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다 조아라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두 책의 출판 경로는 다릅니다. 『왕과 정령』은 개인지로 출간되었고 『강희』는 출판사를 통해 나왔습니다. 『왕과 정령』은 결말까지 다 보고 구입했지만 『강희』는 연재 도중 출간이 결정되어 책으로 완결까지 보았습니다.'ㅂ' 제가 구입한 것은 『왕과 정령』이었고 『강희』는 D님이 구입하셔서 서로 돌려 보았습니다. 『왕과 정령』은 완결나고 개인지 출간 결정을 한 뒤에 습작으로 돌려져서 D님이 미처 못 보셨다 하셨거든요.

양쪽 모두 요즘 대세 -인지 아니면 그 전의 대세인지 알 수 없는 소재를 썼습니다. 일단 『왕과 정령』부터 차근히 풀어 나가지요.

『왕과 정령』은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주요 소재는 책 속으로. 그러니까 친구에게서 이상한 책을 받은 뒤로 꿈 속에서 웬 남정네를 만나게 되었는데, 밀폐된 감옥에 갇힌 것이 안타까워 이리저리 마음 쓰다가 같이 휘말려 그 꿈 속 세계에 들어갑니다. 알고 보니 이 남정네가 음모에 휘말려 유폐된 모처의 지도자였고, 생각보다 자기와도 나이 차이가 안납니다. 남자는 스물 여섯, 여자는 아직 고등학생으로 열 일곱이던가요. 열 살은 안나니 괜찮습니다.
조아라에서 연재되는 소설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대체적으로 전개가 빠릅니다. 대부분 이런 모험계 소설에서는 여주인공이나 남주인공이 위험에 빠졌다가 구해준다라든지, 의외의 모습을 자각한다 하는 일이 많은데 그런 것들이 적절히 섞여 있습니다. 늘어지는 소설-혹은 일본 애니메이션-_--이라면 이쯤에서 일이 또 꼬일텐데 싶지만 그런 일 없이 무난히 흘러갑니다. 세 권이나 되는데도 읽는 동안 지루하다거나 늘어진다는 느낌이 없었지요.
대신 남자주인공인 아하트가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여자주인공인 지현은 의도하지 않은 어장관리를 시도하거든요. 아니, 어장관리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에게는 서로 외에는 다른 상대가 없습니다. 그래도 지현이 아하트에게 무의식 중에 거는 작업(!)을 보면 인내하는 아하트가 불쌍할 지경입니다. 뒤에 가면 본인도 자각은 하는데, 그게 참 무의식 중에 나오는 거라...(먼산)
전체 이야기는 남자주인공 구하기 → 일행과 합류하여 본거지로 돌아가기 → 여자주인공과 관련한 문제 해결하기 순으로 흘러갑니다. 굉장히 단순하게 쓴 것이긴 한데, 큰 틀은 이런 흐름입니다. 배경이 중동-아라비안 나이트의 느낌에 가깝기 때문에 흔치 않은 소재를 잘 녹여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 소개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파마낙심의 보물』도 배경은 비슷하지만 이쪽은 BL인데다가, 모험이라면 모험이지만 보물찾기에 실마리 찾아 문제 해결하기가 조합되어 있으니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이번에 충동구매로 『파마낙심의 보물』도 신청했으니 비교해서 읽어봐야지요. 개인적으로는 『마법 스프』의 개인지가 더 가지고 싶었는데 꿩 대신 닭...? (...)


『강희』는 출판물이니 쉽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디앤씨미디어에서 나왔더군요.
이쪽은 일종의 회귀물입니다. 일종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은, 여주인공이 완전히 회귀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며칠 간에 걸쳐 악몽을 꾸었는데, 그 내용이 '지금 성격 그대로 살면 이렇게 된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유사 역사물이라, 고려와 송나라, 왜국을 염두에 두고 썼지만 조금 분위기는 바뀌었습니다. 조선시대가 아니라는 점이 특이한데, 일부러 송나라나 외국의 무역, 상인 등등을 보여주기 위해 그런 모양입니다. 조선은 무역에 대해서는 고려에 비해 폐쇄적이라고 알고 있으니....
하여간 주인공은 려국 거부의 막내딸입니다. 성격 파탄자로 도성에 널리 소문이 나 있는데, 그 며칠 간의 꿈을 통해 완전히 개심합니다. 성격이 바뀐 정도가 아니라 우리 딸이 사람되었어요를 찍어도 될 정도로, 전혀 다른 사람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꿈에서 워낙 생생하게 온갖 것을 겪었으니 그렇겠지요.
꿈에서 보았던 여러 진행 상황을 기록해두고는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평민 출신 장군과의 결혼을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받아 들입니다. 그리고 그 평민 출신의 장군이 남자주인공인 채운입니다. 제목인 강희는 여자주인공의 이름이지요.

이런 로맨스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정략결혼으로 팔리듯이 결혼한 두 남녀가 서로 마음이 있으면서 아닌 것처럼 하고, 마음을 등지고 있다가 서서히 다가가는 와중에 여러 사건이 일어나는, 그런 걸 꽤 재미있게 그려냈습니다. 양쪽이 서로 마음이 있으면서 그걸 고백하지 못하는 이유는 예전에 있었던 큰 사건 때문인데, 그것도 무난하게 나중에 넘어가더군요.
연재본은 상권까지이고 연재가 되지 않은 것이 하권이네요. 생각보다 책이 굉장히 두껍게 나온 것도 신기합니다. 다른 책이라면 분책있을지도..? 지금까지 세 번 정도 돌려 읽었는데(...) 오타 하나 발견, 조금 이상한 부분 하나 발견한 것 외에는 문제 없었고..'ㅂ'


『왕과 정령』이나 『강희』나 둘다 로맨스 소설이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니 취향에 따라 맞춰 골라 보시어요. 아, 하지만 실제 보실 수 있는 건 『강희』까지겠군요. 『왕과 정령』도 전자책으로 내실 생각이 있다 하셨으니 조금 기다리시면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ㅂ'



mememe.『왕과 정령』1-3(완). 개인 출판, 2012
전은정. 『강희』1-2(완) . 디앤씨미디어, 2012, 각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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