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빌려봐서 가격은 미처 확인을 하지 않았는데 높은 편입니다. 책에 실린 사진들이 흑백이고, 책이 두껍긴 하지만 판형이 작고 쪽당 들어가는 내용이 많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 아쉽네요. 하지만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이니 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내용은 만족했습니다.

책의 크기는 한국판 문고책 정도의 크기입니다. 그러니까 라이트노벨과 같은 크기지요. 활자가 크고 행간이 넓어 읽기는 좋지만 조금 빽빽하게 해도 좋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한 손에 들고 읽기 좋은 책이란 건 변함 없지요.

본론으로 돌아가, 이 책은 집을 짓는 모습을 다루고 있습니다. 앞서 읽은 『집을 순례하다』 등의 책이 건축물 순례기라면 이 책은 본인이 집을 짓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고, 집을 지을 때 어떤 부분이 필요한가 등의 이야기를 가볍게 다루고 있습니다. 가볍게라는 것은 읽기에 가볍다는 뜻이고,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언젠가 '내 집'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집은 어때야 하는가에 대해 이모저모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것도 집의 세부적인 구조-벽난로라든지, 진입로, 계단 손잡이 등등-물에 대한 고민도 하게 합니다. 한국에서라면 벽난로는 둘째치고 일단 온돌을 얼마나 깔아 둘 것인가 고민할텐데, 난방을 위해 벽난로를 쓰고 그 주변에 아늑한 공간을 만든다거나 하는 건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온돌을 깐다면 벽난로는 실용적인 용도보다는 장식물에 가까울 수도 있으니까요.-ㅂ-;

하여간 집을 설계하고 지을 때, 건축주와 건축가 사이에 오가는 논의와, 그렇게 나온 결과물, 그리고 그 오가는 과정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앞서 본 다른 책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집을 지을 때 무엇에 대해 고민하나 등 말이지요. 그게 세세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맛보기는 됩니다. 대체적으로 수필에 가깝게, 읽기 편하지만 내용을 꼼꼼히 뜯어보면 생각할 거리는 많지요.


가끔 은퇴해서 살 집은 어땠으면 좋겠는가 생각하는데 여기서 얻은 짤막한 아이디어들을 스케치로 남겨둔다면 나중에 의뢰할 때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ㅅ+



나카무라 요시후미. 『집을 짓다』, 이서연 옮김. 사이, 2012, 13900원

조아라에서 읽은 소설 리뷰입니다. 공략 대상(!)은 첫비행님, 아이쭈님.


조아라의 판타지 소설 리뷰를 올리며 『물에 비친 달』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계 진입물에 마녀가 소재라고 썼던 것 같은데 지금 돌이켜보면 아주 부족한 리뷰입니다.OTL 그 단어만으로는 내용을 다 표현할 수가 없지요.
판타지는 판타지인데, 이세계에 떨어지고 나서도 주인공은 이런 저런 상황에 휘말립니다. 전쟁도 있지만 직선적인 오해나 이용이 아니라, 각자의 비밀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상황 판단을 통해 움직이는 체스말 사이에서 체크메이트를 이루는 그런 내용이니까요. 주인공이 변화하는 모습도 상당히 재미있고, 외전을 통해 나온 달달한 이야기도 좋습니다. 게다가 글이 꽤 괜찮거든요.

그리고 몇 달 뒤. 실시간 순위에 오른 『아이비스의 기묘한 이야기』를 읽습니다. 한창 연재중이었는데 연재 속도가 빨라서 마음에 들었지요. 주인공 아이비스는 어머니께 물려받은 신기한 목걸이를 통해 과거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과거의 나에게 훈계하며 모든 상황을 바로 잡으려 하는데…….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리 없지요. 게다가 상황을 바로잡으려 하면 할 수록 일은 꼬여갑니다. 1부 끝무렵에 밝혀지는 '비밀'-_-을 읽고 나서는 무서워서 잠시 손을 떼었습니다. 그리고 손을 떼었던 그 잠시 동안 소설이 완결란에 올라왔더군요. 완결이 그리 빨리 올라올 줄은 몰랐습니다. 리체르카님의 소설 연재 속도는 엄청나군요.(먼산)

1부 진행하면서 짐작은 했지만 2부에서는 더 확실히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할까요. 리뷰 쓰면서도 상당히 고민되는데, 『물에 비친 달』을 두고 밤중에 혼자 읽지 말라는 경고를 붙여 두셨다면 『아이비스의 기묘한 이야기』는 거기에 ×2를 붙이겠습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아이비스』쪽이 공포물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심리 스릴러겠지요.

과거로 돌아가면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바로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상황은 그리 쉽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이상한 힘. 분명 대가가 있지요. 거기에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에서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ㅂ; 그런 상황에서 아이비스가 마지막으로 택한 것이 최선인지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알 수 없지요.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자신에게 있어서는 최선의 선택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마음에 들었지요.

심리 스릴러, 추리의 요소를 갖추고 매끄럽게 읽히는 판타지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 쪽을 좋아하실 것 같은 첫비행님과 아이쭈님께 추천하지요. 핫핫핫~


택배가 왔다길래 누구건가 했더니 제 것이었습니다.-ㅁ-;
북스피어에서 왔는데 지난번 보다 부피가 확연히 크더군요. 왜 그런가 했더니 내용물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읽고 폭소를 터뜨린 지령 2호나, Le Zirashi(철자가 이거 맞나;) 세 부, 텐도 아라타의 『가족 사냥』까지 말입니다.

Le Zi~는 누구에게 건네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홍보가 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넘겨야겠군요.>ㅅ<
꽤 오래 전에 G가 구입한 라이트 노벨입니다. 한달하고 더 전에 사두었는데, 야가 자기 방에다가 방치해두고 있다가 지난 주말에 책상 정리하면서 제 방으로 넘겼습니다. G는 그냥 그랬는지 1권만 구입하고 말았는데 저는 의외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전개를 보아하니 한 두권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라 10권은 나올 이야기라 구입이 망설여지네요.

이야기의 기본 골조는 간단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많은 접속자를 가진 온라인 게임이 있습니다. 꽤 광대한 맵을 가지고 있고 지역 서버가 따로 있지만 서버의 이동이 자유로운 게임이었지요. 대규모 패치를 앞두고 사람들이 다들 기대하던 어느 날, 사건이 일어납니다. 게임 패치를 기다리며 접속해있던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을 때 자신들이 '실체'로 게임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게임 속 외모여야 했을, 가상 외모여야 했을 사람들은 현실의 모습을 반영한 외모를 가지고, 자신이 키운 캐릭터의 능력을 가진채, 게임을 현실로 맞이합니다.

조아라에서도 게임 소설은 거의 보질 않았던 터라 이게 신선하기도 하고, 마비노기를 꽤 오래 했던 입장에서 공감이 가기도 하더군요. 덕분에 끊었던 마비노기에 다시 손을 댈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 무리죠. P4 진행중인데 시간 엄청나게 소모할 온라인 게임에 다시 손댈 생각은 안듭니다.(먼산) 결제만 해둔다 해도 해두면 또 하고 싶어질테니까요. 게임 쪽은 작은 목표 만드는 것이 아주 손쉽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저기까지만이라고 하다보면 한 두 시간 날리는 것은 쉽습니다.(경험담;..)


1-2장까지는 넘기기가 쉽지 않아서, 그냥 폐기해야겠다 싶어 내려 놓았는데, 퇴근길에 다시 손댈까 싶어 집어 들었다가 순식간에 끝까지 읽어내렸습니다. 주인공들이 구하러 갔다가 만난 옛 친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거든요. 삽화를 보고 있노라니 꽤 익숙한게 어디서 봤나 했더니 엉뚱하게도 이이다 하루코의 『성 라이센스』쪽이었습니다.;  유니콘들이 모여 노는 마을의 바 마스터랑 닮았더군요.
..
근데 30-40대가 온라인 게임하기에 나이가 많다니.; 으으음; 하기야 40대라면 조금 미묘할지 모르지만, 제 주변의 여러 40대를 생각해보면 그리 많은 건 아닌 것 같은데요.;



토노 마마레. 『로그 호라이즌 1』, 김은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2. 7천원.

이 소설 읽는 내내 무슨 생각했냐면 주인공 카니가 자네를 닮았다고 말이지. 여섯 살 꼬맹이처럼 참으로 발랄하여 열일곱이라는 나이 수치가 민망한 그런 아이인데, 그 발랄함이 참으로 자네랑 닮았다고 생각했지 뭔가. 그래. 주인공 성격을 두고 본다면 딱 들장미 소녀 캔디. 아냐, 칠전팔기,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캔디가 아니라 개구리 소년 왕눈...(탕!)


S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이정도로 하고;
이 소설은 옛날에 나왔습니다. 이전에 S가 정말로 재미있는 판타지 소설이다, 주인공 여자애는 빨간 두건 같은 타입인데, 대마법사인 할아버지에게 받은 특이한 마법 도구-바구니를 가지고 있다라고 소개하더군요. 그 소개를 들은 것이 몇 년 전인데, 요즘 판타지 소설이 확 땡겨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문득 생각나길래 S에게 부탁해 빌렸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흔히 말하는 판타지 장르물로는 이계깽판물이지요. 근데 보통의 이계깽판물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약간 어긋난 부분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처음에 나온 여러 수수께끼들을 풀어 나가며 맨 마지막에 핵폭탄을 하나 투하하며 이야기가 마무리 됩니다. 일단 이상한 세계로 떨어지는 것은 4월의 앨리스란 별명을 가진 열일곱의 철 없는 아가씨 카닐리언. 열일곱이지만 하는 짓은 미운 일곱살입니다. 주변 사람들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데 딱 초딩짓이네요. 그 때문에 1-2권에서는 카니가 벌이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잠시 내려놓을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인데다, 특히 조이 같은 등장인물은 첫 인상과 나중 인상이 확 바뀌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을 고르라면 게르트가 1번, 조이가 2번입니다.-ㅂ-
주인공에 해당되는 카니나, 케인이나 로저 등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위의 두 등장인물이 워낙 강렬해서 말이죠. 하하하; 무엇보다 외모상 취향은 절대 게르트입니다. 절대로.; 약간 비뚤어진 성격의 조이는, 이름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하얀 늑대들』의 제이가 떠오르더군요. 하기야 제이는 무뚝뚝한 기사+전사타입이라면 조이는 약싹빠른 성격입니다. 하지만 카니에게 휘둘리면서는 조금 달라지지요. 무엇보다 5권에서 등장한 모 장면에서 이 둘에게 홀딱 반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다른 차원이동물과는 다른 이야기라 생각하는 것은 여러 설정 때문입니다. 일단 현대에서 판타지 세계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마법이 존재하는 런던에서 다른 세계로 떨어진 것이고, 떨어진 세계가 수인과 인간이 대립하는 곳이라는 점, 예언의 그 인물이 왜 카니여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까지 맨 마지막에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 그렇지요. 그런 설정이 잘 맞아 떨어지고 몇몇 고비들까지 다 넘기고, 주인공은 구르고 굴러 엄청 고생하고 나서도 반짝 반짝 빛나고. 그리고 그 빛으로 다른 인물들을 구원합니다. 구원했지만, 여전히 카니는 앨리스 에이프릴-발랄한 봄아가씨입니다.

결말을 보고서 안심하고 보았는데, 맨 마지막의 그 모습이 이상하다 했더니 소설 속에서 그 셋의 관계를 밝혔군요. 뒷 이야기가 조금 더 있었다면 하고 아쉬워 해보지만 그런 외전은 조아라같은 곳에서 가능하지 출판 판타지에서는 무리죠. 흑흑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카닐리언의 대사입니다.


"(쭝략) 진심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그건 살아 있지 않다는 걸. 반대로 아무리 힘들고 세상이 끝날 것 같아도, 움직이고 있는 동안은 살아있는 거예요."

그러니 저 역시 열심히 움직여야겠습니다./ㅁ/


장남우. 『시즌 Alice April 1-5(완)』. 서울P&B, 2005.



덧붙임.
카닐리언이라 쓰지 않고 카니라는 애칭을 언급한건 이중 유희...(이봐;;...)
과학책은 잘 못 읽습니다. 읽기는 읽지만, 과학책 읽기도 추리소설처럼 하는지라 읽고 나서 머릿속에 남는 것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읽고 읽고 또 읽다 보면 조금은 남긴 남더군요. 그래도 『이기적 유전자』나 『코스모스』 같은 책은 몇 번을 시도했건만 다 읽지 못하고 포기를 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의 경우엔 그냥 원서를 읽는 것이 쉽게 읽힌다는데 아직 도전은 못하겠습니다.; 해볼 생각은 물론 있습니다.-ㅂ-

『붉은 여왕』은 아마 이번이 세 번째 일겁니다. 대학 시절에 처음 읽고, 몇 년 전에 두 번째 읽고, 이번이 세 번째 입니다. 다른 건 다 빼고 제목의 연유는 대강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내가 이걸 기억하고 있긴 있었나 싶은 생각마저 들더랍니다. 하하하; .. 근데 이 책 세 번만 읽은 것 맞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보다 더 읽은 것 같긴 한데.ㄱ-;

한줄이든 한 문단이든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니고, 책 읽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렸기 때문에 맥락이 끊어졌습니다. 막판의 30%는 그래도 몰아서 보았지만 말입니다.

이 책의 시작은 왜 인간은, 그리고 생물은 性을 가졌으며 그것도 다성(多性)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 혹은 수컷과 암컷을 대변되는 두 가지 성을 가졌냐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차츰 성별과 그에 따른 선택, 진화를 포함해 다양한 이론들을 거치고 논박하며 흘러갑니다. 최종 결론은? 남녀의 성별 차이와 차별에 대해 다루고 끝을 맺습니다.
생물학이지만 사회학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라, 그것도 나름 재미있네요. 『게놈』 때문에 매트 리들리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여기서도 『게놈』에서 다룬 여러 유전 이야기도 함께 다룹니다. 정치적으로 중립(이라기보다는 공격을 덜 받기 위해서..?)을 지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데, 그래도 굉장히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판타지를 보면서도 항상 궁금해했던 것-그러니까 왜 인간의 임신기간은 9개월(하고 조금 더)이며, 갓 태어난 인간은 왜 빨리 자라지 못하는가도 여기서 의문이 풀리더군요. 인간의 뇌가 커지면서 머리도 덩달아 커졌는데, 지금 상태에서는 9개월이 한계랍니다. 그 이상 자라면 골반뼈 사이를 아기가 통과할 수 없다네요. 제대로 성숙된 상태가 되려면 21개월은 있어야 태어나자마자 걸을텐데 그렇게까지 자궁에서 키우는 것은 무리라는 거죠. 아주 간단한 문제였습니다.;

덧붙여 생각난 두 가지.
남자가 아무리 자식을 많이 본다 해도 그 자식이 제대로 후손을 남길 수 있을까는 미지수입니다. 물론 소설과 실제는 다릅니다만, 이런 경우도 있거든요.

1. 호주인가, 하여간 조금 황량한 분위기의 농장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있습니다. 『가시나무 새』였을거예요. 고등학교 때 본 책인데 취향이 아니라 한 두 번 보고 말았습니다. 주인공은 농장의 딸래미인데 꽤 예뻤던 모양입니다? 근데 위로 오빠들이 줄줄이 있고 야만 딸이던가, 딸이 하나 더 있던가 그랬는데 오빠들 몇은 성인이 되어 후손을 보기 전에 사망. 몇은 수줍음이 많이 여자를 만나지 못하고 그대로 늙습니다. 그리고 후손을 제대로 본 것이 주인공이었는데, 그나마 제대로 된 남자를 고르지 못해 결혼생활은 중도에 포기하고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둡니다. 그럴진대..;
아들은 신부가 되어 신학교 졸업 후에 바다에서 익사.ㄱ-
딸은 배우의 길을 걷다가 꽤 능력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기로 했는데 정황상 아이는 한 둘 정도만 둘 것 같더랍니다.; 그리고 농장에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남자랑 같이 독일인지 어딘지에서 살테고요.
그러니 자손을 많이 보아도 그 다음대의 후손이 어떻게 자식을 낳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2. 이건 실제 사례지요.
『초원의 집』은 주인공인 로러 잉걸스 와일더의 자전 소설입니다. 결혼해서 로즈라는 딸 하나를 두었는데, 이 딸에게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해준 것이, 딸이 직접 소설로 쓰라 하여 그걸 썼다더군요. 10권의 내용이 덜 다듬어진 것은 쓰던 도중에 저자가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보면 로러는 네 자매입니다. 메리, 로러, 캐리, 그레이스 순인데 이 중 결혼한 것은 로러 하나입니다. 메리는 열병에 걸려 시각을 잃은 뒤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고 집에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삽니다. 캐리나 그레이스 둘 중 하나는 병으로 사망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마 캐리였을 겁니다. 어렸을 때부터 허약했다 하거든요. 그리고 다른 자매도 결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로러의 유일한 딸 로즈도 결혼을 했던가 하지 않았던가, 하여간 자식이 없습니다.
딸 넷을 보았는데 결국 유전자는 이어지지 못하고... (이봐;;)

뭐, 어떤 집의 경우에는 10형제 모두가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또 손자를 보고 하여 전체 친척 모임을 하면 100명도 넘는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이런 사례도 있고 저런 사례도 있는 거죠.


아마 몇 개월 묵혔다가 다시 볼 것 같습니다. 아니, 내년쯤? 그 때는 조금 마음 편히 쫓기지 않고 볼 수 있을라나요.
요즘 내내 판타지만 보고 있었는데 간만에 다시 보니 (앞부분은 많이 졸았지만) 좋았습니다./ㅅ/
아라카와 히로무의 『백성귀족』2권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나올거라 기대도 안했는데 생각하지 않는 사이에 덥석 나왔네요. 『은수저』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라니 기다려봅니다.+ㅅ+

어, 하지만 『백성귀족』2권은 그리 기대하지는 마세요. 기대했던 것보다는 떨어집니다. 특히 몇 군데가 걸리는 부분이 있는데다, 이 사람은 일상을 이야기하지만 농산물 받아먹는 도시민 입장에서는 심장 찔리고, 게다가 S냥의 체험기를 들을 때처럼(...) 본인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데 듣는 사람은 비명을 지르고 싶단 말입니다. 특히 그 이녀(였나 삼녀였나;)의 손가락 다쳤을 때의 체험기를 들으면 말입니다.T-T;

그래도 개그 포인트는 건재하니 지하철 안에서 읽다가는 난처한 상황에 몰릴 수 있습니다. 어제 펼쳐들고 읽었다가 도중에 포기했습니다. 하도 웃음이 푹푹 터져나오니 민망하더군요.

자세한 내용은 접어둡니다.




1권에서 홋카이도에 대한 환상을 키워준다 하면, 2권에서는 그 환상이 조금 무너집니다. 그래, 어디든 살기 좋기만 한 곳은 없지요.


0. 사진은 한참 전의 것입니다. 이 때는 커피를 마실 위 상태가 아니라 과일주스-정확히는 과일액을 일부 첨가한 음료를 마셨지요. 페럼 타워 폴 바셋에서 시킨 자몽주스랑 슈크림입니다. 맛은 그냥 저냥. 주스 시키는데 '100% 아닌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물어서 나름 신선했습니다. 주스 시킨 적이 드물거니와 시키더라도 그런 소리는 처음 들었거든요.


1. 회피모드는 여전히. 심지어 간밤에 꾼 꿈 때문에 아침에 혼자서 포복절도했습니다. 갓난애를 품에 안고 이걸 어떻게 키워야(먹여야) 하나 한참 고민했더랍니다. 그런 생생한 꿈을 꾼 다음에 아침에 일어나서 어이가 없었거든요. 아마 꿈 해몽 책을 보신분들이라면 짐작하시겠지만 꿈에 아기가 나오면 근심이 있는 거랍니다. 네; 갓난-그러니까 막 쓰기 시작한, 틀도 안 잡힌 보고서 때문에 근심이 막심합니다. 하하하하하; 그러니까 이 소리는 보고서 마감일인 15일까지는 글마다 거의 들으셔야 한다니까요. 하하하하하하;


2. 지난 화요일은 출장이었습니다. 상반기 마지막 출장이겠거니하고 다녀왔는데 출장(교육) 내용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음 출장(교육)은 핑계대고 빠질까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고민만.; 왜냐면 그 때 정작 업무가 생기면 어차피 못 가는 건 마찬가지거든요.


3. 어이쿠. 날이 흐린 것을 보니 비가 올 것 같기도 한데. 그냥 시원하게 한 바탕 쏟아지면 안되겠니. 이러다가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지 말고, 비 좀 쏟아져라.-_-;


4. 골목길 연가 3편을 사왔습니다. 이날 구입한 것은 신일숙의 『리니지 완전판 7(完)』이랑 하쓰 아키코의 『고양이는 비밀장소에 있다 2』, 『골목길 연가 3』이었습니다. 하쓰 아키코 책은 데뷔 30주년 기념으로 나온 완전판의 번역본인데, 딱 2권까지가 모 자작님의 결혼담이군요. 같이 들어 있는 미공개 외전은 이전에 서울문화사판으로 나온 책에 실려 있습니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전 책을 다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딱히 구입할 필요는 없을듯..? 3권은 어떤 책일지 궁금하군요. 아마 공중누각의 주인이 주인공이겠지요. 표지가 그랬으니 말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이번 『골목길 연가』는 굉장히 취향이었습니다./ㅅ/ 그리고 후기의 언급과 검색을 통해 『골목길 연가』의 배경이 된 곳을 대강 알아냈습니다. 다음 여행 때 가보고 자세히 올리겠습니다.
하여간 이번 편에서는 저만(G는 안 그랬답니다) 함정이라 생각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할머니께 속았어요.;ㅁ;
그리고 『골목길 연가』를 읽을 때마다 공예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한층 깊어집니다. 저도 저런 곳에 들어갈 정도의 실력을 쌓고 싶다니까요.;; 그나저나 4권은 언제쯤 나오려나. 으으. 그리고 『토리빵』도 뒷권이 보고 싶어요.;ㅁ;


5. 다 올리고 보니 병원 이야기를 안썼군요.;
다리에 혹이 생겨 병원에 갔더니 초음파 검사에 이어, 이거 정체를 알 수 없으니 MRI도 하자고 하는데... 아무것도 아니면 다행이겠지만 그런 생각과 동시에 과잉진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기야 애초에 작은 병원에 갔다가 혹시 모르니 큰 병원 가보라고 추천서를 받았고, 추천서를 받아 큰 병원에서 일단은 혹이라는 판정은 받았습니다만. 그래도 초음파와 MRI 도합 1백만원 들어가니 당사자(제가 아니라;)는 좌절하고 있다니까요. 하하; 심한 것은 아니니 수술하면 된다고는 합니다.
하여간 안 아픈 것이 최고예요.-_-;
감상문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빼먹고 있었군요. 이런.;
이 책은 첫비행님 여행 가시기 전에 올리려 했는데 늦었습니다. 아마 제가 이 리뷰 올렸으면 첫비행님의 여행비용은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했을 것이란 생각이 폴폴~ ;;; 그도 그런 것이 이 책 감상은 첫비행님을 노리고(!) 올리는 겁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랑 비슷한 계통이거든요.

일본에서는 이런 측량형 여행기(?)가 종종 출판되는데, 한국에서는 별로 못봤습니다. 번역 나온 것만 해도 셋이나 되는데 한국에는 비슷한 책을 못 보았네요. 일단 세노 갓파의 『펜끝으로 훔쳐본 세상』, 『작업실 탐닉』, 『유럽낭만 산책』이 먼저 떠오르고, 첫비행님이 먼저 옆구리 찔러 주신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도 많지요. 그리고 이 책이 있습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건축계통 종사자라는 겁니다. 세노 갓파는 건축가는 아니지만 무대미술가랍니다. 한국에는 책이 몇 권 소개되지 않았는데 저서도 상당히 많고요. 그 중 한국에도 나온 『유럽낭만 산책』이 이 책의 모델인가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요. 『펜끝으로 훔쳐본 세상』에도 등장하지만 하는 짓(..)이 닮았습니다. 하하;

『여행의 공간』은 건축가인 저자가 세계 각지를 여행 다니면서 머물렀던 호텔 측량기입니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줄자와 필기도구를 들고 여기저기 측량을 해야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다네요. 측량하는데는 대략 두 시간이 걸린답니다.(...) 신혼여행 가서도 그랬다는데 아내가 동종업계 종사자여서 다행이었지, 아니었다면 신혼여행 시작하면서부터 싸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머물렀던 호텔이 다 '유명한' 호텔이라는 점도 특이합니다. 세노 갓파는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며 머물렀다는 느낌이 강한데, 우라 가즈야는 유명 디자이너나 건축가가 만들었거나 리모델링에 참여한 호텔, 소설이나 영화 등의 배경이 된 호텔, 고급 호텔 등을 일부러 골라 갑니다. 건축가니까 공부가 된다는 핑계도 있지만 이런 평면도와 그림, 그에 따른 자세한 설명과 감상을 읽고 있노라니 비용이 들더라도 머물러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비스부터 배치 형태나 동선, 물품이나 호텔에서 보이는 경관 등에 대해 자세히 쓰고 있거든요. 덕분에 읽고 나니 가고 싶은 여러 호텔들이 생기는 바람에..-_-;
지역 비율로 따지자면 뉴욕이 제일 많은 것 같군요. 일일이 세어보진 않았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호텔에 비치된 전용 메모지를 썼더군요. 거기에 스케치할 생각은 해본 적 없는데, 거기에 그린다면 나름의 제한(?)도 있고, 호텔이 어디였는지 적을 필요도 따로 없겠네요. 종이 상단에는 로고가 떡하니 박혀 있고 아래에는 주소까지 친절하게 찍어 두었으니 말입니다.
저도 종이니 뭐니 핑계대지 말고 도전해볼까요..-ㅁ-;;;


우라 가즈야. 『여행의 공간: 어느 건축가의 은밀한 기록』, 송수영 옮김. 북노마드, 2012, 16000원


덧붙여. 그림 중 몇가지는 흑백으로 나왔습니다. 아니, 몇가지가 아니라 꽤...군요. 기왕 싣는 김에 전체를 다 채색으로 실어도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아쉽네요.
한줄 감상 : 글쎄........................


니시오 이신의 모노가타리시리즈, 『고양이 이야기』가 나온 것을 보고 덥석 집어 들어 바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리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맨 처음의 『괴물 이야기』는 딴소리와 이야기 진행의 균형이 잘 맞았지만 뒤로 가면 갈 수록 딴소리의 비중이 높습니다. 『상처 이야기』는 그래도 이야기 진행의 비중-특히 전투(?) 비중이 높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키스샷 아가씨가 취향에 안 맞았어요. 시노부는 좋지만 키스샷=본체는 취향이 아니더라고요. 표지 그림(t삽화)이 취향이 아니라 그런가요.; 그 이유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뒤에 나온 다른 책들도 입맛에 안 맞아서 한 번 읽고는 바로 방출했지요.

이번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은 『상처 이야기』와 『괴물 이야기』의 사이-정확히는 골든위크에 있었던, 하네카와 츠바사의 이야기가 주입니다. 읽고 나면 츠바사도 그리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팍팍 들지요. 하지만 그건 둘째치고, 이 책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은 것은 주인공도 직접 말했듯이 책의 1/4이 딴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아라라기가의 남매가 주고 받는 영양가 없는 만담이 앞에 등장하는데, 그걸 읽고 있자면 내가 왜 이것을 참고 읽어야하나 싶습니다. 대신 그 뒷 부분의 전개는 상당히 빠릅니다. 그것만 넘기면 되긴 하지요.

그렇지만 『괴몰 이야기』의 히타기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츠바사에게는 감정이입이 안되고, 그렇기 때문에 아라라기의 '어장관리'도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까지만 해도 그렇게 변태로 보이진 않았는데, 후편이 나오면 나올 수록 상태 심각한 변태이지 뭡니까. 『괴물 이야기』만 봐서는 히타기에게만 마음을 주고 주변은 그리 생각하지 않은 둔탱이 같았는데 말이죠. 작가가 글을 쓰면 쓸 수록 얘 성격이 이상해지는 건가.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잇짱이 낫습니다.-_-; 언제 공간과 자금이 되면(...) 헛소리꾼 시리즈를 모을까 싶네요. 하하;
앞서 읽은 권은 미처 리뷰를 올리지 않았네요. 아마 작년에 6권까지 다 보았을 겁니다. 사실 4-6권 사이는 내키지 않아하며 보았던 지라 안 올렸을 겁니다. 주인공 마흐무트에 대한 편애가 심하다보니 고생하는 편은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6권부터 긴박하게 움직이더니 7권에서 뒤집고, 8권에서 사고쳤습니다.(먼산)

가상의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지만 본국인 투르키에는 오스만 투르크가 모델일 것이고, 무역국가인 베네딕크는 베네치아, 발트라인은 합스부르크 왕가, 혹은 러시아계. 다시 말해 게르만이나 슬라브 제국일겁니다. 분위기를 봐서는 신성로마제국일 것 같긴 하군요. 그리고 포르키니아는 조금 헷갈리지만 알렉산드리아-이집트. 8권의 배경은 메소포타미아 지방 어드메.

다시 말해 그냥 보는 것보다는 역사적 지식을 갖고 보는 쪽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편을 보고 나서 시오노 할머니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다시 꺼내 읽을까 싶더군요. 그거랑 『콘스탄티노플 공성전』이었나, 전쟁 3부작이랑 섞어 읽으면 딱입니다.-ㅁ-; 주인공이 투르키에=투르크 사람인지라 옷차림이 화려하고 게다가 꼬꼬마라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게다가 색채가 제 취향.OTL 금발에 엷은 하늘색 눈이랍니다. 아하하;

등장인물 얼굴 취향은 마흐무트 - 바야짓 - 자가노스더라능...;;; 예쁘다는 것 외엔 공통점이 없군요. 성격이나 포지션은 다 제각각입니다.;

그나저나 이 작가 참 대단하네요. 데뷔가 2007년인데 이게 첫 장편작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끌고 나가는 것을 보면 의외로 잘 끌고 나간다 싶어서 말입니다. 20권까지는 가지 않을까 싶은데, 현재 일본에는 10권까지 나왔습니다.

참, 알타이르는 알테어, 별 이름입니다. 아예 아랍쪽에서 온 별이름이라는군요.


이하는 내용이 들어가니 보실 분은 빼고 보시어요.


Kotono Kato. 『장국의 알타이르 7-8』, 유현지 옮김. 학산문화사, 2012, 각 4500원.



내용폭로를 막기 위해 되도록이면 앞부분에는 내용은 담지 않았습니다.-ㅂ-


1권에서는 등장인물 소개로 주로 나왔다 치면, 막판에 사고가 일어납니다. 주인공인 마흐무트의 친한 친구가 반란을 일으킵니다.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나간 마흐무트는 막판에 개별행동을 해서 친구를 구하고 반란도 무사히 진압하지만 군인이면서 개별행동을 한 것이 문제가 되어 문책성 인사로 천인대장으로 강등됩니다.(2권)
참고로 이 아해의 나이는 아직 10대. 최연소 13인 장군입니다. 그러던 것이 강등되어 천인대장이 되지만, 상관이자 생명의 은인인 카리르의 도움으로 세상공부를 하러 나갑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사고를 치며 두 명의 호위가 붙게되고(3-4권), 그러고 더 돌아다니다가 투르키에에 대한 또 다른 반란에 휩쓸려 진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이게 수습이 되는 것이 7권입니다. 8권에서는 다시 장군으로 복권되어 이번에도 또 사고 치러나갑니다. 아하하. 이제는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가는군요.-ㅁ-/ 1권에서는 주로 몸싸움을 보여주더니만 이번에는 제대로 머리싸움을 보여주네요. 과연 9-10권은 어떻게 돌아가려나. 기대됩니다.

집 서가에 넣을 자리가 없음에도 지금 챙겨오고 싶어 투덜대고 있습니다. 으. 마흐무트가 귀엽긴 하지만, 그림도 예쁘고 내용도 꽤 마음에 들지만 그래도 넣을 자리는 없단 말이닷!
최재천 교수의 『통섭의 식탁』 중 어떤 책을 먼저 읽을 까 하다가 냐오님이 『핀치의 부리』를 추천하신 덕에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제목을 들었기 때문에 빌리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른 책에 밀려서 읽는 것이 늦어졌을뿐이지요.;

한데 읽기 전, 어려울까 겁먹었던 것과는 달리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역시 제 취향은 생물학, 그 중에서도 이런 진화 생물학입니다. 조금은 재미있게라며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다룬 것보다는-그런 내용의 드라마나 영화도 질색합니다-진지하면서도 생생하게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이번에 빌린 책도 『모래군의 열두달』. 아마 비슷한 맥락의 책일겁니다. 이쪽은 현장연구가 아니라 체험 관찰기에 가깝겠지만 말입니다.

다윈의 핀치는 다윈이 비글호 여행을 하던 도중, 진화론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걸로 유명합니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치 부리가, 모두 같은 종임에도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에 착안해 진화론을 구상하기 시작했다던가요. 그래서 핀치가 유명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그 다윈의 핀치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진화론이 다시 맹공격을 받던 당시, 연구자들은 현장연구를 통해 진화의 또 다른 증거를 발견합니다. 그 중 하나가 핀치입니다. 진화가 아주 천천히,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을 보다보면 진화는 환경에 맞춘 변화로, 어떤 것이 진보이고 어떤 것이 퇴보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아니, 둘다 맞습니다. 환경에 맞춰 제대로 살아 남는다면 그것은 나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적어도 뒤쳐져-죽지는 않을테니까요.

현장 연구의 생생한 모습을 담으면서, 또 다른 연구를 보여주며. 왔다갔다 하고 있는 내용 전개가 꽤 익숙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했더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천문학 책인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에서 다룬 것과 비슷하군요. 팔로마산 천문대에 근무하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 각자의 연구 영역과 그와 관련된 학문과 이론을 풀어 나가는 것이 꽤 비슷합니다. 익숙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인가봅니다.

뒤로 가면 진화생물학을 넘어서 의학의 이야기도 다룹니다. 페니실린은 수 많은 사람들을 구했지만 이제 더이상 듣지 않습니다. 박테리아나 세균의 진화(적응=내성)를 통해 이제는 듣지 않거든요.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도 그래서 등장하는 겁니다. 인간에게는 재앙이겠지만 그들에게는 진화입니다.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일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빨리 적응한다는게 그리 좋게 보이진 않지만 말입니다. 이 책은 분명 신종플루나 사스나 조류독감이 본격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쓴 책인데도 그런 존재를 암시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습니다. 그래서 막판에는 더 공감하며 보았지요.


읽고 있다보니 다시 매튜 리들리의 책이 읽고 싶어집니다. 조만간 다시 찾아 읽어야지요.>ㅅ<
(아마도 6월에나..OTL)


조너던 와이너. 『핀치의 부리』, 이한음 옮김. 이끌리오, 2001. 13000원.


그러고 보니 읽다가 몇몇 단어의 번역이 걸렸던 것 같은데, 워낙 재미있어서 잊었습니다. 하하.;ㅂ;
필독서라고 적고 싶었지만 과장하는 느낌이라 한 발짝 뺐습니다.'ㅂ'

이전 작 『죽을 때 후회하는 25가지』나 『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 두 사람』과는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앞서의 두 책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라면, 『남은 생 180일』은 완화의료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나옵니다. 흔히 한국에서는 호스피스라고 하는데 죽음을 앞둔 암환자나 난치병 환자가 더이상 치료는 받지 않고 통증을 완화하는 의료만 받는 것입니다. 몸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완화하며 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의료방법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고,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이 완화의료가 어떤 것인지 아실겁니다.

죽음에 대해, 특히 암환자의 죽음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요즘처럼 암환자가 가족 중 혹은 친척 가운데 한 명 이상 있는 때에는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말기 암 환자가 받는 치료의 부담이나, 완화의료에 대한 오해 등을 상세하게 적고 있거든요. 물론 개인의 선택이지만, 저는 제가 암이나 다른 이유로 인해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받고 싶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것도 아닌, 의식 없이 육체만 기능하는 상황이 몇 달 간 계속되는 것은 저 답게 사는 것과는 거리가 있으니까요. 뒤에 남을 사람들에 대한 배려랑은 거리가 먼, 제 욕심입니다. 그냥 자력으로 호흡하고 의식을 유지하다가 고이 가고 싶습니다.
음, 유언장을 써야하는 이유가 늘었네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한다고 미리 밝혀야 할테니까요.-ㅂ-;

이 책을 읽다보면 완화의료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밝게만 본 것은 아닌가 싶은 때도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에서도 완화의료를 받기란 쉽지 않다니까요. 전체 의료인 중 수백 명만 완화의료 혹은 호스피스 자격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에서 실제로 그런 연수를 받고 훈련을 받은 사람은 그 중에서도 소수랍니다. 한국에서는 종교 관련 기관 몇 군데서만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고 알고 있고요. 그러니 한국에서는 만나기 더 힘들테고...

하여간 말기 암 환자의 용태나 죽음 과정에 대해 상당히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니 한 번쯤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특히 쥬빌란님이 보시면 .. 각별하실듯..? ;;;;



오츠 슈이치. 『남은 생 180일』, 황소연 옮김. 21세기북스, 2012, 13000원

제목이 조금 길지요. 하지만 제목이 책 내용을 그대로 말하네요. 요리연구가나 음식 만드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부엌을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고 몇 가지 살림법을 곁들인 책입니다. 만약 도서관에서 먼저 발견하지 않았다면 교보에서 구입했을텐데, 그렇게 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도 영 마음에 안 찼거든요. 구입해서 보았다면 후회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이건 제가 워낙 많은 부엌을 들여다보아서 그럴겁니다.

일본의 『天然生活』부터 시작해, 부엌과 관련된 책은 꽤 많이 모았다가 꽤 많이 처분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천연생활의 압축 버전일지도 모르지요. 한국에서는 이런 종류의 책이 거의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책 평가는 높은데 저는 별로 마음이 안갔습니다. 이미 일본의 책을 통해서 다 엿보았거든요. 한국 부엌 특유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부엌을 너무 깔끔하게 해두어 살아 있는 느낌이 안듭니다. 거기에 부엌의 구조(평면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체 풍경이 보이는 것도 아니라 이리저리 짜맞춰가며 상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피곤해지더군요.OTL

거기에 실린 부엌들 중에 가지고 싶은 부엌은 단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먼산) 이런 부엌에서 나도 일하고 싶다거나, 나중에 이런 부엌을 가지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들었습니다. 그것도 이 책의 평가가 떨어지는 이유고요. 일본책을 보지 않으신다면 보실만하겠지만 아니라면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효자동 레시피』의 저자 신경숙씨(소설가와는 동명이인;) 부분은 몇 번 다시 들여다 보게되더군요. 특히 티이타님께는 도움이 될듯..? 아이 이유식하는 방법이 살짝 나와 있거든요. 참고하시와요.+ㅅ+ 전 견과류 쿠키가 마음에 들어 집에 만들어 둘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주현. 『갖고 싶은 부엌 + 알고 싶은 살림법』. 중앙북스, 2012, 13000원

원제가 『ごはんのことばかり100話とちょっと』입니다. '밥이야기만 100 이야기와 조금 더'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번역제목보다는 이쪽이 더 맛깔납니다. 진짜 먹는 이야기만 가득하거든요. 짤막짤막한 기록을 여러 개 모아 두었다가 책으로 엮은 거랍니다. 어떻게 책을 만들었는지 작가 후기에 나와 있으니 보시면 아실겁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보시는게...-ㅂ-; 내용 폭로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뒷 이야기가 들어 있으니까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최근에 『키친』을 원서로 보고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번역서에서 쌓아 놓았던 이미지가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지더군요. 미카게나 유이치나, 번역서에서는 꽤 어른스럽습니다. 하지만 원서에서는 딱 그나이 또래의 어린 아이들처럼 보입니다. 아니, 지금 이 나이 먹어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애들 맞아요. 20대 초반인걸요. 유이치는 아직 대학생이고 미카게는 자퇴(?)하고 요식업계에 뛰어들었으니까요. 연상연하커플이라고 알고 있는데, 말투를 보고 있노라면 애 맞아요.; 혀 짧은 소리가 절로 연상되는 그런 말투였습니다. 원서로 보고 나서, 한국에 출간된 『키친』은 역시 번역자의 소설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키친』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으니까요. 불만은 없습니다. 그 뒤에 들었던 번역자의 몇몇 사건들이 떠올라서 이 번역자의 책은 가능한 피하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그랬는데, 이번 책을 보면서도 조금 불안불안했습니다. 음식이 소재다보니 오역이 나올 것 같더군요. 아니나 달라. 중간에 등장한 와카모레 때문에 기겁하다 못해, 다른 모든 기억이 날아가고 머릿 속에는 와카모레만 남았습니다.


<188쪽. 93번째 이야기>

아보카도가 있어서 와카모레아보카도에 향신료를 섞어 만든 소스를 만들고 싶은 생각에 죽어라 으깼다.

.....
....
...

아놔. 와카모레의 저주에 걸렸어요!;ㅂ;
아보카도를 으깨서 만든 거라면 절대 guacamole죠. 구아카몰레든, 과카몰레든 과카몰리든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와카모레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아보카도에 향신료를 섞어 만든 소스라고 적었다는 것은 찾아보았다는 이야기일텐데 왜 와카모레?

그 앞에는 미묘한 것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145쪽, 66번째 이야기>

신선한 고추와 민트와 누크맘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태국의 전통 장을 나름대로 적당히 섞었을 뿐인데 이렇게 미묘하게 맛이 달라지다니.

누크맘....OTL
이거 베트남어로는 nước mắm라고 쓰는데 한국 위키백과 쪽에서 찾으면 nước chấm만 나옵니다. 그리고 이건 느억짬이라고 나옵니다. 그리고 베트남의 어장(fish source)는 느억맘이라고 많이 부르는 것 같군요. 누크맘이라 부르는 건 못봤습니다. 포털에서 누크맘이라고 검색하면 '누크 맘에 들어요'라는 글이 나오는군요. 아기용품인 누크가 마음에 든다는 내용의 글입니다.



그래서?
원서를 읽기로 결정했습니다.-ㅁ-;

하지만 삽화라고 불러야할지 사진이라고 불러야할지, 하여간 그게 마음에 들어서 번역서도 나름 추천은 합니다. 무난하게 읽을만하니까요. 일본에서 출간된지는 오래되었지만 그리 시간의 간격은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몇몇 소설에 대한 실마리(?) 같은 것도 들여다보입니다.+ㅅ+

요시모토 바나나. 『바나나 키친』,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2, 12000원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건축책 중 가장 마지막으로 본 것이 『집을 생각한다』입니다. 한국 발간일을 따지자면 앞에 나온 책인데, 저작권 연도를 보고는 제일 뒤로 미뤘더니 그러길 잘했더군요. 앞서 읽은 건축기행이나 집기행 책에 등장했던 유명 주택과 건축물이 다시 한 번씩 등장하는군요. 먼저 보아서 어떤 집들인지 파악하고 있다보니 예시로 등장할 때도 쉽게 이해가 됩니다. 알아보기 좋았어요.'ㅂ'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옛날부터 생각하고 있던 '집'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겼습니다. 내가 원하는 집이 어떤 집이냐는 거지요.

이 책에서는 집이 갖춰야할 풍경을 열 두 가지로 말합니다. 목차에 나와 있으니 고스란히 긁어보지요.

1. 풍경_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집
2. 원룸_ 건축가는 원룸으로 기억된다
3. 편안함_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안락한 공간
4. 불_ 집의 중심에는 불이 있다
5. 재미_ 재미와 여유, 그리고 집
6. 주방과 식탁_ 아름답게 어질러진 주방
7. 아이들_ 아이들의 꿈이 커가는 집
8. 감촉_ 손에서 자라나는 애착
9. 장식_ 적당한 격식, 효과적인 장식
10. 가구_ 가구와 함께 살아가는 집
11. 세월_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집
12. 빛_ 두 가지 의미의 빛

음, 그렇긴 한데, 제가 이상향으로 그리는 집은 여기서 몇 가지가 빠집니다. 일단 한국에서 대부분의 집은 아파트입니다. 아파트에서도 불을 못 쓰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벽난로는 무리죠. 화로까지는 어찌어찌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것도 재의 처리 문제가 골치아픕니다. 애초에 화로에 담는 불은 가라앉은-사그라드는 불이므로 피워서 담아야한다는 문제도 있지요. 단독이 아니면 힘들다라는 이야깁니다. 뭐, 부엌의 가스렌지는 저도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하니 불이 없진 않겠지요.

아이들도 독신이 많은 현재의 가족 모습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꿈이 커가는 집이라면 재미가 있는 집이라는 이야기인데, 그건 5번하고 겹치잖아요. 아니면...
제가 피터팬증후군에 걸려 있는걸 어떻게 알았지요?(탕탕탕!)

그리고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집도 지금은 확신할 수 없지요. 제가 집을 지을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최소 20년은 지나야할테고, 제가 얼마나 그 집에서 생활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독신으로 산다면 자식들이 그 집을 이어서 사용할거란 생각도 안 들고. 이 부분은 지금으로써는 미지의 영역이네요.

최근 쓴 소설(단편) 때문에 그 집의 구조를 손에 잡힐듯이 그리게 되었는데, 실제로도 가능한 집일지는 모릅니다. 대강 여기에 이런 것이 있겠거니 생각하는 집인데, 그 집을 보니 중요한 것이 침실과 공용공간의 분리인가 싶네요. 2층은 오롯이 침실, 1층은 거실과 부엌. 거실이긴 하지만 들어가면서 바로 보이는 것은 아니고 좁은 공간을 지나야 거실이 나옵니다. 거실에는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고, 좌식 공간입니다. 넓은 탁자가 놓여 있고요. 그 근처에서 항상 뒹굴거나 탁자를 밀어 놓고 뒹굴거나. 그런 느낌입니다. 역시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라 뒹구는 공간이 중심이라니. 하기야 공부는 도서관에서 하니 집은 쉬는 공간입니다.
애초에 제가 살 집이라 생각하지 않고 만들어 놓은-상상한 공간인데 그 곳에서 등장인물들이 노는 것을 보니 저 역시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의외로 제가 살 공간을 떠올리라고 하면 그게 또 어렵고. 다만 앞서 다른 네 권의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건 작아야 한다는 겁니다.; 청소를 좋아하지 않는 특성상 큰집은 내키지 않네요. 혼자서 산다고 하면 25평 내외? 아니, 뭐, 일본의 땅콩집을 떠올린다면 25평도 큰 셈입니다.-ㅂ- 보통은 10평 남짓이니까요.

지난번에 읽은 『일본의 땅콩집』도 제대로 리뷰를 다루지 않았는데, 그것도 조만간 정리하겠습니다. 그것과 합해서 정말 내가 사고 싶은, 짓고 싶은 집을 그려봐야겠네요.+ㅅ+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은 집을 적어둔 것이 있습니다. 긴 공간에 침실부터 손님맞이 공간까지를 차례로 배치한 히아신스 하우스. 미타니 류지의 오두막, 단 가즈오. 거기에 추억의 보물상자. 이건 애들에게는 그야말로 보물상자겠다 싶습니다. 이거 모 만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했지요. 우연히 발견한 가방 속에 이런 '보물'이 들어 있었다는 건데, 그 장면이 굉장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지진 재해 방지용 미닫이 찬장이랑 패치워크 서랍장.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ㅅ<


나카무라 요시후미. 『집을 생각한다』, 정영희 옮김. 다빈치, 2008, 18000원


먼저 읽은 『집을 순례하다』가 더 마음에 와 닿았던지라 『내 마음의 건축』은 상대적으로 밀렸습니다. 상권 마지막의 마티스랑 하권의 기쿠게쓰테이만 아니었다면 말입니다. 물론 중간에 저를 낚을 만한 곳-스톡홀롬 도서관이 있지만 도서관의 규모나 존재에 대해 저랑은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어서 말입니다. 이렇게 원형 공간에 자연광 아래서, 수 많은 책들을 마주하고 서 있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겠지만 말입니다, 이게 간접 조명이라 책이 덜 상한다한들 조금 걱정은 된다고요. 게다가 이렇게 배치하면 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대규모 도서관들은 책의 보관에 애로사항이 꽃 필 겁니다.

헉! 지금 사진을 보니 몇몇 책들이 쓰러져 있어! 안돼! 이러면 책이 망가져! (....)


흠흠.

하여간 스톡홀롬 도서관에 홀리지 않은 것은 여기 꽂힌 책들이 제가 읽을 수 없는 책이라 그렇습니다. 전 스웨덴어를 모르니까요.(먼산) 그렇다보니 시큰둥하게 책을 넘기는데, 막판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습니다.

그 이야기는 뒤에 꺼내고; 간단 감상부터 적어보지요.

- 타와라야 료칸은 한 번 묵어보고 싶습니다. 게다가 교토네요.;ㅁ; 다다미와는 상성이 잘 안 맞는데 그래도 이런 료칸이라면 하룻밤 머물면서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거든요. 사진만 봐서는 단층건물이겠거니 싶은데, 교토시청사 근처에 있는 3층 건물이랍니다. 옥상에도 정원을 올려서 3층 방에도 딸린 정원이 있더군요. 앉은뱅이 책상이 아니라 아래에 다리를 넣게 되어 있는 책상이라니, 고정이라는게 조금 걸리지만 그래도 책상다리 오래 못하는 사람에게는 좋습니다. 거기서 정원을 내려다보며 종이에 끄적대는 것도 해보고 싶군요.

-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는 앞서 『집을 순례하다』에서도 언급했는데 여기서는 조금 더 자세하게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그리고 사람이 살고 있는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를 소개하고 있네요. 그것도 거의 변한 것이 없이, 약간의 개축만 거친 집입니다. 오래된 집인데도 별 위화감 없이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고, 거기 사는 사람들이 집의 역사를 알고 나서는 관련 자료들을 찾는다는 점도 재미있고요. (여러 가지, 특히 전공의 의미를 듬뿍 담아) 역시 미국이군요.

- '집의 변주곡'에서 나온 단지는 겉만 봐서는 그냥 평범한 미국의 주택단지 같아 보이는데 속을 들여다보고 그 유래를 들여다보니 또 달리 보입니다. 게다가 단지 사람들이 일심단결하여 그 형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니까요. 한국의 아름다운 마을로 꼽혔던 어떤 주택단지가 문득 떠오릅니다. 거기 재개발한다고 하더니만 어찌 되었을라나요. 그런 집들이 점점 사라지는게 안타깝습니다. 아파트가 전부는 아닐텐데 말입니다. 물론 편하긴 하지요.(먼산)

- 상권 맨 마지막에 등장한 로사리오 예배당. 마티스가 직접 건축에 참여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두말할 필요 없습니다. 마티스가 말했던 것처럼 겨울의 오전 11시, 햇살이 들어올 즈음에 가서 멍하니 느껴보고 싶습니다. 물론 마티스의 그림은 제 취향이 아니지만,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는 사진을 보니 낚일 수 밖에 없더라고요. 흑흑흑;


- 하권에서 가장 먼저 홀린 것은 기쿠게쓰테이-掬月亭입니다. 저 (국)자는 다음 한자사전에 안나오는데, 당나라 시인 우량사(于良史)의 시 춘산야월에서 掬水月在手라는 부분이 있어 따온 거라합니다. 손으로 물을 뜨니 손 안에 달이 있다는 뜻이라나요. 연못 위로 살짝 튀어나온 정자인데 사진을 보고 홀딱 반했습니다. 눈 내린 은각사의 사진을 보고 홀딱 반한 뒤로는 오랜만에 이렇게 반해보네요.-ㅂ-

- 카스텔베키오 미술관은 이탈리아에 가면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폴폴 듭니다. 아우. 미술관 건물에 반해서 미술관 찾아가겠다는 생각은 이번에 처음 해보네요. 홀딱 반해서 그 안에서 못 나올지도 모릅니다.;

- 속 나의 집은 재미있지만 이런 장치(?)가 있는 집은 그닥 취향이 아닙니다.

- 아스플룬드가 설계한 숲의 장례식장은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 아래서는 멋지지만 우울하게 구름낀 날에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비석 없이 그냥 수목장이어도 괜찮지 않았을까요. 저는 비석 없이 그냥 묻히는 것이 좋습니다. 하기야 뒤에 찾아올 사람들을 위해서는 비석이 안내판 역할을 할테니 있는 것이 좋은가요.
그러고 보니 유언장에 적어야 하는 것 중에 장례방식도 있었구나. 전 화장 후에 수목장을 하는 쪽이 좋습니다. 납골당에 들어가는 건 갇히는 느낌이라 싫어요. 그게 아니라면 그냥 들이나 산에 뿌리는 것이 좋네요.

- 도요타마 감옥이나 뒤에 나오는 하타노다이역은 이젠 만날 수 없으니 이 책으로만 볼 수 있을테고..

- 오타니에미 예배당은 신교 예배당일텐데, 신교든 구교든 상관없이 저 안에서 사색하고 싶습니다. 역시 멍 때리고 있어도 좋을 공간이군요.

- 셜록 홈즈 박물관은 그 앞부분의 창작에서 포복절도했습니다. 이야, 본편의 소개보다 이게 더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맨 마지막에 적은 작가의 첨언은 '일본인'이기에 가능한 발상이라고 봅니다. 한국에서는 무리죠. 일본에서는 어디에 가든 상상한 것보다 괜찮은 기념품을 만나는데 한국에서는 상상한 것 이하의 물품을 만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진짜 그런 기념품을 판다면 당장에 티켓 끊어서 런던 날아갈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 오키나와의 집은 패스.

- 솔크 생물학 연구소는 앞서 루이스 바라간의 집 기행에서도 잠시 등장합니다. 루이스 칸이 솔크 생물학 연구소를 설계하다가 루이스 바라간에게 SOS를 쳤다는 이야기지요. 그게 어떻든 간에 생물학 연구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갑자기 생물학 책이 마구 읽고 싶어지는게..-ㅁ-/

읽다보니 이 책을 먼저 보고 『집을 순례하다』를 읽고, 『집을 생각하다』를 읽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합니다. 저작권 연도를 확인하고는 이 순서로 보았는데, 읽다보니 그쪽이 읽기 수월하겠다 싶네요. 지금 읽고 있는 『집을 생각하다』는 『집 순례』랑 『마음건축』에 등장한 여러 건축물이 다시 나오니 앞서 두 권을 다 읽고 보는 쪽이 이해가 쉬울거라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확신하긴 어렵지만 말입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 『내 마음의 건축 상-하』, 정영희 옮김. 다빈치, 2011, 18000원



그러고 보니 역주에서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안동 하회마을 기행에서 다루었던 다다미 한 장의 넓이 말입니다. 한 장이 1.8 × 9미터라고 나와 있는데 1.8 × 0.9아닌가요.-ㅂ-;
도서관에서 빌릴 책이 뭐 없나 떠올리다가 문득, 이전에 첫비행님이 옆구리 퍽퍽 찔러주시던 책이 생각났습니다. 건축 책이었는데 작가가 누구더라 싶어 찾아보니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이었습니다. 역시 도서관은 큰 것이 아름다운게, 예상하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나온 책이 다 있더군요. 한꺼번에 다 빌리고 싶었지만 그날은 가방 무게가 참으로 아름다워 눈물을 머금고 일곱권만 빌렸습니다. 이 중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이 네 권, 다른 종류의 책이 세 권이었지요. 나머지 세 권 중에는 『핀치의 부리』도 있었습니다.

어떤 책부터 읽을까 하다가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이 네 권이나 되니 이것부터 보자 싶어서 지난 일요일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도면 분량이 충분하겠거니 했는데 일요일에 의외의 일이 생기는 바람에 책이 부족했지요. 차라리 『핀치의 부리』를 들고 갈 걸 그랬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맨 처음 읽기 시작한 것이 『집을 순례하다』이고 그 다음은 『다시 집을 순례하다』입니다. 어떤 책을 먼저볼까 하다가 먼저 출간된 책부터 보아야 할 것 같아 출간년도를 확인하고는 집순례를 먼저, 내마음의건축을 나중으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살짝 후회중입니다. 제 취향은 집순례입니다. 하하하.
(라고 적어놓고 지금 『내 마음의 건축』을 읽고 있는데, 정정합니다. 몇몇 건축물이 제 눈을 휘어잡았습니다.;;)

『집을 순례하다』는 말 그대로 세계 각지에 있는 이런 저런 집들을 돌아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집이 아닙니다. 세계의 명작을 골라서 보고 다녔으니까요. 보통 이런 류의 건축기행은 유명 건축가의 기념비적 작품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어디어디 미술관이나 어디어디 회사 건물 등을 보게 마련인데-한국으로 따지자면 선유도 공원이나 강남 교보타워 등을 들여다보는-이 책은 제목 그대로 집을 들여다봅니다. 유명 건축가들이 만든 사람 냄새 나는 집을 말입니다. 그래서 더 반하고, 그래서 더 집이 가지고 싶어집니다.

집에 대한 애착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내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정주할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초등학교 때였으니까요. 그 이유도 분명 기억합니다. 그리고 제 집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그 때였고, 고등학교 때는 잠시 건축학과를 갈까 고민도 했습니다. 성적만 두고 보자면 건축학과 가는데는 무리가 없었지만 더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고, 도저히 수학을 버틸 자신이 없었습니다. 물리도 엉망이고, 성격이 급하고 덤벙거려 도면을 그리면 항상 어딘가에서 비뚤어집니다. 그리하여 마음을 접었지요.
그럼에도 이 책을 보면 그 때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르며 ..... .... 아니, 나, 「건축학개론」 안봤는데? ㄱ-;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그런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집에 대한 생각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대부분의 집이 작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어디까지나 대부분이고 몇몇 집은 규모가 상상이 안될 정도입니다. 특히 필립 존스의 집은 규모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죠.;
마음에 드는 집도 있고 도면도 있습니다.
- 집을 엉망을 지어~ 라는 소리가 『행복의 건축』에서 나왔다고 기억하는데, 그런 사람이 이런 예쁜 집도 짓나 싶은 정도로, 르 코르뷔지에 어머니의 집은 멋집니다. 부모님을 위한 집이라고 하는데 작지만 아담하고 또 편안하고 아늑한 집입니다.
- 루이스 칸이 여동생을 위해 지은 집은 살아보고 싶습니다. 2층 건물인데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딱 그 크기입니다. 1층에는 식당과 거실, 부엌이랑 세탁실(다용도실)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식당이랑 부엌을 분리할 필요가 딱히 없으니 붙이거나 하면 될 것 같고, 식당을 거실로 만들고 거실을 서재로 만들면 딱 좋겠다 싶네요.  2층은 정말 개인 공간입니다. 근데 정말 이 집 마음에 들어요.
- 마리오 보타의 집은 패스.
- 아스플룬드의 집은  벽난로 부분이 마음에 드는데, 살 집이라기 보다는 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시 머물며 휴가를 즐기는 집 같네요.
- 낙수장은 패스.
- 필립 존슨의 타운 하우스도 멋집니다. 근데 중간에 그리 중정이 있으면, 왠지 습기가 차고 모기가...(하략)
- 알바 알토의 집은 2층에서 내려본 모양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2층에 침실이 있으면 여름엔 덥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묘하군요. 하지만 그 아늑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꿈꾸었던 산장이었지요. 하하하;
- 슈뢰더 하우스는 전위적이고 복잡해보이는데다 2층에서 각 가족의 사생활이 엄격하게 구분되지는 않는 것 같아 마음은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런 현대적인 집이 저리도 오래된 것이라 생각하니 대단하다 싶네요.
- 르 코르뷔지에의 작은 별장은 패스. 너무 작아요.OTL

『다시 집을 순례하다』에 등장하는 집 중에서는,
- 안도 다다오의 집은 덥다는 말에 두 손 들었습니다. 그건 좀.; 하지만 작고도 아담하고, 겉은 현대적이라 전시용일 것 같아보이지만 속은 살아 있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 임스 부부의 집이나 시 랜치는 눈으로 보기에 좋았습니다. 시 랜치는 멋지지만 사는 집보다는 잠깐 머물다가 가는 집 같아 보이는군요. 펜션 같습니다. 다른 것보다 해변창(베이윈도)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햇살이 반짝반짝 드는 긴 의자에, 그 아래 깔린 융단. 거기서 해변을 내려다보며 뒹굴거리고 싶네요. 하지만 외관은 그리 취향에 안 맞습니다.;
- 피에르 샤로의 유리집, 루이스 바라간의 집, 안젤로 만자로티와 브루노 모라스티의 까사 그랑데는 패스.
- 키에르홀름의 집은 두 권 모두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집 한 손에 듭니다. 월출이라는데서 휙 갔군요.
- 필립 존슨의 글라스 하우스는 .... .... 이건 직접 책을 보셔야 합니다.; 뭐라 말할 수 없네요. 물론 작은 집을 좋아하는 저는 이런 집을 지을 것 같진 않지만 이쯤 되면 건축도 하나의 놀이가 됩니다.(먼산)

적고보니 1권의 집이 더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도면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이 보기에 좋습니다. 도면을 보고 사진을 보며 실제 모습이 어떤지 왔다갔다 하는 것도 좋았고요. 이걸 보며 언젠가는 작고 아기자기하고 마음에 드는 그런 집을 짓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 살고 싶은 집으로는 루이스 칸의 에시에릭 하우스랑 키에르홀름의 집, 르 코르비지에 어머니의 집을 꼽습니다. 다만 르 코르뷔지에의 집은 서가가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이고, 에시에릭 하우스는 혼자 살기에는 조금 규모가 큽니다. 도면들을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청소라; 더욱 그렇네요. 설거지는 좋지만 청소는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가봅니다. 키에르홀름의 집은 서가가 부족하고 집 크기도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크군요.

아마 제가 가진 자금을 생각하면 나중에 지을 집은 여기 등장한 집보다 훨씬 작을겁니다. 물론 아무리 작다한들 나중에 본 르 코르뷔지에의 작은 별방보다는 클겁니다.; 하지만 작아도 아늑하고, 원하는 건 거의 다 갖추고 있는 그런 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그런 집을 지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읽고 나면 정말로 집을 짓고 싶어지는, 집을 부르는 그런 책이니까요. 아마 다음 책들까지 다 읽고 나면 도면을 슬슬 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집은 워낙 큰 물건이라 지름신이 쉬이 오시진 않겠지요. 하하. 대신 지름을 대비한 저축신이 오실 것 같으니..;


나카무라 요시후미. 『집을 순례하다』, 정영희 옮김. 사이. 2011, 19500원
『다시 집을 순례하다』, 황용훈, 김종하 옮김. 사이, 2012, 2만원

첫비행님은 이미 보셨고, 빙고님과 아이쭈님은 보시고 나면 집을 지르시고 싶어지실테고(...), 티이타님은 아마 다른 눈(...)으로 이 책을 보실테고 ... -ㅁ-;
원래는 본문을 참고하면서 적으려 했는데, 책을 홀랑 반납했네요. 출처는 아래에 따로 적습니다.
봄하고 아주 잘 어울리는 유쾌한 이야기라 말이지요.

어느 해인가, 요네하라씨는 실연했습니다. 그리고는 방에 틀어박혀 내내 울뿐,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지요. 거기에 무시무시한 독감까지 찾아왔습니다. 휴지를 펑펑 써가며 눈물 콧물 닦아 내던 와중에 창 밖을 보니 창 밖에 휴지가 날아가 있더랍니다. 여기 관리인이 상당히 엄격한지라 휴지는 모두 잘 모아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창 밖 나무에 휴지가 걸려 있는 거죠. 흰 휴지인데 매달려 있는 모습이 얼핏 봐서는 축제나 행사 때 매달아두는 종이 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며 보고 있는 와중에 동료 통역사가 병문안을 옵니다. 손에는 분홍색 꽃이 핀 복숭아 나무 가지가 들려 있었다네요. 그리고 이어지는 말.

"복숭아꽃을 들고 왔는데 목련이 화사하게 피어서 … (하략)"

순간 자신의 착각을 깨달은 작가는 속으로 마구 웃으며 마음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글을 읽은 다음부터 내내 목련을 볼 때마다 크*넥스~ 이러고 있다는거죠. 하하하;;;


요네하라 마리. 『문화편력기』, 조영렬 옮김. 마음산책, 2009, 12000원

요네하라 마리씨의 책 답게 세계의 문화를 잡다하게 다루며-그 때문에 조금 맥락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이야기를 끌어갑니다. 가볍게 읽기에 괜찮네요./ㅅ/ 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아마 티이타님 취향에 잘 맞을 거예요.


0. 요즘은 빵이 아니라 떡에 홀딱 빠져 있습니다. 집 근처 떡집에서는 1천원 단위로 나눠팔기 때문에 보통 2-3천원 어치를 사서 그 다음날 점심으로 먹습니다. 가끔 아침으로 먹기도 하고요. 다만 위가 안 좋아진 뒤에는 떡을 먹으면 위가 묵직하다거나 소화가 잘 안된다거나 하는 느낌이 있는데, 빨리 먹기 때문에 제대로 씹지 않아 그런 것 같더군요.
사진은 꿀떡과 바람떡입니다. 문양이 찍힌 것이 꿀떡인데 9개 1천원이던가요. 바람떡은 4개 1천원입니다. 참으로 바람직한 가격이지요. 핫핫핫.


1. 어제 글 적는다는 것을 까맣게 잊었지만, 위가 망가졌습니다. 음, 정확히는 위가 굳었어요. 어제 아침부터 조짐이 있었는데 무시하고 먹었더니 어제 저녁에는 위 안쪽을 쿡쿡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오더군요. 아, 그건 나중의 통증이었고, 처음에는 위가 묵직하다는 느낌, 무시하고 위에 안 좋은 음식(간식-_-)을 먹었더니 잠잠하던 위가 퇴근 즈음에는 죽죽 잡아당기는 느낌을 주더만, 그 다음 단계에서는 운동 심하게 한 다음 허벅지나 윗배가 당기는 것 같은 통증이 위에 찾아왔습니다. 막판에는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와서 사람 힘들게 만들더군요. 아, 물론 소화도 안됩니다.'ㅂ'; 위가 굳어 있는데 음식물이 아래로 내려갈리가 있나요.; 그랬는데도 음식물을 우겨 넣었다는게 키르난 퀄리티..(탕탕탕!)
사실 오늘 아침에도 통증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미약하게 남아 있지만 위경련계 통증은 하루면 가라앉기 때문에 그냥 무시합니다. 지금도 옆에 스타벅스 커피를 가져다 놓고 있다는게 ...(먼산) 물론, 위에 부담가는 음식을 골라 먹었습니다.(...) 뭐, 속쓰림이 아닌 이상은 가끔 있는 위통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가지요.


2. 하지만 이게 몸이 안 좋아진다는 전조일 가능성도 있습니다.-ㅂ-; 어제도 그러더니 오늘 아침에도 오른손 약지가 저렸거든요. 혈액순환이 안된다는 증거! 음; 음식 조절을 좀더 철저히.....
...
이쯤되면 식이조절, 음식조절에 대한 제 결심은 메트로 박사의 '돈과 시간만 더 주신다면!'하고 다를바 없어보입니다. 하하하;


3. 내일의 알바는 시간 편성을 확인하니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아보입니다. 대신 내일은 정말로 음식 조절을 철저히 해야하네요. 일하는 동안 나오는 간식과 점심은 절대 제 위에는 극약일테니까요.(평소 안 먹는 음식이니만큼 더;)


4. 엊그제 산 마사키의 『교토산보』. 살 때는 몰랐는데, 빙고님이 어디 출판사냐 물으시더군요. 모르겠다 답하니 이리저리 보시고는 출판사를 보고, '후쇼샤라 읽는 건가?'라 하시는데 뒤통수를 후려쳐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헐.
출판사 확인을 하지 않았더니 저런 썩은 출판사의 책을 샀군요. 당장에 책을 능지처참(...)할까 생각했는데, 일단 G를 보여주고 내용 확인한 다음 하기로 했습니다. 이 책은 다른 사람에게 돌리기도 아까운 책이예요.-_-+ 원래 마사키씨를 좋아하지 않는데-이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쓰도록 하지요.
하여간 이 책은 폐기 확정입니다. 출판사에는 죄가 있지만 책에는 죄가 없다 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건 제 무지의 소산. 그런고로 남겨두어서는 안됩니다! (...)


5. 글투가 이상한 것은 요즘 수준미달의 판타지소설을 너무 읽어서 그렇습니다. 하하하.; 양질의 도서를 읽어야하는데 말이죠. 번역서를 많이 보는 것도 문제네요. 가장 최근에 본 창작서가 『통섭의 식탁』이라는 것이 참..; 그 이전에는 뭐였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통섭은 최재천 교수가 consilience라는 단어를 한국어로 풀어내면서 선택한 단어입니다. 다만 사전에는 실려 있지 않아서 보통은 부합, 일치 등으로 번역되는 모양입니다. 원래 의미는 학문간의 넘나듦이라는군요. 학문 통합이라고 생각해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습니다.
consilience는 19세기 말의 학자 윌리엄 휴얼이 만든 단어라는데 아마 학문간, 특히 과학쪽의 영역 경계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시기가 아닌가 싶네요.'ㅂ' 지금이야 화학과 물리학, 생물학이나 지구과학 등도 이전에 제가 학교에서 배웠을 때와는 달리 굉장히 통합되었으니까요. 경계를 가르기가 쉽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통섭을 과학 간의 학문 통합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이에서 쓰고 있습니다.

이 책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넘나들며 읽을만한 책을 다양하게 소개합니다. 애초에 서문에서 저자가 적었듯이 이 책의 모델(?)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라고 하니까요.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쉽게 편하게 읽힙니다. 그리고 상당한 부작용이 생깁니다. 이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읽어봐야할 책 스무 권이 쌓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스무 권 이상이 쌓일 수도 있고, 그 이하일 수도 있습니다. 어림짐작으로 스무 권이라 했는데, 저도 일단 몇 권이나 봐야하는지 차근차근 적기 위해 서둘러 감상을 쓰는 겁니다. 으, 언제 다 읽지.OTL
아무래도 올 여름 휴가 동안에는 다른 것은 뒤로 미루고 여기 적어 놓을 책들을 다 소화시키는 걸 목표로 삼아야겠습니다.(정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소개 책인데다 글이 쉽게 나가고, 중간 중간 들어간 삽화도 꽤 마음에 들었던데다, 글 편집이 넉넉해서(이건 조금 불만입니다) 읽기는 편합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절대 가벼운 것만은 아닙니다. 소개하는 책들 중 상당수가 '고전' 반열에 오를 책들이라, 읽을 생각만 해도 ... 조금 부담이 되는군요. 하하;
생태학을 좋아하신다거나 그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읽어야할 책 목록이 잔뜩 쌓일 겁니다. 특히 빙고님은 중간에 등장하는 소시지개(...)의 그림에 홀랑 넘어가실듯..?;
티이타님, 아이쭈님도 무난하게 보실 수 있을거예요.+ㅅ+


최재천. 『통섭의 식탁』. 명진출판, 2011, 1만 5천원


이하는 봐야하는 책들.;


피오나 미들턴. 『물개』. 들녘, 2004 (볼지말지는 실제 책을 넘겨보고 결정할 것)
베른트 하인리히. 『까마귀의 마음』. 에코리브르, 2005 (볼 가능성 높음)
조너던 와이너. 『핀치의 부리』. 이끌리오, 2001 (볼지 말지 고민중)
베른트 하인리히. 『동물들의 겨울나기』. 에코리브르, 2003 (이것은 재독)
나탈리 앤지어. 『살아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 해나무, 2003 (고민중;)
KBS 동물의 건축술 제작팀. 『동물의 건축술』. 문학동네, 2012 (볼 가능성 높음)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 『인간들이 모르는 개들의 삶』. 해나무, 2003 (안 볼 가능성 있음;)
『이기적 유전자』 ... 차라리 원서로 볼까 고민중;
매트 리들리. 『붉은 여왕』. 김영사, 2002 (3독 고민중. 안 보면 저자의 다른 책을 골라 볼 것임)
메리 아펠호프. 『지렁이를 기른다고?』. 시금치, 2006 (볼 가능성 높음)
콘라드 로렌츠. 『야생거위와 보낸 1년』. 한문화, 2004 (볼 것임,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볼 것)
알도 레오폴드. 『모래군의 열두 달』. 따님, 2000 (볼 것임)



-- 교보에서 위의 책들을 검색하다보니 대부분 품절입니다. 몇 권은 아예 절판이군요. 보시려면 도서관에서 찾아보시는 걸 추천합니다.(먼산)
츠다 마사미의 『에도로 가자』는 6권 완결이네요. 어제 홍대 나가서 G의 심부름으로 『듀라라라』1권 사러 갔다가 나온 걸 보고 집어들었습니다. 이번에 나온 책 중에는 TONO의 『코럴』2권도 있었는데 고민하다가 말았습니다. 뒤의 짤막 내용 소개를 보니 안 보는 쪽이 정신 건강에(...) 이롭겠더군요. 하하하.

그 외에 『오오카미』시리즈 신작도 나왔는데 이것도 역시 패스.


하여간 『에도로 가자』결말은 예상했던 범위 안입니다. 이번 권에서는 그림체가 상당히 변했더군요. 가장 좋아했던 그림체는 한창 『그남자 그여자』 연재하던 시기였는데 섬세한 그림체였지만 그 당시 내용이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자주 넘겨보지는 못하지요.(먼산) 그 때의 그림에 힘이 팍 들어갔다면 지금은 좀 힘이 빠지고 편하게 그리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부담없이 보고 있었네요.

하지만 이번 권의 무서움은 내용이나 그림체가 아닙니다. 책 중간 중간의 ¼ 공간에 마음에 든 물건에 대해 소개를 하고 있는데, 남부철기를 다뤘습니다.ㄱ- 미네랄워터의 맛이 달라진다니 더 궁금해지잖아요! 하지만 이걸로 물 끓여서 홍차 우리면 맛이 전혀 안 날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하코네에서 판다는 미니어처 목공예품도 직접 보고 싶습니다. 아놔.;ㅂ;


이제 다음 작품이 뭐거 나올지 기대됩니다.>ㅅ<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투덜댔지만 그래도 후르륵 훑어보듯 본 책은 몇 권 있습니다. 길게 시간 들여 읽지 않아도 되는 책들입니다. 기록 겸 짤막하게 남겨봅니다.

『마망갸또의 홈베이킹 스쿨』은 시리즈 세 번째 권이군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레시피가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일본 레시피 북을 보면 또 지나치게 친절한 것이 아닌가 싶은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 책은 앞부분의 기본 기술 설명하는 부분을 빼고, 본격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면서는 설명이 너무 간결하지 않나 싶네요.

『달콤한 나의 상자』는 전통적이지만 특이한 미국 과자(디저트)를 중심으로 소개했습니다. 무난한, 혹은 기본 레시피를 원하는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본 레시피를 숙지하고 거기에서 조금 변화를 주어 만들고 싶으시다면 상당히 도움이 될겁니다. 지금까지 봤던 과자들과는 사뭇 다른데다 종류도 다양합니다. 첫비행님이 보시면 좋아하실 것 같군요. (샘플로 들고 갈까요?)

『맛있는 풍경』은 위의 『달콤한 나의 상자』와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길래 호기심에 집어 들었습니다. 무난하게 한 번 쯤 읽어볼만 하나, 이 책은 싸이월드 블로그를 통째로 편집해 출판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 취향에는 안 맞았네요. 하지만 이것도 역시 첫비행님께는... (...) 전부는 아니고 몇 가지는 참고해서 응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마음에 드는 조리법이 몇 가지 있었어요.+ㅠ+

『작지만 세계에 자랑하고 싶은 회사』는 앞의 두 부분만 읽고 내려 놓았습니다. 『1평의 기적』이 이 책에서 잠깐 소개되었다가 주인 할머니를 설득해서 만들어진 책이라고 들어서 궁금했거든요. 하지만 그닥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작지만 세계에 자랑하고 싶은 회사는, 뚝심과 장인 정신으로 완전 무장해서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을 위해 봉사하는 기업을 말하는가봅니다. 물론 그런 기업들이 이렇게 소개되면 또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이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정신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읽다가 말았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재미가 없더군요.; 『1평의 기적』은 재미있었는데.-ㅅ-;



피윤정. 『마망갸또의 홈베이킹 스쿨』. TERRA, 2011, 15000원.
정재은. 『나의 달콤한 상자』. 소풍, 2010, 16800원.
사카모토 고지. 『작지만 세계에 자랑하고 싶은 회사』, 양영철 옮김. 21세기북스, 2011, 12000원.
정혜경. 『(아름다운 작은 도시 포트 콜린스에서 전해 온)맛있는 풍경』. 소풍, 2011, 16800원.


사고 싶어도 책장이 부족하면 결국 포기하게 되네요. 말은 이리하지만 어제 도착한 책 무더기는...OTL
어쩌다가 이 책을 찾았는지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한데, 아마 교보문고의 새로나온 책을 보다가 고른 것 같습니다. 일본의 어느 자그마한 가게의 이야기라 했거든요. 그래서 검색했다가 도서관에 있는 걸 확인했고, 엊그제 도서관에 간 김에 찾아 들고 왔습니다.

책이 작기도 하지만 읽기 쉬운 문체에 술술 넘어가는 내용입니다. 중간 중간 글자 색을 달리 하고 굵게 하여 강조한 부분이 있는데 이게 원서도 그런지, 번역자가 강조한 부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주옥같은 글이긴 하나 한국에서도 통용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작지만 튼튼한 가게는 한국에서는 많지 않거든요. 거기에 소품종 다량 생산으로 1년에 4억엔을 번다하니, 한국에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소품종까지는 가능하나 그렇게 많은 수익은 못 낼 것 같거든요.

일단 내용부터 소개하고 자세히 적어보지요.

도쿄 서쪽, 키치조지에는 오자사라는 작은 가게가 있습니다. 파는 메뉴는 딱 두 종류. 모나카와 양갱만 만들어 팝니다. 크기가 1평 남짓한 가게에서는 판매를 주로 하고, 따로 공장이 있어 거기에서 과자를 만듭니다. 글쓴이이자 주인공인 할머니 이나가키 아츠코씨는 열 아홉-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바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노점이었답니다. 그것도 상시노점이 아니라, 시의 땅을 빌려 썼던 것이라 장사 시작하기 전에 기둥을 세우고 하여 노점을 조립하고, 장사가 끝나면 노점을 해체해야했답니다. 그 때는 집에서 만든 팥경단(당고)을 팔았다네요.
친가 외가 합하여 총 16명의 끼니가 그 장사에 달려 있었답니다. 맏딸로 아래로는 나이 차이 꽤 나는 동생들이 네 다섯 있고, 아버지의 사촌이나, 세살 차이 나는 숙부나, 모두 같이 살고 있었다네요. 하기야 그 때는 패전 직후였으니까요. 어디든 다 피폐했겠지요.
(그러니 그 때 한 번 뒤집어서 일본 정계 판도를 바꿨어야했어.-_- 히로히토를 그대로 놔둔 것이...)
숙부와 아버지가 만든 경단을 자전거에 싣고 와서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작은 공간에서 팔고, 그걸 3년 동안 하니 작은 점포를 얻을 수 있는 자금이 생겼답니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이 운영하던 점포를 협상하여 시세보다 높게 주고, 생활비까지 몇 년 간 대준다고 약조하여 얻은 것이 지금의 오자사 자리랍니다.
원래 아버지는 캐러멜 등을 만드는 가게를 운영했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캐러멜을 만들어 파는 건 고급형 가게들이었지만 그 때는 조금 달랐던 모양입니다. 여러 과자 회사에서 캐러멜을 만들면서 그런 작은 점포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그래서 업종 변경한 것이 경단집이었다네요. 그에 대한 언급은 아주 상세하지는 않아서 아마 다른 이유도 있었을거란 생각은 듭니다.

오자사를 만들면서 경단은 메뉴에서 빼고, 양갱과 모나카를 만듭니다. 그것도 양갱은 상상하기 어려운 맛을 내는 모양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하고, 찰지고, 입에서 사르르 녹고. 그게 어떻게 한 양갱에서 동시에 나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양갱은 먹기 어렵겠지요. 하루에 딱 150개만 생산할 수 있는데 한 사람 당 5개까지 살 수 있고, 그걸 살려면 번호표를 받아야합니다. 아침에 딱 50장을 배부한다네요. 그러니 새벽같이 일어나 가게 앞에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아야 그 양갱을 먹을 수 있는 겁니다.(먼산) 아니, 키치죠지라면 그 민치가스가 먼저 떠오르는데, 거기도 줄 엄청나게 서잖아요? 하지만 오자사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허허허; 줄을 서려면 이정도는 서야하는군요. 아니, 코미케도 이정도는 아닐 것 같아.;;

처음 양갱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하루에 150개 만들고 개당 가격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걸로 어떻게 4억엔의 수익이 나나 했습니다. 머릿속에서 대강 계산해도 수가 안 맞더군요. 그렇게 생각했더니 양갱은 고품질 소량생산의 대표주자(?)로 소개한 것이고 주력 메뉴는 오히려 모나카인가 봅니다. 요즘엔 아예 인터넷으로도 주문을 받는다는데(링크) 주문 형식은 아주 간단하네요. 다음에 주문해볼까 싶기도 한데 끄응..;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시는 걸 권합니다. 할머니의 고생담이 담담하게 그려졌는데, 참 대단한 분입니다. 열 아홉에 장사를 시작해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 힘든 양갱 만드는 일에도 도전했으니까요. 양갱은 집에서도 몇 번 만들어 본 적 있는데 오자사의 양갱과는 비교도 안되겠지요.;


제목에다 '하지만'이라는 걸 덧붙인 건 아무리 좋은 재료라 해도 저 썩을 동전 때문에(버럭버럭버럭!) 보면서도 걱정이 되더랍니다. 토카치든 어디든 이미 홋카이도의 팥도 안전하다고는 말할 수 없잖아요. 지하수도 깊은 곳에서 직접 뽑아서 쓴다지만 걱정됩니다. 하아. 그래도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은 양갱과 모나카네요. 양갱은 무리라해도 모나카는 일본 여행 가면 한 번 주문해볼까 합니다. 가능할라나.-ㅁ-;


아, 그래서 최종 결론.

티이타님, 빙고님, 첫비행님 .. 아니, 그 외에 다른 분들도 읽으시면 아마 제대로 낚이실 겁니다. 빙고님이나 첫비행님은 '양갱이랑 모나카가 먹고 싶어! 아니, 일본 여행 가고 싶어!'라고 부르짖으실테고 아이쭈님이나 티이타님은 아마도 꿩대신 닭이라고 한국에서 맛있는 양갱이나 모나카를 파는 곳이 어디 있나 검색하실 것 같습니다.
예상이라, 어디까지 맞을지는 모르겠네요. 후훗.


이나가키 아츠코. 『1평의 기적』, 양영철 옮김. 서돌, 2012, 14000원.

해팥이라 표기해서 틀린 것 아닌가 싶어 찾아보니 해팥, 햇팥 둘다 쓰는 모양입니다. 근데 전 사이시옷 들어가는 쪽이 익숙해요..-ㅁ-;
그렇긴 하지만 슬프게도, 전 예술 쪽은 좀 둔합니다. 아니, 예술쪽이 둔하다는 것보다는 관심을 덜 둔다는 말이 맞겠지요. 들어보면 아는 노래라는 것까지는 알지만 그게 무슨 음악인지는 모릅니다.-ㅂ-; 어렸을 때 클래식을 들으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음악을 들으면 피곤합니다.(...)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들으면 대개는 책에 몰두해서 음악이 안 들리거나, 귀가 피로해지면서 양쪽 다 놓게 되더군요.
하지만 이 책은 음악을 들으면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같이 들어 있는 CD를 틀어 놓거나, 미리 들어보고 나서 읽는 것이 훨씬 생생할겁니다. 소설 읽는 것만으로도 음악이 들리는 것 같지만 이미 들어본 음악이라면 더 확실하고 깨끗하게(?) 들릴테니까요.

기본은 추리소설이되, 내용은 음악성장소설입니다. 빙고님이 이전에 감상글에서 적었듯이 추리요소는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아니, 있긴 한데, 읽으면서 대강은 파악이 됩니다. 누가 저지른 일인지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왜'냐는 대답을 보고 나니 하나 중요한 걸 놓쳤더군요.OTL 그게 바로 반전입니다. 전 그건 미처 예상 못했던 터라. 읽고 나서 빙고님 감상글 다시 보고는 허허허 웃었습니다. 행복한 결말은 아니되, 그렇다고 아주 불행한 것도 아닙니다. 이정도면 그럭저럭 만족할 수 있지만... 솔직히 읽고 나서 만 하루를 무력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그 반전을 읽은 것이 출근 지하철 안에서였고, 반전이 폭로되는 그 장면에서 정확하게 절단 신공을 당했거든요.

내용에 대해서는 일단 접어둡니다. 이것도 뭐,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까요.


성장소설이라고 한 것은 위와 같은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이 상당히 상세하고 섬세하게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감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화상을 입어서 피부이식을 하면 저렇게 간단히 끝날리가 없거든요. 제가 피부이식을 받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증세로 추정되는 사람을 하나 알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분은 아마 화상을 입어서 피부이식을 받은 것 같더군요. 성격은 아주 좋았습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이고. 하지만 그 분의 속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물어보기도 어려웠거든요. 솔직히 저 역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걸 억누르기 위해 꽤 애썼습니다.(먼산) 하여간 그 분은 종종 병원에 가서 색소침착을 레이저로 치료하더군요. 레이저를 쏘아서 검게 된 부분의 색을 죽이는 것 같았습니다. 점 빼는 것과 비슷하게 말입니다. 그렇게 치료하는데 오래 걸리는데 ... 음... 빙고님 감상에도 등장하지만 피부이식이 그렇게 한 번에, 쉽게 되는 것이었나요.; 그런 건 아닐 것 같은데 말입니다.

게다가 아무리 성형을 한다 한들 얼굴을 몽창 다 바꾸는 것이었을텐데 그것도 단번에 했다는게 이상합니다. 그런 부분을 빼고 음악만 본다면 꽤 재미있게 잘 썼더군요.


다른 무엇보다 탐정역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G는 막판에 탐정(역)이 한 말 때문에 정이 뚝 떨어졌다네요. 관계없다라는 의미로 한 말이 방관자로 들릴 수도 있지만 방관자를 넘어서 방조자로 들리기도 합니다. G는 오히려 어머니쪽에 감정 이입이 되었다 하니..(먼산) 하여간 탐정의 외모나 성격만 두고 본다면 파일로 밴스, 엘러리 퀸 타입입니다. 아무래도 후자에 가깝겠군요.



이 뒤로도 두 권 정도 원서로 더 나와 있는 모양인데 한국에 이 작가의 책은 이것 하나만 들어와 있습니다. 아쉽네요. 하지만 그 뒤에도 이런 식으로 전개가 된다면 읽을 용기가 안 납니다. 은근히 상처 받았나봐요..T-T;



나카야마 시치리. 『안녕, 드뷔시』, 권영주 옮김. 북에이드, 2010, 13000원

그리고 그 다음이 『안녕, 드뷔시』입니다. 이건 조금 전 출근하며 끝낸 책이니 조금 감상을 묵혀야합니다. 지하철에서 내리기 직전에 딱 그 반전을 봐서 어안이 벙벙했더란..; 출근하고는 마지막 몇 장을 마저 읽었는데, 참...(먼산)


『우리집에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도서관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 망설이다가 집었습니다. 온다 리쿠 소설 중에서는 마음에 들어 집에 남겨 놓은 것이 한 손에 꼽을 정도기 때문에 이것도 고민했거든요. 들여놓지 않았지만 마음에 든 책은 『네크로폴리스』랑 『밤의 피크닉』입니다. 『1001초 살인사건』에 등장하는 요한의 이야기, 『빛의 제국』에 나오는 마지막 단편도 마음에 들었지요. 하지만 그 외에는 구입해서 읽고 나서도 방출했습니다.
이 책은 그 방출한 책들보다 한 수 위입니다. 그러니까 공포 소설이예요. 분위기 자체만 따지자면 『초콜릿 코스모스』에 잠시 등장하는 어느 연극신이 떠오릅니다. 온다 리쿠의 소설은 분위기 타입이 꽤 넓은데 이건 미스터리보다는 심리, 공포,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만합니다. 저는 불호에 가깝습니다.
사실 꽃샘추위 중의 이 봄날에 이런 책을 읽으면, 게다가 그것도 평일 저녁에 읽고 있노라면 등줄기가 오소소소소소 한 것이 괜히 읽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요. 읽고 나서 역자 후기를 보니 공감이 절로 됩니다.;
자주 오시는 분 중 이런 쪽 취향은 어느 분이더라. 유라님? 아니면 아이쭈님?


『어나더』는 사전에 작가를 모르고 보았다면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을 겁니다. 한줄로 이 감상평을 요약하면...

'오노 후유미가 쓴 줄 알았다.'
-ㅁ-;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은 『십각관』부터 시작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뒤에도 『**관』시리즈는 거의 골라서 다 봤습니다. 다만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에서는 그 결말(살인 동기)에 당황해서 한동안 손을 안댔습니다. 그 뒤에 다시 본 것이 『어나더』지요. 이건 유라님의 애니메이션 감상을 보고는 마음이 동해서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가, 도서관에서 눈에 띄길래 집어왔습니다. 번역자는 현정수씨. 역자 때문에 더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G도 이 책을 알고 있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애니플러스에서 방영하는 애니를 먼저 본 모양입니다. 저도 일요일 밤에 자러 들어가기 전 잠시 보았는데 소설과는 이야기 전개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기본은 공포소설입니다. 부조리한 공포? 여튼 옛날 옛적에 있었던 어느 사건을 계기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주인공 사카키바라 코이치는 아버지의 직장 관계로 외가인 요미야마시에 전학을 옵니다. 잠시간의 전학이지만 새학기를 맞이해야하는 딱 그 시기에 기흉으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집니다. 이미 그 전에도 기흉으로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재발했답니다. 이런 저런 상황을 보니 세심한 학생인가보네요.-ㅁ-;
하여간 퇴원하고 나니 새학기 첫 달은 이미 가고, 5월 초는 골든위크고. 그래서 5월 골든위크가 끝나고 등교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병원에서 마주쳤던 신경쓰이는™ 여학생을 만나 말을 건네게 됩니다. 그 이후는 아래는 접어놓고 보지요.


1인칭 시점이라 앞부분에서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려 할 때마다 방해가 들어가는 걸 보니 좀 답답하긴 합니다. 이 이야기를 꼭 들어야하는데 야는 여기서 왜 피하는 건가 싶거든요.-_-; 소설이었으니 그나마 빨리 넘어갔지 애니메이션에서는 2-3회 정도는 계속 그 '하면 안되는 짓'이 계속 등장했겠지요. 보는 사람은 속이 탔겠지만..

막판에 모든 일들이 풀릴 때, 그 중심에 '그게' 있다는 점은 마음에 안듭니다. 이미 상황 설정부터가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고 있지만 해결도 그렇다니 맥이 빠지네요. 하지만 반전부분은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던 부분이라 꽤 놀랐습니다. 제가 의심하고 있던 건 다른 사람이었거든요. 게다가 코이치의 반응이 예상 외여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타격을 입을 것 같은데 전혀 아니었거든요. 허허허;


분위기가 닮은 소설을 찾으라면 오노 후유미의 『17세의 봄』. 그런 분위기라 더 오노 후유미 책 같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십각관』이나 『키리고에』 같은 치밀하게 짜여진 추리소설보다는 느슨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책 두께가 그리 두껍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흡입력이 좋았습니다. 시간적 배경을 생각하면 조금 더 늦게 보아도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여름 휴가용 책으로도 괜찮습니다.>ㅅ<

하지만 성이 사카키바라라고 하니 어느 집안이 생각나지 말입니다?



온다 리쿠. 『우리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박수지 옮김. 노블마인, 2011, 11000원.
아야츠지 유키토. 『어나더(Another)』, 현정수 옮김. 한스미디어, 2011, 15800원.




쓰고 나서 덧붙임.
오노 후유미를 언급한 특별한 이유가 있지요. 이 경우는 婦唱夫隨.;
최근 읽은 책 세 권 리뷰를 왕창 쓸까 하다가, 완독한 것 따로, 읽다 만 것 따로 올리기로 헀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책 세 권을 읽은게 지난 주 후반부부터 오늘 아침까지라는 겁니다. 허허허;


한국소설은 원래 손을 대지 않습니다. 손을 댄다 한들 주로 판타지나 로맨스일뿐입니다. 흔히 말하는 장르소설쪽의 마이너계만 읽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소설'은 정말 오랜만에 손에 잡았습니다. 물론 원래대로라면 손대지 않았을텐데, 이 책은 아는 분께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정유정씨는 전작의 반응을 보고는 괜찮은 작가구나, 혹은 글을 잘 쓰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고요. 하지만 역시 한국소설이라 손 안대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책상 정리 하는 김에 G에게 넘겼습니다. 아는 분께 받은 소설이라 하면서요. 이미 그 때 전 결말 몇 장만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의 흡입력에 대해서는 짐작하고 있었습니다.-_-;

그리고 오늘 아침. 방문 앞에 이 책이 놓여 있는데 G의 평가는 아주 가혹했습니다. 절대 집에 두지 말라고, 읽지 말라 하더군요. 하지만 하지 말라 하면 더 읽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심리 아닙니까. 출근길에 조금 손을 댔습니다. 약 30분 남짓 앞부분 조금과 뒷 부분 많이를 보았습니다. 허. 왜 G가 읽지 말라 했는지 알겠더군요.

이 소설은 1인칭 시점입니다. 시작부터가 그렇군요. 그리고 그 안에 또 다른 소설이 등장합니다. 그 소설은 주인공인 나(서원)의 7년 전 기억을 끄집어 냅니다. 책을 전체적으로 훑어 본 것은 아니고 앞부분과 뒷부분만 보고, 액자소설은 끝부분만 확인했기 때문에 정확하진 않습니다. 앞부분을 읽으면서는 심하게 감정 이입이 되어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그것만 놓고 보자면 겹쳐지는 소설이 하나 있는데 말입니다. 음, 사실 전체적인 구조를 봤을 때는 닮아 있네요. 물론 전혀 다른 내용이고 말하고자 하는 것도 전혀 다릅니다.
(아이쭈님이라면 아실라나..-ㅁ-;)

앞부분을 스륵 넘겨보며 눈에 들어오는 부분을 읽다가 포기했습니다. 절박하게 몰린 주인공의 심정이 손에 잡힐듯이 다가오는 바람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네요. 그러니까 묘사나 설명, 글발이 너무 좋아서 사람이 몰입하는지라, 읽는 사람 역시 따라서 피폐해지기 때문에 그런겁니다.



라고 까지 쓰고, 당장에 치우라고 버럭 화를 낸 G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랬냐 했더니 함정이 있었네요. 제가 본 것이 앞부분 중에서도 주인공의 회상이 들어간, 조금 뒷부분이었는데 그 앞에 토할 것 같은 묘사들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더랍니다. 일요일 밤시간에, "일본 작가들도 그렇게 쓸까 싶은" 부분을 읽어야했던 G에게 위로를...;;; 그 부분 내용을 대강 들으니 이해가 되네요. 왜 맨 마지막에 그 썩을놈의자식이 그런 짓을 했는지 말입니다. 하하하하.

하여간 대강 읽은 것만으로도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하지만 저는 끝까지 읽을 자신이 없었지요.; 추천 대상은 막심 샤탕의 '악의 시리즈'라든지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책을 재미있게 보신 분. 근데 제 주변에 그런 분들이 있으신가요..?;


정유정. 『7년의 밤』. 은행나무, 2011, 13000원



덧붙이자면, 한국에서 이런 소설이 나왔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아직 이런 책이 나오긴 어렵지 않나, 생각했거든요.+ㅅ+


원서 부제목도 간촐하지요? 천년왕국의 조사. 이번 이야기는 상당히 두껍습니다. 1권과 4권을 같이 놓고 비교하지는 않았는데 두께도 상당히 비슷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구성이 다르고 분위기도 다릅니다. 무섭기로 말하자면 이번 권이 더 무섭습니다. 여러 의미로 '믿지 못하게' 되었으니까요.


1권은 첫 번째 이야기라 그런지 액션도 등장하고 이런 저런 궁리도 등장하고 히라가의 활약도 높습니다. 2권은 로베르토의 비중이 높고, 3권도 로베르토의 비중이 높지요. 4권은 로베르토보다는 히라가의 비중이 조금 더 높다고 봅니다. 가장 중요한 수수께끼를 풀어내거든요. 물론 로베르토가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중심 축이 주로 히라가입니다. 문서조사보다는 과학조사가 중심이 되면 히라가의 활약이, 문서조사가 중심이 되면 로베르토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ㅁ-/

이하는 내용이 상당히 들어 있는 관계로, 앞으로 보실 분들은 피해서 보시길 바랍니다. 제발 부탁인데 이거 번역 내주면 안되겠니.;ㅁ; (하지만 이런 종류의 소설을 번역할 때 어떤 번역자가 잘 어울릴까 곰곰이 생각하면... 으음;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는게 문제;;; 번역 장벽이 꽤 높습니다.)




5권은 직접 사와서 보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책상 위에 다른 책들도 가득한지라-시오노 나나미 두 권, 온다 리쿠가 참여한 책이 한 권, 토레스 시바모토가 삽화를 그린 소설이 한 권-있는 책부터 보고 그 다음에 볼래요. 그리고 이 핑계를 대고 조만간 일본에 가야죠. 근데 갈 시간이 없어! 연휴에는 항공권이 비싸단 말입니다! ;ㅂ; 그렇다고 연휴 아닌 때 휴가 내면 제 업무가 없다 한들 눈치 보여서 안됩니다.(엉엉엉)
여튼 5권은 그 다음의 별미로 남겨두고 언제 먹을까(?) 즐겁게 기다릴래요. 4권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아주아주 오랜 만에 음양사가 나왔습니다.(상권 교보 링크) 유메마쿠라 바쿠의 음양사. 일본어 실력이 아주 좋진 않아서 읽는데 100%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번역서가 있는 경우엔 웬만하면 번역서를 봅니다. 물론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찾는 책이나 블루레이, DVD, 만화는 소수 취향의 물건이 많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소수 구매층만 있는 이쪽 취미바닥에서는 가능한 사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음, 그러니까, "돈 벌고 있고 구입할 능력이 되는 이상 이런 건 가능하면 구입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끄응.;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데 왜 돈을 쓰냐고 할 수도 있고, 네가 구입하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는 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의 구입을 할 뿐입니다.(먼산)

그래서 한 번 보고 바로 방출할 것을 알더라도 손안의책이나 북스피어에서 나온 책은 의무감을 가지고(!) 구입합니다. 시공사에 대해서는 그런 부채감(?)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저 두 출판사의 책은 제 취향의 범위 안이면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구입하려고 합니다. 『음양사』도 그렇고, 『미야베 월드 제2막』도 그렇고, 시공사의 엘러리 퀸 시리즈나 북스피어의 밴 다인 시리즈도 그렇습니다. 으으. 근데 밴 다인 시리즈 다음권 언제쯤 나오나요.;ㅁ;

본론으로 돌아가.;;;


음양사 번역 자체는 그 전에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글루스 김소연님의 이글루를 링크해 놓고 계속 들여다보는데, 음양사 번역은 작년인지 재작년에 끝났다고 본 것 같습니다. 책이 밀린 것 같네요. 책 띠지에도 아예 6년 만에 나오는 음양사라고 했으니 그만큼 오래 기다렸습니다. 바로 직전 편이 『음양사 별전- 나마나리 아가씨』였던가요. 그 뒤에 이 책이 나왔으니까요. 이게 여덟 번째 책입니다.

이번 책은 외형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 6년 사이에 물가가 올랐으니 어쩔 수 없었을테지만 이번에는 하드커버가 아니라 다른 책들과의 일체감이 떨어집니다. 대신 아예 판형을 바꿨더군요. 살짝 와이드 판형입니다. 책 높이를 직접 비교해보지는 않았는데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네요.(이 부분은 나중에 확인해서 추가하겠습니다.)
가로가 길어져서 정사각은 아니지만 그에 가까운 직사각형이라, 하드커버에 오히려 가로가 좁은 느낌이었던 앞서의 책들과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이런 판형도 괜찮네요. 잡고 보기엔 무난합니다. 다만 표지 종이(커버)가 좀 얇은 종이인가 싶은게, 손에 땀이 날 때 쥐고 있었더니 표지 종이가 우그러 들었습니다. 하하;; 가로가 길어졌다는 것 외에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전 책들과 닮았습니다. 생각난 김에 나중에 집에 있는 유일한 원서-혹 떼는 세이메이랑 다캬야샤 아가씨, 이전의 번역서를 같이 놓고 사진 찍어 보겠습니다.

사진 정보 추가.


대강 찍어본 사진입니다.
맨 아래가 이번에 나온 다키야샤 아가씨 상-하권, 그 위가 일곱 번째 번역서인 『음양사 별전-나마나리 아가씨』, 맨 위가 원서인 『혹떼기 세이메이』. 새로 나온 책이 제일 크고 예전 것은 다른 책보다 세로로 길다는 느낌이 들며, 원서는 정사각은 아니지만 가로로 긴 느낌입니다.'ㅂ'


작가 후기에도 나와 있지만 오랜만의 장편입니다. 직전에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나마나리 아가씨도 장편이었지만 이건 그보다도 더 깁니다. 권당 1만 2천원인데 두 권으로 나뉘어 있어 투덜거렸더니만, 내용 자체가 많더군요. 원서는 분권인지 어떤지 모르지만 이정도면 나눌만 합니다...?;
장편이 쓰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나봅니다. 글 전체적인 분위기가 조금 덜컹거립니다. 사건이 단락단락 끊어지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1-6권까지에서처럼 단편 단편 이야기가 완결되고 그게 얽히고 섥혀 전체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특히 중요 등장인물 누구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부터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중반부쯤 등장하는데, 그 존재가 상당히 중요한 트릭이기 때문에 추리소설로 놓고 보자면 친절하지 않은, 작가는 다 알고 있지만 독자에게 전부 패를 보여주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하기야 원래 그렇죠. 세이메이도 자기는 다 알고 있으면서 알려 달라고 하면 안 가르쳐 주잖아요. 그것도 자기만 알고 있는 이런 저런 사실들을 조합해서 그린 그림이니, 세이메이의 머릿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독자나, 히로마사나 알려주지 않는다고 툴툴 대도 어쩔 수 없는 겁니다.;

『바티칸 기적 조사관』에 뒤이어 봐서 그런지 읽는 사람을 위한 실마리가 제대로 놓여 있지 않은게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게 『음양사』의 맛이니까요. 여기서 제일 무서운 건 도만, 그 다음이 야스노리, 그 다음이 세이메이라고 생각하는 바... 최종 결과에서는 역시 세이메이가 하는 대로 대체적으로 흘러가는군요.

그나저나, 그 당시 그 나이면 노처녀 소리 들을만 한데, 그 뒤에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이런 부분까지 친절하게 설명하는 건 애거서 크리스티 스타일이니 그렇지 않다고 해도 불평할 수는 없겠지요. 그냥 다들 행복하게 잘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유메마쿠라 바쿠. 『음양사- 다키야샤 아가씨 상-하』, 김소연 옮김. 손안의책, 2012, 각 1만 2천원.

덧붙임.
『음양사』 신간이 들어오면서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시아출판사 판이 밀렸다는 건 조금 슬프지만.;ㅅ; 대신 좋은 분께 선물로 드렸으니 괜찮을 겁니다. 재미있게 보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옛날 책이라 마음에 걸렸지만 이번에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뜨는 분위기라 켕기는 건 덜했습니다. 하하하;
『음양사 다키야샤 아가씨』랑 『바티칸 기적조사관 4』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내용 전체가 아니라 일부분만 담고 있지만 마음에 걸리는 분들은 피하세요!







음양사 신간, 『다키야샤 아가씨(타키야차히메)』 상-하권을 읽다가 그 전날 다 읽은 『기적조사관 4』랑 일맥상통한다라는 부분이 있어서 발췌. 저작권 문제의 소지가 있으니 삭제될 수도 있습니다.(으으, 심히 찔린다;)


 


그리고 기적조사관에서 등장하는 대화. 앞서 적은 대화도 흐뭇하지만 이쪽도 만만치 않습니다. 원문과 함께 올립니다.



여기까지 올려놓고; 본격적인 두 책의 리뷰는 다음에 쓰겠습니다. 오늘 내일은 정신없이 지나갈테고, 오늘 밤에 정신이 있으면 리뷰 천천히 올려보겠습니다. 그나저나 내일 출장가는 것 관련 서류는 왜 안 오는거야.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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