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것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추천은 하지만 앞부분 90%의 이야기가 고비라는 점은 꼭 기억해두시길. 다시말해 이 책은 마지막의 10%의 이야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 오히려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옛날 옛적에 『꿈꾸는 책들의 도시』라는 책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발터 뫼르스의 책이지요. 두 권짜리로 하드커버인데 처음 앞부분은 굉장히 읽기 힘들었습니다. 난해하고 지루하고. 괴물들이 산다는 지하세계에 주인공이 떨어져서 헤매고 돌아다니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뒤에 밝혀지지요. 그 책의 감상을 적으면서, 앞부분 ⅔와 뒷부분 ⅓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 같다고 했습니다. 이 책은 90%와 10%입니다. 『손가락 없는 환상곡』은 앞 90%와 뒷 10%를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 같습니다. 그리고 제일 고비를 넘기기 힘든 것은 중심 사건이 일어나는 그 즈음의 이야기입니다.

앞부분은 굉장히 장광설입니다. 나는 피아노 전공자로 고등학생입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나가미네 마사토라는 유명한 학생과 만나 모차르트-살리에리와 같은 미묘한 관계를 구축합니다. 나가미네 마사토는 유수의 주니어 콩쿨에서 열두살의 나이로 우승한 천재 피아니스트입니다. 그런 둘의 관계는 특정 분야의 천재와, 그 천재를 동경하는 인물의 관계와도 유사합니다. 앞의 이야기는 그런 관계를 계속해서 다루고 있고 그에 덧붙여 나가미네 마사토가 좋아하는 슈만의 일대기와 그가 쓴 곡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읽기 힘든 것도 있습니다. 음악론이 장황하게 펼쳐지니, 그 음악을 실제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긴가 민가합니다. 사실 유튜브 등에서 찾아 들을 수도 있을텐데 안 듣고 그냥 읽었네요. 빨리 읽으려고 서두른 것도 없지 않아 있고...;
그렇기 때문에 B님이 먼저 말씀하신, 슈만의 환상곡 형식을 따랐다는 것도 확실히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앞의 내용이 계속 걸릴 수 밖에 없지요. 솔직히 재미가 없습니다. 주인공의 성격도 마음에 들지 않고, 주인공과 마사토의 관계도 이상하고. 게다가 80%쯤 되었을 때부터 굉장히 걸리는 부분도 나옵니다. 이하는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일단 접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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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읽고 나서 끙끙대며 막판의 수수께끼와 중간의 여러 이야기들을 미친듯이 복기하게 만드는 무서운 소설입니다. 일단 첫비행님, 키릴님께 추천합니다. 아마 키릴님이라면 무난(...)하게 보실 듯?;


참고로 앞부분이 지루하다고 생각하면서 떠올린 또 다른 책이 있습니다. 『얼음나무 숲』. 음악가들의 대결, 혹은 라이벌 관계를 보는 거라면 이 소설의 두 주인공 구도가 더 마음에 든다 생각했지요. 하하하. 하지만 그건 마지막 이야기를 읽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였고..OTL


오쿠이즈미 히카루. 『손가락 없는 환상곡』, 김선영 옮김. 시공사, 2012, 1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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