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입니다. 원제는 首無の如き崇るもの. B님 추천으로 찍어 두었다가, 한국 출간 순서대로 이 책을 가장 먼저 집어 들었습니다. 처음에 제목을 듣고는 익숙하다 했더니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꾼 시리즈가 이것이랑 비슷하네요. 그러고 보니 헛소리꾼 시리즈도 집에 자리만 넉넉했다면 두었을 시리즈인데 말입니다. 이 책과 제목이 닮은 것은 『살린 머리 사이클』입니다. 머리가 왜 잘렸는가는 어떤 추리소설에서건 중요한 부분이지요. 이 이야기에서뿐만 아니라 『점성술 살인사건』에서도 자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처음 이야기는 옛날 옛적, 어느 시골마을에 살았던 아줌마한테서 시작됩니다. 아줌마이지만 꽤 이름있는 추리소설 작가로 필명을 쓴답니다. 이 사람은 몇 십년 전, 순경이었던 남편 덕분에 그 마을에서 벌어진 어느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만납니다. 사건에 직접 뛰어든 것은 순경이었던 남편이지만 상담역이었던 덕분에 굉장히 자세한 정보도 얻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죽은 뒤에는 이 수수께끼를 어떻게든 풀어보기 위해 추리소설 독자들을 대상으로 사건의 전체 이야기를 밝히고 해결의 실마리를 달라고 요청합니다. 잡지에 연재를 했거든요.

戰前에 일어났던 살인사건은 유서깊은 산을 중심으로 한 이 마을의 유력 집안 후계자(조주로)와 그 동생이 마을의 오래된 신사에 참배를 드리던 중에 발생합니다. 두 번째 살인사건은 그 후계자가 결혼할 때가 되어 맞선을 보는 도중에 일어나고요. 이 두 가지 살인사건이 가장 큰 수수께끼입니다. 약 10년 사이를 두고 일어난 사건들은 마을에도 굉장한 광풍을 몰고옵니다. 유력 집안은 세 곳이지만, 그 세 곳의 지위가 바뀌는 큰 일이었으니까요. 이야기의 중심 인물 중에는 초반에 등장하는 꼬마, 요키다카가 있습니다. 부모와 가족을 어이없이 잃고 마을에 흘러 들어온 꼬마는 여러 모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밝히면 안되니까 슬쩍 넘어갑니다. 하여간 전체 등장 인물 중 요키다카처럼 처음 이미지와 끝 이미지가 확 바뀌는 사람도 드뭅니다. 아니, 이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이미지가 바뀝니다. 초지일관한 이미지가 있는 사람도 있지만, 중간에 굉장히 변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이 반전의 묘미지요.-_-;

특히 맨 마지막 부분의 해설(!)은 기묘합니다. 몇 번이고 뒤집어 엎는데, 그걸 세 번쯤 반복해서 보았나봅니다. 글이 튀어나올 때마다 결과가 달라집니다. 바뀌고, 또 바뀌고.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는 허탈했습니다. 다시 보면서도 긴가민가하지만 몇 번이나 다시 보고 나서는 범인이 그 사람인가 싶더군요. 그 부분에 대한 묘사는 조금 헷갈리긴 합니다. 기술하는 사람도 헷갈리고 있었으니까요.


몇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는데, 조주로와 요키다카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이 부분은 처음 보았을 때부터 걸렸거든요. 그 때문에 앞부분 읽다가 집어 던질까 고민하며 결말을 보고는 다시 처음부터 보았습니다. 한데, 제가 보았던 결말은 일부더군요. 결말부분이 길어서 그 짧은 장면만 보아서는 전체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네요.;


B님이 이야기하신대로 전체 분위기는 요코미조 세이시와 닮았습니다. 더벅머리 탐정이 어디선가 짠하고 나타나 사람들이 몰살하고 나서 수수께끼를 풀겠다고 나서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입니다. 하기야 이건 그보다는 더 교고쿠도 같기도 하군요. 민속학적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물론 그에 대한 해답(?)도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보세요.


책은 두껍지만 역시 한 번 붙들면 손을 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일부러 보고서가 끝나기를 기다려 책을 집어 들었는데 그러길 잘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보고서 마감을 어겼을 겁니다...-ㅁ-;
이 책은 다 보았고, 칼로리 플래닛도 다 읽었으니 다시 다음 책을 보러 가야겠네요. 하지만 그 사이에 읽을 책이 최소 두 권이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먼저 빨리 읽을 수 있는 책 두 권부터 해결하고 그 다음 책을 보렵니다.+ㅅ+




미쓰다 신조.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권영주 옮김. 비채, 2010.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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