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버포드, <앗 뜨거워>, 해냄, 2007

독자평이 13개나 있길래 죽 내려봤더니 평이 조금 갈립니다. 저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아닌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 분야의 사전 지식이 없다면 그럴만 하지요. 저야 먹는 것을 좋아하니 이모저모 주워들은 것이 많아 상당수 이해하며 읽었지만 G에게 추천해준다면 아마 첫 번째 장 채 넘어가기도 전에 재미없다고 할겁니다.

서평이나 이 책에 대한 평에서는 이 책을 좀 가볍게 다루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깊은 책입니다. 기본 내용은 간단하지요. 밥보-한국사람이라면 웃음을 터뜨릴만한-라는 이름의 유명한 음식점이 하나 있습니다. 본격 이탈리아 음식을 표방하는 곳인데, 이 책의 저자는 얼결에 이 음식점의 주인을 만나 감명을 받고는 자신의 직업을 때려치우고 밥보의 주방에 들어갑니다. 요리쪽은 아직 도제식 시스템이 많이 남아 있다보니 음식 재료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해 파스타 삶기, 고기 굽기 등등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게 됩니다. 글쓴이 본인의 이야기인만큼 표현들이 굉장히 사실적입니다. 직접 주방에 뛰어들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재료 준비하다가 손가락 날려먹고, 파스타 솥 앞에서 끊임없이 파스타를 삶아내고, 에어컨은 무용지물인 거대 오븐 앞에서 밀려오는 주문들을 머릿속에 자동 입력하며 고기를 한정없이 굽고요.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주방 내에서의 인간관계도 여실히 보여주는데다 글 중간중간, 밥보의 주인인 마리오가 어떻게 밥보를 열게 되었는지 양쪽을 번갈아 보여줍니다. 이 책에 100% 빠져들지 못한 것도 바로 이겁니다.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저 마리오라는 인간이 제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상입니다. 이런 타입을 마초라 부를까요. 제멋대로이고 남성우월주의적인 모습도 보이며 폭군에 사람을 휘두르며 잔머리는 끝내주게 돌아갑니다. 그래서 마리오가 걸어온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화딱지가 나 견딜 수 없어요!
초반부는 그런 모습이 많지만 후반부에 가서 빌이 마리오의 모습을 따라 이탈리아에 연수를 가며 그 쪽 생활에 익숙해 지는 모습이라든지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각종 문헌들을 찾아보고 분석하며 나오는 옛날 이야기들, 조리에 대한 세세하고 상세한 언급은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찾아서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책도 두껍고 읽기 편한 판형도 아니고, 읽기가 두려운 책임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다 읽고 나서의 보람도 큽니다.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세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