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무라 코우,<이력서>, 문학동네, 2007,
이이지마 나츠키, <천국에서 그대를 만날 수 있다면>, 이너북, 2005


일본소설을 한동안 멀리하겠다고 결심한지 어언 며칠. 그러다 나카무라 코우의 이력서를 보고는 호기심이 동해 다시 집어 들었습니다. 일본소설을 멀리하고 싶어질 정도로 좌절하게 만든 책은 아오야마 나나에의 <혼자 있기 좋은 날>이었습니다. 취향에 안 맞는 건 둘째치고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더군요.-_-;;

그러다가 비슷한 내용의 책 소개를 기억하고 있던 이력서를 보고는 한참을 망설이다 집어 들었습니다. 대개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는 낚시에 가까울 정도로 순화(포장)해서 제공되기 때문에 그것만 보고 고르다가는 미끄러지기 쉽상인데, 이력서도 조금은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책 소개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리뷰를 쓴다면 거기에는 그렇게 이야기를 둘 수 있습니다.

<이력서>는 말하자면, 풀 코스의 전채입니다. 애피타이저. 아니면, 풀 코스에서 전채와 디저트를 뭉텅 잘라내고 주요리만 갖다주는 격이라고도 할 수 있군요. 앞 뒤 이야기가 모두 빠진 채 몸통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더군요. 앞 사정도 모르고, 뒤에도 이야기가 잔뜩 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작가가 원하는 부분만 보여주는 그런 모습이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쓰는 단편들도 앞 뒤 맥락을 제게 듣지 않은 사람이 읽는다면 그런 느낌을 받지 않을까요. 하하;

<천국에서 그대를 만날 수 있다면>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한 번 읽었고 이번에 문득 제목이 눈에 들어와 다시 집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는데도 다시 읽는 동안 이게 이런 이야기였던가라고 생각하며 읽었지요. 기억력 감퇴인건지, 오래 기억할 정도의 내용이 아니었던 건지는 저도 모릅니다.
암병원을 무대로 해서, 전직 미용사 현직 정신과 햇병아리(레지던트)인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이 어떻게 편지 가게 주인장이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전개되고 있습니다. 앞부분의 편지는 '내'가 편지 가게 손님인 슈지씨를 위해 쓴 것으로 이 편지는 끝부분에 나오는 슈지씨의 아내에게 받은 편지로 또 다시 이어집니다.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를 읽으면서 이런 타입을 어디서 봤는데라고 생각했더니만 이 책이었군요. <천국에서~>를 먼저 보고 1년 쯤 뒤에 <편지>를 읽었다고 기억하는데 그래서 익숙했던 겁니다. 마음에 드는 것은 좀더 가벼운 느낌의 <편지>쪽. 하지만 <천국에서~>도 만만치 않습니다. 암병원이 주 무대이기 때문에 마지막 이야기들을 살짝 엿볼 수 있거든요.

어제 퇴근길부터 시작해 오늘 출근길까지해서 두 권다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몇 주 동안 내내 붙들고 있는 원서로군요. 빨리 해석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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