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미, <이스탄불로부터의 선물>, 안그라픽스, 2008
이나미씨의 책은 전작인 <프라하에서 길을 묻다>(리뷰)를 재미있게 봤기에 안그라픽스에서 나온 책을 검색하다 이스탄불~을 본 순간 바로 검색해서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생각만큼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도서관에 들어와 있더군요. 하기야 요즘 인기 있는 것은 좀 화려하고 젊은 사람들의 책 아닙니까. 거기에 이스탄불보다는 도쿄나 뉴욕, 파리 쪽이 훨씬 더 인기 있고요. 이제 뉴욕도 슬슬 한 물 가는 모양인데 다음 도시는 어디가 될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런던? 대도시라면 그쪽일 가능성이 높군요. 아니면 뉴욕이 아니라 시카고 등의 미국 대도시일 수도 있고요.
원 이야기로 돌아가지요.
글 제목에 주의!가 들어가 있는 것은 정말 조심해야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잘찍힌 사진이 있다거나, 멋진 리뷰가 있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저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딸과 엄마가 같이 한 이스탄불의 여행에서 여기저기 둘러본 이야기, 그리고 다른 곳에는 많이 소개 되지 않은 이스탄불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건들이 나와 있을 따름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충동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소소한 여행을, 그것도 어렵지 않은 여행을 보고 있다 보면 저도 모르게 여행 적금을 든다든지 여행 펀드를 든다든지, 조금 더 나아가서는 항공권을 결제한다든지하는 사고를 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책은 그런 가능성을 거의 무한대로 늘려가며 만약 ISP나 공인 인증서가 바로 옆에 있고 카드가 옆에 있다면 당장에 여름 휴가 계획을 이스탄불로 돌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책에 소개 된 그 작은 호텔을 구글링으로 찾아내어 있지도 않은 여름 휴가 기간 동안 예약을 하게 합니다.
물론 이 책에 나온 코스들이 제 취향에 딱 맞아서 그렇기도 합니다. 특히 고서점 거리나 세밀화에 대한 부분을 읽고 나니 평소 관심만 두고 읽지는 않았던 오르한 파묵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볼까 싶더군요. 그냥 여행의 일부분을 따라가는 느낌도 좋고, 바쁘게 움직이지 않고 느긋하게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터키가 이슬람 국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것도 그렇습니다. 히잡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강화시켜 주는-종교의 자유가 있다면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는 것도 허용되어야 한다. 히잡을 학교내에서 쓰지 못하게 하는 프랑스의 조치는 특유의 톨레랑스를 거스르는 조치다-글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글도 좋고, 느낌도 좋고, 코스도 좋고. 그렇다 보니 이스탄불 항공권을 지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듭니다. 이스탄불을 다녀오신 모님(첫**님)은 충동질을 당할 가능성이 더욱 높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만약 올 여름에 예정 잡혀 있던 것이 불발되면 정말 적금을 들어서 날아갈지도 모릅니다. 통장 잔고가 위태위태하군요.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