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폴슨, <손도끼>, 사계절, 2001

난파 혹은 조난과 관련된 책의 상당수는 성장소설입니다. 로빈슨 크루소나 신비의 섬은 성장소설이라 보기 어렵지만 15소년 표류기, 나의 산에서 등 아이들이 한 번 조난 당했다 하면 그 때부터 이야기는 아이들이 어떻게 그 상황을 극복했는지, 거기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는 분께 추천받아 읽게 된 손도끼라는 소설은 굉장히 얇지만 제 취향의 책이었습니다. 줄거리를 보고는 바렌랜드 탈출작전-동서문화사에서 나온 ABE 전집 중 한 권. 친구인 인디언 소년과 백인 소년이 어쩌다 척박한 지역에 남겨져 함께 살아 남는 이야기-을 떠올린 것은 배경이 그 즈음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공간적 배경이 알래스카나 그 근처 어딘가입니다. 배경이 겨울이었다면 채 3장이 넘어가기 전에 주인공이 동사했겠지만 다행히 여름이라 밤에도 그리 춥지 않아 주인공이 살아 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류의 소설이 흔히 그렇듯 주인공 브라이언도 집안에 문제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현재 브라이언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고 아버지는 알래스카 저 건너에서 석유시추 기술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다른 이야기가 하나 더 끼어듭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이혼 요청 사유를 몰랐지만 브라이언은 어머니의 불륜 장면을 목격한겁니다.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이혼은 성립되고 부모님은 갈라섭니다. 어머니와 함께 살고는 있지만 어머니의 부정장면을 목격했으니 마음이 편할리 없지요. 어머니도 아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건 모릅니다. 아마 끝까지 모르겠지요.

그렇게 주변 상황에 휘둘리던 아이는 비행기 사고로 숲 속 호수 옆에 떨어진 후 혼자서도 잘 살아요~라고 노랫말이 절로 흘러나오는 아이로 바뀝니다. 책이 길지 않아 세세하게 설명은 하고 있지 않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구조 요청을 들은 비행기가 호수에 착륙한 상황에서 아이가 담담하게 말을 건네는 장면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래, 씩씩한 녀석. 부모들의 사정에 휘둘리지 말고 너는 네 갈길을 가는거야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 두 달 동안 고립무원의 숲 속에서 생활하면서 군살이 빠져 단단한 몸매로 재 탄생했다는 것........ 이었지요, 아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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