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메이슬,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 북노마드, 2007
요시무라 켄지, <Eye_26세, 나는 세상으로 뛰쳐나갔다>, 넥서스BOOKS, 2007

이 책들 말고도 꽤 읽은 것 같은데 왜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은걸까요. 하기야 요즘에는 집에서도 책을 갖다보았기 때문에 뭐...'ㅂ'
(모 책 때문에 또 바람났다는 것은 비밀;)

저렇게 보면 두 책의 크기가 꽤 차이나는 것 같은데 실제 비교하면 크기는 비슷합니다. 보헤미안은 A5정도, Eye는 키가 좀더 작고 가로로 판형이 조금 더 큽니다.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는 그냥 훑어보고는 샌프란시스코쪽 여행기로 생각했는데 여행기라기보다는 생활기입니다. 보헤미안이 쓴 샌프란시스코 생활기가 아니라 보헤미안들이 많이 모여사는, 그래서 보헤미안을 위한 도시 샌프란시스코란 의미더군요. 치료사이자 작가인 에릭 메이슬이, 자신이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주변을 휘휘 둘러보고 역사를 슬쩍 들여다보아 쓴 이야기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생활이 손에 잡힐듯 다가온다고 표현하면 과장일까요? 뭔가 글쓰고 싶은 욕구도 자극하는 재미있는 수필입니다. 시간을 들여서 다시 한 번 찬찬히 훑어보려 합니다. 햇볕 잘드는 카페에서 커피(홍차도 아니고 밀크티도 아니고 코코아도 아니고) 한 잔을 시켜 놓고 따끈한 양지목에 뒹굴거리는 고양이마냥 읽어야 좋은 책입니다. 훗훗훗~


요시무라 켄지의 책은 다카하시 아유무의 Love & Free와 닮아 있습니다. 일본사람의 세계여행기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다른 것은 느낌일까요. 방랑을 하겠다라는 목적이 확실한 다카하시의 책과는 달리, Eye는 무념무상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여행입니다. 스물 여섯은 일본의 나이일테고 한국 나이로는 스물 여덟일겁니다. 일본은 군대를 가지 않으니, 만약 대학을 가지 않고 바로 취직해 돈 벌다가 나갔다면, 아니 대학을 다녀왔더라도 스물 여덟이면 사회생활에 익숙해질즈음이겠지요. 그런 때 모은 돈을 들고 충동적으로 여행을 나간다면? 그것도 처음에는 그리 길지 않게 가려 하다가 친구들의 메일을 받고는 또 충동적으로 해가 지는 곳을 향해 나아갑니다. 물론 계속 서쪽으로 가는 것만은 아닙니다. 책은 총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맨 앞은 개괄, 맨 뒤는 에필로그, 그리고 다른 네 개의 장이 지역 구분입니다. 첫 번째 단락은 중국과 몽골, 파키스탄 등 아시아, 두 번째 단락은 중동, 세 번째 단락은 아프리카, 네 번째가 유럽입니다.
책은 사진과 글이 반반 나뉘어 있지만 자세히 서술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여행다니는 동안 한 번도 끊어지지 않고 기적적으로 썼다는 일기가 기본이 되었다는데 그 때 그 때의 짧은 감상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진은 본인이 들고간 필름카메라를 통해 뽑은 것이겠지요. 몰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최근의 여행서적사진들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피사체들은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사진과 글이 마음에 들었을겁니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중 하나, 파키스탄 카슈미르에 있다는 <나우시카> 배경 마을. 엿새만 달랑 머물고 나온 것은 그 이상 있으면 도저히 그곳을 나올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는데 그 말만 들어도 가고 싶습니다. 풍경사진 하나 없이 말만으로 사람을 홀리다니, 무섭습니다. 그리고 작은 돌이란 제목의 짧은 이야기도 무섭습니다. 이건 진짜 공포입니다. 직접 찾아보시라는 의미에서 내용은 쓰지 않지만, 200자 내외로 환경오염의 경고글을 쓰라고 한다면 이 글이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아프리카 여행 도중에서 나온 짧은 글하나. 에티오피아 라리베리의 소년 사진과 함께 실려 있습니다.

P. 134
나는 형이 정말 좋아요.
동양인들하고는 항상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그런데 유럽인이나 미국인은 무슨 이유인지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해요.

살짝 입가에 쓴웃음이 맺히지만 웃음으로만 넘길 수 없는 이야기지요.

넥서스BOOKS에서 나온 여행책들은 대체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On the road>, <이탈리안 조이>, <히피의 여행 바이러스>, 이 책 <Eye>. 특히 이번 책은 갈피를 못잡고 있을 때 한 번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들여다 볼 만한 책입니다. 가슴 속의 욕심을 버리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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