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제목의 책으로 여럿 있지만, 다른 것은 한국에서 나온 도서관 기행인데 비해 이 책은 도서관 화보집입니다. 정말로요.; 도서관을 대상으로 가장 예쁜 사진을 찍어 모아 놓은 책입니다. 거기에 도서관의 역사를 가볍게 다루었는데, 먼저 읽으신 빙고님도 언급하셨지만 바티칸 도서관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은 모양입니다. 뭐, 소장품만 본다면 바티칸 도서관이 제일 일 것이라 추측하는데 확신은 못합니다. 워낙 많은 도서관이 실려 있어 하나하나 소개하기는 쉽지 않으니 기억에 남는 도서관만 골라서 추려보지요.
(그나마도 바로 앞에 책이 있어 보면서 씁니다.)


-. 프랑스 책이라 유럽 도서관이 많고 미국 도서관도 여럿 있긴 합니다. 아래 적는 이름은 목차에 실린 영문 이름이 아니라 본문에 실린 원래 이름을 적습니다.

-. 오스트리아 둘, 독일 셋, 이탈리아 둘(바티칸 포함), 프랑스 넷, 스위스 하나, 영국 셋, 아일랜드 하나, 체코 하나, 에스파냐 하나, 포르투갈 하나, 미국 셋, 러시아 하나. 물론 이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을 다 뽑은 것은 아닐 겁니다. 무엇보다 영국의 도서관 세 개는 옥스퍼드 하나, 케임브리지 하나, 사립 도서관 하나라니까요.

-. 보고 있노라면 이게 도서관인지 박물관인지 헷갈립니다. 사진에 보이는 모든 책은(미국 도서관 몇 제외하고) 다 고서로, 일반 도서관에서는 보기 힘든 책입니다. 아니, 정정합니다. 한국의 일반 도서관에서는 보기 힘든 책입니다. 유럽에서는 어떨지 모르니까요. 물론 공공도서관에서도 이런 책들이 아무렇지 않게 나와 있진 않겠지요.;

-. 가끔은 도서관이 휘황찬란해서 책이 묻힙니다. 책들도 도서관의 소품으로 전락하는 느낌입니다.ㄱ-;

-. 의외로 햇볕이 잘 듭니다. 그러면 책이 상할텐데? 그래서인지 몇몇 도서관은 책등을 안 쪽으로 하여 꽂아 놓고, 책배에다가 금칠을 하고 제목을 썼다고 합니다. 그럼 의미가 없잖아....

-. 오스트리아 아드몬트 베네딕트회 대수도원 도서관(Stiftsbibliothek Adomont)은 딱 저 창틀에 엉덩이 걸치고 다리 꾸겨 넣고 앉아 독서하면 그림이 따로 없겠다 싶습니다. 세드릭(폰틀로이경) 같은, 아니면 비요른 같은 꼬맹이가 저기에서 책 들고 자고 있다고 하면 ....... 망상은 이정도로 하지요.

-. 안나 아밀리아 공작부인 도서관(Herxogin Anna Amalia Bibliothek)은 괴테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점수가 확 올라갑니다. 게다가 괴테에 공작부인이라 하니 망상이 유니콘이 뛰어노는 모 만화가 자동연상되네요. 하하하.;

-. 바티칸 도서관(Biblioteca Apostolica Vaticana)은 언젠가 꼭 가보고 싶습니다.

-. 마자랭 도서관(Bibliothèque Mazarine)과 학사원 도서관(Bibliothèque de l'Institut)은 바로 이웃하고 있음에도 학사원 도서관이 훨씬 더 끌립니다. 창가에 자리잡은 1인 열람석에 홀렸거든요. 그리고 상원 도서관(Bibliothèque du Sénat)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곳은 가서 자리잡고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서 등장한 도서관들과 다른 점은 명화가 없다는 점..?; 게다가 상원 도서관은 뤽상부르 궁의 정원이 창가에서 보인답니다. 허허허. 전망이 아주 좋겠군요. 국회도서관은 국회 의사당 지붕만 보여도 고개를 돌리고 싶을텐데 말입니다.

-. 오말 공작 서재(Cabinet des livres du duc d'Aumale)는 도서관이 아니라 개인 장서 컬렉션일겁니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서가는 이곳이었습니다. 이유는 저도 잘 모릅니다. 118-119쪽에 실린 서가 전경을 보는 순간 이건 살아 있는 서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 손도 닿지 않고 그냥 계속 꽂혀 있는 그런 문화재 급 도서가 아니라 누군가 계속 관리하고 사용하는 그런 서가란 의미로 말입니다.(이런 서가가 가지고 싶지만, 이 서가는 서가 만으로는 의미가 없겠지요. 저택과 정원과 그 관리비용과 집사가 따라와야...)
게다가 중요한 건, 베리공의 성무 시도서가 여기 있어요.-ㅁ-
오말 공작이 샹티이 영지의 관리권을 프랑스 학사원에 넘기면서 증서에다가 '그 어떤 것도 샹티이 성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조건을 아주 잘 걸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설명하지요.

-. 영국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 렌 도서관(Wren Library, Trinity College)는 도서관 건물 자체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도서관은 유일하게 살아 있는 도서관입니다. 아, 물론 다른 도서관에도 사람이 찍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만큼 '대학교 도서관이구나'라는 느낌을 준 곳은 없었습니다. 바닥의 흑백 체크무늬, 화려하지 않게 하얗지만 정갈하고, 햇살도 잘 드는 도서관. 하지만 19세기의 건축 기술을 듬뿍 사용한 도서관. 아마 저자도 이 도서관을 좋아하나봅니다. 아니면 크리스토퍼 렌 경을 좋아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도서관 역사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할리 없다니까요. 이건 애정이야.

-. 영국 존 라일런즈 도서관(John Rylands Library). 라일런즈란 부자가 있었습니다. 두 번이나 홀아비가 되었고, 세 번째에는 비서와 결혼했지요. 그리고 그 세 번째 부인과는 해로하면서 잘 삽니다. 존 라일런즈가 죽었을 때, 그 어마어마한 재산은 아내가 물려 받았고, 아내는 그 재산을 써서 남편을 기념할 도서관을 만듭니다. 도심 한 가운데 땅을 구입하고 거기에 건물을 지어 아낌없이 투자하고 그 도서관에 장서를 채웁니다. 19세기의 이야기지요. 그 멋진 도서관의 장서를 채우기 위해, 여러 귀족들의 장서가 세트로 나오면 통째로 구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결말은 씁쓸합니다. 도서관 재단이 휘청거리자 도서관은 맨체스터 대학교 부속 도서관이 됩니다. 그리고 1986년에 존 라일런즈 연구소를 세우기 위해 맨체스터 대학은 도서관의 장서를 경매 처분하기로 결정합니다.
썩을.
오말 공작 서재를 칭찬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물론 존 라일런즈의 아내, 엔리케타 라일런즈가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리는 없지요. 하지만 '초기 활판 인쇄술 시기의 인쇄본 1백점'을 경매로 팔아서 내놓는다고요? 그게 어디로 갈 지 모르고 말입니까. 허허허.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가 안된다고 생각하면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자고요.
유서 깊은 어느 양반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문화재급 고서들을 대학교 도서관에 기증했습니다. 그리고 그 1백년 뒤, 대학교는 연구소 설립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그 고서의 일부를 경매로 팔겠다고 내놓습니다. 어떤가요. 사학계와 서지학계와 박물관들과 문화재 관련 단체와 다른 대학기관과 교수들과 전문가들과 학자들과 학생들과 유생들이 들고 일어날만한 일이 아닌가요. 읽고 있다가 울컥 했습니다.-_-+

-. 아일랜드의 트리니티 칼리지 도서관(Trinity College Library)도 유명합니다. 아마 가장 박력있기로는 이 도서관의 서가 사진이 이 책에 실린 중에서 으뜸일겁니다.

-. 포르투갈의 마프라 수도원 도서관(Biblioteca do Convento de Mafra). 첫 번째 사진에 홀딱 반했습니다.-_-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아요. 아놔.;ㅁ; 저기에 연미복을 입은 청년이 서 있다면 로맨스 소설 첫 머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아드몬트 수도원 못지 않게 망상이 떠오르는 멋진 서가 사진입니다. 햇살이 은은하게 들어오는 가운데 '빛 바랜 양피지 같은 하얀 목재들'의 분위기가 환상적이거든요.
이 곳의 도서관 서가 복도 사진도 박력이:ㅆ습니다. 아마 공간 규모는 이쪽이 더 클테니 실제 보았을 때 압도당하는 쪽은 여기일겁니다.

-. 보스턴 애서니엄(Boston Athenæum)은 건물이나 분위기가 딱 미국 같습니다. 이쪽은 구레나룻을 기른 남자들이 모여 토론하고 있을 분위기..? 도서관에서의 다과회는 참 부럽군요.+ㅅ+
그리고 여기 서가는 다른 의미로 박력이 있습니다. 보유 도서는 앞서 소개한 다른 도서관보다 젊은(!)데, 서가에 빽빽하게 꽂힌 책들이 양 옆으로 이단 세로 도열하고 있다는게 대단하지요. 다른 곳은 벽면에 서가가 붙어 있는데, 여기는 벽면에 직각으로 서가가 서 있어 각각의 공간이 분리되어 있거든요. 거기에 중앙에는 탁자가 놓여 있고요. 탁자의 크기를 감안하면 양쪽 도서관 서가와 책의 크기도 짐작이 가는데, 미국적이면서도 나름의 분위기가 살아 있는 멋진 공간입니다.




가보고 싶은 곳은 잘 챙겨두었다가 나중에 여행 자금 모으면 하나 하나 가볼겁니다. 상당수는 연구자만 갈 수 있을텐데 .... 그걸 생각하면 공부하러 가야겠네요. 하하하;ㅂ;



기욤 드 로비에, 자크 보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이섬민 옮김. 다빈치,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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