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 <내려올 때 보았네>, 비채, 2007
이윤기, <꽃아 꽃아 문 열어라>, 열림원, 2007


도서관 서가 사이를 헤매이다 보고서는 덥석 집어 들은 것이 산문집, 산문집이 마음에 들어 주말 동안에 읽으려고 집어 든 것이 신화 에세이입니다. 신화 에세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 4권을 보고 나서 한 번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니 그리스 로마 신화 4권부터 하여 최근의 이윤기씨 책은 다 읽은 셈입니다. 물론 번역본은 제외. 거기까지 읽기엔 책이 너무 많습니다.
(책 정보를 집어 넣기 위해 저자 이름으로 검색했더니 목록이 주륵 뜨는데 맨 위에 떠 있는 것이 위 두 책도 아니고 그리스 로마 신화도 아니고 번역서였습니다. 하하;)


오늘 하도 징~하게 놀다 왔더니 길게 쓸 여력도 안되고, 길게 쓰려면 다시 한 번 더 읽어야 합니다. 두 권 다 한 번 읽고서 끝낼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꽃아~는 우리 신화 에세이라 책이 좀 어렵습니다. 깊게 이것저것 참고하며 읽어야하는 책이지만 제 내공이 아직 거기까지 닿지 못했습니다. 많이 잊기는 했지만 우리 신화를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다시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이, 삼국유사도 삼국사기도 다시 찾아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삼국의 기원 설화와 부여의 신화도 다시 찾아 읽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 신화를 읽어나가기 전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책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이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해석들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구지가의 해석, 참으로 ... 지당하십니다. 하하하..;
권신아 씨의 일러스트도 사람의 눈을 홀립니다. 독특한 그림이라 신화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생각했더니 기우였습니다. 이 신화 삽화들만 모아서 전시회를 해도 굉장히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꽃의 묘사도, 옷들도, 그리고 색도 멋집니다. 글과 함께 본다면 삽화가 또 다시 보이니까요. 삽화만 후르륵 넘겨보면 그 맛이 안 느껴집니다.

하지만 편집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줄간격 대략 200. 책이 작았다면 삽화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아쉬웠을테지만 그렇다면 조금 얇게 해주시면 안되는 겁니까. 300페이지를 훌쩍 넘는 책인데 두꺼운(무거운) 종이를 썼기 때문에 책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들고 다니기 쉽지 않군요. 하지만 줄간격이 그렇게 넓고 큼직한 글씨니, 줄간격을 조금 줄이더라도 페이지 수를 줄였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글이 시원시원하게 보이는 것은 좋지만 무게와 가격을 생각하면 분량은 적은 편이라고 봅니다. 12000원이 요즘 책값에 비하면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가격이긴 하지만 편집에 신경을 써서 가격을 줄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고가 전략으로 나온 책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내려올 때 보았네쪽이 신화보다는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월간에세이에서 연재되었던 수필도 몇몇 보이는군요. 여러 매체에 썼던 글을 모아서 냈나봅니다. 읽으면서 내내 웃었고 가끔 눈시울이 뜨거워졌으며, 자주 뜨끔했습니다. 한 두 달 묵혔다가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읽으며 정신을 일깨우고 싶은 글들이 모여 있습니다. 블로그에 글은 많이 쓰지만 그런 것만 가지고는 경지에 이르기엔 택도 없다는 것을, 끝없는 공부만이 갈 길이라는 것을, 정진해야한다는 것을 떠올려 주었지요. 죽비와도 같습니다. 글쓴이의 유머에 입술 한 쪽 끝이 올라가고 내내 빙글빙글 웃다가도 죽비 한 대를 맞고 나면 머리가 울리면서 정신도 함께 울립니다.
이 책도 편집에 대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조금 가벼운 종이로,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게 하면서 가격을 내렸으면 어떨까 싶은걸요. 벌써 수필들도 12000원을 돌파한 기미니, 올해는 또 책값이 얼마나 오를까 걱정됩니다.
(헉? 만약 중국에서 출판 홍수가 일어나면 전세계 종이값이 폭등하겠군요. 나무들이 남아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책 사재기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니 이걸 어쩝니까. 총알이라도 잔뜩 채워두어야 하는 겁니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깨워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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