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준이치, <둔감력>, 형설라이프, 2007
고진우, <나는 아이디어 물건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7

둔감력. 원서 제목을 그대로 갖다 썼지만 노리고 제목을 지었다면 "둔감의 힘" 같은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합니다. 둔감력이나 고독력같은 제목은 굉장히 어색해서 말이죠. 하지만 모 베스트셀러의 이미지가 강하니 저런 제목이 거부감이 들 수도 있고, 아류작으로 폄하될 수도 있으니 문제입니다.

둔감력은 가볍게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이름이 귀에 익다 싶었더니 원래 소설가이고 이 책은 본업에서 살짝 벗어나 쓴 책인가봅니다. 뭐, 소설가라고 이런 책 쓰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보통의 수필보다는 자기 계발서에 가까운 느낌이라 외도의 이미지가 강한겁니다. 하지만 출생년도를 보고 있자면 쓰셔도 됩니다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는 것이 33년 생이십니다. 훗훗. 그쯤되면 후학들을 위해 이런 책 한 권 정도는 내셔도....;

내용은 간단합니다.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보다는 어느 정도 둔감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고 건강할 수 있다고요. 읽으면서, 2주 전에 터진 사건도 제가 둔감했다면-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더라면-이렇게 커지지 않았을텐데라는 약간의 후회가 들었습니다. 오늘 행사 하나 치뤄내면서 역시 잘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하하.
상사에게 잔소리를 듣거나 가벼운 꾸지람을 들어도 흘려보낼 수 있는 둔감함이 필요하고, 이런 둔감함은 자신을 튼튼하게 키워줄 수 있다고 말하는 거죠. 거기에 면역체계란 것도 둔감한 사람이 병치레 덜하고,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이 병이 잦다지 않습니까. 이런 이야기들을 예를 들어가며 차근차근 써나가고 있습니다. 자기 계발, 반성쪽의 책이지만 가볍게 읽어도 좋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생활습관을 고쳐볼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디어 물건에 탐닉한다는 갤리온에서 나온 작은 탐닉 시리즈의 두 번째 책입니다. 지난번에 책은 예쁜데라며 살짝 올린 적이 있지요.
보고 나서 알았는데 이글루스에서 몇 번 포스팅을 보았던 분입니다. 뽐뿌인사이드라고, 직업적 얼리어답터라고 본인을 소개하시는군요. 예. 직업 맞으십니다. 읽는 내내 펌프질을 당해 카드를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탐나는 물건이 한 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그나마 다행인건 어제 펀샵 들어갔다가 지르기 직전 통장 잔고 확인하고는 긴급 통장동결을 시켰다는 것입니다. 통장 잔고가 굉장히 부족해서 다음 월급날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군요. 외출도 자제, 지름도 자제모드입니다. 그래서 버텼지 약간 스트레스를 받아서 지름신이 떠밀고 계셨다면 아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물건들을 찾고 있었을 겁니다.
얼리어답터의 기질이 있다면 가능하면 보시지 않는게 좋습니다. 잘못하면 다음달 카드 명세서가 무시무시해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난 그런 기질이 없다고 안심하지는 마세요. 보시는 동안 본인도 몰랐던 얼리어답터의 기질이 깨어날 수 있습니다. 훗훗훗훗훗.............


유시진, <온 1-3>, 시공사, 2007


오후에서 연재되던 작품들 중 끝까지 완결난 것은 몇 안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의 딸~만 제대로 책이 나왔던가요. 권교정씨의 <마담베리의 살롱>도 1권만 나오고 도중에 멈췄습니다. 가끔 생각하지만 김진씨 못지 않게 권교정씨도 잡지 운이 없지요. 그리고 돌이켜 보면, 완결작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신기합니다. 완결작보다 연재중단 작품이 더 많고요. 물론 장담은 못합니다. 직접 세어보진 않았지만 책 나오다 만 것이 더 많은 것 같은 기분... 완결작 중에서 제 취향에 맞는게 몇 안되어 더 그런가봅니다. 매지션이랄지, 마담 베리랄지, 헬무트도 미완이라고 알고 있고, 디오티마는 나온다는 소문만 무성하고.

이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마스터께 세 권을 왕창 빌려서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그린빌을 다시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주변 인물들이 다르지요. 젤은 옛날 옛적의 마니를 보는 듯하고 사제씨(나단)도 그랬습니다. 거기에 아직 어리고 젊어서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결국 부숴버렸던 꼬맹이(사미르) 하나. 판타지적 설정을 다 배제하고 본다 해도, 이것을 현실 세계에 그대로 대입한다 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고요. 거기에 사미르에 상당히 감정이입이 되어 보았기 때문에 끝까지 다 읽어 내려갔을 때는 한 짐 내려놓은 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면 항상 <남자들에게>에서 읽은 글이 떠오릅니다. 이아고와 오셀로의 관계를 가진 사람과 불능인 사람의 것으로 보았던 시오노 나나미의 시각 말입니다. 임포텐스가 임포텐스가 아닌 사람에게 가지는 것이 선망이라고 보았던 것이 이 이야기를 보며 다시 떠올랐습니다. 닮아 있으니까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에게 선망을 품고,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지만 그가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결국엔 독약을 먹여버렸다고 할까요. 그것은 사미르뿐만 아니라 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옆에 서 있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지 못해 그것을 찾으려 하다가 함정에 빠졌지요.
뭐, 사미르와 젤의 인생을 말아먹은(...) 장본인인 나단은 자기 자신의 평온에 지나치게 몰두해 있어서 주변 사람을 돌아볼 수 없었으니 화를 자초한 셈입니다. 만약 그가 지도자가 되었다면, 정신 세계를 담당하기에는 이상적인 지도자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온 누리의 샘솟는 사랑과 평온을!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말을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발하는 빛을 따라오는 사람들이 갈구하는 것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주지 못했으니. 어떻게 보면 만인 평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을 똑같이 보고 똑같이 사랑을 주지만, 바로 옆에 있는 이들이 원하는 조금 더의 마음은 주지 못했으니까요.


그 C시가 어디인지 G랑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남쪽으로 생각했건만 남쪽이 아니었군요. 지도는 북쪽으로 되어 있지만 정답은 대사 속에 있었습니다.


게리 폴슨, <손도끼>, 사계절, 2001

난파 혹은 조난과 관련된 책의 상당수는 성장소설입니다. 로빈슨 크루소나 신비의 섬은 성장소설이라 보기 어렵지만 15소년 표류기, 나의 산에서 등 아이들이 한 번 조난 당했다 하면 그 때부터 이야기는 아이들이 어떻게 그 상황을 극복했는지, 거기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는 분께 추천받아 읽게 된 손도끼라는 소설은 굉장히 얇지만 제 취향의 책이었습니다. 줄거리를 보고는 바렌랜드 탈출작전-동서문화사에서 나온 ABE 전집 중 한 권. 친구인 인디언 소년과 백인 소년이 어쩌다 척박한 지역에 남겨져 함께 살아 남는 이야기-을 떠올린 것은 배경이 그 즈음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공간적 배경이 알래스카나 그 근처 어딘가입니다. 배경이 겨울이었다면 채 3장이 넘어가기 전에 주인공이 동사했겠지만 다행히 여름이라 밤에도 그리 춥지 않아 주인공이 살아 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류의 소설이 흔히 그렇듯 주인공 브라이언도 집안에 문제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현재 브라이언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고 아버지는 알래스카 저 건너에서 석유시추 기술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다른 이야기가 하나 더 끼어듭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이혼 요청 사유를 몰랐지만 브라이언은 어머니의 불륜 장면을 목격한겁니다.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이혼은 성립되고 부모님은 갈라섭니다. 어머니와 함께 살고는 있지만 어머니의 부정장면을 목격했으니 마음이 편할리 없지요. 어머니도 아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건 모릅니다. 아마 끝까지 모르겠지요.

그렇게 주변 상황에 휘둘리던 아이는 비행기 사고로 숲 속 호수 옆에 떨어진 후 혼자서도 잘 살아요~라고 노랫말이 절로 흘러나오는 아이로 바뀝니다. 책이 길지 않아 세세하게 설명은 하고 있지 않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구조 요청을 들은 비행기가 호수에 착륙한 상황에서 아이가 담담하게 말을 건네는 장면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래, 씩씩한 녀석. 부모들의 사정에 휘둘리지 말고 너는 네 갈길을 가는거야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 두 달 동안 고립무원의 숲 속에서 생활하면서 군살이 빠져 단단한 몸매로 재 탄생했다는 것........ 이었지요, 아마도? (...)


애거서 크리스티, <구름 속의 죽음>, 해문출판사, 2007
애거서 크리스티, <크리스마스 살인>, 해문출판사, 2007

크리스마스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함께!

가 되었습니다. 어쩌다보니 해문에서 나온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두 권 들고와 읽고 있게 되더군요. 둘다 이번에 나온 추리문학 베스트 시리즈입니다. 해문출판사, 기왕 하는 것 반 다인 것도 마저 내주지 말입니다. 반 다인의 파일로(필로) 밴스 시리즈는 12권이라고 알고 있는데 동서문화사의 날림판과 합치면 총 7권-해문에서 3권, 동서문화사에서 4권-인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언제쯤 읽을 수 있을까요.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시리즈에서는 벤슨을 내줘서 동서문화사와 겹칩니다. 흑흑.

분명 G가 아직 졸업하지 않았을 때 모 대학 도서관에서 해문판 미니 사이즈를 거의 다 빌려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들은 읽은 기억이 없습니다. 이리 되면 거의 다 빌려보았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지요. 아니면 읽고 나서 홀랑 다 잊었다거나. 하지만 후자는 조금 신빙성이 없는게, 홀랑 다 잊는다 해도 이정도 되면 누가 범인인지 감이 와야하는데 전혀 감이 없습니다. 구름 속의 죽음은 하도 궁금해서 맨 뒤로 넘어가 범인을 확인했고 크리스마스는 나중에 범인이 밝혀진 다음에 입만 떡 벌리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페어플레이라기엔 조금 미묘하지만 이정도 맛은 있어야지요.
셜록 홈즈보다는 길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라 이럴 때는 애거서 크리스티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긴 책은 읽기 싫고 잠깐 머리를 식히는 정도로 읽으려 할 때 말입니다. 물론 한 번에 두 권을 다 읽으려면 벅차긴 하지요.

나이를 먹을 수록 추리소설도 취향이 변해가나봅니다. 아직 어렸을 때는 셜록 홈즈를 최 상위에 두었지만 지금은 셜록보다는 애거서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이 좋습니다. 그래도 완숙 달걀은 주인공들이 취향이 아니라 넘어가고요.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도 읽기는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CSI라인도 재미있게는 읽지만 좋아하지 않습니다. 미묘한 취향차이. 피가 튀기고 잔인한 살인 수법이 난무하는 것은 신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렇지요. 그래도 반 다인이나 엘러리 퀸까지는 수비범위 안입니다.
갑자기 떠오른 김에 퀸의 로마 모자를 읽으러 가야겠네요.


책 장정이 엉뚱하게 시리즈물로 취미가 붙어서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 중에 취향에 맞고 실제본인 것을 찾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적당한 시리즈가 없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스시가 해당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아직 완결이 안났지 않습니까. 그냥 일본판을 확 사다가 확 제본할까 싶기도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군요. 정 안되면 올해는 편집에 매달려 제가 책을 제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제 편집 실력이 너무 안 좋아요. 몇 번 망쳐보면 좀 나아지려나..

지난 주 동안 읽은 책, 읽다가 포기한 책들이 이 책들입니다.



이동진, <필름 속을 걷다>, 예담, 2007
임윤정, <카페 도쿄>, 황소자리, 2007
아사노 아쓰코, <배터리1-6>, 해냄, 2007

쓰고 보니 다 올해 출간된 도서들이군요. 따끈따끈한 신간이란 이야기입니다. 뭐, 그래도 배터리는 여름, 다른 두 권은 10월 출간도서라 뜨끈하다고는 말 못합니다.;


필름 속을 걷다는 영화의 배경이 된 지역을 찾아가 영화를 회상하며 떠나는 여행기입니다. 그래서 아쉬웠습니다. 기왕이면 어떻게 찾아갈 수 있는지도 포함하면 좋았을 걸, 그냥 여행기 자체만 책에 담아냈습니다. 원래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것을 살을 더 붙여 책으로 냈다고 알고 있는데 그러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연재물로 보는 것과 책으로 죽 이어 보는 것의 차이도 있을테니까요.
영화의 배경이 된 지역이 여기였구나라는 것을 알아가는 맛도 있긴 하지만, 그러기엔 글쓴이가 너무 시니컬해서 감정 이입이 잘 안됩니다. 뭐랄까, "나 솔로라서 이런 것 혼자 다니는데, 그래서 커플 미워!"쯤? 혼자 쓸쓸하게 다닌다는 티를 팍팍 냅니다. 어디에든 우수에 젖어 있고 어디에서든 항상 불행(까지는 아닐지라도 하여간 그 비슷한 즈음)하고 말이죠. 혼자 여행 다니는 것도 꽤 좋아하는 제게는 지나치게 자기 자신에게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볍게 훑어 보는 정도는 괜찮지만 몰입해서 볼 필요는 없는 책입니다. 사진도 뭔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고요.

카페 도쿄도 아쉬웠습니다. 읽기는 다 읽었는데, 블로그에 꾸준히 올리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느낌이랄까요. 최근 많이 나오는 기행과 주제만 다를 뿐 크게 차이는 없습니다. 하기야 이런 류의 여행정보알림책의 기준이 동경오감이 되었으니 많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밖에요. 게다가 제가 아는 카페가 2-3군데 가량 있었습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Cafe Sweets라든지 MOE를 통해서 알게 된 카페입니다. 모르는 카페만 나왔다면 더 재미있었을까요? 하여간 아는 카페가 나오다 보니 뭔가 김샜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습니다. 그리고 약간은 지역 편중 현상도 보였지요. 본인이 지내던 곳과 가까운 곳이 나오다 보니 도쿄 서쪽 지역의 카페가 많았습니다.
점수가 깎인 것은 그런 잡지들에 실릴 정도로 잘 알려진 카페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진짜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카페였다면 더 마음에 들었을텐데. 그리고 실린 카페 수가 아주 많지는 않았고요. 지면 문제상이라기엔 편집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배터리는 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읽을 계획은 없습니다.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 책이라서요. 하지만 일본에서도 800만부가 팔린 굉장히 잘 된 성장소설입니다. 내용도 좋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 문제입니다. 왜 취향에 맞지 않느냐고 물으신다면.....

오오후리의 향기가 납니다.(먼산)

저거 분명히 성장소설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잘된 소설입니다. 결말 부분만 읽고 대강의 시놉시스만 알고 있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소년들이 차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맞습니다. 문제가 그거라는 거죠.
야구에다가 등장인물들의 관계 설정이 정말 .... 자연스레 필터링이 되는겁니다! 덕분에 1권은 펼쳐보지도 않고 6권 끝부분과 시놉시스만으로 포기했습니다. 읽고 나면 내용이 머릿속을 파고 들어 한 동안 저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말입니다. 오오후리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분들은 그냥 그대로 있어주세요. 그리고 그런 분들 중에 성장소설을 좋아하신다면 배터리는 수작(秀作)일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바람의 화원.
예전에 마쟈님이 바람의 화원 내용소개를 보고 망상에 대해 잠깐 언급하셨는데 신간에 함께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살짝 뒷부분만 훔쳐봤습니다. 아놔....................................................................
네, 망상해도 좋습니다. 물론 장미향이 풍기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의미로 장미향이 납니다. 지나치게 내용 폭로를 하면 안되겠지만 이산과도 겹쳐지고 ***도 떠오릅니다. 아, **의 *****도 있군요. 하여간 그렇습니다. 읽을 생각은 없어요.


*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를 긁어주세요.
차례로 오스칼, 순백, 피오렌티나. 아주 쉽죠? -_-;;;


나오미 노빅, <테메레르 2 : 군주의 자리>,  노블마인, 2007


노블마인이 웅진의 임프린트였던가요. 하여간 대형 출판사의 임프린트라고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책 제대로 잘 뽑는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온다 리쿠의 책중 몇 권이 여기서 나오기도 했으니 말이죠.
책 표지 주소를 뽑기 위해 교보문고 들어갔다가 회원 평점을 보고 기겁했습니다. 회원평 31개, 별점 다섯 개. 평이 10개를 넘어가면서 별 다섯 개가 나온 것은 거의 못봤습니다. 신간이나 서적 검색하면서도 한 두 개 회원 평이 달려 별 다섯 개가 있는 것은 자주 봤지만 평도 많고 별도 많은 것은 드물어요. 별 넷까지는 찾으면 많은데 다섯 개란 것은 그만큼 평이 좋다는 것이겠지요.

가상역사 판타지임에도 용의 존재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갔다는 것, 그리고 그걸 잘 섞어서 나폴레옹의 대륙정복에 대한 전투신과 전개 상황을 묘사했다는 것이 높은 별점의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전쟁사를 아주 잘~ 연구하고, 군대나 그 때의 계급, 그리고 전투부대 배치 상황을 다 확인한 다음에 그 사이사이에 공군을 집어 넣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만큼 연구가 필요했던 것이고 그것이 굉장한 효과를 낳았으니 말입니다. 만약 전쟁 묘사나 군대 배치 등의 군 관련 묘사에서 어디 한 군데라도 삐끗했다면 군사 매니아들이 별을 깎았을겁니다.-ㅂ-

아아. 하지만 2권에는 그런 군사 배치에 대한 이야기는 좀 적습니다. 주 무대는 중국이라고 봐도 되거든요. 물론 절반 이상은 중국까지 가는 그 힘든 여정 이야기지만 책이 넘어가는 속도는 굉장히 빠릅니다. 560페이지나 되는 테메레르 2권을 읽는데 아침 출근시간 + 저녁 퇴근시간 + 귀가 후 독서시간으로 충분했습니다. 다 읽고 나서도 한참을 히죽히죽 웃다가 마침 어제 아침 도착한 3권을 꺼내들고 잠시 뒷부분만 보겠다는게, 맥락이 이해가 안가 뒷부분 20% 가량을 죽 읽어내려갔습니다. 막판의 꼬마용 정말 귀여워요! ;ㅂ; 템레르가 가끔 철 없고 막나가는 형이라면 막판의 꼬마용은 제대로 막내입니다. 그래도 막내의 비행사가 누구기에 망정이지 랭뭐시기였다면 난리 났을겁니다. 이건 다음번에 제대로 읽고 다시 리뷰 쓰겠습니다.

2권에서 나온 중국에 대한 묘사는 서양이 보는 동양의 모습이 이런 것인가 싶어 읽는 내내 웃음이 나왔습니다. 약간은 유토피아적 이상향이랄까요. 하지만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오곤 하니 완벽한 이상향만은 아닙니다. 그저, 로렌스가 느낀 것처럼 용과 인간이 동등한 입장에서 생활하는 곳이니까요. 1권에서는 영국 공군에서의 용들도 꽤 자유롭게 지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관점 자체가 아예 다릅니다. 용을 지능을 가진 가축으로 생각하는 유럽쪽과, 인간과 동등한 위치에 놓고 생각하는 동양쪽. 3권을 읽어봐야 터키쪽의 용들은 어떤지 알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2권에서 다루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노예제도입니다. 이것도 이후에 터질 것 같은데 영국에서의 노예금지제가 언제 시행되었는지는 옥스포드 영국사를 찾아봐야겠습니다.

테메레르-템레르는 1권에서 등장한 우편배달용, 볼라티우스(애칭 볼리)가 혀짧은 소리로 테메레르를 부르는 말이죠^^-를 읽다보니 유럽사, 유럽 전쟁사에 대해 다시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 이전대의 영국 왕 가계도는 거의 달달 외우고 있는데 앤여왕 이후의 가계도는 맹탕이라니까요. 여기도 다시 확인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엘리자베스 여왕과 관련된 언급은 굉장히 웃겼습니다. 반사적으로 엊그제 본 엘리자베스가 떠올랐어요. 영국 왕실에 엘리자베스란 이름을 가진 여왕은 그 당시엔 딱 한 명 밖에 없었으니 그 분일건데 말이죠. 음훗훗~



테메레르는 판타지, 전쟁사, 유럽사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든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ㅂ' 조만간 1-2권도 질러야지요.


요코미조 세이시, <악마의 공놀이 노래>, 시공사, 2007

공놀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코난 극장판 6편. 핫토리 헤이지의 첫사랑이 시작되는 것이 바로 어떤 여자아이가 공을 튀기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지 않습니까. 표지도 그런 류의 공이다보니 연상이 되었습니다. 뭐, 이야기가 그런 아이들이 죽어나가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앞서의 시리즈와 비슷한 연쇄살인사건입니다.
더벅머리의 김전일(金田日:긴다이치)은 여기서도 명탐정 기질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연쇄살인사건이 다 일어나고-다시 말해 죽을 사람 다 죽고 나서 범인을 밝혀내니 그 손자가 똑같다고 해도 뭐라 할 게 아니군요. 그저 할아버지는 출연작이 적은데다 편당 사망자가 적어서 그런 것이고 손자는 한 번 사건이 터졌다 하면 상당히 많이 죽고 출연편인 은근히 많으니 문제인 거죠. 그러다 보니 누적 사망자를 비교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
(하지만 최근 취향은 아케치라서 그쪽 시리즈를 조금씩 모아볼까 싶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이 책한테 고맙다고 해야하는 일이 있었던지라 더 마음에 듭니다. 수요일 오후에 펑펑 울어서 기분도 완전히 엉망이 되어 있었는데 그 꿀꿀한 기분을 활짝 개게 해줬습니다. 추리소설에 푹 잠겨서 아무런 생각도 안하고 있다보니 취침시간을 훨씬 넘겼더군요. 그렇게 즐겁게 봤습니다.

지금보면 그냥 그런 수준의 소설이지만 이 책이 나왔을 당시에는 좀 잔혹하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도 있습니다. 손자 시리즈에서 소품을 사용해 일부러 꾸민 것도 할아버지 시리즈를 보면 꽤 이해가 갑니다. 읽다보니 손자 시리즈를 다시 보고 싶어진달까요. 원작을 알고 나서야 패러디가 이해되는 느낌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아. 진짜 템레르 읽으러갑니다.


나오미 노빅, <테메레르 - 왕의 용>, 노블마인, 2007

전체 6부작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2008년 완간된다는 테메레르 시리즈 첫 번째 책입니다. 왕의 용이라 되어 있지만 정확한 원서 제목은 His Majesty's Dragon. 왕이라고 단순히 이해하는 것은 애매하죠. 읽다보면 His Majesty가 누구를 의미하는지 대강 감이 오실겁니다. 이중적 의미이기도 하고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타입의 판타지 소설입니다. 역사꼬아보기. 로드 다아시 시리즈가 3권까지 출간되고 나서는 이제 가상역사 이야기는 더이상 못보는 것인가 했는데 테메레르가 있었습니다. 책이 나온 것은 직후부터 알고 있었지만 판타지라고 하고 피터 잭슨이 영화화 운운하길래 괜히 손대기 싫어지더군요. 뒷부분만 살짝 봤는데 그냥 저냥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다가 생협 번개 때 이야기 나온 걸 듣고는 어제 손을 댔습니다.
덕분에 어제 오후는 업무고 뭐고 전혀 못하고 저 책만 붙들고 있었습니다.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 아니라 읽고 나서 여기 마음에 든다고 또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다보니 이미 퇴근시간이.... (쉿!)

kiril님이랑 마스터님이랑 테메레르 이야기를 하다가 역시 작가가 대놓고 동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BL 쪽을 의미하는 그 동인 말입니다. 시오노 나나미 할머니도 대놓고 동인이지만-어제 책을 정리하다가 문득 헤르만 헤세도 동인남인가 싶어지더군요-나오미 노빅도 만만치 않습니다. 치환할 필요도 없이 그대로 읽으신다면 그대로 이해되실겁니다. 아, 물론 그런 의미로 보지 않아도 충분히, 넘칠만큼 재미있습니다. 로드 다아시의 가상역사가 대영제국과 마법학 중심이라면 이쪽은 역사에 용기사-공군을 살짝 끼워넣었습니다. 그냥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역사 안에 끼워넣은 용기사를 보고 있자니 그럴듯하군요. 특히 나폴레옹의 영국 점령시도-대륙봉쇄령-와 관련해서는 더더욱 말입니다. 훗훗훗.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마, 선호하는 애완동물 순위가 고양이(혹은 개)에서 용으로 단번에 바뀔겁니다. 주인이 애인을 못만들게 하는 주범이기는 하지만 용이 대신 애인 역할을 해주니까요.(응?) 제일 신경써주고 아껴주고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그야말로 이상적인 파트너 아닙니까! 게다가 테메레르는 외국어에도 능통하니, 테메레르한테 이것저것 짐을 잔뜩 실어 놓고 그대로 여행을 간다면 통역도 따로 필요 없겠다, 교통수단도 따로 필요 없겠다, 정말 좋지요.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가능하면 바다쪽으로 여행할 것. 용들이 하루에 먹어치우는 먹이량은 고양이와 비교가 안될 정도니 바다쪽으로 여행하면서 알아서 먹이를 사냥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돌고래 정도는 가볍게 잡더군요. 가끔 참치가 보이면 한 마리 잡아 달라 해서 회 떠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대뱃살...;


두말은 필요 없고, 다 읽고 나서 구입하러 교보들어갔다가 3권 예약 받길래 주문했습니다. 2권은 이번에 들어오는 신간에 들어 있을거예요. 6부작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참 궁금합니다.
책 쪽 포스팅이 너무 없는 듯하야 되돌려보니...
최근에 읽은 책들은 새 책이 아니라 옛날 책들입니다. 로베르 아저씨라든지, 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이라든지, 예찬이라든지, 행복의 건축이라든지.
새 책이라면 어제 읽은 홍콩 가이드북 정도? -_-a

원서 쪽은 좀 낫습니다. ゆとりのぉ茶였나, 가을에 구입한 원서를 다 읽은 뒤에는 교보 일서란에서 또 필 받아 구입한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책. 세계의 핫 드링크라는 낚시성 제목을 달고 있길래 재빨리 낚아 주었습니다. 현재 교보에는 재고가 없고 이와 비슷한 제목의 책은 있습니다. 세계의 축제 과자(世界の祝祭日とお菓子). 시리즈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요 며칠간은 하루에 한 권씩 꼬박꼬박 만화책 주문을 했습니다.; 총판에서 구입하는 것보다는 쿠폰을 이용해 구입하는 것이 싸다고 배웠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최근 주문한 <왕국의 열쇠>-시토 쿄코 작. 변경경비와 같은 시리즈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는 권당 가격이 3500원인데 교보에서 쿠폰 써서 주문하면 2150원. 10년 전 가격이 나옵니다. 플래티넘(우수회원도 가능하지요)의 위력인거지요. 덕분에 올해 교보에서 주문한 총액은 점차 불어만 가고 있습니다. 12월 말에 총 금액 계산을 하면 알겠지만 지금 계산해보니 ... 작년보다 20%정도 구입총액이 증가했습니다. 12월에 사게 될 몇몇 책들을 계산에 넣으면 아마 30%까지 증가할 듯하군요. 흑흑; 어머니 아시면 난리날겁니다.

만화책 관리 노트가 한 권을 다 채운 것을 확인했는데, 이제 슬슬 엑셀 쪽으로 관리를 변경해볼까 합니다. 예전에 만들었던 MS Access는 입력도 번거롭고 해서 엑셀 파일로 관리해보려고요. 이쪽이 열기도 간편하고 말입니다. 그럴려면 입력을 다시 해야한다는 문제가 생기지만 그정도야... 어떻게든 되겠지요. 시리즈물이 많다는 것이 이럴 때는 위로가 됩니다. 분양한 책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500권은 되겠지만 올 겨울에 마음 잡고 도전해야겠네요. 이 기회에 책들도 엑셀 DB로 만들어둬야지요.


백상현, <유럽에 취하고 사진에 미치다>, 넥서스BOOKS, 2007


부제가 어느 배낭여행자의 유럽 소도시 여행입니다.
처음에는 사진에 반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을 읽는 도중에는 웹상에서 뜬 글(혹은 사진)을 모아 만든 책이란게 여실하게 드러나서 화가 났고, 그 뒤에는 다시 사진에 취해 책을 봤습니다. 읽었다기보다는 보았다는 감상이 더 맞습니다. 글 쓴 사람이 다녀온 지역들이 유럽 소도시인데다 한 번쯤은 다 이름을 들어보았을 알려진 도시들이 많기도 하고요. 하나만 들자면 아시시. 유럽 관련 여행기에서 여길 다녀온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이름이 낯익다고 생각하시다면 성 프란체스코를 떠올려주세요. 프랜시스일지 프란체스코일지 알 수 없지만 하여간 그 성인이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였지요. 그렇게 이름은 알려졌지만 가본 이들은 많지 않은 작은 도시들이 옹기종기 책 속에 모여 있습니다.

그런 고로 강력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여행 일정을 생각해보고, 여기를 좀 편하게 여행 다녀오려면 예산이 얼마나 될지 계산기를 두드리게 되며 최종적으로는 여행적금을 들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조금만 더 나간다면 할인항공권 가격을 뒤지고 있겠지요.

사서보기에는 15000원이란 가격이 애매하지만 사진집이라고 생각하고 지른다면 조금은 위안이 될지도 모릅니다. 기왕이면 더 큰 사진으로 보았다면 좋았을텐데요. 흑, 이탈리아도 좋고 스위스도 좋고 독일도 좋아요!
(아일랜드가 있었다면 아마, 당장에 적금 들었을겁니다. 아일랜드 여행은 안하셔서 다행입니다.)
          

나카무라 코우,<이력서>, 문학동네, 2007,
이이지마 나츠키, <천국에서 그대를 만날 수 있다면>, 이너북, 2005


일본소설을 한동안 멀리하겠다고 결심한지 어언 며칠. 그러다 나카무라 코우의 이력서를 보고는 호기심이 동해 다시 집어 들었습니다. 일본소설을 멀리하고 싶어질 정도로 좌절하게 만든 책은 아오야마 나나에의 <혼자 있기 좋은 날>이었습니다. 취향에 안 맞는 건 둘째치고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더군요.-_-;;

그러다가 비슷한 내용의 책 소개를 기억하고 있던 이력서를 보고는 한참을 망설이다 집어 들었습니다. 대개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는 낚시에 가까울 정도로 순화(포장)해서 제공되기 때문에 그것만 보고 고르다가는 미끄러지기 쉽상인데, 이력서도 조금은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책 소개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리뷰를 쓴다면 거기에는 그렇게 이야기를 둘 수 있습니다.

<이력서>는 말하자면, 풀 코스의 전채입니다. 애피타이저. 아니면, 풀 코스에서 전채와 디저트를 뭉텅 잘라내고 주요리만 갖다주는 격이라고도 할 수 있군요. 앞 뒤 이야기가 모두 빠진 채 몸통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더군요. 앞 사정도 모르고, 뒤에도 이야기가 잔뜩 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작가가 원하는 부분만 보여주는 그런 모습이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쓰는 단편들도 앞 뒤 맥락을 제게 듣지 않은 사람이 읽는다면 그런 느낌을 받지 않을까요. 하하;

<천국에서 그대를 만날 수 있다면>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한 번 읽었고 이번에 문득 제목이 눈에 들어와 다시 집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는데도 다시 읽는 동안 이게 이런 이야기였던가라고 생각하며 읽었지요. 기억력 감퇴인건지, 오래 기억할 정도의 내용이 아니었던 건지는 저도 모릅니다.
암병원을 무대로 해서, 전직 미용사 현직 정신과 햇병아리(레지던트)인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이 어떻게 편지 가게 주인장이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전개되고 있습니다. 앞부분의 편지는 '내'가 편지 가게 손님인 슈지씨를 위해 쓴 것으로 이 편지는 끝부분에 나오는 슈지씨의 아내에게 받은 편지로 또 다시 이어집니다.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를 읽으면서 이런 타입을 어디서 봤는데라고 생각했더니만 이 책이었군요. <천국에서~>를 먼저 보고 1년 쯤 뒤에 <편지>를 읽었다고 기억하는데 그래서 익숙했던 겁니다. 마음에 드는 것은 좀더 가벼운 느낌의 <편지>쪽. 하지만 <천국에서~>도 만만치 않습니다. 암병원이 주 무대이기 때문에 마지막 이야기들을 살짝 엿볼 수 있거든요.

어제 퇴근길부터 시작해 오늘 출근길까지해서 두 권다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몇 주 동안 내내 붙들고 있는 원서로군요. 빨리 해석해야지.;;


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 아르테, 2007
존 J. 롤랜즈, <캐시 호숫가 숲속의 생활>, 갈라파고스, 2006

양쪽 사진 크기가 안 맞는군요.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사진을 어떻게 찍었길래 저렇게 나온건가. 본래 책 두께는 저정도가 아닙니다. 480페이지로 조금 두껍기는 하지만 맞으면 혹이 날 정도로 두껍지는 않습니다. 하기야 요즘 책들은 종이를 가벼운 걸로 써서 저정도 두께라도 손목에 무리가 갈 정도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저런 두께에 아트지로 된 책이라면야, 들고 다니며 읽기도 버거울 겁니다.

그 사이 책을 꽤 여러 권 읽었는데 그 때 그 때 리뷰를 안하다 보니 기억에 남는 책만 올리게 되었습니다. 사이에 읽은 책은 주로 일본 소설이었다고 기억하는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 시간 낭비인 것, 돈이 아까운 것들이 주로 모여 한 동안은 일본 소설에 손을 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뭐, 지금 제 옆에 놓인 책이 비밀의 숲이긴 하지만 이건 수필이니까 예외. 비밀의 숲을 읽고 나면 다시 일본 원서 레시피 해독에 들어가지 않을까 합니다. 그도 아니면 델피니아나 음양사 탐독. 위에서 말한 그런 류의 일본소설은 아니니 이정도는 괜찮습니다.;;

캐시 호숫가는 첫비행님의 추천으로 읽게된 책이지요. 취향입니다. 정말, 취향입니다. 숲에서의 생활을 이정도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구나라고 부르짖었던 책입니다. 재료만 있으면 손 끝에서 못 만드는 것이 없는게 아닌가 싶은 정도로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 라디오...... 만들 수 있기는 하군요. 절대 저는 손 대지 않을 경지입니다.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나와서 군침을 흘리게 만들었습니다. 몇 가지는 따로 메모해두었다가 도전할 생각입니다. 뭔가 푸근하게 느긋하게, 한겨울에 따뜻한 난롯가나 화로 옆에 앉아 귤 까먹으며 뒹굴거리며 보면 딱 어울릴 책입니다. 훗훗훗.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좀 특별합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아마 書計 포스팅은 더 늦어졌을 겁니다. 리뷰를 쓰고 싶은 만큼 즐거운 책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지난 토요일,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다 읽으면 반드시 리뷰를 올리겠다고 부르짖었습니다. 딱, 취향의 책입니다.
그러니까, 몇 년전일까요. 한창 (아는 사람만 아는) R모씨의 CP를 읽고 나서 느꼈던 감정이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작가 본인은 그럴 생각이 아니었겠지만 읽는 저는 이것을 "동류" 개념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르네와 카쿠로의 만남은 모든 것을 뛰어 넘은 동류의 만남으로 읽혔습니다.

서점의 책 소개에서는 보통사람들이 만든 수위라는 이미지에 둘러싸여 그 안에서 호젓하게 지적 풍류를 즐기는 르네라는 한 아줌마와, 국회의원의 막내딸로 자살을 꿈꾸는 꼬마 아가씨 팔로마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맞지만, 다릅니다. 과연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를 내내 생각하며 읽고 있었으니 출판사가 앞서나갔다고 할까요. 이 두 사람은 접점 없이 평행선을 달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중반이 훨씬 넘어서야 교차하게 됩니다. 다만 이 교차의 정도가 문제였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담담하게 다루고 있지만 다 읽고 나서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이 두 사람의 만남은 양쪽의 삶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킵니다. 소설 속에 들어가 있지 않은 제 3자인 제 입장에서는 말이지요. 그리고 이 두 사람의 만남을 일으켰다 할 수 있는 카쿠로. 이들이 살고 있는 맨션에 새로 입주한 이 일본인은 이 효과를 극대화 시키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간만에 장황한 느낌을 늘어 놓고 있는 것은, 오늘 아침 막 읽기를 끝마친 이 소설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게 자극도 되고, 동류라는 단어에 대한 새로운 느낌도 오랜만에 받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 삶 자체가 끝 없이 동류(혹은 파트너)를 찾아 헤매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르네가 굉장히 부럽습니다. 엔딩이 갑작스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마무리 짓는 것도 나쁘지는 않군요.




그러니 르네, 저도 당신을 교본으로 삼아 열심히 움직여 보겠습니다.


타샤 튜더, <타샤의 식탁>, 월북, 2007


지난주 화요일. G가 제게 물었습니다.

"이번 북데이 때는 어떤 책 살까?"

미야베 미유키의 <나는 지갑이다>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그쪽으로 요청했더니 수요일 점심 때 전화가 왔습니다.

"타샤 튜더 책 나왔어. 살까?"
"살까?"
"이게 더 비싸."

맨 마지막 한 마디에 타샤 튜더 신간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나는 지갑이다>는 1만원, <타샤의 식탁>은 1만 2천원입니다.

리뷰를 쓰기 위해 책 정보를 교보에서 검색해보니 평가가 별 하나입니다. 요리책이라고 그렇게 두었더군요. 몰랐던 사람들은 책 소개를 보고는 수필집이겠거니 생각해서 집었을 겁니다. 내용은 전부 다, 타샤가 집에서 자주 만드는 요리법들에 대한 겁니다. 레시피에 얽힌 짧은 이야기, 그리고 재료, 만드는 방법 순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 외의 이야기는 전혀 없습니다. 사진도 없고, 그림도 이 책을 위해 그렸다기 보다는 다른 곳에 실렸던 그림을 편집해 넣은게 아닐까 합니다. 출판사의 편집술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별 하나까지는 아니지만 저도 이 책은 평가점을 낮게 주고 싶습니다. 타샤 튜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좀 덜하겠지만 이 책을 진짜 "요리책"으로 보고 요리를 해보기 위해 산 사람들에게는, 정말 불친절한 튜더씨이기 때문입니다. 쿠켄도 보고, 행복이 가득한 집도 보고, 요리책이나 블로그에 올라온 요리법들도 여러 차례 봐와서 알지만 이 책에 실린 요리법은 고수의 요리법입니다.

그러니까...;

P. 57 <흰빵>

(중략)
소스팬에 우유, 버터, 설탕이나 꿀 소금을 함께 넣은 데운다. 이것을 아주 큰 그릇에 담고 물을 2컵 넣은 다음 밀가루를 1컵 가량 더 넣는다.
미지근한 물 1/4컵에 설탕이나 꿀을 조금 넣고 이스트를 녹인다. 5분쯤 시간이 지나 이스트에 거품이 생기면 우유와 밀가루를 섞어 놓은 그릇에 붓는다.
반죽을 제대로 만들려면, 만들어진 반죽에 밀가루를 충분히 넣어 10분간 치대야 한다. 기름을 잘 바른 그릇에 반죽을 넣고 한 번 뒤집은 후 따뜻한 행주로 덮어, 따뜻한 곳에 1시간 가량 놔둬서 반죽이 두 배가 되게 한다. 반죽이 부풀면, 구멍을 내서 다시 부풀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중략)


이런 식입니다. 케이크 레시피도 거의가, 버터를 크림화 한다, 재료를 넣고 섞는다, 식으로 나와 있습니다. 초보자들은 실패하기 딱 좋은 책이지요. 초보자들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일단 사진이 있거나, 크림화를 할 때 "마요네즈 정도로 크림화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예시가 있거나, "5분간 휘핑한다"는 식으로 시간 지정이 되어 있는게 낫습니다.
거기에 따뜻한 곳에 1시간 가량 놔둬서 발효를 시킨다는 저 빵. 1시간 두었는데 발효가 안되어요! 라든지, 40분 만에(가능성은 낮지만;) 반죽이 두 배가 되었다거나, 따뜻한 곳이라 생각해 두었는데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 발효가 안되었다거나 하는 일도 초보자들에게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버터 크림화하는 것도 여기에 달걀을 바로 부어서 섞으면 분리가 될 수 있다거나-그래도 머핀 맛은 크게 차이 없다고 합니다. 어차피 밀가루를 넣으면 뭉쳐지거든요;-실온의 버터를 써야한다거나-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버터를 크림화 하려면 한참 휘저어야 합니다-하는 설명도 많지 않고...


경험이 많고, 기존 레시피를 변형해서 내 레시피로 만들 수 있다는 분들에게는 괜찮겠지만,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재료도 상당히 있는데다 불친절한 레시피이니 초보자들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그냥 재미로 보기에는 레시피만 죽 나열되어 있으니 지루하고요. 삽화가 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다양하게 많은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각 음식마다 만들었을 때 몇 인분인지 정확하게 나와 있는 것은 좋군요.
 

오기와라 히로시, <벽장속의 치요>, 예담, 2007

미야베 미유키, <나는 지갑이다>,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안 좋은 것부터 쓰는 것이 낫겠지요. <벽장 속의 치요>부터.
읽을 때 첫 번째 이야기까지 읽고 꽤 마음에 들었는데 두 번째 이야기는 동 떨어져 있습니다. 뭔가 하고 봤더니 이거 단편집이었군요. 전혀 모르고 읽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두 번째 이야기는 이해가 안 가서 다시 읽어야 했지요. 앞 이야기와 연결시켜 보려 했으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당연합니다. 흠흠.
교보에서는 책 소개에 펑키호러 소설이라고 해놨는데 읽고 나면 "이런 것이 딱 일본소설이야"라는 느낌이 확 옵니다. 다른 소설들은 일본소설이 아니냐면 그건 또 다르죠. 뭐랄까, 일본색이 물씬 나고 일본의 정신세계는 이런 것이구나라고 맛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인의 시점에서는 뜨악하다 못해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일 수도 있는 독특한 소설들이 나와 있군요. 처음 몇 편은 그럭저럭 괜찮게 봤는데 고양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특히 혐오감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기분 나빴습니다.
어머니의 러시아 수프는 아마 보르시치를 말하는 것 같은데, 암울하군요. 대강 짐작은 했지만 이런 사태까지 건드릴 줄은 몰랐습니다. 냉혹한 간병인도 그렇고 예기치 못한 방문자도 그렇고. 사람을 기분나쁘게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취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고 꼭 집어 말하자면,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기도 난감한 정도의 책입니다.


<나는 지갑이다>는 간만에 행복하게 본 미야베 미유키 소설입니다. <스나크 사냥>은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에 엔딩의 미적지근함이 아쉬웠지요.
이 책의 형식도 꽤 독특합니다. 단편 연작 소설이고 하나하나의 단편들이 다른 이야기들과 유기적으로 연계를 가지며 이어집니다. 연재 당시에는 단편으로 나온 모양인데 책으로 읽으니 그냥 구성이 특이한 한 권의 장편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물론 각 단편들이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따로 뽑아내어 본다 해도 문제는 없겠지요. 뒷편일수록 사전 지식이 조금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을 빼면 말입니다.


다음에 구입할 미야베 미유키씨 책은 이쪽으로 해야겠네요.
그러고 보니 온다 리쿠 컬렉션 절반도 장기 대출로 치워야 하는데. 앞부분 가지고 계신 분께 옆구리를 또 찔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온다 리쿠, <유지니아>, 비채, 2007


유지니아를 다 읽고 나서 가장 무서웠던 것은 책 뒷날개.
근간 목록을 훑어보고는 오한이 들었습니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다른 시리즈물을 비롯, 온다 리쿠의 다른 책들까지 목록에 확 올라있는데 스나크 사냥의 후기를 읽을 때보다 한층 더한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올 여름은 정말 총알 장전에 장전을 거듭하게 만들더니 내년 초까지도 안심은 무리일겁니다. 게다가 비채에서 낸다고 하는 블랙앤화이트 시리즈가 거의 추리소설계라 취향에 상당히 맞을 것으로 예상되니 그렇습니다. 목록만 봐서는 취향인데 막상 읽고 나서는 손안의책에서 나온 광골의 꿈 시리즈처럼 고이 처분할지도 모릅니다. 이건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지라.
(근간에 오른 시리즈가 만만치 않던데, 비채도 어딘가의 임프린트나 자회사일까요?)

첫 장을 읽는 순간 하도 섞어 읽어서일까,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나서는 슬슬 혈압이 올라가면서 <삼월은 붉은 구렁을>과 같은 라인이라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시리즈가 아니라 비슷한 느낌이라는 의미입니다. 미야베 미유키가 떠올랐던 것이나 <삼월~>이 떠올랐던 것이나 둘다 형식 때문에 그렇습니다. 읽어보면 무슨 의미인지 아실겁니다. 지금 보니 <호텔 정원>과도 닮았군요.
앞서 읽었던 <불안한 동화>와는 내용적인 면에서 닮아 있습니다. 옛날에 일어났던 어느 살인사건에 대해 쫓아가는 것은 불안한 동화와 닮아 있지만 이 이야기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조금 다릅니다. 뒤통수를 때리는 것도 닮았지만 그 아픔은 차이가 있습니다. <불안한 동화>는 때린 즉시 아팠지만 <유지니아>는 맞은 뒤에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야 굉장히 아프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대신 <유지니아>가 2005년작, <불안한 동화>는 초기작이라고 하니 불안한 동화보다 훨씬 진화했다고 할까요? 진상은 없습니다.

이 미적지근한 결말을 보고 나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듭니다. 아니, 사실 다시 읽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야 앞서 깔려 있던 여러 복선들을 이해할 수 있거든요. 아, 이래서 여기가 그랬구나라는 식으로. 하지만 불편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닌데다 엔딩의 모호함으로 인해 고이 접어두고는 서가에 꽂아 두었습니다.

소설의 배경에 대해서는 역자가 따로 언급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 조금 아시는 분이라면 금방 눈치채실겁니다. 배경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가 정확해서 실제 무대가 되었던 집이 지금 찾아가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책이 두껍지만 굉장히 여러 챕터로 나뉘어 있어서 중간 중간 끊어 가며 읽어도 좋습니다. 끊어 읽으면서 되새김질을 해보는 것도 좋겠군요. 읽고 나서 보니 연대표를 작성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면서 다시 읽을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상당한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에-불안한 동화와는 좀 다른 의미로-두 번 손 대고 싶지 않거든요. 제 취향에는 좀더 깔끔하고 쌈박한 것이 맞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엊그제 구입한 화차는 소장하고 싶다면서 구입한 것은 변덕 때문인건지, 소설가 취향 차이 때문인 건지.

최근에 대량으로 구입한 미야베-온다 라인 중에서는 이 책을 제일 마지막으로 읽었으니 설렁설렁 평가를 해보지요. 개인적인 취향으로 말하자면 미야베 미유키가 온다 리쿠보다는 한 수 위입니다. 하지만 온다 리쿠의 몇몇 소설은 계속 소장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럴 예정입니다. 계속 소장하려고 하는 것은 <네버랜드>(대출중), <빛의 제국>(대출중), <여섯 번째 사요코>(대출중),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밤의 피크닉>, <엔드게임>.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보류, 삼월라인 책들도 보류입니다. <흑과 다의 환상>, <보리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황혼녘 백합의 뼈>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민들레 공책>이나 <라이온 하트>도 취향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방출, 혹은 장기 대출보낼 생각입니다. <유지니아>도 장기 대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온다 리쿠 컬렉션에서 빠진 책은 <굽이치는 강가에서>와 <도서실의 바다>, <구형의 계절> 세 권입니다. 하지만 이 세 권을 채우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 있는 책도 버거운걸요. 같은 작가 안에서도 취향이 꽤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같은 작가 안에서의 편식이라, 무라카미 하루키도 수필집만 보고 있으니 그게 그거죠.;; 미야베 미유키도 판타지 소설 계는 손을 안대고 있고.

자아. 슬슬 총알 재충전에 들어가야겠습니다. 조만간 표적들이 뜰 것 같으니 총알을 모아둬야 쏘기라도 하죠. 빚맞든 말든 모아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돈 생각을 한다면 원서를 사보는게 훨씬 싸지만 그래도 한국어가 좋아요.;


온다 리쿠, <불안한 동화>,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어제 다 읽은 유지니아 리뷰를 쓰다가보니 불안한 동화 리뷰도 안 올렸더군요. 서둘러 먼저 쓰던 글은 멈춰두고 불안한 동화부터 쓰기 시작합니다. 하하하하하;


불안한 동화 역시 뒤통수 후려치기의 귀재 온다 리쿠 다운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먼산)
너무 자세히 이야기를 하면 내용폭로가 될 위험이 있으니 일단 가려두자면 <굽이치는 강가에서>랑 닮았습니다.
살짝 보이나요? -_-a

이것도 성대한 떡밥과 거대한 낚시 찌를 가져다 놓고 풀어나가는 이야기라 꽤나 당황스럽습니다. 엉킨 실을 마당에 놓고 여기저기 삐져 나와 있는 실들을 뽑아 풀어나가다 보면 이건 여기서 뚝, 저건 저기서 뚝 끊깁니다. 그러다 막판에 이거다 싶어서 줄줄 잡아당겼더니 그나마 잘 풀어지는 듯하더니 막판에 또 뚝. 그 안에서 나온 진상이란건 참으로 진상입니다. 요즘 많이 쓰는 "그 ** 참 진상이네"라는 의미로의 진상. 막장과도 일맥상통합니다. (...)
뭐, 최근 읽은 온다 리쿠 책의 상당수가 그런 느낌을 줬지요.

20 여 년 전에 발생한 살인 사건을 이제야 조사한다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이 작가답거니와 다 조사해서 진실에 근접했다, 이제 수수께끼는 다 풀렸다라고 외칠 즈음 나타난 이야기는 또 뒤통수를 칩니다. 음, 그러고 보니 긴다이치 하지메가 온다 리쿠의 세계에 들어온다면 나름 재미있겠네요. 하지메는 미야베 미유키의 세계보다는 온다 리쿠의 세계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세계에는 브라운 신부님 같은 분이 더 잘어울려요. 긴다이치 코우스케는 미야베 미유키 계라고 생각하지만요.


중구난방, 횡설 수설.
추리소설은 소재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가 다 내용폭로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감각만으로 잡아 나가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됩니다. 안 좋아요오..;


온다 리쿠의 전체적인 분위기로 봤을 때는 앞서 언급한 그 소설, 그리고 엔드 게임과도 약간은 닮아 있습니다. 그래도 엔드 게임이 훨씬 제 취향에 가깝습니다. 그런 고로 집 서가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은 책이지요.


미야베 미유키, <스나크 사냥>, 북스피어, 2007


엔드 게임 리뷰를 썼나 안 썼나 가물가물해서 찾아보니 있습니다. 쓴 기억이 이제야 돌아오는데 그 때도 상당히 날림으로 썼다고 기억합니다. 최근 기력이 좀 달려서(...) 글발도 떨어지고 있거든요.

스나크 사냥은 지난번에도 한 번 언급했던 것처럼 초판 한정으로 루이스 캐롤의 <스나크 사냥>을 준다길래 덥석 주문했던 책입니다. 그 당시 구입 목록에 있던 다른 책들을 제치고 이 책이 낙점되었던 것은 그런 뒷 사정이 있었지요. 스나크 사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소설 맨 마지막에 간략히 언급되어 있습니다. 루이스 캐롤의 책은 아직 손대지 않았습니다.

온다 리쿠 시리즈는 거의 컬렉션이 완성되어 있지만 미미여사는 북스피어에서 나온 책만 몇 권 있습니다. 아, 화차가 조만간 들어올 예정이긴 합니다. 모방범, 이유, 판타지 계통(이코, 브레이브 스토리)도 안샀고 단편집도 안샀고, 지갑도 안샀거든요. 이걸 다 사면 정말로 서가가 부족할 겁니다. 지금도 온다 리쿠로 포화상태인데 말이죠.

스나크 사냥은 읽을 때까지는 몰랐지만 책 뒤에 붙어 있는 역자의 말을 보니 다른 미미여사의 책과는 달리 속도감이 있다고 되어 있군요. 다른 건 속도감이 없나라고 생각하며 하나하나 꼽아보니 과연 그렇습니다. 워낙 책 읽는 속도가 빨라 책 안에서의 시간에 대해서는 생각한 적이 없는데, 화차나 이유, 모방범도 이야기 전체가 시작되어 끝나기까지 상당히 상당히 시간이 걸립니다. 화차도 주인공이 조사하고 찾아가는 과정의 시간이 상당히 걸립니다. 이유야 사건이 모두 끝난 시점에서 어느 작가에 의한 르포르타쥬 형식으로 씌어졌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지요.
하지만 스나크 사냥은 좀 다릅니다.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의 일을 여러 사람들의 시선에서 돌아가며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 간의 얽히고 섥힌 이야기들은 굉장히 짜임새 있게 겹쳐집니다. 자연스럽게 말이죠.

웬만하면 출퇴근 시간에만 읽는 데 이 책도 결국 못참고는 업무중에 펼쳐 들었습니다.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읽고 나서의 뿌듯함은 큽니다. 맨 마지막에 붙은 사족은 없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작가 나름 대로 마무리 짓고 싶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 책이 화차보다 먼저(스나크가 1992년, 화차가 1999년)이다보니 그 뒤에는 아예 과감하게 나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양쪽을 읽어보셨다면 스나크 사냥에 대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아실 겁니다.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쓰지 않고 구조나 다른 소설과의 비교만을 화제로 삼았는데.. 아무래도 온다 리쿠나 미미여사 책은 리뷰 쓸 때 내용을 가급적 건드리지 않게 되더군요. 그러니 이번에도 넘어갑니다.
대신 중요한 것 하나!
이스터 에그는 짚고 넘어갑시다.-ㅁ-; 마술은 속삭인다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스터 에그를 두고 이번에도 고심했다는 출판사 대표의 이야기도 재미있군요. 덕분에 스나크 사냥에서는 좀더 적극적으로 찾아보았습니다.(풋)


맨 마지막으로 역자의 말 하나.

p. 374, 역자의 말에서 발췌
(중략)
올여름 엄청난 출혈에도 불구하고 생존한 독자 분들에게 다시 감사드립니다. 여기 또 하나의 표적이 날아가니 총알을 장전하시기 바랍니다. 방아쇠를 당길 만한 표적이 될 것입니다.


브라보!


온다 리쿠, <엔드게임>, 국일미디어, 권영주, 2007


빛의 제국-도코노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랍니다. 온다 리쿠가 이 책 이후에 다른 책은 더 쓰지 않아서 일단 빛의 제국 시리즈는 이 3권이 전부입니다.

도코노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것은 1권 빛의 제국의 가장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길을 찾는 두 사람의 이야기지요. 가장 가볍고 밝은 분위기인데다 빛의 제국을 관통(?)하는 도코노의 분위기를 가장 잘 맛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해서 말입니다. 민들레 공책은 온다 리쿠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 되었으니 넘어가지요. 그리고 이 엔드게임은, 빛의 제국에 등장했던 앞 이야기를 단 칼에 날려버리는 이야기입니다.

역자인 권영주씨도 후기에 그렇게 썼더군요. 무기질적인 이야기라고요. 네, 딱 그런 느낌입니다. 무기질적인, 무채색같은, 기계도시 같은 느낌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 의외로 마음에 듭니다.
이야기의 실마리는 앞서 나온 단편 오셀로 게임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완전히 이야기가 맺어지는데 맨 마지막의 반전이 참...; 온다 리쿠도 반전을 꽤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편도 그렇습니다. 반전이 있을 타입의 이야기라 그렇게 생각하고 봤는데 이런 식의 반전이 나올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뭐, 워낙 주인공들에게 반해 있어서 쓴웃음 정도로 끝나고 말았지요.

도코노 일족과의 연계는 거의 없습니다. 그 일족 안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정도만 언급된다 할까요. 이전의 두루미 선생님이나 앞서 등장했던 사람들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재미있었지요.


이 책도 현재 대출중입니다. 대출이 끝나고 돌아오면 또 대출 나가겠지요.; 최근에 하도 온다 리쿠 책을 많이 사서 아마 한 번쯤은 더 단체 대출을 나가지 않을까 합니다. 하하하;



슈노 마사유키, <가위남>, 노블마인,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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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난, 간만에 가이시안을 불러내 이야기를 한다.)

G : 간만에 왜?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갈 마음이 든거야. 혹시 어제 그 복권 때문에?
K : 복권을 긁었더니 옛 기억이 떠올라서 문득 쓰고 싶어졌달까. 하여간 어제와 오늘의 연이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더 그래.
G : 하기야. 마지막으로 이런 대화를 한 게 언제였더라. 기억도 안난다.
K : 아마 리포트 쓸 때가 마지막이었을걸.
G : 그래, 복권은 그렇다 쳐. 그럼 오늘의 충격에 해당되는 이 책이 그렇게 견디기 힘들정도로 문제였어?
K : 아아. 떠올리고 싶지 않을만큼 뒤통수를 맞았어. 그러니까 이 책을 사게 된 계기가 된 것이 어느 블로거의 리뷰였거든.
G :응
K : 맨 마지막의 반전을 보고는 앞서 나왔던 이야기의 위화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어. 반전이 궁금해서 산 책이었는데 대박이었지.
G : G는 꽤 마음에 들어한 것 같던데.
K : 괜찮았대. 좋았다고 하던데 마음에 들었나봐. 하지만 난 어제의 타격에 이은 연타석이었다고! 젠장, 그렇게 돌아갈 줄 누가 알았어!
G : 보니 쇼크 받을만 하다.
K : 그치, 그치!
G : 이거 보니 한동안 소설은 손 안댈 것 같은데. 스나크 사냥이나 불안한 동화나 유지니아나 사두고 아직 손도 안댔잖아.
K : 손대고 싶은 생각도 싹 사라졌어. 그만큼 불안한 정신상태에서 타격이 너무 컸달까.
G :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날라리 리뷰를 써도 되는거냐.
K : 말하고 싶은 것은 이거야. 불안한 정신상태에서 읽지 말 것, 반전에 대비할 필요가 상당히 있다는 것도. 평상시라면 별 문제없이 읽었을 내용인데 말야.
G : 알았어, 알았어. 이만 들어가서 쉬라고. 홍차라도 한 잔 줘?

(가이시안, 키르난에게 주는 홍차에 슬쩍 라벤더를 집어 넣는다. 이정도라면 치사량, 아니 치면량일 것이다. 부디 푹 잘 수 있기를.)

이글루스 책 밸리에서 집에 있는 책이 16000권이라는 글을 보고 문득.
단독주택이 아니라 일반 아파트라면 하중 검사를 해보심이...(먼산)




책무게도 그렇지만 1600권을 보관할 책장 무게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저는 보관 문제로 책 증식은 포기했습니다. 좋아하는 책만 남기려면 덜 좋아하는 책들은 순차적으로 밀려나야하니까 말입니다. 흑흑;

그러고 보니 어제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신작 보고서 G가,

"으억! 하루키 수필집이 아사히도 시리즈만 30권이래!"

라고 후기에서 찾아 읽어준 덕분에 조만간 북오프 뒤져볼 생각입니다. 번역이 안되었으니 어쩝니까. 원서로 읽어야죠.ㅠ_ㅠ


온다 리쿠, <민들레 공책>, 국일미디어, 2007
온다 리쿠, <라이온 하트>, 북스토리, 2007

최근에 구입한 온다 리쿠 시리즈. 민들레 공책을 먼저 읽고 그 다음날 바로 라이온 하트를 읽었습니다.
어제 출장 다녀온 여파에 오늘 병원 다녀올 일이 있어 길게 쓸 여력은 안되지만, 길게 쓸만한 책들도 아닙니다.
예,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먼산)


간단히 감상을 이야기 하면, 민들레 공책은 읽는 내내 불쾌했으며, 라이온 하트는 읽는 내내 입에서 불을 뿜었습니다.

민들레 공책의 원제는 탄포포소시랍니다. 마쿠라노소시처럼 일기로 쓴 이야기랄까요. 주인공이 어렸을 때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형식의 소설입니다. 탄포포소시는 주인공이 그 당시 있었던 일을 적은 일기장의 제목입니다. 마쿠라노소시 같은 옛 고전문학에서 이름을 따와 지었다는군요. 도입부분에 나와 있습니다. 탄포포는 민들레입니다.
이 책은 빛의 제국에 이어지는 도코노 이야기 시리즈입니다. 빛의 제국을 꽤 마음에 들어해서 이 이야기가 나온 것을 알고는 기대했지만 읽는 내내 불쾌했습니다. 배경이 문제입니다. 역자도 뒤에 언급했지만 이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태평양 전쟁 직전입니다. 노서아의 첩자, 전쟁과 일본의 위치 등에 대해 자주 나오기 때문에 시대적 배경을 느끼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습니다. 급기야 맨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더욱더 불편해집니다. 이런 부분은 반딧불의 묘와도 닮았다 하면 이해하시려나요.
1인칭 관찰자 시점이기 때문에 도코노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시선으로 비춰지는지 잘 보이지만 ... 그런 재미있는 부분을 뛰어 넘어 제가 민감한 한국인이기 때문에 걸리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엔드게임은 현대물이니 그쪽을 기대해보렵니다.-_-


라이온 하트.
듣는 순간 폭소를 터뜨린 제목입니다. 작가 후기에는 이 노래가 영국의 유명 락그룹 노래라고 되어 있는데 저나 동년배에게는 라이온 하트가 S모 그룹(푸르딩딩한 그들;)의 노래를 떠오르게 합니다. 그 노래가 귓가에 울리니 웃지 않을 수 없는데, 내용은 딴판입니다. 좀더 중세적 분위기-들여다보면 중세에서 몇 백년 후의 일이지만-에 가깝고 마르크 레비의 모 소설을 절로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지요. 마르크 레비의 그 소설은 읽어보지는 않았고 대강 훑어 보았지만 타입이 비슷해서 말입니다. 하기야 이런 주제는 자주 등장했지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불을 뿜는 이유는 단 하나. 커플지옥 솔로천국에게는 굉장히 괴로운 주제입니다.
작가 본인도 밝혔지만 이거 로맨스 소설입니다.OTL
주인공들의 외모가 굉장히 출중한데다 남자쪽 외모에 대한 묘사가 제 취향이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읽었지만,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과 끝점을 알게 되면 허무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 E²를 그렇게 써먹을 줄은 몰랐다니까요.



사보시는 것보다는 빌려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올 여름은 온다리쿠의 풍년이군요. 저 두 권을 구입하고 잠시 검색을 안했더니 그 사이 신간 두 권이 더 나왔습니다. 고로 구입하지 않은 온다 리쿠 책은 다시 4권으로 늘었습니다.(굽이치는 강가에서는 구입리스트에서 아예 빠져있지만..;)
   

배두나, <두나s 도쿄놀이>, 테이스트팩토리, 2007

랜섬 개릿, <나폴리 특급 살인>, 행복한책읽기, 2007


나폴리 특급 살인은 마쟈님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책이 나온 것을 알고는 화들짝 놀라 즉시 주문을 넣었습니다. 두나s 도쿄놀이도 예약 받을 때 잽싸게 주문했고요.

두나s 도쿄놀이는 런던놀이를 꽤 괜찮게 봤기 때문에 주문했습니다. 초판 한정으로 CD가 들어가 있다던데 나중에 알고 보니 초판 1만 5천부 한정이랍니다. 그럼 한정의 의미가 거의 없지 않나요.(먼산) 베스트셀러로 마음 잡고 찍으면 초판이 1만부 정도라고 알고 있고, 반응이 조금 괜찮을거라 생각하면 3천부, 조금만 찍을거면 2천부, 그것도 안 될 것 같다면 1천부를 찍을 건데 말입니다. 초판이 1만 5천이라. 런던 놀이가 꽤 많이 팔렸나 봅니다.

책을 읽어보고 CD까지 돌려보고 생각한 것이지만 CD가 더 마음에 듭니다. 책 제작팀이 함께 가서 만든 프로젝트 책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주인공들이 꽤 귀엽게 나왔거든요. 책에 등장한 여러 사진들이 어떻게 찍힌 것인지를 하나 하나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은 런던놀이 쪽이 더 마음에 듭니다. 기대를 많이 해서 그렇다기보다는 런던은 내가 잘 모르는 곳, 도쿄는 그래도 아는 곳이기 때문이겠지요. 시모키타자와나 키치죠지, 메구로 지역이 좀더 자세하게 나왔다면 좋았을텐데요. 아니면 아예 닌교쵸라든지.
다닌 곳이 주로 신주쿠, 시부야, 하라주쿠 등 다른 책들에서 똑같이 다루는 지역이라 아쉬웠습니다.



나폴리 특급 살인은 두 말이 필요 없지요. 음훗훗훗훗훗훗~ 역시 행복한책읽기 SF 총서는 소중합니다!

이번 책에서는 다아시 경의 능글맞음이 어느 정도의 경지인지와, 마스터 숀 오클란과 다아시 경의 친분 정도를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아, 물론 그런 의미의 동거는 아닙니다.( ") 다아시 경의 나이가 꽤 되는데도 한 번도 가정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을 보면 아예 결혼을 안했나 싶기도 하군요. 다아시 경 시리즈는 이 세 권이 거의 전부라고 알고 있는데 친척에 대한 이야기는 몇 번 있었지만 아내라든지 자식 이야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 고로 다아시 경도 미혼의 미남 명탐정 반열에 들어갑니다. 훗훗.
(엘러리 퀸은 나중에 결혼했다지만 그래도 거의 독신으로 나오고, 파일로 밴스는 아예 독신. 브라운 신부님은 당연히 독신, 캐드펠 수사님은 아이가 있지만 그래도 좋아요!)

나폴리 특급 살인도 아껴두고 읽자고 해놓고는 못참고 읽었으니 이제 수중에 남은 것은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온다 리쿠 책뿐입니다. 라이온 하트. 이건 도코노 이야기 다른 책들과 유지니아 등을 구입한 다음에 볼 겁니다. 그 때까지는 다른 책들을 읽으며 달래야죠.;ㅂ;

제이미 올리버 : 이탈리아 요리여행 - Jamie's Great Escape : Italian


제이미 올리버에 낚이고 사은품에 또 다시 낚여서 지르게 된 DVD. 도착은 지난주에 했고 수요일에 뜯어 한 번 돌려보았습니다. 거실 컴퓨터에서 보느라 자세가 불안정했지만 뭐, 그래도 보는 데는 문제 없었습니다. 다만 보다가 엎어져 졸았다는 것 밖에는 말입니다.;;

24000원 넘게 주고 샀는데 DVD는 달랑 두 장입니다. 케이스는 종이 케이스. 여는 타입입니다.
도착한 물건은 왼쪽의 DVD와 오른쪽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박스 두 가지였지요.

박스를 먼저 개봉했습니다. 뭔가 했더니 DVD 예약당시 언급되었던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도구입니다. 추첨으로 준다더니 도착한 것은 감자껍질 깎는 칼입니다. 보기에는 그냥 그렇게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손잡이까지 완전히 스테인리스입니다. 보통은 칼날만 금속이고 손잡이는 플라스틱이 많지요. 스테인리스가 더 튼튼하지 않을까란 생각입니다. 아직 써보지는 못했지요. 뒤에 보이는 종이들은 제이미 올리버 관련 상품 카탈로그입니다.

DVD는 이렇게 두 장. 오른쪽에 보이는 종이는 레시피 카드입니다. 중간중간 등장한 여러 요리들에 대한 레시피. 아직 제대로 확인은 못해봤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영국 요리사가 새로운 활력을 얻기 위해 이탈리아 본토로 차를 타고 갑니다. 뒤에는 이동식 부엌을 트레일러에 달아 끌고, 폭스바겐의 버스 비슷한 작은 차를 운전하면서요. 34시간을 운전해 이탈리아에 도착해서는 현지의 여러가지 것들을 체험하느라 정신 없습니다. 비디오가 따라갔으니 아마 어느 정도 사건을 일으킬 필요는 있었겠지만, 그런 사건들도 그럭저럭 볼만합니다.
하지만 보다가 졸았습니다.OTL 끝까지 다 못보고 DVD 끄고는 그대로 엎어졌지요.

제 취향은 온스타일에서 해줬던 제이미 앳 홈 정도인가봅니다.; 이렇게 사건 일으키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는 안 맞군요. 음..;



다음부터는 무턱대고 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ㅠ_ㅠ



시구사와 케이이치, <키노의 여행 10>, 대원씨아이, 2007

뉴타입을 보고는 키노의 여행 10권이 8월 발매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하야 지난 일요일에 후다닥 홍대에 다녀왔지요.

그리고 잠시 짚고 넘어가는 모 책방관련 불매운동 이야기. 불쾌할 수도 있으니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같이 간 S에게서 위의 이야기를 들으며 원래 가는 지하 서점으로 갑니다. 거기서 키노의 여행 10권만 구입하고 돌아나왔지요. 다른 책까지 손대면 안됩니다. 8월 월급 명세서를 보고는 다음달 소비 계획을 어찌 짜야하나 머리를 짜내고 있으니까요. 평소보다 20만원 가량 줄었습니다.(먼산)


내용을 알려드리면 절대 안되는게 시리즈물이죠? 그러니 간단히 몇 가지 이야기만 하죠.
- 안에 들어 있는 9월 NT 노벨 신간 목록을 보고 다음달에 왕녀 그린다 (상)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허허;
- 후기는 여전합니다.
- 간만의 중편이군요. 그 때문인지 단편은 더 짧습니다.
- 아침에 출근하면서 식용견을 없애자라는 포스터를 봤는데, 그래서 더 강렬한 의미로 다가온 단편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상냥용에서도 개의 식용문제와 관련해서 언급된 것이 하나 있었군요. 먹으면 어때서? 혹시 양이 너무 적어서 삐진 걸까요?


비도 비지만 습한데다 더운 것은 싫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군요.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내년부터는 장마가 없어진다고 하니 골치 아픕니다. 이젠 우기랍니다. 상대되는 건기도 있을 것이니 겨울에는 눈이 제대로 안 내릴까 걱정됩니다.


온다 리쿠,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노블마인, 2007

7월 한 달 동안 온다 리쿠의 책이 네 권 나왔습니다.-_-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미여사의 책이 딱 한 권 나왔다는 것일까요? 미미 여사의 책중 최근에 나오는 것은 권일영씨가 거의 번역을 하고 있어 그런가봅니다. 아, 모방범은 양억권씨 번역이었습니다.( ")
오근영씨도 온다 리쿠의 다른 책들을 보면서 종종 보였던 이름입니다. 대체적으로 이 두 작가는 번역가가 이들 몇몇이 돌아가며 하는 듯해서 안심이 됩니다. 번역 때문에 책을 읽는 도중 기분 상했던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

그렇다고는 해도 이번 책은 꽤 읽는게 힘들었습니다.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난해해요. 첫 작품인 삼월은 붉은 구렁을과 느낌이 비슷합니다. 복잡해요. 추리를 해야하는 이야기 몇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고 극증극의 형태도 띠고 있기 때문에 정신이 없습니다. 여자분들은 이렇게 말하면 어떤 느낌인지 대강 아실거예요. 디스코머리(혹은 댕기머리)를 따는 느낌입니다.-_-;

이 책을 사올 때 G는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과 이 책 사이에서 고민을 했더랍니다.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이 지갑이 주인공이라 이쪽을 들고 왔더군요. 지갑이 주인공인 책이 땡기지 않았답니다. 덕분에 복잡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느라 조금 고생은 했지만 읽고 나서의 만족감은 좋았습니다. 훗훗.
특히 배경이 되는 작은 호텔의 중정-원제가 中庭の出來事-카페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집 근처에 그런 조그만 카페가 있다면 하루종일 뒹굴거리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일본에서라면 종종 눈에 띌 거라 생각하는 타입의 공간이지요. 한국에서야 이런 류의 작은 호텔은 거의 구경도 못했으니, 작은 호텔=모텔=그렇고 그런 곳으로 인식되기 때문일까요.


그나저나 7월 동안 네 권이라 써놓고 검색해보니 다섯 권입니다.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라이온 하트, 유지니아, 민들레 공책, 엔드게임.  결국 이달 말까지 나머지 4권도 지르게 되겠군요. 하하하.;ㅂ;


유키 미츠루, <소년 음양사 4-7>, 학산문화사, 2007


책 사진과 링크는 4권입니다.

찾아보니 8권은 외전편이더군요. 7권까지의 환상적인 절단신공을 맛보며 눈물을 흘려야 했는데 9권이 나오려면 더 기다려야 하나봅니다. 하기야 책은 꼬박꼬박 나오고 있고 어제 교보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처음 보는 표지의 시리즈가 많았으니 아직은 괜찮습니다. 다음권 일본에서 언제 나와요!라고 절규하려면 아직은 시간이 있습니다.
미궁시리즈도 그렇지만 소년음양사도 일본에서의 각 권 제목이 다릅니다. 그러니 어느 것이 신간인지 알려면 ISBN을 확인해야하는데 중간에 빠지는 책이 있을 가능성도 높아서 일단 표지만 확인해보았습니다. 꽤 되던걸요. 처음 보는 얼굴들도 많고.

뭐니뭐니 해도 일러스트에 홀딱 반해가며 보는 책인데 시리즈 전편을 통틀어 최고 미인은 20대의 세이메이라고 단언합니다. 꼬맹이가 할머니를 많이 닮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할머니도 만만치 않은 미인이었을건데 아쉽게도 얼굴이 나온적이 없어서요. ... 그러고 보면 꼬맹이 커플들의 후손도 상당한 미인이....(퍽!) 게다가 혈통이 그러니 만큼 증조할아버지나 아버지를 뛰어넘는 자식이 나오지 않을리 없죠. 아, 마사히로가 그런 것처럼 격세유전을 감안하면 그 아랫대일까요? 그러고 보면 상냥용의 그 닮은 꼴도 격세유전입니다.(세 번째 읽은 시점에서야 그 어머니가 그 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_- 그 전까지는 부계유전으로 착각하고 있었다죠. 바보라서 깨닫는게 늦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것은 절단신공 덕분입니다.
kiril님이 7권에서의 삽질을 이야기하실 때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감이 안잡혔는데 보고 나니 알겠습니다. 원령복수단을 조직해서 난입하고 싶은 심정이더군요. 후.... 저런 둔탱때문에 고생한 마음고생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목군 원령상태에서 드럼세탁기에 넣고 예약 1시간 포함 3시간짜리 풀코스 세탁에 건조 20분까지 더하고 싶더군요. 그렇게 해서 보송보송한 털로 말려 나오더라도 한낮기온 35도의 땡볕에 바짝 말려서 살균까지 완벽하게 하고요. 훗훗훗..


시리즈 끝날 때까지 원령이라 불러주마! ^-^++++


츠모리 토키오, <상냥한 용의 살해법>, 대원씨아이, 2005
걸어 놓은 링크는 5권입니다.

현재 6권까지 나와 있지만 삽화가가 바뀌는 바람에 5권까지만 구입하고 신나게 재탕에 재탕을 하고 있습니다. kiril님은 대강 예상하고 있었겠지만 격침당했습니다. 내용도 그렇거니와 삽화에서도 홀딱 반한거지요. 가장 좋아하는 삽화는 1권 첫 번째 삽화입니다. 주인공들의 대면신이지요.
(그러고 보니 츠모리 토키오의 소설은 둘다 삽화 때문에 질려서 뒷 권을 안사게 되는군요. 삼천도 그렇고 상냥용도 그렇고.)

제목만 봐도 알겠지만 판타지 소설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성격은 책의 라인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대원씨아이의 B愛노벨이라지요. 그렇지만 상당수의 독자들이 분개하는 대로 소프트의 극치를 달리고 있으니 단련만 되어 있다면 그냥 일반적인 연애물로 보아도 문제 없습니다. 정작 이 책을 읽는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는 이런겁니다.

윙크일지, 댕기일지. 아마 이슈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지만 옛날 옛적에 연재되었던 어느 단편만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신데렐라 패러디였지요. 신데렐라는 성격이 무지막지한데다 못생겼습니다. 하지만 특유의 성격으로 윽박질러서 화장발로 무도회에 나갑니다. 당연히 왕자는 신데렐라를 선택했으나.. 맨 마지막에 물 벼락을 맞은 신데렐라는 화장이 지워져 본 얼굴을 왕자에게 보이게 됩니다. 신데렐라의 본판 얼굴을 본 왕자는 그 순간 닭살이 돋아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한 마리 닭이 되어 하늘로 날아갔다 합니다. 만화의 맨 마지막 장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소녀는 눈물 그렁그렁하게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들려준 어머니에게 묻습니다.
"이것이 치킨스타에 얽힌 전설이로군요."
"그렇단다."
짧은 만화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보통 닭살이 돋는다고 하면 이런 이야기도 합니다. 모 동인 소설의 본편이 끝난 뒤, 외전이 나올 때 쯤 작가가 한 말입니다.

겨울 이불에 쓰실 닭털이 조금 부족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닭털이 풀풀 날리는 외전을 쓰기로 했습니다.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강 이런 이야기.
장광설이 되었지만 결론은 그겁니다. 이 책은 위의 두 이야기를 합친 것만큼이나 강력한 변신 파워-치킨파워메이크업!-를 구사합니다. 이 책은 솔로지옥 커플천국을 외치는 커플천국주의자의 경전이며 솔로천국주의자들에게는 굉장한 정신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물론 책이 재미가 없다거나 한 것은 단연코 아닙니다. 삼천세계도 그랬지만 한 번 잡으면 끝을 봐야하는 무서운 소설입니다. 솔로전사들마저도 그 커플들의 행각에 빠져서 팔에 돋은 닭살들을 대패로 긁어가며 읽어 가게 되니까요. 삼천은 페로몬 대마왕이 둔감 대마왕이기도 해서 페로몬에 홀린 고양이들이 헛손질을 하고 있다면 이쪽은 흑묘 백묘가 쌍으로 놉니다. 거기에 흑묘의 조상들까지 출몰해 자신들의 커플담을 줄줄이 읊은 뒤에 백묘를 쓰다듬어주고 가지요. 백묘의 조상도 나타나서 흑묘를 데리고 노는 것을 보면 참...(먼산)


그래도 아주 오랜만에, "마비노기 캐릭터로 구체화 시켜 보고 싶은" 캐릭터들을 만났습니다.;
달큰하다 못해 꿀단지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 익사할 것 같은 이야기이니 주의가 필요하지만 어차피 이것도 액체니 얼려가며 보시면 읽는데는 문제 없고요. 달달한 맛에 두 번째 읽다가 뛰쳐나가 아예 새 책을 사와서 히죽거리고 보고 있으니 지름신의 강림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단 것을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피하셔야겠지만요.

덧붙여 대놓고 S에게.
추측컨대, 딱 네취향이다.-_-;;; 빌려줄게.

덧붙임 2. 원서 구입 예정입니다.-_-;;;;;;;;;;;;;;;


박홍규, <윌리엄 모리스 평전>, 개마고원, 2007

출간 직후에 보고 나서 언젠가 꼭 읽겠다고 결심한 책을 이제야 보았습니다. 구입할지 말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도서관에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잽싸게 가입한 후 빌려왔지요.

그리고는 이 책을 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취향과는 상당히 멀리 떨어진, 아니 굉장히 많이 멀리 떨어진 책입니다. 윌리엄 모리스의 활동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지만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산만하더군요. 뭐, 읽은 사람이 좀 산만한 상태였던 것도 이유는 이유겠습니다만.
무엇보다 제 입장에서는 너무나 유토피아적인 윌리엄 모리스의 에코토피아 이야기가 비현실적이라서요. 사회주의자였다는 것은 대강 들어서 알고 있지만 이쯤 되면 "당신, 너무나 인간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어!"라고 절규하고 싶은 수준인거죠. 아마도 그의 사회주의 유토피아가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은 것은-이 책에서 많이 과장한 건지 어떤 건지 사회주의쪽에서는 꽤나 유명한 모양인데 말입니다-그런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노동자에 의한 일치 단결, 혁명보다는 중세시대(14세기경)와도 같은 길드를 통한 노동계급의 성장을 바란달까요. 공장을 거부하고 중세시대의 길드를 통한 수공예 제작, 그리고 길드 안에서의 끈끈한 유대를 꿈꾸는 겁니다. 하지만 중세의 길드는 그렇게 달콤한 것만은 아니었지요. 수평적인 느낌의 길드가 아니라 수직적인 도제제도로 뒷받침 되는, 그리고 충분히 상하 관계로 인한 "착취"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이었지요. 저는 인간이 인간인 이상, 저것은 꿈의 세계라고 봅니다. 거기에 윌리엄 모리스의 회사에서도 저런 길드적인 수공예 제작은 불가능했지요. 그러니 꿈이었다고 말할 수 밖에요.

그의 사생활이 (겉으로 보기에는. 속은 어땠을지 제가 알 수 있는 건 아니니) 굉장히 불행했다는 것도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아내와의 불화는 알고 있었지만 큰딸의 지병과 작은 딸의 이혼문제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결국 그는 후손이 끊어진 셈이지요. 그의 형제들이 낳은 다른 아이들을 밴다면...

윌리엄 모리스는 그 자신이 너무도 순수했기에 인간세상에서 오래 살지 못한게 아니었을까요. 원조 호빗(...)이라는 생각도 드는 그의 모습이 아련해보입니다.
(톨킨이 윌리엄 모리스의 제자였다는 이야기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진짜, 호빗의 모델은 윌리엄 모리스였을지도 모릅니다.;;)


아르노 들랄랑드, <단테의 신곡 살인>, 황매, 2007

나온걸 본지는 꽤 되었는데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읽기로 결심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지요. 교보문고의 책 리뷰에서 꽤 내용폭로를 당한 셈이 되어 앞부분은 조금 심심하게 읽었지만 나름 독특했습니다. 흡입력도 상당히 있는게, 어제 아침 출근길에 읽기 시작해서 결국 저녁 퇴근해서 끝까지 한 번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조금은 딱딱하고 설명조인 부분도 있어, 이런 부분은 휙 뛰어넘고 읽긴 했지요.

아예 단테가 탐정 역을 맡는 소설도 있긴 하지만 이쪽은 그와 관련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배경이 베네치아라는 것도 미처 알지 못하고(책 리뷰를 읽었는데 왜 베네치아라는 것은 못본거죠.ㄱ-) 읽은 터라 베네치아의 이야기를 보고는 흥미롭게 따라가기도 했고요. 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에 등장한 위원회들이 실제 움직이는 것도, 베네치아의 카니발이 무대가 되는 것도, 그 무엇보다 주인공의 감방 동료에 대한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실제의 역사 속에 살인사건이 교묘히 들어간 셈이고요.

이번에는 일부러 뒷부분을 확인하지 않고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리하여 제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찍어두고 읽어내려갔는데 헛짚었더군요.OTL 범인을 안 상태에서 되짚어 생각하니 힌트는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흑흑흑; 힌트가 있었음에도 범인을 짚어내지 못한 것은 범인이 제 취향의 인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범인이 밝혀졌을 때는 그렇군이라는 긍정의 대답과 뒤통수를 맞은 듯한 머리의 얼얼함을 동시에 느껴야 했던 겁니다.

거기에 결말도 참....ㄱ- 커플지옥 옹호론자인 제게는 고역이었습니다.


역사물을 좋아하시는 분, 베네치아를 좋아하시는 분, 정치적 음모가 뒤섞인 살인사건을 좋아하시는 분, 잔혹한 묘사는 질색이라는 분은 읽어보세요. 물론 살인사건 자체는 엽기적이지만 최근의 법의학계 스릴러보다는 훨씬 순하니까요.
박안나, <집사 그레이스 1-7>, 청어람, 2004

완결권인 7권 출간일은 2005년입니다. 이미 교보에서는 품절 상태로군요.
저는 듀시스님께 빌려서 어제부터 오늘까지 내내 읽어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집사계의 최고봉, 리브나 메이드계의 최고봉 엠마, 파출부(?)계의 최고봉 와타누키 못지 않은 대단한 집사라길래 그레이스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서 시작했던 것이 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엔딩이 그리 되는 것이 좀 ... .... .... 이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스승과 제자는 같은 길을 걷는거죠.(응?)

일 처리 능력이나 대세파악능력, 인맥구축능력과 인맥활용능력, 외모, 거기에 대단한 생활 마법 및 청소마법(...)을 지니고 있지만 결벽증이라는 점과 만약 그가 집사가 된다면 내내 시달려야 한다는 점이 무섭습니다. 특히 머리카락! 저처럼 머리카락이 긴 사람들은 땋든 아니든간에 방에 머리카락이 뒹굴기 마련인데 무표정한 얼굴로 뒤에서 테이프를 들고 쫓아다니는 집사의 모습은 호러지 않습니까. 완벽하게 정리를 해준다는 것은 좋지만 좀...?;
대신 개인 사서로 영입해 분류체계 등을 가르쳐 준다면 완벽한 장서관리 및 서재 환경 구축을 해낼 수 있는 멋진 인재입니다. "집"이 아니라 "외부 서재" 관리를 위한 인물이라는 거죠.

그리하여 이상적인 고용인 관계도는 이렇게 정리되었습니다.
총집사 리브, 개인 서재 관리자 그레이스, 개인 메이드 엠마, 파출부 와타누키.








불가능한 이야기란 것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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