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을 쓰면서도 내내 망설이는 건, 내용폭로를 하면서 쓸 것인가, 아니면 최소한의 정보만 적으며 쓸 것인가라는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내용폭로하는 부분은 접어서 가려야겠네요. 여러 가지 장치를 사용한 소설이라 굉장히 흥미롭기도 하지만 읽는 속도도 빠릅니다. 책 읽는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으니까요.



시작은 1인칭입니다. 나는 어릴 때 배신을 당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약속을 한 사람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그 때문에 가까운 이에게 그 사람뿐만 아니라 나 역시 매도당합니다. 말이 칼이 되어 날아온다는 것이 딱 거기서 나오더군요. 그러나 매우 현실적인 칼날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어드메에서는 분명 이런 말을 뱉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하여간 그 전에도 그랬지만 그 뒤에도 나는 내내 혼자입니다. 그런 나에게 손을 내밀었던 유일한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의 가족은 지금 내 곁에 없습니다. 힘들게 견뎌오던 나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내려 놓으려는 생각으로 집에 오지만 그 도중에 저승사자를 만납니다. 저승사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온다더니, 가장 사랑하는 그의 모습으로 자신에게 찾아옵니다. 분명 그 사람은 죽었을 것인데요.


일주일 뒤에 너는 교통사고로 죽을 것이다, 편하게 죽고 싶으면 내 이름을 두 번 불러라. 이미 한 번 부른 뒤이니 세 번 부르면 죽는다는 건가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찾아온 저승사자는 둘이서 해야하는 일들의 버킷리스트를 죽 적어 내려가고 그것을 하나 하나 클리어합니다.



이름을 불렀는가 아닌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았고 같이 하면서 조금 더 살고 싶어졌다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그리고 ..(하략)




굳이 표현하자면 화자가 나-정희완인 이야기가 본편인 셈입니다. 본편의 주인공은 정희완과 저승사자이고 그 뒤의 이야기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여러 시점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외전이라고도 할 수 있고 스핀오프라고도 할 수 있는데, 굳이 따지자면 후자입니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은 정희완이 아니거든요. 남은 이야기에 각 이야기의 주인공 이름을 붙여서 첫 번째는 정희완, 두 번째는 김인주, 세 번째는 한호경, 네 번째는 고영현, 다섯 번째는 김람우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그리고 네가 없는 이야기 A와 B가 더 붙고요. 직접적인 외전은 맨 마지막의 두 편이고 다른 다섯 이야기는 본편의 스핀오프입니다. 희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그리고 인주의 뒷 사정과 호경이 본 **과 ##, 고영현의 이야기가 얽힙니다. 람우의 이야기야 두말할 나위 없지요.



넓게 보면 이것도 어반 판타지에 해당할 겁니다. 이 책 출간 준비하던 당시 브릿G에서 어반 판타지 공모전을 하던 것이 기억나는데, 일상 속에 슬쩍 섞인 판타지이니 어반 판타지라 할 수 있지요.



눈물샘이 약한 분들은 옆에 손수건을 놓고 보시길 추천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슬픈 결말이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꽉 닫힌 해피엔딩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은 한호경의 외전이었습니다. 훗훗훗.




서은채. 『내가 죽기 일주일 전』. 황금가지, 2018, 12000원.



후기에서 언급한 다른 이야기들도 더 읽고 싶습니다. 언젠가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ㅅ+



덧붙임. 이것도 분명 로맨스입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판타지소설이란 것이야 두말하면 입아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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