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등등에 들어가는 이마 이치코의 신작 『여행자의 나무』부터 풀어 놓지요. 그 다음은 모리 카오루의 『습유집』. 그런 고로 이번 글은 최근에 읽은 만화책 여러 권 돌아보기가 주제입니다.

아래 가격을 보시면 알겠지만 지금 풀어 놓는 네 권은 가격이 보통 만화책보다 훨씬 높습니다. 판형 문제도 있지만 종이질도 일반적인 만화책보다는 두껍고 무거우며 고급형으로 낸 것이라 그렇습니다. 이 중 만족도가 제일 떨어지는 것이 『여행자의 나무』였습니다. 하하하.;
표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책은 서호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신선했던 서호의 물 찾으러 가는 아가씨들 이야기도 이제는 흥이 떨어지고; 작가 본인도 후기에 썼지만 이 중 몇 편은 기둥 줄거리가 유사합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도 어디선가 많이 본 느낌이네요. 그래서 상대적인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가장 마음에 든 인물이 맨 마지막에 나오는 경망스런 황자님이란 것도 특이하죠.; 보통은 이런 인물에게는 호감도가 확 떨어지는데 맨 마지막 몇몇 컷에서 보여준 모습이 단순히 철없는 놈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 갭에 반한 건지도 모르지요.
앞서 호수 이야기를 재미있게 본 분들이라면 그냥 무난하게 보실 겁니다.

『모리 카오루 습유집』은 구입을 벼르고 있었지요. 지난번 모임 때 원서로 한 번 보고는 살까 했더니만 그 새 번역본이 나오더라고요.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게다가 예정 일정보다 일찍 나와서 혹시라도 초판 한정 부록을 구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있었습니다. 영문 서명이 Anything and Something인 것은 이 책이 그 어디에도 넣기 애매한 단편과 그림을 모아 만든 것이라 그렇습니다. 목차를 보면 아시겠지만 여러 번 있었던 사인회의 용지에 넣은 그림도 같이 들어 있거든요. 엠마가 많지만 셜리도 있습니다./ㅅ/ 앞쪽에는 여러 단편이 있기도 하고, 앵글(...)이 특이한 그림도 몇 있고, 이건 망상 폭주다라고 단정한 몇몇 단편도 있습니다. 특히 망상 폭주형은 옆에 다른 사람이 있을 때 펼쳤다가는 이상한 시선을 받을 수 있으며 공공장소에서는 민망할 수 있으니 집에서 혼자 펼쳐 보도록 합니다. 딱히 야한 장면이 있는 것은 아닌데, 모리 카오루의 그림은 가끔 벗고 있어도 야하지 않고, 벗지 않아도 야한 경우가 있으니까요. 이쪽은 후자입니다.ㄱ-a
하여간 귀여운 이야기도 있으니 모리 카오루를 좋아하신다면 볼만 합니다. 가격이 비싸지만 책이 두껍고 종이를 좋은 걸로 썼거든요.


우미노 치카의 책은 완결 난 뒤에 보는 쪽이 마음 편해서 『3월의 라이온』도 봉인했습니다. 정확히는 G가 구입하고 있는 걸 사다주기만 하고 저는 펼쳐 보지 않았지요. 그러다 이번 편은 읽을 책이 없기에 무심코 열었는데 다행히 어두운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앞의 이야기는 무거웠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무엇보다 공감하며 보았거든요.
종종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그 만화 속 주인공이 이야기 하는 것처럼 모든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루어질 수 있는 수준의 꿈을 꾸고 그것을 향해 열심히, 아니면 뼈가 부서질 정도로 노력하면 이루어질지도 모릅니다. 지금 제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놀기만 한다면 그런 꿈이 이루어질리 없지요. 그건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엉뚱하게 판타지 소설을 예로 들게 되는데, 『바람의 제국』에 등장하는 어떤 집안은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과 타고난 재능이 영 다른 방향입니다. 일종의 저주지요. 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지만 내가 타고난 재능은 그 쪽이 아닙니다.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만 그 노력에 비해, 내가 가진 다른 재능은 노력하지 않아도 그 재능을 위해 노력하는 다른 사람들이 살리에리의 심정이 될 정도로 빛을 발합니다. 아... 눈물나죠.;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런 의미에서 7권의 앞 이야기는 공감하고 또 심장 찔리고 아파하며 보았습니다. 이제 완결 날 때까지 『3월의 라이온』은 일단 접고; 과연 누구랑 커플이 될 것인가 지켜보겠습니다. 하하하;

『스피카』는 그에 비해 아주 발랄한 이야기들을 모았습니다. 『허니와 클로버』를 연재하는 도중의 여러 단편을 모았다는데 그래서인지 그림체도 천차만별입니다. 오래된 것도 있고 최근 것도 있고요. 『3월의 라이온』의 선은 굵고 복잡하지만 여기 실린 단편은 선이 깔끔하거나 단순합니다.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표제작인 『스피카』랑 뒤에 실린 탐정 이야기입니다. 초록색 개가 참으로 귀여워서 홀딱 반해 애정도가 올라갔지요. 게다가 『스피카』는 발레와 야구가 소재라, 빙고님이나 첫비행님은 끌리실지도 모릅니다? 어디까지나 소재라 그리 길지 않게 넘어가긴 합니다.


이리하여 최근에 구입한 만화책들은 대체적으로 선방했습니다.-ㅁ-/


우미노 치카. 『스피카』, 『3월의 라이온 7』, 서현아 옮김. 시리얼, 2012. 각 7천원, 8천원
이마 이치코. 『여행자의 나무』,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2, 6500원
모리 카오루. 『모리 카오루의 습유집』. 대원씨아이, 2012,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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