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에 주의하세요. 먹거리나 간식 이야기가 아니라 책 이야기입니다.:)

책 제목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는데, 읽어보니 나름 괜찮네요.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느낌의 소설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배경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도쿄 서쪽 지리를 잘 아시는 분이라면 짐작하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느 변두리 지역에, 밤에만 영업하는 빵집이 있습니다. 슈토 고속도로와 246번 국도가 겹치는 거리, 세타가야거리와 246본 국도가 있는 곳의 작은 역. 그 거리에 Boulangerie Kurebayashi가 있습니다. 블랑제리 구레바야시. 영업시간이 23시부터 29까지로 심야빵집입니다.
심야식당과는 달리 관록있는 아저씨가 있진 않습니다. 얼핏 보면 곰 같은 아저씨와 젊은 청년이 같이 일을 하지요. 곰 아저씨는 빵집 주인이자 견습생, 젊은 청년은 제빵사입니다. 프랑스, 독일, 기타 등등의 유럽 지역을 여자에게 반해 쫓아다니다 보니 어느 새 빵의 달인이 되었다는 청년은 입이 조금 거칠고 구박도 많이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따뜻합니다. 곰 아저씨는 겉으로 보면 우직하고 온화하지만 무서운 사람입니다.
이런 빵집에 소녀 하나가 찾아듭니다. 뻐꾸기 엄마를 둔 소녀는 이리저리 여러 집을 전전하다가 이 빵집에서 머물게 됩니다. (왜 이 빵집에 찾아들게 되었는지는 직접 읽어보시라고 놔둡니다.)

소설은 크게 7개의 이야기로 나뉩니다. 소녀가 찾아들고, 소녀가 빵집에 녹아들고, 꼬마가 등장하고, 꼬마가 또 빵집에 녹아들고, 변태가 등장하여 빵집에 녹아들고, 트랜스젠더가 등장하여 빵집에 녹아들고, 그리고 다시 중간의 이야기,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며 마무리됩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이 빵집과 그곳의 여러 사람들을 통해 상처를 보듬고 상황을 개선하는 동안(해결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중심축을 잡는 곰 아저씨의 이야기도 풀려 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해탈의 경지로..(이봐...)


요즘에는 조금 빡빡한 소설들이나 책을 보았더니 몽실몽실한 이야기가 마음에 듭니다. 물론 각자가 상처를 가지고 있고 그 상처가 작은 것은 아니기에 폭신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런 상처를 보듬어 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몽실 폭신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책 자체가 얇고 작아서 원서로 보아도 괜찮겠다 싶네요.

대학로 쪽에서는 이런 빵집을 본 적 없지만, 홍대라면 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심야 빵집이라. 있다면 한 번 가보고 싶군요.'ㅅ'
(하지만 저 빵집의 영업 시간은 절대로 내 취침시간이지..ㄱ- 새벽에 가야하나..)



오누마 노리코. 『한밤중의 베이커리』, 김윤수 옮김. 은행나무, 2012, 13000원



부작용.
이 빵집의 빵은 굉장히 맛있답니다. 하지만 집 근처의 맛있는 빵집은(혹은 그에 가까운 곳은) 영업시간이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입니다. 그런 고로 밤에 이 책을 읽으면 빵이 없다며 울부짖게 됩니다. 특히 먹고 싶은 것은 크로아상이나 뺑오쇼콜라. 으으으으;ㅠ; 어디 맛있게 하는 곳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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