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책입니다. -ㅁ-/ 어제 막 끝낸 책 한 권을 포함해 세 권의 이야기지요. 여기에 요즘 반납된 『왕과 정령』을 돌려가며 신나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리뷰할 책들은 보고 나서 감상 쓰기를 미루고 있던 책이라... 셋다 입에 착 달라 붙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나쁘진 않게 보았습니다.'ㅂ'

제목에 적은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는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가 자신의 고양이의 활말한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아 그에 대해 글을 쓴 것은 이 책이 처음은 아닙니다. 집에 있는 책 중에서도 『일곱 마리 고양이가 주는 삼의 지혜』가 있으니까요. 『도서관 고양이 듀이』도 그런 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책은 고양이를 키우면서 비교적 성공한 작가가 되어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에 대한 글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제게는 그리 읽혔고요. 다만 이 사람이 의지한 곳이 상당 부분 호머라는 이름의 고양이였다는데는 동의합니다. 호머 덕분에 도전할 용기를 얻은 건 맞긴 맞아요. 가족도 있었고 애인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호머가 여타 고양이와 다른 것은 맹묘이기 때문입니다. 어미 잃은 길고양이였는데, 눈 부분에 피부병이 심하게 번져 안구 적출 수술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게 이미 태어나서 한 달 되기 전의 일이었다네요. 눈을 제대로 뜨기 전에 눈이 안 보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니, 선천적 장묘라고 해도 틀린 건 아닙니다. 문제는 이 고양이를 주워온 커플들도 거부했고 다른 사람들도 다 거부하여, 이미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작가에게 온 거였지요. 이 때는 작가도 아니었고 그냥 플로리다의 평범한 회사원이었답니다. 그러다가 고양이를 키우고, 앞이 안 보이는데도 신나게 뛰어노는 이 고양이 덕분에 용기를 얻어 뉴옥으로 이사하고, 글을 쓰고, 여러 번의 도전 끝에 작가가 됩니다.
가장 관심 깊게 읽었던 부분은 엉뚱하지만 그라운드 제로의 이야기입니다. 911 테러 당시 뉴욕에 있었다는군요. 눈 앞에서 건물이 폭발하고 무너지는 것을 본 사람입니다. 그 부분과 그 뒤의 이야기가 훨씬 감동깊게 다가왔습니다.

추천 대상은 빙고님이랑 첫비행님. 음, 근데 빙고님께는 안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판타지 소설입니다.(먼산)
솔직히 이런 이야기는 질색하기 때문에 끝까지 읽긴 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산타 아줌마』라는 아이러니. 이거 절판되었으니 중고로 구해야하는데 계속 미루다가 잊었습니다. 흑흑흑.
소설 구조 자체만 보면 독특합니다. 이미 『신참자』에서도 한 번 써먹은 방법인데, 처음에 이야기 하나를 올려 놓고 그 옆에 다른 이야기를 놓고, 놓고, 놓고. 그렇게 하다보면 각 이야기의 어느 부분에서 이야기가 겹치며, 맨 마지막에 하나로 아우릅니다. 『신참자』는 선형 구조로 달리는 듯하더니 그게 점점 덩치를 키워 최종 이야기를 완성한다는 느낌인데, 이 책은 서로 다른 시간대의 서로 다른 사람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가로 세로 겹쳐 놓은 것 같습니다. 『신참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가형사가 등장하지만 여기서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것이 핵심을 이루기 때문에 그걸 중심으로 움직이다보니 분위기가 제법 달라요. 하지만 판타지라는 점은 부정할 이유도 없고. 그래서 취향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느낌과도 닮았네요.
하지만 기본은 감동을 주기 위한 소설이니 그런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도전해보세요. 음, 이 책은 아이쭈님이 좋아하시려나..?

『진기한 야채의 역사』는 사실 야채 때문에 내내 걸렸습니다. 야채보다는 채소를 좋아하기 때문에 야채밭, 야채 등등이 등장할 때마다 심기가 불편해서 앞부분은 힘들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책 자체가 조금 두루뭉실한 이야기라서요. 기왕이면 본격적으로 써주지.
기본은 영국의 정원 이야기입니다. 영국 정원의 역사, 혹은 유럽 채마밭의 역사라고 봐도 아주 틀리진 않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19세기 후반에 비해 현대는 동일 채소의 품종 수가 확 줄었다는 것. 종자 다양성이 줄었어요. 19세기 후반에는 이런 저런 종류의 완두콩이 씨앗 목록에 있었는데 지금은 그 수가 10%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 좀 다양한 품종을 개발해야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요즘은 개인 육종가도 줄어든 것 같아.-ㅁ-; 한국에서도 그냥 씨앗은 주는대로 쓰거나 사다 쓰지요. 옛날 씨앗을 모아 쓰는 곳은 없으려나요.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캐드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아주 짧지만 캐드펠 수사님이 등장하십니다. 우오오오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책에 대한 가치가 급격히 상승했어요! (....)

이건 아마 티이타님 취향에 맞으실겁니다.'ㅂ'


그웬 쿠퍼.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호란 옮김. 달, 2010, 12000원.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12, 14800원.
빌 로스. 『진기한 야채의 역사』, 김소정 옮김. 눈과마음, 2005,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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