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슐러 K. 르귄, <보이스>, 시공사, 2009, 1만원
문형진, <인드라의 그물>, 로크미디어, 2009, 1만원

따로 빼서 리뷰를 하는 것은 그만큼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두 편 모두 읽고 나서 마음에 들어 몇 번이고 좋아하는 장면만 골라보고 했을 정도입니다.


인드라의 그물은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었습니다. 노블레스 클럽으로 나온 책들을 둘러보다가 도서관에 있다는 것을 확인은 했는데, 그 책이 마침 민소영씨의 다른 책들 근처에 있었던 겁니다. 거울성의 열쇠를 빌리려다가 그 근처에 있는 인드라의 그물을 보았고, 내용이 어떤지 대강 훑어 보고는 빌릴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최근에 폭독(爆讀)을 하는 바람에 읽을 책이 점점 줄어들어 빌리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판 함정에 제가 빠졌다는 겁니다.-ㅂ-;
제가 책을 빌릴 때 대강 훑어 보는 것은 맨 앞 혹은 맨 뒤입니다. 인드라의 그물은 맨 뒤를 훑어 보았는데, 문제가 해결되는 그 장면을 보고는 야가 야인가보다라고 어림짐작을 한 겁니다. 그래서 얼개는 파악했다 생각하고 책을 읽었는데 방향이 좀 이상하게 갑니다? 그의 정체가 그것이라는 것은 알고 봤지만 엉뚱한 부분에서 헛짚은 겁니다. 나중에 다 읽고 나서야 제가 훑어 보았던 부분이 외전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왜 그게 안 나올까라고 갸우뚱하며 책을 본 것도 당연합니다. 그걸 좀더 자세하게 풀어쓴다면 아래의 내용인겁니다.

외전은 전생과 관련된 이야기였습니다. 그것도 최면술사와 교의 전생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최면술사를 따라다니는 고양이가 아난다의 환생이라고 등장합니다. 거기에 싯다르타도 따로 나오지요. 그래서 저는 본편을 읽는 내내 왜 고양이가 이야기에 등장하지 않는가와 데바의 현생이 왜 등장하지 않는지에 대해 궁금해했습니다. 교의 전생이 관세음보살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관계성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지요.
그래서 본편 뒷부분의 해결은 꽤 충격을 받으며 보았습니다. 허허허.


하여간 인드라의 그물은 기본 전개가 불교와 환생, 인도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른다 해도 크게 관계는 없습니다. 간단한 주가 내용을 설명하고 있고 불교 신화를 모른다 한들 문제가 없을 정도입니다. 저야 불교 신화를 간단히 알고 있고 싯다르타-부처의 일생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으니 더 재미있게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이글루스 밸리에서의 리뷰를 보니 이 책은 신인작가가 쓴 소설이더군요. 그런 분위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딱 하나, 본편 뒤에 덧붙여진 에필로그는 그야말로 사족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부분이 없었다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외전은 관계가 없지만 말입니다.
이 책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노블레스 클럽의 다른 책에도 흥미가 생겨서 볼테르의 시계도 빌려 왔습니다.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도 도서관에 신청해두었으니 들어오면 빌려봐야지요.


보이스는 기프트를 대강 훑어 본 다음 파워와 함께 빌려왔습니다. 하지만 영 손이 가질 않더군요. 기프트 내용 자체가 그닥 취향은 아니었지만 묘하게 앞 뒤 내용만 보고 난 다음에 흥미가 생겨서 보이스와 파워를 함께 빌리게 되었습니다. 단, 빌려 놓고도 같이 빌린 다른 책들을 다 보고 난 뒤까지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러다 도서를 반납하는 날은 읽을 책이 없길래 보이스를 꺼내놓고 읽기 시작한 겁니다.
아놔.
르귄 여사님.ㅠ_ㅠb
보지 않고 넘어가려 했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치시다니 말입니다. 흑, 안 보았다면 정말 두고두고 후회할뻔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파워를 보지 않고 그냥 반납한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시공사에서 표지를 아주 제대로 뽑은 덕에 서부해안 삼부작은 책에 손이 가질 않았고, 기프트도 그 척박한 분위기 때문에 앞 부분과 뒷 부분의 몇 장만 읽고 중요한 부분은 뛰어 넘었습니다. 보이스는 한참을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앞 부분을 조금 읽고는 계속 읽기로 결정한 것은 그 소재 때문입니다. 소재이기도 하고 주제이기도 한 것이 바로 책이었으니까요. 활자중독자라기보다는 책 중독자에 가까운 저라,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반하지 않을 수 없고 거기에 책이 이야기 열쇠이니 읽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기프트도 그렇군요. 책이 중심 소재는 아니지만 열쇠 중 하나입니다. 책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주인공은 어머니가 직접 만든 책을 보고 익힙니다. 그리고는 그 자신이 책이 되지요. 음유시인이란 존재는 몸에 책을 담고 그것을 입으로 전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이 되었다고 본 겁니다. 그리고 본인이 책을 쓰기도 하고요.
활자로 찍기도 하지만 필사가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세계다보니 파워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나봅니다. 보이스를 다 읽은 것이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였는데 다 읽고 나니까 파워도 읽고 싶어지지 뭡니까. 르귄여사의 책은 대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두워서 좋아하지 않지만-그래서 손 대는데도 시간이 걸리지만 이렇게 취향에 맞는 책일줄은 미처 몰랐으니 반납을 했다 한들 어쩔 수 없지요. 그저 다음에 도서관에 갈 때까지 파워가 대출되지 않고 남아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서부해안 삼부작은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소설의 중심 소재 중에 책과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와 도서관이 있다는 것이 꽤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주인공들의 정신세계를 넓히는 존재에는 그들을 보호하는 어른말고도 책이 있으니까요. 오렉의 어머니가 만들어 주었던 책, 갈바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책, 자유를 호소하는 시인 오렉의 책. 물론 책을 읽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은연중에 그런 분위기가 스며 있다고 생각합니다.'ㅅ'


인드라의 그물에서도 책은 중요 소재중 하나입니다. 보통 책이 아니라 경전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아, 연애소설도 있긴 하지요. 그 누가 연애소설에 홀딱 빠져 있다가 사고를 친 걸 생각하면 말입니다. 후훗.




중구 난방 감상글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서부해안 삼부작은 꽤 볼만할겁니다. 저는 보이스를 한 번 더 읽으러 가야겠습니다~.

여름에는 추리소설이 제격입니다. 하지만 추리소설도 나름이지요. 입맛에 맞는 것만 좋아하지, 괴기나 호러가 들어가 있다거나 잔혹 엽기코드가 들어 있으면 못봅니다. 특히 엽기의 경우,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한 것처럼 의외성이나 유쾌한 반전 등을 주제로 했다면 괜찮지만 엽기 잔혹 호러라면 절대 안 봅니다. 테스 게리첸의 외과의사 시리즈,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 그외 노블마인에서 나온 링컨 라임 시리즈나 퍼트리샤 콘웰 책은 몇 권 보다가 최근에는 손을 안대고 있습니다. 보고 있자면 제 영혼을 갉아 먹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고풍스러운 표현이니 조금 바꿔 쓴다면 제 마음을 좀 먹는 책이란 겁니다.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더군요. CSI 라스베가스 편의 엽기 살인마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바꿔쓰고 150% 정도 잔혹도를 올리면 저런 책이 나옵니다. 물론 책에 따라 잔혹도의 뻥튀기 여부는 다릅니다. 가장 심한 것이 막심 샤탕이고 나머지는 테스 게리첸>퍼트리샤 콘웰=링컨 라임 시리즈정도 되겠네요. 이런 책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먼산)


최근에 읽은 추리소설은 거의 가 다 가볍습니다. 저런 책을 떠올리다가 애거서 크리스티를 돌아보면 참으로 밝고 경쾌하게 느껴집니다. 어렸을 적-초등학교 때-기암성의 표지가 무섭다고 책을 박스에 담아 놓고도 무서워서 가위 눌렸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지금에야 뭐, 피 뚝뚝 흘리며 지옥으로 끌고 가겠다는 살인마가 아니라면 괜찮습니다. 요약하면 미친놈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 아니라면 그럭저럭 괜찮다니까요.


슈가와 미나토의 <도시전설 세피아>를 다 보고 나서 감상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컴퓨터를 붙들었는데 생각해보니 그 간 책을 또 많이 읽었더랍니다. 어제 반납한 책도 꽤 되었으니까요. 그 중 한 권은 리뷰를 따로 쓰기로 하고 나머지만 몰아 올립니다.

<열세가지 수수께끼>, <침니스의 비밀>,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서재의 시체>는 모두 애거서 크리스티입니다. 열세가지 수수께끼는 그저 마플 여사님이 보고 싶어 빌렸는데 뒤적거리다보니 서재의 시체도 마플여사 책이더랍니다. 흐뭇한 마음으로 읽었는데 서재의 시체는 보면서 얼추 트릭이 보였습니다. 엘러리 퀸의 모 소설과 분위기가 닮았더군요. 아니, 분위기가 아니라 구조라 해야 맞겠네요. 하여간 넷 다 모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열세가지 수수께끼는 마플 여사가 본격적으로 추리실력을 발휘하는 이야기고, 침니스의 비밀과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는 서로 연관된 이야기입니다. 앞쪽은 연애소설이고(..) 뒤쪽은 하드보일드가 되려다가 만 것 같은 느낌의 첩보물입니다. 읽다보면 역시 애거서란 생각과 함께 짝짓기의 화살표를 들고 흉악한 웃음을 짓고 있는 할머님이 떠오르게 될겁니다. 이번에도 또 왕창 애거서를 빌려왔는데 이러다가 올 여름에는 애거서 크리스티만 읽게 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목매다는 하이스쿨>과 <카니발 매지컬>은 헛소리꾼 시리즈의 중간쯤 됩니다. 목매다는~은 앞서 본 목조르는 이야기와 바로 이어지는데 카니발 매지컬은 그 다음 다음 이야기였습니다. 사이에 <사이코 로지컬>이 있더군요. 두 권 짜리인데 책이 일부만 있어서 안 빌렸더니 사이가 떴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것이 4권이고 앞으로 다섯 권이 남았으니 절반쯤 왔나봅니다. 하지만 책 권 수는 그렇다 해도 시리즈는 두 개만 남았으니까요. 사이코 로지컬은 평이 나쁘지 않은데 마지막인 모든 것의 래디컬은 평이 안 좋습니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읽어야겠군요.
목매다는 하이스쿨은 니시오 이신의 마구 죽이기 필살기가 발휘되었다 하여 원성을 샀는데 저는 그냥 그랬습니다. 저는 주인공과 그 커플에만 관심이 있으니까 그 둘만 살아남으면 됩니다.(...) 그런 고로 그 외의 등장인물은 웬만해선 사라져도 관계 없다는 겁니다. 아하하.

그런 의미에서 문학소녀 8권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걱정됩니다. 6권 맨 뒤의 에필로그만 다시 보았는데 묘한 분위기던걸요. 거참. 지금 검색하니 8권 나왔던데 오늘이라도 당장 책 사러 달려가고 싶은 걸 참고 있습니다. 내일 가서 사야지요. 오늘은 무조건 집에서 쉬는 날입니다. 삐~랑 이어지면 화낼겁니다.;ㅂ; 그렇게 되면 7-8권 합해 마스터님께 넘기겠습니다.(응?)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상 적는 책이 <도시전설 세피아>입니다. 제목이 참 뭣하죠. 슈가와 미나토는 이전에 꽃밥이란 책이 나오키 상을 탔다 해서 도서관에서 관심깊게 보았지만 정작 빌려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수은충이란 책이 나와서 빌려 볼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에 옆에 있는 책과 함께 집어 오게 되었으니, 그 옆에 있던 책이 도시전설 세피아였습니다. 단편집인데 대강 넘겨 보는 사이에 그럭저럭 괜찮다 싶어서 빌렸습니다.
하지만 취향을 꽤 탈만한 이야기네요. 분위기는 도쿄기담집(무라카미 하루키)이나 환상루기담(아사다 지로), 아시야 가의 전설(쓰하라 야스미)와 유사합니다. 그리고 도시 괴담이라는 점에서는 코끼리와 귀울음(온다 리쿠)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맥은 같이 하지만 완성도에서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작 단편인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쪽은 단편들이 다 떨어져 있거든요. 앞의 두 편은 해설(이시다 이라;)에 의하면 문학지 발표작이랍니다. 분위기가 조금 가볍다 싶었는데 그렇더군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어제의 공원은 꽤 느낌이 좋았습니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괴담이지만 그 풀어내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시야가의 전설처럼 약간의 장광설을 포함해 이야기를 풀어내다가 조금은 혐오스런 분위기로 가서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니라, 이쪽은 아예 단편 하나 하나가 완결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완전한 끝맺음에 여운은 조금 남지만 완결된 공간 안에서 만족스러운 여운을 맛보는 겁니다. 먹는 것에 비유하자면 맛있게 커피 한 잔을 마시고는 혀 끝에 남는 향기로움을 만끽하는 것 같은 거죠. 단편에 따라서는 마지막에 혀끝에 와닿는 맛이 의외인 경우도 있습니다.
괴담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추천하기 망설여지네요. 하지만 글 자체의 느낌은 꽤 좋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인 월석이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해주었기 때문에 감상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맨 마지막 문장가지고 한 마디 더.'ㅅ'
란포상 수상 작가의 단편 모음인 *색의 수수께끼 시리즈는 단편 단편의 느낌은 꽤 좋습니다. 마음에 드는 단편도 여럿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집 서가에서 방출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책을 읽었을 때의 뒷맛이 썼습니다. 대개 맨 앞에 놓인 것은 시대물이고 중간에는 제 취향에 잘 맞는 단편이 들어가 있었지만 맨 뒤에는 꺼림칙한 이야기가 들어 있어 마무리가 나빴습니다. 그런 고로 방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책을 보면서도 '다나에'는 조금 아쉽지만 나머지는 아쉬울 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단편 한 편 때문에 들고 있기에는 집안 서가가 포화상태입니다.



오늘 대강 거실에 있는 책을 뽑았습니다. 오래된 책들이 많아서 뽑아 내면서도 대부분은 폐지 처분되겠다 싶었습니다. 전체 목록 올리고 나서 안 나가는 것은 대학로의 구세군 카페에 기증해야지요.



애거서 크리스티, <열세가지 수수께끼>, <침니스의 비밀>,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서재의 시체>, 황금가지, 2003-2007, 9천원
니시오 이신, <목매다는 하이스쿨>, <카니발 매지컬>, 현정수,  학산문화사, 2007-2008, 9500원, 13000원
슈가와 미나토, <도시전설 세피아>, 이규원, 노블마인, 2007, 1만원

어슐러 K. 르귄, <어스시의 이야기들>, 황금가지, 2008, 15500원

어스시 이야기를 맨 처음 접한 것이 언제인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아주 옛날 옛적이었을거라 생각할 따름입니다. 그도 그런 것이 '매는 하늘에서 빛난다'라는 이상한 제목의 책을 먼저 보았기 때문입니다. 기억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해적판인 에이스88시리즈였습니다. ... 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실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제가 먼저 본 것이 에이스88인지, 아니면 웅진에서 나온 파란 표지의 '어스시의 마법사'인지 기억이 안납니다. 어느 쪽이건 간에 고등학교 때 읽었을 것이란 점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웅진에서 어스시 다음권을 내주었을 때는 기적과도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 때는 이미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에 본 것은 나우누리 환동에 올라온 번역본이었고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어스시 시리즈 다섯 번째 권인 '어스시의 이야기들'은 한국에서의 첫 번역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스시는 제 입맛에 100% 맞지는 않지만 이번의 단편은 표지에 홀랑 반해 집어 들었습니다. 표지가 상당히 멋지지요. 드래곤라자의 양장본도 같은 타입인걸 보면 같은 디자이너가 표지를 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스테인드 글라스 같은 분위기로, 밝지만 선명한 색을 쓴데다 각 단편들을 상징하는 그림들이 박혀 있습니다.

단편들은 거의가 입맛에 맞았습니다. 보면서 이 책을 뜯어 다시 제본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표지가 취향이라 차마 뜯지는 못하겠지만 소장하고 싶다고 생각한 어스시 시리즈는 이 책이 처음이군요. 짧기 때문에 주인공이 겪는 고생이 상대적으로 덜 힘들고, 힘들지만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입니다. 게다가 어스시 본편의 앞 뒤 이야기를 모두 다루고 있기 때문에도 마음에 듭니다. 작가의 말에는 테하누가 마지막 이야기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난 뒤 어스시의 다른 시리즈를 써달라는 출판사의 요청을 받았을 때는 종결된 줄 알았던 어스시의 세계가 움직이고 있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잠자리일테고요. 잠자리는 6권과도 이야기가 이어지나봅니다.

제가 어스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척박한 환경도 그렇고, 어스시의 세계나 '학교'에서의 남녀차별이 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어스시뿐만은 아닙니다. 최근에 읽은-읽다가 던진;-기프트도 그렇습니다. 여자들은 대체적으로 남자에게 종속되어 있으며 대등하진 않습니다. 옛 생활들은 상당히 남성의존적이고 남성 중심적인건 알지만 이해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니까요.

어쨌건 어스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왜 현자가 아홉명이 되었는지, 어떻게 해서 대현자의 자리가 비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시대가 나오지 않은, 가벼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서가를 비우려고 하니 다시 책 욕심이 생깁니다. 마지막으로는 G와의 대화를 한 토막 적지요.

K: 다 채우는데 얼마나 걸릴까.
G: 응?
K: 비워 놓은 서가가 다시 채워지는데 얼마나 걸릴까.
G: 얼마 안 걸리지. 경험상 알잖수.



 

(시즈루와 끝없는 밀실들, 대역백작의 모험, 매미소리 그칠적에. 어. 아래 깔린 두 권 리뷰를 잊었네요. 여기에 덧붙여 쓰겠습니다.)


교보문고 회원 검증 시스템이 6개월 간 20만원으로 바뀌었는데 아무래도 한 달에 몰아사는 것보다는 달마다 조금씩 사는 것이 낫겠더군요. 6월에 온다 리쿠를 구입한 다음 호시탐탐 다음 주문할 책을 노리고 있는데 시간이 안갑니다. 그래도 조만간 7월로 달이 바뀌니 바로 질러야지요.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와 얼음나무 숲을 구입할 예정입니다. 꿈을 걷다는 아직도 구입 여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고는 싶은데 이무기 이야기가 마음에 걸립니다. 바리데기 분위기인데 언 해피잖아!라고 불평하고 있으니...;

B에게.
어제 귀가 늦었... 이 아니라 까맣게 잊고 있었음.; 종이와 책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 올릴겁니다. 단, 문제는 집에 있는 종이로 만들 수 있는게 A5(크래프트지), B6(콩코르지)뿐이란 것. 아하하.;ㅁ; 혹시 다른 크기를 원하시면 추가 제작해드립니다. 아무래도 샘플 들고 나가서 따로 봐야겠다.-ㅁ-; 천 샘플은 내가 집에서 재고 확인하고 사진 찍어 올릴게. 어차피 같은 천으로 만든 수첩들이 있으니 그걸 들고 나가도 되고.

그리고 만월님께.
조만간 크래프트지 노트 제작기 올라갑니다. 으하하.;ㅁ; 너무 늦어서 죄송해용.;;


자아. 그럼 대역백작과 매미소리 이야기를 해볼까요.

대역백작의 모험은 지극히 평범한 소재를 지극히 평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예상되는 이야기 전개에 예상되는 인물들이지만 꽤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단,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이어질 것인가가 난제네요. 게다가 일러스트로 보아서는 저 얼굴로 남자라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해야겠지요. 허허허. 간단한 내용 소개는 흰 글씨로 써 넣을테니 내용 폭로는 당해도 관계없다는 분만 보세요.
어떤 나라(이름을 잊었습니다)의 빵집 3대손인 아가씨는 외조부모님과 어머니와 함께 평범하게 살고 있습니다. 빵집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빵 만드는 실력은 참 대단합니다. 이도 안 들어갈 물건을 만들어내곤 하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잘생긴 청년 하나가 나타나더니 아가씨를 납치해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는 왠 푼수 같은 30대 아저씨가 펑펑 울며 하는 말, '내가 니 애비다.' 알고 보니 자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다던 아버지는 멀쩡하게 옆 나라에 살아 있고 게다가, 자기만 그걸 몰랐답니다. 쌍둥이 오빠가 옆 나라 잘사는 집에 입양 가서 잘 살고 있는 건 알았지만 입양 갔다는 집이 진짜 집-아버지네인줄은 몰랐던 겁니다. 거기에 아버지의 정체가 옆 나라 공작님=국왕의 이복동생이라네요. 납치 당한 것은 쌍둥이 오빠가 '저 (예비) 황태자비님께 홀랑 반해서 함께 가출합니다'라고 해놓고 사라져서랍니다. 오빠가 그렇게 사라졌으니 돌아올 때까지 대역을 해야한다는 겁니다. 아버지가 공작이라 오빠는 백작 작위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역백작. 참고로 그 잘생긴 청년은 오빠의 학교 동창에다 심복 부하쯤 되는 청년인데 .. (이하 생략)
뻔한 이야기지만 꽤나 괜찮다는 것은 등장하는 인물들 중 재미있는 존재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막무가내적인 성격에 가까운 주인공, 주인공 앞에서는 푼수인 30대 아저씨, 주인공 놀려 먹기에 심취한 주변 인물들, 그리고 모든 악의 대마왕인 그 청년과, 그 청년의 심복입니다. 그러고 보니 악의 대마왕의 사촌도 만만치 않은 성격이군요. 그 삽화를 보고 뒤집어 졌으니... 으하하하;
마음에 들어한 이유 하나 더. 표지에서 보이는 저 청년이 좋습니다.-ㅁ-

매미소리는 오래간만에 만나는 요시다 아키미의 신작입니다. 프렌치 키스였나, 퍼스트 키스였나, 하여간 그 연작 만화의 뒷 이야기(혹은 앞 이야기?)를 살짝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앞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G는 뒷 이야기로 봤더군요. 하지만 뒷 이야기로 보면 토모가 너무 회춘했어요. 전작에서는 능글맞은 아저씨 분위기였으니까 여기서의 상큼발랄한 모습은 적응이 안되는겁니다.
밝은 이야기를 모아 놓은 것은 좋지만 보고 나면 가마쿠라에 가고 싶어진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아예 가마쿠라 전체 지도가 실려 있더군요. 그래도 거긴 너무 멉니다. 다녀오려면 하루를 통째로 바쳐야하는데 그러기엔 체력도 안되고 시간도 안되고. 언젠가는 갈 수 있겠지요. 아마도.;

짤막 감상 및 잡담입니다.-ㅁ-
마지막으로 책 리뷰를 쓴 것이 15일. 이것도 이주만이네요.
읽으면서 바로바로 써야지 해놓고는 홀랑 잊었으니, 책 리뷰는 다른 글감에 묻힌 겁니다. 하하.



카도노 코헤이, <시즈루와 끝없는 밀실들>, 김수현, 학산문화사, 2009, 5900원
에도가와 란포,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기괴환상>, 두드림, 2008, 13500원
애거서 크리스티, <맥긴티 부인의 죽음>, <부부탐정>, <패딩턴발 4시 50분>, 황금가지, 2008, 9000원
온다 리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박수지, 노블마인, 2008, 10000원
가와후치 게이이치, <내과의사 고로와 유령 고로>, 한성례, 바이북스, 2007, 9000원
타무라 히로시, <홈리스 중학생>, 양수현, 씨네21, 2008, 9800원
니시오 이신, <잘린머리 사이클>, <목조르는 로맨티스트>, 현정수, 학산문화사, 2006, 11000원
쓰하라 야스미, <아시야가의 전설>, 권영주, 비채, 2009, 10000원
다나카 로미오,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3-4>, 곽형준, 2009, 6000원
미야베 미유키, <퍼펙트 블루>, 김해용, 황매, 2009, 11000원


어, 책이 많네요. 밀려서 그런 것이니 어쩐답니까. 흑.(목록 체크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많을 거라 생각 안했는데.)


재미없었던 책부터 먼저 체크합니다. <홈리스 중학생>은 소설쪽에 꽂혀 있어서 집어들었는데 실화입니다. 그러니 수필이나 르포르타주로 분류 변경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뭔가 맥이 빠진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가족 해산을 외치면서 순식간에 홈리스가 된 어느 중학생의 이야기입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점차 자리를 잡고 요시모토 흥업에 들어가 만담(?) 콤비를 이뤄 꽤 유명해진 개그맨이라는데 저는 모릅니다.; 그야 일본 연예계에서는 쟈니즈나 가수 쪽에만 관심을 두고 있거든요.-ㅁ-; 그럭저럭 볼만은 하지만 미묘합니다.

보다가 접은 책이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입니다. 2권은 안나오고 1, 3권만 나와 있는데 1권은 챙겨 보았습니다. 이전에 리뷰 올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때는 1권만 했을 겁니다. 3권은 나온 줄도 모르고 있다가 이제야 확인하고는 빌려다보았는데 보다가 포기했습니다. 제가 감내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에도가와 란포의 이름 유래처럼, 에드거 앨런 포의 감성을 일본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만 한 가득하니 읽다가 도저히 못 읽겠다 싶어 던졌습니다. 포의 이야기가 심리와 공포가 중점이라면 에도가와는 일본적으로 한 번 걸러서 그런지 제게는 혐오에 가까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아시야가의 전설도 읽다보면 포의 영향이 물씬 풍깁니다. 이쪽도 마찬가지로 혐오 또는 기피할만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지만 그래도 조금 낫습니다. 비위가 약한 분이라면 안 보시는 것이 낫겠지만 제게는 에도가와 보다 쓰하라 쪽이 나았습니다. 아마도 주인공인 나와 '백작'의 관계가 참으로 마음에 와닿는 것이, 흐뭇함을 불러 일으켜서 기피하는 마음을 눌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게다가 단락 단락 끊어지는 각각의 이야기들 앞에는 일본의 전통적인 전설이나 설화에 대한 재 해석이 덧붙여집니다. 표제작인 아시야 가의 전설도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는데다 맨 마지막의 역자 후기를 보면 제목에 또 다른 의미가 더해지는군요. 몰랐습니다. 하하.
그런 고로 제게는 아시야 가의 전설 >>>>>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3 입니다.


내과의사 고로와 유령 고로는 그냥 따뜻한 이야기. 업무 만능주의에 일만을 생각하며 달리던 레지던트 고로가 우연히 유령을 만나 조금씩 감화를 받고 그의 부탁을 들어주다가 성격이 확 바뀐다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그냥 무난하게 가볍게 읽을만한 소설입니다.
 
시즈루와 끝없는 밀실들. 3권은 안 살 겁니다. 표지나 내용이나 다 백합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안락의자 탐정과 조사원의 이미지는 잘 잡았는데 그 해결책-풀이가 일반적인 상식과는 동떨어진 것이 많았습니다. 그나마 이번 권은 1권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은데 그래도 입맛엔 잘 맞지 않네요.

애거서 크리스티는 진리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릴 책이 마땅치 않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시는 그분. 다시 말하면 요 며칠 사이엔 읽을 책이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보석 같은 책을 여럿 찾았으니 이제는 괜찮겠지요.
맥긴티 부인의 죽음은 애거서 크리스티 다운 이야기입니다. 포와로가 등장하고요.
부부탐정은 연작 단편 모음인데 그 당시 유명한 추리소설 이야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알아 들을 수 있는 것이 몇 없어서 아쉽습니다. 번역이 들어오지 않은 것도 상당하니까요. 그나마 알아챈 것은 어렸을 때 읽은 명탐정 추리 트릭이나 범죄 트릭 같은 해적판 모음에서 이름만 들었던 탐정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보다는 뒷부분이 더 재미있습니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먼저 문제를 풀려고 벌이는 신경전도 괜찮고요.
패딩턴발~은 미스 마플이 보고 싶어서 예전에 읽었던 것을 다시 빌렸습니다. 아니, 뭐, 거기에서 중요한 역할은 아니고 어떤 꼬맹이가 꽤 제 취향이어서 마음을 울렸다고는 말 못합니다. 그 색의 조합이...;; 루시가 어느 쪽을 선택했는지는 빤히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루시 같은 타입도 좋습니다. 집사가 아니더라도 이런 멋진 누님이 집을 돌봐주신다면 좋지요. 하지만 이 분은 가격이 비싸고 한 번에 2주 남짓 밖에 고용할 수 없으니 오래 고용하려면 결혼하는 수 밖에 없는데 성별의 장벽을 뛰어넘기는 어렵습니다. 아쉽네요. 메이드 엠마, 가정부 와타누키, 집사 알프레드에 가정부 루시까지 두면 완벽할텐데.

나뭇잎 사이로는 연극 같은 분위기도 줍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방에서 밤새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데, 그 동안의 여러 미스테리가 파해됩니다. 그리고 싸늘하게 식지요. 제 취향은 둘째치고서라도 온다 리쿠다운 소재에 온다 리쿠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덧붙여 온다 리쿠는 이런 대결신에서는 남자보다는 여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더 쿨한 이미지로군요. 하기야 온다 리쿠의 소설 책 중에서 남자들이 강한 이미지로 남은 것은 세키네 가 사람들을 빼면 네크로만...이 아니라 네크로폴리스의 준, 네버랜드의 학생들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여자만 남아요.

미미여사의 퍼펙트 블루는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그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은 번역입니다. 이름을 자주 들어본 역자이기도 하고 이전에 다른 번역도 읽어보긴 했는데 이번에는 초반에서부터 확 열이 치솟게 만듭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이 짧은 책 감상을 쓰려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 목록을 뽑아 쓰고 있는데, 그 사이에 읽은 책 중에서 번역 때문에 저를 화나게 만든 책 한 권이 떠오르질 않는 겁니다. 그래도 이름을 들어본 역자였고 남자였는데 번역이 취향에 안 맞아서 버럭 화나게 만든 그 책이, 분명 일본 소설일텐데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는 없더군요. 교보에서 구입한 책 목록을 뒤지다가 뒤늦게 퍼펙트 블루도 읽었다는 걸 떠올린 겁니다. 책 내용보다 번역이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는 거네요.
지금 책이 옆에 없어서 정확한 번역투는 기억나지 않지만 제일 걸렸던 것은 '짱'과 '상'이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저는 번역 소설에서 ~짱이나 ~상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몇몇 예외는 있지만 특히 미미여사의 책에서라면 더욱 보고 싶지 않았던 거죠. 뒤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니시오 이신의 소설에서는 이짱이나 이군이라는 호칭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건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전체 소설의 분위기, 대체할 수 있는 호칭이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그 번역 문제를 빼놓는다면 퍼펙트 블루는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소재가 야구입니다. 그러니 민메이레이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네요. 가볍게 볼 수 있는 추리소설이고요. 소재가 야구이지만 야구 이야기가 많이 나오진 않는다는 것이 조금 걸리긴 합니다.
레이냥. 보고 싶다면 이야기 하시게. 다음에 볼 때 책 들고 가도 되니까.

인류 쇠퇴는 1권보다는 2권이, 3권이, 4권이 더 재미있습니다. 이야기가 어디까지 튈 수 있는가,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쥘 베른과도 유사한 상상력은 판타지 요소를 가미하면 어떻게 되는가를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특히 4권 띠지에 있는 닭들의 질주는, 띠지만 보고 소름돋는 이야기로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살신성계는 열심히 본받아야 할 이야기였습니다. 보고 있으면 저절로 피실피실 웃게 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때는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니시오 이신.
이글루스 밸리에서 자주 보이지만 취향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고 해서 손대는 것을 망설였던 책입니다. 책이 굉장히 화려한데다, 표지를 벗긴 속표지도 화려해서 손이 잘 안갔습니다. 도서관에서 본지는 꽤 오래되었지요.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 한 권 들고 오고, 그리고 또 한 권을 빌려 온 다음엔 전권을 다 빌려올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은근히 괜찮네요.
근데 이리 저리 살펴보면 주인공에 대한 비난이 많습니다.-ㅁ-; 최강의 헛소리꾼에 심지어는 미군마짱의 주인공보다 상태가 심각하다고 하는걸요.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무념무상의 이상한 애 정도인데..; 제가 그냥 가볍게 읽고 넘어가서 그런걸까요.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읽었으니 한 번에 몰아본다 한 들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시간이 문제지요.



안 적은 책은 없겠지요?
다음 리뷰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르귄 여사의 대결입니다.(음?)

이글루스 도서 밸리에 오랜만에 들어갔더니 독서론 릴레이가 있습니다. 단, 이것은 본 사람 중 내키는 사람은 다 하는 릴레이가 아니라 글을 쓴 사람이 정말로 릴레이를 받아줄 두 사람을 지정해 하는 겁니다. 그래도 벌써 단계가 7-8단계 넘어가다보니 원래의 취지와도 꽤 많이 달라지고 형식도 지켜지지 않습니다. 뭐,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최소 기준은 지켜야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독서론 릴레이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독서는 [   ]다'라는 꺽쇠괄호 안에 자기가 적당한 단어를 채우고 그에 대한 짧은 설명을 달면 됩니다. 사전 항목처럼 기술하는 거죠. 맨 처음에는 한 문장으로 설명했는데 가면 갈 수록 이야기가 길어지네요. 그것도 맛이라고 봅니다. 맨 처음 시작은 Inuit님의 독서론이었고 그게 가지를 뻗은 겁니다.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bikbloger님의 독서론을 참조하셔도 되고 슈타인호프님이나 sonnet님의 글을 보시면 됩니다. buckshot님의 글도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윗 글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것은 sonnet님이라...; 독서론 글에 링크된 다른 글을 보러 갔다가 최근에 올라온 장서가의 조건을 보고는 또 손가락이 간질거리더라고요. 모종의 이유로 뇌가 마비되어 가는 상황에서 그래도 홀랑 홀랑 써봅니다.



서재에 대해서는 몇 번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글루스에서 쓴 글도 있어 지금 모두 다 찾을 수는 없지만


---- (까지 쓰다가 넋이 나가 초혼제를 한 번 지낸 다음 다시 수습;)

그런데 이전에 썼던 글을 찾으려니까 난감하군요. 이글루스에서 넘어온 초기에는 태그를 달지 않고 글을 썼는데 그걸 다시 찾으려니 눈 앞이 캄캄합니다. 그냥 적당히 기억을 더듬어 써보죠.


인용된 책인 <일본 고서점 그라피티>는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보면서 가장 열광했던 부분은 그 즈음 홀딱 반해있던 19세기 영국 요정 그림 작가(화가) 중 한 명인 리처드 도일입니다. 코난 도일의 백부이지요. 아마 제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이라면 또 그 이야긴가 싶으시겠지만, 한 때 일본 여행 가서 사올 생각을 했습니다. <일본 고서점 그라피티>에서는 진보쵸의 고서점에서 이 책 가격이 20만엔이라고 했고, 열심히 모으면 못 모을리는 없는 돈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구하진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다른 이유로 그 책이 갖고 싶지만 환율을 생각하면 아직은 무리입니다. 더 내리거나, 혹은 더 많은 돈을 벌거나 하면 다시 도전할까요.

대체적으로 제가 읽는 책- 書 분류에 들어가는 책들은 70% 가량이 도서관에서 빌린 책입니다. 특히 작년부터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구입해서 보는 책은 주로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 문고판 판타지 소설(라이트 노벨)입니다. 왠지 구입해야하는 책을 구입하지 않고 엉뚱한 책만 사보는 느낌도 조금 듭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책은 절판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전공서적이나 사회과학, 자연과학 서적은 도서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벼운 책들은 찾아보기가 어렵지요. 제 독서론도 여기에 살짝 끼어듭니다.

독서는 [갱신]이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우울해 질 때, 흑점이 점점이 자리잡고 있을 때는 사포로 깨끗하게 한 겹 밀어내어 잘 마무리 하듯 적당한 책을 골라 마음을 가다듬는다.

원래는 갱신이 아니라 '붉은 여왕(red queen)'이라 쓸까 했지만 붉은 여왕은 독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제 가치관이라 뺐습니다. 독서는 붉은 여왕 안에 포함되지만 붉은 여왕은 독서 안에 포함시킬 수는 없습니다. 손으로 하는 작업들도 다 붉은 여왕에 들어가니 말입니다.

그런 고로 구입한 책 중에서 한 번 이상 읽지 않을 것 같다거나, 마음을 오히려 어지럽힐 가능성이 있는 책들은 서가에서 퇴출됩니다. 퇴출된 책은 주로 친구나 아는 분 집에 자리를 잡습니다. 지금까지는 온다 리쿠의 책들과 몇몇 만화책들이 그런 운명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버릴 수 없는 책은 존재하니, 이전에 올린 서재 글처럼 바닥도 점점 책으로 차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판타스틱을 퇴출시켜야 할까요. 아니, 마일즈 때문에 퇴출하면 안되는데. 으흑.;


여기서 잠깐 아는 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예전에 제가 다녔던 어느 공적기관의 자료실에 근무하신 분입니다.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같이 근무하는 동안 그 분의 집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형제 중 맏딸이지만 미혼이고, 아래의 동생들은 다 결혼했다고 들었습니다. 혼자 작은 크기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하는데 아파트를 거의 서재로 만드신 모양입니다.
대부분 집에 서재를 만든다 하면 가운데 공간은 비워두고 사방의 벽을 서가로 둘러치는 것을 생각하시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쓰자면 그게 아니죠. 서재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가장 좋은 것은 도서관 서가입니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하중을 견딜 수 있을 것.(...) 일반 주거시설과 공공시설과 도서관의 하중 설계는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예전에 본 자료라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주거시설과 도서관의 하중 기준은 배 이상이었을 겁니다. 아마 그 분은 그런 기준은 상큼하게 무시하지 않았을까 추정하는데요, 중간 단이 나무로 된 것보다는 최근 나오는 것처럼 금속으로 된 쪽이 덜 무겁습니다.
하여간 그렇게 집에 도서관 서가를 들여 놓고 거기에 책을 수납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집에 수납된 책이 듣기로는 몇 천 권 수준이었지요. 하도 오래전 이야기라(2002) 지금은 그보다 훨씬 늘었거나 아예 줄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든 가장 효율적으로 책을 수납한다면 이런 부분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집에서 쓰는 서가는 대출율이 도서관보다 훨씬 낮으니 책을 90% 가까이 채워도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대신 새 책이 들어올 때마다 서가 이동을 해주는 근력을 발휘하면 좋습니다.

[요약]
1. 이상적인 모습을 제외하고 본다면 중앙 공간을 비워두는 스타일보다는 도서관 서가쪽이 도서 집적률이 높습니다.
2. 단, 위의 경우에는 서가와 책의 무게에 따른 하중을 계산해야합니다. 무시해도 되지만 뒷일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가장 집적률이 높은 것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가에서 보듯 폐가식. 하지만 이쪽은 하중이 상상 초월입니다. 도서보다는 서류 보관용입니다.)
3. 책을 90% 이상으로 빡빡하게 꽂을 경우 새 책이 들어올 때마다 근력과 공간지각력(서가 재배치용)을 발휘해야합니다.


가끔 장서가의 요건에 대해 언급할 때 고서 이야기가 나오는 때도 있습니다. 저는 고서를 수집할 돈도, 공간도 없습니다. 게다가 탈산처리에 대한 문제도 있습니다. 그런 고로 저는 직접 고서를 만듭니다.(음?) 이와 관련된 글은 기억나면 주말에 쓰겠습니다.-ㅂ-;

나루미 쇼 외, <흑색의 수수께끼>, 황금가지, 2008, 9500원
하지은, <얼음나무 숲>, 로크미디어, 2008, 1만원
가노 도모코, <무지개 집의 앨리스>, <나선 계단의 앨리스>, 손안의책, 2008, 각 8500원
쇼지 유키야, <하트비트>, 현정수, 한스미디어, 2008, 1만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바다 건너 히치하이크>, <베네치아의 연인>, <아름다운 나의 사람들>, 강혜연, 시공사, 2008, 각 1만원
문상현, <루커리 정원의 여행자>, 시공사, 2009, 13000원
오카다 데쓰, <국수와 빵의 문화사>, 이윤정, 뿌리와이파리, 2006, 14000원
오쿠보 히로코, <에도의 패스트푸드>, 이언숙, 청어람미디어, 2004, 12000원
조앤 플루크, <Cream puff murder>(원서)
시구사와 케이이치, <키노의 여행 12>, 김진수, 대원씨아이, 2009, 6천원
애거서 크리스티, <맥긴티 부인의 죽음>, 황금가지 2008, 9천원


회색으로 체크한 것은 이전에 리뷰를 올린 책입니다. 얼음나무 숲은 짧게 올렸지만 그래도 나중에 2009년도 결산 시에 중복될까봐 회색으로 넣었습니다.

제목을 보면 대강 아시겠지만 얼음나무의 숲을 제외하면 저 세 권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번에도 리뷰는 간단하게 적고 넘어갑니다.



루커리 정원의 여행자는 글맛이 지독하게 떨어집니다. 박훈규의 오버그라운드 여행기가 슬쩍 떠오르는데 양쪽의 방향이 다르기도 하지만 제게 필요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워킹홀리데이와 비슷한 '영국 농장에서 일하면서 여행하기'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분이라면 정보를 얻기에 좋을 수도 있습니다. 앞 부분 조금 읽다가 말았씁니다.

흑색의 수수께끼는 읽은지 벌써 몇 주 되어서-도서관 대출 목록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가 이 책을 읽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내용이 가물가물합니다. 다른 색 시리즈보다 책이 얇지만 꽤 강렬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뒷맛이 안 좋은 이야기도 있어서 아마 뇌리에서 빨리 지웠을겁니다? 아.-ㅅ- 뇌리에서 왜 지웠나 했더니 그 단편이 지독하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군요. 흠흠.

Cream puff murder는 조앤 플루크의 쿠키단지 시리즈 최근 책입니다. 교보에서 검색해보니 페이퍼북도 책 한 권에 3만원이 넘어가는군요. 어머나...; 번역본의 레시피 번역을 확인하려고 찾아보았는데 보고 있자니 레시피가 별 다를게 없어보입니다. 직역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더군요.

무지개 집, 나선계단~은 예전에도 읽었지요. 생활 속의 추리소설이라고 해야할까요. 꽤 잔잔한 추리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아리사가 마음에 들어서 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한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요. 간만에 보니 이전의 추리 내용을 거의 잊어버려서 새 책을 읽는 기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하하;

맥긴티 부인은 도서관에서 빌릴 책이 없어 손을 댔는데 간만에 보니 애거서 크리스티도 좋군요. 하지만 전 포와로보다 마플이 좋습니다. 마플 여사가 등장하는 시리즈만 뽑아서 다시 찾아볼까요.

바다 건너 히치하이크, 베네치아의 연인, 아름다운 나의 사람들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책입니다. 그래서 낚였습니다. 낚였다고 말하는 것은 생각만큼 책이 재미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각각의 책에는 해당 지역-미국, 이탈리아, 파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글은 잘썼다 싶지만 주인공인 카티가 제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닙니다. 하하. 이 책은 카티의 연애담으로 세 권을 묶어서 한 책으로 만들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로맨스라고 광고를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입니다. 실제 로맨스 분위기는 두 번째인 베네치아의 연인만 나지만 각 권 모두 커플이 있으니까요. 아주 가볍게 훌훌 넘어가는 책이고, 짧지만 지역색을 잘 살리고 있으니 한 번쯤 보셔도 무난합니다.

에도의 패스트푸드와 국수와 빵의 문화사는 일본 음식 자료가 필요해 빌렸습니다. 원래는 에도의 패스트푸드를 빌리러 갔는데 도서관 서가에 국수와 빵도 꽂혀 있어서 덥석 집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자료는 국수와 빵의 문화사가 훨씬 내용이 풍부합니다. 밀가루를 사용한 일본 음식의 유래에 대해 상당히 자세히 적어둔데다 세계 각지의 국수, 빵, 과자에 대해서도 표로 만들어 간단히 설명을 적었습니다. 특히 세계의 과자나 빵을 적은 표를 보고는 감탄했습니다. 보통 이런 번역본을 보면 가타카나 때문에 엉뚱한 명칭을 적기 일쑤인데 이 책은 눈에 걸리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매끄럽습니다. 일본 문화와 빵, 밀가루, 국수 등 음식 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키노의 여행 12권.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역시 키노의 여행 답습니다.
만..........
평화주의자 관련 글은 묘하게 걸립니다. 어, 일본에서 나온 이야기라 더 걸린 걸까요. 키노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반응이라 보지만 시선을 올려 일본의 입장에서 쓴 글이라고 보면 미묘합니다. 이 때문에 평이 갈릴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하트비트. 이전부터 도서관에 있는 것은 보았지만 손이 안가다가 읽을 책이 없길래 빌렸습니다. 쇼지 유키야는 이전에 극찬에 가까운 평을 올렸던 도쿄밴드왜건과 쉬러브즈미의 작가입니다. 이 뒷 권이 나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아직 나올 기미는 안 보이네요. 재미있는데 왜그럴까. 하여간 같은 작가라 책 뒷면의 줄거리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빌렸습니다.
책은 서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옵니다. 각각의 인물들이 하는 이야기가 겹치는 것은 중반 이후. 그리고 당연히 중반 이후부터 전개가 빨라집니다. 마지막에 나온 결론은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데,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서 앞부터 다시 보면 몇몇 대사들이 다르게 보입니다. 우와. 노리고 있었구나 싶던걸요. 그리고 애잔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결말도 마지막 대사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입니다. 그런 점에서 도쿄밴드왜건과도 같은 선 위에 서 있습니다. 아주 마음에 들었지요. 하드 커버였다면 당장에 뜯었을지도 모릅니다.



맨 마지막 문장을 썼더니 또 예고 하나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ㅂ-; 전시회 안내 나갑니다.

온다리쿠 책 4권을 지난 주에 구입해 어제 다 읽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온다 리쿠는 책 샀던 것도 다 처분했으면서 다시 하나 둘 모으게 되는군요. 이번에 구입한 것은 <나비>, <1001초 살인사건>, <어제의 세계>, <한낮의 달을 쫓다>입니다. 이번 책은 그럭저럭 수비범위 안입니다. 다만 나비는 퇴출 가능성이 높군요. 나비와 1001초는 단편집인데 1001초는 첫 작품이 리세 시리즈의 뒷 이야기인데다 주인공이 제가 꽤나 좋아하는 누구라서 처분하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나비나 1001초나 맥은 같습니다. 도서실의 바다와는 느낌이 전혀 다른 단편들입니다. 특히 나비는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를 바로 떠올렸습니다. 그런 느낌의 괴기한 SF 판타지 소설들입니다. 제 취향하고는 안 맞지요. 1001초의 다른 단편들은 그냥 무난한 수준입니다. 1001초보다는 조금 입맛에 맞았고요.

한낮의 달을 쫓다는 시작부분에서 편견 비슷한 것이 생기는 바람에 100% 몰입은 하지 못했습니다. 재미있게 보았지만 그 편견이 워낙 강력해서 말입니다. 편견이라기보다는 잔상이라고 해도 될지 모릅니다. 온다 리쿠는 여행하기라든지 어딘가를 둘러보는 소설을 좋아해서인지, 클레오파트라의 꿈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특정 지역을 무대로 해서 아예 여행을 소재로 잡아 소설을 썼습니다. 예. 보고 있으면 짐 싸들고 여행가고 싶어집니다. 아마 키릴님이 보시면 상당히 타격이 클거란 생각이 드는 그 지역입니다. 그 공간적 배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잔상이 생겼지요. 바로 얼마 전에 G가 사슴남자를 보고 있었단 말입니다. 그 때문에 타마키 히로시에 대한 이상한 이미지에, 그 지역에 대한 묘한 이미지가 남은 터라 이 소설을 보면서도 머릿 속에서는 근엄한 사슴님이 둥둥 떠다녔습니다.
엔딩은 온다 리쿠라기 보다는 미미여사의 화차와 닮았습니다. 아마 이것도 내용폭로에 해당될지 모르지만 어쨌건 엎고 또 엎고 또 엎어서 사람 머리를 마구 두들기는 수법은 여전합니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습니다. 첫비행님이나 아이쭈님, 티이타님은 좋아하실 책이라 생각합니다.'ㅂ'
(맞춤형 도서 정보 제공 서비스~)

어제의 세계는 어땠는가. 어, 구형의 계절과 닮았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깔끔하게 잘 떨어집니다. 책 네 권 중에서는 이게 가장 입맛에 맞았습니다. 역으로 말하면 온다 리쿠 특유의 분위기는 덜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여행하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데요, 가장 독특한 것은 서술 방식입니다. 2인칭으로 소설을 서술하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소설 구조도 꽤 독특하고요. 하기야 온다씨는 가끔 보면 온갖 소설 형식을 실험하는가 싶기도 하잖아요.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도 그랬고요. 맨 마지막 부분은 사람에 따라서는 사족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냥 납득했습니다. 아마 이 소설을 마음에 들어한 것은 그 설정과 비밀의 풀이 때문일 겁니다. 살인 사건 해결 말고 마을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1001초의 첫 번째 단편에서도 뭔가를 발견했더랬지요. 습지에 있는 그 사립학교에 대한 묘사에서 선주민들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어디서 많이 본 표현인데라고 생각했더니 네크로폴리스였군요. 그러고 보니 그것도 산다 산다 생각만 하고 아직 못샀습니다. 서가가 빌 때까지, 아니면 새로 서가를 들일 때까지는 참아야죠.


그리고 어제, 홍대에 간 김에 총판에 들러 책을 봤습니다. 3월의 라이온이 나왔더군요. 허니클로 작가인 우미노 치카의 신작입니다. 원작 표지를 보고는 어두침침하게 생긴 애다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굉장히 어두침침합니다. G가 먼저 보고는 내용이 무겁다고 했는데, 내용 자체보다는 주인공의 성장 배경이 굉장히 무겁게 이야기를 짓누릅니다.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성장만화에 가까울 것 같은데, 만약 이게 연애로 흘러버리면(삼각 이상으로-_-) 굉장히 열 받을 겁니다. 지금의 분위기를 잘 이어줬으면 합니다.

보고 기겁했던 책 중에는 사이토 치호의 신작도 있었습니다. 신작이 나왔다는데 깜짝 놀라고 그 주제가 피겨라는데 또 놀랐습니다. 으허허. 하지만 왠지 손이 안가는걸요.; 그냥 머스킷티어 루주나 한 권 더 사올걸 그랬나 싶습니다.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이것도 읽을 거리가 마땅치 않아 2권을 집어 들었는데-1권은 예전에 샀음;-이게 의외로 골때리네요. 1권에서는 가볍게 나가던 분위기가 2권에서는 굉장히 복잡한 설정으로 전개됩니다. 이야기가 무거워졌다거나 암울해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용된 소재가 어렵습니다. 읽으면서 머리가 팽글팽글 돌지만 그게 또 매력이라는게 웃기죠. 아하하. 그래서 3권을 또 사들고 왔다는 이야깁니다.



날림 작성한 책글은 이걸로 끝! 낮에 보고서 얼추 끝냈다고 신났습니다. 그 기세를 몰아 마비질을 조금 하고 다시 보고서 손 봐야지요.+ㅅ+

시간이 있다면 당장에도 보고서를 달려야 하건만, 어째 <얼음나무 숲>을 달렸습니다?
그리고는 넋이라도 있고 없고 한 편을 찍었지요. 어, 읽는 동안에 넋이 나가 있었으니 하는 말입니다. 책을 손에서 놓기 쉽지 않아요. 실제본이었다면 당장에 뜯었을 것을, 실제본도 아닌데다가 지질도 마음에 안들고.(투덜투덜) 구입 예정이 있는가는 참 미묘합니다. 주인공(이라고 주장하는) 고요한테 너무 감정이 이입되었거든요. 흑...
더이상 미루면 안됩니다. 나중에 다시 쓰더라도 짧은 멘트를 남기죠.

지난 주말에는 판타지 소설만 탐독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 일곱권인가를 한 번에 빌리면서도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왜이리 판타지 소설이 끌린다냐라고 말입니다. 거의 대부분은 다 보았고 아직 <은빛나무 숲>이 남아 있습니다. 이건 아껴 보는 중이고요.

<얼터너티브 드림>: 김보영씨 단편이 궁금해서 빌린 책. 호불호가 상당히 갈렸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영도씨 단편. 어, 이영도씨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저는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서 제쳐두었는데 어째 그 단편이 제일 마음에 들더라고요. 할머니의 입담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김보영씨 단편은 다른 책에서 본 것과도 닮아 있습니다. 究極. 극을 연구하는 .. 아니 求일지도 모릅니다. 극을 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요. <멀리 걷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여기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장 연장자로 추정되는 모씨는 애초에 편견을 가지고 읽기도 했지만 내용 자체가 SF적인 분위기와는 아주 멀어서 갖다 집어 던지고 싶었습니다. 제가 매긴 평점이 깎인 대부분의 이유가 그거였지요. 그리고 표제작도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취향에 안 맞다 못해 상당히 싫었으니, 나머지 이유는 거기 있었지요.

<문학소녀와 달과 꽃을 품은 물의 요정>: 문학소녀 6권. 완결이 어떻게 날지 보여주고 7-8권을 시작하는구나 싶습니다. 근데 7-8을 보고 나면 책 안 살 것 같아요. 나중에 화보집이랑 6권만 살지도? 전 츤데레 아가씨가 싫거든요.-ㅂ-; 갈래머리 아가씨가 제일 좋더랍니다.

<마법의 크리스탈><은색의 강> <하플링의 보석>: 아이스 윈드 테일 트릴로지. 종족간 혼혈은 노새라고 주장하는 바, 이것은 사도요! (...) 룰북에서는 유사인간종족간의 생식이 가능하여 2세가 만들어진다고 할지 몰라도, 제가 기억하는 한 드워프와 엘프의 커플링은 없었습니다. 오직 인간만 유사인간종족과의 생식이 가능한가 봅니다. 왠지 그런 관점에서 보고 있자니 참. 드리즈트의 회상록을 보면 짝은 없는 것 같은데 여기서는 슬며시 분위기가 돕니다. 다음 편이 더 있는 것 같은데 나오려면 멀었지요.ㅠ_ㅠ

<겨울성의 열쇠>: 갑자기 민소영씨 책이 보고 싶어져서 검색하다가 겨울성의 열쇠가 도서관에 있는 것을 보고 맨 마지막 권만 한 권 달랑 빌렸습니다. 그래도 내용 파악하고 이해하는데는 문제 없습니다. 마음에 들어서 이 책만 주문해서 구입했습니다.(어?)

<검은 숲의 은자>: 사실 검은 숲의 은자 마지막 부분이 보고 싶어서 빌리러 갔다가 겨울성의 열쇠도 찾은 거랍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과 엔딩이 조금 달랐습니다. 연재본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는데 책으로 내면서는 기억을 지웠군요. 풉. 그 말싸움도 은근 재미있었는데 말입니다?

<홍염의 성좌>: 겨울성의 열쇠를 사면서 얼결에(?) 마지막권만 구입했습니다. 근데 이쪽이 더 헷갈리네요. 전체 다 읽어보았는데도 또 헷갈리는 이유는?;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2>: 엔딩만 보고 싶었습니다. 달큰한 판타지가 땡겼어요.-ㅂ-

<동기>: 이건 보다가 도중에 덮었습니다. 요코야마 히데오 책인데 단편들이 상당히 찝찝합니다. 입맛이 써서 보다가 말았습니다.

<신데렐라 티쓰>: 끊어지지 않는 실의 작가 책이라 덥석 물었습니다. 이것도 생활속의 추리입니다. 재미있었지요.

<루피너스 탐정단의 당혹>: 왠지 분위기가 <청년들을 위한 독서클럽>을 닮았네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 작가의 최근작이 이글루스 밸리에 자주 올라오기에 궁금해서 빌려보았습니다.

과포화란 단어는 중학교인지 고등학교인지 과학시간에 들었습니다. 다른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붕산을 열심히 녹였던 기억이 나니 .. 어쩌면 초등학교 때인지도 모릅니다. 원래 물 100g 당 녹을 수 있는 붕산의 양은 정해져 있지만 가열을 하면 무한정까지는 아니고 하여간 계속 녹습니다. 소금과 달리 붕산의 용해도는 용매의 온도에 따라 가파르게 상승하는 그래프를 그립니다.
과학시간은 적당히 하고 여기서 멈추지요. 하하.;


예전에 이글루스 밸리에서 책사보는병신인가, 그 비슷한 글이 뜨면서 병신인증글도 한창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때 올려볼까 하다가 번거로움에 지쳐 살며시 포기했는데, 최근에 해가 길어지면서 사진 찍기에 적당한 빛이 들어와서 지난 주말에 찍었습니다. 겨울에는 해가 이렇게 들어오지 않아서 은근히 어둡거든요.
아, 그리고 직접 책 제목을 확인할 수 있게 큰 사진으로 올리다보니 사진 압박이 상당합니다. 주의하세용.


유리문이 있는 베란다가 딸린 방이 제 방입니다. G의 방은 세탁실로 달린 창문이 있지요. 원칙적으로 그쪽 베란다는 밖에 유리문을 달면 안됩니다. 화재시 탈출구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러하나 요즘엔 베란다에 다 설치를 하죠.-ㅂ-
어쨌건 제 쪽은 창고가 딸린 방에 가깝습니다. 왜이리 산만한가 하면 책의 증식 속도를 폐기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흑. 바닥에도 마구 쌓여 있군요.









사진을 20장 찍어서 올리는데도 전부 설명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좀...; 그래도 이정도면 만족합니다. 근데 사진으로 보니까 더 엉망이라서, 조만간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은 놔두고 해야겠습니다. 서가가 더 넓으면 좋겠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 더 넓어지면 또 더 많은 책을 사게 될겁니다. 그러니 이쯤에서 한 번 감축을.-ㅂ-;

집에 왔더니 책상 위에 택배가 있습니다. 이름을 아무리 봐도 아는 이름이 아니고, 최근에 지른 것은 커피뿐인데 그건 이미 도착해서 잘 마시고 있고. 들어보니 묵직한 것이 책 같은데 책은 주문한 일이 없고. 이거 이상한 곳에서 체험상품이라도 떨어진건가 싶었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박스 오픈. 그리고 확인한 직후 장소를 옮겨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ㅁ-


주소야 안 지워도 될 것 같..... (설마 보이진 않겠지요?)
박스를 뜯은 다음에 사진을 찍은 거라 옆구리(원래는 윗부분)은 열려 있습니다.



보고는 바로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요일의 도서전 모임에서 '월요일쯤에 도착한다고 하는걸요'라는 키릴님의 이야기를 들었더랬지요. 하얀 늑대들 완결권까지가 한꺼번에 도착한 겁니다.



박스를 개봉하고 나서야 이걸 봤습니다. 상자 바닥 부분을 개봉한 셈이라 마크도 거꾸로 찍혔지요. 요즘 제 책상 위가 조금 지저분해서 박스를 제대로 돌려볼 자리가 마땅치 않았거든요. 아무래도 이번 주말에 정리를 해야겠습니다. 토요일의 위기가 무사히 지나간다면 제대로 할 마음이 들겠지요. 하.하.하.



꺼내 보았더니 안에는 카드도 있습니다. 호오. 로일. ... 근데 이 청년이 누구더라. 아, 천재 검사. 커플이라 이미 논외였는데 기왕이면 제이메르가 낫...(거기까지) .. 그러고 보니 하얀 늑대들 중에서 솔로는 쉐이든 하나인가요? 나머지는 다 커플이었지. 으흐흐. 외전에서의 장면들까지 더블로 떠오르니 염장이 대단합니다. 그런데 이중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는 생각보다 적지 않던가요. 커플척살단도 아니고 이것 참 미묘합니다.



맨 왼쪽은 노트랍니다. 그냥 통째로 노트. 보고 있자니 손이 근질근질한 것이 하나하나 다 분해를 해보고 싶지만 참습니다. 솔직히 전 이전 버전이 더 취향일 것 같아서 놔두고 있거든요. 그렇지 않아도 엔딩 부분만 확인했는데 가슴이 저려서 차마 못 읽겠습니다.



뒤집어 보면 패스포트가 있습니다. 유효기간이 1년인가본데 그럼 유효기간 연장을 위한 무엇인가가 그 뒤에 있을라나요. 그 다음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여지가 있으니 기다려봅시다. 이전판과 개정판의 최대 차이는 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속작의 여지말입니다.

저 패스포트의 역할에 대해서는 트랙백한 글에 관련 이야기가 있으니 잘 생각하고 주의깊게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자아. 저는 다시 고민에 들어갑니다. 책 12권을 몽창 붙여서 다시 만드느냐? 그것이 문제로군요.'ㅂ'

심령 사진이 아닙니다. 뒤쪽에서 빛이 들어오는데, 일부러 모니터 밝기를 가장 어둡게 설정하고 찍었더니 역광 효과로 이런 사진이 찍혔습니다. 그냥 보통의 스타벅스에서 오후에 찍은 사진이고요.-ㅁ-


여분 사진 제거용 포스팅입니다. 뭐, 쓸말이 있기도 했지만....;

모종의 이유로 상품권 3만원 어치가 생겼습니다. 문화상품권이고요. 백화점 상품권이라면 묵혔다가 먹는데 쓰겠지만 문화상품권은 당연히 책을 구입하는데 쓰지 않습니다. 마비노기 결재해야죠.(..) 어, 어디선가 저를 불량 뭐시기로 찍는 분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은 제 양심의 가책 때문일까요.

아니 그보다 문제가 조금 있다니까요. 책을 사고 싶어도 사고 싶은 책이 없습니다. 요즘은 거의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고, 구입하는 책은 일본 추리소설에만 한정되어 있으니 살만한 책이 없더라고요. 가장 최근에 제 돈 주고 구입한 책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책입니다. <46번째 밀실>이랑 <절규성 살인사건>이지요.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최근에 책이 나왔으니 다음 책이 나올 때까지는 아직 더 기다려야 합니다. 나오면 당장에 구입할텐데 그런 문제가 있고, 미야베 미유키는 책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 김소연님이 번역하고 있다는 책이 한 권 있지만 그건 장마철 되어야 나올 것 같습니다. 온다 리쿠 책은 지난번에도 빌려 보고는 후회를 한지라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안듭니다.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오늘도 책 구입 때문에 머리가 아팠습니다. 저 위의 높은 분이 생일 즈음해서 책 한 권과 꽃 한 송이를 선물로 주는데 결제과정이 복잡해서 그렇게 한건지 하반기 생일을 맞는 사람들은 지금 책을 신청하라고 하더랍니다. 최근에는 살만한 책이 없었던데다 책을 받는 시점이 반 년 뒤이니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을 고를 수는 없습니다. 어허허허허. 묵혔다가 살만한 책을 머리 속으로 뒤지는데, 제가 뻔뻔한 편이라 해도 <온 3>을 신청할 마음은 안들더라고요? 비닐 포장이 되어 있을거라 생각은 하지만 작년에도 <보르 게임>을 주시면서 '이거 무슨 책인가요?'라고 물어보시는데 조금 난감해서 말입니다. 그냥 SF 소설이라고 넘겼는데 <온 3>은 판타지라고 하며 어물쩍 넘겨야 하나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2>였습니다. 이건 이미 책을 읽어 보았던데다 제 돈 주고 사기도 조금 걸리고 했으니 할만하죠. 하지만 표지를 보시고 그 분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 으으으으음. 그건 받을 때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지금부터 상상하고 싶진 않네요.

<구름빵>을 신청할 걸 그랬나란 생각이 조금 들지만 가격문제로 <프리가~>가 낙찰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쓰모토 세이초>도 있긴 한데 이걸 할 걸 그랬나요. 두었다가 1년 뒤면 분명 방출될거란 생각도 들고...



거기에 교보 일본서적 할인쿠폰을 받았는데 책을 지를까 말까 이것도 고민이네요. 교보 적립금도 있고 KB 포인트리도 넉넉해서 구입하자면 충분히 하는데, 딱히 살만한 책이 없어 고민하는 것도 참 오랜만입니다. 허허허.
세노 갓파, <세노 갓파의 인도 스케치 여행>, 김이경 옮김, 서해문집, 2008, 12900원
고솜이, <수요일의 커피 하우스>, 돌풍, 2008, 9000원
시마다 소지,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한희선 옮김, 시공사, 2009, 12000원
올리버 색스, <엉클 텅스텐>, 바다출판사, 2004, 11800원, <화성의 인류학자>, 2005,  바다출판사, 13800원
차유진, <청춘남미>, For Book, 2009, 13000원
김훈태, <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 북노마드, 2008, 13000원
비키 아처, <마이 프렌치 라이프>, 북노마드, 2007, 13800원
비키 마이런, <듀이>, 갤리온, 2009, 11000원
조앤 플루크, <퍼지 컵케이크 살인사건>, <블루베리 머핀 살인사건>, <설탕 쿠키 살인사건>, <레몬머랭 파이 살인사건>, <복숭아 파이 살인사건>, 해문, 2006-2008, 10000-11000원


이번에도 많이 밀렸습니다. 책이 많은 이유는 조앤 플루크의 코지 미스터리(30대 미혼 여성이 주인공인 가벼운 추리소설이랍니다; 칙릿과 같은 종류의 장르 구분인가요..)를 대량으로 빌려 읽어 그렇습니다. 뭐, 그 사이에 읽은 책이 더 있긴 하지만 어떤 책이었는지 잊은 관계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까 합니다.-ㅁ-;;


조앤 플루크의 추리소설 시리즈는 갓 나왔을 때 첫 번째 책인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을 보고는 완전히 손을 놓았습니다. 첫 번째 책이 2006년에 나왔는데 그 사이 꾸준히 나온 모양이군요. 주변에 제 책 취향과 꽤 많이 겹치는 분이 가장 최근 시리즈 두 권을 찾아 보시기에 저도 궁금해서 다시 빌렸습니다. 재미 없으면 책 속에 있는 레시피 찾아보는 셈치고 그냥 빌린 거죠. 그런데 이 책이 은근히 중독이더랍니다. 처음에 제목이 마음에 드는-정확히는 제목에 나오는 디저트가 마음에 드는-두 권을 골라 빌려보았는데 그 다음에 도서관에 가서 나머지 시리즈를 네 권 더 빌려왔습니다. 첫 책은 기억이 나지도 않지만 다시 보고 싶은 생각도 없고, 딱히 보지 않아도 이야기는 연결되니까 그냥 중간 권만 보고 있는 셈입니다.
기본 패턴은 살인 사건 발생, 주인공의 자체 조사, 사건 해결로 넘어갑니다. 이 작은 마을에 왜이리 사건이 많이 터지나 싶긴하지만 그냥 넘어갑니다. 세인트 미드도 바람 잘 날 없는 마을이었지만 이런 강력사건이 많이 발생하진 않았습니다. 미스 마플의 일생 동안 발생한 건 수와 몇 년 사이에 레이크 에덴에 발생한 사건을 비교하면 엄청난걸요.
이 책이 중독적이라고 한 것은 쿠키에 대해서도 해당됩니다. 다이어트 할 때는 절대 봐선 안되는 책으로, 보고 있는 동안 코 끝에서 버터와 설탕냄새가 떠나질 않습니다. 요요현상에 지대한 공을 세우는 책이므로 보실 땐 주의가 필요합니다. 덧붙이자면 보고 나면 꼭 제과점에 가게 됩니다. 하하하..

<마이 프렌치 라이프>는 최근에 나온 칼라 컬슨의 책을 검색하다가 나와서 빌려보게된 책입니다. 이전에 칼라 컬슨의 <이탈리안 조이>를 보고 꽤 마음에 들어서 그 뒤에 나온 책 두 권도 빌려 보았는데, 재미 없습니다. 사진은 많지만 마음을 잡아끄는 사진은 아니고 글도 미지근합니다. 그냥 모 유명 잡지들을 넘겨보는 느낌이더라고요.

<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는 한 달간 휴가를 내고 교토에서 정주자로 살다 온 이야기입니다. 스타벅스에 갔다가 비치된 책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도서관에서 찾아보았는데 역시 미적지근합니다. 사진이나 책 편집, 디자인 등은 굉장히 멋지지만 글이나 내용이 못따라갑니다. 사실 책을 보고는 김연수의 <여행할 권리> 수준의 글을 기대했거든요. 밀고 당기는 글 맛이 있는 글이 떠올랐던 겁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실망감이 한층 더 했습니다.
보고 있자면 괜히 짐을 싸들고 여행을 가고 싶어지니 주의가 필요한 책입니다. 글에 실망해서 그런 생각이 미처 들지 않았다는게 이런 때는 다행이네요.

<듀이>는 도서관 고양이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에게도 추천하지만 그보다는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의 필독서로 꼽아도 될 정도입니다. 도서관에서 일하려면 이정도의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사서가 되는 방법이 어떠한지를 살짝 보여주고 있고 미국의 도서관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기에 유학이나 타국의 공공도서관 현황을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그러고 보니 앞서 소개한 조앤 플루크의 추리소설에서도 도서관은 단순한 책 창고가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체입니다. 한국하고는 방향이 상당히 다르지만 그렇게 된 것은 국가(혹은 국민) 색의 차이가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의 지역 공동체 구심점은 왠지 노인정이나 반상회란 느낌이라...

<수요일의 커피 하우스>는 한국 소설입니다. 제목에 홀려 빌린 책인데 그만큼 재미있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홍대를 자주 놀러가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볼만한 이야기지만 뭔가 남는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보고나면 훌훌 내용이 날아가는 그런 책이네요. 주인공과 친구의 관계는 꽤 인상 깊었지만 저는 중심 이야기를 카페 운영쪽에 두고 보았던데다 주인공의 대학생활이 제 생활과는 굉장히 거리가 멀어서 공감이 안 갔던겁니다. 제게 자체휴강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이렇게 대학 생활하면 학점이 어떨까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엊그제 본 백귀야행도 미묘. 어... 일본의 대학생활은 이렇게 무섭습니까?;)

<청춘남미>는 차유진씨가 이전에 낸 요리책을 굉장히 좋아해서 그 다음에 또 나온다길래 빌려본 겁니다만 미묘합니다. 요리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는 걸 기대했는데 기대한 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게 볼만한 남미 여행기이고 먹는 이야기도 다른 책에 비해 많은 편입니다. 엉뚱하지만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기억하는 것은 책 후반부에 나오는 국제협력단 봉사 이야기입니다. 언젠가 가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던 터라 실제 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부럽기도 하고 해보고 싶기도 하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복잡미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더군요.
남미여행기는 거의 찾아보지 않아서 비교 대상이 없지만 제가 읽은 보통의 여행기와 비교하면 잘 쓴 책에 속합니다.  블로그 여행기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왔던 때보다는 훨씬 나은거죠.

올리버 색스의 책은 먼저 <엉클 텅스텐>을 추천받고는 도서관에 다른 책이 더 있나 찾아보다가 <화성의 인류학자>도 같이 빌린 경우입니다. 엉클 텅스텐은 올리버 색스의 어린시절 실험일기로 자서전에 가까운 이야기 일지도 모릅니다. 자서전이라기엔 어린 시절에서 이야기가 끝나는데다, 실험일기와 함께 등장하는 것이 19세기의 과학발전사라서 딱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사고뭉치 올리버의 실험일기와 이를 통해 바라보는 19세기 과학발전사라고 해야할까요. 과학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 아저씨 글이 은근 취향이라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화성의 인류학자>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와 비슷하게 임상 보고서 식으로 쓴 책입니다. 그런 고로 <아내를~>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추천합니다. 단, 예전에 나온 책이라 판형이나 편집은 최근에 나온 책만큼 좋진 않습니다. 두께도 있고 해서 손대기 조금 겁나는 책이지요. 저야 받아 들고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세노 갓파의 여행기는 <청춘남미>와 바로 이어 쓸까 하다가 떼어냈습니다. 책 감상을 쓸 때는 가장 괜찮았던 책을 뒤로 미루었으니 이번에도 그래야지요. 이번에 본 여행기 중 가장 멋집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멋집니다. 하하하;
사진은 단 한 장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사진 따위는 필요 없다! 내게는 펜이 있을 뿐! 이란 포~~~스를 팍팍 풍기는 책입니다. 이전에 나온 책도 마음에 들어서 집 책장에 잘 모셔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고 있는데 이 책도 참 멋집니다. 역자 후기를 보면 이전에 서해문집에서 <펜 끝으로 훔쳐본 세상>을 내면서 이 책도 같이 준비했는데 출판 계약의 문제로 출간이 아주 늦어진 모양입니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여기저기를 스케치하고, 저자가 겪은 인도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내용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책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글보다 그림이 맛입니다. 그림을 보고 있자면 입이 떡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요. 그림 때문에라도 추천합니다. 하하하...
게다가 최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다보니 <펜 끝으로~>에서 등장한 소품들이 이 책에 등장합니다. 그럼 그 책보다 먼저 나왔나보다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후기를 보니 1984년에 나온 책이랍니다. 20년도 전에 나온 책인데도 시간의 간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무섭습니다. 이만큼 충실한 인도 여행기는 찾아보기도 힘들지도.. 최신 정보가 아님에도 인도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 보이니까요. 아니, 최근에 들리는 인도정보가 여기서 그리 크게 변하지 않은 것도 있고 말입니다? 인도에 아주 많은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자주 정보를 찾아보진 않았지만 말입니다.
1984년의 한국과 2009년의 한국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테지만 1984년의 인도 생활 그림과 2009년의 인도 생활 그림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크게 변했을 것 같지 않아서 그렇지요. 무엇보다 여기서 보여주는 것은 관광지 주변, 유적, 시장 생활이라 그런걸까요. 최근에 인도에 다녀온 분이 있다면 꼭 읽어보고 비교 감상을 올려주세요. 친구 K가 인도에 다녀온 것도 한참 되었지만 음... 책을 읽고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은 시마다 소지가 장식(?)합니다.
<기울어진 저택의 살인>. 이건 읽은지 몇 주 된 책입니다. 아까워서 아껴보다가 보는 것이 늦었고, 거기에 리뷰 쓰기까지도 시간이 걸렸으니 그렇습니다. 살인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트릭이 참으로 기기묘묘합니다. 어허허; 시마다 소지의 다른 책들도 비슷하지만 살인 방식이나 처리 방식은 참으로 독창적입니다. 근데 그게 역으로 단점이 될 수 있고요. 너무 독특해서 현실감이 떨어지니까요. <용와정 살인사건>하고 느낌이 꽤 닮아 있지만 역시 다릅니다. 이전 책과 달리 여기서는 미타라이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래도 처음부터 참여하는 파일로 반스나 엘러리보다 비중이 훨씬 적습니다.
함정이 여러 군데 있지만 결말-그 후 이야기에서는 약간 맥이 빠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아이쭈님이랑 티이타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ㅅ+

제 돈 주고는 사지 않을 책이지만 선물을 받은 거니 괜찮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도마뱀>이랑 <키친>까지만 취향입니다. <암리타>는 모 소설에서 잠시 소품으로 등장해 마음 속 평가가 높지만 실제 읽어보면 참 미묘합니다. 그래도 초기작에 가까우니 다른 책보다는 취향에 가깝습니다. <슬픈 예감>도 취향은 아니지만 뭐...;

거두절미하고 선물로 받은 <해피해피 스마일>은 책 디자인이 독특합니다. 그래서 G가 들고 온 다음날 날잡아 사진을 열심히 찍었습니다.-ㅂ-


민음사에서 나왔군요. 번역자는 조금 걸리지만 이 작가 책은 거의 같은 번역자일겁니다.


뒷면은 이렇습니다.
하늘색은 띠지인데 책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책이 독특하게 생겨서 그런거죠. 책 크기가 상당히 작은데 가격은 15000원. 내용을 보지 않아서 어떨지 모르지만 그래도 저 돈 주고 저 책 살 생각은 안듭니다. <키친>을 좋아한 제일 큰 이유중 하나가 도서 정가제 도입 전에 구입한 책이라 한 권 당 5600원 주고 샀기 때문일겁니다. 책 가격은 책의 호불호를 결정하는 큰 이유지요. 책값을 하냐 아니냐는 책 내용에도 달려 있지만 책의 가격에도 달려있지 않습니까.



케이스를 벗깁니다.
상당히 뻑뻑해서 케이스를 벗기는데 애를 먹었는데 띠지 안 쪽에는 저렇게 광고가 있습니다. 그리고 케이스 안에는 반복되는 그림이 있군요.



띠지를 펼치면 저렇게 그림이 나옵니다. 어머나...;



이것은 책표지. 어, 도대체 뭔지 모르겠어요. 아메바의 인어공주형?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아직까지도 손이 안가서 그냥 놔두고 있습니다.



이쪽은 책의 뒤표지입니다. 사자 ... 인건가요.



책의 옆면을 보면 이렇게 그림이 있는데...



그림은 이렇게 봐야 잘 보입니다. 녹색의 괴 생물체가 엎드려 있는 모습이네요.



다른 두 생물은 책을 뒤집어 봐야 잘 보입니다. 이쪽도 정체를 알 수 없어요.



아마 이 그림들은 작가 본인이 그린 것이 아닌가 싶은데 꽤 재미있긴 합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그린 것 같은 그림들. 그래도 그 일관성이 보이니 재미있는 것이겠지요.

지금 다른 책들이 밀려서 아직 손은 못댔는데 나중에 느긋한 기분으로 읽어봐야겠습니다.
R.A. 살바토레, <다크 엘프 트릴로지 1-3>, 유지연 옮김, 서울문화사, 2008, 9000원
앤 맥카프리, <퍼언 연대기 1-3>, 김상훈 옮김, 북스피어, 2007, 각 권 12800원, 13800원, 14800원


서지사항을 적다보니 퍼언 연대기 책값이 권 당 1천원씩 올랐군요. 하지만 책 두께를 생각하면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닙니다. 1권이 542쪽, 2권이 670쪽, 3권이 782쪽. 종이가 가벼워서 그렇지, 이게 <우울과 몽상>같은 종이로 나왔으면 충분히 무기가 될만한 두께입니다. 거기에 세 권 도합 2천쪽 가까이 되니 모방범보다도 두껍군요. 종이 차이가 있고 편집 차이가 있어서 분량 비교하기는 적당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퍼언 연대기가 읽기 편했던 것을 생각하면 편집도 나무랄데 없습니다.

퍼언 연대기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와우북페스티벌에서였습니다. 북스피어 부스에서 3권 세트를 싸게 팔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제목이 부담스럽고 책 두께가 부담스러워 집어들지는 않았습니다. 뭐, 이날 집어든 책이 단 한 권도 없긴 했지만 말입니다. 북스피어에서 내놓은 제 취향의 책들은 이미 다 구입한 뒤였거든요. 하하;
그 다음에 만난 것은 알라딘의 50% 할인 목록에 올라 있다는 것이었고 그와 관련해 북스피어 블로그에 글이 올라왔다는 것을 이글루스 밸리에서 보고는 호기심이 생겨 구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 이 날 퍼언 연대기 3권에 다크엘프 트릴로지 3권까지 총 6권을 빌려 왔습니다. 오늘 반납하려고 들고 왔는데 무게가 만만치 않네요. 하.하.하.

퍼언 연대기에 대해 북스피어 편집부는 '자신만만하게 내놓았지만 생각한 만큼 팔리지 않은 책'이라 했습니다. 1권을 읽어 나가면서 왜 이런 책이 전혀 팔리지 않았을까라고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1권을 다 읽은 뒤에는 나름 그럴만하다 생각했습니다. 참 이상한 책입니다. 읽으면서 왜 팔리지 않았을까 궁금하게 여기는 생각과, 왜 안 팔렸는지 이해할만하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으니 말입니다. 책 자체는 흥미진진하고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뭐, 번역자의 말 대로 SF ***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전개되는 이야기는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모험이 있고 활극이 있으니까요.(어?) 하지만 테메레르가 떠오르기도 하고 석기시대의 아일라(이거 번역 제목이 따로 있는데 뭐더라...;)가 떠오르기도 하고 참 미묘합니다. 읽으면 재미있긴 한데 다 읽고 나서는 왠지 손이 안가요. 손이 안가서 다음 권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고 하다가도 어느 새 정신을 차려보면 다음권을 붙잡고 읽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다고 절규하다가 간신히 책을 내려놓고 그날의 할 일을 합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상황이...........lllOTL


일단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중에서 이 책이 취향에 맞을 것 같다는 분을 찍어보면 티이타님과 첫비행님입니다. 근데 두 분께 추천하는 포인트가 전혀 다릅니다.; 티이타님께는 이 책이 SF ***이기 때문에 추천하고 첫비행님께는 테메레르와 유사한 분위기에 비행을 중심으로 하고 해서 추천합니다. Kiril님은 보고 계신다니 따로 또 추천할 필요는 없겠지요.

테메레르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한 번쯤 추천할만 하지만 테메레르의 재미와 퍼언 연대기의 재미는 방향이 꽤 다릅니다. 테메레르가 잘다는 느낌이면 퍼언은 조금 굵직하다는 느낌. 배경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릅니다. 테메레르는 근대에 가까운 사회지만 퍼언은 중세입니다. 종교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봉건사회에 가까우니까요. 그런 사회가 근대를 뛰어넘어 현대로 가려는 분위기라는 점도 재미있긴 하지요.

내용부분에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하면, 퍼언 연대기는 각 권의 주인공이 다릅니다. 서로 밀접하게 관련을 가지고 있고 1권부터 3권까지의 이야기가 연속하고 이전 권의 등장인물들도 자주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있긴 하지만 중요도는 각 권 주인공들 모두가 비슷하다고 할까요. 아, 그리고 등장인물말고 등장龍물도 은근 중요합니다. 그러고 보면 전체 이야기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인간이 아니라 용이군요. 어, 한 번도 주인공이 된 적은 없긴 하지만 청동 드래곤  모씨가 가장 취향입니다. 청동 드래곤 중에서는 가장 자주 등장할거예요. 인간 중에서는 느톤 정도..?



다크 엘프 트릴로지는 아주 무난한 영미 판타지 소설입니다. 그런데 다 읽고 났더니 부작용이 하나 나타납니다. 마비노기에서 키우고 있던 엘프를 은색 머리칼에 검은 피부, 그리고 보라색 눈을 가진 다크 엘프로 환생시키고 싶어지는군요. 주캐릭터가 인간이기 때문에 엘프는 장작 패기 겸 낚시용으로만 쓰고 있긴 한데 말입니다. 괜히 전사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들면서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은 알지만 도전해보고 싶어지더군요.

최근에는 한국 판타지 소설을 안 읽어서 다크 엘프가 주인공인 소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본 판타지 소설 중에는 거의 유일하게 다크 엘프가 주인공인 판타지입니다. 게다가 영미 판타지다보니 분위기가 꽤 많이 다릅니다.
미즈노 료의 로도스도 시리즈 중에 다크 엘프가 주인공인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크리스타니아의 외전쪽으로 나왔던가. 그쪽은 다크 엘프 아가씨로 전형적인 글래머 아가씨인데 이쪽은 남자 다크 엘프입니다. .. 음, 파티 내 구성원으로 남자 엘프가 주요 인물이었던 판타지 소설이 있었나 뒤지고 있는데 아무리 머릿속을 뒤져도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드래곤 라자도 엘프 여성, 로도스도는 말할 것도 없고. 남자 엘프가 인간 여성과 맺어지는 이야기가 있나요. 내 마누라는 엘프도 엘프 아내, LMK도 사모님(스승님의 배우자)이 엘프, 어, 비상하는 매에서는 주인공이 예전에 어떤 엘프 남성과 연인(인지 단순 파트너인지)으로 지냈다가 그 딸래미한테 눈총을 받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중심 파티에 참가한 쪽은 엘프 여성입니다.

이야기가 조금 엇나갔지만 다크 엘프 트릴로지는 꽤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이 책도 한 번 손을 대면 떼기가 쉽지 않습니다. 판형이나 두께, 표지 등이 양산 판타지나 무협지와 비슷한 느낌으로 나왔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다릅니다. 등장인물들이 상당히 많지만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도 재미있고요. 그래서 시리즈 다음 편인 아이스윈드테일도 도서관에 신청했습니다.
룰북에 충실한 이야기라 고정이미지-편견이 강하게 만들어진다는 것이 마음에 안들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거죠. 백과 흑, 빛과 어둠으로 정확히 선악이 갈려 있는 세계니까요. 그러니 다크 엘프 트릴로지 같은 이야기도 나올 수 있는 것이겠지요. 저는 색으로 편이 갈리는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말입니다.'ㅂ'

정통 판타지 느낌이니 마스터님, 듀시스님, 키릴님께 잘 맞을겁니다. 다른 분들도 관심 있으시다면 읽어보세요.

간단히 내용을 요약하면 정통 惡을 표방하는 다크 엘프 종족에 돌연변이가 하나 태어나서 가문 여럿 말아먹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근데 이 녀석 속을 들여다보면 초콜릿으로 코팅한 하이엘프 수준이라, 겉의 코팅만 보고 덤벼들거나 배척하는 존재들 때문에 꽤 고생을 합니다. 게다가 주인공 보정이 있으니 물론 고생은 하지만 죽지는 않지만 스토커도 따라붙습니다. 피부색과 기존 편견을 뿌리치고 그가 영웅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전체 시리즈고 다크 엘프는 그 첫 번째 이야기 라는데 뒷 이야기들도 계속 나와주었으면 합니다. 근데 출판사를 보면 나오더라도 오래 기다려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마지막은 따로 글쓰기엔 내용이 부족한 사진 하나. 따끈한 스콘에 딸기잼 듬뿍 발라 먹고 싶어요.;ㅠ;
조선희,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2>, 노블마인, 2009, 13800원
미야베 미유키, <대답은 필요없어>, 한희선 옮김, 북스피어, 2007, 9500원
딘 사이컨, <자바 트레커>, 최성애 옮김, 황소걸음, 2009, 12000원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존 딕슨 카,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권일영 옮김, 북스피어, 2008, 11000원
아리스가와 아리스, <절규성 살인사건>, <46번째 밀실>, 최고은 옮김, 북홀릭, 2009, 각 10000원



목록을 보고 제목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이상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 의미를 담아 지은 제목입니다. 훗훗훗..


가장 최근에 읽은 것이 어제 끝낸 <자바 트레커>이니 이 책부터 씁니다.
책 제목만 봐서는 감이 전혀 잡히지 않겠지만 이 책은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글입니다. 저자인 딘 사이컨은 딘스빈스라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전세계의 커피지대를 돌아다니며 품질 좋은 커피들을 직거래로 구합니다. 요구하는 것은 공정무역일 것이라는 점. 회사 단위로 대규모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발로 뛰며 품질을 확인하고 거래를 틉니다. 그리고 협동조합이 판매하는 원두 양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협동조합에 적립금조로 별도로 비용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비용은 협동조합이 새로운 설비를 갖추거나 마을 내의 환경을 개선하거나 하는 일에 쓰입니다. 말로 하면 그냥 그런 사업 이야기에 자기 자랑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전혀 아닙니다. 자신이 마시는 커피의 맛을 한 순간에 좌우할 만큼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지고 있는 책이더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 중 하나가 케냐 AA입니다. 신맛이 강한 커피보다는 묵직하고 진하고 강한 맛의 커피를 선호하다보니 케냐를 보통 많이 추천 받아 그렇습니다. 케냐 AA가 구하기 쉬운 커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자바 트레커>를 보다보니 케냐는 제 선호 순위에서 바닥까지 추락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많은 커피를 사 마신다 한들 그 돈은 커피 재배 농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 돈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아는 사람만 압니다. 농민들이 받는 돈은 받아야 하는 돈의 아주 일부일뿐이군요. 그리고 그런 상황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 책이 나온 시점에서는 말입니다.
반대로 페루의 커피는 한 번 맛보고 싶은 커피로 단번에 뛰어 올랐습니다. 물론 나리타 미나코의 <내추럴> 때문에 페루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래서 아름다운 가게에서 나온 페루 커피를 마셔보고 싶었지만 배전 취향의 문제로 손을 대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커피에서 기왕이면 배전 조절도 가능하게 했다면 더 좋았을텐데요. 전광수 커피집에 가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하여간 페루는 협동조합의 지도 아래 양질의 커피를 생산하며 계속적으로 자신들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멋지죠. 그래서 더 마셔보고 싶었습니다.

Peet's의 예도 있어서 딘스빈스(링크)에 들어갔더니 해외배송이 됩니다.OTL 배송비가 어마어마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커피가 상대적으로 싼 편(1파운드에 7.25달러)이라 도전해볼까 합니다. 지금 찾아보니 페루 원두는 강배전으로는 나와 있는게 없군요. 아쉽지만 뭐... (근데 장바구니에 담아 결재 직전까지 해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큽니다;)



<대답은 필요없어>는 화차의 원형이 들어 있는 단편집이라길래 일부러 피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그처럼 뚝 잘려서 끝나면 속이 허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한데 역자 후기를 보니 대체적으로 밝게 끝난다고 하길래 용기(?)를 가지고 붙잡아 읽었습니다. 과연,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초기 단편들이라 지금 읽고 있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네요. 사회 비판적인 이야기가 많으니 스텝파더스텝이나 쓸쓸한 사냥꾼과는 다릅니다. 분위기 자체만 놓고 보자면 나는 지갑이다와 닮았습니다. 묵혔다 읽어서 더 재미있었던 건지도 모르지요.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2권이 완결권이라 하던데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있었지만 이는 작가가 직접 개입하여 '덮어둡시다'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OTL 이 이야기를 덮어둔 것은 동인 팬들을 위한 여백인걸까요. 아무리봐도 그렇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빌헬름 하우프의 영향이 많이 보입니다. 게다가 어디서 많이 본 신파극도? 이거야 영원한 무협지(...) 소재이기도 합니다. 아니, 이건 무협지 영향보다는 스타워즈가 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1권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지만 2권에서 프리가가 받은 충격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고요.
엔딩 부분이 꽤 마음에 들어 그부분만 몇 번 다시 읽었습니다. 완결을 보고 나니 마음이 누그러진건지 평점은 올라갔습니다. 그래도 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산만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책 두 권과 <셜록 홈즈 미공개 단편선>을 같이 묶어 쓰는 것은 두 책을 읽고 난 뒤의 느낌이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들의 장르는 추리소설이지만 제 기분은 '동인소설'이었으니까요. 하하하.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책은 학생 아리스 시리즈와 작가 아리스 시리즈가 있습니다. 학생 아리스는 시공사에서 두 권이 나왔고 그 외에 나온 다른 책들은 다 작가 아리스입니다. 학생 아리스는 그런 느낌이 덜하지만 작가 아리스는 분위기가 묘합니다. 약간 어벙버리한 추리소설 작가 아리스, 거기에 반 다인이나 엘러리 퀸의 영향을 듬뿍 받은 것이 분명한 히무라는 확실히 좋은 콤비입니다. 다만 필터링을 심하게 하지 않아도 동인소설에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것이 참...;
그런 면을 빼더라도 대체적으로 재미있는 추리소설입니다. 밀도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허술해보이긴 하지만 가볍게 볼만한 이야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이런 재미없는 추리소설도 있냐고 분개하실 수 있습니다.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이야기인겁니다.

<셜록 홈즈 미공개 단편선>은 감상을 여섯 글자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오피셜 동인지. 셜록 홈즈 본편의 이야기와 맥을 아주 잘 살리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셜록 홈즈 원래 이야기 중에서 그냥 언급만 되고 넘어간 여러 사건들을 상상해 전개했는데 실제 셜록 홈즈 단편과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조금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왓슨의 아내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늘어 놓는 불평 때문일겁니다. 절친한 두 사람 사이를 질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제 착각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런 분위기에 방점을 찍은 것은 출판사 북스피어입니다. 아놔. 맨 마지막의 장난을 보고는 설마설마 했는데 보고 나서는 미친듯이 굴러 다녔습니다. 마스터님, 꼭 찾아보세요. 저처럼 배를 잡고 방을 데굴데굴 굴러다닐겁니다. 저는 거실에서 보고 있었기 때문에 더 심하게 굴러다닐 수 있었습니다. 맨 뒤의 암호는 아주 쉽게 풀었는데 그 세 단어가, 이 책을 바라보는 출판사의 입장을 아주 잘 말해줍니다. 그러니 책을 보지 않으시더라도 미미여사 파이팅부터 이어진 북스피어의 장난만이라도 꼭 챙겨서 봐주세요. 그 덕분에 북스피어에 대한 애정도가 100 상승했습니다.



이 외에 읽은 책이 몇 권 더 있는데 그쪽은 내일마저 적도록 하겠습니다.-ㅂ-

나시키 가호, <뒤뜰>, 이선희 옮김, 이레, 2008, 11800원
헬렌 한프, <채링크로스 84번지>, 이민아 옮김, 궁리, 2004, 8000원


그러니까 마음에 드는 책은 나중에 리뷰를 하고 나머지만 몰아서 한 번에 올립니다. 왠지 그렇게 가르고 싶더군요.



라고까지 쓰고 나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서 목록에서 지웠더니 달랑 두 권 남았습니다. 어머나.; 나머지 책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었다는 겁니다. 할 수 없지요. 뒤뜰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서 따로 리뷰를 쓰려고 빼둔 셈이 되었고 채링크로스는 상대적인 만족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만족도가 떨어진 이유는 단 하나, 헬렌 한프가 주문한 도서 목록을 보고 있자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든요.

두리뭉실하게 설명하지 않고 좀더 자세하게 적겠습니다.

<뒤뜰>까지 읽고 났더니 나시키 가호의 책은 더 이상 손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리뷰를 좀더 보고 책을 골라야겠다 싶더군요. 제 입맛에 맞지 않습니다. <집지기가 들려주는~>은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몇 번이고 다시 읽었는데 그 외의 이야기는 한 번 읽고 나면 가능한 빨리 반납을 하고 싶어집니다. <뒤뜰>도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익숙한 전개와 소재, 모티브가 보이고 엔딩도 제가 원하는 타입의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뭔가 껄끄럽게 남는 느낌이네요.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테루미는 쌍둥이 남동생을 잃은 뒤엔 쓸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렸을 적에 종종 놀러갔던 폐가의 정원에 대한 비밀 이야기를 듣고는 기분 꿀꿀한 김에 놀러갔다가 이상한 세계에 떨어집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떠오르는 테마는 비밀의 화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무민(이쪽은 직접적으로 인용됩니다), 거기에 엉뚱하게도 강경옥의 <거울나라의 모험>(제목이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도..)이 떠오릅니다. 매개체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군요. 하여간 미묘하게 입맛에 안 맞아서 한 번 읽고는 그대로 반납했습니다. 아마 다음에 나오는 나시키 가호 책은 무작정 달려들어 읽진 않을겁니다.


<채링크로스 84번지>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안소니 홉킨스 옹이 등장하는 옛날 영화로 말이지요. 사실 이 책을 접한 것은 몇 달 되지 않았습니다. 2004년에 나왔는데 그 동안은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스타벅스에 비치된 책을 보고는 흥미가 생겨서 빌려봐야지 하고는 또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번에 도서관에서 찾아 빌렸습니다. 두 달쯤 전인가에 이 영화가 궁금해서 DVD도 구입했거든요.-ㅁ-
편지글 모음집-서신집이라 중간중간 이야기가 끊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가면 편지의 시간 간격이 더 길어집니다. 하지만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편지가 오가면서 한 헌책애호가와 책을 구해주는 서점 사이의 유대관계는 변함 없어보입니다. 특히 책 앞부분의 연대는 굉장히 부럽습니다. 그런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책방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저는 끈끈한 인간관계에 조금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생각까지만 하고 실천은 하지 못할겁니다.;
책을 다 보았으니 영화도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 대강 짐작이 갑니다. 오래된 영화지만 서점 내부 풍경도 나올 것이고 좋은 책들도 많이 등장할테니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겁니다. 좀더 아껴두었다가 볼렵니다.

몇 주 전에 점심 거리를 사러 아침에 파리바게트에 들렀습니다. 다른 기구들은 잔뜩 가져다 놓았지만 토스터는 아직 챙기지 못해서 식빵은 구매목록에서 계속 제외하고 있었는데, 식빵코너를 보니 문득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헬로키티 식빵이었지요. 달랑 하나 올려져 있었는데 식빵 안에 뭔가 이상한게 보입니다? 집어 들고서 안에 들어 있는 화려한 색깔의 작은 책을 확인하고는 주변을 둘러보니 3월 마지막 주부터 시작했다는 식빵 이벤트 안내가 있습니다. 총 5종의 작은 그림책이 헬로 키티 식빵 안에 들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5종의 그림책 표지가 간략히 나와 있는데 남아 있는 식빵은 한 종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지요. 일단 집어들고 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블로거 근성이라니.....;


앞에서 봤을 때는 보통의 식빵 크기이지만 옆에서 보면 바로 압니다. 크기가 다른 식빵보다 훨씬 작습니다. 모닝토스트보다는 조금 크지만 그래도 작은겁니다. 가격은 1500원.




제목에 쓴 것이 바로 이 그림책 제목입니다. <누가 아기 용을 좋아할까요?>. 꼬마용이 혼자서 어정어정 대다 온갖 박대를 다 당하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물론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으니 해피엔딩입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그림책의 속은 찍지 않았지만 굉장히 귀엽습니다. 다섯 종류의 그림 책 중 두 종이 취향이었는데, 이 <아기용~>은 색이 마음에 들어 집어 들었습니다. 게다가 저 오동통한 아기용이 참 귀엽지 않습니까. 제가 좋아하는 용은 서양의 드래곤이 아니라 동양의 용이지만 저렇게 포동포동하고 아주 섹시한 빨간 피부의 아기용이 바라보고 있으면 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식빵 값을 빼더라도 1500원이면 살만하지요. 크기는 옆에 놓인 포스트잇을 보시면 대강 아실겁니다.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작은 책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의 목적이 '소품용'이라고 몇몇 분들이 지적하신다면 저는 그저 빙그레 웃겠습니다. 그러니 S, T님, 지르세요! +ㅅ+

행사가 조만간 끝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 주에 한 종씩 나오는 줄 알았더니 제가 다니는 파리바게트에는 이번주에도 저 아기용이 있었으니까요. 혹시 요일별로 나오나 싶기도 한데 다른 파리바게트도 찾아가야겠네요. <아기곰의 헌 담요>도 구하게 되면 그 때는 내부 사진도 약간 찍어 올리겠습니다. 후후후~


덧붙임. 식빵맛이 어떤지는 빼먹었군요. 우유식빵이 아니라 옥수수식빵쪽인가봅니다. 저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제목에 올라간 책 순서는 무작위입니다. 점과 선을 넣었다 뺀 것은 할 말이 상대적으로 덜해서였다고 해두지요. 추천할 만한 책으로 올라간 것은 다카페 일기 정도? 나머지 두 권은 제가 특별히 추천하지 않아도 다들 찾아서 보실테니 말입니다.(아마도..)


마쓰모토 세이초, <점과 선>, 강영길 옮김, 동서문화사, 2003, 9800원
쉐리 콘웨이 어필, <엄마가 딸에게 멋진 삶을 위한 지혜와 충고>, 권진욱 옮김, 오늘의책, 2000, 5500원
조선희,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노블마인, 2008, 13800원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녹색은 위험>, 이진 옮김, 시작, 2009, 11000원
모리 유지, <다카페 일기>, 권남희 옮김, 북스코프, 2009, 15000원


<점과 선>은 미미여사가 책임 편집을 맡았다는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선집의 구입 여부를 확정짓기 전에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서 골라 읽어본겁니다. 동서 미스테리 북스로 꽤 여러 권이 나와 있는데 뒷면을 보고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덜 암울할 것 같은 책으로 골랐습니다. 모래그릇이나 다른 한 권(제목을 잊었습니다)은 분위기가 상당히 어두워 보여서 말입니다. 읽고 나서 알았지만 <점과 선>은 장편이 아닌 중편입니다. 두 개의 소설이 실려 있더군요.
북스피어의 블로그에서 미미여사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녀라 불린다는 글을 보고는 어떤 타입같다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생각한 그대로입니다. 사회적 배경을 뒤에 깔고 있는 심각한 이야기들이 주 내용입니다. 딱히 탐정이라 할 만한 사람이 등장하지도 않고 경찰이나 사건 관계자가 진상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입니다.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면 요코야마 히데오도 떠오르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다릅니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작은 사건에 대해 조금씩 범위를 좁혀가며 보는 사건 조사형 소설이라고 하면 마쓰모토 세이초는 사건이 아니라 그 사회적 배경이나 관련 이야기들이 함께 움직입니다. 미미여사의 책 중에서는 <화차>, <이름없는 독>, <누군가> 등이 그런 타입이곘지요. <스텝파더스텝>이나 <쓸쓸한 사냥꾼>은 요코야마 히데오씨의 분위기와 더 닮아 있다고 봅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미미여사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보실겁니다. 범인 찾기는 어렵지 않지만 실마리를 따라 쫓아가는 그 전개가 좋습니다. 단번에 읽어내릴 수 있는 소설입니다.


<멋진 삶을 위한 지혜와 충고>는 같은 출판사인지 아닌지 기억은 안나지만 동일 작가(편집자)가 요리책 버전도 냈기 때문에 서가에서 보고는 흥미가 끌려 집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 훑어 보고 말 책이란 느낌이네요. 삽화도 있고 짧은 이야기(훈수;) 모음집이니 읽는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두 번 볼 책은 아닙니다. 레시피는 꽤 재미있었는데 말이죠.'ㅂ'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는 최근 2권이 나오면서 도서밸리에 감상글이 여럿 올라오기에 궁금해서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 책이 상당히 두껍지만 종이가 요즘 많이 쓰는 약간 도톰하고 가벼운 것이라 들고 다니며 읽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긴 하지만 읽고 나면 입맛이 껄끄럽습니다.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았지만 어디서 너무 많이 보았던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기본 플롯은 하울이며 거기에 츤데레 남자 캐릭터와 출생의 비밀을 가진 둔한 여주인공과 다양한 조연이 섞입니다. 양념으로는 여왕의 기사(김강원), 난쟁이 코, 황새가 된 임금님(둘다 빌헬름 하우프)가 들어갑니다. 작가 서문에 이런 저런 동화의 이야기가 들어간다고 했으니 그냥 저냥 넘어갔지만 참 미묘합니다. 그리고 위의 이야기를 모른다면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여왕의 기사야 제가 집어낸 것이지만 말입니다. 어쩌면 눈의 여왕이 소재였을지도 모르겠네요.
.. 그러고 보니 G가 소녀마법사파르페를 하고 싶다고 선언한 시점이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같은데 원인이 이 책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어디에서 A를 채집해서 B를 만들어 C하는데 사용하는데 왠지 파르페 분위기도 나거든요.
2권도 도서관에 주문했으니 조만간 리뷰가 올라갈 겁니다. 부디 2권은 조금 더 낫기를.


녹색은 위험. 이 책을 왜 도서관에 신청했는지는 잊었습니다. 아마 어떤 추리소설과 연관해서 이 책을 소개해서 그렇지 않았나 싶은데 어제 아침부터 붙잡고 있다가 저녁 때 다 읽었습니다. 엔딩 부분은 애거서 크리스티와 비슷하지만-활동시기도 비슷한가요-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상당히 다릅니다. 이에 대해 이야기를 더 쓰다보면 내용폭로가 될 것 같아 넘어갑니다.
탐정역을 경감이 맡다보니 모스 경감 시리즈와도 닮아 있는데요(사실 모스 경감 시리즈는 딱 한 권만 봤습니다;) 커크릴 경감은 업무 중엔 상당히 무섭습니다. 특히 해결해 나가는 부분에서 굉장히 현실적인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봤더니 은근히 무섭습니다. 이런 경감님께 걸리면 벼랑끝에 내몰린 기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던데요.
집에 가서 다시 읽어보고는 몇 마디 더 덧붙이겠습니다. 그 사이에 아마 올리버 색스 책 한 두 권은 더 읽을테니 리뷰 올릴 때 같이 쓰지요.


다카페 일기는 사진집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사진 에세이. 블로그에 올린 사진들을 모아 출간한 책(저자 직업이 사진작가)이고 사진마다 아주 짧은 설명이 붙어 있으니 사진 에세이라 부르는 것이 맞겠지요. 지금까지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모아 출간한 책을 여럿 보았지만 그 상당수는 글맛이 부족해서 한 번 보고는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았던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상당히 다릅니다. 사진의 느낌이 좋습니다. 사진을 찍고 설명을 단 것이 블로그 운영자인 모리 유지고 피사체는 딸과 아들, 아내, 또 다른 식구입니다. 즉, 가족입니다. 일상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찍어 사진으로 담은 건데 보고 있자면 배시시 웃게 됩니다.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고 보게 되는 책. 게다가 사진에 달린 설명이 촌철살인에 정확히 핵심을 찌르고 있어서 더 재미있습니다. 뒷부분에는 아내가 쓴 짧은 이야기도 있고요. 기분이 울적하다거나, 사진을 찍고 싶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없다고 투덜대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처음엔 카페라길래 정말 카페 이야긴 줄 알고 봤다가 개인 일기라고 해서 일상 생활의 간단한 이야기인가 했더니 인물 사진이 대부분이라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잡고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마음정화용으로 갖다 놓아도 좋을겁니다.
단, 아이들 이름을 바다, 하늘이라고 번역한 것은 상당히 걸렸습니다. 나중에는 익숙해지기도 하고 원래 어떤 이름이었을지 짐작이 가니까(바다=우미, 하늘=소라) 그냥 봤지만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고 싶더군요. 그냥 우미, 소라로 두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요. 애 이름이 유키였다면 눈이라고 했으려나...

 


오늘도 신나게 도서관 서가를 뒤져 책을 찾아오렵니다. 올리버 색스가 지은 책 중 안 읽은 책이 몇 권 있어서 빌려오려고요.

이글루스 도서 밸리를 떠돌다가 살짝 보고 넘어간 이야기라 정확한 기억은 아닌데, 인터파크 쪽에서 아마 2009년 동안 책 100권 읽기를 하나봅니다. 문득 그럼 나는 얼마나 읽었을까란 생각이 들어서 아까 잠깐 세어보았습니다. 書(서책)분류에 있는 글에는 읽은 책들에 대한 목록을 죽 늘어 놓았으니 세어보기만 하면 되는겁니다. 그리하여 2009년 1월에 쓴 글까지를 쫓아가 세었습니다. 물론 12월에 읽고서 1월에 리뷰를 올린 책도 있긴 하겠지만 어차피 오차는 염두에 두고 있었고, 만화책과 잡지는 제외, 거기에 집에서 되새김질한 책들은 따로 글을 쓰지 않았으니까 셈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지난 겨울에 델피니아 정주행했던 기억도 있고, NT 노벨 몇 권도 다시 읽었고, 발췌독한 것도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도서관에서 빌릴 책이 마땅치 않을 때는 집에 있는 책들을 뽑아 읽으니까요. 이것도 상당하다는 이야깁니다.'ㅂ'
하여간 대강 세어보니 55권. ... 응? 오늘은 4월 2일. 1/4분기가 지나간지 이틀째. 이 수치대로라면 올해는 200권 무난하게 돌파..?

실제 그리 되지는 않을겁니다. 내키지 않을 때는 책을 읽지 않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그래도 출퇴근 시간에 보는 책을 생각하면 100권은 무난하게 돌파하지 않을까 합니다.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급되는 책의 양이 중요하니까 장담은 못하지요.


타자기는 조만간 지를 것 같고.(아마도 4월 중 리뷰가 올라올겁니다)

핫플레이트 구입 여부는 고민중이고.

칼리타 1-2용 드립퍼 구입 여부도 고민중입니다. 메리타 1-2인용 필터와 칼리타 3-4인용 필터는 구입 예정.

커피에 다시 불이 붙어서 빈스서울에 다녀올까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참, 책도 구입 시기(여부가 아니라;)를 고민하고 있지요.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선집 구입 예정입니다. 흑; 같이 주문할까 말까하는 책이 있어서 그렇지 빠르면 오늘이라도 지를겁니다. 근데 이거 꽂을 곳이 있나 걱정이네요. 예전처럼 박스 하나 마련해서 거기에 숨겨둘까요.-ㅁ-;;

위의 이유 때문에 내집마련은 언제나 지름목록 맨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먼산)



덧붙임. 쓰다보니 지름목록의 비중이 커졌네요. 그래도 앞부분이 중심이니까 분류는 書로.

박훈규, <박훈규 오버그라운드 여행기>, 한길아트, 2007, 18000원
고솜이, <런치 브레이크 스토리>, 강모림 그림, 돌풍, 2006, 11000원
마이크 게이츠 길, <땡큐! 스타벅스>, 세종서적,2009,  12000원
스티븐 베일리, 테렌스 콘란, <콘란과 베일리의 디자인 & 디자인>, 디자인하우스, 2009, 63000원
제럴드 더럴, <나의 특별한 동물친구들>, 김석희 옮김, 웅진닷컴, 2004, 11000원
다이라 아스코, <오늘의 레시피>, 문학동네, 2008, 9800원
제임스 헤리엇, <수의사 헤리엇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개 이야기>, <수의사 헤리엇의 행복을 전하는 개 이야기>, 김석희 옮김, 웅진닷컴, 2003, 9000원

이게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아래 다시 쓰겠습니다. 한 번에 몰아 쓰려니 힘들군요.

<콘란과 베일리의 디자인 & 디자인>은 사실 여기 쓰면 안됩니다. 책 첫 장을 펼치고는 고이 덮어 그대로 반납했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디자인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가 아주 빽빽하게 있는데, 가격을 보면 아시겠지만 일반 판형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일반 백과사전보다 가로가 조금 더 긴, 정사각에 가까운 모양인데다 두께도 무게도 내용도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나중에 마음이 평안해지면 그 때 읽겠다 싶어서 그냥 두었습니다. 디자인 전공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셔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땡큐! 스타벅스>도 사실 여기에 쓰면 안됩니다. 앞에 1장인가 2장까지 읽다가-스타벅스 취직되는 부분-던졌습니다.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때도 낚였지만 이번에도 처절하게 낚였습니다. 하도 낚이다 못해, 도서관 책을 들고 스타벅스에 가서 공짜 라떼라도 받아 먹으면 기분이 풀릴까 생각했지만 예의가 아니다 싶어 그대로 반납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신청해 보길 잘했지요. 은근히 뜬 책이라 보려는 사람은 많을거라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재미가 없습니다. 딱딱한 문체도 그렇지만 대강의 정보만 알고 보기 시작했다가 뜨악해서 덮은 경우였습니다. 그러니까 광고회사의 잘나가던 아저씨가 구조조정으로 잘리고, 무일푼에서 어쩌다가 스타벅스에 고용되어 일하게 되어 제 2의 인생을 살았다라는 것이 배경지식이었고, 그 아저씨가 기본 재산도 있을텐데 왜 무일푼일까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습니다. 앞부분을 읽고 알았지요. 내용 폭로가 될 수도 있어서 일단 흰색 글씨로 씁니다. 잘린 다음 혼외정사로 막내가 태어납니다-_- 덕분에 이혼당하면서 전 재산을 다 두고 나옵니다. 하.하.하. 그래서 읽기를 멈췄습니다.

고솜이의 런치 브레이크 스토리는 도서관에서 몇 번 보았다가 볼 생각이 들진 않아서 내버려 두었는데 갑자기 확 땡겨서 빌려왔습니다. 그림이 없었다면 매력이 40%는 감소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군요. 음식에 대한 이런 저런 잡다한 이야기인데 잘못하면 여기 있는 이야기가 진짜인줄로 아는 사람이 생길까 걱정됩니다. 그래서인지 책 중간중간에 가상의 이야기다라고 언급했지만 그다지 도움은 안될거라 봅니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읽고 싶을 때 아주 가볍게 볼만한 책입니다. 뒤에 나온 <싱가포르에서 아침을>이 더 낫습니다. 보시려면 이쪽을. 대신 더 낫기 때문에 배고픈 상태에서 본다면 뒷 상황을 책임질 수 없습니다.

다이라 아스코의 책은 간단하게. 이 작가 책은 역시 제 입맛에 안 맞습니다.; 음식을 소재로 해서 다양한 상황에서의 연애담을 담은 단편집인데 입맛에 딱 맞진 않습니다. 지금 기억에 남는 두 가지는 양파와 도마뱀 이야기. 도마뱀은 혐오에 가까운지라 기억하고 있고 양파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라 기억합니다. 아주 뜨악한 단편도 하나 있었으니, 필터링하지 않아도 OK. 아놔. 이런 상황은 만화에서만 봤지 실제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는데 뭡니까.OTL

박훈규의 오버그라운드 여행기는 <콘란~>과 같이 읽어도 재미있을겁니다. 영국디자인여행이라는 부제를 붙여도 될만큼 디자인, 설계, 조각 등 미술적 관점에서 영국의 각지를 돌아다니며 여행한 기록입니다. 나왔을 당시부터 책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는데 휘릭 넘기다가 윌리엄 모리스 관련 글을 봐서 앞 뒤 가리지 않고 덥석 빌렸습니다. 감격! 캠스콧 매너에 가는 방법, 레드하우스에 가는 방법이 간단하게 나마 나와 있습니다. 언젠가 꼭 찾아가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만큼 먼저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가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티이타님이나 첫비행님이 보시면 좋아할 책이라 생각하는데요 공공기관의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들어 있습니다. 보고 있자면 한국의 지자체는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야구 구장 관련된 이야기도 참..(먼산) 영국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디자인에 관심 있고 영국 디자인과 건축, 박물관을 주시하고 있던 분이라면 꼭 챙겨보셔야 합니다.'ㅂ'


나머지 세 권은 몰아서 쓰지요. 검색하면서 알았지만 세 권 보두 역자가 김석희씨입니다. 호오. 그리고 내용도 굉장히 닮아 있고요. <나의 특별한 동물친구들>은 이전에 몇 번 올렸던 생물학자/동물학자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의 정체인데요, 형은 영국의 유명한 작가-하지만 전 몰라요;-이고 형의 권유를 받아 쓰게 된 책이 히트를 쳐서 그걸로 동물보호에 나섰다는 특이한 사람입니다. 전 포유류는 상당히 좋아하지만 절지류나 곤충류는 질색이기 때문에 몇몇 이야기에서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런 걸 두고서라도 읽기 편하고 재미있습니다. 다른 책도 찾아보고 싶어서 검색했는데 번역된 것은 달랑 이 책 한 권이더군요. 흑;
제임스 헤리엇이야 <아름다운 이야기>나 그 다음 책(제목을 잊었습니다;)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개와 관련된 이야기만 모아 놓은 이 책들은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원래 한 권짜리인 책을 두 권으로 나눠 출간한 것이라는데 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필독입니다. 유쾌하고 발랄한 개들의 이야기가 모여 있습니다. 우울할 때 읽으면 기분전환으로 딱 좋은 책이고요. 에피소드 별로 끊어져 있기 때문에 나눠 읽기도 좋습니다.
그러니 이 세 권은 추천.-ㅁ- 아마도 첫비행님은 읽는 도중에 낚이셨을 것 같으니..?


자아. 길지만 한 번에 다 나갑니다. 이번엔 추리소설 모음입니다.

클레오 코일, <커피하우스 살인사건>, <카푸치노 살인사건>, 김지숙 옮김, 해문출판사, 2007-2008, 9800원-1만원
아서 코난 도일 외,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정영목 옮김, 도솔, 2002, 17000원
노무라 미즈키, <문학소녀와 통곡의 순례자(시리즈 5)>, 최고은 옮김, 학산문화사, 2009, 5900원
미야베 미유키, <흔들리는 바위>,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08, 12000원
아베 요이치 외, <청색의 수수께끼>,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8, 12000원
도바 료 외, <백색의 수수께끼>,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8, 12000원
나가사카 슈헤이, <적색의 수수께끼>,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8, 12000원


커피하우스 살인사건은 아마 이글루스 밸리에서 보고 낚여서 빌려 봤을겁니다. 커피하우스가 먼저, 카푸치노가 그 다음입니다. 뉴욕 중심가에 있는 굉장히 오래된 커피하우스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 주 내용입니다.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던 것은 살인사건도 그렇지만 커피 이야기도 많고, 소설 밑바탕이 재미있게 볼만한 로맨스 타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살인사건 해결은 둘째치고 일단 연애담을 보는 느낌이 강합니다. 다른 것보다 주인공의 일터와 집은 정말로 부럽더라고요.
하지만 추천도는 낮습니다. 다른 부분은 괜찮은데 커피용어만 등장하면 엉뚱한 단어가 튀어나와 집중이 안됩니다. 마끼아또를 뭐라 썼는지 잊었지만 영어 발음식으로 읽었더랍니다. 스팀우유도 그냥 스팀우유라고 하면 되는데 김낸우유라고 썼던가요? 하도 낯선 용어라 머릿속에서 지웠습니다. 아마 티이타님 취향에는 잘 맞을겁니다.'ㅂ'

흔들리는 바위야 미미여사 책이니 두말할 나위 없고, 앞 시리즈인 <괴이>나 <혼조 후카가와~>와는 달리 단편집이 아닙니다. 한 권이 통째로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앞 책보다는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한 것은 독특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주인공이란 것도 그렇지만 괴이의 확장판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이런 거라면 트릭 자체가 안 먹히잖아라는 겁니다. 샤바케에서는 이계 이야기가 섞이지만 기본적으로 사건은 사람들에 의한 것이지만 여긴 평범한 이야기 같았는데 흔들리는 바위는 그 반대입니다. 평범한 이야기 같았는데 엉뚱하게 흘러간다 싶었고요.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시 미미여사.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테리 걸작선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마음에 드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특히 한국에는 소개되지 않은 단편들이 많았고-엘러리 퀸이랄지, 도로시 세이어즈랄지-대체적인 흐름이 요즘의 뒷맛 씁쓸한 이야기와는 달라서 더 좋았습니다. 추리소설은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선호하거든요. 이야기가 다 풀리고 깨끗하게 정리되는 해피엔딩이 좋다는 겁니다. 뭐, 다른 소설도 행복한 결말인 쪽이 훨씬 좋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했고 그래서 구입 여부에 대해 조금 고민중입니다. 꽂을 곳이 없다는 것이 책 구입할 때의 최대 난제라.;

<*색의 수수께끼> 시리즈는 집에 세 권만 있어서 들고 보게 되었습니다. 앞에도 썼지만 모종의 사건 때 G가 집에 들고온 책 중 셋입니다. 흑색의 수수께끼는 없고 적색, 백색, 청색의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보고 있자니 <BLUE>, <RED>, <WHITE>가 떠올라서 말이죠. 으하하~ (여기에 덧붙여 떠오른 어느 망상에 대해서는 함구;)
이 책은 교보문고 소개에도 나와 있지만 에도가와 란포 수상작가들의 단편 모음집입니다. 이렇게 늦게 보게 된 것은 책이 워낙 두꺼운데다 이런 류의 단편집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잘못하면 취향에 맞지 않는 소설을 봐서 입맛을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왠걸.; 시리즈가 거의 다 제 취향이었습니다. 위의 세 권은 단편이 5편씩 실려 있는데-단편이라기 보다는 중편에 가까울 정도로 내용이 많습니다-60% 이상의 확률로 괜찮았습니다. 묘하지만 처음의 세 편 정도는 괜찮아서 기분이 고조되면 뒤의 두 편은 또 제 입맛에 살짝 맞지 않아서 이맛살을 찌푸리게 되더군요. 그래도 평균점은 80점 이상입니다.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께는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문학소녀로군요. 앞으로 3권이 남아 있고 그 중 한 권은 3월에 출간된 모양입니다. 외전이라고 하는데 이 책부터라도 먼저 사볼까 하고 있고요.'ㅅ' 엔딩을 봐야 마음놓고 살텐데 말입니다.
일단 1-4권까지 나왔던 복선 하나는 해결되었습니다. 깔끔하게 해결되었는데 문제는 5권인 이번 이야기의 맨 마지막에서 던져진 소재입니다.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다 궁금하게 여겼을텐데 6권은 넘어가고 7-8권에서 해결될 모양입니다. 원서를 먼저 보신 분들은 엔딩이 깔끔하다 평하고 있으니 언해피는 아닐 것 같고, 제게는 과연 주인공이 누구랑 커플이 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합니다.(먼산) 밀고 있는 커플이 있는데 5권에서도 상당수 복선을 깔았습니다. 거참. 이 녀석도 여자는 많은데-그러고 보니 5권에도 그 이야기가;;-그게 묘하게 거슬리지 않는단 말입니다? 7-8권이 가능한 빨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4권 이후, 5-6권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을 생각하면 조금 더 기다려야겠네요.

정동주, <한국 다완의 문양 그 향기로운 상징세계>, 상상의숲, 2008, 22000원
박재은, <밥시: 글도 맛있는 요리사 박재은의 행복 조리법>, 지안, 2008, 11000원
아카가와 지로, <세자매 탐정단: 유치하고 무서운 연애 살인사건>, 이선희 옮김, 이레, 2005, 8천원
안도 미키에, <해질녘의 매그놀리아>, 현정수 옮김, 문학동네, 2008, 8500원
클레오 코일, <커피하우스 살인사건>, 김지숙 옮김, 해문, 9800원
츠지무라 미즈키, <얼음고래>, 이윤정 옮김, 손안의책, 2008, 12800원
나시키 가호, <늪지가 있는 숲을 지나>, 김현정 옮김, 손안의책, 2008, 12800원



이 책들 말고도 더 있을텐데 도서관 홈페이지 접속이 안되는군요. -ㅁ-; 빌린 책 목록을 봐야 나머지는 기억날 듯합니다.


주말에는 굴러다니느라 글이 없기도 했지만, 간만에 저녁 때 굴러다니며 책을 붙들고 있었던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터넷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글에 시달렸더니 글쓰기가 싫더라고요? 요즘은 일기도 잘 안씁니다. 잠시 손이 쉬는 거죠.

<얼음고래>와 <늪지가 있는 숲을 지나>는 앞서 짧게 감상을 썼으니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얼음고래>의 최종 감상은 겐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시지 않겠지만 다 읽고 나면 과연이라고 생각할겁니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책은 손안의책에서 나온 것으로 다 읽었는데-그 외엔 없습니다;-읽고 난 다음의 독서 행보는 거의 비슷합니다. 끝부분만 다시 살펴보지 앞부분은 볼 생각을 전혀 못합니다. 묘하죠. <얼음고래>도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한 번 다 읽고 나서는 뒷부분만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끝부분이 마음에 드는 작가라고 해야겠지요? 엔딩이 마음에 든 것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 소재가 취향이라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울 생각입니다. 그리고 집안에서 모종의 움직임도 있고 해서요.
<늪지~>는 끝까지 한 번 다 읽었지만 두 번 손대지는 않을겁니다. 재미는 있었는데 저와는 잘 안 맞습니다. 나시키 가호의 책도 <집지기~>로 맨 처음 만나고 나서 <서쪽 마녀~>로 작가 이름을 인식하고는 출판된 것은 찾아 읽고 있는데요 <집지기~>는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하고 나서도 몇 번이고 다시 넘겨 보았지만 <서쪽 마녀~>는 아닙니다. <엔젤>은 도서관에서 빌려 왔다가 G의 평이 안 좋아서 그대로 반납했고, <늪지~>도 한 번 보고 나자 다시 손댈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내용 구성은 <집지기~>와 닮아 있지만 구성만 닮았고 결말부가 취향이 아닙니다. 읽어보시면 아마 이해하실 수 있을겁니다.'ㅂ';
둘다 일본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하지만 가벼운 일본 소설과는 거리가 있으니 그 점은 감안하시고, <얼음고래>는 청소년 소설의 느낌도 나니 감안하고 읽으세요.

<해질녘의 매그놀리아>는 그야말로 청소년 소설입니다. 그래서 제 입맛에는 그닥 맞지 않았습니다. ... 끝.
이렇게만 넘어가면 또 안 보실 분들이 있겠지요.; 볼만 했지만 취향은 아닙니다. 입맛에 맞지 않았다는 것은 그거고요. 10대 초반의 어린이들 특유의 파워게임이 그대로 녹아난 소설이라 읽으면서 불편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도 맨 마지막 이야기만은 마음에 들었지요. 그 분위기 때문에 그럴겁니다.

<세자매 탐정단>은 옛날 일본 추리소설 그대로의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취향에 맞지 않았고...; 또 유치하다는 느낌일까요. 최근 얼룩고양이 홈즈의 책도 빌려다 보고 있는데 아카가와 지로의 추리소설은 저랑은 잘 안 맞습니다. 주인공들이 흐느적거리는 면이 그렇군요.-ㅁ-;

<한국 다완의 문양 그 향기로운 상징세계>는 문양 때문에 빌렸는데 엉뚱하게 찻잔에 불타오르게 만든 무서운 책입니다. 하지만 글의 방향성이 또 맞지 않았습니다. 방향성이라고 하니 거창한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랬다는 겁니다. 다완의 문양을 정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찻그릇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 동다완이란 용어도 새로 만들고 했거든요. 그러다보니 그런 주장에는 알레르기가 나는 제겐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사진만큼은 멋지니 다기 사진으로 눈호강하는 겸해서 넘겨보시면 좋습니다. 사서 보기에는 가격이 상당히 걸리지만 책의 전체적인 편집이나 디자인 등이 그럴만한 가격이다 싶네요. .. 그래도 몇 년전에는 이 정도 책이면 15000원 선이었을텐데 물가 상승을 체감하는 순간입니다.

<밥시>는 G의 지적을 듣고서야 알았습니다. 책 지은이가 자기 동생이 싱어송라이터라고 하던데 이름이 굉장히 낯선겁니다. 글 분위기를 봐서는 굉장히 유명한 것 같은데 이름이 낯설어서 이상하다, 언더 계통인가 했더니 G가 처음 몇 장 읽고는 바로 그럽니다. "싸이 누나네?" lllOTL 그랬구나.; 싸이 본명이 이랬구나 싶더군요.
글 분량을 봐서는 신문 등에 연재하던 칼럼을 묶은 것 같은데 그래서 맛있겠다 싶으면 글이 뚝 잘리는 느낌입니다. 비슷한 책인 <행복한 밥상>에서는 꽤 걸죽한 입담을 풀어 놓았는데 거기에 비한다면 이 책은 글맛이 약합니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드는걸요. 종류가 다르고 대상이 다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먹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걸리는 부분은 하나 더 있습니다. 음... 지나친 여성성의 강조? 그러니까 글쓴이 본인이 저랑 파장이 잘 안 맞는겁니다.-ㅁ-; 읽다보시면 자연스레 호불호가 갈릴 책이 아닐까 합니다.

<커피하우스 살인사건>은 책 검색을 하다 찾은 것 같지요, 아마. 배경이 뉴욕의 커피전문점이다보니 커피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커피 레시피도 나오고 커피와 관련된 이야기도 많고요. 그래서 상당히 취향이었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번역이 문제입니다. 읽다가 몇몇 부분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책을 부여잡고 있었거든요. 스팀우유라고 하면 (저는;) 잘 알아들을텐데 묘한 단어로 썼습니다. 그리고 대박은 카페 모치아토. 으허허. 마끼아또를 철자 그대로 읽은 모양입니다.;ㅁ;
그런 커피 용어들의 몇몇 번역 오류를 뺀다면 꽤 재미있는 책입니다. 두 번째 책인 <카푸치노 살인사건>도 꽤 재미있겠다 싶은걸요. 그쪽 내용 소개를 조금 읽었기 때문에 내용 폭로가 될 수도 있는 몇몇 이야기는 뺍니다. 대신 읽고 있다보면 부드러운 우유거품을 올린 에스프레소 바리에이션이 땡긴다는 것-카푸치노든 마끼아또든 카페라떼든-만 이야기하지요. 그래도 전 그냥 넘어갔지만..
맨 뒤에 나오는 호두 치즈케이크는 나중에라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네요. 들어가는 설탕과 버터의 양이 무지막지하다는 것만 빼면 먹음직해보입니다.


어제부터 손에 잡고 있는 책은 상당히 두꺼워서 시간이 걸릴거라 생각했는데 몇몇 단편은 읽어본 적이 있던 거라 쉽게 넘어가는군요. <매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이것도 열심히 읽고 리뷰 올리겠습니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얼음 고래>를 방금 막 다 읽었습니다.



훗.



후후후후후후훗.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훗.



묘하다니까요. 점심시간에 틈이 날 때 잠깐 읽겠다고 들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손에서 끝났습니다. 그 동안의 업무는 날아갔...던 것은 아니고 그래도 해야하는 업무는 챙겨서 하긴 했군요. 완전히 넋이 나간 것은 아니라는 반증입니다. 어쩌다보니 나시키 가호의 <늪지가 있는 숲을 지나>를 바로 이 앞에 읽었는데 말이죠. 두 책 모두 손안의책입니다. 나시키 가호는 <집지기가 들려주는~>이 첫 책이었고, <늪지~>는 그 다음입니다. 환상문학 계통의 일본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할만한데 뒤로 갈 수록 이야기가 묘해집니다. 처음 시작부분은 백귀야행과 비슷한 느낌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던 것이 이야기가 점차 산으로 가는 듯한 느낌에 엔딩은 .......(먼산)
<얼음 고래는> 엔딩 직전부터 정신이 휙 날아가더니 츠지무라 미즈키의 책 답게 반전을 아주 잘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어허허허. 그리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어요. 물론 복선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런 복선인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뒤통수에 도끼를 맞은 느낌을 진하게 받고는 헛웃음만 들이키고 있는 겁니다. <밤과 노는 아이들>이나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는 피가 난무하지만 이쪽은 상당히 얌전합니다. 그래도 교보문고의 책 내용 소개는 절대 믿지 마세요. 그런 얌전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가능하면 내용 폭로를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이렇게 얼버무리고는 있지만.... 그리고 글이 마구 중구난방이 되고 있지만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구입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고요. <늪지~>는 구입 목록에서 빠져 있지만 <얼음 고래>는 구입 예정이랍니다. 특히 소재가 제 취향과도 맞아 떨어져서요.

집에 잠자고 있는 ***를 깨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슬 포근해져가니 다시 나가서 잡아 보렵니다. <얼음 고래> 덕분에 의욕이 솟구치는군요.


(주말 일정을 생각하면 또 의욕이 확 꺾이지만...;)

사은님의 이글루에서 트랙백합니다. '물건'으로써의 책에 관한 문답 - Q편

보고 있자니 왠지 손이 근질근질해서 저도 한 번 해보았습니다.+ㅁ+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책이라는 물건/사물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은 무엇입니까?

2. 새로운 (혹은 헌) 책을 구입했을 때 치르는 의식이나 절차가 있습니까?
(어떤 작가들은 책을 깨물거나 책의 향을 맡아보기도 합니다.)

3.
갈수록 전자화되는 사회에서 책이 반드시 물건으로 존재해야 할까요?
만약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그리 생각하십니까?

4.
최근의 책들 중 당신에게 잘 디자인되고 잘 만들어진 책의 표본이라고 생각되는 책은 무엇이 있습니까?

5.
책에 관한 나누고 싶은 기억이 혹시 있으십니까?


쓰다보니 더 재미있던걸요. 제가 작성한 문답은 이렇습니다.


1. 책이라는 물건/사물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은 무엇입니까?
내용. 즉, 그 형태가 담고 있는 것. 가끔은 일러스트도 그 대상입니다. 삽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책도 있지만 NT 노벨 등의 판타지 소설들 중 소장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삽화를 좋아합니다. 특히 상냥용 시리즈는 삽화 때문에 구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니 6권 구입은 하지 않았고...
그리고 종이, 느낌, 안정감도 좋아합니다. 책의 형태인 종이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아트지보다는 재생지 느낌의 가벼운 종이를 더 좋아합니다. 이건 들고 다니면서 읽는 책의 경우 더 그렇죠. 하지만 화집을 그런 종이로 만든다면 아마 구입 대상에서 제외되겠지요. 역시 목적에 맞는 종이여야 좋아하는 것이고. 책이 주는 안정감-느낌도 좋아하는 부문입니다. 책상 위에 도서관에서 갓 빌려온 책들이 쌓여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지고 뿌듯하고 배가 부릅니다. 그러니 책의 집합체도 당연히 좋아합니다. 과제용 책이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질리겠지만 그것이 아니라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책만 모아 놓았다면 흐뭇한 기분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고,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서가에 꽂힌 책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아, 물론 공포소설이 가득 꽂혀 있는 책장이라면 기피 대상이지만; 도서관이나 서점에 꽂힌 책의 무리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특히 도서관의 책은 빌릴 수 있으니까요. 서점의 책은 구입해야하지만.;


2. 새로운 (혹은 헌) 책을 구입했을 때 치르는 의식이나 절차가 있습니까?
(어떤 작가들은 책을 깨물거나 책의 향을 맡아보기도 합니다.)
책을 펼쳐 앞의 3-4페이지를 넘긴 다음 실제본인지 아닌지 확인합니다. -ㅁ-;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긴 습관인데 좋아하는 책일수록 가능한 빨리 살펴봅니다. 좋아하지 않는 책은 살펴볼 가능성이 낮습니다.


3. 갈수록 전자화되는 사회에서 책이 반드시 물건으로 존재해야 할까요? 만약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그리 생각하십니까?
전자화되는 사회의 퍼센트가 얼마나 될거라 생각합니까? 대학을 나오고 컴퓨터를 사용하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당신은 전세계 1% 안에 드는 상위 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99%는 '물건으로 존재하지 않는 책'을 접할 기회가 없겠지요? 전 세계가 전자화될 날은 오지 않을 것이므로-그 전에 지구가 멸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이 질문은 제게 의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전 전자책은 질색이거든요.-ㅅ-; 모니터상으로도 소설은 잘 보지만 책은 종이를 붙잡고 넘겨야 제 맛입니다.

      
4. 최근의 책들 중 당신에게 잘 디자인되고 잘 만들어진 책의 표본이라고 생각되는 책은 무엇이 있습니까?
구텐베르크의 성경.(웃음) 그 다음은 윌리엄 모리스가 만든 예술 장정 책.(으하하;)
손에 들고 보기 좋은 책의 의미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같은 작은 판형의 책을 좋아합니다. 조앤 해리스의 <초콜릿>도 좋지만 책이 조금 빽빽한 감이 있습니다. 그만큼 내용이 많아서 좋아하긴 합니다. 비슷한 느낌은 손안의책에서 나온 교고쿠도 시리즈도 그렇습니다. 빽빽하니 내용이 많아서 읽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좋습니다. 얇거나 내용이 적은 책은 출근하면서 책을 다 읽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책을 두 권 이상 들고 타야하는 문제가 있거든요. 그리고 마틴 가드너의 주석달린 <앨리스>는 책 판형에 비해 가볍고 디자인도 은근히 취향이라 좋아합니다. 하지만 보관의 문제로 인해 구입은 하지 못했습니다. 윤현승의 <라크리모사>는 끝부분의 편집이 재미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겉보기만 예쁜 책이라 생각하는 것은 한길아트의 책입니다. 아트지를 이용해서 책이 무거운 편이며 오래 보관하면 종이가 누렇습니다. <동과 서의 차 이야기>가 그랬고요. 판형이나 그런 것은 처음 보았을 때는 예쁘다 생각했지만 소장하면 할 수록 마음에 안드는 점이 눈에 들어오는 독특한 책입니다. 특히 책을 뜯어 보았더니 속 제본에 상당한 문제가... 제책면에서 가장 아쉬운 책이 한길사 책인데 특히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 그렇습니다. 다시 제본을 하고 싶어도 실제본인 책이 한 권도 없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제일 피하고 싶은 출판사 책이 거기...;


5. 책에 관한 나누고 싶은 기억이 혹시 있으십니까?
청계천 헌책방.
최근에는 거의 가보지 않았지만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사다주신 전집은 다 청계천에서 나온 책이었습니다. 40-50권씩 되는 전집이 집에 들어와서 책장에 꽂혔을때의 느낌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볼 책이 많다는 것에 대한 기쁨, 그리고 어떤 책일지에 대한 두근거림, 몇 번이고 돌려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며 행복에 젖었던-이보다 더 적당한 표현이 없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지금은 책을 사더라도 그런 기쁨은 맛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뭐,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잔뜩 빌려 왔을 때의 느낌이 비슷하긴 하겠지요. 아, 처음 가보는 도서관 서가의 느낌도 굉장히 좋습니다. 대학교에 막 입학해서 처음으로 도서관에 들어갔을 때, 생전 처음으로 들어가보는 거대한 도서관과 그 서가에 홀딱 반했습니다. 붕 떠 있는 느낌으로 도서관 서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한참을 기쁘게 거닐었지요.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건 어느 도서관이든, 제가 책을 잔뜩 빌릴 수 있는 커다란 도서관에 들어간다면 다 같은 기분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에 대한 기억보다는 도서관에 대한 기억과도 같지만, 그렇게 도서관에서 보고 싶은 책을 잔뜩 빌려와 책상 위에 쌓아 놓았을 때의 흐뭇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작가와 책에 관한 기억이라면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처음 신문에서 광고를 보았을 때, 서둘러 서점에 달려가 몇 권 남지 않은 책을 구입해 손에 들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보면 일본 만화 같고 번역도 이상한 소설이지만 그 당시에는 굉장히 공감하며 몰입해 읽었습니다. 지금도 <키친>은 우울할 때 가장 먼저 찾아보는 책입니다. 처음 읽었을 때의 공감은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군요.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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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다시 한 번 고백하자면, 전 서치(書癡)-책에 미쳤사와요.-ㅁ-; 물론 국어사전에서의 서치 의미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북매니아가 아니라 책 읽기에 미쳐 일상생활의 영위가 제대로 안되는 사람이지만, 단어 그대로의 의미로 책에 미쳐있으니까요.

코드기어스 화집에 대한 리뷰를 주말에 올리겠다고 하고는 홀랑 날려 버린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하하.
그래도 포스팅 거리를 잔뜩 찾아 쟁여두었으니 오늘의 일용한 글거리는 충분합니다. 단, 시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하하하.


오늘은 모기관에서 날아온 서류 때문에 좌충우돌 하면서 많이 헤맸습니다. 그래도 일단 한 단계 고비는 넘겼고, 지금부터 해야하는 것은 또 책과의 싸움입니다. 주문상의 실수라기 보다는 예측을 잘못했다고 해야하나, 그런 상황이 도래하여 점심 때부터 발목을 잡더군요. 이리저리 뛰어 다녀서 어느 정도 해결은 했습니다. 금요일이 되어야 100% 해결인지 어떤지 확인할 수 있겠지요.

푸념은 이정도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KB 포인트리를 작년 말에 열심히 쌓았더니 그게 책을 지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되더랍니다. 그렇지 않아도 코드기어스 화집을 주문해야했는데 잘되었다 싶어 홀랑 교보에서 주문했습니다. 작년 12월에 일본여행 가면서 구해오려 했지만 화집을 발견하지 못해서 나중에 다시 사든지 교보에서 주문하든지 해야겠다고 했는데 마침 시간과 포인트가 딱 좋았던 겁니다. 그리하여 2월 초에 주문, 2월 말에 책을 받았습니다. 아니, 1월 말에 주문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얼마나 걸렸는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진 않지만 4주가 안 걸렸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표지야 웹에서도 종종 보았던 그 모습. X를 연상시키는 후마를르슈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띠지를 벗기면?



아래는 샤오랑스자쿠가 있습니다.
배치가 절묘하죠. 의도한 연출이랍니다. 책 뒷부분에 실린 각 컬러 삽화에 대한 설명에, 표지를 그릴 때 띠지로 책 아랫부분이 가려지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렸다고 합니다. 윗부분만 봐서는 카리스마 소년이 온갖 폼을 잡고 있는데 띠지를 벗기면 약에 취한 거냐고 묻고 싶은 소년이 등장합니다.-_-a


개인적으로 코드기어스의 내용은 정말로 싫어합니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 자체는 재미있게 보고 있지요. 가장 절친한 친구에서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갈 수 없는 원수가 되었다가 동상이몽, 적의 적은 내편을 거쳐 오월동주에다 마지막은 이중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니 말입니다. 애증의 관계라고 할까요. 애증이라는 단어가 이리도 잘 어울리는 애들도 없을 겁니다.
다른 일러스트들은 한 번씩 다 보았던 것인데 가장 마음에 드는 일러스트 두 장이 딱 화집을 위한 미공개 일러스트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산 보람이 있었지요. 클램프 화집은 최근의 츠바사와 홀릭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모았다고 기억하는데 이것도 구입하기를 잘했습니다. 뇌내망상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멋진 일러스트였지요. 훗훗훗~

생협 모임 때는 꼭 들고 가겠습니다.^ㅁ^

다이라 아스코, <오늘의 레시피>, 문학동네, 박미옥 역, 2008, 9800원
기타무라 가오루, <이야기꾼 여자들>, 북하우스, 정유리 역, 2006, 9800원
일본무라카미월드연구회 엮음, <무라카미 하루키 옐로 사전>, 새물결사, 김선영 역, 2000, 8800원
시바타 요시키, <참을 수 없는 월요일>, 바우하우스, 박수현, 2008, 9800원
가토 미아키, <클럽 인디고: 제1회 호스트 선수권 대회>,  갤리온, 김소영 역, 10000원


요즘 책 리뷰를 쓰면서는 일본소설과 추리소설 태그는 빠지지 않고 들어갑니다. 그만큼 책의 편식이 심하다는 이야기겠네요. 사회과학 등의 책은 거의 손도 안대고 있는데 이제 슬슬 도서관에 신청 들어가야겠습니다. 신간 검색 열심히 해서 읽고 싶은 책을 찾아봐야지요.


이야기꾼 여자들은 그 전주에 빌려 보았던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을 읽고 났더니 갑자기 예전에 읽었던 책이 기억나서 빌려온 겁니다. 새로 읽은 책이 아니라 되새김질이지요. 그러니까 부잣집의 약간 방탕한 아들래미가 한 명 있어서 집안 사업은 동생에게 맡기고 자기는 그저 크게 사고치지 않고 놀기만 하면 되었단 말입니다. 책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가지가지 이야기들을 모아 보았는데 시력이 떨어지면서 책을 읽는 것이 여의치 않자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들을 찾습니다. 자기가 가진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면 그에 대해 사례하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나온 짧은 이야기들의 모음입니다. 분위기는 꽤 독특한데, <코끼리와 귀울음>은 이런 느낌의 확장판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러니까 이런 기이한 이야기의 발목을 잡아 풀어 쓰면 온다 리쿠의 추리소설이 되고, 그냥 놔두면 이런 환상 소설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 기담집>도 비슷한 느낌일겁니다.
들려주는 이야기다보니 길지 않고 짧게 읽을 수 있다는 점, 공포라고는 할 수 없지만 묘하게 잔상이 남습니다. 신비소설이라고 해도 괜찮겠네요.


오늘의 레시피는 제목과 표지그림에 낚였습니다. 그럭저럭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취향에 합치하진 않습니다. 표지가 강모림씨라 맛있게 보인데다 제목도 그래서 재미있겠다 생각했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뒷맛이 쓴 연애소설입니다. 일본소설 다운 연애소설이다라는 것이 제가 받은 감상입니다. 그래도 읽고 있다보면 음식을 만들고 싶어진다는 것이 장점일까요. 아니, 음식조절 중이라면 단점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옐로사전은 새로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을 찾다가 발견해서 빌려 왔습니다. 
전화번호부를 영어로 옐로페이지라고 하는데, 그 비슷하게 어느 학문에 대한 다양한 관련 링크들을 모아둔 홈페이지를 또 옐로페이지라고 합니다. 지금이야 하도 링크가 방대하게 늘어서 그런 것을 제대로 모은다는 것이 쉽진 않겠지요. 관련 대학이나 학과, 연구소, 사전 등의 정보를 모으는 것만으로도 상당할 겁니다. 예를 들어 한문학과의 옐로 페이지에는 한국학 중앙연구소 등의 전문 연구소와 여러 대학의 한문학과 홈페이지, 교수 홈페이지, 자전, 옥편, 한문학사전 등의 홈페이지가 모여 있을 겁니다.(아마도.; 이리 말하는 것은 한문학과에 대한 옐로페이지가 실제 존재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 관련 전공도 예전에는 옐로페이지가 있었으나 지금도 있는지는 모릅니다. 졸업 후에는 찾아볼 일이 많지 않아서..) 그러니 무라카미 하루키 옐로 사전이라고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가 모여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요. 수필은 좋아하기 때문에 번역된 것은 거의 다 찾아 읽었지만 소설은 최근에 나온 몇 권만 읽고 거의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해변의 카프카, 도쿄 기담집 정도만 읽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러다보니 소설에 대한 정보도 궁금해서 한 번 빌려 보았습니다.
교보문고에서 검색했더니  현재는 품절이라는데 차라리 개정판을 내는 것이 낫겠다 싶습니다. 번역이 아주 엉망입니다. 이 책이 나온 2000년이면 그 때까지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은 거의가 다 출판되었을텐데 그런 인용부분도 그렇고, 주인공에 대한 호칭을 비롯해 글 전체가 다 번역체입니다. 읽다보면 내가 읽고 있는 것이 일본어 원서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간만에 '내가 해석해도 이것보단 낫겠다' 싶은 책을 만났습니다. 그야말로 직역체. 이에 비하면 델피 외전은 번역을 수준급으로 해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허허. 일본어 번역체의 모든 문제점을 그대로 다 안고 있는 책입니다. 차라리 원서로 보세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요약하기 난감한 것은 알고 있지만 종잡을 수 없는 줄거리를 읽고 있자면 책 읽을 생각도 싹 사라집니다;)


클럽 인디고는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훗훗훗. 이번에도 귀여운 호스트들과 사장님들의 좌충우돌 사고기가 이어집니다. 압권은 역시 마담. 아아. 마담은 멋집니다. 그 당당한 포즈, 그 당당한 포스, 그 당당한 엎어치기! 하지만 마담의 애견은 좋아할 수 없습니다.; 제가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무 애지중지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음.............; 뒷권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작년에 읽은 여러 일본 소설 중에서 후속편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도쿄 밴드 왜건>,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입니다. 거기에 <클럽 인디고>도 추가. 아, <나선미궁>도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지요. 언제쯤 나올까요. 엔화가 너무 올라 일본 소설 출간도 쉽지 않겠다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5월 도서전에 맞춰 일본소설 신간들이 한꺼번에 쏟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자금을 충분히 마련해야겠습니다. 허허.


자. 마지막입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가장 재미있는 책을 가장 나중에 올리고 있습니다. 이번주의 대박이라 생각하는 것이 바로 <참을 수 없는 월요일>. 내용만 보면 그렇게 끌리지 않는데 주인공의 취미를 보고는 박장대소를 한턱에 쓸 말이 많았습니다. 주인공은 20대의 OL(오피스 레이디)입니다. 공채가 아니라 낙하산으로 입사를 해왔기 때문에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아니, 자격지심인지 아니면 실제 다른 사원들도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ㅂ-
소설의 구조는 <클럽 인디고>와 비슷합니다. 한 편의 이야기에 사건이 터지고 해결되고 하는 것이 다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클럽 인디고>보다는 일상생활밀착형의 사건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감정 이입이 쉽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이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주인공의 취미 때문입니다. 모형제작. 주택모형이라고 해야하나요. 디오라마에 많이 쓰이는 그런 작은 소품을 제작해서 블로그에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가장 친한 친구는 코미케에 BL 소설을 내는 것이 취미입니다. 친구는 주인공에게 오타쿠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쪽이 더 오타쿠 같단 말입니다. 하하;
처음에는 낙하산으로 들어온 회사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붕 떠있는 것 같던 주인공이 이런 저런 사건을 통해 작은 목표를 세우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부럽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한 이중적인 감정이 교차합니다. 요즘 제 마음이 붕붕 떠서 날아다니고 있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게다가 모형제작은 저도 한 때 손 대볼까 고민하기도 했고요. 정확히는 주인공처럼 일반 모형제작이 아니라 FSS의 미라쥬 나이트였지만... (먼산)

주인공과 친구의 이름을 일부러 적지 않은 것은 독특한 이름 때문입니다. 그 독특한 이름 때문에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외모가 그 상황을 해결하니... 어쨌건 읽는 내내 입가가 풀어져 있었습니다. 시리즈로 더 나왔으면 좋겠지만 끝맺음이 확실해서 뒷 권이 더 나올 것 같지는 않군요.

그러고 보니 그 디오라마. <마신유희>가 살짝 떠올랐습니다. 디오라마라는 단어가 뇌리에 콱 박힌 것은 그 책 때였으니까요.

정보 자체는 확실합니다. 어제 오전에 쿠켄출판사-베스트홈에 전화를 걸었다가 알게 된 겁니다. 정기구독 문의를 하러 전화를 했더니 3월호부터 쿠켄 휴간이라 합니다.;ㅅ; 이전에 GEO 휴간할 때도 그랬고 HOW PC 휴간할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굉장히 아쉽습니다. 좋아하는 잡지고 꾸준히 챙겨보고 있었는데 이리 되다니요.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복간되기를 기원합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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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리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홀랑 잊어서 이제야 올린다니까요.-ㅅ-; 저는 이만 델피니아 다시 읽으러갑니다.



2010. 3. 5 수정 : 2009년 9월부터 복간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서점 앞에서 추석 차례상 차림 관련 쿠켄을 보고도 수정하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ㅁ-;

미야자키 하야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7>, 학산문화사, 2008, 35000원(박스판가격)
아마노 코즈에, <AQUA 1-2>,<ARIA 1-12>, 북박스, ~2008, 각권 4천원
미도리카와 유키, <나츠메 우인장 1-6>, 학산문화사, ~2009, 3800~4200원

<ARIA>나 <나츠메 우인장>이나 둘다 책 별로 나온 시기가 다르다보니 출판연도 표시는 적당히 했습니다. 나츠메 우인장은 각 권 가격도 조금씩 차이가 나지요. 최근에 책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다보니 저리 되었습니다. 한 권에 3천원이던 만화책값이 언제 저렇게 올랐는지 싶군요.

지지난주 주말에는 아마노 코즈에의 책 두 종-14권을 한 번에 몰아 읽었고 이번 주말에는 마스터님께 빌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그리고 주말에 충동구매한 나츠메 우인장을 몰아 읽었습니다. AQUA나 ARIA는 되새김질이지만 다른 두 책은 새로 읽는 책입니다. 뭐, 되새김질한 책에 대해 부연설명하는 것은 재미없고, 저 두 책은 치유계 만화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이야기니까 따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치유계라고 하면 읽고 나서 왠지 (체력이 아닌;) 정신적인 힐링을 받은 느낌으로 온몸이 따스해지면서 마음도 포근해짐을 느낄 수 있는 종류의 책을 말합니다. 사람마다 치유계라고 꼽는 책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잔잔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만화가 치유계로 많이 꼽힙니다. 제 책 중에선 <오늘의 행복 레시피>나 <키친> 같은 음식 이야기 책들이 치유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목록은 <카페 알파(원제를 직역하면 요코하마 장보기여행;;)>, <파파 톨드 미>, <ARIA(AQUA 포함)> 등이 있습니다. (아마도;) 비슷한 느낌의 책들이지요. 저는 여기에 하츠 아키코씨의 책들도 넣곤 합니다. 역시 취향 문제죠.^^;
보고 있으면 정말 계절 따라 절기 따라 도시락 싸들고 놀러 나가고 싶어집니다. 제겐 여기에 디카 들고 사진찍으러 나가기도 포함되지만요.


나츠메 우인장은 이전에 1-2권 정도만 읽었다가 마음먹고 6권까지 다 구입했습니다. 요괴를 보는 소년이 그 때문에 쫓긴다라는 기본 틀은 다른 이야기에서도 많이 나왔지만 여기서는 퇴치 자체보다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소년과 외로움을 많이 타는 요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보시면 됩니다. 항상 해피엔딩이라 보기 힘든데다 슬슬 요괴보다 더 무서운 인간들이 나타날 상황이라 조마조마한 것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미도리카와 유키 작품 중에서는 가장 길군요. <붉게 피는 소리>는 3권, <진홍빛 의자>도 3권으로 끝났으니 말입니다. 지금 6권이지만 쉽게 끝날 이야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애니메이션 시즌 2도 나온다고 하고요. 애니가 많이 나오면 야옹선생의 캐릭터 상품도 늘어날테니 지갑을 조심해야겠습니다. 후후후후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극장판 이야기가 2권 중반부까지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공포(?)에 떨며 보았는데 다행히 지름신은 강림하지 않으셨습니다. 취향에서 조금 벗어났다고 할까요. 멋진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겐 집에 모셔두고 두고두고 보게될 책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주변 사람들이 볼 기회가 있다면 옆구리를 퍽퍽 찌르면서 '이거 대작이야. 안 보면 절대 후회할거야.'라고 할렵니다. 아니,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대단합니다. 마스터님도 그러셨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지막 작품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TV판이 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그것도 52화짜리, 풀코스로 말입니다. 13화로는 절대 풀어낼 수 없는 긴 이야기입니다. 책의 분위기나 내용을 보아하건데 아마 첫비행님이라면 상당히 취향에 맞으실겁니다.(물끄럼)
극장판 이야기만으로는 다 다루지 못했던 나우시카와 그 주변국의 이야기가 더 자세히 다루어집니다. 특히 조연으로 머물지 않을거라 생각한 크샤나, 그 누님이 아주 멋진 활약을 보여주십니다. 아마 보신 분들 중에는 백합향을 맡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기엔 둘다 무골호인(!)이라 말입니다. 나우시카의 포옹을 받았던 그 누군가도 역시나 나우시카에게 밀려 다른 아가씨에게 간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극의 흐름상 그렇게 될 수 밖에 없기도 했지만 나우시카나 크샤나나 둘다 홀로 서 있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마음, 자신의 위치를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수 없는 존재라고 느꼈습니다. 뒷 이야기가 더 있어도 좋았겠지만 그렇게하면 FSS 못지 않은 대작이 나오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고요. FSS처럼 되어도 좋고, 어차피 원작도 있으니 손자대까지 물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주십사란 망상도 해봅니다. 아니, 꼭 좀 그래주셨으면 합니다.;ㅅ;

보고 났더니 앞으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래는 과연 누가 짊어지게 될까 걱정됩니다. 그 아드님은 참으로 부족한 곳이 많으니 걱정이 태산이네요. 흑; 이제 나우시카 같은 작품은 못보는 겁니까...
이치카와 다쿠지, <그 때는 그에게 안부 전해줘>, 랜덤하우스코리아, 2005, 9800원
기타무라 가오루,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황매, 2004, 8500원
미야모토 테루, <우리가 좋아했던 것>, 작가정신, 2007, 8500원
김지희 외, <nowhere: 어디에도 없는 그곳>, 예담, 2008, 13000원
와카타케 나나미,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시작, 2009, 10000원
쇼지 유키야, <도쿄밴드왜건>, <She loves you(쉬 러브스 유)>, 2007, 2008, 9800원
금난새,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 생각의나무, 2008, 15000원


아하하하. 한꺼번에 밀린 독서 일기를 쓰다보니 책이 이렇게 많군요. 도서관에서 빌린 책과 서평단으로 읽은 책 외에도 되새김질한 책이 몇 권 더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만화책 13권을 읽었지만 그 전 주말에도 만만치 않게 봤지요. <AQUA>와 <ARIA>를 둘다 꺼내 다시 읽었거든요. 만화책을 대규모로 꺼내보는 것은 주말에만 하기 때문에 주중에는 출퇴근시간을 이용한 독서가 계속 이어집니다. 요즘에 반추하고 있는 책은 먼 북소리고요.



가장 재미없게 본 것은 <우리가 좋아했던 것>. 이건 딱 일본 드라마의 전형적인 느낌을 닮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허용되지 않은 이야기에 복잡하게 꼬인 돈 문제, 그리고 엇갈리는 마음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결말은 나름대로 깨끗하게 냈기 때문에 그나마 리뷰를 쓸 생각이 든 겁니다. 운이 좋아서 아파트 입주권-한국으로 치면 국민임대주택쯤-을 따내게 되고 친구 하나가 들어와 살게 되었는데, 또 어쩌다보니 생판 모르던 여자 둘이 아파트에 같이 들어와 살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문제를 보듬어 앉다가 다들 암흑의 구렁텅이로 떨어진다는 이야기고요. 앞으로는 어떻게든 될거야, 그러니 일단 가보자라는 식의 생각이 난무하다보니 머리를 부여잡고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설정을 떼어놓고 보면 20대의 청춘남녀들에게 있을 법한 일들이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볼 지는 판단에 맡겨두지요.


<노웨어>는 앞부분 60% 가량만 읽고는 반납한 책입니다. 도서 대출 연장을 해서 뒷부분을 마저 보아도 좋았겠지만 읽는 도중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이 책은 남들이 잘 찾아가지 않는 곳들을 골라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곳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여행기를 모아놓았습니다. 글쓴이의 상당수가 여행작가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가 본 곳보다는 세계의 끝을 찾아 움직이는 사람들이라고 할까요.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는 짧지만 그런 곳을 찾아가고 싶게 만드는데는 충분합니다. 특히 파란 바다나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산-틀에 박힌 표현이지만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없습니다-을 보고 있자면 통장잔고를 확인하고 항공편을 검색해 여행 계획을 짜고 싶은 충동이 입니다. 60%쯤 나갔을 때부터 그러길래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그 쯤에서 책을 덮고 반납했습니다. 오지 여행을 즐기지 않는 저조차 그런 충동에 빠졌는데, 그런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통장파산선고와 다를바 없을겁니다. 그러니 책을 보실 때는 주의하세요.
하지만 충동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기를요. 마다가스카, 라파누이, 부탄 등. 하여간 nowhere이지만 now here를 말하는 장소들이 가득합니다. 곁들여 보시기엔 Azafran님의 이글루가 참 좋습니다. 후훗.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은 참 묘한 책입니다. 도서관에 기타무라 가오루의 책이 여러 권 꽂혀 있길래 볼까 말까 하다가 가장 얇은 책을 손에 들었는데, 나중에 펼쳐보니 이 책은 또 삽화가 그려진 동화책인겁니다. 그냥 동화책이라고만 말할 수도 없지만 왠지 포근하고 상냥한 느낌 속에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파스텔과 색연필 같은 부드러운 톤의 그림도 내용과 잘 어울리고요. 싱글맘과 딸이 지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흐뭇합니다. 만화책과 비교하자면 이건 딱 치유계. 카페 알파나 아리아보다는 현실에 기반한 치유계 이야기입니다. 책도 얇으니 가볍게 읽기에 좋습니다.
아, 지금 찾아보고는 이 작가가 익숙했던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몇 년 전에 읽었던 이야기꾼 여자들의 작가였군요. 그쪽도 전래동화풍의 차분한 이야기였는데 느낌이 닮았습니다.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은 서평단 도서로 들어왔습니다. 이 책과 위기의 경제가 함께 들어왔는데 읽기 싫어 미적대다가 일부러 더 두꺼운 책먼저 손에 들었습니다.
간접적으로 금난새씨와 관련된 일을 겪은지라-Link 3(L3)정도의 관계도; 그러니까 G가 아는 사람이 이 사람과 블라블라블라~-이미지는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있자면 그런 일이든 뭐든 신경쓰지 않고 재미있게 교향곡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한 때 모 공공도서관 서가를 마구 뒤져 음악, 미술 서적을 섭렵했던지라 어느 정도는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워낙 오래전 일이니 다시 보는 것도 재미있군요. 작곡가와 그의 대표 교향곡을 소개하면서 작곡가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함께 풀어 놓는데 그 글맛이 괜찮습니다. 웃으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지요. 단,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인명표기인데요, 차이코프스키를 차이콥스키, 무소르크스키를 무소륵스키라고 쓴 것은 읽는 내내 눈에 거슬렸습니다. 이런 유명 음악가들은 한국명 표기가 정해져 있을것이니 그쪽에 맞춰 통일시켰다면 더 좋았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이야기에서는 일부러 말을 돌리는 (음...;) 부분도 있더군요.-ㅂ-; 책의 제본이나 지질, 컬러판도 마음에 들어서 가격 대 성능비가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히려 이 가격에 이런 장정의 책을 팔아서 장사가 될까 싶기도 합니다. 도서관에 신청해둘만한 책이군요.
이 책도 단점은 있습니다. 읽고 있으면 책에 등장하는 교향곡을 찾아서 한 번씩 다 들어보고 싶어집니다. 클래식 입문서로도 나름 훌륭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겠지요. 그러니 지갑 단속을 잘하지 않으면 때마침 나온 어느 오케스트라의 전곡 녹음 실황 같은 것을 구입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주의하세요.


<그 때는 그에게 안부 전해줘>는 읽은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아마 3주 전쯤. 구정 전에 읽은 책 같은데 리뷰를 이제야 하고 있군요. 허허허.(아니, 설마 리뷰를 했는데 또 하는걸까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작가가 쓴 또 다른 사랑 이야기입니다. 이쪽도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고요. 주인공이 자신의 어렸을적 이야기를 맞선상대자에게 들려주면서, 현재의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됩니다. 공간적 배경도 마음에 들고-전개도 재미있게 흘러가는데다 로맨틱한 엔딩(-_-)까지 한 편의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엄마친구아들같은 멋진 남자가 주인공인 것도 아니고, 돈 많은 남자가 주인공인 것도 아니고, 평범하게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니 로맨스 소설의 공식과는 동 떨어져 있습니다. 평범하다기엔 어폐가 있지만 그냥 평범한 것으로 해두지요. 사실 그런 가게가 아니라 건담샵이라 해도 어느 정도 이야기는 통할 것 같긴 한데...(응?)
솜사탕 같은 느낌의 알콩달콩한 로맨스 소설이 보고 싶으시다면 추천합니다.


자아.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에 드디어 도달했습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책이 새로 나왔다는 것을 알고는 잽싸게 도서관에 신청을 해서 챙겨보았습니다. 빌린 바로 그날, 읽기 시작해서 한 번에 다 읽어내린 추리소설입니다. 앞에 읽었던 <네 탓이야>와 느낌이 굉장히 닮아 있으니 <네 탓이야>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이 책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겁니다. 화자가 바뀌었던 앞 책처럼 이 책도 두 종류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옵니다. 하나는 '사건 수첩'이고 하나는 '현재 사건'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내용폭로가 될 수 있어서 가능한 입을 다물겠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점입가경이라는 단어에 맞게 점점 심오해집니다. 이 복선이 여기서 펼쳐지고 저 이야기가 저기서 다시 등장하고 하는 식이지요. 특히 사건 수첩과 현재 사건이 한 세트가  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고 읽다보면 헛웃음을 키게 만드는 전개가 기다립니다. 이렇게 말했더니 G가 아주 많이 기대를 했는지 엔딩이 맹하다고 투덜대더군요. 저는 엔딩까지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지막을 덮고 나면 반드시 반추를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요. 그래야 복선들을 하나 하나 되짚어 가며 볼 수 있으니까요. 경찰, 형사계 추리물, 하드보일드 계통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도쿄 밴드 왜건>. 가장 아끼면서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설정 자체는 일일드라마 수준이지만 벌어지는 사건과 수습하는 모습은 일일드라마에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도쿄 어드메에-대강의 추측은 가능합니다-독특한 이름을 가진 헌책방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도쿄 밴드 왜건. 이 책방을 운영하는 할아버지는 3대째 인물이고 그 아래의 계승자도 탄탄합니다. 작은 집에 4대가 모여 살다보니 식구들이 바글바글하여 바람잘날이 없습니다. 계절별로 진행되는 이야기라지만 아마 그 사이사이에도 책 몇 권은 나올 정도로 사건이 많을 겁니다. 형식만 놓고 본다면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과도 닮았지만 거긴 이 책만큼 복작복작하진 않지요. 여러 등장인물이 있는만큼 이야기가 엉뚱하게 흘러가기 쉽지만 묘하게 한 곳으로 모입니다. 아마 아침 저녁은 항상 같이 먹게 되고 생활 기반이 헌책방과 그 옆의 카페다보니 그 안에서 정보가 다 공유되기 때문에 그런가봅니다. 외국인이 등장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하츠 아키코의 <정원의 이방인>도 떠오르네요. 도서관에서 본 지는 한참 되었지만 책 제목에서 연상되는 이미지 때문에 보지 않았다는 것이 아까울따름입니다. <도쿄 밴드 왜건>이 나온 뒤 팬들의 요청이 있어 나온 것이 <쉬 러브스 유>랍니다. 바로 이어 읽으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연결되지요. 지금 원서를 검색해보니 그 다음권도 나온 모양인데 이 책은 언제쯤 번역이 될지 궁금합니다. 하루 빨리 나와줬으면 하는 희망이 있는데 과연 어떨지. 일상 생활의 소소하고 유쾌한 수수께끼가 모여 있으니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챙겨 보세요.>ㅅ<





덧붙임. 만세.;ㅅ; 다 썼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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