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 빼주세요, 이런 것이 보고 싶어요라는 생각에 아침부터 이것저것 적어보았습니다. 엊그제 올린 조아라에 볼 소설이 없다는 한탄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ㅂ'

https://twitter.com/esendial/status/993270326480982017

트위터에 올렸던 타래 첫글은 저것이고, 각각에는 이전에 트위터에 올렸던 여러 타래들을 인용으로 넣었기 때문에 블로그로 바로 옮기기는 어렵네요. 전체적으로 다듬어 가면서 이야기를 풀어 볼렵니다.


조아라에서 주로 읽는 것은 판타지와, 로맨스와 BL입니다. 가장 많이 읽는 것은 BL이군요. 로맨스소설은 웬만큼 연재되면 연재처를 옮기다가 이제는 바로 카카오페이지 등에서 연재하는 통에 선작해도 끝까지 볼 수 있는 소설이 드뭅니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BL 이야기가 많지만 로맨스 이야기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BL은 Boy's Love의 두문자를 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GL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GL보다는 BL을 주로 보는 것은 아직 GL은 손댈 용기가 안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BL의 L이 사랑이다보니 BL도 넓게 보면 로맨스입니다. 로맨스소설의 원형이라는 중세 기사도 문학으로 넘어가면 거기야 말로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정말?) 하지만 뭐라해도 로맨스는 로맨스니까요. 게이문학하고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같은 목표를 바라볼 수도 있겠지요. 그러니 BL이라고 꼭 로맨스 판타지 같은 현실에 없는 이야기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다양한 사회적 고민을 담고 녹여낼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로맨스적 BL이로군요. 애초에 한국 純문학을 덜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제가 문학에게 요구하는 것은 환상과 치유니까요.



이하는 무작위로 적는 이런 것이 많더라, 이런 것이 없더라입니다.

1.후계
로맨스든 BL이든 후계는 거의 아들입니다. 딸이 후계가 되는 것은 『이세계의 황비』에서 한 번 보았고 그 뒤에는 『황제와 여기사』에도 등장합니다. 이 두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주인공 부부는 딸 아들이나 아들 딸이나 아들만 하나 있거나 하여 후계를 아들로 삼습니다. 특히 동양풍 로맨스나 동양풍 BL은 여성이 권력을 잡은 걸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막후 권력을 여성이 잡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드러내놓고 권력자가 될 수 있느냐, 더 높은 지위로 올라갈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2.설정
조아라에서 소설 읽기를 점점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유사 소설의 남발입니다. 이전에는 유행이 있었다 해도 각각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지만, 지금은 얼개가 비슷하거니와 그걸 살릴만한 글솜씨가 드뭅니다. 얼개가 비슷해도 각 주인공의 상황은 다르고, 거기서 이야기를 새로 뽑아내 무언가를 말하면 좋으련만 그게 안되더군요. 그리고 지나치게 등장인물 중심으로만 끌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 혼자 다 해먹어라는 수준. 가끔은 소설이 아니라 미연시를 읽는 기분이라고요.



3.외전
원래 카사노바였거나 아니거나, 하여간 인기가 굉장히 있던 남자주인공이 딸을 낳고는 딸바보가 되는 경우는 외전으로 자주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는 딸에게 그러지요. "남자는 다 늑대야." ... 야. 너부터가 늑대였어. 그러면 늑대 퇴치법이나 늑대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낫지 않냐? 아니면 개가 될 늑대 선별법 같은 특강을 해서 딸이 훌륭한 늑대/개 조련사로 거듭나도록 하는 게 낫지 않아?
딸바보 아버지가 되는 남자주인공도 클리셰지만 딸바보보다는 이상적인 아버지, 이상적인 부모 상을 더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를 롤모델로 삼아 무럭무럭 잘 자라는 그런 외전이 보고 싶다고요.



4.고전의 오마쥬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이야기는 지금 봐도 로맨스 클리셰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 당시 타래에서 소개한 것은 동서문화사에서 Annes' 시리즈로 출간한 에밀리, 제인, 킬머니입니다.

에밀리. 아버지의 사후 먼 친척 아주머니들과 함께 살고 거기서 성장. 이웃의 나이 많은 아저씨와 약혼할 뻔 하다가 깨짐. 좋아한다고 뒤늦게 깨달은 소꿉친구와는 상황이 꼬여서 헤어졌다가, 또 다른 소꿉친구와 약혼한다기에 들러리 예정. 그러나 그 결혼이 깨지고 결국 메인 남주와 됨. #로맨스


제인. 아주 어릴 적 부모님이 별거에 들어가 어머니와 함께 외할머니 아래서 자람. 보수적인 외할머니 아래서 재미없는 아이로 크지만, 아버지에게 다녀와서 생활한 뒤로는 점점 성장함. 급기야 아버지의 연애 건으로 한 번 크게 앓으면서 부모가 재결합함. #가족물


밸런시. 집안도 그리 대단하진 않고 모두의 아이돌인 사촌에게 치여 우중충한 이미지.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고 가출하여 마을에서 외면받던 옛 동창 시시의 간병을 도맡음. 시시 사후에 자주 와주던 남자에게 청혼하여 결혼하고 같이 사는데... #로맨스 #성덕 #인생역전


킬머니. 이쪽은 3인칭남주적시점. 여주가 킬머니. 폐쇄적인 집안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자란 킬머니가, 부잣집 남자를 만나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양쪽 집안의 축복을 받는 장면에서 끝. 그러니까 집안이 안 좋다며 불만 갖던 시아버지가 보이는 극적 변화가 포인트. #달달 #로맨스


이 소설들의 얼개를 가져다 판타지 쓰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판타지든 로맨스든 SF든, 세계관을 바꾸면 각각의 이야기도 달라지겠지요. 정말로 보고 싶지만 저는 쓸 재주가 없습니다.



5.사회문제
판타지소설은 대개 사회구조를 절대왕정시대에 가깝게 잡던데, 왜 옷은 항상 코르셋이 있던 시기일까요. 그런 것 없는 사회도 구성 가능하잖아요? 의상 디자이너는 대체적으로 여자. 사회적으로 낮은 대접을 받기도 하고 귀족은 아닐 때도 많습니다. 여성 인권이 바닥부터 시작하는 곳도 많고 귀족가문의 딸들은 정략적 이해에 따라 결혼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팔려가는 느낌입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은 전문직 일부에만 한하거나, 그 수도 적은 사회가 많습니다.
여성 인권을 포함해 소수자 인권까지 챙기는 성숙한 사회는 SF에서나 등장하나요. 결말부에서는 사회가 점차 그러한 방향으로 나가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사회는 많지 않습니다.


6.황실
황제의 여자 형제가 공작위든 대공위든 받은 케이스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하나 있다고 적어두었는데 아마도 카카오로 연재처를 옮긴 그 소설 같군요. 아니, 이제 영국 왕실도 남녀 상관없이 계승하도록 법이 바뀌었는데 소설 속 세계는 왜 아직인가요. 거기에 작위 앞에 '여'를 붙인 소설도 여럿 보았습니다. 성별을 한 번에 보여주기 위해서라지만 그것도 아쉽더라고요. r님은 살리카법을 따르는 세계라고 하시던데 모든 판타지 세계가 다 그런 겁니까.


7.결혼
로맨스소설에서 여주인공이 결혼을 행복하기 위한 최소/최대 조건으로 여기는 대사를 보고 혈압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로맨스 소설이니 주인공의 비혼은 생각할 수 없지만 판타지소설에라도 그런 건 불가능할까요. 하기야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패스파인더』라든지 『에이미의 우울』이라든지. 후계를 혈연이 아니라 능력으로 뽑는 것도 보고 싶습니다.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실제 몇몇 소설에서는 능력으로 다음 대 작위를 물려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게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닐뿐.
결혼해야 완성된 성인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도 그만 보고 싶고, 후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야기도 그만 보았으면 합니다. 그런 이야기 보면 종마가 떠오릅니다.



이렇게 적기는 했지만 제 소설도 저 이야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특히 자식의 성별 문제는 말이지요. 꼬마들은 대개 남자애들이라 여자애들은 손에 꼽을 정도도 안나옵니다. 하하하하.;ㅂ; 그래도 더 다양한 이야기가 보고 싶습니다. 다른 플랫폼을 찾아봐야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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