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크루즈 여행에 대한 꿈을 키워본 적이 있습니다. 과거형인 까닭은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제가 그 배 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자신이 없거든요. 영어가 능통해야 거기서 제대로 놀 수 있을텐데 그렇지도 못하고 말입니다. 그러니 그냥 꿈으로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크루즈 여행은 나이 더 먹어서 가고, 지금은 그 돈으로 비행기 여행을 다니는 것이 좋다고 말입니다.

근데 이 소설은 조금 다릅니다. 크루즈 여행이라기 보다는 그냥 배여행입니다. 양쪽의 차이는 배를 타는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거죠. 요즘 같으면 서울에서 런던 가려면 인천에서 배타고 가는 것보다 비행기 타고 가는 쪽이 훨씬 빠르고 편리하고 가격도 쌉니다. 인천에서 출발해 런던까지 가는 크루즈는 가격이 항공권의 몇 배는 나갈 겁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려고 해도 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소설의 사람들은 비행기를 이용할 수 없어 그냥 배를 타고 여러 도시에 갑니다. 왜냐하면 항공노선이 없었던 때거든요. 소설의 배경이 1930년대입니다. 하하하.;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니고 매번 시점이 이동하기 때문에 꼭 누구다라고 집어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배 자체가 소설의 주인공인지도 모릅니다.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사고를 치고, 배 안에서 사고가 일어나고 하니까요. 김전일이나 코난이 타고 있는 건지, 이 배에서는 살인사건도 몇 번, 상해사건도 몇 번, 사기나 납치 등의 형사 사건도 여러 번 일어납니다. 여러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각 소설마다 트릭이나 방향도 상당히 다릅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괴담 이야기. 처음에는 단순 괴담인줄 알았지만 막판에는 무릎을 쳤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군요. 물론 이런 시대라서 가능한 이야기지만 상당히 빅토리아 시대의 이야기 같은 묘한 분위기가 납니다.
등장인물들이 일본인 외에 여러 외국인도 있어 그런가, 뒤죽박죽이기도 하고 하츠 아키코의 영국 시대물이나 우유당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리 멀지 않은 시대라 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한국의 1930년대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암울한 시대였지요. 그런 시대에 이런 배를 타고 유유자적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라. 전혀 관계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입맛이 씁니다.

작가가 와카타케 나나미이지만 전작에 비한다면 상당히 가볍습니다. 이 작가는 가벼운 건 발랄한 느낌도 들지만 무겁게 나가면 사람의 발목을 붙잡아 끌어 당기는 물귀신 같기도 합니다. 이쪽은 가벼운 책이니 부담 없이 읽어보시어요. 다만 배 여행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도 사라질 겁니다.(먼산)

와카타케 나나미. 『명탐정은 밀항중』, 권영주 옮김. 노블마인, 2010, 1만원.


작품 해설은 가몬 나나미가 썼는데, 읽고서 저나 G나 둘다 포복절도했습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오카마라니!

자세한 내용은 해설 보시면 아실겁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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