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구치 안고, <불연속 살인사건>, 동서문화사, 2003
롤프 포츠, <여행자의 영혼을 깨우는 여행의 기술>, 넥서스BOOKS, 2008
다이라 아즈코, <먹고 자는 곳 사는 곳>, 웅진지식하우스, 2007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읽었는지 아닌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집은 책 한 권, 신간 소개를 보고 집은 책 한 권, 훑어보다가 책이 뭔가 귀여워 집은 책 한 권.
셋다 그리 길게 리뷰를 쓸만한 책은 아닙니다.

불연속 살인사건은 그냥 추리소설입니다. 엉뚱하게 모인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가운데 하나 둘 씩 이유 없이 살해당하고 숨겨진 까닭을 찾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예전에 읽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일단 집어 들었는데 읽고 난 뒤에도 모르겠습니다. 두 번 읽었는지 아닌지 가물가물하네요. 예전에 보았던 엘러리 퀸 시리즈의 한 권과 조금 닮아 있습니다. 살인 사건의 배경 부분이 말입니다. 이 이상 이야기 하면 내용폭로가 될테니 함구!

먹고 자는 곳 사는 곳은 공사판 이야기입니다. 직장내 상사와 불륜관계를 유지하며 일에 치이던 한 아가씨가 비계공에게 도움을 받은뒤 그 사람에게 홀딱 반해서 갑자기 건축계로 전직합니다. 그리고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건축과 관련된 묘사가 굉장히 상세합니다. 이쪽 업계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웃으며 보실 수 있을겁니다.(아마도;) 내용이 길지 않고 짤막한데다 밝은 분위기의 소설이라 좋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소재로도 소설이 나오는구나 싶더군요.

여행의 기술은 알랭 드 보통의 동명 책과 헷갈리면 안됩니다. 원제와 번역제목 사이의 거리가 태평양만큼 넓습니다. 원제는 배가본딩. 이노우에의 만화책 제목의 그 배가본드에 ing를 붙인겁니다. 패키지와는 정 반대이며 그렇다고 배낭여행도 아니고, 하여간 딱 잘라 정의 내릴 수 없는 소박하고 작은(어쩌면 큰?) 여행에 대한 안내서입니다. 배가본딩이 어떤 종류의 여행인지는 직접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쉽게 말하면 한비야씨나 김남희씨의 여행을 배가본딩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말로 정확히 설명은 못하지만 감은 잡으셨을걸요.
어딘가에 얽매여 나중에, 언젠가, 돈 생기면, 시간 생기면 간다는 사람들에게 일갈을 하고 지금 즉시 짐싸서 여행을 떠날 것을 종용합니다. 그러니 지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회사를 때려치우고 뛰쳐나가고 싶다(그러나 그러면 안된다)라고 생각하는 분은 이 책을 읽기 전 화를 가라앉히고 보세요. 해도 된다면 상관없지만 안된다면 이 책이 기폭제가 되어 진짜 사표 던지고 뛰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뭐, 이 책이 권장하는 것은 그런 마음가짐과 행동력입니다만, 저는 그럴 용기도 생각도 없습니다. 유유자적, 뒹굴뒹굴, 마음 편하고, 백 그라운드가 확실한 여행을 선호하니까요. 말하자면 산호초 밖의 망망대해에서 스노쿨링하는 것보다는 리조트 앞의 야트막한 자연 산호초 수영장에서 스노쿨링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겁니다. 안정지향적이라...;

Jamie와 나이젤라 요리책은 몇 주째 방치중입니다. 사진이라도 훑어 보아야 리뷰를 쓸 건데 손이 안가는군요. 역시 책이 너무 두꺼워 그런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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