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선, <사진가의 여행법>, 북스코프, 2008
김연, <딸과 함께 유럽을 걷다>, 한겨레출판사, 2007

사진가의 여행법은 지난주에, 딸과 함께 유럽을 걷다는 이번주에 다 읽었습니다.

사진가의 여행법은 교보에서 신간 검색을 하다가 찾은 책이고 딸과 함께~는 한겨레출판사의 도서목록을 보고는 흥미가 생겨 빌려온 책입니다. 둘다 도서관 출신입니다. 하핫; 모종의 이유로 도서 구입은 한 동안 미루고 있고 도서 구입이 가능한 자금(약 8만원)도 나중을 위해 남겨 두었습니다. 조만간 바쇼의 하이쿠 기행을 구입하지 않을까 싶지만 말입니다.

두 책은 조금 닮아 있습니다. 여행지가 유럽이라는 것, 부녀/모녀의 여행이라는 것-하지만 후기를 보니 사진가의 여행은 부녀만의 여행이 아니라 대 인원의 여행입니다-. 하지만 열흘 남짓의 여행과 두 달의 여행은 아무래도 차이가 날 것이고, 정확한 목적이 있는 여행(사진: 사진가의 여행법)과 배낭여행에 가까운 유럽여행은 다를 수 밖에 없지요. 제 취향은 전자입니다.

딸과 함께 유럽을 걷다가 제 마음에 들지 않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너무 여과 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딸과의 다툼과 화해, 짜증, 신경질, 화 등 여행하면서 겪은 일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읽는 제가 답답하다고 할까요. 게다가 딸이 쓴 일기를 그대로 적다보니 초성체 남발과 애들 단어까지 실렸습니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그런 쪽에 예민한 제게는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진솔한 여행기이니 여행의 모든 것을 보고 싶은 분이라면 괜찮습니다.


사진가의 여행법은 가격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구입하지는 않았지만 18000원이라는 고가임에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사진가인 아버지와 사진가를 희망하는 딸의 여행기다보니 실린 사진 하나하나가 다 멋집니다.
여행의 목적도 간단합니다. 사진찍기. 저는 처음에 읽을 때만해도 아버지와 딸 둘만 유럽여행을 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역시, 일행이 있었군요. 정확한 인원은 기억나지 않지만 다인승차를 빌려 프랑크푸르트부터 시작해 로맨틱 가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를 두루 거쳐 남 프랑스, 프로방스, 그리고 파리로 해서 다시 독일로 돌아옵니다. 렌터가가 있으니 가능한 경로라 생각하는데 유가가 비싼 지금은 아마 경비가 엄청나게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루에 100km 넘게 이동하는 것은 예사거든요. 사진이 목적이다보니 목적지도 그에 맞춰져 있습니다. 로맨틱 가도야 유명하기도 하고, 남프랑스는 니스를 포함해 아비용, 아를 등 유명 지역과 세계 최초로 사진에 찍힌 곳-사진 발명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까지 사진과 관련된 곳을 열심히 다닙니다. 길 위의 사진들과 골목길의 사진들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올 컬러다보니 책이 무겁긴 하지만 판형이나 지질도 좋습니다.
그러나 단점이 없을리 없지요. 보고 있으면 사진기를 들고 뛰쳐나가고 싶습니다. 게다가 아주 친절하게, 책 말미에는 여행시에 사진을 찍으러 다닐 때 주의해야할 점도 적어두었습니다. 메모리는 고용량이 좋다는 것, 가능하다면 미니 노트북을 들고 가서 사진을 자주 옮겨 담아 메모리 부족으로 사진을 못 찍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것, 다양하게 찍고 싶다며 카메라나 렌즈를 바리바리 싸가면 짐만 된다는 것. 살이 되고 피가 되고 돈이 나가는 충고들입니다.(먼산)
제본문제상 사진 가운데가 찝혀 보이는 것도 아쉽습니다. 완전히 펼쳐지는 타입의 실제본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러면 책이 튼튼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여행기를 보고 있자니 정말 달려 나가고 싶습니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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