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북스 선공개, 알라딘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고로 출판사와 책 가격 표기는 이후에 추가합니다. 이 감상은 전자책이 아니라 개인지를 읽고 쓰는 글입니다. 아차. 미리 적어두지만, BL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개인지와 전자책의 내용 차이는 아마 없었을 겁니다. 그래도 표지가 워낙 예뻤던 데다 벽돌형 하드커버(...)라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종이책으로는 총 645쪽. 전자책으로도 분량은 비슷할 거라 봅니다.


제목이 윈터메르헨, 겨울동화이고 아예 책 표지는 WINTERMÄRCHEN이라, 움라우트까지 들어간 독일어입니다. 한국어 번역제목인 겨울동화하고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지요. 책 읽어 보면 확실히 윈터메르헨이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이 겪는 모험담이자, 동화이자 설화니까요.


네이브 출신의 술사인 텐은 장기 휴가를 얻어 북쪽나라 발렌스에 옵니다. 어머니의 유언이 발렌스로 가라는 것이기도 했고, 또 어머니의 유품 때문에도 올 일이 있었지요. 북쪽 출신인 어머니의 외모를 빼닮은 덕에 인종적으로는 고향인 네이브가 아니라 발렌스에서 위화감 없이 섞여듭니다. 거꾸로 말하면 네이브에서는 외모 때문에, 그리고 출신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북쪽의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던 텐은 우연히 어느 꼬마를 만나게 되고, 그 꼬마와 만난 뒤 설화 속에서만 있다 생각했던 여러 요정과 존재들을 차례로 만납니다. 그리고 얼결에 코가 꿰였지요.


쉽게 표현하면 이 책은 텐의 모험기입니다. 텐은 출생에 문제가 있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부외자입니다. 그랬던 그는 마찬가지로 방랑하고 있던 군주님을 만나 살뜰하게 보살피고 쫓아다니다가, 그간 전혀 도움이 안되던 집안이 마지막에 발목을 잡...았지만 거꾸로 그 사건을 계기로 발렌슈타인의 권속에 들어가 행복한 삶을 영위합니다. 조금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주변의 여러 사람과 요정의 조언으로 외전에서 마지막 키워드가 등장하네요.
외전은 빼고 본편만 놓고 보면 주인공은 텐이며, 방랑하던 것을 멈추고 정주하여 자신의 집을 찾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전형적인 모험담이자 동화입니다.

또 다른 주인공인 아힘은 텐의 모험보다 훨씬 전에, 텐과 마찬가지로 출생에 문제가 있었던 초월자입니다. 출생의 문제는 텐과 마찬가지로 아힘의 발목을 잡으며, 또한 그 힘의 원천과 근본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던 테다 태생적 문제로 감정이란 것을 제대로 모르던 아힘은 텐을 통해 몰랐던 감정들을 하나씩 깨달아 갑니다. 어릴 적 소망했던 것이 무너진 뒤 계속 얼어 붙어 있던 아힘은 텐을 통해 봄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본편에서 다 풀리지 않았던 아힘의 이야기는 외전에서 마저 채워집니다. 특히 맨 마지막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시작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네요.

주인공은 아힘과 텐이지만 그 외의 여러 조연들도 매력적입니다. 취향만 따지자면 악마님 참 좋은데요. 옛날 옛적 상당히 좋아하던 여러 판타지소설에서 등장하던 매드사이언티스트, 혹은 매드알케미스트 스타일의 멋진 분입니다. 악마다보니 성격 나쁜 것은 당연하며, 실력도 매우 좋습니다. 그러면서도 아힘과 텐을 은근슬쩍 걱정하는 것도 참 귀엽고요. 텐의 선배이자 가장 가까운 친우인 단장님도 좋습니다. 단장님의 매력은 본편에서도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지만 외전에 가면 그 뒷이야기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혼집에 쳐들어 왔다가 떠나는 모습이라든지, 그 속에 뭘 품고 있는지 등등도 자세히 나옵니다.


본편 자체만 놓고 보면 모험을 완수한 텐과 성장하기 시작한 아힘의 이야기입니다. 거기에 외전을 더하면 성장하는 아힘과 코 꿰인 줄 모르고 있다가 코뚜레 하고서야 깨달은 텐의 이야기로 바뀝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외전은 19금이라는 이야기지요. 맨 마지막의 외전은 아힘의 성장에 방점을 찍습니다. 그 마지막 문장 하나로 아힘은 마지막의 굴레를 벗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본편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판타지 소설이니, 동화풍 성장형 모험 판타지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다만 텐이 조금 많이 고생하니 그건 감수하시어요. 결말은 행복하게 끝나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도도연. 『윈터메르헨 1-3』. 시크노블, 2018, 1권 3400원, 2권 3천원, 3권 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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