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기이 히카루, <하느님의 메모장 1>, 시드노벨, 2007
다카하시 겐이치로,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웅진지식하우스, 2008


<하느님의 메모장>은 kiril님께,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는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습니다. 후자는 구입 가능성이 조금 있군요.


하느님의 메모장은 지난 번개 때 들고 와서 그날 다 읽었던 걸로 기억하니 리뷰가 꽤 많이 늦었습니다. 쓴다 쓴다 하고는 다른 일에 밀려 글 쓰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겁니다. 생각난 김에 써야 겠다 싶어 다른 포스팅은 뒤로 미루고 같이 씁니다. 연필로~가 이번 렛츠 리뷰에 올라가서 좀 빨리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시드노벨은 이번에 처음으로 읽어보았지만 대원이나 학산에서 나오는 가벼운 일본판 판타지 소설과 같은 타입입니다. 다만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고 할까요. 이계가 아니라 현계가 배경이며 주인공들도 흔히들 말하는 "낙오자"들입니다. 그나마 보통의 판타지 소설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표지에도 등장하는 앨리스 때문입니다. 이 앨리스만 소설 속에서 둥둥 떠 있을 뿐, 다른 캐릭터는 어디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의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문제로군요. 이런 사람이 많으면 사회 생산성이 떨어지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사람들이 없으면 참 재미없는 사회가 될 겁니다. 이들이야 말로 소크라테스, 디오게네스와 같은 부류 아닙니까.(...) 이런 삶을 조금은 동경하고 있어서 말이죠. 물론 100% 동경하지는 않습니다. 성격상 그렇게는 못해요. 거기에 100% 동경했다가는 누구처럼 인간에 휘말리고 사건에 휘말려서 정말로 니트가 되고 말겁니다.

늘어지는 듯하면서도-글이 늘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가-, 일상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일상이 아닌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가볍게 읽어볼만한 소설입니다.
책 제목의 유래가 된 그 문장 때문에라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저 메모장이란 단어를 보았을 때 수첩이 아니라 윈도 보조프로그램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하하.

덧붙여서, 본 제목은 神樣のメモ帖입니다.



<연필로~>는 글쓰기, 정확히는 소설 쓰는 방법에 대한 책입니다. 진지하게 소설 작법을 다루어, 국어시간에 배우는 것처럼 "소설은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의 4단계를 거치며~"운운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가가 말하는 대로, 초등학생에게 소설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처럼 사람들이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차근차근 지도하는 책입니다. 굉장히 딱딱할 것 같지만 사근사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글부터, 소설이라는 장르와 형식 파괴, 다양한 예시,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글까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원래 글 쓰기의 기본은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고 하지요? 여기서는 이 세 가지를 한데 모아 한 번에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셋을 각각 따로따로 정의하고 있지 않지만 읽고 나서 생각해보면 삼다(三多)를 하지 않고는 소설을 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의 소설을 흉내내기 위해서는 여러 소설을 읽어보고 그 중 내가 흉내내고 싶은 부분을 찾아야 할 것이며, 흉내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두 번이 아니라 가능한 많이, 다양하게 써봐야 내 말을 꺼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생각해야하는 것도 당연한 겁니다. 다만 이렇게 어려운 이야기로 쓰지 않고 쉽게 쫓아갈 수 있는 말로 풀어 써주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지요.
다른 부분보다 특히 더 공감이 갔던 것은 꾹꾹 눌러 참으라는 것. 확실히 글은 꾹꾹 눌렀다가, 안에서 글들이 가득차서 밖으로 튀어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샴페인의 코르크 마개가 뻥 터지고 글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올 때가 가장 좋다니까요. 아직 덜 익었을 때 마개를 열면 꼴꼴꼴 흘러나오다가 맙니다. 그런 경험이 있었으니 더 재미있었습니다. 하하; (쓰다만 소설이 얼마나 있더라..;)





날은 따뜻한데 실내는 춥습니다.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ㅂ'


시마다 소지, <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2006



감상을 쓰려고 보니 이 책은 내용폭로 없이는 절대 감상을 쓸 수 없습니다. 아니, 제가 딱히 내용을 폭로하지 않아도 이 책을 찾아 읽을 분이라면 읽는 도중에 울분을 씹으며 *** 이자식! 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시게 될겁니다. 네, 제가 그랬습니다. 읽으면서 이 썩을 놈의 자식이라고 내내 울분을 토로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만 당할 수는 없지요. 제 주변분들이라면, 제 소개를 읽고서 이 책을 읽을 분들이라면 이미 다 내용 폭로를 당했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 저처럼 이를 바득바득 갈게 될테니까요. 어쨌거나 내용 폭로를 무의식중에 당했든 아니든 간에 이 책은 정말 읽을만 합니다. 책이 나온 것이 한참 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소재를 쓴 작가에게 기립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당시는 아마 엽기 범죄로 생각되었을 법하지만 지금 본다면 잔혹성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러니 꼭 보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접어두겠지만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거기는 덮어두시고 여기까지만 보신 후에, 책을 다 읽고 나서 아랫 부분을 열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덧붙임.
중반부 이후에 교토 돌아다니는 장면을 읽다보니 저도 저 코스와 동일하게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토 여행을 꿈꾸는 분이라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군요.
   

하타케나카 메구미, <샤바케 2>, 손안의책, 2007
하타케나카 메구미, <샤바케 3>, 손안의책, 2007

샤바케 1권에 대해서는 앞서도 포스팅을 했습니다. 에도의 굉장한 부잣집 아들래미이나 몸이 굉장히 허약해 노상 누워만 있는 도련님(이치타로)이 주인공으로, 모종의 일로 인해 요괴들을 볼 수 있고 그들과 대화가 가능하고 그들과 친하게 지내다보니 이모저모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이 주요 설정입니다. 그 설정에 대해서는 1권의 사건에서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지요. 설명이 한 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설명을 위해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의 발단은 도련님의 배경에 있는 것이니, 그에 대한 이야기가 1권 전체를 아우르고 있지요.

2-3권은 그런 배경 아래, 도련님이 겪는 여러 사건들과 그에 대한 해결이 담긴 단편 모음집입니다. 그런데 그 맛이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1권은 너무 복잡하게 얽힌데다 이야기가 길고 좀 지루하다는 느낌이었는데, 2-3권은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짤막하면서도 맛깔납니다. 1권보다 더 마음에 들더군요. G도 1권은 재미없다며 2-3권은 사지말라 하더니,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후다닥 다 읽더군요. 책이 작기도 하고 그리 길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G의 책 읽는 속도를 생각하면 괜찮은 반응입니다. G는 읽는 속도 자체는 빠르지만 재미가 없거나 할경우엔 미루었다가 조금씩 읽어나가거든요. 책을 건넨지 하루만에 반납이 들어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하;


손안의책에서 나온 다른 책들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추천합니다. 단, 교고쿠도나 차가운 학교~ 시리즈 타입이 아니라 음양사나 집지기~쪽입니다. 그 쪽 분위기의 책이니 가려 읽으셔야 합니다.
옛 에도의 모습과, 니혼바시, 료고쿠 등의 익숙한 지명도 나오니 읽다보면 그 쪽 거리를 거닐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옛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같을리는 없지만 그런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책입니다. 에도의 패스트푸드를 같이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그 당시의 먹거리 이야기가 자주 나오니까요. 화과자나 말차를 곁들이는 센스도 필요합니다. 홍차나 커피보다 말이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김현근, <도쿄를 알면 일본어가 보인다>, 21세기북스, 2008


기억을 더듬어 보니, 다음 메인에 뜨는 blog 기사 중에서 도쿄의 길거리 풍경과 관련된 글을 보고, "아, 이 글 이글루스에서도 읽었다."고 생각한 다음 블로그 주인이 자기 책 소개를 맨 아랫단에 광고처럼 올린 것에 흥미가 생겨 도서관에 주문한겁니다. 길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예전에 몇번 글을 읽었던 블로거가 낸 책이라 도서관에 신청했다 입니다.
돌이켜 보면 사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정도입니다. 책의 구성이 꽤 독특하더군요. 10페이지 내외의 짧은 장 안에 사진과 함께 도쿄의 생활 모습을 다루고 있고 그 안에서 여러 단어들을 일본어로 바꿔 써두었습니다. 물론 일본어 옆에는 한국어 단어로도 표기를 했고요. 읽으면서 단어를 하나 하나 음미했더니 읽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렸습니다. 그렇게 소개된 단어들은 각 페이지 아래에 다시 모아 단어 공부를 할 수 있게 했고 그 장의 주제와 관련한 다른 단어들은 따로 주제별로 모아 장 끝부분에 죽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본 생활 일본어 단어들을 아는데 유용하겠더군요.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각 주제가 지금까지 일본 관련 소개 책에서 보지 못한 것이 많았습니다. 최근 일본에서의 집 구하기 관련 이야기를 다른 책(비비의 도쿄 다이어리)에서도 보았지만 그 외에 일본의 문화,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보여줍니다. 그런 주제는 목차만 훑어 보셔도 아실겁니다.

보고 있자니 도쿄 장기 여행을 가고 싶어지더군요. 그런 고로 여행병에 걸리신 분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통장에 구멍이 나거나 카드가 블랙홀로 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맛집 소개라든지 일본의 뜨는 지역 소개 같은 걸 기대하신 분은 실망하실 겁니다.'ㅂ'




떨이라고 표현한 책 한 권. 최근에는 일본 판타지쪽만 보고 있었는데-고식. 이것도 손 뗀지 오래죠-어느 작가의 자기 책 소개를 보고는 호기심이 생겨 한국작가의 판타지 한 권을 구입했습니다. 책 값보다도 책을 읽은 시간이 아까운 책이었지요. 어쩐지 북 리뷰가 없더라니. 쓸 시간도 아깝습니다. 읽고 나서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가, 다른 사람에게도 평을 듣고 싶어서 G에게 넘겼습니다. 사실 공정하지는 않지요. G는 판타지 소설을 원래 안 읽습니다.
G는 이 책을 보고 표지부터가 도레미파솔라시도 분위기가 난다며 투덜대더니 채 10장도 못 넘기고 포기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조금은 안심했습니다.

다른 책 한 권은 작은탐닉 시리즈인 <나는 티타임에 탐닉한다>입니다. 리뷰를 따로 쓰고 싶지 않아서 이 글 끝부분에 끄적이는 겁니다. <부엌 탐닉>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티타임 탐닉>은 그냥 그랬습니다. 취향이랄까, 파장이랄까, 그런게 안 맞나봅니다. 아니 그보다 심층적인 분석도 가능하지만 일단 여기까지 선을 긋고, 한 번 훑어볼만은 하지만 구입해서 볼만한 책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른 분들께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단, 보실 때 조금 주의가 필요합니다. 잘못하면 홍차와 다구 지름신이 동시에 내려올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지갑과 통장과 카드 관리를 철저히 하신 후 책을 열어보세요.



조에타 헨드릭 슐라박, <나눔의 밥상>, 한얼미디어, 2006


어떻게 하다가 이 책을 찾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읽은 것은 지난주인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건망증이 차츰 심화되고 있다는 걸까요. 요즘은 메모 필수, 적어두지 않으면 금방 잊습니다. 추측컨대 교보문고의 음식 분류에 들어갔다가 베스트셀러라든지 기타 메뉴를 보고 집어든 것이 아닐까 합니다. 2006년도에 나온 책이니 신간에서 본 것은 아닐테고요.


리뷰를 쓰기 전 출판사가 어떤 곳인가 싶어 잠시 검색을 해보니 분위기는 한겨레신문사와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뉴라이트쪽에서 말한다면 "좌파"쪽에 해당될 겁니다. 이 책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지만 슬로 라이프나 나눔, 세계공동체와도 이어지는 책입니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일 수록 더욱 나누려 한다는 것은 이 책을 보면 확실히 다가옵니다. 가끔 가진 것이 없어서 남의 것을 빼앗으려는 사람들은 점점 가진 것마저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유일한 밥상마저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려 합니다. 흔히 말하는 제 3세계의 사람들입니다. 제3세계란 단어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딱히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국어 사전이라도 다시 봐야 할까요.

편집 방식은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과 닮아 있습니다. 내용도 꽤 닮았지만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소박한 밥상에서처럼 음료, 빵, 수프 식으로 종류를 나눠 거기에 여러 레시피를 담고 있는데, 여기 실린 요리법은 아프리카나 아시아, 아메리카, 혹은 미국 등으로 이주한 유럽 사람들의 소박하고 간소한 전통 음식들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다만 편집(원서)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도 만들어 볼 수 있게끔 구하기 쉬운 음식들을 넣어 레시피를 바꾼 것이 보입니다. 버터를 마가린으로 대체한 것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꽤 재미있는 레시피가 많은데다 각 나라가 비슷비슷한 요리법을 쓰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여기까지는 칭찬이고 이제부터는 불평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번역입니다. 레시피가 매끄럽게 번역되어 있지 않고 껄끄럽습니다. 재료를 소개할 때, 보통 영어 레시피에서는 diced tomato라고 소개하기 보다는 1 tomato, diced라는 식으로 소개합니다. 이걸 레시피에서는 요리법 소개하면서 "토마토(다져서)"라고 했습니다. 읽는 내내 눈에 걸립니다. 그리고 레시피가, 원래 가정용이다 보니 계량 자체는 정확할지 몰라도 만드는 방법이 대강대강입니다. 불친절하기로는 타샤 할머니의 레시피 못지 않습니다. 빵 만드는 법에 대한 레시피를 보면 기겁할 정도라니까요.
대개 통밀이나 호밀 등이 들어간 빵은 발효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런 발효과정의 세세한 설명은 다 생략하고 "섞어서 치댄 뒤 두 배로 부풀 때까지 놔둔다"정도로 간략히 적어두었으니 초보자가 쉽다며 만들었다가는 재료 버리기 딱 좋습니다. 원 레시피가 그랬을테니 어쩔 수 없지만 요리를 웬만큼 하는 사람이 아니면 도전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한 번쯤 훑어 볼만은 하지만 번역 문제와 불친절한 요리법 때문에 추천하기는 망설여집니다.
소박한 밥상이나 타샤의 식탁을 재미있게 보신분, 요리법은 안봐도 된다는 분은 읽어보세요. 가격만 뺀다면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시마다 소지, <용와정 살인사건 1-2>, 두드림, 2008


신간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와 보게된 소설입니다. 교보에서는 평이 달랑 별 3개인데, 저는 그보다는 높게 주고 싶습니다. 다섯 개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거든요.

시마다 소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앞서 나온 마신유희나 점성술 살인사건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그냥 넘어간 모양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집니다. 대출중이니 예약을 걸어두면 이번 달 안에는 볼 수 있을겁니다.

추리소설이니 이모저모 이야기를 하면 내용 폭로가 될테니 피하고, 1-2권 합쳐 1천페이지가 넘음에도 굉장히 빨리 넘어갔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에도 굉장히 세세한 묘사-1인칭시점-덕분에 제가 직접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건만 아니었다면 저 용와정을 홀랑 구입해다가(1천만엔이랍니다.;) 별장으로 쓰고 싶은 심정까지 들었습니다. 용와정은 굉장히 운치 있는 멋진 여관이더군요. 그런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말입니다.
링컨 라임 시리즈와 비슷하게 엽기 살인이 등장하지만 링컨 라임쪽보다는 이쪽이 훨씬 취향에 맞습니다. 그것 참 묘하죠. 같은 살인마인데도 링컨 라임쪽은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링컨 라임이 너무 현실적이라서인가요? 아니, 그보다 용와정쪽이 적어도 피해자가 심적 고통은 덜 당해도 된다는 점에서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팔묘촌을 비롯해 긴다이치 시리즈를 읽으신 분이라면 분위기가 굉장히 닮았다고 느끼실 겁니다. 하지만 막판 반전은 긴다이치보다 이쪽에 점수를 더 주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읽고 나면 "인생사 다 그런거지"라며 담배를 한 대 피워물고 싶어지니까요. 하하핫.



추천 대상은 긴다이치 시리즈(하지메의 외할아버지;)를 재미있게 읽으신 분, 엽기 살인 사건도 괜찮다는 분, 책이 길어도 그정도는 충분히 참아낼 수 있다는 분입니다. 단, 모방범 쪽과는 분위기가 좀 많이 다릅니다. 그리고 배경이 그렇다 보니 태평양 전쟁과 관련되어 불편한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애거서 크리스티,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 황금가지, 2006
<비둘기 속의 고양이>, 황금가지, 2006
<창백한 말>, 황금가지, 2006

도서관에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 보이길래 열심히 집어들었는데, 지금 검색하고 보니 황금가지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은 50권 넘게 나왔군요. 다 읽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은 건너뛰고 읽겠지만 그렇다 해도 아직 20여 권은 더 읽어야 하지 않을까요.

링컨 라임 시리즈와 비교한다면 애거서 크리스티는 밋밋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패턴화라는 것이 덜 보이니 아직도 애거서 할머니의 머리를 따라가기는 어렵습니다. 처음을 보고 범인을 맞추는 것은 굉장히 어렵군요.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는 건너 뛰었습니다. 고대 이집트 배경은 취향에 안 맞아서 건너 뛰곤 했지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창백한 말은 약간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포와로도, 마플 여사도 없어요! 하지만 역시 애거서 할머니 답습니다. 요즘 추리소설들에 비하면 짧지만 괜찮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비둘기 속의 고양이입니다. 제목도 마음에 들고 인물 설정이나, 안에서 움직이는 등장인물도 좋았습니다. 아니, 보다가 모 만화를 떠올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떤 만화가 떠오르는지 적으려다 보니 이거, 내용 폭로가 되겠군요. 그 부분은 맨 아래에 흰색 폰트로 써 둘테니 보실 분만 보세요.
제목의 유래는 살인사건이 일어난 시점에서 증인 중 한 사람이 한 말에서 따왔습니다. 가끔 저도 느끼는 감정입니다. 비둘기 속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으면 주변의 비둘기는 그 기척을 느끼고 불편함을 느끼겠지요. 살기는 없을지라도 말입니다. 양 속의 늑대보다 이쪽이 확실하게 감이 오네요.

떠오르는 만화는 <블루 마하라쟈>, <카시카(원제가 뭐였죠;)>. 끝까지 읽어보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겁니다.


제프리 디버, <본컬렉터 1-2>, 노블하우스, 2005
<곤충소년 1-2>, 노블하우스, 2006
<돌원숭이 1-2>, 노블하우스, 2006


원래는 본컬렉터 다음이 <코핀댄서>인데 도서관에 책이 없어서 건너 뛰었습니다. 현재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는 위의 세 권과 <코핀댄서>, <사라진 마술사>, <12번째 카드>의 총 6권이 나와 있습니다.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에 비하면 적습니다. ... 그러고 보니 스카페타도 신간이 안나오네요. 뒷 권이 더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본콜렉터는 원작보다 영화를 먼저 보았습니다. 왜 봤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아마 덴젤 워싱턴에 낚여서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공포물은 잘 보지도 못하면서 무슨 생각으로 엽기 스릴러(...)를 찾아봤는지 알 수 없군요. 하지만 그 영화 덕분에 원작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원작을 보고서야 원작과 영화가 상당히 괴리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원작이 더 낫군요. 아무리 안젤리나 졸리가 있고 덴젤 워싱턴이 있다지만 구성의 탄탄함은 원작이 낫다고 봅니다. 그래서 다 읽을 수 있었고요.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링컨 라임이 흑인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아실겁니다. 거기에 아멜리아는 붉은머리 아가씨. 하지만 몸매 좋고 얼굴도 예쁘고 터프한 아가씨니 안젤리나 졸리와 잘 어울립니다. 링컨 라임도 덴젤 워싱턴을 떠올리며 읽게 되더군요. 덕분에 묘한 위화감을 느끼면서 읽었지요.

곤충소년과 돌원숭이는 읽다가 도저히 못 참겠기에 맨 뒤로 넘어가 뒷부분만 보고, 결국 중간 부분은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 긴장감을 참지 못하겠다는 것도 있지만 구성 자체가 본컬렉터랑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시간만에 두 권을 읽어내리는 속도로 막 달리다보면 세부 묘사는 다 지나치게 되고 결국 기둥만 남게되지요. 그 기둥이 닮았으니 아무래도 볼 생각이 더 안나는겁니다. 스카페타 시리즈에서도 꽤 경험했지만..

그래도 CSI류를 재미있게 보신다는 분은 찾아보세요. 쉽게 쉽게 넘어가고 심심풀이 땅콩으로는 제격입니다. 물론 읽다보면 "내가 왜 미친 사람들이 나오는 소설을 계속 읽어야하지?"란 의문이 들겠지만 그런 건 사뿐히 넘어갑시다.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은게 지난 3월 1일. 그리고 선을 넘고 나니 이제 물불 가릴 것 없습니다.-_-;





요리책을 구할 때 제게는 선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언어의 장벽입니다. 영어는 싫은데다 요리책 가격도 비싸니, 예전에 구입한 올리버의 <네이크드 셰프>를 빼고는 영어권 요리책은 구입하지 않는다고 암묵적인 자체 룰을 두고 있었지요. 그랬기 때문에 아무리 나이젤라가 눈에 밟혀도, 마샤 아줌마의 책이 좋다고 들어도, 외국계 요리책-도나 헤이랄지-들의 화보가 환상이라고 해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영어의 장벽은 그만큼 높았습니다.
그랬던 것이 사진 한 장으로 모든 것이 뒤바뀝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입했습니다.
교보문고에 갔다가 책이 평대에 나온 것을 보고 덥석 집었다가 가격을 보고 조금 고민하고, 아주 조금 고민한 다음 망설임 없이 구입했습니다. 그것이 지난 3월 1일의 일. 그리고 엊그제 스트레스 약간 받은 뒤 탄력작용으로 인해 책을 구입할 때-흔히 말하는 충동구매- 2권도 마저 질렀습니다. donna hay classics book 1-2는 이리하여 집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흠흠흠.

레시피가 간결하고도 알아보기 쉽게 나와 있고 사진도 예뻐서 영어 거부증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어려움 없이 잘 읽고 있습니다. 토익문제는 들여다보기도 싫지만 요리책은 술술 읽히니 애정도의 차이가 독해력의 차이인겁니다. 지난번의 미네스트로네도 도나 헤이의 이 요리책을 조금 참조했습니다. 기본은 정명훈씨 레시피였지만 크게 차이는 없습니다. 大同小異.
책 무게나 가격이나 상당하지만 형태도 내용도 다 마음에 드니 좋습니다. 사진은 다른 무엇이 아닌 음식이 주인공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너무 초라하지도 않은 당당한 음식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거기에 책 제본이 실제본! 아무리 많이 봐도 떨어지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혹 떨어지더라도 실제본이라면 보수하기도 쉽습니다. 이걸로 도나 헤이 시리즈는 다 좋다는 이유를 단번에 이해했습니다. 잘못하면 이걸 시작으로 도나 헤이 모음을 시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갑 사정이 괜찮은가가 제일 걱정이로군요.

선을 넘으면 이제 마구 내달리는 겁니다. 하하하.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 그라운드>, 열림원, 1998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잘 안 읽지만 수필쪽은 꾸준히 챙겨보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갔다가* 제목만 얼핏 기억하고 있는 책이 보이길래 집어 들었습니다. 수필은 거의 다 챙겨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두꺼운 책을 놓치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봤지요. G는 예전에 이 책 앞 부분 몇 장만 보다가 내려놓았다고 합니다. 들고 있노라면 팔목이 아파오는 정도의 무게라 그럴만도 합니다. 총 632쪽. 거기에 A5사이즈에 글씨가 빽빽합니다. 하지만 읽으면 손 떼기가 쉽지 않은 재미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다는 단어를 쓰면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책은 1995년에 일어난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95년 3월 20일, 신경계 독가스인 사린 가스가 도쿄 도에이 지하철(지금은 도쿄메트로) 다섯 편의 차량에서 살포되었습니다. 단어 선택에 좀 신경이 쓰이는데 사린은 액체 상태로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습니다. 각 실행책(2인 1조로 한 명은 실행, 한 명은 실행자를 다시 운전해서 태워옵니다)이 지하철에 탑승, 신문지 등으로 비닐봉지를 가린 상태에서 우산 끝으로 봉지를 찔러 구멍을 내고는 지하철을 내립니다. 일반 유류품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봉지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없었고, 작은 실수가 겹쳐지면서 사건은 크게 확대 됩니다. 저도 95년 당시에 사린 살포에 대해서는 기사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12명 사망에 5510명이나 중경상을 입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이 독이 신경에 작용하기 때문에 내적으로 크고 작은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기억력 감퇴, 시력 저하, 성격의 급변 등. 일상생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책은 저자가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를 말하며 시작됩니다. 사건의 주동자인 옴진리교의 교주가 아니라, 피해자인 일반 시민들의 생활을 담고 싶다고 시작한 거죠. 보통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쓰면 가해자의 신상명부터 밝히지 않습니까.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다른 르포르타쥬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이 책에는 평범한 생활을 하다가 사린 살포라는 사건을 만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직접 대화를 하고 그것을 녹음해 글로 표현한 다음, 취재에 응한 사람들에게 다시 원고를 보내 첨삭을 받고 다시 수정하고 첨삭과 허락을 받는 식으로 이루어져서 살아 있는 한 권의 사건 기록이 되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쓰면 길어지니 직접 읽어보실 것을 추천하고요.
(아, 현재 절판상태입니다. 도서관에서 구해보셔야....;)

12명의 사망자 중에 절반 이상이 승무원입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직접 사린이 담긴 봉지를 치우고 관리했기 때문에 그렇고요. 독가스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도망치는 사람들 없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승객을 구하기 위해 플랫폼을 돌아다니다보니 가장 많은 희생을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몇몇 실수들에 대한 지적-원래 회차시에는 유류품을 모두 치워야 함에도 치우지 않았던 차량, 액체가 흥건함에도 대걸레로 제대로 닦지 않아서 피해가 커진 경우도 있었고, 대처가 빠르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가 있었지만 도쿄 지하철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은 많지 않습니다. 많다면 역시 구급차와 경찰의 대응 부족쯤일까요.

그나마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에도 사린 사건이 있었답니다. 재판정(옴진리교 관련재판)에서 사린이 살포되는 바람에 7명이 사망했는데, 그 당시 환자를 받았던 병원에서 지하철 사린 사건의 피해자를 받은 도쿄내 각 병원에 팩스를 보내 대처 방법을 지시했답니다. 이런 것이 없었다면 어떤 독가스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우왕좌왕 하다 사망자가 더 늘었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그외에 책에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그 당시 대처에 대해서도 다음에서 검색하다가 몇 가지 몰랐던 것도 보았고요.

갑자기 휴거 사건이 떠오릅니다. 그 때는 또 언제였더라..? (1992년;)


뭐, 한국에서라고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한국도 은근 사이비 종교가 많아요.



*참으로 멋진 도서관이었습니다. 고개를 아래로 내리면 <뱀파이어 헌터 D>, 위로 돌리면 <마술사 오펜>, 그 옆으로 돌리면 <창룡전>, <은영전>, <아루스란 전기> ...(흠흠흠)


요시다 타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 작은 나라 쿠바의 커다란 도전, '늘 푸른 혁명'>, 들녘, 2004

부제가 길어서 그렇지 실제 제목은 생태도시 아바나입니다. 원제는 <NIHYAKUMAN TOSHI GA YUKIYASAI DE JIKYU DEKIRU WAKE>. <200만 도시가 유기채소로 자급 가능한 이유>. 훨씬 딱딱하군요. 하지만 원제쪽이 책의 내용을 백분 살리고 있습니다.

아바나의 생태혁명 - 도시 농업에 대해서는 이전에 KBS의 다큐멘터리로 본 적 있어 낯설지 않았습니다. 본 것이 2001년이었던가요. 맞을겁니다. 개인적으로 DVD를 사둘까 하고 있는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KBS의 DVD 복사가 3만원이 넘어서 눈물만 삼키고 고민하고 있지만요. 아바나의 생태 혁명, 영국의 정원, 코스타리카, 생태 건축 정도의 시리즈가 기억납니다.
하여간 그 때 아바나의 도시 농업을 보고는 집에도 저런 걸 해두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세한 내막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그저 봉쇄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 말입니다.

쿠바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는 오늘 대화를 나눈 분의 이야기를 보면 대강 이렇습니다. 미국에 반항하는 나라, 카스트로라는 독재자가 있으며 북한과 교류하는 (나쁜) 나라, 보트피플, 가난한 나라, 무기를 외국에 팔아먹는 나라. 요약하면 북한 못지 않게 나쁜 나라. 이게 정년을 앞둔 어느 분의 생각입니다.
미국에 반항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1800년대 후반, 스페인에 대항해 독립전쟁을 일으켰더니 다 되어가기 직전, 미국이 개입해 홀랑 스페인에게서 "양도" 받습니다. 그리하여 친미 정권이 들어서 있었는데 체 게바라를 위시한 좌파 정권이 친미 정권을 뒤엎고 내전(쿠데타였나..)에서 승리합니다. 그리고 친소 정책을 펴서 아~주 멀리 있지만 소련의 우산 아래 잘 크고 있었지요. 소련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그랬고요. 1990년대, 소련이 무너지고는 소련에게 기대고 있던 경제도 휘청합니다. 그 때까지는 정말 잘 살았다고 그럽니다. 사탕수수 플렌테이션으로 생산한 설탕은 소련이 비싼값으로 사주고 그외 생필품이나 원유 등의 물자를 모두 소련이 지원했으니까요. 소련 입장에서는 미국 턱 밑에 있는 공산주의(일지 사회주의일지) 국가는 비수나 마찬가지이므로 잘 갈아두었던 거죠.
그러다가 소련이 무너지면서, 설탕을 사줄 나라도 없어지고 풍부한 물자 지원도 사라진데다 다른 판로를 찾아보려던 찰나 미국이 쿠바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경제 봉쇄를 단행합니다. 그냥 단행한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고서도 만약 쿠바와 교역(교류도 포함)할 경우 무역 제재를 받을 줄 알아라라고 엄포를 놓았지요. 그리하여 1990년대 쿠바는 경제 공황상태가 되고 아사 직전까지 몰립니다. 쿠바에서 탈출하는 보트 피플도 이 당시일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그런 쿠바가 어떻게 90년대의 경제 공황에서 지금의 생태 혁명 국가로 다시 태어났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도시 농업과 일반 농업, 그리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농업과 관련된 모든 업무, 많은 개발, 많은 과학자,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나와 있습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 것도,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면서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것도 보통 생각하는 공산주의 국가의 모습과는 굉장히 다릅니다. 이 책을 읽고 있자면 나 쿠바가서 살래!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달까요. 스페인어를 배워서 날아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메가씨가 이 책을 읽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걸 바라는 것은 무리겠지요. 아니,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다른 것보다 국가 차원의 농업 장려가 인상깊었습니다. 식량이 부족해지자 자급을 하기 위해 도시 여기저기에 밭을 만드는 것도 그렇지만 화학비료도, 농약도, 재료가 없어서 자급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유기농으로 가게 되었다라는 것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됩니다. 음. 너무 판에 박힌 말이었군요. 반성하겠습니다. 흠흠

그나저나 얼마나 미운털이 박혔으면 의약품에 대한 수입조차도 막혔을까요. 덕분에 의약품 대신 대체의학을 도입하고 있답니다. 침으로 마취하고 허브로 약을 만들며 농약조차도 허브라든지 천적관계를 이용해 해결합니다. 실제 책 속에서도 어느 채소를 심을 때는 이쪽엔 오레가노, 저기엔 로즈마리를 심으면 해충을 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이런 연구를 장려하고 개발하고 있으니까요. 하기야 라틴아메리카 전체 과학자의 10%가 쿠바 사람이랍니다. 인구 비율로 따지면 얼마 되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원유 수입도 어려워지니 그 다음은 풍력과 수력, 태양력 에너지를 씁니다. 원자력은 미국의 봉쇄로 개발이 중단되었다는군요. 자연 에너지 개발로 눈을 돌리게 되었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태양 전지판도 수입이 안되니까 자체개발. 이쯤 되면 한국은 뭐하고 있나?란 생각이 듭니다. 정부에서 정책 지원을 해주니까 이런 것이 가능하긴 하겠지만..

가장 부러운 것은 교육과 의료입니다. 의사 1인당 인구 비율이 일본보다도 높습니다.(저자가 일본인이라 기준은 일본) 거기에 교육과 의료는 정부에서 아예 처음부터 공짜랍니다. 대학교도 공짜. 공부하는 것은 진짜 돈이 안듭니다. 이쯤 되면 한국을 뭐라 할게 아니라 스페인어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2-3년 공부하면 가서 살 수 있겠지요? 농담이 아니라 60% 정도는 진담으로, 정말 가서 살고 싶은 생각입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면 저런 생각들과 동시에, 진짜 아바나가 지상 천국인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우리가 쿠바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삶의 질이 높은 국가나 행복한 국가가 아니니까요. 독재자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고 그 독재자의 딸마저도 미국으로 망명해서 아버지를 비난하고, 재작년인가 있던 보트 피플 소년*의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 이미지를 많이 바꾸었다 한들 이 책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 책이 다른 이름 없는 출판사에서 나왔다면 그 의심은 한층 더 했을 겁니다.

사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의, 마음에 드는 책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KBS의 다큐멘터리 구입을 다시 고민하러 갑니다.(..)



* 보트 피플 소년에 대한 기사는 검색하면 꽤 나올겁니다. 2년 전쯤 외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이야기입니다.
쿠바의 한 소년이 어머니를 따라 보트 피플이 되었다가 미국 해경에 의해 구조됩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사망하고 소년 혼자 남게 되었지요. 쿠바에서는 이 소년의 아버지가 소년을 찾고 있다면서 아이를 보내 줄 것을 요구하고, 미국 내에서는 소년의 외가 친척들이 미국에 있으니 이들에게 보호를 받게 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친권자인 아버지의 승리로 소년은 쿠바로 돌아갑니다. 돌아간 소년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TV에 등장했다고 기억합니다.
 

막심 샤탕, <악의 영혼 1-2>, 노블마인, 2007


어쩐지............... 느낌이 닮았다 싶었더니 같은 출판사였군요. 흥흥흥.
(모 도서관에서는 책 출판사를 웅진으로 넣어놔서 말입니다. 임프린트라고 해도 그냥 따로 넣어도 되지 않나요.)





신간 검색을 하다가 악의 심연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연쇄살인과 관련된 이야기인데, 호기심이 생겨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나 찾아보았지요. 그랬더니 심연은 없고 전작인 영혼이 있었습니다.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중 심연이 두 번째, 영혼이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1편부터 읽는 것이 낫겠다 싶어 이쪽을 먼저 잡았지요.

오늘 1권의 80% 가량을 읽고는 불같이 화를 냈고, 2권 엔딩 부분을 찾아 읽고는 급기야 손을 털었습니다. 전체의 절반을 읽은 셈인데 나머지 반은 읽지 않아도 좋습니다. 더 읽다가는 제 정신이 피폐해지겠군요.
연쇄살인이니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텐데 부검 과정이나 부검실, 참혹한 시체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사실적입니다. 저처럼 감정이입도가 높으면 피곤해지지요. 더 읽었다가는 안되겠다 싶어 끝을 확인한 것인데 끝이 또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리칩니다. 아아. 별 생각 없이 죽 내리 읽었다가는 며칠간 끙끙 앓을 뻔했습니다. 차라리 다행이군요.

앞서 느낌이 닮았다고 생각하는 책은 스카페타 시리즈입니다. 같은 노블마인에서 나왔지요. 링컨 라임 시리즈-이것은 영화 본 콜렉터만 보았지만 일단 분위기상-와 스카페타 시리즈를 섞어 믹서에 잘 갈아 사실과 부검과 미친짓을 섞으면 이 책이 나올 겁니다. 사이코패스니 뭐니 복잡한 이야기는 넘어가죠. 오늘 G와도 대화하며 나왔지만 사이코패스는 별 것 아닙니다. 그저 똑똑한, 머리 좋은 미친X인겁니다. 복잡하게 영어로 돌려 말할 필요 없습니다. 그런 인간이 반동인물인 셈이니 소설 내내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읽는 사람도 피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CSI가 강하다고 했지만 이건 새발의 피..ㅠ_ㅠ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걸 그대로 지면에 옮기면 저처럼 휘둘리는 사람들은 타격을 받는다니까요.






그런 고로 스카페타, CSI, 크리미널~, 링컨 라임 모두 즐겁고 재미있게 읽고 본다는 분들께는 추천합니다. 하지만 제대로(지대로) 미친 살인범이 등장하니 그 점은 참고하세요.
     

요시모토 바나나, <암리타>, 민음사, 2001
제프리 머서,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시공사, 2008


암리타는 도서관 서가에서 발굴했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해 서가를 둘러보다가 출간당시에 한 번 읽고는 기억 저편으로 밀어둔 암리타가 보이길래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져서 집어 들었습니다. 시간~은 표지와 제목과 소개에 낚여서 구입한 책이고요. 낚였다라는 표현에 잘 드러나있지만 구입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암리타는 대체적인 구조만 기억하고 있고 나머지는 다 잊고 있었습니다. 기억하는 것은 남녀 주인공의 관계 정도. 그것도 간단히만 기억하고 있었고 세부적인 것은 모두 잊었나봅니다. 새 책을 읽는 기분으로 새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기야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들은 한 번 읽으면 그걸로 족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엊그제 키친을 탐독하면서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책이 읽고 싶어져서 골랐는데 일단 시간 때우기에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작가 책 중에서는 가장 두꺼운 책이라 남는 시간 동안 모두 다 읽을 수 있었으니까요.(지하철 안에서 보낸 시간이 길기도 했고 대기 시간이 길기도 했고..)

며칠 전 일본 소설 중에서 가장 취향이라는 키친을 다시 읽었습니다. 처음부터 한 글자 한 글자 다시 읽은 것은 굉장히 오랜만의 일입니다. 대강 훑듯이 줄거리만 따라간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이번에 다시 읽고서는 내용이 낯설게 느껴져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아마도 번역체가 문제였을까요. 문단 문단이 끊어지는 느낌, 이어지지 않는 느낌을 받은데다 비문을 읽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집에 원서 사다 놓기를 잘했다고,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고요.(원서 두께를 보면 민음사판은 옥수수 강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허허;) 요즘은 요시모토 바나나 책이 나온다고 해서 바로 달려가 찾아보지 않게 되는 이유가 그래서인가봅니다. 현실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이야기에 자주 볼 수 없는 관계 설정, 그리고 담담함. 하기야 일본 소설들의 분위기가 상당히 그렇기도 하죠. 에쿠니 가오리보다는 조금 취향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암리타는 날려가며 읽었기 때문에 그런 느낌까지는 받지 않았지만 작가 답게 쉽게 볼 수 없는 관계 설정, 작품 설정이란 것은 변함없습니다. 가볍게 읽으면 그것으로 끝. 예전에는 굉장히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였는데 지금은 또 다른 느낌입니다. 정확하게 제 느낌을 표현하자면, "그래서?"정도. 한 발짝 뒤로 물러서 팔짱을 끼고 삐딱한 자세로 바라보는 겁니다. 흠흠;
결국 암리타에 대한 한 줄 요약은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심심풀이 땅콩".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은 평이 상당히 박합니다.
제목에 낚이고, 표지에 낚이고, 출판사에 낚였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읽다가, 중간 부분 왕창 건너뛰고 맨 뒤로 넘어가 조금 더 읽고 끝냈습니다. 더 이상 읽을 필요도 없군요.
일반적인 장기여행객의 서점 숙박기라든지 서점 돕기 정도로 생각하고 집어든 책이었는데 완전 배신당했습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그 내용이라니. 그러니까 캐나다의 어느 기자가 책 하나 썼다가 관련된 사람의 협박을 듣고는 지레 겁먹고 파리에 날랐는데 하도 방종한 생활을 해서 돈이 없어서 어쩔까 싶다가 우연한 기회에 셰익스피어&컴퍼니라는 고서점에서 숙소를 제공받아 거기서 지내게 된다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중간은 서점내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의 부대낌, 생활을 그렸지요. 제가 생각했던 낭만이라고는 전혀 없습니다. 허허. 어떤 분위기인지는 말로 표현이 안되니 직접 읽어보세요. 조금만 읽어보시면 아실겁니다.

실은 이 서점에 대해 조금 환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파리의 스노우캣에서 소개가 되기도 했고 고서점이라는 말에 낭만적인 환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어이쿠..;
그런 고로, 이 책 가져가서 보실 분은 손들어주세요. 그냥 드리겠습니다.-_-a
       


베른트 하인리히, <동물들의 겨울나기>, 에코리브르, 2003
무라카미 하루키, <우천염천>, 명상, 2003


적고보니 둘다 2003년도 책이군요.

우천염천은 예전에 읽었지만 도서관 서가에서 보이길래 집어들었고, 동물들의 겨울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동물들의 겨울나기의 도입부분은 좀 지루합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보다가 좀 졸았거든요. 하지만 그 초반부가 지나고 본격적으로 동물들이 겨울세계(winter world: 원제)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보고 있노라면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처음이 재미없다고 덮기에는 아까운 책이예요.
라고까지 적고, 이전에 비슷한 내용의 책을 봤는데?라고 생각하며 뒤지니 이거 참...; <숲에 사는 즐거움>(리뷰 링크)이 비슷한 내용입니다. 동면을 비롯한 동물들의 겨울 생활만 집중적으로 다룬 것이 이 책이고, 숲에 사는 즐거움은 곤충을 포함해 다양한 숲 생물의 생태학을 재미있게 풀어쓴 것이고요.

같은 작가입니다.lllOTL

리뷰를 뒤져보니 확실하게 나오네요. 어쩐지 읽는 내내 익숙하더라니...;
<숲에 사는 즐거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동물들의 겨울나기>도 재미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동면에 들어가는 동물들의 자세가 굉장히 신기합니다. 영하 몇 십도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 동면에 들어가려면 가지고 있는 에너지 비축분(지방)을 효율적으로 써야하는데, 체온을 올려두면 에너지 소모가 많고, 체온을 내려두면 얼어죽을 가능성이 높고. 그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아직 냉동인간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연구의 여지가 아주 넓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은 세상에 너무도 많아요.


우천염천은 하루키다운 기행기입니다. 최근 <먼 북소리>를 다시 읽었고 우천염천은 먼 북소리 도중의 그리스-터키 여행기이기 때문에 연결해가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에게-영원회귀의 바다>와 연결해서 봐도 재미있겠군요. 사진은 전혀 없고 글만 있는 여행기이지만 제가 갈 수 없는 곳-아토스 반도는 여성 출입 금지랍니다-에 대한 갈망을 한층 키웠습니다. 아, 하지만 저렇게 지낼 자신은 없어요. 저는 잠자리가 편해야 여행이 편하기 때문에 배낭여행은 못갑니다. 비용이 들더라도 편하게 다니는 것이 좋아요.


다 읽고 나면 터키식 커피나 터키의 차이를 한 잔 마시고 싶어집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월광게임>, 시공사, 2007
미야베 미유키, <쓸쓸한 사냥꾼>, 북스피어, 2008

최근 갑자기 책 지름신이 내려오셔서 책 여러 권을 주문했을 때 함께 들어온 책입니다. G가 회사 문화비로 구입할 책을 추천해 달라 했을 때 북 리뷰를 보고는 호기심이 생겨 부탁한 것이 월광게임-하지만 정작 문화비로는 다른 책을 구입하고 이것은 개인적으로 샀습니다-, 책 구경하러 갔다가 미야베 미유키 신간이 나왔고 배경이 서점이라는 말에 홀딱 넘어가 구입한 것이 쓸쓸한 사냥꾼입니다.



월광게임은 Y의 비극 '88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작가인 아리스가와 아리스(필명)가 이 소설을 맨 처음 쓴 것은 78년으로 그 때는 Y의 비극 '78이라 했다가 다른 버전을 몇 번 거쳐 개작해 나온 것이 이것입니다.
구성은 셜록 홈즈와 엘러리 퀸의 혼합이랄까요. 주인공 이름이 아리스가와 아리스이며, 1인칭 주인공 + 관찰자 시점쯤 됩니다. 탐정은 따로 있고 아리스는 왓슨의 역할에 가까우니까요. 학생 아리스 시리즈도 꽤 여러 권이 나와 있다 하니 앞으로 계속 더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리즈가 지날수록 아리스도 성숙해진다 하니까요. 이번 권에서는 아직 어린 좌충우돌 대학 1학년 학생입니다.
구성이 엘러리 퀸과 닮았다고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도전입니다. 그 때까지의 힌트를 주고는 이 안에서 범인을 찾으라는 엘러리 퀸의 도전. 이 책에서도 작가가 주는 힌트(?)만 잘 따라가면 풀 수 있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작가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저야 그런 도전은 무시하고, 맨 뒤를 먼저 확인해 범인이 누군지 볼까 말까 계속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하하; 제가 추리소설을 볼 때 좀 인내심이 약해서..

쓸쓸한 사냥꾼은 단편집입니다. 그것도 90년대 초기의 작품들을 모았군요. G가 저보다 먼저 이 책을 보았는데 제게 주면서 모방범의 원형 소설이 있다 언급했습니다. 과연. 보고 나니 그렇군요. 모방범이 아니라 하더라도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작품에서 몇 번 보았던 구성이 여기에도 있습니다. 마술은 속삭인다의 분위기가 나기도 하고 지갑은 알고 있다가 생각나기도 하고 모방범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 익숙한 느낌이 마음에 듭니다. 거기에 만담(?) 콤비가 할아버지와 손자라 재미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배경이 헌책방입니다. 그게 제일 좋아요.(웃음)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한 줄 감상으로 끝내겠습니다.

역시 그 감독답게 색채가 화려합니다! 무엇보다 언니들 파워. 그리고 공주님, 최강이십니다.ㅠ_ㅠb
1. 아카데미 상 시상식에 눈에 익은(좋아하는) 배우가 지나간다 싶어 지금 검색을 해보니 틸다 언냐가 레이더에 잡힙니다.;ㅁ; 언니님, 만만세! 하지만 마이클 클레이튼은 볼 생각이 없어요.
엘리자베스 팀이 의상상을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보는데, 눈 요기는 정말 실컷 했거든요. 케이트 언니도 좋지만 상 못 받았다고 아쉬워 할 것도 없고.; DVD는 현재 예약중입니다. 저는 <귀를 기울이면>과 <에반게리온 극장판 序>만 체크하고 있기 때문에 이쪽은 넘어갑니다. TV 화면으로 보기엔 아쉬운 영화라서 더 그렇죠.

2. 그러고 보니 다치바나 다카시. 귀를 기울이면의 성우진에서 立花陸이란 이름을 보고 패닉이 되어 찾아 본 것이 몇 개월 전의 일인데 직접 확인했습니다. 최근에 구입한 책에 그 이야기가 있더군요.


다치바나 다카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청어람미디어, 2008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나의 서재론, 공부론, 독서론", 2부는 주간문춘에 연재했던 독서노트 모음입니다. 2부보다는 1부가 훨씬 더 재미있었고 지적 자극도 이쪽이 더 좋습니다. 대신 2002년부터 2005년까지의 여러 독특한 과학, 사회문제 등의 서적 이야기는 2부에서 간단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절반 정도는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책이며, 번역된 책은 역자가 옮긴이 주로 번역 서적의 서지정보를 간략히 적어두었습니다. 번역된 책의 상당수는 저도 한 번 이상 제목을 들어본 책입니다.
하여간 이 책 1부에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치바나 다카시의 교류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고 그 때문에(라고 해야하나 덕분이라고 해아하나) <귀를 기울이면>에서 등장한 적이 있다고요. 허허허허허; G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어디서 등장했나 감도 못잡다가 시즈쿠 아버지라는데서 넘어갑니다. 그 목소리, 다시 떠올려 보면 은근히 차분하면서도 귀에 쏙쏙 잘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면 분위기도 상당히 닮아 있고요. 시즈쿠의 아버지는 공공도서관 사서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책 읽어야지, 저 책 읽어야지 하다가 나중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포스트잇을 꺼내들고 적어갔습니다. 이 책을 읽으실 때는 옆에 메모지나 수첩, 포스트잇 등을 두고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미리 적어두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지적 자극도 많이 주고 공부법도 배울 수 있고 내공이란 노력하는 자에게 쌓이는 것이다라는 것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저도 올 한 해 열심히 머리를 갈고 닦아 보렵니다. 뇌세포가 나이먹을 수록 점차적으로 늙어간다지만 나이 든 뒤에도 왕성한 지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열심히 갈면 되는 거예요.
(단,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줄 경우 뇌세포가 자살할 수 있으니 조심합시다.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

책 읽는 중간 중간 이 주제에 대해 써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몇 있었지만 꽤 긴 기간 동안 읽으면서 홀랑 다 잊었습니다. 메모라도 해둘 것을, 뭐가 바쁘다고 넘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뭉근하게 한 번 더 읽으려고 생각했던 책이니 다시 읽으면서 두 번째 리뷰를 준비하겠습니다.



3.


이루, <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 영진미디어, 2007 어제 G에게 오프라인에서 구입해달라고 부탁한 것은 <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입니다. ME를 덥석한 이후로 주변에서 필름 카메라 관련 자료를 구해놓기는 했는데 받았을 때 한 번만 훑어 보고는 그대로 서류뭉치에 들어갑니다. 두 번 보는 일이 없어서 제대로 된 책이라도 한 권 구해야 하나 싶었는데 도서관에서 주문해서 보고는 집에도 들여놓은 겁니다. 필름 카메라 관련해서 해설도 잘 되어 있고 사진도 잘 나와 있고 보기 편하게 큼직하게 되어 있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정말로 초보를 위한 해설서라라니까요. 이 한 권만 독파하면 그 다음은 연습하면서 훈련하는 것 뿐. 그러나 그 무엇보다 독파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렸을 때도 앞 부분만 2-3번 읽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4. 지금부터는 다시 독서모드로 들어갑니다. <월광게임>, <쓸쓸한 사냥꾼>,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색맹의 섬>. 아빠는 요리사 95권은 아침에 읽고 G에게 넘겼습니다. 드디어 성이도 대입 막바지군요. 큐슈말고 다른 지역으로 간다 했는데 사나에와 같은 학교로? 그러고 보니 이번 권에서는 사나에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권에는 나온 것 같은데..

 

가이도 다케루, <나이팅게일의 침묵>, 예담, 2008
도로시 R. 세이어즈, <시체는 누구?>, 시공사, 2008


제목과 같은 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적절히 섞어 쓴 겁니다.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시체는 누구.


갑자기 책 지름신이 오시면서 두 권을 한 번에 구입했습니다. 작년 말부터 책 배송은 편의점 택배로 받고 있는데 하도 많이 드나들다보니 편의점 주인 아주머니가 얼굴을 기억하시는군요.;; 이제는 신분증 안 보여줘도 된다 하십니다. 아주머니를 본 것이 몇 번 안된다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두 권의 책 중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고르라면 단연 가이도 다케루 쪽입니다. 앞서 나온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도 하얀거탑과 섞이면서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 소설은 그 후속편입니다. 글도 맛나고 번역도 좋고-권일영씨 번역. 미야베 미유키 작품을 꽤 많이 번역하셨지요-,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미소년이 주인공입니다.(웃음) 병원 내에서 간호사 투표 미소년 순위 1위에 당당히 등극한 성질 나쁜 미소년 말이죠. 성격도 마모루(마술은 속삭인다의 주인공)과 닮아 있어서 양쪽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역자 후기에 이 책의 후편이 곧 나올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총알 준비해두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나오면 바로 주문 넣어야지요.


시체는 누구는 번역이 좀 걸립니다. 나이팅게일만큼 매끄럽게 읽히지 않아서일까요. 제목도 원래는 <Whose body?>라는 재기 넘치는 것이었는데 시체는 누구?라고 의역을 하니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피터 윔지 경 첫 번째 이야기인데다 멋진 집사님도 나와주니 넘어갑니다. 알프레드 못지 않게 다재다능한 집사님이 등장하시는군요. 윔지경도 열심히 휘둘리고 있습니다. 귀족 탐정이라는 점에서는 다아시경과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윔지경은 아직은 미숙하고 재미로 추리에 뛰어드는 아마추어 탐정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파일로 반스와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영국과 미국의 차이인건지, 파일로 반스 쪽은 좀더 잔혹하고 사건 전개가 복잡합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쪽은 윔지경쪽이지요.
피터 윔지 경의 다른 시리즈는 동서 미스테리 북스(DMB)로 두 권이 나와 있습니다. 작가 이름이 도로시 세이어스로 나와 있으니 찾아보세요. 지금 교보에서는 둘다 35% 세일중입니다. DMB시리즈는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국내에 미발표된 작품을 찾아 읽는다는 의미 정도이니 몇 권만 찾아 보시면 됩니다. 긴다이치의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한 혼징살인사건이나 반 다인의 필로(파일로) 반스 시리즈, 지금 이야기한 도로시 세이어스의 시리즈 정도. 집에 가지고 있는 것도 그게 전부입니다. 아, 아이작 아시모프의 흑거미 클럽도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시공사에서 최근 미번역 추리소설들을 조금씩 내주고 있는데 책 사양이나 가격에 대해서는 불만의 여지가 좀 있습니다.
(지금 검색해보니 일본 소설이 압도적(?)으로 많군요. 하지만 일본 추리소설은 잔혹한 감이 있어 취향에서 꽤 벗어나는 통에..=_=)


CLAMP, <CLAMP IN 3-D LAND 3시리즈 + 츠바사 20 SET>, 학산문화사, 2008


지난달 말에 지를까 말까 하다가 설 직전에 지른 CLAMP in 3-D LAND + 츠바사 20권 세트가 어제 도착했습니다. 원래 발매일은 18일이라더니, 책 자체는 1월 25일 발매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학산에서 나오는 책들은 모두 25일 발매일로 찍혀 있으니 실제 발매일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1월일 것이라고 추측할 뿐.

피규어에 낚여서 질러놓고는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제 온 것을 보고 상당히, 꽤 실망했습니다.
35000원-물론 그 돈을 다 주고 산 것은 아니지만-을 주고 샀는데 그 정도 값을 못한다라는 것이 G와 저의 판단입니다. 그도 그런 것이, 뜯어 보고야 알았지만 저 피규어는 텐시노스미카 등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피규어입니다. 원가가 10개 들이 한 박스에 5250엔, 한국에서는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텐스미에서 보긴 했지만 가격은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아서요. 뭐, 랜덤 뽑기인 피규어이지만 이쪽은 다섯 개 피규어가 각각 들어 있으니 뽑기의 위험은 없다 하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세지 않나 싶습니다.



박스를 뜯으면 이렇습니다. 아마 미리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혹시라도 랜덤으로 들어 있나 싶었는데 다섯 개의 박스가 다 들어 있었습니다.




이 중 하나만 제가 갖고 나머지 네 개는 G가 챙겨갔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제가 굉장히 손해 본 것 같지만 전혀 아닙니다. 같이 노리고 있던 와타누키를 제가 꿀꺽 했으니까요. 대신 G는 나머지 피규어를 다 챙겨갔습니다. 책 값을 제가 내기도 했지만 이날 제 기분이 거의 바닥을 달려서 음산한 포스를 내뿜고 있었던 것도 G가 알아서 양보를 한 이유일겁니다.

피규어의 크기는 <클램프의 기적>에 들어있는 체스말과 비슷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투샷을 찍으면 알건데 그걸 확인하려면 베란다 가장 안쪽의 책장 맨 위에 올려둔 체스말 케이스를 꺼내야하기 때문에 시간 날 때로 미루겠습니다. 


김정은, <내가 사랑한 뉴욕 나를 사랑한 뉴욕>, 예담, 2007

최근 읽은 여행기, 체류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책입니다. 바꿔 말하면 뉴욕에 가서 살고 싶어집니다. 길게 아니더라도 단 한 달만이라도 머물고 있다 오고 싶은 생각이 팍팍 듭니다. 스노우캣의 뉴욕 체류기를 읽으면 근처 카페를 찾게 되지만 이 책은 뉴욕행 티켓을 찾게됩니다. 그래서 이것은 좀더 강력한 뉴욕 펌프질을 제공합니다. 그것도 여행이 아닌 쳬류로 말입니다. 제가 일어만큼 영어가 된다면 아마 당장에 티켓을 끊지 않았을까 합니다. 뭐, 펌프질이 꽤나 강력했지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의 주인공만큼 뉴욕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이 있진 않았으니까요. 폴 오스터의 책도 그렇지만 기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도 소설도 읽은 것이 없으니 말입니다.
(반대로 도쿄의 경우는 여러 번 다녀온 것도 있는데다 도쿄가 배경인 만화를 워낙 많이 보다보니 관련 여행책자나 여행기를 보면 펌프질을 쉽게 당합니다.;)

이 책이 마음에 든 이유는 간단합니다. 뉴욕 시민들의 생활에 굉장히 가깝게 다가서 있기 때문입니다. 맛있는 빵집도, 집 근처에 있는 책방도, 도서관도, 그리고 그들의 교통수단도, 관광객이 아니라 뉴욕 시민들과 좀더 가까운 장기 체류자로 같은 눈 높이에서 다녔기 때문에 그들의 삶에 더 다가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언젠가는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생활이거든요.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에 잠시 있다가 매너리즘이나 고착된 삶을 훌훌 벗어버리고 즐기는 삶. 이렇게 써놓고 보니 마치 차원 이동물 같은 느낌이 들긴 하는데, 아주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도.;


저도 근교의 농장에서 갓 수확한 신선한 채소들을 구입해다 야채 수프를 끓여서 갓 구워낸 베이글이나 바게트와 함께 먹고 싶습니다.-ㅠ-


임주연, <씨엘 8>, 대원씨아이, 2008

간단한 한 줄 요약.

아버님 멋져요! >ㅅ<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랑 나이차이가 한 자릿수입니다.OTL 그것도 .... 음 .... .... ...
(두뇌 시스템의 거부반응으로 인한 계산 불가)


재뉴어리가 수수한 타입의 미형이라면 이쪽은 스승님이 설명하시는 그대로의 화려한 미형. 이비엔의 외모가 어디서 왔을까는 의문을 품을 필요도 없이 간단히 해소되었습니다. 하하.
그나저나 이 상황이라면 O모 언니는 참 .... (먼산)





읽은지는 꽤 되었는데-나오자마자 바로 주문;-이제야 리뷰를 올리는군요. 날림 포스팅 하고서 저는 이제 슬슬 식후 운동(?)하러 가겠습니다.
   

이윤기, <내려올 때 보았네>, 비채, 2007
이윤기, <꽃아 꽃아 문 열어라>, 열림원, 2007


도서관 서가 사이를 헤매이다 보고서는 덥석 집어 들은 것이 산문집, 산문집이 마음에 들어 주말 동안에 읽으려고 집어 든 것이 신화 에세이입니다. 신화 에세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 4권을 보고 나서 한 번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니 그리스 로마 신화 4권부터 하여 최근의 이윤기씨 책은 다 읽은 셈입니다. 물론 번역본은 제외. 거기까지 읽기엔 책이 너무 많습니다.
(책 정보를 집어 넣기 위해 저자 이름으로 검색했더니 목록이 주륵 뜨는데 맨 위에 떠 있는 것이 위 두 책도 아니고 그리스 로마 신화도 아니고 번역서였습니다. 하하;)


오늘 하도 징~하게 놀다 왔더니 길게 쓸 여력도 안되고, 길게 쓰려면 다시 한 번 더 읽어야 합니다. 두 권 다 한 번 읽고서 끝낼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꽃아~는 우리 신화 에세이라 책이 좀 어렵습니다. 깊게 이것저것 참고하며 읽어야하는 책이지만 제 내공이 아직 거기까지 닿지 못했습니다. 많이 잊기는 했지만 우리 신화를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다시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이, 삼국유사도 삼국사기도 다시 찾아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삼국의 기원 설화와 부여의 신화도 다시 찾아 읽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 신화를 읽어나가기 전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책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이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해석들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구지가의 해석, 참으로 ... 지당하십니다. 하하하..;
권신아 씨의 일러스트도 사람의 눈을 홀립니다. 독특한 그림이라 신화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생각했더니 기우였습니다. 이 신화 삽화들만 모아서 전시회를 해도 굉장히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꽃의 묘사도, 옷들도, 그리고 색도 멋집니다. 글과 함께 본다면 삽화가 또 다시 보이니까요. 삽화만 후르륵 넘겨보면 그 맛이 안 느껴집니다.

하지만 편집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줄간격 대략 200. 책이 작았다면 삽화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아쉬웠을테지만 그렇다면 조금 얇게 해주시면 안되는 겁니까. 300페이지를 훌쩍 넘는 책인데 두꺼운(무거운) 종이를 썼기 때문에 책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들고 다니기 쉽지 않군요. 하지만 줄간격이 그렇게 넓고 큼직한 글씨니, 줄간격을 조금 줄이더라도 페이지 수를 줄였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글이 시원시원하게 보이는 것은 좋지만 무게와 가격을 생각하면 분량은 적은 편이라고 봅니다. 12000원이 요즘 책값에 비하면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가격이긴 하지만 편집에 신경을 써서 가격을 줄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고가 전략으로 나온 책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내려올 때 보았네쪽이 신화보다는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월간에세이에서 연재되었던 수필도 몇몇 보이는군요. 여러 매체에 썼던 글을 모아서 냈나봅니다. 읽으면서 내내 웃었고 가끔 눈시울이 뜨거워졌으며, 자주 뜨끔했습니다. 한 두 달 묵혔다가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읽으며 정신을 일깨우고 싶은 글들이 모여 있습니다. 블로그에 글은 많이 쓰지만 그런 것만 가지고는 경지에 이르기엔 택도 없다는 것을, 끝없는 공부만이 갈 길이라는 것을, 정진해야한다는 것을 떠올려 주었지요. 죽비와도 같습니다. 글쓴이의 유머에 입술 한 쪽 끝이 올라가고 내내 빙글빙글 웃다가도 죽비 한 대를 맞고 나면 머리가 울리면서 정신도 함께 울립니다.
이 책도 편집에 대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조금 가벼운 종이로,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게 하면서 가격을 내렸으면 어떨까 싶은걸요. 벌써 수필들도 12000원을 돌파한 기미니, 올해는 또 책값이 얼마나 오를까 걱정됩니다.
(헉? 만약 중국에서 출판 홍수가 일어나면 전세계 종이값이 폭등하겠군요. 나무들이 남아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책 사재기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니 이걸 어쩝니까. 총알이라도 잔뜩 채워두어야 하는 겁니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깨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예정은 예정이니 지르기전 다시 보자!


현재 지름도가 100%에서 5%가량 왔다갔다 하고 있으므로 지를 가능성은 높으며, 주변 스트레스 게이지가 상승하면 다음달 카드내역서를 보고 좌절하는 사태가 빚어질겁니다. 순서는 지름도가 높은 물건 순입니다.

1. 츠바사 20권 한정판 예약판매분 :35000원 - α (링크)
아마 동대문이나 홍대 쪽에도 따로 풀리리라 생각됩니다. 홍대에서 살지 교보에서 살지 고민하고 있으나 교보에서의 할인율이 그다지 높지 않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모저모-적립금, 쿠폰, 국민카드 5%할인-따져보니 홍대에서 사는 것과 크게 차이는 없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홍대를 가니 그냥 홍대에서 지른다와 카드로 편하게 지르고 뒷일은 다음달 월급에 맡긴다 중에서 갈등하고 있습니다.
지름도 100%. 구입할 곳만 고민하고 있습니다.

2.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 23000원 - α (링크)
다치바나 다카시씨 책입니다. 나왔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고이 장바구니에 담아두었습니다. 언제 사느냐가 관건이고 사는 방법이 문제일뿐입니다. G의 문화비로 구입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제가 지르고 나서 올 4월쯤 나올 제 문화비로 환급받을 것인지 고민입니다. 현재로서는 후자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고로 이것도 시간 문제.
지름도 100%. 시기만 조절하고 있습니다.

3. 신세기 에반겔리온 리뉴얼 DVD 박스세트: 할인해서 현재 88000원 - α (링크)
오늘 에바 극장판을 두 번째로 보고 왔습니다. 오프닝 부분의 몰입도는 확실히 떨어지지만 중반 이후에는 두 번째로 보는 것이고 내용을 다 알고 있는데도 푹 빠져서 봤습니다. 보고 났더니 이번엔 TV판 DVD에 대한 미련이 생깁니다. 뒤져보니 현재 20만원짜리 박스세트를 88000원에 팔고 있습니다. 8장이니 장당 11000원 꼴인가요. 지를만 하다는 생각이 드니 카드로 긁어서 단번에 해결하느냐, 아니면 참았다가 에바에 대한 애정(?)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느냐의 양자 택일입니다.
지름도 85%. 15%를 채울 것인지 그 이하로 내려갈 것인지 저도 확신은 못합니다.

4. 고식 3권 이후 : 권 당 6500원 - α (링크)
어제 아침만 해도 지름도 98% 가량이었으나 현재 70% 가량으로 내려갔습니다. 그제 주문한 2권을 어제 저녁에 읽고 나서는 쓴웃음을 짓고 폐기 예정 목록에 고이 올려 두었기 때문에 말입니다. 일단 일러스트는 마음에 들지만 나중에 화보집만 따로 구입하든지 할 예정입니다. 가상 역사 속의 가상 국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주인공의 집안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느껴지는 껄끄러움이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가볍게 읽을 만한 심심풀이 땅콩이었으니, 땅콩이 필요해지면 그 때는 다시 지름지수가 올라갈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올해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럴까 싶군요.
지름도 70%. 구입 보류 상태입니다.




여기까지 쓰고나서 다운되었습니다. 물론 삐~라든지(예상비용 56만), P*2라든지(예상비용 15만 남짓), 에바핑*라든지(예상비용 5만 남짓)가 있지만 아직 지름도는 높지 않습니다. 게다가 요 며칠 끈질기게 쿠폰 써서 책 주문을 넣고 있었으니 한동안은 잠잠해 주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씨엘 8권이나(초판한정으로 엽서가 들어 있더군요) 고식 2권은 도착했는데 어제 주문한 XXX홀릭 10, 11은 아직 안왔습니다. 닥터 스쿠르 애장판도 마저 모아야 하는데 책장이 부족한 관계로 잠시 미뤄두고 있고요. 지금 방출해야하는 만화책을 하나하나 떠올리고 있는데 참 난감합니다.

설 전에 뭔가 더 지르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따름입니다.


양진숙, <빵빵빵 파리>, 달, 2007

교보문고에 책 보러 갔다가 빵과 관련된 책이 나온 것을 보고는 훑어 보았다가 기회가 되었을 때 잽싸게 신청한 책입니다. 파리 생활기에 빵 이야기를 더한 책으로 역시 블로그에 올렸던 글과 사진을 편집해 나온 책입니다. 그런 만큼 완성도*는 떨어진다 생각하지만 박한 평가를 내리기에도 후한 평가를 내리기에도 미묘한 책입니다.
단, 주변 사람들에게 사보라고 추천하겠냐고 물으신다면 단칼에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며, 그럼 읽지 말라고 할 것이냐 물으신다면 가볍게 보고 치우라라고 말하겠습니다. 요즘 이런 鷄肋과도 같은 책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런 책들을 제 돈 주고 사지 않았다는 것이 무척 다행으로 여겨집니다.
(이건 G네 회사 문화비로 구입을..;)

평가가 박한 것은 기대가 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대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보는 도중 편집상의 문제로 제가 내내 열 받았던 문제가 몇 가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짧은 이야기-블로그의 글 하나에 해당할-의 제목 편집이 굉장히 눈에 거슬렸습니다. 장식문자를 화려하지 않게 쓰긴 했는데 글씨에서 선이 자라나 장식을 하고 있는게 제목 하나당 2-3개 가량입니다. 하지만 분위기와 그리 어울리지 않았고 보는 순간 눈에 거슬립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으니, 제목 글자의 배열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붉은 노을에 쿠키를 굽다>라는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글 맨앞의 제목 배열을 이렇게 했습니다.

붉은.
노을에.
쿠키를.
굽다.

보는 순간 울컥했습니다. 전에 모 클럽에 올라오는 글들 중에서 모든 본문의 띄어쓰기 부분을 마침표로 찍어 표시*하는 사람이 있어서 한동안 그런 글만 나오면 내용도 보지 않고 뒤로를 눌렀는데-그런 글의 경우 ~여체인 경우가 많습니다-이 글 역시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냥 마침표 없이 배열을 해도 좋았을 것을 왜 마침표를 찍었을까요.

여기서 점수가 -200점.
파리의 빵집 이야기와 장인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들을 수 있다는 것은 +500점, 하지만 중간중간 섞인 사랑 이야기와 솔로가 아니길 원하는 저자 본인의 이야기는 각각 -400점. 한 두 번 정도 연애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면 -400점까지는 안갔겠지만 그런 글이 꽤 많이 나왔습니다. 저랑은 상성이 안맞는 책이었던 겁니다.

일단 편집에 민감한 분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사랑타령이 질색이라는 분께는 더더욱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장인과 관련된 이야기만 골라보시겠다는 분께는 심사숙고해서 구입하시거나 도서관에서 빌려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이 책의 편집에 울컥했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달"은 문학동네의 임프린트입니다. 전체적으로 디자인에 공들인 티도 나고, 표지도 표지디자인관련해서 이름을 자주보는(유명한) 분이 맡았는데 말입니다.
정진하세요.

그래도 박하게만 주고 싶지는 않은 것이 책 중간중간 등장하는 빵집 주인들의, 빵 장인들의 이야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열정과 꿈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점, 그래서 제 마음도 같이 움직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 글을 읽을 때는 그래도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편집 문제와 사랑 이야기만 등장하면 또 다시 울컥해서 점수가 팍팍 깎였습니다.
책 맨 뒤에는 이 책에 소개된 빵집들의 약도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파리에 가본 적이 없으니 이 약도의 정확성은 논할 수 없지만-약도 안 좋기로는 UGUF의 도쿄책이 가장 떠오릅니다-지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요. 주소도 있으니 구글에서 검색할 수 있을지...도요?

그러고 보니 이글루스에서도 작년에 파리의 빵집 기행 하신 분을 봤습니다.
뒹굴이님: tortilla.egloos.com/3204659(시리즈 첫 번째 글)
책에서 등장한 게이빵집(웃음)도 같은 포스팅에 있습니다. 저는 홈페이지 사진으로 그 빵을 봤는데 참으로 리얼하더군요. tortilla.egloos.com/3215244
이쪽을 먼저 알고 나서 책을 봐서 감동(?)이 덜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마하니 같은 분이라거나...? -_-a)

* 아무래도 책을 쓰기 위해 발로 뛰며 수집한 자료들에 비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파리의 빵집 소개서라 하기에는 한참 부족하고, 단순히 수필로만 보기에는 빵집 이야기가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요. 어중간한 그 사이의 책들이 요즘 많이 나오고 있지만 가격 대 성능비는 바닥입니다.

*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저는.글을.그렇게.마무리.하는.것이.굉장히.싫어여.




B양은 보고 싶어할테니 G가 보고 나면 바로 넘기겠네. 생협에는 B가 보고 난 뒤의 모임 때 들고 나가겠습니다.


허시명, <허시명의 주당천리>, 예담, 2007


한겨레21이었는지 행복이가득한집이었는지 쿠켄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잡지에서 신간소개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신청해 보게 된 책입니다. 책이 두껍고-종이가 두껍습니다. 거기에 컬러사진.-좋은 종이를 써서 그런지 책도 무겁습니다. 하지만 무거움에도 신경쓰지 않고 들고 다니며 보게 된 책, 다른 분들께도 꼭 한 번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일단 제가 생각하는 이 책의 독자는 이렇습니다.

- 나는 맛있는 술이 좋다.
- 일본에는 사케가 있는데 왜 한국에는 없는거지?
- 술, 술, 술이 고프다.

여기까지는 보통수준. 심화로 들어가면..
- 난 모야시몬을 재미있게 봤다.'ㅂ'


실은 저 네 번째가 가장 큽니다. 보는 내내 옆에서 오리제가 둥둥 떠다니며 "빚어버릴거야!"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민속주, 한국 술에 대한 이야기. 지방의 술도가에서 빚어내는, 역사가 있는 술과 역사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 술, 그리고 발전하는 한국 술, 사라진 한국 술, 법제에 가로 막힌 술에 대한 이야기가 술술 풀려 나옵니다. 그러다보니 누룩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고, 당연히 누룩이 등장할 때마다 오리제가 둥둥 떠다닙니다. 오리제가 일본산이라는 것만 빼면 뭐... 납득할만 합니다.

대신 이 책의 부작용은 좀 심각합니다.
전 술을 안마십니다. 사정을 알고 있는 소수를 제외하면 다들, 저 술 못마시는 줄 압니다.'ㅂ' 대학교 때 술에 크게 당한 이후로는 거의 술을 마시지 않고 사회들어와서는 2년마다 받아야했던 위내시경의 결과를 슬쩍 흘리면 술을 강하게 권하지는 않으시는군요.
술을 안마시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맛을 모릅니다. 특히 소주는 그 쓰고 칼칼(?)한 맛이 싫어서, 화학약품을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이 싫어서 마시지 않습니다. 그나마 마시는 것은 맥주 정도입니다. 맥주는 흑맥주와 가벼운 맥주(에비스 등의 일본맥주), 한국 맥주의 차이 정도는 감별하는데다 가끔 여름날 시원한 맥주가 땡기는 일도 있으니 이쪽은 마시는 술입니다. 포도주는 마시긴 하지만 있으면 마시지 즐기지는 않습니다. 좋아하는 포도주는 무스카토 다스티의 스파클링 와인. 마셔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거, 왠지 사과주 느낌입니다.; 달달하고 사이다 같기도 한 발포성의 음료입니다. 술이라기보다는 그런 느낌에 가깝습니다.
하여간 본론으로 돌아가 부작용이 뭔가 하면 .....


술이 땡깁니다.;ㅂ;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술이 땡깁니다. 책이 줄어드는 것이 아까워서 일부러 조금씩 아껴가며 보고 있었는데 마침 지난주에 G가 제주도 출장을 가 있었습니다. 그 동안 제주도에서 만들었다는 감귤술을 보고 이게 분명 면세점 안에도 있을터이니 사오라 시킬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지름도 80%. 100%가 되면 구입합니다.-_-;) 다행히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경주법주인 화랑을 Kiril님께 졸라서 올 구정에 부탁드려볼까라는 망상의 나래도 펼치고 있었습니다.
술을 마시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제가 이 책을 보는 내내 등장하는 모든 술에 군침을 흘리며 한 번쯤 마셔보고 싶다고, 기회가 되면 꼭 구해서 마셔보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무서운 책입니다.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 절반 이상의 이유는 글발일겁니다. 맛깔나게, 술술 넘어가는 글을 쓰니 술도 술술 넘어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착각이겠지요. 아직 술맛도 제대로 모르는 제가 술이 술술 넘어갈리가 없지 않습니까.;

제목에도 쓴 주당1천양병설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한국술-민속주-들을 살리기 위해 술꾼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한다는 제 주장입니다. 희석식 소주가 아닌 증류식 소주나 탁주 등 다양한 술을 알고 그 맛을 즐기는 술꾼들을 양성해 술 시장을 넓히며, 이런 술꾼들이 늘어나면 술을 만드는 술꾼들 역시 살맛이 나서 옛 기록들을 뒤지고 술을 빚을 줄 아는 옛 아낙들을 찾아 전수를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옛술들이 복원되면 잊혀진 전통에 대한 관심들도 늘어나고....
여기서 잠시 멈추겠습니다. 이 이상 나가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저도 모르니까요.
하여간 알코올을 섭취하기 위해 술을 퍼붓는 술꾼이 아니라, 술맛을 알고 술을 즐기는 술꾼들을 길러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술도 음식이니 한국음식을 가르칠 때 술도 함께 가르쳐 酒道를 미리미리 가르쳐야한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어딘가 찾아보면 한국주 코스라든지, 그런 것도 있을법한데 본 적이 없군요. 시간이 더 지나면 생기지 않을까요?


그리하여 이 책을 읽고 나서 마흔 되기 전의 목표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와인은 저 멀리 던져 놓고 일단 우리나라의 옛술부터 찾아가 하나하나 맛을 알고 술맛을 제대로 배우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이 책은 고이 모셔두고 두고두고 목표를 일깨우기 위해 읽을 생각입니다. 아아.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군요.(...)


에릭메이슬,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 북노마드, 2007
요시무라 켄지, <Eye_26세, 나는 세상으로 뛰쳐나갔다>, 넥서스BOOKS, 2007

이 책들 말고도 꽤 읽은 것 같은데 왜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은걸까요. 하기야 요즘에는 집에서도 책을 갖다보았기 때문에 뭐...'ㅂ'
(모 책 때문에 또 바람났다는 것은 비밀;)

저렇게 보면 두 책의 크기가 꽤 차이나는 것 같은데 실제 비교하면 크기는 비슷합니다. 보헤미안은 A5정도, Eye는 키가 좀더 작고 가로로 판형이 조금 더 큽니다.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는 그냥 훑어보고는 샌프란시스코쪽 여행기로 생각했는데 여행기라기보다는 생활기입니다. 보헤미안이 쓴 샌프란시스코 생활기가 아니라 보헤미안들이 많이 모여사는, 그래서 보헤미안을 위한 도시 샌프란시스코란 의미더군요. 치료사이자 작가인 에릭 메이슬이, 자신이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주변을 휘휘 둘러보고 역사를 슬쩍 들여다보아 쓴 이야기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생활이 손에 잡힐듯 다가온다고 표현하면 과장일까요? 뭔가 글쓰고 싶은 욕구도 자극하는 재미있는 수필입니다. 시간을 들여서 다시 한 번 찬찬히 훑어보려 합니다. 햇볕 잘드는 카페에서 커피(홍차도 아니고 밀크티도 아니고 코코아도 아니고) 한 잔을 시켜 놓고 따끈한 양지목에 뒹굴거리는 고양이마냥 읽어야 좋은 책입니다. 훗훗훗~


요시무라 켄지의 책은 다카하시 아유무의 Love & Free와 닮아 있습니다. 일본사람의 세계여행기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다른 것은 느낌일까요. 방랑을 하겠다라는 목적이 확실한 다카하시의 책과는 달리, Eye는 무념무상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여행입니다. 스물 여섯은 일본의 나이일테고 한국 나이로는 스물 여덟일겁니다. 일본은 군대를 가지 않으니, 만약 대학을 가지 않고 바로 취직해 돈 벌다가 나갔다면, 아니 대학을 다녀왔더라도 스물 여덟이면 사회생활에 익숙해질즈음이겠지요. 그런 때 모은 돈을 들고 충동적으로 여행을 나간다면? 그것도 처음에는 그리 길지 않게 가려 하다가 친구들의 메일을 받고는 또 충동적으로 해가 지는 곳을 향해 나아갑니다. 물론 계속 서쪽으로 가는 것만은 아닙니다. 책은 총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맨 앞은 개괄, 맨 뒤는 에필로그, 그리고 다른 네 개의 장이 지역 구분입니다. 첫 번째 단락은 중국과 몽골, 파키스탄 등 아시아, 두 번째 단락은 중동, 세 번째 단락은 아프리카, 네 번째가 유럽입니다.
책은 사진과 글이 반반 나뉘어 있지만 자세히 서술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여행다니는 동안 한 번도 끊어지지 않고 기적적으로 썼다는 일기가 기본이 되었다는데 그 때 그 때의 짧은 감상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진은 본인이 들고간 필름카메라를 통해 뽑은 것이겠지요. 몰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최근의 여행서적사진들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피사체들은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사진과 글이 마음에 들었을겁니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중 하나, 파키스탄 카슈미르에 있다는 <나우시카> 배경 마을. 엿새만 달랑 머물고 나온 것은 그 이상 있으면 도저히 그곳을 나올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는데 그 말만 들어도 가고 싶습니다. 풍경사진 하나 없이 말만으로 사람을 홀리다니, 무섭습니다. 그리고 작은 돌이란 제목의 짧은 이야기도 무섭습니다. 이건 진짜 공포입니다. 직접 찾아보시라는 의미에서 내용은 쓰지 않지만, 200자 내외로 환경오염의 경고글을 쓰라고 한다면 이 글이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아프리카 여행 도중에서 나온 짧은 글하나. 에티오피아 라리베리의 소년 사진과 함께 실려 있습니다.

P. 134
나는 형이 정말 좋아요.
동양인들하고는 항상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그런데 유럽인이나 미국인은 무슨 이유인지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해요.

살짝 입가에 쓴웃음이 맺히지만 웃음으로만 넘길 수 없는 이야기지요.

넥서스BOOKS에서 나온 여행책들은 대체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On the road>, <이탈리안 조이>, <히피의 여행 바이러스>, 이 책 <Eye>. 특히 이번 책은 갈피를 못잡고 있을 때 한 번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들여다 볼 만한 책입니다. 가슴 속의 욕심을 버리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이윤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웅진지식하우스, 2007


이윤기씨의 그리스 로마 신화 1-3권은 아주 옛날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반쯤은 의무감에 읽었기에 그리 재미있다 생각하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4권은 훌훌 넘겨보다가 뭔가 재미있겠다는 반응이 있어 집어 들었습니다. 아침 출근시간에 시작해 퇴근시간, 그리고 퇴근한 이후에도 다 읽어 하루에 죽 읽어내렸습니다. 책이 두껍긴 하지만 종이가 조금 두꺼운 편이고 그림이 많은데다 편집 자체가 느슨-글자가 빽빽하지 않은-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대신 책이 좀 무겁더군요. 비슷한 두께의 소설책은 가벼운 종이를 쓰면 되니 이정도까지는 아닌데 그림들 때문에 아트지에 가까운 코팅 종이를 쓰다보니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끝부분이랄까요. 신들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넘어갈 때쯤의 이야기라 신들의 비중은 조금 낮습니다. 신화와 전설의 중간쯤. 어쨌건 처음부터 끝까지 헤라큘레스의 이야기고 그의 가계도에 대한 이야기, 그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 그와 얽힌 영웅들의 이야기가 죽 이어집니다.
헤라큘레스의 업적에 대한 이야기는 대강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읽고는 정떨어졌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남성상입니다. 악동을 넘어서서 망나니에 패륜남, 온갖 사고는 다 치고 다닙니다. 게다가 본인이 종우(種牛)라는 사실에도 그리 신경쓰지 않고, 아니 아예 생각을 안하고 있다니까요. 그걸 감안하면 헤라큘레스의 자손은 환상적인 수준으로 많을 거라고 ... 12가지 과업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가끔은 머리를 쓰는 모습도 보이지만 그건 머리를 쓴다기 보다는 본능에 가깝습니다. 허허. 삼국지 인물 중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뽑으라면 단연 장비. 술 마시고 사고치는 것도 닮아 있군요. 그래도 장비는 형들에게는 꼼짝 못하기나 하지, 헤라큘레스는 아무나 가리지 않고 다 덤빕니다. 어머니를 닮은 부분이 없어 보이니 이건 제우스를 빼닮았다고 할까요? 씨 뿌리기가 장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맞습니다.

헤라큘레스 이야기 외에 몇 가지 곁다리 이야기들도 등장하는데 그 중 가장 뜨악한 것은 제우스가 칼리스토를 유혹한 방법입니다. 큰곰, 작은곰자리의 모델인 칼리스토는 원래 아르테미스를 모시는 요정이었지요. 그러다 제우스에게 덜컥 걸렸는데, 레다때처럼 백조로 변한 것도 아니고, 페르세우스를 잉태시킬 때처럼 비로 변한 것도 아니고. 택한 방법은 아르테미스였답니다. 딸래미로 변해 요정을 유혹했다는 이야기에서 기겁했습니다. 칼리스토가 제우스 아이를 임신하고는 아르테미스에게 벌을 받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유혹했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허허허허허허...

그러고 보니 헤라큘레스가 죽을 때 남겼던 말도 뜨악합니다. 헤라큘레스가 죽은 이유는 아내의 착각과 투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헤라큘레스가 구혼했다가 구혼시험을 통과하고도 쫓겨난 나라가 하나 있었더랍니다. 거기서 쫓겨난 다음 자기 친구의 여동생을 만나 결혼하게 된건데-짧게 줄였습니다. 그 사이에도 사건 사고는 많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자기를 쫓아낸 그 나라를 찾아가 점령합니다. 당연히 예전에 구혼했던 그 나라 왕녀도 포로가 되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는 아내가, 헤라큘레스가 그 여자랑 결혼하는 것 아닌가 싶어 사고를 쳤지요. 나중에 자기의 착각으로 남편이 죽게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목을 매달지만...
하여간 죽기 직전, 마지막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에게 네가 왕녀를 거두어라라고 말합니다. 아버지가 구혼했다가 차이고 결혼해서 낳은 아들인건데, 아버지의 전 구혼녀와 아들의 나이차이는? 아름답다고 언급은 되어 있지만 그래도 나이가 안 맞아요!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읽고 나니 1-3권도 다시 보고 싶어지는군요. 차근차근 찾아볼까 합니다.

K서점은 온오프라인 통합으로 내역이 보인다는게 편하군요. 하기야 온오프 양쪽 있는 서점이면 거의 그렇겠지요? 다른 서점을 쓰지 않으니-브랜드 충성도가 강합니다;-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도서 목록을 정리하다보니 2007년 동안의 K서점 구매내역이 떠올라 한 번 찾아보았습니다. 한 해동안 주문건수 78건. 생각보다 얼마 안됩니다. 게다가 만화책의 경우 낱권 구매를 했기 때문에 주문건수가 부풀어 오른 것도 있습니다.
그럼 총 금액은?

1368220원.



... 130만원 돌파. 올해는 얼마나 나올지 두렵습니다. 그도 그런게 12월 말에 원서 만화책이랑 책 몇 권을 주문했거든요. 연초부터 이렇게 폭주하면 연말이 걱정됩니다.
걱정되는 이유 하나 더. 구입한 책의 절반 이상이 원서, 원서의 30% 가량이 MOE 일것이고, 70%는 먹는 것과 만들기쪽 책일겁니다. 그리고 국내 서적의 절반 이상은 추리소설과 판타지류. 교양서적은 구입빈도가 굉장히 낮습니다. 기억을 뒤져보아도 교양서적 구입건은 없는데요.; 그래도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이 구입 권 수의 배 정도는 될테니까 그걸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교양서적 구입건이 낮다는게 슬프지만요.
총판에서도 구입내역이 있긴 하지만 많이 잡아봐야 20만원 선일겁니다. 그리고 전부 만화책, 혹은 NT노벨.
이달부터 천천히 도서목록을 다시 작성하면서 장서구성을 고민해야겠습니다. 하하.;



빌 버포드, <앗 뜨거워>, 해냄, 2007

독자평이 13개나 있길래 죽 내려봤더니 평이 조금 갈립니다. 저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아닌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 분야의 사전 지식이 없다면 그럴만 하지요. 저야 먹는 것을 좋아하니 이모저모 주워들은 것이 많아 상당수 이해하며 읽었지만 G에게 추천해준다면 아마 첫 번째 장 채 넘어가기도 전에 재미없다고 할겁니다.

서평이나 이 책에 대한 평에서는 이 책을 좀 가볍게 다루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깊은 책입니다. 기본 내용은 간단하지요. 밥보-한국사람이라면 웃음을 터뜨릴만한-라는 이름의 유명한 음식점이 하나 있습니다. 본격 이탈리아 음식을 표방하는 곳인데, 이 책의 저자는 얼결에 이 음식점의 주인을 만나 감명을 받고는 자신의 직업을 때려치우고 밥보의 주방에 들어갑니다. 요리쪽은 아직 도제식 시스템이 많이 남아 있다보니 음식 재료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해 파스타 삶기, 고기 굽기 등등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게 됩니다. 글쓴이 본인의 이야기인만큼 표현들이 굉장히 사실적입니다. 직접 주방에 뛰어들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재료 준비하다가 손가락 날려먹고, 파스타 솥 앞에서 끊임없이 파스타를 삶아내고, 에어컨은 무용지물인 거대 오븐 앞에서 밀려오는 주문들을 머릿속에 자동 입력하며 고기를 한정없이 굽고요.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주방 내에서의 인간관계도 여실히 보여주는데다 글 중간중간, 밥보의 주인인 마리오가 어떻게 밥보를 열게 되었는지 양쪽을 번갈아 보여줍니다. 이 책에 100% 빠져들지 못한 것도 바로 이겁니다.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저 마리오라는 인간이 제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상입니다. 이런 타입을 마초라 부를까요. 제멋대로이고 남성우월주의적인 모습도 보이며 폭군에 사람을 휘두르며 잔머리는 끝내주게 돌아갑니다. 그래서 마리오가 걸어온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화딱지가 나 견딜 수 없어요!
초반부는 그런 모습이 많지만 후반부에 가서 빌이 마리오의 모습을 따라 이탈리아에 연수를 가며 그 쪽 생활에 익숙해 지는 모습이라든지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각종 문헌들을 찾아보고 분석하며 나오는 옛날 이야기들, 조리에 대한 세세하고 상세한 언급은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찾아서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책도 두껍고 읽기 편한 판형도 아니고, 읽기가 두려운 책임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다 읽고 나서의 보람도 큽니다.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세요!
 

책 리뷰를 쓰지 않았던 사이 읽었거나 읽다가 만 책들입니다.
읽다가 포기한 것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에세이>, <사치코의 일본차 이야기>, <동경 산책>.

아시모프의 과학에세이는 졸렸습니다.OTL 자다가 열심히 조는 바람에 결국 대강 대강 읽고 넘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칼럼을 모아 엮은 형식의 책이라 가볍게 읽을 수도 있지만 그게 또 어렵군요. 주제는 그리 가벼운 것들이 아니라 말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읽으리라 결심하고는 책을 덮었습니다.

사치코의 일본차 이야기는 한국에서 한국차 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 일본 유학생이 쓴 책입니다. 앞부분만 훑어 보았는데 교토를 중심으로 한 유명 찻집, 차 관련 상점, 다기 제작과 판매를 하는 곳, 그리고 중간중간 일본의 차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다 읽지 않는 것은 읽고 있다가 다음 여행 계획을 교토쪽으로 짜고 있는 저를 발견해서 였습니다. 조금만 더 진도 나가면 숫제 항공권 끊을 태세입니다. 그런 고로 상당한 주의를 요합니다.;

동경 산책은 이전에 리뷰 올렸던 오! 수다와 비슷한 타입입니다. 일본 작가가 쓴 일본 여행기라고 할까요. 동경 산책은 그보다 좀더 범위가 좁아서, "표연한 여행"을 하고자 이리 저리 좌충우돌하는 작가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쓰면 재미있어 보이는데 하는 삽질 하나하나가 왜이리 눈에 거슬리는 겁니까.; 여행기보다는 수필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조용히 책을 내려놓았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두 책은 다시 읽으면서도 왠지 로맨스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자신이 나중에 직접 로맨스 소설을 쓰기도 했지만 에르큘 포와로의 뚜쟁이짓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쪽은 부부 클리닉도 겸하고 있다니까요. 가볍게 기분 전환하면서 보기 딱 좋았습니다. 기왕이면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가 실제본이기를 바랬는데, 셜록홈즈도 그렇고 애거서 크리스티도 그렇고, 하여간 추리소설 쪽은 실제본 책이 거의 없습니다. 흑흑흑..



이전에 한 번 올렸던 작은 탐닉 시리즈. 지금 여덟 권 나와 있는 책들 중 한 권은 소장하고 있고 다른 일곱권을 이번에 몰아서 봤습니다. 책 사이즈가 작아서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가벼워서 출 퇴근 시간에 한 권씩 보기 좋습니다. 분량이 하루에 한 권~한 권 반 정도 읽게 되더군요. 두 권을 가방에 넣어도 그리 부담되는 무게는 아니라 더 좋습니다. 특히 요즘 읽고 있는 나무 공작소는 책이 무거워서 잡고 있노라면 손목이 뻐근합니다.(훌쩍)

직접 읽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많이 기대를하지 않아서 일까요. 독특하다는 점에서는 <장난감>, <아이디어>, <바닥>이 좋았고 아기자기한 그림과 짧은 단상이 이어지는 <소소한 일상>도 좋았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부엌>과 <아프리카>입니다. <부엌>은 다른 것보다 웰빙(이라고 쓰고 아토피 방지용이라 읽습니다;) 빵들과 쿠키에 대한 언급이 많아 신선했지요. 블로그 쪽에서는 그런 글들을 몇 번 보았지만 책으로 출판된 것 중에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번에 주문한 책 중 한 권이 유기농, 아토피 방지 계통이라 궁금하기도 했고요. 바게트 만드는 방법 3종 세트랄지, 그릇에 대한 이야기, 커피에 대한 이야기 등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들고 다니기 좋아 자주 읽은 것도 있지요. <아프리카>는 보고 있노라면 아프리카 여행을 위한 적금을 하나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취하게 됩니다. 아프리카 여행기가 많지 않은데다 아프리카의 자연 풍광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가고 싶어집니다. 아마 아프리카 투어를 따로 예약해 다녀오신 듯한데 저도 언젠가는 꼭 가볼겁니다.ㅠ_ㅠ


요즘 포스팅 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니까요.; 좀 길게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있었더니 춥습니다. 따끈한 차라도 한 잔 마시러갑니다.


조앤 K. 롤링,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4>, 문학수첩, 2007


감상을 딱 한 줄로 요약하면 에필로그만 좋아.
다른 것은 다 빼고 에필로그 부분은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불의 잔 이후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으니, 본다 한 들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4권이나 한 번에 읽으려니 손 대기도 싫고. 그래서 4권의 끝 부분만 읽었습니다. 해리와 톰 리들의 대결부터 말이죠.(이정도는 내용 폭로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에필로그까지 다 보고 나서 해리 포터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바뀌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론이나 헤르미온느, 혹은 스네이프 교수였는데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알버스 세베루스. 끝까지 다 읽고 나서 제 취향의 캐릭터로 당당히 등극했습니다. 엔딩 부분은 지금까지 해리 포터를 읽어온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제게는 꽤 재미있었습니다.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으니, 그냥 평범한 엔딩이 되었으니 제 입맛에는 맞는 것이겠지요. 어차피 대강의 내용은 영어판이 나온 직후, 이글루스에 뜬 리뷰와 간략 엔딩 소개를 통해 다 파악하고 있었지만 다들 정말 귀엽습니다.(여기까지; )



덧붙이자면, 스네이프 교수님께 "해리 포터 최강의 순정남"이라는 칭호를 드리고 싶습니다. 훗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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