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타 헨드릭 슐라박, <나눔의 밥상>, 한얼미디어, 2006
어떻게 하다가 이 책을 찾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읽은 것은 지난주인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건망증이 차츰 심화되고 있다는 걸까요. 요즘은 메모 필수, 적어두지 않으면 금방 잊습니다. 추측컨대 교보문고의 음식 분류에 들어갔다가 베스트셀러라든지 기타 메뉴를 보고 집어든 것이 아닐까 합니다. 2006년도에 나온 책이니 신간에서 본 것은 아닐테고요.
리뷰를 쓰기 전 출판사가 어떤 곳인가 싶어 잠시 검색을 해보니 분위기는 한겨레신문사와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뉴라이트쪽에서 말한다면 "좌파"쪽에 해당될 겁니다. 이 책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지만 슬로 라이프나 나눔, 세계공동체와도 이어지는 책입니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일 수록 더욱 나누려 한다는 것은 이 책을 보면 확실히 다가옵니다. 가끔 가진 것이 없어서 남의 것을 빼앗으려는 사람들은 점점 가진 것마저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유일한 밥상마저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려 합니다. 흔히 말하는 제 3세계의 사람들입니다. 제3세계란 단어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딱히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국어 사전이라도 다시 봐야 할까요.
편집 방식은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과 닮아 있습니다. 내용도 꽤 닮았지만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소박한 밥상에서처럼 음료, 빵, 수프 식으로 종류를 나눠 거기에 여러 레시피를 담고 있는데, 여기 실린 요리법은 아프리카나 아시아, 아메리카, 혹은 미국 등으로 이주한 유럽 사람들의 소박하고 간소한 전통 음식들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다만 편집(원서)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도 만들어 볼 수 있게끔 구하기 쉬운 음식들을 넣어 레시피를 바꾼 것이 보입니다. 버터를 마가린으로 대체한 것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꽤 재미있는 레시피가 많은데다 각 나라가 비슷비슷한 요리법을 쓰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여기까지는 칭찬이고 이제부터는 불평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번역입니다. 레시피가 매끄럽게 번역되어 있지 않고 껄끄럽습니다. 재료를 소개할 때, 보통 영어 레시피에서는 diced tomato라고 소개하기 보다는 1 tomato, diced라는 식으로 소개합니다. 이걸 레시피에서는 요리법 소개하면서 "토마토(다져서)"라고 했습니다. 읽는 내내 눈에 걸립니다. 그리고 레시피가, 원래 가정용이다 보니 계량 자체는 정확할지 몰라도 만드는 방법이 대강대강입니다. 불친절하기로는 타샤 할머니의 레시피 못지 않습니다. 빵 만드는 법에 대한 레시피를 보면 기겁할 정도라니까요.
대개 통밀이나 호밀 등이 들어간 빵은 발효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런 발효과정의 세세한 설명은 다 생략하고 "섞어서 치댄 뒤 두 배로 부풀 때까지 놔둔다"정도로 간략히 적어두었으니 초보자가 쉽다며 만들었다가는 재료 버리기 딱 좋습니다. 원 레시피가 그랬을테니 어쩔 수 없지만 요리를 웬만큼 하는 사람이 아니면 도전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한 번쯤 훑어 볼만은 하지만 번역 문제와 불친절한 요리법 때문에 추천하기는 망설여집니다.
소박한 밥상이나 타샤의 식탁을 재미있게 보신분, 요리법은 안봐도 된다는 분은 읽어보세요. 가격만 뺀다면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