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와라 히로시, <벽장속의 치요>, 예담, 2007

미야베 미유키, <나는 지갑이다>,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안 좋은 것부터 쓰는 것이 낫겠지요. <벽장 속의 치요>부터.
읽을 때 첫 번째 이야기까지 읽고 꽤 마음에 들었는데 두 번째 이야기는 동 떨어져 있습니다. 뭔가 하고 봤더니 이거 단편집이었군요. 전혀 모르고 읽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두 번째 이야기는 이해가 안 가서 다시 읽어야 했지요. 앞 이야기와 연결시켜 보려 했으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당연합니다. 흠흠.
교보에서는 책 소개에 펑키호러 소설이라고 해놨는데 읽고 나면 "이런 것이 딱 일본소설이야"라는 느낌이 확 옵니다. 다른 소설들은 일본소설이 아니냐면 그건 또 다르죠. 뭐랄까, 일본색이 물씬 나고 일본의 정신세계는 이런 것이구나라고 맛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인의 시점에서는 뜨악하다 못해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일 수도 있는 독특한 소설들이 나와 있군요. 처음 몇 편은 그럭저럭 괜찮게 봤는데 고양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특히 혐오감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기분 나빴습니다.
어머니의 러시아 수프는 아마 보르시치를 말하는 것 같은데, 암울하군요. 대강 짐작은 했지만 이런 사태까지 건드릴 줄은 몰랐습니다. 냉혹한 간병인도 그렇고 예기치 못한 방문자도 그렇고. 사람을 기분나쁘게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취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고 꼭 집어 말하자면,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기도 난감한 정도의 책입니다.


<나는 지갑이다>는 간만에 행복하게 본 미야베 미유키 소설입니다. <스나크 사냥>은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에 엔딩의 미적지근함이 아쉬웠지요.
이 책의 형식도 꽤 독특합니다. 단편 연작 소설이고 하나하나의 단편들이 다른 이야기들과 유기적으로 연계를 가지며 이어집니다. 연재 당시에는 단편으로 나온 모양인데 책으로 읽으니 그냥 구성이 특이한 한 권의 장편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물론 각 단편들이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따로 뽑아내어 본다 해도 문제는 없겠지요. 뒷편일수록 사전 지식이 조금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을 빼면 말입니다.


다음에 구입할 미야베 미유키씨 책은 이쪽으로 해야겠네요.
그러고 보니 온다 리쿠 컬렉션 절반도 장기 대출로 치워야 하는데. 앞부분 가지고 계신 분께 옆구리를 또 찔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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