외동딸로 태어나 자라지만 아버지인 백작이 호인으로, 아무데나 도장을 찍어주다가 작위를 제외한 모든 것이 넘어갑니다. 충격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챙기기 위해 황실 시녀로 들어가나, 거기서도 괴롭힘을 당합니다. 그 전에도 그렇고 그 때도 도와준 이가 알펜하르트 대공 요하네스입니다. 그리고 일레나는 전생의 제자였던 그 꼬마 요한이 훤칠한 대공이 되었다는 걸 알아봅니다. 문제는 여성에게는 검을 안 쥐어주는 이 세계에서, 검을 쓸 줄 알고 거기에 멸문당한 공작가의 검술을 사용하는 자신이 들킬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가능하면 전생의 모습은 감춰야 했는데 어쩌다보니 알펜하르트 대공과 손을 잡게 됩니다. 그리고 결혼.

결혼한 뒤의 일은 대공가의 가신들에게 인정 받고, 검 쓰는 모습을 보이며, 전생의 모습을 들키고, 황가와 대공가, 멸문당한 옛 집안의 비밀을 알게되는 내용입니다.


대체적으로 무난한 판타지지만 역시 차별적인 세계에서 특정인 한 명이 도드라져 나서는 서사다 보니 제 취향에서의 한계가 생기더군요. 하하하.


최근에 같은 작가 책이 하나 더 나온 모양인데, 이번은 회귀+사이다로군요. 보고 나면 텁텁하지만 그럼에도 활자중독자는 읽게 된단 말입니다.



Rana. 『레이디는 검을 겨눈다 1-3』. 연필, 2018, 각 3천원.



발견한 오타는 세 군데입니다.

1권 132/234

'시 그녀가 카리나와 닮아서~'


2권 119/264

'시종 장과 하녀 장의~'


3권 26/210

'그렇다 해도, 제국 민을 보호해야~'

판타지소설입니다. 그리고 BL입니다. 그러나 Boy's Love보다는 Boy's Life에 가까우며, 그 사이에는 survival이 들어갑니다. 본편 중 후기에 언젠가 언급되었던 것처럼 이 소설은 본편 내내 분위기만 잡다가 마지막에 고백, 그리고 본격적인 연애담은 외전에 등장할 예정이랍니다. 추측인 건 외전의 제목과 간략한 내용만 나왔고 아직 실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쓰시는 중이시랍니다...(먼산)


조아라 연재작으로 8월 2일 습작, 그리고 9월 중순 경부터 리디북스에서 새로 열리는 기다리면 무료형 유료 연재플랫폼에서 연재가 시작될 것이고, 그 뒤에 전자책 출간예정이랍니다. 연재 후에 일정 기간의 독점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대략적인 예상으로는 내년 4월에나 전자책 출간이랍니다. 그리고 리디북스 독점될 거고, 그 다음에야 이퍼브에 풀릴 것이니 저는 어린이날에도 볼까말까 하네요. 하하하하.;ㅂ;


그래도 저는 예전에 사고 친 기업이 반성하고 개선하지 않는 이상은 열심히 패는(-_-) 터라 이퍼브를 고수합니다. 내 돈이 그런 기업들의 이익이 되도록 둘 수 없습니다.-ㅁ-!




조아라에서 전체 86화로 끝났지만 원래는 30화 내외의 단편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30화 즈음에는 그게 절대로 무리라며 댓글에서 endless 30화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80화를 넘겼지요. 아무래도 미궁의 구조 때문에라도 30화로 끝나는 건 무리였나봅니다. 물론 훨씬 가볍게 쓴다면야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쓰다보니 본격 판타지가 되었다는 것이 문제였고요.


언급한대로 이 소설은 본격 판타지입니다. 그것도 던전 공략을 주제로한 판타지고요. 이 소설 외에도 던전 공략을 소재로 한 판타지는 가끔 나옵니다. 하지만 이 소설처럼 '게임 속에서 던전을 돌파하는 것과 같은' 소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안경원숭이의 『세레나와 불가사의한 미궁』이 조금 닮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방향이 다릅니다. 그쪽은 던전 돌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살아 남는 것이 목적이고, 이쪽도 살아 남는 것이 목적이기는 하나, 목표가 따로 있다는 것이 다릅니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세레나~는 목적은 있지만 아직 목표는 없고, 목적 달성하기만도 벅찬 상황이었다 치면 던전상인은 목적을 달성해가는 와중에 목표가 생긴 것에 가깝습니다. 아마도 완결 여부가 큰 차이기는 하겠지요.(먼산) 세레나~는 100층짜리 던전 중 지금 위의 초반만 공략한 상태니까요.



'나'는 교통사고로 죽어갑니다. 죽어가는 것을 느끼며 살고 싶다, 하지만 아프니 빨리 죽고 싶다라는 상반된 소원을 빌었던 것이 원인일까요. 정신차려 보니 이상한 실내 공간에 있었는데 몸은 죽기 일보 직전에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그러한 몸의 상황을 머릿 속으로 직접 전해오던 인형의 지시에 따라 좌판을 펼칩니다. 농담이 아니라, 인형의 설명에 따르면 내가 떨어진 곳은 하레이어 지하 미궁이며 이 최하층에는 악의 근원이 잠들어 있고 용사가 그 정화를 위해 미궁을 탐험하며 지하로 내려가는 중이랍니다. 그리고 나는 미궁에 떨어진 불운한 언데드, 그것도 몸이 매우 불완전하기 때문에 깨끗한 영혼이 필요하며 그 정화된 영혼은 용사에게 얻으랍니다. 그것도 물물 교환으로. 게다가 일정 시간마다 주기적으로 섭취해야 한답니다.

쉽게 말하면 언데드가 된 나는 던전 탐사를 통해 아이템을 수집하고, 그 아이템을 용사에게 주고 정화된 영횬을 받아 몸을 유지합니다. 그렇게 던전상인이 된 나는 마법사와 전사와 용사로 이루어진 파티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미궁의 지하까지 내려갑니다.



소설의 얼개는 저렇습니다. 다만, 거기에는 몇 가지 다른 것들이 섞입니다.


1.나에게는 인형이 붙어 있습니다. 인형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 묘하게 미궁 내를 잘 알고 있습니다. 말투가 독특한 것도 특징입니다. 1인칭도 아니고, 나의 생각을 읽는 것과도 비슷한 1인칭 같은 2인칭 발언을 합니다.

2.미궁 최하층에는 악의 근원이 있다는데, 그 때문에 세상은 멸망으로 가고 있답니다. 이미 오염이 심각하게 되어, 그걸 해결하기 위해 용사가 나섰답니다. 그리고 그 용사는...(하략)

3.전사로 보았던 인물은 전사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전사의 정체는 따로 있으며, 이 사람은 2차 전직..이라기보다는 3차 전직을 합니다.(결말부)


3에 덧붙여 쓰면 파티 구성원들의 조합도 독특합니다. 용사는 용사고, 전사는 알고 보면 아빠(아버지 아님)나 삼촌, 나이 많은 형 같은 존재며 마법사는 투덜거림 심한 둘째 형이나 엄마 포지션입니다. 애초에 파티가 3인 파티였으니 던전상인은 옵저버나 NPC에 가까운데, 후반부에는 파티원이 됩니다. 약초를 공급한다는 점에서는 힐러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인형은 파티에서 자주 등장하는 마스코트. 그러나 내 정체는 창대하겠지-.

인형의 정체는 초반부터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맞추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미궁의 비밀과 관련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나 미궁의 정체부터 시작한 여러 수수께끼들은 마지막에 가서야 퍼즐조합을 하듯 맞출 수 있습니다. 초반에 맞추기는 ... 음. 아뇨. 초반은 그저 던전 탐색을 즐기면 됩니다. 수수께끼는 후반에 가면 되고요.



읽으면서 가장 감정이입하기 어려운 인물은 전사입니다. 연재 당시에도 답답하다는 평이 많았고, 재독하면서도 제일 답답하다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게 또 하나의 실마리이기도 합니다. 왜 그가 보수적이고 답답한 인물이 되었는지는 .. (하략) 아냐, 적으면 안됩니다.=ㅁ=



연재 마지막은 결말까지 일직선으로 달린 것 같고, 그 마지막의 절정부와 결말부는 소년만화-아니, 클리셰적인 게임 결말 엔딩 같지만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소설 내 묘사가 현장감(...)이 매우 높아서 몇몇 부분은 고어와도 같지만, 그런 묘사가 있기 때문에 대단원과 결말을 감동깊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조합도 좋고요. 상인은 한국인이니 평범한 흑색의 눈과 머리칼일 것이고, 용사는 용사답게 금발에 파란눈입니다. 게다가 찰랑이는 금발머리라는 묘사가 몇 번 나옵니다. 전사는 붉은 머리카락에 녹색 눈, 그리고 곱상하게 생긴 얼굴이라는 설명이 있었지요. 마법사는 용사가 머리를 땋아준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긴 은발. 그리고 까무잡잡한 피부라는 것이 초반에 나옵니다. 솔직히 마법사는 저 조합이 요즘 자주 등장하는 그, 코난의 a모와 조합이 비슷해서 그쪽으로 치환되는군요.


묘사는 그림같기도 하지만 굉장히 세밀합니다.

예를 들면, 연재하는 동안은 재주행 없이 가다가, 완결 후 재주행하면서 마주한 초반의 상인은 이질감이 있습니다. 재주행은 만 하루가 걸렸는데, 그간의 주행에서보니 초반의 성격은 후반에 한 번 더 드러납니다. 막 미궁에 들어온 상인은 아직 언데드로서 거듭나기 전이라 감정 표현이 매우 풍부합니다. 그 표현이 대개 항의와 분노로 나타나지만, 죽은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험악한 환경에서 버티려면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고는 견디기 어렵겠지요.OTL

그랬던 상인은 인형의 안내대로 영혼을 흡수한 뒤에는 몸의 상처가 회복됨과 동시에 진정한 언데드(...)로 거듭납니다. 그럴 때의 성격은 사뭇 다릅니다. 척박한 환경에도 거리낌 없이, 몸 한두 곳, 아니, 열 곳 쯤 부서진다 해도 문제될 것 없으리! 라는 생각 아래, 남이 보면 문자 그대로의 분골쇄신을 보입니다. 그게 좀 고어이긴 한데, 그래도 소설이라 넘어갈 수 있는 범위 안입니다. 그 때문인지 연재 중 후기에서 웹툰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고 저 역시 동의합니다. 보석으로 이동하는 층에서 벌어진 사건이나, 턴제로 돌아가는 층에서 벌어진 일이나 그림으로 그려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먼산)


하여간 처음부터 일직선으로 던전 돌파의, 던전 돌파에 의한, 던전 돌파를 위한 이야기였습니다. 책으로 만날 그 날을 기다려 봅니다.:)



이미누. 『극한직업 던전상인』. 2018. (조아라, 2018.2.2~2018.7.31. 리디북스, 9월 예정)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109590&novel_post_id=59695

인완. 『꿈속을 달리는 늑대』


누군가 제게 개과냐 고양이과냐 묻는다면 고양이라고 단언할테지만 늑대는 예외입니다. 늑대를 포함해 개과 동물 중에서도 큰 녀석들은 고양이 못지 않게 호감도가 높습니다. 물론 저는 매우 게으른 인간이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들일 수 없으니 랜선이웃을 자처할 따름입니다.

한국은 이미 늑대건 이리건, 개과의 포식동물들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그렇다보니 뉴스 등으로 자주 만나는 호랑이보다도 늑대에 대한 호기심은 더 큽니다. 그러니 늑대가 등장하는 소설은 일단 읽어보고 봅니다. 아, 늑대인간류는 예외입니다. 그쪽은 높은 확률로 (고딕)공포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무서워서 잘 못봅니다.

이 소설도 공포소설입니다. 작품 분류도 호러, 판타지로 되어 있고요. 개인적인 분류로는 호러 판타지보다는 환상소설에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을 강화시키는 건 마지막 부분입니다. 그 부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저도 공포소설이라 생각했으니까요.

이하는 내용이 섞여 있지만 감상에는 크게 방해되지 않는다...고 소심하게 주장해봅니다.


화자인 나(에밀리)는 사진작가인 삼촌이 있습니다. 모험심이 강하고 호기심 또한 강했던 삼촌은 여행을 떠났다가 사망하고, 유품과 마지막 편지가 에밀리에게 도착합니다. 편지에는 삼촌의 마지막이 어땠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 담겼습니다. 여기까지는 호러에 가깝지만 거기서 이어지는 마지막 문단은 이 소설을 환상소설로 바꿉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그 후반부입니다. 아마도 융단에 실려 따라온 것이 아닌가 싶은 그 정경은 에밀리에게 글로는 전해지지 않은 다른 무언가를 건넵니다. 어쩌면 삼촌과의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나누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지요. 다른 것보다 평소 늑대에게 갖고 있던 이미지와 매우 잘 어울리는, 달리는 늑대라는 점이 더 마음에 듭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는 소설을 직접 읽어보시면 알겁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위시한 풍경 사진작가들은 의외로 여러 위험에 노출됩니다. 그렇게 목숨을 잃은 사진작가의 이야기 중 가장 최근에 들었던 건, 탐사를 갔다가 화산폭발에 휘말려 사망한 사진작가의 유품인 카메라를 제조회사가 직접 수리해서 유족에게 전해줬다는 에피소드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알래스카의 사진을 많이 찍어 남긴 호시노 미치오입니다. 사진 촬영을 나갔다가 곰에게 절명한 사진작가거든요. 그런 일이 심심찮게 일어난 걸 알고 있다보니 작품 속 삼촌의 선택도 이해가 됩니다. 이미 경고를 들었고, 그걸 어긴 것은 자신이니 체념한 것이 아닌가 싶고요. 그럼에도, 날이 밝을 때까지 버틸 수는 없었을까라는 안타까움이 조금 남더랍니다. 물론 그 뒤의 이야기와 이어지면 그건 그대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 밤에는 꿈에서 늑대를 만나길 기대해봅니다. 물론 굶주린 늑대 말고, 마지막 문단에 등장하는, 그런 늑대 말입니다.:)

『마법사를 위한 동화』는 출판본이 세 번째 버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전에 조아라에서 다른 아이디로 연재되었다가, 나중에 본계정인 은소로로 연재되었다가, 『검을 든 꽃』을 완결한 뒤에 그 다음으로 연재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보았던 것은 앞의 두 버전이었고 출판본과는 느낌이 상당히 다릅니다. 처음 버전은 강대한 함을 가진 무뚝뚝한 마법사가 새로이 마법사가 될 소녀를 데려와 잘 키우고, 사교계에 데뷔시키며 왕국내에서도 새로이 입지를 다지는 이야기였지만 출판본은 그보다 훨씬 스케일이 큽니다. 스케일이 크다는 것은 이야기가 복잡해진다는 것이니 제목 그대로 동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불만의 소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출판본은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주인공인 아즈릴은 후견인으로 지정된 이들에게 재산을 빼앗기고 노예로 팔리며, 노예로 끌려온 백작가에서 매맞는 아이로 지내며 정신적 신체적으로 학대를 당합니다. 그러던 아즈릴에게, 어느 날 이상한 사람이 하나 나타납니다. 그리고는 소공녀에서 그랬던 것처럼 뭔가 이상한 일이 주변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아즈릴에게 허락을 구하던 그 사람은, 허락을 받자마자 아즈릴을 데려와 극진히 보살핍니다. 아즈릴은 그 보호 아래서 자신이 잃어버린 그 몇 년 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깨닫습니다.

기억을 되찾은 아즈릴은 옛 스승이자 자신을 죽음에서 몇 번이고 구해준 레마의 보호 아래 다시 마법을 배웁니다.



이 이야기의 중요한 점은 레마의 존재입니다. 지평선의 마법사라 불리는 매우 강한 마법사인 레마는 아즈릴에게도 숨기는 것이 많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연구실에서 무엇을 하는지,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파수꾼의 업무를 하고 있는다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말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수수께끼는 아즈릴이 왕국에서, 무명마법사로 불리는 특이 마법 체질의 공녀를 도와주며 조금씩 풀립니다. 레마의 주변에서 사역마로 추정되는 새는 따로 행동하며, 레마 혹은 아즈릴에게 좋지 않은 행동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무명마법사로서의 소질을 가진 이들이 행방불명되고 사라지며, 그와 관련된 일이 레마와도 관련있다는 걸 아즈릴이 깨닫게 되며 이야기는 더 미궁으로 빠집니다. 그 행방불명이 개인의 일이 아니라 어느 단체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알면서 더더욱.



『검을 든 꽃』보다 『마법사를 위한 동화』가 더 읽기 버거웠던 것은 담고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꼬여 있는가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검꽃』은 주인공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상당히 쉽게 풀립니다. 이야기는 일직선으로 결말을 향해 달려가지요. 하지만 『마동』은 다릅니다. 레마와 아즈릴의 갈등이 풀리는 것은 2권 후반이며, 그 사이에는 수 많은 갈등과 비밀, 외면, 침묵이 있습니다. 게다가 수수께끼가 정확하게 등장하는 것이 풀릴 때 즈음인데다, 반동인물의 역할을 하는 이들이 여럿이라 읽는 과정에서 속이 답답합니다. 그럼에도 2권 후반부에 달하면 "좋은 이야기였다."는 감상이 튀어 나옵니다.

그 수많은 갈등과 고통은 후반부에서 모두 해결되며, 정말로 동화와 같은 이야기로 끝맺습니다. "그리하여 **이 태어났습니다."라는 결말은 그간의 고통을 보상하는 것 같기도 하군요. 그런 로망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이 태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인물의 뒷 이야기마저도 멋지게 떨어집니다. 헤어질 때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재회와 그 뒤의 또 다른 만남을 보고는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뒷 이야기가 더 궁금하지만 아마도 여기서 덮는 것이 좋겠지요....=ㅁ=



은소로. 『마법사를 위한 동화 1-2』. 신영미디어, 2018, 각 12000원.


바로 이어서 리뷰를 올릴까 하다가 기분 전환용으로 더운 여름날에 알맞은 소설 감상을 올려봅니다. 원래는 어제 올리는게 맞았지요. 오늘은 상대적으로 선선합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이지만 지난 며칠간보다는 선선하네요.

하여간 배경이 겨울이고 아주 칼바람이 쌩쌩 분다는 점에서 여름날 추천할만한 소설입니다.

...

물론 그게 전부인 소설은 아니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정진정명 판타지, 그리고 BL입니다. 하지만 BL이라 해도 신은 아침 짹이며, 그 외에는 키스신 정도입니다. 실제로도 전연령으로 올라왔으니 신경쓰지 않고 보셔도 됩니다. BL소설이니 연애가 중요하긴 하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숲과 숲지기의 존재입니다. 즉, 판타지 요소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제목 그대로, 드림 오브 윈터는 겨울의 꿈입니다. 한여름 밤의 꿈과도 비슷하지만 이쪽은 훨씬 삭막합니다.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거죠. 겨울은 춥고 황량하기 때문에 따뜻한 불가의 분위기가 더 포근함에 가깝게 다가옵니다. 여름철의 에어컨 옆이 시원하다면, 이 곳의 불가는 안전함과 안온함, 편안함을 상징합니다.



'나'는 정신을 차렸을 때 아주 춥고 황량한 곳에 있었습니다. 무엇인가에 쫓기듯 뛰고 있었지만 무엇에 쫓기는지는 알 수 없으며, 머릿 속에서는 누구의 말인지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돌아다닙니다. 숲 저쪽에 마물이 있으니, 그 마물을 풀면 이 꿈에서 깰 수 있다는 내용이었지요.

추위에 떨면서 뛰다보니 저 편에 불빛이 보여, 간신히 도달했지만 그 앞에서 뻗었습니다. 폐가 얼어 붙을 정도로 추운 곳에서 막무가내로 달렸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는 오두막 안 이었고, 그 안에는 온통 하얀 색에, 눈은 빨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누구냐는 질문에 답하려다 보니 답이 없네요. 나는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여기 왔는지도 기억을 못합니다.


숲지기는 이 곳이 숲이며, 항상 겨울이고, 마물을 가두기 위한 결계가 숲을 둘러싸고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네가 있는 것을 보면 결계가 망가졌을 수 있으니 확인해보겠다는 말도 덧붙이지요. 숲지기의 간호를 받으며 감기와 동상을 포함한 신체적 상처는 나았지만, 숲지기가 전해준 '결계는 안 뚫렸어.'라는 말에 입은 내상은 치유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온 것일까요.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이 숲 속에 나타난 것일까요.



이야기는 '나'의 정체와 '나'에게 속살거리는 목소리, 그리고 숲의 비밀로 이어집니다.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지만 앞부분은 흡사 로빈슨 크루소를 보는 것 같은 서바이벌이며, 후반부는 작은 반전이 있습니다. 추리형 판타지로서도 매우 괜찮은 이야기입니다.

조아라에서 연재할 당시 몇 번이고 돌려 읽었고  『나의 숲에서』나 게리 폴슨의 소설들이 떠오르더랍니다. 하기야 모티브가 되었던 것은 유튜브 등에 올라왔던 여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더군요. 다른 소설 리뷰에서도 언급하겠지만 가끔은 그런 생존 프로그램이 매우 도움됩니다.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로 흘러가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더위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분들께, 더위 해소용으로 추천해봅니다. 배경이 툰드라나 타이가 같이 칼바람 부는 아주 추운 곳이니까요.


이미누. 『드림 오브 윈터(Dream of Winter)』. 민트BL, 2018, 2500원.


총 3권의 책입니다. 분량도 상당하지요. 1권이 556쪽, 2권이 560쪽, 3권이 후기 포함해서 528쪽입니다.


이 책을 구입할 때 『마법사를 위한 동화』와 같이 구입했고 주말 동안 이 책들을 읽으면서 고통받았습니다. 『검을 든 꽃』 네 권을 읽을 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이 다섯 권은 읽어 가는 것이 힘들더군요. 특히 로자리아는 1권을 읽다가 도저히 버틸 수 없어서 1권 읽고 바로 3권으로 넘어갔습니다.



로자리아는 왕국, 테베의 왕녀입니다. 그러나 제국의 성녀는 로자리아를 두고,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할 이라는 예언을 내립니다. 왕과 왕비는 사랑하여 결혼했지만 그 예언이 내려오자 왕은 딸을 죽이려 하고 왕비인 후작은 딸을 데리고 도망칩니다. 그러나 왕비는 결국 사망하고, 끌려온 왕녀는 탑에 유폐됩니다. 로자리아가 성년이 되기 전 찾아온 성녀는 제국이 그래왔던 것처럼 미성년자인 왕국의 후계자를 제국으로 데리고 갑니다. 교육을 위해서라지만 사실상 볼모이자 제국에 반항하지 못하도록 미리 눌러두는 것에 가깝습니다.

로자리아는 내내 성녀 프리실라에게 휘둘리며, 프리실라는 로자리아를 자신의 손아귀에 두고 그녀가 임신하면 그 아기를 바탕으로 테베 역시 휘두를 생각을 합니다. 프리실라의 목표는 현 황제의 차남인 라쉬드와 결혼하여 황후가 되는 것. 하지만 로자리아는 모든 것을 잃은 뒤 자신의 정령술을 바탕으로 복수를 선택하고, 결국에는 복수를 이룹니다. 그러나 마음에 두었던 라쉬드에게 죽은 뒤에 열 다섯, 아직 제국으로 건너가기 전으로 돌아옵니다. 여기까지가 프롤로그에 해당하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호귀한 뒤 로자리아는 그 뒤 자신의 정령술을 감추며 어떻게든 살아 남기 위해 노력합니다. 로자리아는 오랫동안 단절되었던 정령술사로서의 힘을 가졌지만, 신전에 이 사실을 들키면 척살 대상이 될 거란 걸 압니다. 정령술은 악한 것으로 신의 힘에 반하는 것이라 들키지 않게 노력합니다.

열다섯으로 회귀했지만 그간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고, 내내 홀대받았던 로자리아는 그 며칠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준비할 시간이 짧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든 상황을 타개하고 죽지 않을 방법을 모색하며, 자신을 볼모로 데리러 온 제국의 성녀 프리실라와, 그녀의 일행으로 온 대공 라쉬드와 함께 제국으로 갑니다. 프리실라는 로자리아를 내내 견제하고 자신의 손 안에 두려 하며, 로자리아는 어울려주는 척 하다 공동의 적을 둔 라쉬드와 손을 잡습니다.



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로자리아는 신전과 직접적으로 대립하지 않으면서 회귀 전에 보았던 여러 사건들을 회피하기 위해 이런 저런 방법을 씁니다. 정령술을 사용해 제국에 돈 전염병의 치료제로 약재를 만든다든지, 그를 위해 정령술을 사용한다든지 등등. 그리고 그 와중에 또 다른 제국의 황자와도 얽힙니다.


대강 얼버무리는 건 그걸 자세히 기술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건이 있고,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로자리아와 라쉬드는 서로 엇갈리는 일이 많으며, 그게 또 클리셰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답답한 과정이 꽤 길게 늘어나며, 악녀인 프리실라나 악한 놈인 황태자 클라인도 악한 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게다가 프리실라가 성녀라는 위치에 오르기까지 쓴 방법이나, 그 뒤에도 로자리아를 누르려는 방법이나 라쉬드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 등이 제가 매우 싫어하는 방식입니다.

옆 제국인 바렛사의 황제, 마르쉬 또한 그렇습니다. 나중에 로자리아가 잡혔을 때의 이야기나, 그 앞의 이야기 역시 매우.... 제가 좋아하지 않는 전개입니다. 그래서 2권을 홀랑 건너 뛰었던 것이기도 하지요.



성녀와 신전의 부정한 행위는 제국의 성립 과정에서 발생한 신들의 다툼과 연계가 됩니다. 로자리아의 회귀 전 이야기, 신들의 다툼, 제국의 성립, 바렛사와의 대립 등은 모두 하나로 귀결됩니다. 모든 이야기는 결국 원래의 예언이 달성되는 것으로 끝을 맺고요. 그런 의미에서는 나쁘지 않은 이야기지만 내용이 너무 많아서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세계관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먼산) 취향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결국 '여자라서 안돼.'라든지 '여자가 뭘.'이라든지 라는 이야기가 많다는 겁니다. 제게는 두 번 읽기에는 버거운 이야기더군요.


그리하여 조용히 덮고는 『마법사를 위한 동화』를 읽기 시작했는데, 그랬는데....(다음 글에 계속)


문해랑. 『로자리아 1-3』. 위치북(케이더블유북스), 2018, 각 13500원.


『악녀는 변화한다』는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던 소설입니다. 완결까지 연재되고 다시 타 플랫폼에서 연재되었다가 출간되었지요. 지금 보면 왜 전자책으로만 나왔을까 싶습니다. 종이책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소설이라 생각하거든요. 전자책으로는 총 6권. 권 수가 많지만 읽는데 그리 버겁지는 않습니다.



엘쟈네스 크로커스는 크로커스 공작가의 장녀입니다. 아래로 여동생 하나, 남동생 하나가 있지요. 공작가의 영애지만 동생인 리리엘이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과 반대로, 엘쟈네스는 그리 평이 좋지 않습니다. 로벨리아 왕국의 사교계에서 리리엘은 그 아름다움과 능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엘쟈네스는 나이 지긋한 귀족 여성들에게는 평이 좋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리리엘을 괴롭히는 언니로 소문이 났습니다.


엘쟈네스는 리리엘에게 들어온 제국의 청혼을 대신하여 북쪽으로 가게 됩니다. 괴물이라 소문난 북쪽의 윈터나이트 대공은 로벨리아 왕국과 연을 맺길 원했지만 왕실 여성들은 이미 다 결혼하고 없어, 그 다음으로 왕실 혈통에 가까운 로벨리아 가에 혼담이 들어온 겁니다. 리리엘은 괴물 대공과의 결혼을 눈물로 거부했고, 리리엘의 추종자인 엘쟈네스의 약혼자는 파혼을 선언합니다. 그리하여 엘쟈네스가 대신 대공비가 되기로 한 겁니다.



이 이야기는 왕국에서 악녀로 불린 엘쟈네스가 어떠한 사람인지, 그리고 가문에서 버림받다시피 한 엘쟈네스가 어떻게 능력을 꽃피우고 대공가와 제국에 자리를 잡는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그려 냅니다. 그 바탕에는 윈터나이트 대공가가 내내 싸워온 '겨울'을 부르는 이들의 이야기와 리리엘을 비롯한 크로커스 공작가의 이야기가 뒤섞입니다. 단순한 악녀와 성녀의 대립 구도가 아니라 그 아래는 여성 주인공 판타지소설의 이야기가 깔려 있는 것이지요.

초반부터 리리엘은 성녀의 위치에 있지만, 악녀의 위치에 있는 엘쟈네스에 대한 묘사가 완전한 악녀가 아닌 것처럼, 리리엘 역시 완전한 성녀는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가 있는 인물이지요. 그러한 리리엘이 어떻게 성녀의 위치에 설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소설 후반부에 등장합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커다란 사건은 리리엘의 밑 바닥까지 완전히 드러내게 만들며, 결국 리리엘은 처음과는 달리 악녀의 위치에 섭니다. 그건 리리엘뿐만 아니라 크로커스 공작가 자체도 그렇습니다. 공작가가 휘말린 여러 사건들은 하마터면 왕국 전체를 멸망으로 몰고 갈 뻔하며, 그 때문에 크로커스 공작가도 멸문 직전까지 몰립니다. 이러한 뒷 이야기는 소설 본편이 아니라 외전에서 다른 이들의 시점으로 전개가 됩니다. 외전은 5권 뒷부분과 6권 전체에 실려 있으며, 특히 6권에 실린 누군가의 시점으로 보이는 이야기는 이 중으로 '악녀가 변화했다'는 걸 보여줍니다.



로맨스, 판타지, SF까지 다양하게 다룬 이야기이고, 악녀는 변화하며, 사람은 또한 변화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게 걸리는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엘쟈네스는 지나치게 완벽하며, 주변 인물들은 그러한 엘쟈네스에게 감화되거나 물들면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변화합니다. 단순한 선악구도는 아니라 했지만 엘쟈네스를 선에 놓고 다른 이들을 보면 지극히 정석적인 선악구도 입니다. 처음에는 미운 오리새끼였던 엘쟈네스가 성장해 자신의 능력을 개화하는 것은 좋지만 그래서 오히려 엘쟈네스에게 마음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외전을 더 마음에 들어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엘리나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외전이나, 6권의 상당부분을 다룬 외전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나치게 정석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뭐, 6권 주인공의 어릴적 이야기가 등장하는 그 외전도 마음에 들었고요. 오히려 본편보다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고 보니, 걸리는 부분이 하나 더 있었군요. 『은하 영웅 전설』과 비슷하게, 여기도 혁명을 통한 공화제를 부정적으로 보며 제국의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국의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 이유는 황제 때문이지만, 그게 꼭 좋은 것일까 싶기는 합니다. 아직까지 잘 돌아가고는 있지만 그게 앞으로도 잘이냐 하면 확신이 없네요. 견제구는 많지만, 그리고 준비 안된 공화제는 프랑스혁명의 혼란기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지만 으으으으음...


누노이즈. 『악녀는 변화한다 1-5, 외전』. 마담드디키(교보문고), 2018, 1-5 각 3천원, 외전권 1500원.



하여간 엘리나와 요하네스, 율리히 때문에라도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율리히는 꼬맹이와 이름이 같아서 더..=ㅁ=


덧붙여 전대 대공부부의 이야기도 조아라에서 연재되다가 연재처 옮긴 걸로 기억하는데. 그러니 이 역시 출간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따로 뺄까 하다가 추가. 읽다가 발견한 오타들입니다.



본편은 정주행 두 번인가. 외전은 세 번쯤 했을 겁니다.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109082&novel_post_id=59580

Mik. 『백 한 번째 자매』


7월 초에 마감된 불나방브릿G는 남주로맨스와 여주판타지의 두 종류 공모전(?)이었습니다. 도전해볼까 하다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제 하드를 뒤져도 저 두 키워드에 해당되는 작품이 없더군요. 그리하여 조용히 내려놓고 까맣게 잊었는데 중단편작품 게시판을 역주행하다가 이 소설을 발견했습니다. 제목이 익숙한 걸 보니 트위터 타임라인에 올라온 걸 보았던 모양입니다.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짧지만, 그 짧은 분량에 꽉찬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그 뒤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다른 모험의 시작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뒷 이야기, 그것도 장편을 기대하게 되더랍니다.

내용은 매우 간결합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답게 빛나는 어느 공간, 그곳에 『재상』과 그녀의 여러 자매들이 모여있습니다. 수는 모두 백. 그리고 『재상』은 이야기합니다. 이곳에 곧 백 한 번째 자매가 도달할 것이며, 그 때문에 여기 있는 누군가는 자신의 '직업'을 내려 놓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새로운 자매의 스테이터스는 ALL MAX. 그것도 아르바이트와 교육만으로 달성한 수치랍니다. 그녀가 가질 직업은 당연한 것이고, 그렇기에 『여왕』은 자신의 자리를 넘길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결말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이 짧은 소설의 부작용은 상당히 심각합니다. 분명 제 방 어딘가에는 PM2=프린세스 메이커 2가 있을 것이니, 오랜만에 그 게임을 다시 꺼내들고 싶어졌지 뭡니까. 소설 속에 묘사된 분홍 머리에 황금빛 눈이라면 아마도 PM3나 그 이후 버전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저는 무사수행에서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용을 해치울 수 있고 무신을 잡을 수 있는 두 번째 버전을 가장 좋아했으니까요. 그 버전이 윈도에서도 돌아갈 수 있도록 개선된 것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니 찾아볼까라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공략법은 잊었지만 그래도, 잘 키우면 장군이나 왕궁마법사 쯤 훌륭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소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치트키를 써야만 왕을 만들 수 있었던 그 옛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옵니다.

그렇다보니 다 읽고 나면 데이터로만 남았을 수 많은 딸들에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그 경계를 넘어간 리셸 룬에게 새로운 길이 열리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전직용사아버지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합니다.


덧붙임.

꼭 읽어보세요. 읽고 나면 분명 옛 게임을 다시 꺼내들고 싶어질 겁니다...! 왜 모바일로는 PM2 같은 딸/아들 키우기 게임이 안나오는 겁니까. 육성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추억이 되어 꺼내볼만한 그런 게임은 없는 걸까요. 아쉽습니다.ㅠ_ㅠ


목록을 적다보니 이번 달에도 개별 감상기를 다 못 쓴 걸 깨달았습니다. 아니야, 괜찮을 거예요. 아마도. 언젠가는 쓰겠지요. 하하하하하.;ㅁ;



사이키. 『렛 잇 플라이Let It Fly 1-2』.

BL, 오메가버스, 현대.

따로 감상을 쓸까 말까 하다가 안 썼던가요? 개인지로 보고는 전자책을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기다리다가 뒤늦게 샀습니다. 개인지는 자취방에 있다보니 본가에서는 못 읽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오메가라는 걸 감추고 군생활을 하던 권재하는 발령받은 전투비행단의 정비사로 우성알파인 한태윤을 만납니다. 베테랑 정비사인 태윤 덕에 이모저모 도움은 많이 받지만 열성오메가던 재하는 '열성에서 우성오메가로 변화하는 개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원인은 우성알파인 태윤과 자주 만나 페로몬을 자주 접하기 때문이라 하여 가능한 멀리하려 하지만 그리 될리가요.

소설 자체는 우성알파인 태윤과 열성오메가인 재하가 연애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오메가로서의 자신을 감추고 억누르려던 재하가 연애하면서 점차 자리를 잡고 자신의 기량을 한껏 발휘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재하의 성장담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특히 재하가 마음 고생 심하게 하는 군내 추행 건들을 보면 오메가버스여야 하는 이유기도 하나, 오히려 그래서 감정이입이 심하게 되기도..(먼산)

보고 있노라면 아리카와 히로의 『하늘 위』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전투기 좋아하시는 사람은 상당히 재미있게 보실 겁니다.



진램. 『나이트를 잡는 방법 1-2, 외전』. 피아체, 2017, 본편 각 4500원, 외전 1천원.

BL, 오메가버스, 현대.

이쪽도 열성오메가가 주인공입니다. 앞서 리뷰를 올렸으니 슬쩍 넘어가지요. 외전 편을 기다리고 있지만 언데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출간된 다른 작품의 시리즈가 다음 집필 예정이라 들어서... 그러고 보니 『가이드의 조건』 외전도 그 다음 집필 목록 중에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만날 수 있겠지라며 해탈 중입니다. 기다림은 길지만 볼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퍼즐나비. 『별을 따다 생긴 일 1-2』. W-Beast, 2018, 각 3천원.

BL, 오메가버스, 현대.

오메가버스 세계관 소설을 읽다보면 속터지는 상황에 한숨 나올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오메가버스 세계관은 형질 차별이 곧 성차별적 맥락으로 읽힐 때가 많거든요. 그리고 거꾸로 역차별 논란이 될만한 이야기도 여럿. 또 임신관이 '남편이 없으면 안돼'에 가까운 것도 미묘합니다. 처음에는 마구 대하다가 마음이 간다 싶자 헌신적으로 돌변하는 남자주인공을 보다보면 등골이 쎄합니다. 미묘해요.



이 당시 오메가버스 세계관의 소설을 여럿 읽다보니 서로 비교도 되더군요. 취향이라면 그런 차별이 상대적으로 덜 나오는 『청춘만가』나 『나이트를 잡는 방법』이 더 입에 맞습니다.



이지오. 『오늘의 도시락 1-2』. BLme, 2018, 각 3천원.

BL, 현대.

이쪽은 다른 장치 없이 그냥 현대입니다. 잠시 휴학하고 누나네 집에 들어와 살고 있는데, 집 근처 아파트에 도시락가게가 생깁니다. 유치원 다니는 조카를 데리고 다녀보니 무뚝뚝한 사장이 있어 매번 부딪히네요. 그러다가 몇 번 신세지고, 답례로 일 도와주고, 그렇게 서로 왕래하다가 연애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것보다 외전 이야기가 매우 귀여웠습니다. 현대 배경이라 독립하고 둘이 동거 시작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가족들의 반대도 꽤 재미있었고요.







nigudal. 『트립!』. 이색, 2018, 3천원.

BL, 판타지, 차원이동.

차원이동이지만 이고깽이 아닙니다. 한창 시험공부하던 주인공이 정신을 차려보니 타임슬립을 한 것 같은데, 지나가던 귀부인이 주워준 덕에 조금씩 정착하며 사회를 공부하다보니 타임슬립이 아니라 자신이 시험공부하다가 손에 잡았던 과거배경의 모험소설 속으로 들어온 걸 깨닫습니다. 거기에 사고만 치는 주인공이 있어서 그 주인공만 피하면 어떻게든 중간은 간다 생각했는데 왜 그런지, 이 역병귀신 같은 놈과 얽히게 됩니다. 그 때문에 이리 고생하고 저리 고생하는 주인공의 이야기.

이나.

중요한 것은 읽다보면 미친듯이 웃으면서 이거 ***의 오마쥬잖아!라고 외친다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읽으면 다들 알만한 매우 잘 알려진 소설의 오마주입니다. 뭔지는 읽으면 아실거예요.

별 생각 없이 알라딘의 맞춤형 추천도서에 올라온 걸 보고 들어갔다가 작가 이름을 보고 앞뒤 가릴 것 없이 구입했습니다. 『에이미의 우울』은 매우 재미있게 읽었으니까요.



artois. 『거울 속의 이방인 1-3, 외전』

BL, SF.

어, 음. 아직 안 읽었습니다. 조아라에서 연재 완결되었던 소설로, 매력적이었다는 것만 얼핏 기억합니다. 그도 그런게 완결란에 올라온걸 마지막 몇 편만 읽고 확인했거든요. 그 부분으로 추론하건데 주인공이 매우 고생할 것이 눈에 선해 고이 덮어 두었습니다. 언젠가 열어 볼 겁니다.



그러타. 『스테이 위드 미 1-2』. 프린스노벨, 2018, 각 3300원.

BL, 현대, 배우, 빙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학대받던 상진은 결국 아버지 손에 죽습니다. 그러나 정신을 차렸을 때는 자신의 몸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몸입니다. 아이돌이었다가 지금은 연기도 조금 하는, 하지만 얼굴만 예쁜 쓰레기라는 소리를 듣는 류시한입니다. 왜 들어왔는지, 죽은 몸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일단 누군가의 몸에 들어왔으니 최대한 얌전히 잘 있다가 나중에 돌려주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몸에 남아 있던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는 겁니다.

그렇게 상진이 류시한으로서 살면서 여러 정신적 문제를 극복하고 연애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고 요약하면 민망하군요. 더 자세한 요약은 앞서 올린 감상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김아소. 『안겨줘요, 닥터 1-2, 외전』. 비하인드, 2017, 1-2권 각 2800원, 외전 1500원.

BL, 현대.

이쪽도 앞서 리뷰에서 자세히 올렸더니 쓸 기력이..(먼산)

일단 의사선생님이 매우 귀엽고요, 변호사님도 귀엽고요. 하지만 나중에 등장하는 동료 의사는 손톱만큼도 귀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모님이 지적하신 대로, 아무리 치프급 능력자고 논문을 여럿 발표했다고 해도 레지던트는 수술을 주관해선 안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박사논문을 통과할 수준이지만 본인이 아직 코스를 다 밟겠다고 주장하는 석박사통합과정 미졸업학생에게 석사과정 논문지도 맡기는 느낌..? 그리고 업무처리는 주변 박사과정생들이 담당하고요.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대강 그런 느낌입니다.



두나래. 『햇살 세 스푼』. 고렘팩토리, 2017, 4200원.

BL, 판타지.

구입해놓고 아직 못 읽었습니다. 아니, 뒷부분만 살짝 들여다보았네요. 현재 조아라에서 연재중인 『용의 황자님』 앞 이야기에 해당합니다. 괴팍한 빛의 마법사는 마법학 마지막 과정을 위해 저 북쪽 끝의 외딴 마을에 처박혀 있었고, 그 와중에 학교 졸업 직전의 수련을 위해 찾아온 견습마법사 쥬드가 찾아옵니다. 집안일이 능숙하고 챙겨주는 것도 잘해서 내키지 않았지만 함께 일하기로 하는데, 사교성 좋은 쥬드는 금방 마을 속에 녹아듭니다. 그리고 사고도 치는군요. 어쩌다가 주워온 알에서 이상한 생물이 태어나서 말입니다.


트위터에 잠시 올라왔던 조각글을 바탕으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그랬다고 기억합니다.) 마법사 둘과, 우연히 주운 용의 알과. 그리고 알에서 깨어난 용을 키우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동화풍 이야기라 참 좋습니다.



이미누. 『드림 오브 윈터 Dream of Winter』. 민트BL, 2018, 2800원.

BL, 판타지.

이것도 따로 감상 올려야.=ㅁ=

동화풍은 아니고. 동화풍이라기에는 본격적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테라리움에서의 생존기. 생존계 모험소설, 『나의 산에서』 같은 이야기와 매우 닮아 있습니다.

'나'는 어느 순간 숲에서 무작정 뛰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속살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무조건 뛰다보니 저 멀리 불빛이 보입니다. 자신이 가진 이상한 기억들이 어디서 온건지는 모르지만, 정신이 들었을 때는 오두막 안이었고, 심각하게 감기 혹은 폐렴과 동상에 걸려 있어 숲지기의 보살핌을 받습니다. 그리고 숲지기의 이야기와 자신의 기억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걸 깨닫지만 자신은 이름조차도 기억하지 못함을 깨닫고 경악합니다.

..아니, 그런데 숲지기는 자신을 숲지기라 소개하고 이름이 뭐냐 묻는군요.


어느 날 숲 속에 뚝 떨어진 주인공과 숲지기의 연애담입니다. 등장인물은 굳이 따지만 하나 더 있지만, 묘하게 「투모로우」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아마 배경이 황량한 툰드라의 숲 같은 이미지라 그럴 겁니다. .. 아. 툰드라가 아니라 타이가인가?;



긴밤. 『각자의 사랑 1-2』. 시크노블, 2018, 각 3200원.

BL, 현대.

등장인물 다섯이 각자의 사랑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원래 커플은 둘이었고, 도중에 그 두 커플이 깨지고 한 커플 성립했다가 맨 마지막에는 그 커플도 깨지고 한 커플만 남습니다. 하하하하.;ㅁ;

시점은 그 다섯 명 각각의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내용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지만 대체적으로 주인공인 목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앞부분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알라딘 등의 소설 소개란에 등장한 대로 가려면 1권은 절반 이상 넘어가야 합니다. 각자에게 붙어 있는 감정의 잔재가 매우 두꺼워서 그걸 털어내는데도 시간이 걸리더군요. 도중에 뒷부분만 볼까도 고민했지만 순서대로 읽기를 잘했다 생각합니다. 해피엔딩이니 걱정은 안하셔도 되고요. 감정의 진척은 느리지만 그만큼 깊게 다가옵니다.



두나래. 『처음이라서 외전』. 고렘팩토리, 2018, 700원.

BL, 현대.

귀엽습니다./////



사이현. 『베이비 런Baby run Side Story』. 블루코드, 2018, 1100원.

BL, 오메가버스, 현대.

현대라기 보다는 슬쩍 근미래 SF 분위기가 있긴 합니다. 조아라 연재를 보고 나서 외전만 살짝 구입해 다시 보았는데 이쪽은 제 취향과 좀 거리가 있습니다. 하하.;ㅁ;



누노이즈. 『악녀는 변화한다 1-6』. 마담드디키, 2018, 1-5 각 3천원, 6(외전) 1500원.

판타지, 로맨스.

다 읽고 나면 SF. 판타지가 아니라 다 읽고 나면 포스트아포칼립스란걸 깨닫습니다.(먼산) 하지만 본편은 그냥 판타지로 보면 됩니다.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던 소설이고 상당히 오래 기다렸던 터라 6권을 단번에 집어 들었습니다. 그건 좋은데 분량이 많아 읽는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그리고 주인공과 반동인물의 대립은 좋으나, 결말부에 벌어진 무도회에서의 사건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장면입니다. 외전까지 다 읽고 나면 결국 외전까지 가야 소설이 전체 다 마무리 되는 것이고,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던 분량까지만 보면 권선징악적 로맨스소설로 마무리되는구나 싶습니다. 외전의 결말은 누가 진짜 악이고 무엇이 진짜 용서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더군요. 피해자와 가해자가 종종 뒤바뀌는 일을 보다보니 마무리는 이정도가 적절하구나 싶더랍니다.

개인적으로 요한이 등장하는 외전, 엘레나의 외전이 매우 좋았습니다. 아마 따로 감상 올릴 겁니다.



카르페XD. 『황궁의 이브닝 외전 1』. B&M. 2018, 1천원.

BL, 판타지.

종이책으로 샀지만 혹시 그 뒤의 다른 외전인가 싶어 구입했는데, 책에 실린 것과 동일한 외전입니다.



도도연. 『윈터메르헨 1-3』. 시크노블, 2018, 1권 3400원, 2권 3천원, 3권 3200원.

BL, 판타지.

이쪽도 동화풍입니다. 하지만 동화풍이라는 것도 편차가 심한터라, 어떤 것은 북유럽계 동화, 어떤 것은 독일계 동화, 어떤 건 동유럽계 동화, 어떤 건 프랑스계 등등입니다. 이건 굳이 따지자면 북유럽과 아라비안나이트를 섞은 겁니다. 앞서 감상은 매우 구체적으로 올렸으니 슬쩍 패스. 전자책 가격만 추가해야겠네요.



피아니시모. 『Connected Time 이어지는 시간 1-3』. 파란달, 2018, 각 2500원.

BL, 현대, 회귀, 아이돌.

『Rewind time되돌아온 시간』의 뒷 이야기에 해당합니다. 원래 연재 당시는 1-2부로 나뉘어 있었지만 앞쪽 이야기가 출간계약하여 나오면서 뒷 이야기는 또 분리되었고요. 앞 이야기는 회귀한 뒤 바뀐 인생 이야기라면 이쪽은 연애하는 이야기입니다.



김아소. 『마이 팻보이 1-2, 스핀오프 외전』. 비욘드, 2018, 1권 3천원, 2권 4200원, 스핀오프 외전 2500원.

BL, 현대.

스핀오프는 살짝 SF나 판타지를 섞은 모양새입니다. 스핀오프 외전 매우 좋았습니다. 본편보다 이쪽이 취향인 것은, 본편은 주인공인 헤이든의 마음 고생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팻보이가 pet boy가 아닌 fat boy라는 점에 유의할 것. 어릴적 몸이 약해 운동이고 뭐고 제대로 못하고 침대에서만 거의 생활했던 헤이든 머피는 그 뚱뚱한 몸매와 유약한 성격 때문에 따돌림과 괴롭힘의 대상이 됩니다. 특히 9학년 올라와서는 학교의 풋볼 쿼터백이 대놓고 놀리는데다 성적 희롱까지 가한 덕에 거의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 때 손을 내민 것이 이안 우드. 집안도 돈이 있고 키도 크고 잘 생기고 공부도 잘하다보니 학교 내 아이돌입니다. 그런 아이돌이 헤이든과 붙어 다니니 괴롭힘도 줄어들고요. 그리고 헤이든도 이안의 옆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고 죽음의 행군길-체중감량을 시작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다이어트에 성공해 새로운 삶이 열리는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건 일부일 따름입니다. 헤이든은 그간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 여전히 자존감이 낮습니다. 그 때문에 약을 복용했다 쓰러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휘말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헤이든은 점차 앞으로 걸어나가며, 이안과 사귀기 시작하고 그 사실이 공개되었을 때도 앞으로 나섭니다. 이안의 성장도 헤이든 못지 않습니다. 두 소년이 서로를 좋아하고, 그 사실을 인정하고 걸어나가는게 참 귀엽습니다.

다만 헤이든이 괴롭힘 당하는 이야기는 읽다가 스위치 눌릴 수 있으니 조금 주의가 필요합니다.-ㅁ-a




김다현. 『교활하지 못한 마녀에게 4』. FEEL(필), 2018, 3200원.

판타지, 로맨스.

정진정명 판타지입니다. 책을 읽다가 도중에 내려놓은 덕에 감상은 안 올렸던 것 같은데.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다른 사람에게 맡겨지고, 드디어 한 사람의 마녀로 제몫을 다하게 되어 언니를 만나러 가는 도중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이야기가 해결되는 부분이 문득 다시 읽고 싶어서 충동구매했습니다. 핫핫.;




사이키. 『렛 잇 플라이Let It Fly 1-2』. B cafe, 2017, 각 3천원.
진램. 『나이트를 잡는 방법 1-2, 외전』. 피아체, 2017, 본편 각 4500원, 외전 1천원.
퍼즐나비. 『별을 따다 생긴 일 1-2』. W-Beast, 2018, 각 3천원.
이지오. 『오늘의 도시락 1-2』BLme, 2018, 각 3천원.
nigudal. 『트립!』. 이색, 2018, 3천원.
artois. 『거울 속의 이방인 1-3, 외전』. 나이츠문, 2018. 1권 무료, 2-3권 3500원, 외전 1500원.
그러타. 『스테이 위드 미 1-2』. 프린스노벨, 2018, 각 3300원.
김아소. 『안겨줘요, 닥터 1-2, 외전』. 비하인드, 2017, 1-2권 각 2800원, 외전 1500원.
두나래. 『햇살 세 스푼』. 고렘팩토리, 2017, 4200원.
이미누. 『드림 오브 윈터 Dream of Winter』. 민트BL, 2018, 2800원.
긴밤. 『각자의 사랑 1-2』. 시크노블, 2018, 각 3200원.
두나래. 『처음이라서 외전』. 고렘팩토리, 2018, 700원.
사이현. 『베이비 런Baby run Side Story』. 블루코드, 2018, 1100원.
누노이즈. 『악녀는 변화한다 1-6』. 마담드디키, 2018, 1-5 각 3천원, 6(외전) 1500원.
카르페XD. 『황궁의 이브닝 외전 1』. B&M. 2018, 1천원.
도도연. 『윈터메르헨 1-3』. 시크노블, 2018, 1권 3400원, 2권 3천원, 3권 3200원.
피아니시모. 『Connected Time 이어지는 시간 1-3』. 파란달, 2018, 각 2500원.
김아소. 『마이 팻보이 1-2, 스핀오프 외전』. 비욘드, 2018, 1권 3천원, 2권 4200원, 스핀오프 외전 2500원.
김다현. 『교활하지 못한 마녀에게 4』. FEEL(필), 2018, 3200원.




이번에도 길었다.OTL

종이책도 열심히 읽고 열심히 리뷰 올려야지요.

읽고 나니 불편하더라. 어디가? 속이.


로맨스판타지로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다가 연재처를 옮겼습니다. 구매를 꺼리는 출판사에서 나온 터라 한참 고민하다가 구입했는데, 박스세트의 완성도 문제가 걸리더군요. 권당 400쪽 남짓이라 권당 분량은 적절합니다. 사실 케이스에 담긴 것을 보고 3권으로 나와도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쪽수를 확인하고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권당 분량이 적지는 않더군요.



조아라 연재 당시에는 설정이 상당히 파격이라 인기를 끌었습니다. 주인공은 소꿉친구에게 일곱 번이나 애인을 빼았겼고, 그 일곱 번째에 분노가 폭발하여 절교할 마음을 먹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건을 거쳐서 드디어 관계를 다 정리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린다는 이야기입니다.

...

진짜 그렇네요. 적고 보니 저 이야기가 골조입니다. 그렇다면 거기에 붙은 다른 이야기들은 무엇인가. 일단은 애인을 일곱 번이나 빼았었던 친구, 이자벨은 백작가의 외동입니다. 주인공인 스칼렛은 황제의 조카로 공작의 외동이며 후계자입니다. 둘은 어릴 적 만나 친구로 지내왔고, 내내 함께 붙어 다녔습니다. 이자벨은 스칼렛이 사귄 여러 남자친구들을 여섯 번 빼앗은 전력이 있지만 약혼자는 따로 있습니다. 공작인 칼리드지요. 솔직히 집안을 따지면 이자벨이 떨어지지만 이자벨은 그 외모가 워낙 출중해서 다들 그러려니 합니다.

이자벨은 스칼렛의 애인을 빼앗을 때마다 '(애인의 친구에게 홀리는)그런 남자를 네 옆에 둘 수 없었어.'라고 말했고 스칼렛 역시 그 말이 맞다 생각했습니다. 과거형인 건 일곱 번째로 그랬을 때 드디어 폭발했기 때문이지요. 외교관인 스칼렛은 마침 이웃 왕국과의 전쟁 협상 문제로 출장갈 일이 있어 한동안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었고 그간 마음 정리를 하며 소꿉친구를 쳐낼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소꿉친구의 약혼자를 보고는 반쯤은 충동적으로 연애를 시작합니다.


나중에 본문에도 설명이 나오지만 연애의 시작 시점은 공식적으로 '약혼자가 파혼서를 보낸 후'이기 때문에 추문거리는 아닙니다. 게다가 이자벨은 그간의 전력이 있었고, 왕실에서도 현 왕의 조카이자 차기 공작인 스칼렛과, 황실과 혈연이 옅어져서 한 번쯤 묶어(?)둘 필요가 있는 칼리드의 결합을 반깁니다. 더 구체적인 내용은 본편을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이렇게 적고 있노라니 꽤 재미있게 보지 않았나 싶은데, 아닙니다. 읽는 동안 묘하게 위화감이 들었고, 그 정체를 요 며칠 간 트위터에서 말이 나온 '페미니즘적인 로맨스 소설의 존재'와 관련한 여러 타래들을 보며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이브나(@evenois)님 타래입니다.(링크) 다른 것보다 로맨스소설에서 나타나는 여성상의 모습을 분석한 부분이 기억에 남네요. 천장을 뚫고 황제 혹은 왕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남자주인공과는 달리, 여자주인공들은 공작부인, 황후, 황비 등 남성들의 조력자적 입으로 남는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여 자신이 무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의미로요.

다른 타래에서는 그런 여주인공의 옆에 선 남주인공은 한없이 여주인공을 이해하고 서포트하며, 가부장제 자체로부터 여주인공을 지킨다고요.


이 소설의 남주인공은 후자입니다. 여주인공을 이해하고 서포트하고, 먼저 좋아했다며 쫓아다니고, 그리하여 끝까지 여주인공을 보호하는 AT필드쯤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여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은 모두 주인공을 돕지 못해 안달입니다. 이자벨에 대해서 관대했던 것은 콩깍지를 씌워 놓아 그랬던 것뿐이고, 그 외의 인물들에게는 인망이 좋습니다.

반대로 이자벨은 주변에서의 평이 그리 좋지는 않지요. 적도 꽤 많은 편입니다. 또 4권에 나오는 이자벨의 외전을 읽어보면 더더욱 이 인물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초반에는 여주인공에 대한 반동인물일뿐이라 생각했는데 뒤로 가면 갈수록 반동인물을 넘어서 추한 인물이 됩니다.

처음에는 걸리는 부분이 이자벨의 가정환경이라 생각했습니다. 가정환경은 앞에서도 복선이 여럿 깔렸지만 자세한 사정은 뒤에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이, 이자벨이 저지른 여러 사건들에 대한 면피를 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물론 최종 선택은 이자벨 자신이 했으나 그럼에도 면죄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만은 아니더군요. 이자벨이나 이자벨의 어머니, 백작부인에 대한 비난은 어떻게 보면 가부장적 사회에 순응하는 얌전하고 가정적인 여자에 대한 비난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그것만은 아닐 것인데, 이자벨과 그 어머니의 대척점에 있는 다른 여성들은 하나 같이 다 커리어 우먼이고, 굉장히 열심히 살며, 유능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렇다보니 묘하게 불편합니다.


거기에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신분제입니다. 다른 소설에 비해 신분제에 얽힌 사건이 이 소설 속에서는 도드라져 등장합니다. 평민과 귀족의 신분적 차이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나 그에 따른 부수적 문제보다 앞서 등장합니다. 따라서 인권은 평민과 귀족이라는 신분에 따라 달리 적용되며, 목숨값도 양자가 다릅니다. 그 모습이 적나라하게 등장합니다.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은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그런 사회에서 살아가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 들입니다. 그게 또 묘하죠. 페미니즘의 기반은 인권입니다. 차별 금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소설은 신분에 따른, 혈통에 따른 차별을 받아 들입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가능하지만 차별 또한 가능한 세계관이다보니 더 불편한 감정이 들었나봅니다. 그런 사회적 모순에 대해서는 스칼렛 본인도 자각하고 언급은 하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내지 않습니다. 귀족들이나 왕족들 역시 자신들의 위치에 올라 부단히 노력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더군요.



더 본격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일단 여기까지 읽고 쓰는 것으로도 기력이 죽죽 빠져서 얌전히 접었습니다.



백서하.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1-4. 디앤씨미디어, 2018, 각 11000원.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이모저모 생각할 것들이 많은 소설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반응을 보아하니 이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다른 소설들도 다시 읽으면서 이건 마음에 안든다고 투덜댈 것 같네요. 이 기세를 몰아 이전에 말했던 분석글을 마저 써야할 것인데? =ㅁ=


오랜만의 정석 판타지라 적으면 앞서 읽었던 다른 소설들은 판타지가 아니냐 하실 텐데, 제목을 조금 더 길게 풀어보지요. 베드신을 제외하고 보면, 그러니까 BL이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전형적인 성장, 모험 판타지소설로서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소설이라는 의미입니다. BL을 걷어낸다고 표현하는 것은 이게 진입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본것이 또 개인지 버전이고, 북팔 버전은 전연령가로 나왔다지만 이것은 19금 버전이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걸 빼고 본다면 소설 속에 쓰인 여러 장치들이 굉장히 흥미롭게 돌아갑니다. 아무래도 이 감상은 내용폭로를 빼고 쓰기가 어렵겠네요.



일단 복선과 내용폭로가 될 부분을 빼고 간략한 도입부 내용만 소개해봅니다.


귀족집안의 아가씨로 추정되는 어느 아가씨는 혼자서 여행중입니다. 마부와 둘이서 사막을 건너 저 멀리 도시로 여행을 갑니다. 찾는 것은 까마귀. 도시 어드메에 있을 것이라는 그 까마귀를 찾아 왔답니다. 까마귀는 프롤로그에서도 잠시 언급됩니다. 저주받은 혈족 그리고 그 혈족의 어린 아이. 공작은 잠자리에서 사라진 아들을 찾아 헤매다, 가문의 비술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방에서 순식간에 어른이 된 아이를 만납니다. 까마귀를 찾는다는 말은 그 프롤로그 마지막에도 나왔지요.

아가씨의 이름은 델입니다. 델은 도시의 가장 더럽고 음침한 곳에서 잘생긴 한 소년을 찾고, 소년에게 직업을 주겠다 제의하여 데리고 나옵니다. 그리고 거기서 아주 성대한 성인식을 치룹니다.



모험 소설의 오프닝으로 아주 제격입니다. 맨 앞에 깔린 것은 복선. 공작가에 깔린 저주가 무엇인지 모르고, 아이가 얻은 힘이 무엇인지, 얼마나 대단한 마법사인지는 몰랐으나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날 즈음에는 맨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사막 한가운데 있던 도시의 가장 바닥에서 올라온 에단은 델과 동갑이지만 반반한 외모를 제외하면 아는 것도 없고 할 줄아는 것이라고는 시중 드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난 뒤에 부단한 노력을 했는지,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두 번째 이야기 시점에서는 싹 바뀌어 있습니다. 이미 공작가에 적응을 했고, 델을 가장 옆에서 성심성의껏 모시며, 공작도 인정하는 델의 비서이자 보좌관이자 까마귀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에단의 입장에서 기술하면 모험 성장담이며, 델의 입장에서는 정진정명 정치 판타지입니다. 델의 아버지인 공작에게는 가문의 숙원 풀어내는 이야기이며, 황태자이자 델의 악우인 세이젤에게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비련의 로맨스-가 될 뻔한 사태를 다행히 막을 수 있었던 순정 로맨스입니다. 여기서 이미 내용 폭로가 되었다 할 수 있지만 슬쩍 넘어갑니다. 가장 중요한 코드는 적지 않았으니 그 부분은 직접 확인하시면 됩니다.



자아. 그럼 구체적인 내용은 살짝 접어두지요.




결말은 해피엔딩입니다. 그것도 꽉 닫힌 해피엔딩. 에단의 수고로 무사히 델이 치는 사고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델은 돌아와서도 동생에게 들볶였지만 그럴만 하고요. 그런 수고 쯤은 황제를 제외한 여러 커플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델네와 세이젤네, 리즈네, 그리고 공작부부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그 외에 한 커플이 더 있지만, 그 커플에 대한 이야기는 덮어두지요. 이것도 매우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그 사람도 델과 에단 덕분에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으니까요.



읽다가 몇 가지 해소가 되지 않았던 이야기는 개인지 내 설정집으로 등장합니다. 사실 거기서도 해소되지 않은 몇 가지 의문들이 있었는데, 이건 세 번쯤 읽으니 추수 한 뒤 이삭 줍듯 다 설명이 되었더군요. 두 세 번쯤 더 읽고 나면 부족했던 부분까지 다 파악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그러니 한 번에 해소가 안 된 것은 제가 덜 꼼꼼하게 읽어 그런 겁니다.



리디북스에서 유료연재 들어갔습니다. 그러니 전자책으로 나오는 건 그보다 한참 뒤일 겁니다. 북팔에서의 연재도 1백화가 넘었다고 기억하고, 책으로 나온 것도 꽉꽉 눌러 담아 3권입니다. 두께도 그렇지만 책 여백을 줄여가며 내용을 담았으니 리디북스 연재 기간도 꽤 길 겁니다. 여름까지 나올지 모르겠네요.



해위. 『찔레나무 꽃, 흰 까마귀 1~3』. 2018.


제목의 연유는 일부러 적지 않았습니다. 이게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하고요. 이 둘은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요 코드의 복선이기도 합니다. 왜 델이었는지, 왜 에단이었는지에 답이 바로 저 제목에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4독 하러 갑니다.+ㅅ+

브릿G 연재작에 대한 리뷰글입니다. 리뷰로도 올리지만 블로그에도 별도 백업합니다.:)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95309&novel_post_id=53056


해차반. 『메데아는 죽기로 결심했다』


이제 다섯 편 연재된 작품을 두고 리뷰를 쓴다는 건 무리고, 그 짧은 다섯 편에 대한 감상기, 그리고 다음 편의 조속한 등재를 위한 기원을 담아 써봅니다.


로맨스독서력이 긴 것은 아닌데 그럭저럭 많이 읽었습니다. 현대 배경보다는 판타지 배경을 더 선호하고,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많이 읽다보니 이 소설이 쓴 클리셰, 회귀도 여럿 보았습니다. 회귀라는 소재가 등장한 것은 몇 년 되었지만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좋은 소재임에 틀림 없습니다.

회귀의 대상은 대개 주인공입니다. 로맨스소설은 대체적으로 여주인공이기 때문에 회귀하는 쪽도 여주인공이 많고 가끔은 남주인공이 회귀하기도 합니다. 둘 다 회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메데아~의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메데아이며, 회귀의 주체도 메데아입니다. 5편까지의 이야기는 메데아가 어떻게 죽게 되었으며, 왜 죽기로 했으며, 왜 회귀를 하게 되었는 가를 찬찬히 풀어 놓은 겁니다.


메데아의 죽음은 여러 단계를 거쳐 일어납니다.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고, 첫 장면에서는 사랑했던 이에게 배신당한 메데아가 나옵니다. 클리셰대로, 메데아가 사랑해서 스스로 목줄을 쥐어준 이는 성녀를 사랑했으며, 그리하여 마녀인 메데아를 저버리고 성녀와 결혼하기 위해 메데아를 마녀로 몰아 붙입니다. 메데아는 사랑하는 이를 황제로 만들기 위해 그간 많은 짓을 해온 뒤입니다. 황후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마지막 순간 사랑하던 이는 메데아에게 마녀의 올가미를 씌우고, 이전에 주었던 목줄을 이용해 그 스스로가 감옥으로 들어가라 전합니다. 그리고 메데아는 저주 혹은 예언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스스로를 가둡니다

메데아의 구체적인 이력은 그 다음에 나옵니다. 대공비는 괴물과도 같은 아기를 낳고 죽습니다. 배우자를 매우 사랑했던 대공은 불같이 화를 내며 아기를 쓰레기장에 버리라고 하나, 대공비가 마지막에 부탁한 한 하녀가 아기를 몰래 거두어 키웁니다. 그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슬쩍 덮어둡니다. 다만 그 하녀 덕분에 살았으나, 그 하녀 덕분에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되었다 할 수 있군요.

비극이 시작된 다른 포인트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던 그 때입니다. 메데아에게 조건없는 사랑을 주었던 것은 하녀가 유일했고, 사실 성녀도 메데아에게 조건없는 선행을 보였지만 극과 극에 위치한 성녀와 메데아-마녀는 친해질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자라는 이와, 모든 이에게 배척받고 핍박받는 이가 둘 있고, 사랑받는 이가 배척받는 이에게 호의를 가진다 한들, 후자가 전자를 사랑할 수 있느냐는 다른의 이야기입니다. 성녀를 만난 시점에서 메데아는 이미 비참한 상황이었고, 그 삶에서 조금 더 나은 삶으로 변할 수 있도록 성녀가 선행을 베풀었다 해도 그것을 메데아가 고이 받아 들일 이유는 없습니다. 뭐, 결국 성녀와 메데아의 사이는 극과 극으로 갈립니다.


이 많은 이야기들이 다섯 화 안에 담겼습니다. 어떻게 메데아가 어떻게 버림 받았으며, 버림받기 전에 메데아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성녀와는 어떤 관계였으며, 성녀와 메데아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단 것은 어떤 이유에서고, 그리하여 그 둘의 관계 파탄이 어떤 결론을 낳았는지까지가 나옵니다. 물론 회귀물 답게, 관계 파탄 후에는 회귀를 합니다.


회귀하기 전의 상황을 훑어보면 메데아가 회귀 전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대강 감이 오지만, 문제는 첫 편의 후기입니다. 딱 잘라 말하시네요. "악녀 회귀물이고 개과천선할 예정은 없다." 넵. 이 힌트까지 얻고 나면 더 궁금합니다. 악녀로서 계속 살 것이라면-메데아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 최소한 메데아가 살리고 싶었던 인물이 죽기 전으로 돌아온 것은 같으니, 이번에는 보호할 길이 열리는가? 혹시라도 세계의 억지력 같은 것이 발동할 것인가? 배신자와 성녀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수많은 의문을 남겨 놓고 다음편을 기다립니다. 어떻게 흘러가든지 다섯 화의 이야기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메데이아의 이름을 받은 메데아가 굽힐 것이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 길이 어떠한 길이든 자신의 선택에 따라 꿋꿋하게 걸어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하루 빨리 메데이아 누님(...)이 오시길 손꼽아 기다립니다.


지난 번 감상기를 확인하니 4월 19일에 구입한 것까지는 적었더군요. 그러니 그 다음 것...을 적어야 하는데 안 읽은 책 등장. 하하하하. 나중에 언젠가는 읽을 겁니다. 그나저나 감상기와 독서기 중 어느 것이 좋을 것인가? =ㅁ=



4월의 구입 목록은 19일까지 올렸으니. 26일 구입 소설부터 찬찬히 올려봅니다.

만능강아지. 『데드락(Deadrock)』.

BL, 현대, 판타지.

아직 안 읽었습니다. 읽고 나면 이 다음의 『퍼펙트 매칭』과 함께 리뷰 올려야지요. 둘 다 아직 안 올렸습니다.



Rana. 『시에라』.

판타지, 로맨스, 회귀.

조아라 연재작입니다. 1권과 6권을 읽고는 고이 포기. 이전에도 다른 작품 읽다가 포기했던 전력이 있더군요. 저랑은 안 맞습니다.



진램. 『가이드의 생활』.

BL, 가이드버스, 네임버스, 현대, 판타지.

가이드버스는 대개 현대 판타지이게 마련이지요. 두 편의 외전이 들어 있는데, 한 편은 본편의 주요 등장인물인 오연과 박승원의 이야기, 다른 하나는 지관영의 짤막(?)한 에피소드입니다. 후기를 보면 다른 외전들이 더 있는 모양인데, 그쪽은 분량이 많아 따로 뺄 모양입니다. 음.. 그냥 함께 내 주시면 안되었나 싶지만 마감 못 맞췄을 수도 있고요? 자세한 감상기는 앞서 적었으니 넘어갑니다.

다음 외전이 나오기만을 기다립니다.



홍마루. 『완벽한 죽음을 위하여』.

판타지, 로맨스, 빙의.

조아라 연재작. 연재처를 옮겨 완결났고 나중에 출간된 것을 알았습니다. 이것도 앞서 리뷰를 올렸습니다.



BSol.『최고의 악역』.

BL, 현대, 배우.

최근 연기 관련 BL 소설들을 보고 있었더니 예전에 보았던 소설이 떠올라서 구입했습니다. 아마 연기 관련해서는 이 소설을 맨 처음 보지 않았나 기억합니다. ... 아닐 수도. 저는 제 기억력을 못 믿거든요. 그러니 이렇게 블로그에 꼬박 꼬박 기록하는 거죠.

트라우마가 있는 악역 전문 배우와, 선한 역을 주로 맡은 신인 배우가 한 드라마에서 선한 주인공과 악역으로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스핀오프 혹은 후속에 해당하던 소설도 조아라에서 연재하시더니만 연중, 습작입니다. 언젠가는 나올 거라 믿어 봅니다.



싸락눈. 『염라의 권속』.

BL, 판타지, 동양풍. 임신수.

수가 사투리를 구사하여 매우 당황한 소설입니다. 그 부분에 충격을 받아 일단 결말부분만 확인했는데. 으음. 제 취향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고이 접었습니다. 수와 공이 마음을 여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데다 수가 죽어라 고생합니다. 그럼에도 수가 장군이라, 어떻게든 헤쳐나갈 것이라는 믿음은 있습니다. 그리고 임신수. 하하하;



깅기. 『벚꽃 튀김 외전』.

BL, 현대.

읽고 있노라면 하늘하늘한 벚꽃이 떠오릅니다. 외전이라, 수현과 정우가 연애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어떻게 사무실에 알려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둘의 앞날이 그 뒤로도 계속 밝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 읽고 나면 건축관련 책을 찾아보게 되는 것이 후유증이라면 후유증이군요.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 살고 있는 지방에 땅을 사서 집 짓는 문제는 고이 포기했습니다. 건축자재 가격이 높은데다, 숙련된 건축노동자를 구하기가 어렵다더군요. A급 가격으로 B나 C급이 온다는 충고를 듣고 마음을 놓았습니다.(먼산)



루하랑. 『메르헨의 비밀 외전』.

BL, 오메가버스, 현대. 임신수.

본편의 맨 마지막이 임신으로 끝났던 터라, 외전은 그 임신 기간 중의 이야기를 주로 다룹니다. 하지만 솔직히 원래 일반인이었던 것치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임신을 받아 들이는 것이 신기하더군요.=ㅁ=







만능강아지. 『퍼펙트 매칭 1-2』.

BL, 오메가버스, 현대.

오메가버스지만 세부설정이 일반적인 구조와는 다릅니다. 알파와 오메가, 베타의 세 종류가 있지만 이 중 생식이 가능한 것은 알파와 오메가 뿐입니다. 베타는 생식이 불가능하고요.

오메가 센터에서 오랫동안 일한 벤은 센터에서 촬영되는 다큐 혹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됩니다. 오메가들을 보호하는 센터에서 일하다보니 알파들에 대해서는 그리 좋은 감정이 없는데, 촬영 시작하면서 만난 알파인 르웰르는 조금 다릅니다. 워낙 외모가 뛰어나기도 하고 자신에게 반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넘쳐나서 그런가요. 어쨌든 프로그램의 파트너니 계속 붙어있게 되는데, 처음에는 관심 있다면서 조금씩 건드리는 저 알파가, 이제는 연애적인 관심이 있다면서 프로포즈를 해옵니다.


요약하면 베타와 알파의 연애담입니다. 범죄자 알파들에게 하도 치여서 알파라는 일단 선입견을 갖고 보는데, 르웰르는 약간 느끼하고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면은 있지만 그래도 선은 잘 지킵니다. 그리하여 같이 밥 먹고 같이 촬영하고 같이 일하고 하다보니 어느새 연애를 하고 있는 거죠. 처음에는 프로그램 출연 비용 받고 은퇴해서 편히 사는 것이 목표였는데 끝날 즈음에는...(하략)

오메가버스 세계관은 여럿 읽었지만 이런 담백한 쪽을 선호합니다. 제 취향에 더 잘 맞아요.



유예. 『비터 댄 스윗(bitter than sweet) 1-2』.

BL, 오메가버스, 현대.

... 5-6월에는 오메가버스의 비율이 높군요. 최근 읽은 것도 오메가버스가 많다보니.

기주는 학교의 선배에게 동거 계약을 제의받습니다. 그것도 꽤 가깝게 생각하던 사람이고, 오메가인데다 약혼자가 있어 자신과는 연이 없을 거라 생각하던 유빈에게 말입니다. 1주일에 한 번 잠자리를 같이 하고 그 대신 집과 돈을 지원합니다. 교통사고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심각하게 다쳐 병원에서 오랫동안 입원한데다 그 비용 문제 때문에 고민하던 기주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를 함께 하는 것도 힘에 부치던 찰나였지요. 하지만 약혼자가 있는 그 선배가 왜라는 생각과 함께 은근히 갖고 있던 호감이 와장창 무너지는 것을 느낍니다. 첫 단추가 잘못되었으니 이걸 해결하기까지가 시간이 좀 많이 걸립니다.


계약으로 시작해 연인이 되는 베타×오메가의 이야기입니다. 오메가인 유빈의 약혼자가 아주 많이 나쁜 놈인데다, 유빈의 집안 문제인 지분과 상속이 얽히면서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최종보스와 담판을 짓고 나서는 갈등 종료.

다른 것보다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보면 아마 외전이나 스핀오프가 더 있을법 합니다. 아참, 강간미수 장면이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마킹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오메가/여성이란게 쉽지 않다고 감정이입할 부분이 많습니다. 게다가 회사생활이란 것도 참...=ㅁ=



인스톨테일. 『파나티크 1-5』.

BL, 판타지, SF.

앞서 교보에서 구입했던 책을 재구입했습니다.



청종. 『전설의 화석』.

판타지, 로맨스.

로맨스는 로맨스이나 로맨스의 지분이 매우 적은 판타지입니다. 학교다니다가 용사가 되어 마왕을 죽이라는 말에 끌려가서 마왕 퇴치. 그리고 복학했는데, 휴학 후 복학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서 이미 이 때부터 화석 취급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황위 계승 문제와 마왕의 잔재 처리하는데 휘말리다보니 더더욱 전설의 화석이 되는군요. 결말을 보면 진짜 화석이구나라는 한탄이 나옵니다. 힘내세요, 용사님.

앞서 리뷰 올린 적이 있어 슬쩍 넘깁니다.



금짜. 『흑태자의 사랑』.

판타지, 로맨스.

... 노코멘트.



임서림. 『프리실라의 결혼 의뢰 1-4, 외전』.

판타지, 로맨스, 회귀.

조아라에서 연재되던 것을 더올리며 생각보다 책 권 수가 많다 생각했는데, 읽어보고는 알았습니다. 세계관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라 클 수밖에 없어요. 여주인공이 워낙 강해서 혼자서 다 해먹고 남주인공은 그 옆에서 내조를 합니다. .. 정말로.

앞서 리뷰 올렸으니 간략히 적고 넘어갑니다.



이미누. 『청춘만가』.

BL, 오메가버스, 현대.

오메가버스는 보통 히트사이클과 러트, 알파와 오메가의 페로몬을 두고 베드신 등이 상당히 들어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19금이 아니라 일반으로 나온 책입니다. 그런 것 없이 담담하게, 청춘을 애도하는 노래와 청춘을 끌고 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함께 다룹니다. 잔잔하니 힐링되는 것 같은 소설입니다. 읽고 나면 괜히 뛰쳐나가서, 지수와 창현이 그랬던 것처럼 어딘가를 정처없이 걷고 싶습니다. 미세먼지가 없다는 전제하에...



정이소. 『상콤 달콤 쌉쌀 짭조름 1-2, 패럴렐, 외전』.
BL, 오메가버스, 현대.

동거하던 친구를 마음에 두었습니다. 그래서 친구가 좀 얌체짓해도 많이 봐줬는데, 짠돌이던 친구가 연애를 하면서 바뀝니다. 상대는 얌체짓하는 오메가. 기본 예의와 예절, 배려는 어디에 갖다 팔아 먹었거나 아예 탑재가 안되어 있나봅니다. 남의 집에 들어와 살면서도 예의 안차리더니, 연애하는 동생과 그 남친을 감시하겠다며 급기야는 친구 애인의 형까지 쳐들어옵니다. 그렇게 알파 둘과 베타 하나, 오메가 하나가 동거하는 와중 여러 사건들이 터지면서 이들에게 퇴거 요청을 합니다. 거기에 뒤늦은 오메가 발현까지 겹치고 주변의 알파들이 구애하면서 사건은 더더욱 커지고.


구애하는 공은 넷이지만 이 중 한 명하고 결말을 맺습니다. 읽다보면 가장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쪽이더군요. 굳이 표현하자면 이 알파를 제외하고는 괜찮은 알파는 딱 하나 더. 다른 둘은 영 아닙니다. 패럴렐은 본편에서 이어진 인물을 제외한 다른 세 사람과의 되었을 때를 가정한 이야기입니다. 외전은 임신건.


오메가버스 세계관에서 임신이 드문 것은 아니나 어떤 때는 괜찮게 읽을 수 있고 어떤 때는 아닌데, 이 쪽은 아닌 쪽에 가깝습니다. 사실 『메르헨의 비밀』도 아닌 쪽이었지요.(먼산)




이미 6월 초에 전자책을 왕창 구입한 터라, 6월 감상기도 두 번에 나눠 올릴지 모릅니다.=ㅁ=



만능강아지. 『데드락(Deadrock)』. 프리즘, 2017, 3천원.
Rana. 『시에라 1-6』. 마담드디키, 2018, 각 3천원.(전체 18000원)
진램. 『가이드의 생활』(가이드의 조건 외전). 피아체, 2018, 2500원.
홍마루. 『완벽한 죽음을 위하여 1-3』.루시노블, 2018, 각 3천원.
BSol.『최고의 악역』.B&M, 2016, 5600원.
싸락눈. 『염라의 권속 1-2』.더클북컴퍼니, 2017, 각 2600원.
깅기. 『벚꽃 튀김 외전』. 시크노블, 2018, 700원.
루하랑. 『메르헨의 비밀 외전』. 피아체, 2018, 1천원.
만능강아지. 『퍼펙트 매칭 1-2』. 프리즘, 2018, 각 3500원.
유예. 『비터 댄 스윗(bitter than sweet) 1-2』. 이클립스, 2018, 각 3300원.
인스톨테일. 『파나티크 1-5』. 수튜디오, 2016, 각 2500원.
청종. 『전설의 화석 1-4』. 마담드디키, 2018, 각 3천원.
금짜. 『흑태자의 사랑』. 녹스, 2018, 3천원.
임서림. 『프리실라의 결혼 의뢰 1-4, 외전』.  고렘팩토리, 2018, 1-4권 각 4천원, 외전 3천원.
이미누. 『청춘만가』. 시크노블, 2018, 4천원.
정이소. 『상콤 달콤 쌉쌀 짭조름 1-2, 패럴렐, 외전』. B&M, 2017-2018, 1-2권 3800원, 패럴렐 600원, 외전 800원.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다가 도중에 연재처를 이동하고 출간된 소설입니다. 기본 구조는 그 당시 조아라에서 유행하던 소설들의 패턴과 비슷합니다. 다만 그렇게 느낀 것은 조아라 연재 분량까지고, 출간된 부분을 확인하니 확연히 다른 부분이 몇 보입니다.



주인공인 프리실라는 백작가의 적녀였습니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새로 결혼하여 후처를 들였지만 그 새어머니가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의 사후, 계모는 아직 미성년자인 프리실라를 대신해 영지를 운영했지만 방만한 운영과 사치로 영지의 재정이 파탄에 이릅니다. 그리하여 작위를 갖고 있던 프리실라는 그 빚을 갚기 위해 이웃의 이혼남 자작과 결혼했고 그 자작이 백작가의 작위를 받아 챙깁니다.

새로 백작이 된 남편과 프리실라 사이에는 자식이 없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남편과 새어머니 사이의 대화를 듣습니다. 아이가 없었던 것은 그 둘이 공모하여 약을 먹였기 때문이고, 곧 죽이고는 남편이 이전에 이혼한 부인과 그 부인이 낳은 아들을 데려오겠다고 하는 것을요. 그리고 프리실라는 도망갈 채비를 합니다.

우연히 만난 마법사는 프리실라에게 자신이 가진 마력석을 줍니다. 그걸로 일부나마 마법사로서 성장할 수 있었지만 본인의 마력석은 아니어서 힘은 다 일깨우지 못합니다. 그래도 용병으로 일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지요. 한참 뒤에, 자신의 영지에서 엄청난 마력석이 나와 황제의 손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그 마력석이 본래 자신의 것이었음을 느끼고는 한탄합니다. 하지만 이미 늦었지요. 게다가 마력석이 나온 뒤, 영지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면서 인척이었던 이웃의 변경백이, 프리실라의 영지 계승권을 주장하며 영지전을 벌입니다. 그도 그런 것이 현 영주는 프리실라의 남편이었을 뿐, 어떤 혈연관계도 없지요. 그리고 프리실라와의 사이에서 아이도 없었고요.

그 생의 끝은 드래곤하트를 찾으러 가다가 용병단이 전멸하고 프리실라도 간신히 살아 남았지만 죽어가는 도중, 손에 든 드래곤하트의 마력을 써서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마법이 성공하면서 프리실라는 어릴 적으로 돌아옵니다. 그것도 아직 이웃의 자작과 약혼을 하지 않았던 시점, 채무자가 찾아와 독촉을 하기 직전의 시점입니다. 그 때부터 프리실라는 이전의 삶에서 얻은 기억을 바탕으로 하나씩 바꾸어 갑니다.


조아라 연재분량은 회귀한 프리실라가 어머니가 약혼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성 밖에 머물러 있던 용병단을 찾아, 소드마스터인 키안에게 결혼 의뢰를 하고, 결혼을 하고, 채무자에게 사소한 복수를 하고, 영지 개발을 시작하고, 마력석을 찾아 마법사로 깨어나는데서 시작합니다.

마법사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아 일반적으로는 마법사도 만나기 어려운데, 개화한 프리실라는 3백년전의 대마법사보다도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 때문에 서제국의 황태자에게 프로포즈를 받고, 동제국의 황태자에게도 비슷한 것을 받습니다. 아니, 비슷한 건 아닌데 하여간.

회귀 전에는 서제국에서 동제국을 침략해 전쟁이 발발하였으므로 그걸 막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백작위를 계승한 뒤의 종신서약을 위해 수도에 올라가서는 황태자의 동복 누이인 후작을 만나 또 다른 움직임을 보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스포일러라 일단은 뺍니다. 요약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행보가 대단하네요.


책 분량이 전자책으로도 4권이고, 각 편당 쪽수도 상당합니다. 4권은 394쪽이고요. 대화나 문단 분리 때문에 분량이 늘어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상당합니다. 동제국이 안정되는데 이미 3권이고, 4권은 통째로 프리실라와 키안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여기서 프리실라의 회귀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그렇게 신혼부부 티를 내는데도(순화어) 임신을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 때문에 이 책은 19금입니다.



프리실라의 행보는 본인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딸만 있으면 데릴사위를 들여 사위가 작위를 받는 것이 보통이나, 프리실라는 소드마스터를 남편으로 맞았으면서도 본인이 작위를 잇고, 대마법사로서도 활약합니다. 주변의 여러 여성들은 프리실라를 보면서 자신의 꿈을 키우며 직업을 가지고 활동합니다.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니로군요. 물론 그런 프리실라를 고깝게 보는 인물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마법사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해봤자 나중에 무릎꿇고 빌 일만 생기더군요.

이렇다보니 프리실라는 킹메이커가 되어 회귀 전에는 이루지 못한, 남편의 꿈도 달성합니다. 업적이 한 둘이 아니지요.



다만.

이런 판타지소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크게 판타지소설로서의 문제점과 로맨스소설로서의 문제점이 나뉘네요.

판타지소설로서는 프리실라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왜 그리 프리실라가 강해졌는가에 대한 설명은 4권에서 등장하긴 하지만, 그걸 제외하더라도 소드마스터인 남편을 넘어설 정도로 강한 인물이라 그 존재가 조금 걸리네요. 하기야 그렇기 강했기 때문에 킹메이커도 되었고, 남편의 숙원 사업도 이뤘지만. 만약 4권에서 등장한 그 치트키(?)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역사에 길이 남을 평범한(?) 대마법사로 끝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로맨스소설로서는 '연애와 사랑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그런 아름다움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요!'로 치환할 수 있는 4권의 대사 때문에 걸렸습니다. 정확히는 그 부분이 뭐였나면... 내용 폭로 위험이 있어 접어두겠습니다.



...

이거 솔로들을 광역 저격하는 말들인데요. 전투 중에 나온 이야기라지만 인간이 혼자서는 살아가지 못하고 기쁨과 행복을 느끼지 못한 존재라는 건 다릅니다. 소설 속에서도 그 예외적인 존재들이 존재하니까요. 예를 들자면 신관들. 신관들은 신에게 자신을 바치는 것으로서 기쁨을 누리고 온전히 행복합니다. 그리고 키안의 말도 틀리지요. 왜 틀리는지는 그 뒤에 이어지는 사건들이 증명합니다.


그리하여 저 부분을 읽으면서 커플 지옥!을 외치고 있었다는 겁니다. 하하하.


취향에는 조금 안 맞았지만 여주인공이 혼자서 서사를 다 끌고 나가며 다 깨부수는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일부러 위의 감상에는 주요 코드 하나를 빼놓았지만, 그래야 읽을 때 더 재미있겠지요.:)



임서림. 『프리실라의 결혼 의뢰 1-4, 외전』. 고렘팩토리, 2018, 1~4 각 4천원 , 외전 3천원.


구입할 때야 알았습니다. 『이세계의 황비』 작가님이더군요. 전작을 보신 분은 이번 편의 분위기도 대강 짐작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리디북스 선공개, 알라딘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고로 출판사와 책 가격 표기는 이후에 추가합니다. 이 감상은 전자책이 아니라 개인지를 읽고 쓰는 글입니다. 아차. 미리 적어두지만, BL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개인지와 전자책의 내용 차이는 아마 없었을 겁니다. 그래도 표지가 워낙 예뻤던 데다 벽돌형 하드커버(...)라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종이책으로는 총 645쪽. 전자책으로도 분량은 비슷할 거라 봅니다.


제목이 윈터메르헨, 겨울동화이고 아예 책 표지는 WINTERMÄRCHEN이라, 움라우트까지 들어간 독일어입니다. 한국어 번역제목인 겨울동화하고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지요. 책 읽어 보면 확실히 윈터메르헨이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이 겪는 모험담이자, 동화이자 설화니까요.


네이브 출신의 술사인 텐은 장기 휴가를 얻어 북쪽나라 발렌스에 옵니다. 어머니의 유언이 발렌스로 가라는 것이기도 했고, 또 어머니의 유품 때문에도 올 일이 있었지요. 북쪽 출신인 어머니의 외모를 빼닮은 덕에 인종적으로는 고향인 네이브가 아니라 발렌스에서 위화감 없이 섞여듭니다. 거꾸로 말하면 네이브에서는 외모 때문에, 그리고 출신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북쪽의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던 텐은 우연히 어느 꼬마를 만나게 되고, 그 꼬마와 만난 뒤 설화 속에서만 있다 생각했던 여러 요정과 존재들을 차례로 만납니다. 그리고 얼결에 코가 꿰였지요.


쉽게 표현하면 이 책은 텐의 모험기입니다. 텐은 출생에 문제가 있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부외자입니다. 그랬던 그는 마찬가지로 방랑하고 있던 군주님을 만나 살뜰하게 보살피고 쫓아다니다가, 그간 전혀 도움이 안되던 집안이 마지막에 발목을 잡...았지만 거꾸로 그 사건을 계기로 발렌슈타인의 권속에 들어가 행복한 삶을 영위합니다. 조금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주변의 여러 사람과 요정의 조언으로 외전에서 마지막 키워드가 등장하네요.
외전은 빼고 본편만 놓고 보면 주인공은 텐이며, 방랑하던 것을 멈추고 정주하여 자신의 집을 찾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전형적인 모험담이자 동화입니다.

또 다른 주인공인 아힘은 텐의 모험보다 훨씬 전에, 텐과 마찬가지로 출생에 문제가 있었던 초월자입니다. 출생의 문제는 텐과 마찬가지로 아힘의 발목을 잡으며, 또한 그 힘의 원천과 근본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던 테다 태생적 문제로 감정이란 것을 제대로 모르던 아힘은 텐을 통해 몰랐던 감정들을 하나씩 깨달아 갑니다. 어릴 적 소망했던 것이 무너진 뒤 계속 얼어 붙어 있던 아힘은 텐을 통해 봄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본편에서 다 풀리지 않았던 아힘의 이야기는 외전에서 마저 채워집니다. 특히 맨 마지막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시작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네요.

주인공은 아힘과 텐이지만 그 외의 여러 조연들도 매력적입니다. 취향만 따지자면 악마님 참 좋은데요. 옛날 옛적 상당히 좋아하던 여러 판타지소설에서 등장하던 매드사이언티스트, 혹은 매드알케미스트 스타일의 멋진 분입니다. 악마다보니 성격 나쁜 것은 당연하며, 실력도 매우 좋습니다. 그러면서도 아힘과 텐을 은근슬쩍 걱정하는 것도 참 귀엽고요. 텐의 선배이자 가장 가까운 친우인 단장님도 좋습니다. 단장님의 매력은 본편에서도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지만 외전에 가면 그 뒷이야기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혼집에 쳐들어 왔다가 떠나는 모습이라든지, 그 속에 뭘 품고 있는지 등등도 자세히 나옵니다.


본편 자체만 놓고 보면 모험을 완수한 텐과 성장하기 시작한 아힘의 이야기입니다. 거기에 외전을 더하면 성장하는 아힘과 코 꿰인 줄 모르고 있다가 코뚜레 하고서야 깨달은 텐의 이야기로 바뀝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외전은 19금이라는 이야기지요. 맨 마지막의 외전은 아힘의 성장에 방점을 찍습니다. 그 마지막 문장 하나로 아힘은 마지막의 굴레를 벗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본편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판타지 소설이니, 동화풍 성장형 모험 판타지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다만 텐이 조금 많이 고생하니 그건 감수하시어요. 결말은 행복하게 끝나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도도연. 『윈터메르헨 1-3』. 시크노블, 2018, 1권 3400원, 2권 3천원, 3권 3200


개정 전 버전을 알라딘에서 구입했어야 했는데, 까맣게 잊은 사이에 이전 버전이 내려갔고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출판사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구판은 루트미디어, 개정판은 B&M. 그리고 가장 달라진 것은 개요 일부를 포함한 내용 전반입니다.


개정 전과 개정 후 중 어느 쪽이 낫냐 그러면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제 취향은 구판에 가깝고, 가장 큰 이유는 판타지소설로서의 흐름은 구판이 좋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서사가 훨씬 길고 상세하게 묘사가 들어갔으니까요. 현재는 그걸 두 권에 압축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아무래도 뼈대와 등장인물들만 두고 전체를 다시 쓴 것이라 개정을 넘어서 개작에 가깝습니다. 전작을 보았다면 살짝 위화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아니라면 병약미청년 황자님의 회귀 후 연애담을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요나스는 이전보다 조금 더 강직하고 바른 인물이 되었고, 밀란은 조금 더 많이 음흉해졌으며, 막스는 귀엽고, 나디아는 훨씬 어른스러워졌습니다.

내용이 압축되다보니 등장인물들이 다 조금씩 변화가 있었지만 누구보다 요나스, 밀란, 나디아의 변화가 도드라집니다.


그렇지만 가장 많이 바뀐 인물이 누구이고 설정이 무엇인지는 감춰둡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나디아의 비중이 확 늘어났네요. 요나스와 나디아의 대화도 중요한 부분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몇몇 장면을 포함해 밀란과 요나스의 연애담이 줄었습니다. 오두막집 이야기 빠졌고, 보석 건도 빠졌고요.

릴리와 나리 자매(함정)는 여전합니다. 비중을 줄일 수가 없었겠지요. 주요 얼개는 ㄱ대로


그러나 외전은 그대로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도에서는 그대로. 이렇게 되면 이 다음 이야기로, 용공작과 관련된 그 이야기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지금 연재 다시 준비하시는 건 『마녀의 나라』라고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용의 만찬』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아차. 잊지말고 『강호애가』도 장바구니에 담아야겠네요. 『솔솔』도 다시 볼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려야..! +ㅅ+



가막가막새. 『우리들의 시간』(개정판)(2권 세트). B&M, 2018, 6800원.



읽고 나니 도로 구판도 보고 싶어져서 꺼내 놓았습니다. 그리고 나면 다시 개정판 보고 요나스와 밀란의 꽁냥꽁냥을 감상하겠습니다. 흠흠흠.



덧붙임.

그러고 보면 분명 크게 달라진 것 한 건이 더 있다 기억하는데 뭐였을까요.=ㅁ=

간략 감상: 출판사는 마음에 안 들지만 소설이 좋았다.


이전에 조아라에서 연재되다가 완결을 못보고 넘어간 로맨스 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그런 소설이 한 둘이 아니긴 하지만, 분량이 전자책 네 권이나 되다보니 궁금하기도 하더군요. 그리고는 후회했습니다. 이 책, 교보문고에서 나온 책이더군요. 교보문고라면 치를 떠는데 미처 확인을 못한 겁니다. 게다가 이 출판사는 책 페이지당 가격이 미묘하게 높다고 느낍니다. 대체적으로 BL보다 로맨스의 책 가격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페이지 계산을 해봐도 만만치 않네요. 책 편집은 동일하니 페이지수와 가격으로 나중에 한 번 비교해볼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 본 판타지소설 중에서 기억에 남을만한 괜찮은 소설이었습니다. 로맨스 자체보다는 판타지에 더 방점을 맞추었다고 해도 틀리지는 않고요. 이 소설이 말하려는 것은 하나, "왜 전설의 화석이 되었는가."이고 그에 대한 답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휴학 잘 안하는 아카데미에서 3년 휴학해서. 둘째, 그 휴학의 원인과 졸업까지의 지난한 과정 때문에.


애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애쉴리 루테는 백작가의 차녀입니다. 위로 언니와 오빠가 있었고 환생자라는 것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평범한 삶을 살았습니다. 환생자이기 때문에 가족과 약간 괴리된 느낌은 있었지만 그래도 보통의 귀족집안 아이들이 그러하듯 아카데미에 진학해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 했습니다. 그런 애쉬의 삶을 완전히 뒤틀어 버린 것은 맏이인 카넬리안과 마왕입니다.


북쪽에는 마왕이 있어 인간들이 찾아가기 어려웠고, 그 마왕을 물리치는 것은 매우 어려웠지만 애쉬는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그 일을 해치웁니다. 3년이 걸린 마왕 퇴치 프로젝트 뒤, 애쉬가 한 일은 복학입니다. 자신이 마왕을 물리칠 인물이라는 예언 때문에 3년간 휴학을 했으니 이제는 복학을 해야지요. 그렇기 때문에 애쉬는 환생과 마왕 퇴치 때문에 노숙한 정신세계를 갖고 나이 어린 학생들과 함께 아카데미를 다닙니다.


그냥 평범했다면 모를까, 문제가 발생합니다. 학교에 황자가 들어온 겁니다. 보통 황자들은 수도 근처의 아카데미에 다니는데, 귀족이 적고 평민이 많은 로지나 사립 아카데미는 황자가 올만한 곳은 아닙니다. 그랬는데 황자의 친구인 테르나크 벨로크와 그 쌍둥이가 진학했기 때문에 황자도 왔다는군요. 물론 황태자의 최측근인 카넬리안 루테의 여동생이 다니는 것도 그 한 이유일 겁니다.



이 이야기는 정치가도 아니고 겉보기에는 평범하나, 산전수전 다 겪어 자신의 안위와 관련된 부분은 눈치가 매우 빠르며 머리도 잘 굴러가는 마왕퇴치용사 애쉬가 이 모든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입니다.

-2황자 루크는 황태자인 형을 질투하며 이런 저런 사고를 꾸며 자신의 세력을 넓히고 황제가 되고자 합니다.

-주변 사람들도 확고한 후계자인 황태자와, 거기에 반기를 드는 2황자 루크를 두고 관망중입니다.

-마왕의 사망으로 북쪽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 되어 그 주변 왕국과 제국이 땅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중입니다.

-제국의 중추에 있는 루테 백작 카넬리언은 테러와 암살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등등.

이러한 사건들의 와중에 애쉬는 평온한 삶을 위해 애를 쓰다 눈이 자주 가던 잘생긴 청년과 연애를 시작합니다.



로맨스소설보다는 판타지소설에 방점을 두는 건 로맨스 자체는 굴곡이랄 것이 크게 없이 물 흐르듯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애쉬를 믿는 테르와, 테르를 믿기 때문에 뭐든 물어보는 대로 답해주겠다고 하며 실제로도 그렇게 행동하는 애쉬는 궁합이 잘 맞습니다. 테르가 참 귀엽기도 하거니와 애쉬가 끌면 끄는대로, 밀면 미는대로 가기도 합니다. 무뚝뚝하고 표정 없는 것 같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참 귀여워지는 천상 로맨스소설 남자주인공입니다.(...)



거기에 하나 더 하자면, 소설 설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위적이지 않게 소설 전체에 능력주의가 녹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귀족 작위는 장자에게 우선적으로 계승되지만 능력이 있다면 뒤집히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소설 속 가문들은 대개 장자가 월등이 뛰어나고 차자가 그럴 마음이 없기 때문에, 혹은 그럴 마음이 있어도 제거되기 때문에 장자가 계승합니다.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든 능력 우선입니다. 귀족과 평민에 따른 신분적 차별은 있지만 돈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종족에 대한 차별도 있지만 노예 등은 처벌 대상입니다.

앞으로는 더 나은 세상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하는 건, 이종족과 원주민 친구를 둔 애쉬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르지 못한 것을 참지 못하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대로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은 그런 인물이 주인공이고, 또 힘을 갖고 있으니 앞으로는 더 나아질 것이라 믿는 겁니다.

황제가 여성이라는 것은 대화 속에서 단어 하나가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카넬리언이 백작위를 이은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작위 계승 문제로 백작이 결혼을 미루기도 합니다. 용사는 애쉬입니다. 나중에 그 보상으로 애쉬 역시 작위를 받습니다. 이러한 사소한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 설명적으로 등장하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나타납니다. 이를 통해 소설 세계관 자체도 능력주의란 것을 자연스럽게 내보이는 거죠.


코르셋은 있지만 없는 옷도 있으며 자신의 취향에 따라 적절히 입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성도 검술훈련을 받으며 크게 저어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여성은 체력적 요건 때문에 남성보다는 불리하지만 애쉬가 있으니까요. 이 모든 설정은 애쉬 하나로 다 뒤바뀝니다.



에필로그를 보면 왜 제목이 전설의 화석인지 나옵니다. 앞부분에도 나오지만 뒤에서는 완전히 못을 박는군요. 행복한 결말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여러 등장인물들에게까지 매우 상냥합니다. 후계에서 밀린 인물도 그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을 선택해 손을 잡고 걸어갑니다. 결말부에서 언급된 그 커플의 이야기를 보고 더 그렇게 생각했지요.


재미있고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청종. 『전설의 화석』 1-4. 마담드디키, 2018, 각 3천원(합권 12000원).


이런 건 빼주세요, 이런 것이 보고 싶어요라는 생각에 아침부터 이것저것 적어보았습니다. 엊그제 올린 조아라에 볼 소설이 없다는 한탄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ㅂ'

https://twitter.com/esendial/status/993270326480982017

트위터에 올렸던 타래 첫글은 저것이고, 각각에는 이전에 트위터에 올렸던 여러 타래들을 인용으로 넣었기 때문에 블로그로 바로 옮기기는 어렵네요. 전체적으로 다듬어 가면서 이야기를 풀어 볼렵니다.


조아라에서 주로 읽는 것은 판타지와, 로맨스와 BL입니다. 가장 많이 읽는 것은 BL이군요. 로맨스소설은 웬만큼 연재되면 연재처를 옮기다가 이제는 바로 카카오페이지 등에서 연재하는 통에 선작해도 끝까지 볼 수 있는 소설이 드뭅니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BL 이야기가 많지만 로맨스 이야기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BL은 Boy's Love의 두문자를 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GL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GL보다는 BL을 주로 보는 것은 아직 GL은 손댈 용기가 안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BL의 L이 사랑이다보니 BL도 넓게 보면 로맨스입니다. 로맨스소설의 원형이라는 중세 기사도 문학으로 넘어가면 거기야 말로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정말?) 하지만 뭐라해도 로맨스는 로맨스니까요. 게이문학하고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같은 목표를 바라볼 수도 있겠지요. 그러니 BL이라고 꼭 로맨스 판타지 같은 현실에 없는 이야기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다양한 사회적 고민을 담고 녹여낼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로맨스적 BL이로군요. 애초에 한국 純문학을 덜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제가 문학에게 요구하는 것은 환상과 치유니까요.



이하는 무작위로 적는 이런 것이 많더라, 이런 것이 없더라입니다.

1.후계
로맨스든 BL이든 후계는 거의 아들입니다. 딸이 후계가 되는 것은 『이세계의 황비』에서 한 번 보았고 그 뒤에는 『황제와 여기사』에도 등장합니다. 이 두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주인공 부부는 딸 아들이나 아들 딸이나 아들만 하나 있거나 하여 후계를 아들로 삼습니다. 특히 동양풍 로맨스나 동양풍 BL은 여성이 권력을 잡은 걸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막후 권력을 여성이 잡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드러내놓고 권력자가 될 수 있느냐, 더 높은 지위로 올라갈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2.설정
조아라에서 소설 읽기를 점점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유사 소설의 남발입니다. 이전에는 유행이 있었다 해도 각각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지만, 지금은 얼개가 비슷하거니와 그걸 살릴만한 글솜씨가 드뭅니다. 얼개가 비슷해도 각 주인공의 상황은 다르고, 거기서 이야기를 새로 뽑아내 무언가를 말하면 좋으련만 그게 안되더군요. 그리고 지나치게 등장인물 중심으로만 끌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 혼자 다 해먹어라는 수준. 가끔은 소설이 아니라 미연시를 읽는 기분이라고요.



3.외전
원래 카사노바였거나 아니거나, 하여간 인기가 굉장히 있던 남자주인공이 딸을 낳고는 딸바보가 되는 경우는 외전으로 자주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는 딸에게 그러지요. "남자는 다 늑대야." ... 야. 너부터가 늑대였어. 그러면 늑대 퇴치법이나 늑대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낫지 않냐? 아니면 개가 될 늑대 선별법 같은 특강을 해서 딸이 훌륭한 늑대/개 조련사로 거듭나도록 하는 게 낫지 않아?
딸바보 아버지가 되는 남자주인공도 클리셰지만 딸바보보다는 이상적인 아버지, 이상적인 부모 상을 더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를 롤모델로 삼아 무럭무럭 잘 자라는 그런 외전이 보고 싶다고요.



4.고전의 오마쥬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이야기는 지금 봐도 로맨스 클리셰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 당시 타래에서 소개한 것은 동서문화사에서 Annes' 시리즈로 출간한 에밀리, 제인, 킬머니입니다.

에밀리. 아버지의 사후 먼 친척 아주머니들과 함께 살고 거기서 성장. 이웃의 나이 많은 아저씨와 약혼할 뻔 하다가 깨짐. 좋아한다고 뒤늦게 깨달은 소꿉친구와는 상황이 꼬여서 헤어졌다가, 또 다른 소꿉친구와 약혼한다기에 들러리 예정. 그러나 그 결혼이 깨지고 결국 메인 남주와 됨. #로맨스


제인. 아주 어릴 적 부모님이 별거에 들어가 어머니와 함께 외할머니 아래서 자람. 보수적인 외할머니 아래서 재미없는 아이로 크지만, 아버지에게 다녀와서 생활한 뒤로는 점점 성장함. 급기야 아버지의 연애 건으로 한 번 크게 앓으면서 부모가 재결합함. #가족물


밸런시. 집안도 그리 대단하진 않고 모두의 아이돌인 사촌에게 치여 우중충한 이미지.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고 가출하여 마을에서 외면받던 옛 동창 시시의 간병을 도맡음. 시시 사후에 자주 와주던 남자에게 청혼하여 결혼하고 같이 사는데... #로맨스 #성덕 #인생역전


킬머니. 이쪽은 3인칭남주적시점. 여주가 킬머니. 폐쇄적인 집안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자란 킬머니가, 부잣집 남자를 만나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양쪽 집안의 축복을 받는 장면에서 끝. 그러니까 집안이 안 좋다며 불만 갖던 시아버지가 보이는 극적 변화가 포인트. #달달 #로맨스


이 소설들의 얼개를 가져다 판타지 쓰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판타지든 로맨스든 SF든, 세계관을 바꾸면 각각의 이야기도 달라지겠지요. 정말로 보고 싶지만 저는 쓸 재주가 없습니다.



5.사회문제
판타지소설은 대개 사회구조를 절대왕정시대에 가깝게 잡던데, 왜 옷은 항상 코르셋이 있던 시기일까요. 그런 것 없는 사회도 구성 가능하잖아요? 의상 디자이너는 대체적으로 여자. 사회적으로 낮은 대접을 받기도 하고 귀족은 아닐 때도 많습니다. 여성 인권이 바닥부터 시작하는 곳도 많고 귀족가문의 딸들은 정략적 이해에 따라 결혼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팔려가는 느낌입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은 전문직 일부에만 한하거나, 그 수도 적은 사회가 많습니다.
여성 인권을 포함해 소수자 인권까지 챙기는 성숙한 사회는 SF에서나 등장하나요. 결말부에서는 사회가 점차 그러한 방향으로 나가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사회는 많지 않습니다.


6.황실
황제의 여자 형제가 공작위든 대공위든 받은 케이스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하나 있다고 적어두었는데 아마도 카카오로 연재처를 옮긴 그 소설 같군요. 아니, 이제 영국 왕실도 남녀 상관없이 계승하도록 법이 바뀌었는데 소설 속 세계는 왜 아직인가요. 거기에 작위 앞에 '여'를 붙인 소설도 여럿 보았습니다. 성별을 한 번에 보여주기 위해서라지만 그것도 아쉽더라고요. r님은 살리카법을 따르는 세계라고 하시던데 모든 판타지 세계가 다 그런 겁니까.


7.결혼
로맨스소설에서 여주인공이 결혼을 행복하기 위한 최소/최대 조건으로 여기는 대사를 보고 혈압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로맨스 소설이니 주인공의 비혼은 생각할 수 없지만 판타지소설에라도 그런 건 불가능할까요. 하기야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패스파인더』라든지 『에이미의 우울』이라든지. 후계를 혈연이 아니라 능력으로 뽑는 것도 보고 싶습니다.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실제 몇몇 소설에서는 능력으로 다음 대 작위를 물려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게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닐뿐.
결혼해야 완성된 성인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도 그만 보고 싶고, 후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야기도 그만 보았으면 합니다. 그런 이야기 보면 종마가 떠오릅니다.



이렇게 적기는 했지만 제 소설도 저 이야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특히 자식의 성별 문제는 말이지요. 꼬마들은 대개 남자애들이라 여자애들은 손에 꼽을 정도도 안나옵니다. 하하하하.;ㅂ; 그래도 더 다양한 이야기가 보고 싶습니다. 다른 플랫폼을 찾아봐야 하는 건가요...

감상을 쓰면서도 내내 망설이는 건, 내용폭로를 하면서 쓸 것인가, 아니면 최소한의 정보만 적으며 쓸 것인가라는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내용폭로하는 부분은 접어서 가려야겠네요. 여러 가지 장치를 사용한 소설이라 굉장히 흥미롭기도 하지만 읽는 속도도 빠릅니다. 책 읽는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으니까요.



시작은 1인칭입니다. 나는 어릴 때 배신을 당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약속을 한 사람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그 때문에 가까운 이에게 그 사람뿐만 아니라 나 역시 매도당합니다. 말이 칼이 되어 날아온다는 것이 딱 거기서 나오더군요. 그러나 매우 현실적인 칼날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어드메에서는 분명 이런 말을 뱉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하여간 그 전에도 그랬지만 그 뒤에도 나는 내내 혼자입니다. 그런 나에게 손을 내밀었던 유일한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의 가족은 지금 내 곁에 없습니다. 힘들게 견뎌오던 나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내려 놓으려는 생각으로 집에 오지만 그 도중에 저승사자를 만납니다. 저승사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온다더니, 가장 사랑하는 그의 모습으로 자신에게 찾아옵니다. 분명 그 사람은 죽었을 것인데요.


일주일 뒤에 너는 교통사고로 죽을 것이다, 편하게 죽고 싶으면 내 이름을 두 번 불러라. 이미 한 번 부른 뒤이니 세 번 부르면 죽는다는 건가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찾아온 저승사자는 둘이서 해야하는 일들의 버킷리스트를 죽 적어 내려가고 그것을 하나 하나 클리어합니다.



이름을 불렀는가 아닌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았고 같이 하면서 조금 더 살고 싶어졌다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그리고 ..(하략)




굳이 표현하자면 화자가 나-정희완인 이야기가 본편인 셈입니다. 본편의 주인공은 정희완과 저승사자이고 그 뒤의 이야기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여러 시점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외전이라고도 할 수 있고 스핀오프라고도 할 수 있는데, 굳이 따지자면 후자입니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은 정희완이 아니거든요. 남은 이야기에 각 이야기의 주인공 이름을 붙여서 첫 번째는 정희완, 두 번째는 김인주, 세 번째는 한호경, 네 번째는 고영현, 다섯 번째는 김람우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그리고 네가 없는 이야기 A와 B가 더 붙고요. 직접적인 외전은 맨 마지막의 두 편이고 다른 다섯 이야기는 본편의 스핀오프입니다. 희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그리고 인주의 뒷 사정과 호경이 본 **과 ##, 고영현의 이야기가 얽힙니다. 람우의 이야기야 두말할 나위 없지요.



넓게 보면 이것도 어반 판타지에 해당할 겁니다. 이 책 출간 준비하던 당시 브릿G에서 어반 판타지 공모전을 하던 것이 기억나는데, 일상 속에 슬쩍 섞인 판타지이니 어반 판타지라 할 수 있지요.



눈물샘이 약한 분들은 옆에 손수건을 놓고 보시길 추천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슬픈 결말이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꽉 닫힌 해피엔딩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은 한호경의 외전이었습니다. 훗훗훗.




서은채. 『내가 죽기 일주일 전』. 황금가지, 2018, 12000원.



후기에서 언급한 다른 이야기들도 더 읽고 싶습니다. 언젠가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ㅅ+



덧붙임. 이것도 분명 로맨스입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판타지소설이란 것이야 두말하면 입아프지요.

처음에는 전자책 서재 정리하면서 감상 적으려 했던 것이었지만, 결국 작성하다보니 4월 전자책 구입 및 감상기가 나왔습니다.-ㅁ-a

일단 지난달 구입분에 포함된 4월 구입분 네 권부터 감상을 적어봅니다.



두나래. 『처음이라서』

BL, 현대.

결말 부분만 손대고 아직 앞은 못보았습니다. 주인공들이 엇각리다가 나이 먹고 다시 재회하는 것이라,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습니다. '처음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에 확신이 없었고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지요. 그리고 나이 먹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것은 사랑이었더라, 그런 이야기입니다. 꽉 닫힌 해피엔딩이니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중에 올라올 외전을 기다립니다.



설탕통. 『엠페러 1-3』

BL, 현대, 연예계, 아이돌, 회귀.

그리 잘나가는 아이돌은 아니었고, 나중에 합류한 멤버가 무던히도 사고를 친 덕에 결국 공중분해에 가까운 상태가 됩니다. 팀의 맏이로서 애썼지만 소용 업었던 데다, 예의 그 문제아가 또 사고를 쳤다는 소식에 급하게 차를 몰고 가다가 차 사고로 사망합니다.

그랬는데, 분명 그 기억이 확실하게 있는데 정신 차려 보니 멤버가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으로 돌아왔습니다. 꿈을 꾼 것인지 어떤 건지 확신도 없는데 여러 일들은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 따라갑니다. 일단은 가장 최근에 터진 사건들부터 막아야 하나, 미운정만 들었던 저 딱딱한 녀석을 왜 챙겨주냐는 생각 사이에서 한참 갈등하던 와중, 팬 편지 휴지통 투척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서서히 상황은 바뀌어 갑니다.

아이돌 소설에서 종종 보이는 회귀형 소설입니다. 리더는 아니고, 팀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서현이, 나중에 들어와서 문제만 일으키던 준을 챙기면서 점차 기억하고 있던 것들이 바뀌어 가는 내용이지요. 조아라에서 연재 분량을 본 기억이 있는데 완결은 본 기억이 없네요. 보다가 내려 놓았던가..?



미네. 『루돌프 사슴, 콘』.

BL, 판타지, 역키잡, 산타버스?

결말을 보고서야 이게 역키잡인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초반부터 힌트는 있었지요.-ㅁ-a

이거 B님이 보시면 좀 우실지도 모르겠는데, 초반 부분이 특히 그렇습니다. 앞부분 읽으면서 눈물그렁그렁했던 곳이 한둘이 아니거든요.

산타는 루돌프와 페어를 이루어 크리스마스 날이 되면 선물을 돌립니다. 이 설정의 소설이 여럿 있었던 걸 생각하면 이것도 세계관이 아닐까 추정합니다. 한국지부 산타인 다원은 지난 크리스마스 직후 파트너를 잃었습니다. 노환이었지만 갑작스러웠던지라 마음을 대강 추스르고 나서는 다음 크리스마스를 위해 사슴을 예약합니다. 그러나 상당한 대가를 지불했음에도, 새로 태어난 사슴은 앞 다리가 하나 없는 선천적 장애를 가졌습니다. 다른 사슴은 없다고 하니 임시로 혹은 보증 삼아서 장애를 가진 사슴을 데려옵니다.

하지만 사슴 육아는 처음이고, 아직 파트너를 잃은 뒤 몸 상태가 제대로 돌아오지 않아 제대로 돌봐주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다리가 하나 없는 사슴은 썰매를 끌 수 없는 건 둘째치고 제대로 서지도 못합니다. 어미에게 버림받았던 건 당연하고요. 유전자는 좋았지만 그런 장애가 있으니 안락사 당할 상황이었는데...

딱 잘라 말하지만 이거 꽉 닫힌 해피엔딩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무엇보다 주인공인 콘이 한없이 해바라기입니다. 한없이 긍정적이고, 산타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산타를 위해 뭐든 하겠다는 마음가짐. 이거 사슴이 아니라 멍멍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만큼 산타인 다원도 자신의 파트너에게 지극 정성입니다. 그렇게 산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사슴이 얼마나 멋진 사슴이 되는지는 직접 보시면 압니다.



하르넨. 『악녀의 애완동물 1-3』

로맨스, 판타지, 환생.

책 속 세계에 환생을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자작가 영애라. 어떻게든 편하게 살아 남기 위해 익힌 것이 애완동물입니다. 샤샤는 그렇게 사교계의 뭇 여성들에게 참으로 귀엽고 보호본능을 불러 일으키고, 언제건 위로를 해주는 그런 애완동물로 살아왔습니다. 그러한데, 황태자의 약혼녀이자 이 세계의 악녀 포지션인 그 분, 레베카에게 홀딱 반합니다. 그리고 결심하지요. 제국을 망하게 만들 저런 황태자 따위는 원래 여주인공에게 던져 버리고 레베카는 그 나름대로 멋지게 살라고 하자-라고요.

하지만 이상하게 원작이 비틀려 있습니다. 나타난 여주인공은 원작에서 말하는 것처럼 청초한 인물이 아니고, 황태자에게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뭔가를 숨기고 있는 모양인데?

나비효과처럼 샤샤라는 존재가 원작의 악녀를 바꾸고, 결국에는 원작 자체를 완전히 틀어버립니다. 그 과정에 샤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샤샤다보니 샤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원작과 달라진 인물 중에서 샤샤와 연이 닿지 않은 인물은 딱 한 명뿐입니다. 그건 내용 폭로라, 슬쩍 덮어두지요.



그리고 오늘 갈무리한 구입 목록입니다. 4월에도 적지 않게 샀네요. 다음 구입은 제발 5월 이후이기를 통장은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겁니다.



주야노. 『이런 엔딩』.

판타지, 로맨스.

배드엔딩입니다. 각오는 하고 봤고, 애초에 시한부 인생을 걷고 있던 여주인공이 자식을 아들의 생부에게 보내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전 남자친구는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여주인공은 죽기 전에 아들을 맡길 사람이 그 밖에 없어서 보낸 것인데, 예상치 않게도 전 애인이 자신을 붙듭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해피엔딩과 언해피엔딩이 나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외전에서 결말 분기가 또 갈립니다.



하예지. 『왕이시여 바라옵건대』

판타지, 회귀.

BL일지 로맨스일지. 단편이라 일단 판타지로 달아둡니다. 결말의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수 있네요.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명군이나 성군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 왕인 마코르. 하지만 그는 죽음과 함께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하루를 시작합니다. 자살임은 확실하나 왜 자살인지도 모르게, 끝없이 하루를 반복합니다. 반복되는 날들에서 실마리를 하나씩 잡아 전과는 조금씩 다른 행동을 취하지만....

...

이렇게 보고나니 제게는 불호에 가깝군요. 마지막의 장면은 그야말로 데우스엑스마키나입니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등장인물들이 참 안타깝습니다.



새벽바람. 『얼음 호수 아래 그림자 2』

BL, 판타지, 동양판타지, 차원이동.

이것도 아마 클리셰..? 3만원 맞추려고 고민하다가 충동구매한 책입니다. 1권과 2권을 두고 한참 고민했는데, 정치극에 가깝다는 이야기가 있어 2권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러길 잘했네요. 스캔들 때문에 두문불출하고 집에 있던 수오는 언 호수에 빠졌다가 다른 세계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자신과 얼굴이 같은 서율이라는 수배범으로 오해를 받아 감옥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자신이 좋아하던 선배와 얼굴이 같은 황제를 만납니다.

.. 순서상으로는 이걸 나중에 작성했는데, 아래 작성한 미코노스作 『약사의 황제』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클리셰니까요.

이쪽은 정치극의 분위기가 강합니다. 『약사의 황제』는 내궁 암투극에 가깝지만 이 소설은 그보다는 더 정치적 암투? 더 큰 차이는 얼굴이 같은 인물의 존재 여부입니다. 수오와 얼굴이 같은 서율이 저지른 사건이나, 그렇다면 서율은 어디에 있느냐는 문제는 2권에서 다 풀리거든요.

이쪽도 해피엔딩입니다.



겸연. 『명작성인동화 1』.

BL, 판타지, 단편집.

명작동화를 기반으로 한 판타지 BL입니다만, 첫 번째편인 라푼젤을 읽고는 고이 내려 놓았습니다.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핫핫핫...(먼산)



가막가막새. 『폭력의 잔재』.

BL, 현대.

종이책 구입한 뒤 전자책은 미루고 있다가 이번에 다시 구입했습니다. 찬찬히 처음부터 읽어야겠네요.



한민트. 『디어 마이 아스터』.

판타지, 로맨스, 회귀.

읽어보고 알았습니다. 외전이 중요했네요. 조아라 연재 당시에는 아스터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덜 나와서 몰랐는데, 외전이 본편의 여러 수수께끼를 다 풀어줍니다. 회귀의 이유가 무엇인지, 아스터가 태어난 그 뒤의 이야기 등등. 그걸 보고 나서 아스터가 떠난 그 뒤의 짧은 이야기를 보면 느낌이 또 다릅니다.

어, 그러니까 본편 내용을 먼저 적어야지요.

자작가의 딸로 태어나 선을 봐서 결혼했지만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자기 중심적이고 뭐든 자기 입맛대로 휘두르는 시어머니가 있고, 남편과의 사이에서는 딸만 하나 있었습니다. 남편이 바람 안 피우는 것도 아니라 그저 딸 하나만 보고 잘 키웠지만 결혼식을 앞두고는 마차 사고로 사망합니다. 후회되는 것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난하고 평탄하게 살았다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아직 학교 졸업하기도 전의, 선을 보기도 전의 그 때로 돌아와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 딸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라 딸을 만나기 위해서는 마음에도 없는, 남편과의 결혼을 해야한다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 시절 딱 한 번 설레었던 사람을 만나니 흔들립니다.


미리 적어두지만 이것도 꽉 닫힌 해피엔딩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류진리. 『간이역』.

BL, 현대.

결말만 확인하고 닫았습니다. 모님 추천으로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만만치 않은 내용이네요. 결말을 보면 앞 내용을 대강 짐작할 수 있는데 과연 읽을 수 있을지.OTL 무엇보다 결말의 그 장면을 보고는 왜 추천했는지 이해가 가더랍니다. 인물들의 감정선 묘사가 매우 섬세하고, 읽다보면 '아, 이게 한국문학.'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 장면만으로도 추천이 이해되고, 추천할만한 작품입니다. 그러니 언젠가는 읽을 수 있겠지요.



미코노스. 『약사의 황제 1-2』

BL, 판타지, 차원이동.

판타지세계의 신이 주인공을 차원이동시켰습니다. 그리하여 제약회사 영업직이던 주인공은 각종 약과 물품이 들어 있던 가방과 함께 떨어져 제국을 개혁합니다.

끝.

클리셰적인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건 클리셰에 어떤 살을 붙이느냐에 따라 달라지지요. 황제가 주인공의 짝사랑 상대와 얼굴이 꼭 닮았다는 것이나, 차원이동해서 신전을 등에 업었던 것이나, 자신의 전공과 직업을 살려 제국을 개혁하는 것은 클리셰입니다. 제약회사 영업직에, 가방을 들고 가서 벌어지는 개혁이 양념인 셈이지요.



꽃낙엽. 『애인있어요 1-3』

BL, 현대.

소장본 구입을 한 터라 전자책 구입을 미루다가, 곧 내려간다는 말에 덥석 구입했습니다.



미코노스. 『만져지는 시간』

BL, 현대, 가이드버스.

이전에 교보에서 구입했다 알라딘 재구입은 미루고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곧 내려간다는 말에 덥석 구입했씁니다.


두나래. 『처음이라서 1-2』. 고렘팩토리, 2018, 각 3천원.

설탕통. 『엠페러』(1-3 세트). 마담드디키, 2018, 9천원.

미네. 『루돌프 사슴, 콘』(1-2 세트). W-Beast, 2018, 6400원.

하르넨. 『악녀의 애완동물 1-3』.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2018, 각 5400원.

주야노. 『이런 엔딩』. 제로노블, 2017, 2500원.

하예지. 『왕이시여 바라옵건대』. 노벨레테, 2018, 800원.

겸연. 『명작성인동화 1』. 피아체, 2018, 3천원.

가막가막새. 『폭력의 잔재』(1-2 세트). B&M, 2016, 7600원.

한민트. 『디어 마이 아스터 1-2』. 루시노블, 2018, 2018, 각 3500원.

류진리. 『간이역』. 청순한언니들, 2015, 2800원.

미코노스. 『약사의 황제 1-2』. 청순한언니들, 2016, 각 2800원.

꽃낙엽. 『애인있어요 1-3』. 청순한언니들, 2016, 각 2800원.

미코노스. 『만져지는 시간』(1-2 세트). 청순한언니들. 2016, 각 3500원.

새벽바람. 『얼음 호수 아래 그림자 2』. 더클북컴퍼니, 2018, 3500원.


『악녀의 애완동물』이 디앤씨 책이었군요. 여기 출판사 책 내내 피하고 있었는데..=ㅅ= 다음에는 출판사도 꼭 확인해야겠네요.

청순한언니들 출간작은 알라딘 기준으로 4월 27일까지만 판매됩니다. 리디북스는 20일까지만 판매였으니 이미 종료되었을 거고요.


장바누의 『스푸너』는 아직 읽지 않았고, violetcream의 『지금 그대와 나』는 따로 간략 감상을 작성할 생각입니다.'ㅂ'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