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카와 다쿠지, <그 때는 그에게 안부 전해줘>, 랜덤하우스코리아, 2005, 9800원
기타무라 가오루,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황매, 2004, 8500원
미야모토 테루, <우리가 좋아했던 것>, 작가정신, 2007, 8500원
김지희 외, <nowhere: 어디에도 없는 그곳>, 예담, 2008, 13000원
와카타케 나나미,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시작, 2009, 10000원
쇼지 유키야, <도쿄밴드왜건>, <She loves you(쉬 러브스 유)>, 2007, 2008, 9800원
금난새,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 생각의나무, 2008, 15000원


아하하하. 한꺼번에 밀린 독서 일기를 쓰다보니 책이 이렇게 많군요. 도서관에서 빌린 책과 서평단으로 읽은 책 외에도 되새김질한 책이 몇 권 더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만화책 13권을 읽었지만 그 전 주말에도 만만치 않게 봤지요. <AQUA>와 <ARIA>를 둘다 꺼내 다시 읽었거든요. 만화책을 대규모로 꺼내보는 것은 주말에만 하기 때문에 주중에는 출퇴근시간을 이용한 독서가 계속 이어집니다. 요즘에 반추하고 있는 책은 먼 북소리고요.



가장 재미없게 본 것은 <우리가 좋아했던 것>. 이건 딱 일본 드라마의 전형적인 느낌을 닮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허용되지 않은 이야기에 복잡하게 꼬인 돈 문제, 그리고 엇갈리는 마음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결말은 나름대로 깨끗하게 냈기 때문에 그나마 리뷰를 쓸 생각이 든 겁니다. 운이 좋아서 아파트 입주권-한국으로 치면 국민임대주택쯤-을 따내게 되고 친구 하나가 들어와 살게 되었는데, 또 어쩌다보니 생판 모르던 여자 둘이 아파트에 같이 들어와 살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문제를 보듬어 앉다가 다들 암흑의 구렁텅이로 떨어진다는 이야기고요. 앞으로는 어떻게든 될거야, 그러니 일단 가보자라는 식의 생각이 난무하다보니 머리를 부여잡고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설정을 떼어놓고 보면 20대의 청춘남녀들에게 있을 법한 일들이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볼 지는 판단에 맡겨두지요.


<노웨어>는 앞부분 60% 가량만 읽고는 반납한 책입니다. 도서 대출 연장을 해서 뒷부분을 마저 보아도 좋았겠지만 읽는 도중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이 책은 남들이 잘 찾아가지 않는 곳들을 골라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곳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여행기를 모아놓았습니다. 글쓴이의 상당수가 여행작가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가 본 곳보다는 세계의 끝을 찾아 움직이는 사람들이라고 할까요.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는 짧지만 그런 곳을 찾아가고 싶게 만드는데는 충분합니다. 특히 파란 바다나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산-틀에 박힌 표현이지만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없습니다-을 보고 있자면 통장잔고를 확인하고 항공편을 검색해 여행 계획을 짜고 싶은 충동이 입니다. 60%쯤 나갔을 때부터 그러길래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그 쯤에서 책을 덮고 반납했습니다. 오지 여행을 즐기지 않는 저조차 그런 충동에 빠졌는데, 그런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통장파산선고와 다를바 없을겁니다. 그러니 책을 보실 때는 주의하세요.
하지만 충동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기를요. 마다가스카, 라파누이, 부탄 등. 하여간 nowhere이지만 now here를 말하는 장소들이 가득합니다. 곁들여 보시기엔 Azafran님의 이글루가 참 좋습니다. 후훗.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은 참 묘한 책입니다. 도서관에 기타무라 가오루의 책이 여러 권 꽂혀 있길래 볼까 말까 하다가 가장 얇은 책을 손에 들었는데, 나중에 펼쳐보니 이 책은 또 삽화가 그려진 동화책인겁니다. 그냥 동화책이라고만 말할 수도 없지만 왠지 포근하고 상냥한 느낌 속에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파스텔과 색연필 같은 부드러운 톤의 그림도 내용과 잘 어울리고요. 싱글맘과 딸이 지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흐뭇합니다. 만화책과 비교하자면 이건 딱 치유계. 카페 알파나 아리아보다는 현실에 기반한 치유계 이야기입니다. 책도 얇으니 가볍게 읽기에 좋습니다.
아, 지금 찾아보고는 이 작가가 익숙했던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몇 년 전에 읽었던 이야기꾼 여자들의 작가였군요. 그쪽도 전래동화풍의 차분한 이야기였는데 느낌이 닮았습니다.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은 서평단 도서로 들어왔습니다. 이 책과 위기의 경제가 함께 들어왔는데 읽기 싫어 미적대다가 일부러 더 두꺼운 책먼저 손에 들었습니다.
간접적으로 금난새씨와 관련된 일을 겪은지라-Link 3(L3)정도의 관계도; 그러니까 G가 아는 사람이 이 사람과 블라블라블라~-이미지는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있자면 그런 일이든 뭐든 신경쓰지 않고 재미있게 교향곡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한 때 모 공공도서관 서가를 마구 뒤져 음악, 미술 서적을 섭렵했던지라 어느 정도는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워낙 오래전 일이니 다시 보는 것도 재미있군요. 작곡가와 그의 대표 교향곡을 소개하면서 작곡가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함께 풀어 놓는데 그 글맛이 괜찮습니다. 웃으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지요. 단,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인명표기인데요, 차이코프스키를 차이콥스키, 무소르크스키를 무소륵스키라고 쓴 것은 읽는 내내 눈에 거슬렸습니다. 이런 유명 음악가들은 한국명 표기가 정해져 있을것이니 그쪽에 맞춰 통일시켰다면 더 좋았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이야기에서는 일부러 말을 돌리는 (음...;) 부분도 있더군요.-ㅂ-; 책의 제본이나 지질, 컬러판도 마음에 들어서 가격 대 성능비가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히려 이 가격에 이런 장정의 책을 팔아서 장사가 될까 싶기도 합니다. 도서관에 신청해둘만한 책이군요.
이 책도 단점은 있습니다. 읽고 있으면 책에 등장하는 교향곡을 찾아서 한 번씩 다 들어보고 싶어집니다. 클래식 입문서로도 나름 훌륭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겠지요. 그러니 지갑 단속을 잘하지 않으면 때마침 나온 어느 오케스트라의 전곡 녹음 실황 같은 것을 구입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주의하세요.


<그 때는 그에게 안부 전해줘>는 읽은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아마 3주 전쯤. 구정 전에 읽은 책 같은데 리뷰를 이제야 하고 있군요. 허허허.(아니, 설마 리뷰를 했는데 또 하는걸까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작가가 쓴 또 다른 사랑 이야기입니다. 이쪽도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고요. 주인공이 자신의 어렸을적 이야기를 맞선상대자에게 들려주면서, 현재의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됩니다. 공간적 배경도 마음에 들고-전개도 재미있게 흘러가는데다 로맨틱한 엔딩(-_-)까지 한 편의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엄마친구아들같은 멋진 남자가 주인공인 것도 아니고, 돈 많은 남자가 주인공인 것도 아니고, 평범하게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니 로맨스 소설의 공식과는 동 떨어져 있습니다. 평범하다기엔 어폐가 있지만 그냥 평범한 것으로 해두지요. 사실 그런 가게가 아니라 건담샵이라 해도 어느 정도 이야기는 통할 것 같긴 한데...(응?)
솜사탕 같은 느낌의 알콩달콩한 로맨스 소설이 보고 싶으시다면 추천합니다.


자아.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에 드디어 도달했습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책이 새로 나왔다는 것을 알고는 잽싸게 도서관에 신청을 해서 챙겨보았습니다. 빌린 바로 그날, 읽기 시작해서 한 번에 다 읽어내린 추리소설입니다. 앞에 읽었던 <네 탓이야>와 느낌이 굉장히 닮아 있으니 <네 탓이야>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이 책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겁니다. 화자가 바뀌었던 앞 책처럼 이 책도 두 종류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옵니다. 하나는 '사건 수첩'이고 하나는 '현재 사건'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내용폭로가 될 수 있어서 가능한 입을 다물겠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점입가경이라는 단어에 맞게 점점 심오해집니다. 이 복선이 여기서 펼쳐지고 저 이야기가 저기서 다시 등장하고 하는 식이지요. 특히 사건 수첩과 현재 사건이 한 세트가  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고 읽다보면 헛웃음을 키게 만드는 전개가 기다립니다. 이렇게 말했더니 G가 아주 많이 기대를 했는지 엔딩이 맹하다고 투덜대더군요. 저는 엔딩까지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지막을 덮고 나면 반드시 반추를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요. 그래야 복선들을 하나 하나 되짚어 가며 볼 수 있으니까요. 경찰, 형사계 추리물, 하드보일드 계통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도쿄 밴드 왜건>. 가장 아끼면서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설정 자체는 일일드라마 수준이지만 벌어지는 사건과 수습하는 모습은 일일드라마에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도쿄 어드메에-대강의 추측은 가능합니다-독특한 이름을 가진 헌책방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도쿄 밴드 왜건. 이 책방을 운영하는 할아버지는 3대째 인물이고 그 아래의 계승자도 탄탄합니다. 작은 집에 4대가 모여 살다보니 식구들이 바글바글하여 바람잘날이 없습니다. 계절별로 진행되는 이야기라지만 아마 그 사이사이에도 책 몇 권은 나올 정도로 사건이 많을 겁니다. 형식만 놓고 본다면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과도 닮았지만 거긴 이 책만큼 복작복작하진 않지요. 여러 등장인물이 있는만큼 이야기가 엉뚱하게 흘러가기 쉽지만 묘하게 한 곳으로 모입니다. 아마 아침 저녁은 항상 같이 먹게 되고 생활 기반이 헌책방과 그 옆의 카페다보니 그 안에서 정보가 다 공유되기 때문에 그런가봅니다. 외국인이 등장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하츠 아키코의 <정원의 이방인>도 떠오르네요. 도서관에서 본 지는 한참 되었지만 책 제목에서 연상되는 이미지 때문에 보지 않았다는 것이 아까울따름입니다. <도쿄 밴드 왜건>이 나온 뒤 팬들의 요청이 있어 나온 것이 <쉬 러브스 유>랍니다. 바로 이어 읽으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연결되지요. 지금 원서를 검색해보니 그 다음권도 나온 모양인데 이 책은 언제쯤 번역이 될지 궁금합니다. 하루 빨리 나와줬으면 하는 희망이 있는데 과연 어떨지. 일상 생활의 소소하고 유쾌한 수수께끼가 모여 있으니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챙겨 보세요.>ㅅ<





덧붙임. 만세.;ㅅ; 다 썼다아!
마츠히사 아츠시, <풀(Pool)>, 양윤옥 옮김, 에이지21, 2005, 9000원
하라 료,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권일영 옮김, 비채, 2008, 12000원
와카타케 나나미, <네 탓이야>, 권영주 옮김, 북폴리오, 2008, 9000원
호시 신이치, <의뢰한 일>, 윤성규 옮김, 지식여행, 2008, 8900원
아카가와 지로, <삼색털 고양이>, 심상곤 옮김, 해문, 2004, 8000원
다나베 세이코, <두근두근 우타코씨>, 권남희 이학선 같이 옮김, 여성신문사, 2007, 9800원
김재현, <루디's 커피의 세계 세계의 커피>, 아르고나인, 2008, 10000원
유동주, <지구 반대편에서 3650일>, 나무와숲, 2008, 12000원
전원경, <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 리수, 2008, 15000원


한꺼번에 몰아서 쓰다보니 또 길어지는 책 감상문. 밀리지 않고 써야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요즘 저녁 때도 일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차분히 글을 쓸 시간이 나질 않았거든요. 오늘도 약속이 있어 서둘러 써야하는 글이라 날림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일단 써보도록 하지요.


서가에서 일본 소설을 고를 때는 마구잡이로 고르기 보다는 이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작가의 책을 우선으로 고릅니다. 그 외에 서가에서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을 경우 책 뒷면의 이야기를 보거나 앞부분의 이야기를 읽어본 다음 책을 뽑습니다. 그렇게 해서 집어 든 것이 마츠히사 아츠시의 <풀>입니다. fool이 아니라 pool. 이야기 전개상 pool이 꽤 중요한 소재라서 제목이 그런가봅니다. 읽을 당시에 시간에 따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회상신이 들어가고 다른 이야기가 함께 나가다보니 여러 시점이 뒤섞여 헷갈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람들도 많이 등장하고요. 하지만 예전에 읽었던 어떤 소설이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읽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이 블로그에 오는 사람 중 한 손에 꼽힐 정도의 사람만이 읽었던 r모님의 i모 소설과 구조가 닮아 있습니다. 다만 그 쪽은 사람이 적게 등장하고 이쪽은 사람이 많이 등장하고, <풀>은 시점과 사람들이 꽤 다양하게 얽혀 있지만 그 소설은 주인공들의 관계에 주로 촛점을 맞췄습니다.
그냥 가볍게 읽을 소설이지만 주인공이 여행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렇게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도 없는 벌판에 가서 별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 누워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이때 들었거든요. 배낭여행은 제 취향과 거리가 멀어서 할 가능성은 낮지만 말입니다.

<그라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하드 보일드 소설이라고 뒷면에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부분만 봐서는 하드보일드 분위기가 별로 나지 않아서 괜찮다 싶었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이거 이상합니다? 결론은 하드 보일드 맞고요, 그것도 반숙이 아니라 완숙입니다. 삶은 달걀을 좋아하지만 소설 장르로서의 삶은 달걀은 퍽퍽해서 잘 먹지 않습니다. 제 취향에서 벗어나니까요.
하지만 삶은 달걀이 퍽퍽하다 한들 이 추리소설은 꽤 구성이 괜찮습니다. 설정상 거슬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글도 괜찮고 이야기 전개도, 등장인물들도 마음에 듭니다. 한 번에 죽 읽어 내리고는 목이 메인다고 투덜댔지만 충분히 맛있는 삶은 달걀이었다니까요.-ㅂ-

<네 탓이야>는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옆에 꽂혀 있어서 빼들고 왔습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책. 이것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만 깔끔한 입맛은 아니라는 것을 밝혀둡니다. 미스터리한 일상 맨 마지막에 등장한 고백에서처럼 여운이 남는 이야기가 많고요. 단편 연작이지만 모두가 이어진 이야기이고 맨 마지막에 고리를 묶어 매듭짓는 듯한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읽다보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싶습니다. 살짝 반전이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그걸 보는 재미도 있고요. <종신검시관>이나 <동기> 같은 연작 소설집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그러니 아이쭈님은 아마도 재미있게 보실테고..^ㅁ^;)

호시 신이치는 플라시보 시리즈라고 책이 주르륵 꽂혀 있길래 궁금해서 한 권 빌려왔습니다. 꽤 유명한 작가더라고요. 이름은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 빼보니 느낌도 독특합니다. 초단편소설집으로 한 편 한 편이 굉장히 짧습니다. 이름도 제대로 등장하지 않고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를 짧은 이야기로 쓴 듯한 이야기들이지요. 그 아이디어들이 다들 독특하고 허를 찌르는 것으로 가득차 있으니 SF,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세요. 소설 내용을 소개하다가는 그게 다 줄거리 요약이 될 것 같은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후훗. 발상 전환이나 기분 전환으로 딱이긴 한데 이것도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결말은 아닙니다. 쓴웃음이 절로 나오는 끝맺음이라서요.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는 예전에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얼룩고양이 홈즈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것이 있어 펼쳐 보았더니 예전에 보았는지 어떤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빌렸습니다. 읽다가 중반쯤 되니 트릭은 기억이 나는데 그 사람이 죽은 이유는 또 기억이 나질 않고 범인이 누구인지 까먹어서 다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기억력 감퇴가 이럴 때는 좋은 걸까요. 다만 주인공의 범행을 이번에 잡힌 연쇄살인범과 비교해서 보면 참 .... (먼산)

<두근두근 우타코씨>는 여기 적은 책 중 가장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은 책입니다. 다나베 세이코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로 알려졌다지만 저는 <아주 사적인 시간>이 훨씬 기억에 남습니다. 처절(?)하게 공감했던 소설이라 그 책을 읽고 나서는 결혼 못하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거든요. 이번 책도 그런 부분의 공감대 형성이 아주 잘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문제를 넘어서서 일흔 일곱 먹은 할머니가 정말로 귀엽게 보이니 일본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께 강력히 추천합니다. 할머니의 일인칭 시점 소설이라 속내가 고스란히 보이니 보는 내내 피식피식 웃으며 읽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보송보송 노래는 압권이라고요!
 
<커피의 세계, 세계의 커피>는 책을 빌려다 놓고는 웹툰이라 손이 안가서 2주 정도 책상 위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짧게 읽어볼까 싶어 집어 들고 보았다 홀딱 반한 책입니다. 커피의 기본 지식에 대해 그림으로 아주 쉽게 설명한데다 너구리 캐릭터가 참 귀엽습니다. 커피입문서라고 할까요. 커피에 대해 가볍게 보고 싶으시다면 읽어보세요. 웹툰이라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습니다. 뭐, 제가 커피 관련 기본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봐서 더 재미있게 읽혔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전에 보았던 커피 홀릭 노트보다는 내용이 더 쉽습니다. 커피 홀릭쪽은 커피용구 중심으로 소개를 했고 그림에 등장하는 필기체 영어 때문에 읽는데 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쪽은 가볍게 볼 수 있으니까요.

<지구 반대편에서 3750일>이나 <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는 여행서가 꽂힌 서가에 갔다가 집어든 책입니다. 보통 여행서는 한 지역에 관련된 책을 함께 빌리게 됩니다. 파리 여행기(체류기)를 두 권 집어든다든지, 세계기행을 여러 권 집어 든다든지 말입니다. 이 두 권도 함께 빌렸는데 제 입맛에는 <런던~>쪽이 더 잘 맞았습니다. 둘다 런던-영국 유학기를 다루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영국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지구 반대편~>은 개인적인 경험과 생활기를 주로 다루고 있고 <런던~>은 런던 여행기+체류기에 영국인, 런던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읽기에도 후자가 더 편하더군요. 그렇기 때문에 부작용도 후자가 더 큽니다. 지금 유럽여행 적금을 하나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으니, 준비하는 걸 봐선 2년 내에 가겠다 싶습니다.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이번 책 감상은 무작위로 적은 거라 맨 뒤쪽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아닙니다.-ㅂ-; 일단 나갔다 와서 이후에 오타나 비문 정리를 해야겠네요.
요네자와 호노부, <인사이트 밀>, 최고은 역, 학산문화사, 2008, 13000원


지금 서지사항 찾아 적으면서, "이거 학산문화사 책이었어? 어쩐지!"라고 경악하고 있습니다. 출판사가 어딘지 확인할 생각도 안하고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을 그냥 찾아 꺼내왔거든요. 그러고 보니 이 책, 정말 저자와 역자만 확인하고 출판사는 확인 안했습니다. 으허..; 보통은 일본 소설 꺼내면서 출판사도 확인하거든요. 어쩐지 판형이 다른 소설과는 다른 판형-<하늘속> 같은-이길래 독특하다 했지요. 역자 이름도 만화책 쪽에서 더 많이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ㅂ' (물론 저도 제 기억력을 100% 신뢰하진 않습니다; 으하;)

지금 방금 전 책 다 읽고 나서 반쯤은 흥분해서 책 감상을 올리고 있다니까요. 평소라면 취침해야하는 이 시간에 위키 프로그램 업데이트 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하하;


도서관 서가를 휘휘 둘러보다가 골라온 책이란 건 앞서도 이야기 했었고, 마지막의 몇 장과 후기만 읽어보고 잠시 고민하다가 작가를 믿고 뽑아온 책입니다. 요네자와 호노부. 제가 상당히 좋아하는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시리즈의 작가거든요. <가을철~>도 기대하고 있는데 그 사이 다른 책이 번역되어 나왔나봅니다. 본격 추리라서 조금 망설였지만 최근에는 유혈낭자한 추리소설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생각에 뽑아 들었습니다.
저보다는 G가 먼저 읽었는데 평은 그다지 좋지 않더군요. 요즘 심리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오늘 마음 잡고 읽었습니다.


;ㅂ;

미스터리 팬들에게 강력 추천! (이라고 하면 또 나중에 실망하실까봐 기대치를 줄이고 싶지만...;)

시작부분은 어떻게 보면 평범한데 힘 없고 맥 없는 녀석이 주인공이라 기운이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게 ... 라고 뒤까지 이어 쓰다보니 내용 폭로가 될 수 있겠군요.

일단 맨 앞의 배치도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어디서 많이 본 방 배치입니다. 십각관도 비슷했고 시계관도 비슷하지 않았나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용와정 살인사건도 그랬지요. 그리고 또 비슷한 느낌의 배치는 많습니다. 보고 있자면 어디서 많이 봤는데 싶은 이야기가 있고요.
그리고 462페이지. 아니, 정확하게는 그 100페이지 앞 쯤에서부터-분위기의 반전은 시작됩니다. 거기서부터 입을 떡 벌리고 처음 느꼈던 이야기에 대한 '간격'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는 에필로그를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마무리 하게 되지요. 하하. 가능한 많은 정보를 담고 싶지만 추리소설에서는 그렇게 하면 내용 폭로가 지나치게 많겠지요.
간단하게 내용을 이야기 하자면 굉장히 이상한 아르바이트 모집광고에서 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름과 성도 독특한 일련의 사람들은 자신들 나름의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아르바이트 모집에 응시합니다. 처음에는 장난 삼아 실수겠거니 생각했던 상황은 곧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등장인물들이 실험의 대상자가 된다는 점에서는 여러 인문학 실험과도 닮아 있지만 나중에 누군가 지적했던 대로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코드가 있습니다. 방관자이자 주시자인 저에게도 그런 코드가 보였는데 모르는 사람들에게 있어 그건 아무것도 아니겠더라 싶었습니다.'ㅂ'
요약하면 호기심, 장난, 도전 등 다양한 이유로 이상한 아르바이트 모집에 응모하여 선발된 사람들이 사건에 휘말린다는 이야깁니다. 추리소설이니 어떤 사건인지는 대강 짐작 가시죠?


목요조곡에 대한 추가 감상 더.
- 99년 작품이라 그런지 초기 분위기가 많이 감돕니다. 뒷맛이 깨끗한 편인 것도 그래서가 아닌가 합니다.
- 최근 읽은 온다 리쿠 작품 중에서 분위기가 비슷한 것을 꼽으라면 <초콜릿 코스모스>. 특히 함께 식사하는 장면에서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작품, 남자는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군요.
- <***>가 시작하는 장면에서 등장했기 때문에 <초콜릿 코스모스>와 연결했는지도 모릅니다. 연결 고리가 있잖아요.
- 저런 집 한 채 있으면 좋겠다...라며 보고 있었습니다.
- 아니, 사실 집만 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저런 집사(!)도 한 명? 기왕이면 알프레도나 엠마나 와타누키나 ... 그러고 보니 최근에 본 소설인지 뭔지에서 최강의 집사 반열에 올리겠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누군지 기억이 안납니다. 혹시 <마술사가 너무 많다>일까요. 일본소설인 것 같기도 하고. 메이드는 엠마씨가 좋아요.(..)
- 다 보고 나면 그 다음주 목요일에는 왠지 친구들을 불러서 파자마 파티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다들 좋아하는 책 한 권씩 들고서 목요일에 모여 홍차나 커피 한 잔 같이 하며 느긋하게 거실에서 굴러다니며 시간을 즐기고 싶습니다. 목요일은 확실히 주의 중반을 넘긴 시점이고, 그 다음날이 금요일이니 주 5일제가 기본인 일본에서는 느긋하긴 하겠네요. 목요일의 모임이라.
- 위의 이유 때문에 <화요일 클럽의 살인>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화요일 클럽의 살인>은 어느 출판사 것이 번역이 괜찮은가요? 새로 한 권 더 살까 싶기도 한데. 가지고 있는 것은 해문의 문고판이거든요.

잡담은 이 정도.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이트 밀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팍팍듭니다.)
온다 리쿠, <목요조곡>, 김경인 역, 북스토리, 2008, 11000원
잰 캐런, <미트포드 이야기 1-2>, 김세미 역, 문예출판사, 2008, 각권 11000원
사카키 구니히코, <백만분의 일의 연인>, 김재현 역, 멜론, 2008, 9800원



더 늦게 내버려뒀다가는 언제 쓸 수 있을지 모르는 책 감상기. 그래서 서둘러 올립니다.-ㅂ-;


가장 짧게 쓸 수 있는 것은 온다 리쿠의 목요조곡. 그러니 이것부터 갑니다.
그러니까 온다 리쿠를 좋아하신다면 그냥 보세요. 아무말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보시는 겁니다. 단, 보시기 전에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언제건 차를 끓일 수 있게 세팅을 하고 언제건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드립퍼와 서버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가스렌지는 채소수프를 보글보글 끓이면서 식탁 의자에 앉아 이 책을 보는 겁니다. 그리고 책을 잠시 내려놓고 차 한 잔 가져와 식탁에 내려 놓은 다음에는 채소 수프의 상태를 살피고 홀짝홀짝. 그리고 잠시 뒤에는 커피물을 올리고는 물이 끓기를 기다려 커피를 내린 다음 또 홀짝홀짝. 위의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책을 덮어 두어야 하며 다시 손에 들었다가는 소방차와 경찰차가 출동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먹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와서-배경 자체가 그렇습니다;-읽다보면 커피나 차가 꼭 필요하게 되니 미리 준비를 해두시라는 겁니다. 반전은 뭐 ... 음 ... 그냥 그랬지요. 그래도 최근에 읽은 온다 리쿠 책 중에서는 뒷맛이 가장 낫습니다. 일단 구입 목록에 올려 두었습니다.


백만분의 일의 연인은 번역 때문에 책을 말아 먹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책 한 페이지가 채 넘어가기도 전에 번역가를 확인하고는 이를 갈았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문어체에 가까운 말을 쓴다고 해도 어조, 말투 등에 따라 그 분위기는 굉장히 달라집니다. 문어체라고 느끼지 않는 겁니다. 그럴진대, 책에다가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를 갖다 놓으면 ..(먼산) ~~했다, ~~다라고 대화하고 있는 주인공을 보면 속이 터집니다.
내용이 꽤 괜찮았던 만큼 번역이 더 아쉬웠던 책입니다. 헌팅턴 무도병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이전에 프라이즈에서 잠시 들었던 이야기라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유전 쪽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저런 책을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되는군요. 번역만 아니면 추천할텐데 말입니다. 번역은 신경 안 쓰고 재미있는 책이면 가리지 않고 본다 하시면 추천합니다.


미트포드 이야기는 알라딘 블로그 서평단 맛보기 책으로 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책이 나왔을 즈음, 신간 검색을 하다가 내용 소개를 보고 읽을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고이 내려놓은 책이었습니다. 1-2권이 함께 와서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불평부터 해보죠. 일단 책 디자인이 마음에 안듭니다. 책 판형은 조그마한게 들고 다니기 좋지만, 디자인 점수를 매기자면 팍 깎을 겁니다. 한 5-6년 전의 책 표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리고 책 가장자리 여백이 활자나 자간, 행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아서 보는 동안 불편했습니다. 편집도 마음에 안든다는 겁니다. 거기에 저 가격이면 차라리 조금 고급스럽게 분위기를 잡아 양장본으로 내도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즐겁고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내용상 걸리는 부분이 몇 군데 있습니다. 주인공이 성공회 목사(신부)라는 점, 그래서 성경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는 점. 교회 배경 지식이 조금 있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성경 몇 절이 튀어나올 정도가 아닌지라 보면서도 주석의 도움을 상당히 받았습니다. 단 몇 군데의 주석은 지나치지 않나 싶은 감도 있었고요. 거기에 글이 전체적으로 산만하기 때문에-이게 번역 때문인지 원서가 그런건지는 모르겠습니다-읽다 보면 정신이 없습니다. 내용은 재미있지만 워낙 나오는 등장인물이 많고 이야기도 많고 중구 난방으로 일이 터져서 저 사람이 그 사람인지, 이 사람이 앞의 그 사람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보다는 등장인물이 훨씬 적을텐데도 왜이리 등장인물 이름이 헷갈리는 겁니까. 하기야 여기서는 앞에서 나온 사람이 또 등장하고 다시 등장하고 하지만 말입니다.

거기에 미국의 국민소설이라는 광고문구가 좀 걸립니다. 뭐랄까.................... 미국의 수준이 이렇게 낮았나 싶은 생각이 조금?;

요약하자면 책 표지가 마음에 안들고 편집도 마음에 안들고 내용도 중구 난방이고 산만해서 정신 없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모순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정말 그렇다니까요. 주인공 신부님이 정말 귀엽고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라 책에서 손을 떼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용이야 미트포드라고 하는 미국의 아주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한 이런 저런 이야기인건데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서 정신이 좀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빨간머리 앤의 에이번리 집들을 드문 드문 배치하지 않고 동(한국 행정지역으로) 하나에 몽창 몰아 넣어서 사람들이 계속 부딪힌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남의 이야기 하길 좋아하고 재잘대는 사람들도 많고 다들 밝고 명랑하니 앤의 분위기와도 닮아 있지만 에이번리는 공간이 넓어서 그렇게 사람들이 자주 마주치는 일은 없잖아요. 이것이 미국과 캐나다의 차이인가(혹은 시대의 차이인가) 싶기도 합니다.

가격이 걸리지만 도서관에서 빌려서 가볍게 보시면 유쾌하게 웃으실 수 있을 겁니다.-ㅂ-
고인준, <5번가의 주얼리 뮤지엄>, 마리북스, 2008, 13500원
아야츠지 유키토,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시공사, 한희선 역, 2008, 13000원
임진평,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위즈덤피플, 2008, 12000원
이현주, <행복한 정원 & 즐거운 살림>, 다빈치, 2008, 12000원
고야마 군도, <필름: 우연이 가져온 행복한 기적>, 가람북, 박소연 역, 10000원

그 동안 열심히 읽었다고 기억하는데 왜 목록이 이것밖에 안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읽었던 책들은 다 어디에? 라곤 하지만 계산해보면 요즘은 책보다는 마비노기 하는 시간이 길었을걸요.-ㅁ-;;
이번에 올리는 책들은 재미 순이 아니라 그냥 먼저 생각난 순으로 올립니다.


주얼리, 혹은 보석과 관련된 책은 이전에도 몇 번 보았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기초 입문쯤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사진은 꽤 깔끔하고 괜찮지만 내용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해 아쉬웠던 책입니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 깊은 이야기를 바랬는데 입문서라서 그런지 아주 얇게 뜨고만 넘어가는군요. 게다가 보석 용어를 처음부터 정의했다면 좋았을텐데 용어는 뒷부분에 따로 모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얼리, 보석, 귀금속 등 헷갈릴 수 있는 용어를 이 책에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는 이야기 중간중간에야 나오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도 보고 있자면 보석 브랜드와 명가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군요. 2-3년 전에 G가 자기 취향의 반지를 찾긴 찾았는데 지나치게 비싸다면서 반 클리프 앤 아펠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습니다. 그 이름을 이번에 다시 들었지요. 그리고 궁금해진 김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찾아보았는데 저도 취향 직격입니다. 쇼메, 카르티에, 반 클리프 앤 아펠 중에서는 반 클리프~쪽이 가장 취향에 맞았습니다. 터키석을 세련되게 다룬 솜씨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다른 곳에서는 터키석을 많이 쓰지도 않았을뿐더러 쓰인 것도 다른 보석의 장식 정도로만 쓰고 있습니다. 반 클리프 앤 아펠의 알함브라 시리즈에서는 나비 모양의 터키석이 나오거든요. 보고 홀딱 반했습니다. 흑..
친구 K는 반 클리프~ 시계에 홀딱 반했는데 나중에 가격 알아보고는 고이 마음을 접었습니다. 전세금보다도 더 나옵니다. 언젠가 죽기 전에는 손에 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요원한 일이죠. 그래서 저는 아예 가격도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랑 정초에 모여 놀 때 주얼리와 예물 관련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해주는 예물말입니다. 기왕 해주시는 것, 거기에 취향 물어보신다면 진짜 며느리가 원하는 것으로 해주시면 안될까요.-_- 고만고만한-그리고 다시 팔아도 돈 안될;-사파이어, 루비, 다이아몬드 세트보다는 마음에 드는 카르티에 예물 한 세트가 낫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그렇습니다. 뭐, 받는 상황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기도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왔더랬죠.
(한 번 공방에 가서도 그 이야기를 해볼까요..'ㅂ'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을텐데 말입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신작이 시공사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혹시 관시리즈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었습니다. 저택이 배경이긴 했지만 이전편에 등장한 사람들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분위기를 봐서는 아마 같은 건축가가 만들지 않았을까 추측만 하고 있지만 정확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군요.
어쨌건 이번 이야기의 결론은 '미친놈은 답이 없다'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음에 듭니다. 저택 전체의 묘사도 그렇지만 특히 서재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중에 이런 서재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단순히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고 거기 꽂힌 수많은 한정판에 낚였기 때문일겁니다. 그렇다고 여기에 츠바사 한정판 하드커버북 같은 것이 꽂힌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 서재에는 1900년대 초의 여러 문학가들의 소설과 시집 초판본과 한정 출판본이 꽂혀 있거든요. 한국식으로 말하면 윤동주, 방정환, 이광수나 기타 여러 동인들의 소설집이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 있는 겁니다. 관리가 쉽지 않았을텐데 용케도 했다 싶네요. 그렇지 않아도 엊그제 봉신연의 예전판 꺼내봤다가 책 냄새 때문에 신장판 구입 의욕이 40% 정도 상승했거든요. 좋은 종이를 쓰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엔 종이가 산화되어서 시큼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책이 누렇게 변하고 바스라지고 합니다. 그러니 1900년대 초반의 책이라면 더 오래되었을 것이고 종이의 산화도 상당히 진행되었을거란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그 저택의 서재가 정말 가지고 싶었습니다. 일단 그런 서재를 손에 넣으면 바닥공사부터 해서 온돌부터 깔고...(중얼)




같은 제목을 가진 다큐멘터리를 발표한 후,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있었던 이야기와 다큐멘터리에서 미처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책으로 모아 낸 겁니다. 드라마 <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음악으로 알려진 '두 개의 달'에 관심이 있고 아일랜드라는 나라에도 관심이 있다면 한 번 들여다 보시길. 하지만 재미보다는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과거를 보는 눈은 한 개여야 하는가 두 개여야 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과거를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 장님이라던데 설명을 읽고 나니 납득이 가는군요. 두 눈 모두 과거를 보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나아가더라도, 앞을 보지 않으니 장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한 눈은 과거를, 다른 한 눈은 미래를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어디에든 해당된다는 이야기이니 가슴에 새기자고요.
이 책은 다른 여행기들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여행충동을 불러일으키므로 읽기 전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쪽은 Kiril님이나 첫비행님 취향이라고 장담합니다. 정원을 예쁘게 가꾸며 표지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티매트와 티포트를 준비하고 정원에 핀 꽃을 감상하며 우아하게 티타임을 즐기는 내용의 책이라 보시면 됩니다.(웃음) 정원가꾸기, 소품만들기로 크게 나눌 수 있고 양쪽의 비율은 비슷합니다. 가볍게 다루는 감이 있지만 안에 등장하는 티매트나 바구니, 천 염색하기, 염색한 천으로 조각보 만들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 있으니 가볍게 다룰 수 밖에 없었겠지요. 길게 하다가는 보는 사람도 지칠겁니다.
조각보도 예쁘지만 티매트나 바구니 덮개 등의 조각잇기 배색이 멋집니다. 이런 부분은 Kiril님의 입맛에 잘 맞을겁니다. 훗훗훗..





이 책은 단편집입니다. 서가를 둘러보다가 제목만 보고 앞뒤 안 가리고 빌려온 책인데 나쁘진 않았습니다. 우연한 만남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그 우연이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하지 않고 일상 생활에서 종종 마주치는 우연이기 때문에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어떤 때는 우연이 지나치다 싶었더니 필연이었다더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약간 쓸쓸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담담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어서 가볍게 보기에는 딱 좋습니다. 카레 이야기나 그 다음에 실린 바 만들기가 제일 마음에 들었지요.






날림 리뷰는 이것으로 끝!

글 쓰기 싫은 걸, 밀린 글거리가 너무 많아서 붙들고 있었더니 그럭저럭 말은 풀리네요. 하지만 마음에 흡족하지는 않으니.. 이정도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가토 미아키, <클럽 인디고: 밤을 달리는 자들>, 김소영 역, 갤리온, 2008, 10000원
아이작 아시모프, <아이작 아시모프 자서전>, 작가정신, 1995 (현재 품절)
김지혁, <그림으로 읽는 책>, 이미지박스, 2008, 11000원
사쿠라바 가즈키, <청년을 위한 독서 클럽>, 박수지 역, 노블마인, 2008, 10000원
마츠히사 아츠시, 다나카 와타루, <바나나로 못질할만큼 외로워!>, 권남희 역, 에이지21, 2008, 11000원
요코야마 히데오, <그늘의 계절>, 민경욱 역,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9500원
요코야마 히데오, <제3의 시효>, 김성기 역, 노블마인, 2008, 11000원


이렇게 총 일곱 권. 되새김질하는 책들 여럿을 포함해 최근에 읽은 책들입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에서는 다섯 권이었는데 그 사이 두 권을 더 읽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자서전은 도서 밸리에 잠본이님이 발췌를 올린 것을 보고는 빌리겠다고 생각하다가 최근에야 빌려 보았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읽다보면 작가의 자기 자랑에 질려 두 손을 들게 됩니다. 1권은 끝까지 다 읽었는데 2권은 읽는 도중에 도저히 못참겠다 싶어 던졌습니다. 위트가 넘치는 글이기도 하고 작가가 언제 어떤 소설을 썼는지에 대한 기록도 꾸준히 있지만 자기 자랑은 정말 싫습니다. 흑.;

그림으로 읽는 책은 표지그림에 반해 고른 책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미묘하네요. 글이 그림을 못따라간다는 느낌입니다. 읽으면서 조금 걸리는 표현(문법적으로 걸렸다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그림이 은근 취향이라 그림만 보아도 좋을 책입니다. 좋았지요.

바나나로 못질할만큼 외로워는 3류 연애소설이라고 애초에 작가들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주 가볍게, 일본 드라마에서 나오는 상황설정을 보듯이 보면 됩니다. 주인공 두 사람이 엇갈리는 모습이 상당히 귀엽습니다. 그리고 배경이 애니메이션 제작과 관련이 있다보니 성우에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세요.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뒷부분의 이야기 흘러가는 것이 꽤 재미있습니다. 훗훗.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 클럽 인디고는 강력 추천작입니다. 일본 소설 많이 보는 분들은 챙겨보셔야 할 책 중 하나입니다.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은 언뜻 보면 마리미떼=마리아님이 보고 계셔를 떠올리게 합니다. 배경이 여학교이기 때문에 그럴겁니다. 하지만 성 마리아나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독서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맨 마지막의 이야기 전개는! 읽으면서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읽고 나면 나카노 브로드웨이를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도 잘 찾아보면 어딘가 이런 곳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 안되면 생협 합작으로 만들어 보아도 되는거죠.
클럽 인디고도 독서클럽과 묘하게 분위기가 닮아 있습니다. 이야기가 단편단편 끊어져 있다는 점, 그리고 사건이 전개되고 해결되는 추리소설과 비슷한 전개로 가고 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클럽 인디고쪽이 추리소설에 조금 더 가깝긴 하지요. 클럽 인디고 시리즈는 한 권이 더 있나본데 도서관에서 무작위로 집어든 책이라 손에 들어온 것만 먼저 보았습니다. 이쪽이 앞쪽 이야기입니다. 프리라이터인 두 사람이 충동적으로 만든 클럽을 배경으로, 여기의 호스트들이 사건 해결을 해나갑니다. 물론 주인공은 따로 있지만 이 주인공은 사건에 뛰어 들어 가는 쪽이라 해결은 주변에서 많이 해줍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두 작품은 무조건 추천. 하지만 순서대로 그늘의 계절을 먼저, 제3의 시효를 나중에 보셔야 합니다. 그늘의 계절은 뒷맛이 씁쓸하기 때문에 그보다는 명쾌한 결론을 내리는 제3의 시효를 입가심(G의 표현)으로 보시면 됩니다. 둘다 경찰물이니 경찰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꼭 보시기를. 종신검시관과 닮아 있습니다.'ㅁ'
<도쿄 기담집>은 <그림으로 읽는 책>을 보다보니까 문득 읽고 싶어졌습니다. 김지혁씨의 <그림으로 읽는 책>은 다음 글에 올라갑니다.'ㅂ'

일단 반추의 계기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지난 주, 오랫동안 도서관에 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도서관 서가를 거닐었습니다. 대출 여유는 충분히 있었으니 눈에 들어오는 책들마다 속속 꺼내 들어 팔 위에 올렸는데요, 4권을 반납하고는 7권을 빌리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책은 많이 빌리는 것이 절대 좋지 않습니다. 그걸 들고 집까지 운반해야하는 체력상의 부담을 생각하자면 7권이나 빌리는 것은 미친짓이었지요. 거기에 책을 뽑다 보니 '아, 이것 지난번에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부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은 것이 도쿄 기담집, 모방범 3, 버터플라이 1-2, 블랙베리 와인, 마술사가 너무 많다입니다.

되새김질. 딱 그런 느낌입니다. 좋아하는 책은 몇 번을 읽어도 재미있고 간격을 두고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습니다. 지난 1년간 읽은 책들 중에서 그런 책만 모아서 목록을 작성하는 것도 좋겠네요.

모방범은 3권의 뒤집어지는 장면이 보고 싶어서 골랐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거든요. 마지막 패를 던져 눈 속임을 함과 동시에 가면을 벗고 날뛰는 모습이 다시 보고 싶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와 온다 리쿠의 차이는 그런 모습 뒤에 어떤 마무리를 하느냐인데요, 온다 리쿠는 읽고 나면 뒷맛이 안 좋은 경우가 많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그래도 희망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미미여사를 더 좋아합니다. 독특한 발상이라는 점은 온다 리쿠가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차지하지만 말입니다.

도쿄 기담집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이한 단편 모음집입니다. 기이한 이야기들의 집합체인데 비슷한 부류인 아사다 지로의 단편집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확 다릅니다. 아사다 지로도 역시 뒷맛이 나쁜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약간 어둡지만 밝게도 느껴집니다. 같은 어스름이지만 아사다 지로쪽은 음침하다는 느낌입니다. 쓸쓸하고 스산하고 뒤에서 뭐가 쫓아올 것 같은 느낌이지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어 좋습니다.

버터플라이는 한참 전에 읽었다가 다시 찾은 책입니다. 로맨스 소설이지요. 복수를 위해 얼굴 성형을 하고 뼈를 깎는 자기 관리를 한 어느 여자가 결국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내용입니다. 지금 다시 보니 굉장히 허술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래도 가볍게 볼 수 있는 로맨스입니다. 아니, 주인공은 로맨스에 성공하지 못했으니 분류를 그렇게 놓기도 애매한데요.

블랙베리 와인은 빌려와서 한 번 다 읽고 지금 또 읽고 있습니다.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느낌이 좋습니다. 내년 목표 중 하나가 식물 기르기인만큼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보는 것도 있지요. 실제본이었으면 당장에 뜯었을텐데 참 아쉽습니다. 보고 있자면 작물재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드니까 자금을 좀 마련하고 볼 필요도 있겠네요.

마술사가 너무 많다는 제가 가진 책이 지금 수중에 없어서 도서관에서 다시 빌렸습니다. 역시 다아시경 멋져요! 근데 랜달 개릿으로 e-hon에서 검색했더니 마술사가 너무 많다 한 권만 뜨지 뭡니까. e-hon에서 검색 안되는 책이 꽤 있다는 건 알지만 추리소설들 중 잡히지 않는 것이 꽤 있나봅니다. 일본어로도 재미있게 읽힐 것 같아서 보려 했는데 말이죠...


최근에 읽은 다른 책들은 다음 글에 쓰겠습니다.^ㅁ^

강미영(사진은 천혜정), <혼자놀기>, 비아북, 2008, 12000원


링크가 알라딘으로 걸려 있는 것은 이 책의 출처 때문입니다. 이번엔 책 사진도 따로 찍었는데 미처 옮길 틈이 없었군요.

지난달 말인가에 티스토리에서 메일을 받았습니다. 내용인즉슨 알라딘 서재 블로거 서평단의 상설 블로거 서평단 모집을 앞두고 맛보기로 참여할 생각이 있냐는 것입니다. 맛보기로 하는 것이라 실제 서평단 활동처럼 활동하진 않아도 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홀랑 하겠다고 손 들고는 책을 받았습니다.
마침 받아든 책이 교보쪽 화제의 신간에 올라 있어서 뭔가하고 궁금해하던 참입니다. 관심을 두고 있던 책이 도착했으니 마구 웃으며 읽었는데 나중에 지은이 상세 정보를 보고는 뿜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오프에서만.^^;


혼자놀기라는 단어보다 익숙한 것은 시체놀이입니다. 이건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쯤 나온 단어로 기억하는데 완전히 늘어져 있는 팬더캐릭터(팬시로 나온)의 모습에서 시체놀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기억합니다. 실제 이 캐릭터 자체가 팬더의 시체에서 연상해 나온 캐릭터라고 해서 화제가 되었을겁니다. 그 당시 저와 제 친구가 좋아하는 놀이가 시체놀이-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서 굴러다니다가 일어나 컴퓨터를 하고, 혹은 책을 읽고-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놀이가 쉽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대개 이 시체놀이는 혼자 집에서 굴러다니며 하기 마련이니 혼자놀기의 발판은 이 때부터 다져져 있었습니다.
대학교 들어간 뒤에도 혼자놀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그야 연애를 한 적이 없으니 당연한 것이지요. 과 사람들이랑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더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때부터 동대문을 다니면서 만화책을 사모으고, 학교에서 교보까지 걸어간다든지, 교보에서 학교까지 걸어온다든지 하는 일도 자주 했으니 다른 사람들과 다닐 틈이 없었지요. 3-4학년 올라가면서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혼자 다녔습니다.
그래서 인지 저는 혼자 노는 것이 익숙합니다. 집에서 혼자 있으면 마비질을 하거나, 앞서의 글에 나오는 것처럼 상을 펴놓고 혼자서 이런 것 저런 것 많이 합니다. 아니면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에 들어가 딴 짓을 한다거나 하고요. 몇 년 전에 시리즈로 올렸던 홍대카페기행도 혼자 나디면서 사진 찍고 쓴 글입니다. 여럿이 다니면 이렇게 다양하게 다니지는 못하지요.

혼자 놀기는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혼자서 탐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도 그런 연장선에서 혼자 놀기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혼자놀기, 일상의 소소함과 재발견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한 번 읽어서는 맛이 안 날 책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처음 책을 붙잡고 읽으면서는 진도가 나가질 않아 투덜댔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없다라는 것이 감상이었는데, 아무래도 한 번 읽어서는 다 파악이 되지 않는 책이라 그런가봅니다. 한 번 읽고는 자신의 일상을 곰곰이 돌아보고, 또 한 번 읽고는 공감하며, 다시 읽으면서는 혼자 노는 방법들을 하나씩 정복하는 것이 이 책을 재미있게 보는 방법일겁니다. 세 번이나 읽을 시간이 없다면 한 번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혼자놀기법을 메모했다가 하나씩 따라해보면 됩니다. 그래서 저도 조만간 카페로 다시 놀러나가고 혼자 재봉틀을 돌리고 혼자 밥 먹으러 나가고 말입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혼자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습니다. TGIF의 공짜 샌드위치 쿠폰이 생겼는데 안 쓸 수 없다 싶어서 샌드위치 쿠폰에 디저트 하나를 시켜 바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혼자 책을 읽으면서 즐긴적이 있습니다. 술 마시러 혼자 간 적이 없는 것은 제가 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고 그보다는 다이어트 중이기 때문입니다. 혼자서 술 마신 적은 있지만 나가서 먹은 적은 없습니다.(그러니 집에서는 도전했다는 이야기)

처음 접했을 때는 작은탐닉과 비슷하게 가벼운 글을 보는 느낌이 아닐까 했는데 그것보다는 좀더 진한 맛이 납니다. 곰곰이 일상을 뒤집어 볼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요. 예전에 올린 적 있는 스즈키 도모코의 <스마일 데이즈>는 일상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 하고 있다면 이쪽은 본인의 일상을 이야기 하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따라 해볼까 싶은 생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러니 의도가 있다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군요.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취향에 따라 내용은 갈릴 수 있으니, 그냥 가볍게 기분전환 겸 보시는 것이 좋을겁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승리보다 소중한 것>, 문학수첩, 2008, 9800원


도서관 북트럭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이런 책도 있었구나 싶어 잽싸게 집어 들었습니다. 대강 훑어 보니 시드니 올림픽이 주제입니다. ... 응? 시드니 올림픽은 언제적 이야기? 떠올려보니 2000년의 일입니다. 지금이 2008년 마지막이니 한참 전인데 말입니다.
G에게 먼저 보라고 건네주었더니 몇 장 보다가 재미없다고 덮었답니다. 재미 없는 책을 먼저 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 어제 아침에 출근하면서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후, 오늘 아침, 오늘 오후 세 번에 걸쳐 홀랑 다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지루한가 싶었는데 책의 앞머리와 끝부분이 인터뷰와 수기(?)라서 그렇습니다. 그 부분을 넘어가고 나니 그 속 내용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출판사의 제의로 (내키지 않는) 시드니 올림픽 취재단으로 호주에 가면서 올림픽 기간 동안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쓴 수필입니다. 다른 하루키의 수필과 같은 수준이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웃음)
호주에 대한 여행기나 수필은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 책을 대신 읽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많습니다. 호주의 역사, 호주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볍지만 또 가볍지 않게 다루고 있습니다. 읽다 보면 어느 새 호주 이야기가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물론 하루키의 눈으로 본 호주이니 이걸 그대로 받아 들인다면 문제가 있겠지요.'ㅂ';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일본 선수단의 경기지만 그 중에서도 하루키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육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시드니의 성화 봉송의 최종 주자가 원주민 출신 선수라고 들었는데 금메달리스트는 아니었나봅니다. 오래전 일이라 호주 원주민(아보리지니였나요?) 출신이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는데 메달 획득 여부는 기억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성화 봉송 후에 꽤 말이 많았나봅니다. 전혀 몰랐습니다.; 시드니 올림픽이 어땠는지도 생각이 안납니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도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으니 올림픽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간에 하루키를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세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루키도 올림픽 관람 내내 투덜대고 있습니다. 올림픽은 좋아하지도 않고 볼 생각도 없었는데 어쩔 수 없이 끌려(?) 와서 이러고 있다고 말입니다. 마음에 없어서인지 이런 저런 사고도 많이 쳤군요.  하하.




엉뚱하게도 다 읽고 나면 카리야 테츠*가 부럽습니다.
 








* 카리야 테츠: 호주로 이민간 <맛의 달인> 스토리 작가
이번에도 몰아서 하다보니 책 권 수가 좀 많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것도 있고 여러 차례 읽어서 서지사항을 적지 않은 것도 있고요. 지금 읽고 있는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기 겸 수필이고 그 직전에 읽은 것은 신이현의 <알자스>입니다. 크리스마스 때 보면 딱인 책이라니까요. 알자스의 겨울은 역시 크리스마스를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덕분에 제과신이 살짝 어깨에 내려오셨습니다. 흑;

김연수, <여행할 권리>, 창비, 2008, 12000원
채다인, <나는 편의점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8800원
백희나, <구름빵>, 한솔교육, 2007, 8500원
박상희, <커피홀릭's 노트>, 예담, 2008, 12000원
가이도 다케루,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은행나무, 2008, 11000원
미야베 미유키, <레벨 7 상-하>, 북스피어, 2008, 각 9500원
임윤정, <카페 오사카 교토>, 황소자리, 2008, 12000원

권 수로는 8권이군요. 레벨 7이 상, 하로 나뉘어 있어 그렇습니다.


짧게 쓸 수 있는 것부터 하지요.
카페 오사카 교토는 이전에 카페 도쿄를 쓴 작가가 도쿄에 있을 때 잠시 다녀온 오사카, 교토의 카페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책을 내기 전 조사차 다녀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책 속에도 나오지만 도쿄쪽보다는 오사카나 교토 카페 분위기가 조금 더 독특합니다. 요즘 생기는 홍대 카페 분위기가 이런 주제를 따라가려고 한다는 생각인데, 커피 맛 자체보다는 분위기에 승부한다는 느낌? 하지만 각각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는 점에서는 오사카나 교토의 카페가 나아 보입니다. 홍대 카페들 중에서 자신만의 주제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 곳은 몇 군데 안된다고 생각해서 그런겁니다. 요즘이야 홍대 카페를 들어갈 일이 거의 없으니 확신은 못합니다. 하지만 마포 도서관 근처의 카페 무리는 비슷비슷하게 보이거든요. 너무 몰려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관서를 여행하기 전에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지만, 지나치게 몰두하지는 마세요. 자칫하면 여기 나온 카페들을 모두 찍어보겠다라는 만용을 부릴지도 모릅니다. 하핫.

여행할 권리를 읽고 난 감상은 왜 이 책이 그렇게 도서관에서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온지는 꽤 되었는데 이상하게 예약자가 많은 책이거든요. 예약 시도를 했다가 포기하고는 다른 경로로 구해 읽었습니다. 하지만 글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렸습니다. 빠리라든지 토오꾜오 등의 표기가 낯설어서 글에 몰두하는 것에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소설가가 쓴 여행기다보니 글은 꽤 잘 읽힙니다. 여행도 보통은 주제가 있는 여행으로 다니기 때문에 재미있었고요. 도쿄 여행기는 이상의 생애와 연결해서 글이 흘러가는데 이상의 삶이 이랬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그냥 날개의 기둥서방 이미지만 강했거든요.;
다른 것보다 소설가 모임에서 보인 뻔뻔한(...)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부분은 꼭 읽어보세요.

구름빵은 강력 추천작. 우울할 때 보면 좋은 그림책입니다. 내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일러스트가 재미있습니다. 길이도 짧고 하니 서점에서 휘릭 넘겨보셔도 됩니다. 보고 나면 사고 싶어질지도 모르니 그 부분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저도 구입 예정 목록에 넣어 두었습니다.

편의점 탐닉은 무난무난합니다. 편의점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른 곳은 별 문제가 없지만 걸리는 부분이 딱 한 군데 있더군요. 블로그에서라면 그렇게 표현해도 무리가 없지만 책으로 나왔을 때는 한 줄 빼도 괜찮았을건데 말입니다. 작은 탐닉이라는 시리즈 제목에 잘 맞는 책이란 생각입니다. 

커피홀릭의 노트는 처음 읽을 때와 나중에 다시 생각했을 때의 느낌이 확 다른 책이었습니다. 처음에 읽기 시작했을 때는 글에 집중이 되지 않아서 불평했는데 뒷부분으로 갈 수록 집중도는 높아집니다. 아마도 제가 커피에 대한 기본 지식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앞부분에는 그다지 집중을 못했고 뒷부분의 특이한 커피용구들을 보고는 홀딱 반해서 그랬을 겁니다.
책의 가독성이 낮은 편인 것은 삽화 때문입니다. 책의 절반 가까이 삽화가 들어가 있는데(삽화 비율이 40% 가량) 문제는 삽화에 들어간 설명이 필기체 영어라는 겁니다. 캘리그라피처럼 장식 글자이기도 해서 도저히 알아볼 수 없습니다. 작가가 영국 유학을 다녀온 것도 필기체 영어를 쓴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데 커피에 지식이 조금 있으니 그나마 몇 개는 알아보았지만 나머지는 철자를 몰라봤습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익숙한' 그림체라는 것도 반감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도 가격 대 성능비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커피용구들을 다양하게 소개해서 커피 입문서로도 나쁘지 않고요. 살지 말지는 조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걸 사면 커피 지름신이 확 내려올 것 같아 무섭습니다.

레벨 7은 교보에서 처음에 보았던 리뷰를 보고 상상한 내용과 실제 내용에 굉장한 거리감이 느껴져 읽으면서 당황했습니다. 이 때는 또 묘하게 미야베 미유키의 책이 안 땡겨서 놔두고 있다가 대충 대충 건너 뛰면서 반납하기 직전에 다 읽었습니다. 읽은 뒤의 느낌은 꽤 좋았습니다. 어제 또 온다 리쿠의 책을 빌려서 다시 보고 있는데 온다 리쿠는 읽고 나면 입맛이 씁니다. 미미 여사 쪽은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니 훨씬 취향인 거죠.
실험적인 형식이나 그런 것은 등장하지 않지만 딱 추리 소설 느낌에 맞춰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미미여사 책 답게 사회문제도 섞여 있으니 생각하며 읽어봅시다.(음?)

다음은 마리아 불임클리닉의 부활.
처음에 가이도 다케루의 책이 또 나왔다고 해서 같은 출판사에서 냈나 했더니 아니었습니다. 은행나무에서 나왔군요. 일본 소설이 한창 쏟아지던 때 은행나무에서도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요즘 읽은 책들 중에는 은행나무에서 나온 책이 없었나 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보고 있자면 한국의 출산 정책이 어디부터 잘못 되었는지 빤히 들여다 보입니다. 일본 이야기지만 일본의 저출산보다 한국의 저출산이 훨씬 시급한 문제라고 봅니다. 한국의 저출산은 다른 쪽의 문제가 크기도 하지만 그래도 리에가 말하는 출산 대책이 머리 굳어 있는 후생성 공무원들의 정책보다 훨씬 낫다고 봅니다. 하도 출산인구가 줄어서 한국도 산부인과들이 폐업하기 직전이 아닐까 싶은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조산원 문제도 있군요. 한국에서는 조산원도 완전히 없어졌지요? 아기를 받는 것은 경험많은 조산원과 의사의 합작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더 재미있었습니다.
냉혈이든 냉철이든 얼음이든 하여간 멋진 의사선생님 밑에서 저도 생물학 수업 받고 싶어요.;ㅂ;



書목록을 보니 12일이 마지막으로 글 올린 날입니다. 그 동안 읽은 책들을 쭉 뽑아보니 대강 이정도로군요.

와카타케 나나미,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북폴리오, 권영주 옮김, 2007, 9500원
김정은, <내가 사랑한 뉴욕 나를 사랑한 뉴욕>, 예담, 2007, 11000원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낭만동화집 1>, 이룸, 차경아 외 옮김, 2006, 15000원 
이어령, <우리문화박물지>, 디자인하우스, 2007, 13000원
에릭 메이슬, <보헤미안의 파리>, 북노마드, 노지양 옮김, 2008, 11000원
제환정, <뉴욕 다이어리>, 시공사, 2007, 13000원
아사쿠라 다쿠야, <4일간의 기적>, 한스미디어, 김난주 옮김, 10000원
온다 리쿠, <메이즈>, 노블마인, 박수지 옮김, 2008, 10000원
아사다 지로, <월하의 연인>, 지식여행, 2007, 9900원
노다 마사아키, <전쟁과 인간>, 길, 서혜영 옮김, 2000, 15000원



일단 읽었음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부터 적지요. <뉴욕 다이어리>. 며칠 전에 읽은 책인데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거참 신기합니다. 보다가 엉뚱하게 예전에 읽은 뉴욕 체류기가 떠올라서 도서관에서 다시 <내가 사랑한 뉴욕 나를 사랑한 뉴욕>을 빌려왔다는 것 외엔 남는 것이 없군요. 유행에 따라 나온 그저 그런 뉴욕 여행기였나봅니다. 강렬한 기억이 없군요. <내가 사랑한~>은 뉴욕 체류기나 일본 체류기 등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도 재미있게 읽어서 이번에도 다시 빌려 보았건만 두 번 보아도 재미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체류기라는 것이 무섭습니다. 덕분에 일본 장기 여행 준비를 다시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으니까요. 이전에 부었던 것은 펀드라 지금 원금을 삐~% 깎아 먹은 덕분에 손을 못댑니다. 이번엔 적금으로 넣어야할까요.



그다음으로 기억이 없는 것은 <월하의 연인>. 아사다 지로 특유의 괴이한 이야기 모음집입니다. 보고 나면 뒤끝이 안 좋은데도 빌릴 책이 없으면 빌려오게 된다니까요.=_=



<메이즈>는 솔직히 재미 없었습니다. <클레오파트라의 꿈>은 그래도 여행기, 체류기 비슷해서 H시-보면 어딘지 다 압니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메이즈는 시작부터가 공포물이고 배경도 아프가니스탄 그 안쪽 어딘가로 잡혀 있어서 갈 수 없지요. 아, 아프가니스탄하니까 자동 연상으로 훈자가 떠오르는데 말입니다. 훈자도 언젠가 가보고 싶습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배경이 되었다는 파키스탄 지방이지요.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는 무서운 지역이긴 하지만 그게 또 매력이지 않습니까. 공포물이라거나 위험지대라 그런 것이 아니라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다는 의미입니다. 눌러 앉게 된다는 거죠.
이것도 추리이긴 한데 마음에 들었던 누구의 행방이 묘연해지는 바람에 입맛(?)을 잃었습니다. 거기에 온다 리쿠 특유의 씁쓸한 엔딩이라 더 그랬지요. 저는 <클레오파트라의 꿈>을 먼저 보고 <메이즈>를 나중에 보았는데 G는 순서대로 <메이즈> 먼저, <클레오~>를 나중에 봤습니다. <클레오파트라의 꿈>을 보고 나더니 온다 리쿠 소설 중에서 깔끔하게 끝나는 소설도 있었냐고 하더군요. 그 직전에 읽었던 온다 리쿠 책이 <구형의 계절>이라 열린 결말에 질려서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나 합니다.



<우리문화 박물지>는 그럭저럭. 최근 일본 소설만 읽어서 제게 부족해 있던 한국 문화 영양소를 공급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도 좀 확대해석의 기미가 보입니다.;;
이 책은 다른 것보다 외국인들에게 선물로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ㅂ' 번역하기는 힘들겠지만 한국어 공부 겸 한국 문화의 키워드를 보여주는 책으로 말입니다. 책 편집도 깔끔하고 각각의 소재에 대한 글도 짧으니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에게 괜찮지 않을까요.



<낭만동화집 1>은 도서관에서 보고 덥석 집은 책인데 독일 낭만주의 소설 모음입니다. 책이 두껍고 하드커버라는 것을 생각하면 15000원이라는 가격이 싸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몇 군데 번역의 오류가 보인다는 점, 읽다가 졸았다는 점, 그리고 흔히 생각하는 로맨틱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 걸립니다. gnome을 그놈이라고 했더라고요. g는 묵음인데 생각을 못했나봅니다.
낭만동화라길래 행복한 결말을 주로 생각했는데 내용의 절반 이상은 불행한 결말입니다. 로맨틱하고 핑크빛이 만발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니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운디네를 포함해 그 때쯤의 소설들을 여럿 볼 수 있다는 건 좋았습니다. 2권을 빌릴지는 조금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단편 연작집에 가깝습니다. 이 책은 사보 편집자가 한 달에 한 번씩 단편소설을 연재해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글로 시작해서는 소설가가 편집자에게 고백하는 편지로 끝이 납니다. 달마다 연재하는 소설이 이 책에 실려 있는데요 각 장의 앞에는 그 달의 사보 목차가 올라와 있습니다. 철저하게 설정을 한 겁니다. 거기에 사보에 연재되는 소설이다보니 계절감도 충실하고요. 일상생활의 미스터리지만 맨 마지막에 뒤통수를 가격 당하면 흐물흐물 늘어지게 됩니다. 평범한 이야기다보니 맨 마지막의 반전도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나올 줄 몰랐습니다. 아마 아이쭈님 취향에 맞을겁니다. 후후후후후~



<4일간의 기적>도 재미있습니다. 어느 전직(?) 피아니스트와 정신지체 소녀가 같이 다니면서 봉사활동으로 피아노 연주를 하는데요 피아노 연주를 하러 가는 4일동안에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내용을 다 소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이 작지만 두꺼워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습니다. 4일간의 이야기가 충실하게 들어오면서 그 사이사이에 과거의 기억, 과거의 사건도 함께 다룹니다. 그리고 희망적인 장면으로 끝이 나기 때문에 읽고 나면 뿌듯합니다. <눈의 야화>, <새틀라이트 크루즈>도 괜찮았다 생각했는데 <4일간의 기적>도 재미있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볼만한 책들입니다.



<전쟁과 인간>은 이 목록에서 가장 안 어울리지 않나합니다. 종전 후, 일본의 어느 정신과 의사가 전쟁에 나갔다 살아 돌아온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쟁 기억을 모아봅니다. 독일에서 유태인 생존자의 증언을 모으는 것, 그리고 독일의 전후 처리과정을 보고는 마음이 움직여 시작한 겁니다. 왜 일본 사람들은 전쟁 기간 동안 저지른 일에 대해 죄책감이 없는 것인가에 대해 알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작가의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나온지 오래된 책이고 한국이나 동남아시아보다는 중국, 만주 쪽에서 활동한 전범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처음 보는 이야기도 많아서 당황했습니다. 비위가 약한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읽고 나면 분노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으니 옆에 심신정화용으로 다른 만화책이나 책을 가져다 두고 읽으세요. 읽고 나면 일본 물품에 대한 지름신이 잠시간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니 지름신 제어책으로도 유용합니다.;;



<보헤미안의 파리>는 예전에 읽었던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작가입니다. 파리를 중심으로 한 글쓰기 이야기고요. 앞서의 샌프란시스코와 닮아 있습니다. 파리에 대해서 작가를 위해 열린 공간, 일단 질러(?)놓고 보자고 들어와서 꾸준히 하면 기회는 많다고 하는군요. 다른 무엇보다 아침 저녁으로 A4한 장씩 글을 쓴다면 1년 안에 책 한 권을 만들 분량이 나온다는 것은 감명 깊었습니다. 그냥 체류기나 여행기로 보기보다는 작가지망생에게 말하는 글쓰기 준비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괜찮게 읽었습니다.

책 읽은 것들 정리하기가 정말 싫어서 그냥 한 번에 몰아 쓰렵니다. 요 며칠 지뢰를 계속 밟아서 그런가봅니다.

온다 리쿠, <금지된 낙원>
온다 리쿠, <구형의 계절>
우에다 아키나리, <우게쓰 이야기>
아사다 지로,<월하의 연인>
카리야 테츠,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특강 1-2>
케이트 케리건,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데이비드 제롤드, <화성아이 지구 입양기>
여성건축기술자회, <행복을 연출하는 다이닝 & 키친>
아사쿠라 다쿠야, <눈의 야화>
모리오카 히로유키, <달과 어둠의 전기>
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제프리 초서, <켄터베리 이야기>


음, 이것말고도 또 있었던 것 같은데 나머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그러니 넘어가고.

달과 어둠의 전기. 읽다가 던져버리고 싶은 것을 참고, 끝까지 가보자 싶어서 읽었는데 읽고 난 뒤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뒷 권이나 관련 시리즈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제 취향에는 전혀 맞지 않더군요. 영감은 있으나 능력은 없는 10대의 방약무인한 소년이 무전취식을 노리면서 사기를 치려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퇴치할 능력도 없으면서 퇴치하겠다고 한 것이 사기 치는 것이지 뭡니까. 하여간 도서관에서 망설이다가 집어 들어 피본 경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달과 어둠의 전기보다 더 지독했던 것이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입니다. 이건 읽다가 던졌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그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 앞에 몇 장 읽어보고는 더 읽다가는 속 터지겠다 싶어 반납했습니다. 뉴욕에서 잘 나가는 어느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충동적으로 결혼하고는 그에 대해 후회를 할까 마음 편히 살까 고민하는 이야기인데 외할머니의 이야기와 번갈아 가며 진행됩니다. 앞 부분만 읽고는 도저히 공감이 안가서 읽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레시피라도 잔뜩 있을까 싶었는데 각 장 앞에 하나씩 소개 되어 있어 5-6개 남짓만 있더군요.
느낌은 할리퀸 로맨스의 뒷 이야기랄까..? 공주님과 왕자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니라 결혼해서 이렇게 마음 고생하고 있습니다.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 두 권도 그럭저럭 읽을만 했지만 제 취향은 아닙니다. 앞부분은 해당 도시를 배경으로한 소설, 뒤는 사진 위주입니다. 짤막한 에세이 같은 것도 있는데 전 에세이 쪽이 더 좋더군요. 그러고 보니 김영하는 소설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네요. 예전에 랄랄라 하우스만 빌려 읽었던가요.

아사다 지로는 프리즌 호텔만 좋은가봅니다. 특히 몽환적이고 알 수 없는 단편집들은 정말 책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손 대지만 읽고 나서는 항상 후회합니다. 사고루 기담은 그럭저럭이었지만 아야시~는 뒤끝이 안 좋았고 월하의 연인은 쓰다가 만 것 같은 느낌의 단편이 몇 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중이긴 한데 다 읽는다 해도 평이 올라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서해문집에서 나온 것인데 책 판형이나 글씨 크기, 편집, 그림 등은 다 마음에 들었지만 캔터베리 이야기 자체는 재미없었습니다.

아사쿠라 다쿠야의 눈의 야화는 이전에 새틀라이트 크루즈를 괜찮게 봐서 빌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미묘. 책이 두껍지만 안 읽히는 책은 아닌데 몇 군데서 묘하게 늘어집니다. 특정 부분의 묘사, 주인공의 심리적 독백 같은 곳이 지나치게 길어서 소설의 맥을 가늘게 만듭니다. 요약하자면 별 생각 없이 미술을 시작했다가 꽤 잘나가던 주인공이 좌절하고 다시 손대기까지의 이야기인데, 거기에 눈과 관련된 설화가 하나 들어가 있습니다. 무난하게 볼만하지만 중간에 그 늘어지는 부분에서 지겨워질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답답한 성격입니다. 무심에 소심을 더하면 이런 성격일거예요.;

행복을 연출하는 다이닝 & 키친은 일본에서 나온 책을 번역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상황과 다른 부분도 많고요. 한국은 아파트를 선호하는데다 단독주택도 한 집에서 오래 사는 경우가 드문데, 일본은 아파트나 빌라보다도 정원 가꾸기가 가능한 단독주택을 선호하는지 단독주택에 대한 개조 사례가 많습니다. 그것도 오래된 집에 대한 개축이 많더군요. 제목에서 나오는 것처럼 주로 거실과 부엌을 개조하기 때문에 이쪽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세요.
부엌을 배치할 때 햇살이 잘 들거나 전망이 좋은 곳에 둔다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게쓰 이야기는 에도 시대에 나온 유명한 설화문학이랍니다. 신간을 둘러보다가 내용 소개에 흥미가 끌려서 도서관에 주문해 빌려다 보았습니다. 내용은 그럭저럭 괜찮군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이야기가 많은데 각 이야기의 뒤에 실려 있는 해설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에도 시대의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하지만 많이 기대는 하지 마세요. 요재지이였나, 하여간 그런 류의 이야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특강은 맛의 달인 스토리 작가인 카리야 테츠가 쓴 책입니다. 맛의 달인을 쓰기 위해 취재하는 동안 일어난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 작가 성격이 나쁘다는 것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엊그제 초록불님이 편집자와 작가의 차이는 자뻑기질 차이라고 했는데 이걸 떠올리면 금방 납득하실 수 있습니다. 정말 제 멋에 사는 작가예요.
맛의 달인에 등장하는 여러 음식 그림들과 함께 먹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1권은 주로 음식 재료와 관련된 이야기가, 2권은 프랑스 요리, 이탈리아 요리 등 국가별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가별 요리라고는 해도 프랑스 요리 때는 푸와그라 이야기가 나오는 등 재료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가 두서 없이 늘어 놓는 음식 이야기이니 그런 걸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세요. 맛의 달인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두말없이 추천합니다. 읽고 있자면 카이바라(번역판에서는 우미하라. 카이바라라고 읽는 것이 맞답니다)나 지로의 나쁜 성격이 어디서 나왔는지 단번에 아실겁니다.

화성아이 지구 입양기는 어느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독신으로 살아오던 어느 작가가 문득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온갖 문제아로 낙인 찍힌 아이를 데려오겠다고 결심하는데, 이 아이는 자신이 화성인이고 언젠가 화성인들이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아이가 화성인에서 지구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주 내용입니다. 이게 순위가 높은 것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작가가 스타트랙 작가라고 해서 홀랑 낚였거든요. 이 책을 읽기 직전에 Happy SF를 봤고, 그래서 여러 SF 소설에 구미가 당기던 차에 별 생각 없이 빌린 책이 SF 작가가 쓴 책인겁니다. 그것만 해도 우연의 일치라 할텐데 번역자는 Happy SF 2호에 실린 단편의 작가였습니다.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같은 분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SF관련 여러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책은 작고 얇지만 여운도 그렇고 느낌도 좋았습니다. 가볍게 읽을 만한 책입니다.

마지막이 온다 리쿠의 금지된 낙원과 구형의 계절인데, 사실 둘다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구형의 계절은 처음 시작은 도시괴담이더니 어느 순간 판타지 소설로 넘어가더군요. 아이쭈님이 네크로폴리스랑 구형의 계절을 보다가 맨 마지막 부분에서 화냈다 하시던데 이해가 갑니다. 구형의 계절보다는 네크로폴리스가 조금 더 낫긴 합니다. 구형의 계절은 60%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이야기가 왜 이리 전개되는지, 엉뚱하게 마구 흘러버립니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나 여섯 번째 사요코에서처럼 학원물을 기대했는데 뒤통수를 퍽 맞은 느낌일까요. 열린 엔딩이라 더 그렇습니다.
캐릭터들은 마음에 들지만 내용은 마음에 안듭니다.
금지된 낙원도 막판 뒤집기에서 빈대떡을 홀랑 다 태워먹은 느낌입니다. 긴장감을 잘 조성하면서 공포물로 나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오컬트가 됩니다. 두 사람이 막판 뒤집기를 할 거란건 알았지만 그쪽이 막판 뒤집기를 한 것은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흐린다 싶었고, 다른 한 쪽은 최종보스 치고는 너무 약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디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엘프가 매그넘샷 한 발에 글라스기브넨을 날려버린 듯한 느낌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묵혀둔 책이 몇 권 안 남았는데 이것 다 읽고 나서 뭘 보나 싶습니다.ㅠ_ㅠ

         

온다 리쿠, <네크로폴리스 1-2>, 문학동네, 2008, 12000원
<클레오파트라의 꿈>, 노블마인, 2008, 10000원
<구형의 계절>,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10000원


어쩌다보니 온다 리쿠의 책을 몰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네크로폴리스. 두 권을 몰입해 읽고 나서는 간만에 재미있게 봤다고 흥분하다가 도서관에 클레오파트라의 꿈이 들어온 것을 봤습니다. 이게 시리즈였다는 것은 기억하는데 몇 번째 편인지도 가물가물해서 일단 빌려놓고 보자는 생각에 빌렸습니다. 꽤 재미있게 보고 나서는 이번엔 구형의 계절이 서가에 꽂힌 것을 봅니다. 이쪽은 조금 망설였다가 빌려서 보게되었습니다. 사실 다른 읽을 책이 있었다면 구형의 계절은 손을 대지 않았을건데 묘하게 요즘에는 읽을 책이 없더군요. 재탕을 하느니 도전을 하겠다 싶어 반신반의하는 기분으로 빌렸습니다.


구형의 계절은 초기작품입니다. 느낌은 여섯번째 사요코와 가장 닮아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도시전설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더니 뒤로 갈 수록 이야기가 붕 뜹니다. 앞과 뒤의 괴리감이랄까요. 기대하던 방향에서 책이 멀어지면서 불만족스럽게 결말을 맞았습니다. 여섯번째 사요코처럼 남녀 고등학생들의 치열한 이야기(?)를 보신다면 좋지만 뒷부분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다는 것은 알아두세요.;
아참. 덧붙이면 번역이 어긋난 부분이 한 곳 있습니다. 밀크빵.................. 나우시카에 대한 주석을 엉뚱하게 달았던 무라카미 류의 수필집 못지 않게 강렬했습니다. 한 동안 잊지 못할겁니다.


클레오파트라의 꿈은 간바라 메구미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인 메이즈는 예약 신청했는데 아직 들어오려면 멀었나봅니다.
앞 권을 예약할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메구미란 캐릭터가 상당히 독특하군요. 그러니까 조인성 같은 외모를 가진 남자가 여자말투를 쓴다는 설정인가본데 한국은 여자말투와 남자말투가 나뉘어 있지 않으니 그 느낌을 상상할 수 없지만 이걸 여성스러운 말투를 쓴다로 살짝 바꿔보면 닭살이 오도독 돋습니다. 대체적으로 번역은 무난한데 몇 군데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지금 책이 옆에 없어서 집어내지는 못하지만 그렇더군요. 여성스러운 말투로 바꾸다보니 말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요.
이 책은 스토리의 전개보다는 캐릭터로 승부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 정도로 메구미나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미지가 강렬합니다.


네크로폴리스는 엔딩부분만 아니면 구입을 심각하게 고려했을 겁니다. 결말이 취향이 아니긴 한데 전체 흐름이나 설정은 굉장히 취향입니다. 끝맺음이 걸려서 그런 것이지만 설정도 그렇고 두께도 그렇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1-2권으로 나뉘어 있음에도 상당히 두꺼운데다 페이지당 글도 굉장히 많습니다. 가격 대 성능비가 좋다고 할까요. 읽는 맛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구입 예정 목록 상위에 올라 있습니다. 계속 밀릴 가능성도 있지만, 읽는 재미가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자금 여유가 생기면 바로 구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너스 트랙보다는 한 단계 아래지만..

재미있게 본 순서는 감상 쓴 순서의 반대입니다. -ㅂ-



하여간 책 살 돈 좀 넉넉하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달 유가환급금 나오면 그걸로 좀 질러볼까요.;ㅂ;


조은희, 오사다 사치코, <차 한 잔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이른아침, 2008, 18000원
박현신, <나는 허브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8800원


리뷰 쓰는 것을 더이상 미루면 아예 잊어버릴 것 같아 날림으로라도 쓰렵니다.-_-;

양 책 모두 괜찮았습니다. 차 한 잔~은 예전에 리뷰를 올렸던 <사치코의 일본차 이야기> 작가와 조은희씨가 함께 쓴 책입니다. 세계 각지의 차 마시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고, 상당수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곳이라 재미있었습니다. 터키나 인도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베트남, 라오스 등의 동남아시아 지역, 그리고 티벳을 비롯한 낯선 곳에서의 차 마사기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깊게 다룰 수 없으니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비판적인 태도로 책을 보게 되긴 합니다. 모르는 지역에 대한 정보니까 100% 신뢰는 하지 않는달까요.
용어의 통일 문제도 조금 걸렸습니다. 한국어 표기법으로는 짜이가 아니라 차이가 맞습니다. 각 지역마다 발음의 강도 차이가 있으니 차이라 실제 부르는 곳과 짜이라 부르는 곳이 다를텐데 말이죠. 뭐, 차를 부르는 이름은 비슷하니 읽을 때마다 조금 헷갈리기도 합니다.

허브 탐닉은 구입목록에 올려두었습니다. 쿠켄에 꽤 오랫동안 허브 기사를 연재했던 박현신씨가 작은 탐닉 시리즈로 책을 낸다는 것을 알고 나선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거든요. 과연 내용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러 허브 이야기와 그걸 재료로 한 다양한 음식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몇몇 사진들은 눈에 익은 걸로 보아 쿠켄에서 썼던 사진을 다시 게재한 듯합니다.
조만간 구입할테니-마일즈와 같이 올렸습니다;-구입하면 생협 번개 때 들고 나가겠습니다.^ㅁ^



노무라 미즈키, <문학소녀와 더럽혀진 천사>, 학산문화사, 2008, 5800원

이글루스 밸리에서 '문학소녀' 시리즈가 일본에서 완결났다는 것을 보고 굉장히 기뻐했습니다. 그리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4권을 보고 있었는데...

혹시라는 생각이 들어 e-hon을 검색했더니 문학소녀는 전 시리즈가 8권입니다. 최근권이 8번째 책이더라고요. 한국에서는 4권까지만 나와 있고 말입니다. 아직 4권이 더 남았습니다. 5권이 완결일 거라는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다음권부터는 구입해서 보겠다고 생각했는데 완결권 나올 때까지 봉인을 할지 말지 고민입니다. 토오코가 1권에서는 2학년, 4권에서는 수험생(그것도 시험이 코앞)입니다. 그렇다면 재수생일 될 것인가 대학생이 될 것인가가 문제?; 4권 분위기 봐서는 재수생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걸요. 등급 E라니 말입니다. 게다가 마지막 모의고사는 후배가 신경쓰여서 땡땡이 쳤답니다. 으허허허;

나나세 같은 타입은 제가 질색하고 있는데다 문학부원 커플을 밀고 있으니 엔딩이 어떻게 날지 궁금합니다. 올해 안에 완결권까지 나오는 것은 무리고, 내년까지 꼬박 모으면 되겠지요. 하여간 꽂아둘 곳을 찾아봐야겠습니다.-ㅂ-;;

마스터님께 빌린 Happy SF 2호를 보다가 문득 생각난 것들을 모아 적습니다.
「국내 출판된 SF에 대한 모든 것!」을 읽다가 생긴 궁금증들인데, 주로 제가 어렸을 때 읽었던 책들에 대한 것입니다.

1. 진 아울이었나. <석기시대의 아울라>는 목록에 안 보이는군요. 소개된 다른 작품들을 볼 때 이것도 있을 법 한데, 제가 본 부분까지는 없는 것인지 아니면 실리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동서문화사에서 <100만년 **>라는 시리즈로 6권 모두 소개되었습니다. 그 뒤 1992년에 정신세계사에서 <석기 시대의 여자 아일라>라는 제목으로 출간했습니다. 지진으로 부족을 모두 잃은 크로마뇽인 고아소녀가 네안데르탈인에게 받아들여진 뒤의 일을 모은 것인데요, 지금 생각하면 내용인 좀 ... ... 그렇습니다. 양쪽의 생활상에 대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진대, 네안데르탈인 쪽의 생활이나 문화에 대해 편견을 가지도록 만들었달까요.
---
앗, 있습니다. 330쪽에 나와 있군요.+ㅁ+ 하지만 내용 소개가 마음에 안듭니다.


2. 무슨 문고였는지도 잊었지만 애들용 문고로, 붉은 색 책등에다 앞 표지는 수채화도 유화도 아닌 어정쩡한 그림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지구 최후의 날>이란 제목이었다고 기억하고요. 딥 임팩트와 유사하게 행성 두 개가 지구로 돌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뒤의 일입니다. 사람들은 대 패닉을 일으키고 그 중 일부 사람들은 지구를 탈출하기 위한 로켓을 만듭니다. 행성 중 하나는 지구를 치고 지나가지만 다른 하나는 그 와중에 태양계의 중력에 이끌려 지구의 자리를 대신 차지할테니 거기로 갈아타면(...)된다는 거였지요. 엔딩이 조금 뜨악-건너간 행성에서 토끼 비슷한 것을 잡아, 이걸로 파티하자~는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했던 것 빼고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3. 그것도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전집이었나요? 도서관에서 본 거였는데 20권은 넘었다고 기억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또 다른 전집은 추리소설이었는데 아주 흡족하게 다 빌려다보았습니다. 거기에 한국에는 정식 발매되지 않은 추리소설이 대거 끼어 있었거든요. 낸시 드류였던가, 지경사에서 <서커스 소녀의 비밀>이라는 책 달랑 한 권만 내 준 그 쥬브나일 추리소설이 있었던 겁니다. 그런 류의 추리소설이 대거 들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구할 수도 없을테고 다시 본다 한들 재미없다 할 것 같아서 다시 정식 발매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흑흑.
아, 본론은 그게 아니라..
같은 세트로 나온 것 같은 SF 전집도 있었는데요, 거기에서 기억에 남는 소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이 목록에도 있을 거라 생각은 하는데 정확하게 어떤 건지 감이 안 잡히는군요. 삶이 무료해서 차를 몰고 가다가 절벽으로 떨어져서 자살을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는 미래입니다. 그리고 이 몸이 내 몸이 아닌겁니다. 자기의 혼이 다른 사람의 몸을 꿰어 차고 들어가 있었고 그게 모종의 실험 결과였다는 겁니다. 결말 부분만 확실하게 기억하는데, 몸을 빼앗긴 사람에게 자신의 몸을 돌려주던가 하고 자기는 비서인가 누군가, 하여간 여자랑 함께 하늘나라로 올라갑니다. 아니, 말 그대로 몸을 떠나 죽은거예요.;;

4. 옛날 옛적 완전학습이라는 문제지가 있었습니다. 이달학습과 완전학습 둘다 좋아했는데 편집은 완전학습쪽이 취향이었습니다. 어쨌건, 완전학습에 연재되던 SF 소설이 있었는데 이게 한국작가가 쓴 건지 외국작가의 작품을 번역한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기억에 남아 있는 삽화를 떠올리자면 일본쪽에서 들여온게 아닌가 하는데 말입니다. 주인공 여자애가 입고 있는 치마가 무릎 위 20cm... (응?)
내용이 타임패트롤 쪽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시간을 종횡무진 움직이면서 얼굴은 20면상처럼 알려지지 않은 어느 괴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주인공의 아버지는 형사였고요. 주인공도 몸캐릭터-가나와 비슷한 타입이었을테니, 따지고보면 QED와 조금 닮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5. 나이트 폴도 있군요. 이것도 어렸을 적에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는데 꽤 인상깊었습니다. 그 때 이걸 빌린 이유가... 추리소설이 읽고 싶은데 도서관에 있는 웬만한 건 다 읽었고, 그래서 그럴듯한 다른 소설을 찾다가 발견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설정 때문에 그랬는지 마비노기를 시작할 당시에 달이 두 개 뜨는 것을 보고는 나이트 폴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6. 핵전쟁 후의 이야기에 다룬 소설도 예전에 한 권 읽은 것이 있습니다. 배경은 독일이었다고 기억하고요. 주인공은 누나와 부모님이 있는 4인 가족. 어느 날 가족 모두가 차를 타고 할머니 댁에 가는 도중 갑자기 이상한 폭풍을 맞습니다. 폭풍으로 인해 차는 완전히 망가지고 주변은 폐허가 됩니다. 할머니 댁이 더 가까워서 그쪽으로 걸어가는 도중 어머니는 여동생을 사산하고 사망, 간신히 할머니 댁에 도착했으나 할머니는 핵폭탄이 떨어진 뮌헨에 일이 있어 가 계셨기 때문에 생사 불명이고, 그 집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정확한 상황은 나오지 않지만 그저 뮌헨에 핵폭탄이 떨어졌고 그 때문에 독일 사람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는 설정인듯 합니다. 누나도 핵폭풍을 정면으로 맞았기 때문에 백혈병으로 사망합니다. 결국 살아 남은 것은 아버지와 아들뿐이었지요. 폭탄이 떨어진 이후 몇 년간이나 어렵게 살아가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간다, 희망은 있다는 내용입니다. 장면 묘사는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원폭보다는 체르노빌 사태를 참고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쨌건 제목이 기억 안납니다...;


7. 응? <세상의 모든 딸들> 3권이 야난의 아들 이야기였나요? 1-2권과는 완전히 다른, 외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말입니다.
지금 교보에서 검색해보니 제 기억이 맞나봅니다. 1-2권은 야난의 이야기, 3권은 야난의 부족(아니 혈족이라고 해야하나..)과 관계가 있고 야난과도 간접적인 인연이 있는 남자아이가 주인공입니다. 양쪽 이야기 모두 결말이 취향이 아니어서 기억하고 있었지요.


8. <전갈의 아이> 내용 소개가 왜 저래요! 입에서 불을 뿜고 싶은 심정입니다. 흑흑흑.. 저것만 두고 보면 온유한 감정 교류 작품으로 보이지만 실제 읽어보면 처절한 자아성찰 및 성장소설이라고요.


9. 으허허. <스핑크스의 저주>도 소개되었군요. 고등학교 때 추리소설이 읽고 싶은데 하도 읽을 것이 없어서 손 댔다가 좌절했던 작품인데 말입니다. 그 때는 셜록 홈즈 완역판이란 것도 없었습니다.-_-y~


10. 초등학교 다닐 때 말입니다, 방학 때만 되면 위쪽에서 내려온 과학 소설과 과학 관련 무슨 서적들을 팔았습니다. 사이즈가 B5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리 두껍지 않았습니다. 방학 동안 과학에 대한 관심을 키우라는 이유였겠지요. 지금에 비하면 천양지차? 과학을 그렇게 강조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여간 그 때 <앞으로 30년>, <앞으로 50년> 등의 꽤 재미있는 미래 예측 책들도 봤습니다. 기억나는 것 중에는 앞으로 30년 내에 "배양 용기에 담긴 고기 세포를 집에 가져가 배양 해서 고기를 먹게 될 것이다"는 것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미친듯이 웃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로군요. 앞으로 12년 남았습니다.
거기에 추가로 SF 소설도 있었습니다. 위의 목록에서 본 기억은 없는데 대강 훑어봐서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절대 없을리 없거든요.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홈즈-왓슨처럼 세트입니다. 왓슨에 해당되는 쪽은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로, 키가 조금 작고 땅딸막하며 성격이 조금 나쁩니다. 주인공은 엄친아였다고 기억하는데, 그것도 일반적인 엄친아가 아니라 무려 세계 뭐시기 기구의 최연소 의원인가 뭔가입니다. 주인공이 자기의 정체를 드러내는 방법이 팔에 힘을 주는 거였습니다. 힘을 주면 근육 안에 어떻게 해서 염색인지 문신인지 한 마크가 떠오른답니다.'ㅂ' 제가 본 것은 로봇 스파이를 찾는 것이었는데 모두 인간으로 밝혀진 다음 누가 스파이인지 최종적으로 찾는 방법이 재미있었습니다. 로봇 3원칙의 함정이라고 할까요.

---
대강 이정도. 이렇게 되면 Happy SF도 사야하는군요. 목록 체크해보고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시작, 2008, 11000원
카와이 치구사, <에스페란사 7(완결)>, 신서관


에스페란사는 정보 따로 빼오기가 번거롭기 때문에 그냥 글로만 적겠습니다.;;

에스페란사는 1-6까지 잘 모아 놓고, 7권을 못구했습니다. 이게 완결권인데 나온 줄도 모르고 있다가 품절된 뒤에야 알았습니다. 서울문화사의 품절은 대개 절판과 이어지기 때문에 다시 나올거라고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게다가 품절된지도 시간이 지났으니 지금에야 구하기가 더욱 어렵지요.
(지난주에 북새통 갔다가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몇몇 책들의 앞 권 재고가 빠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S에게 이야기 했더니 혹시 덤핑목록이 풀리는 것이 아닌가 하더군요. 주목하시길; )

에스페란사와 용기단 외전을 같이 주문했는데, 안면이 있는 그 직원분이 책을 검색해보시고는 고개를 갸웃거리시더군요. 둘다 e-hon에서 탐미쪽으로 카테고리가 잡혀 있더랍니다. 으허허허; 특히 표지가 묘한 경우 검수과정에서 잡힐 수가 있기 때문에 교보에서는 의도적으로 이런 쪽 책들의 주문을 꺼린답니다. 뭐, 듣기로는 최근 검수쪽 담당자가 바뀌어서 묘한 표지가 보이면 주문처인 교보에 전화를 한다나요. 어쨌건 교보에서는 책 주문이 조금 더 까다롭습니다.-ㅂ- 저야 그렇게 심각한 책은 주문하지 않지만요. 아, 다음에 일본갈 때까지 안 나오면 G-Defend 마지막 두 권도 구해와야죠.; 동수사책은 교보에서 아예 주문이 안되어서..

에스페란사의 결말이 어찌되었는지 물었더니 해피엔딩이라 해서 가슴을 쓸어 내렸는데 이렇게 나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놔.......; 끝부분의 그 장면을 보고는 패닉이 되어서 책장을 넘기지 못했는데 2-3번 정도 죽 읽어나가다보니 전개가 이해되는군요. 허허. 게다가 내부 일러스트도 의도적이었다는게 밝혀지고요. 흑..; 그렇게까지 이야기가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카와이 치구사는 한국에 나온 책이 에스페란사 한 권뿐이라 모르는 분들이 많을텐데, 가장 최근 작업으로 알고 있는 것이 영국요이담의 삽화입니다. 영국요이담도 원래 그 삽화에 낚여서 원서로 1권 주문했다가 크리티컬 히트 맞고는 뻗어서 그 뒤로는 손을 안댔지요. 스페셜은 그래도 이야기가 무난했지만 나머지는 어둡습니다.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는 읽은지 오래되었습니다. 리뷰를 적는다, 적는다 하고는 까맣게 잊고 이제 올리는 바람에 내용도 가물가물하네요.
작가를 보면 아시겠지만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책입니다. 이 작가 책은 시공사에서만 두 권이 나왔습니다. 시리즈가 조금 특이해서,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학생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리즈로 나뉘는데 시공사에서 나온 것은 둘다 학생 쪽입니다. 지금 소개하는 하얀 토끼~는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고요. 어느 쪽이건간에 아리스가와는 보조역, 실제 트릭을 풀어내는 것은 범죄학자인 히무라 히데오와 대학 동아리 부장 에가미 지로입니다.
하얀 토끼~는 단편집인데 구성이나 전개되는 이야기나 <탐정 갈릴레오>가 떠오릅니다. 갈릴레오는 탐정과 형사가 한 팀이고 하얀 토끼는 범죄학자와 소설가 한 팀이지만 단편의 구성이 그래서인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난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도 비슷합니다. 대신 하얀 토끼는 트릭에 중점을 둡니다. 시점이 자주 바뀌며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독자에게도 같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 같은데, 그런 쪽에 신경 안 쓰는 저는 조금 산만하게 보였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처음으로 나온 작가 아리스 이야기니 아리스가와 아리스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읽어보세요.




---
현재 읽고 있는 것은 Happy SF. 으허허허;ㅂ; 어제 마일즈의 전쟁 읽다가 데굴데굴 굴러버린 고로 지금도 아주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마스터.....;ㅂ; 덕분에 책 질러야할 것 같아요.;ㅂ;
         

김진애, <이 집은 누구인가>, 샘터, 2006, 12000원
조안 해리스, <블랙베리 와인>, 문학동네, 2006, 11000원, <오렌지 다섯 조각>, 문학동네, 2004, 11000원


조안 해리스의 음식 3부작 시리즈가 초콜릿, 블랙베리 와인, 오렌지 다섯 조각 순서라고 생각했는데 오렌지 쪽이 먼저였군요. 아놔.......................;


이 집은 누구인가는 건축 이야기입니다. 본격적인 건축이야기라기보다는 부담없이 접할 수 있는 건축이야기고, 중심되는 것은 집에 대한 기억, 집의 모습, 집의 형태 등 다양한 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뭐, 사람이 가장 처음으로 접하는 건축물은 집 아닐까요. 병원을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요즘 애들은 집이 아니라 병원에서 태어나잖아요. (저도 물론 병원 출신입니다;)
언젠가 내 집을 지어보겠다고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서 내 집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아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느낌의 책입니다. 그러고 보니 집 짓기와 관련해서는 이전에 한 번 소개한 강화도에 내 집짓는 이야기와, 행복한 집인가 그 비슷한 제목의 4권 시리즈가 있습니다. 내 집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잡아보시려면 한 번 읽어보세요. 하지만 전 집 지을 땅도 없기 때문에...(먼산)


음식 3부작은 쿠켄 10월호에 책 속 음식 이야기가 실려서 엉뚱하게 옆구리를 찔렸습니다. 조안 해리스의 초콜릿을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그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저 앞에 썼듯이 순서를 헷갈려서 오렌지가 마지막 권인줄 알고 그쪽을 나중에 읽었습니다. 블랙베리를 나중에 읽었더라면 평가가 더 올라갔을텐데요.
제 취향에는 초콜릿>=블랙베리>>오렌지입니다. 오렌지 다섯 조각은 배경도 그렇고,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도 취향에서 벗어납니다. 배경은 독일군에게 점령 당했을 때의 프랑스 작은 시골마을이고 과부의 막내딸이 훨씬 나이를 먹은 뒤에 옛 일을 회상하며 그 일이 다시 수면에 떠오르는 것에 대해 번민하고 고민하고 싸우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초콜릿에서도 옛날 일과 지금 일이 번갈아 등장하며 소설이 전개되는데 블랙베리나 오렌지나 그런 면이 더 강조됩니다. 특히 오렌지의 절정에서는 폭탄이 터지는 것과도 같은 사건이 터지니까 훨씬 강렬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역시 좋아할 수 없는 것은 배경 때문입니다. 전 이런 배경에는 굉장히 약하거든요. 요즘 그렇지 않아도 일제치하와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되어서 읽으면서 난감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부분은 음 ... 이야기 하고 싶지 않군요. 훗.-_-

블랙베리는 또 다르게 굉장히 취향이었습니다. 도입부는 피터 메일의 <호텔 파스티스>가 떠오르는데 블랙베리는 그쪽하고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뭐, 오히려 피터 메일이 그 주인공이라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던걸요.
그러니까 젊었을 적에 쓴 소설 하나가 히트작이 되는 바람에 엄청나게 뜬 소설가는 지금 매너리즘 비슷한 것에 빠져 있습니다. 동거인에게 치이고 있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아주 충동적으로, 프랑스의 어느 시골집에 대한 부동산 안내 광고전단을 보다가 홀린 듯이 전화를 걸어 당장 계약을 하고 프랑스로 날아갑니다. 그는 거의 다 버려진 집이었던 그곳에 들어가 마을 사람들과 조금씩 섞여가며, 마을의 작은 비밀과도 만나고, 무뚝뚝한 이웃집을 기웃거리며 자신의 밭을 가꿉니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사입니다. 소설가의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시골집이었다면, 그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것은 집 주변의 밭을 가꾸고 정원을 다듬고 과일나무를 정돈하는 일들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뮤즈도 돌아와서 열심히 소설도 씁니다. 뭐, 제가 홀린 것도 이 농사일 때문이었지 말입니다. 흑흑, 저도 조그만 땅뙈기 하나 있어서 호박 심고 키워보고 싶어요. 허브도 화분이 아니라 밭에다 심어보고 싶고, 고구마나 감자 수확도 해보고 싶다고요. 아우우우우우~
앞서의 소설에서처럼 여기서도 마을의 비밀과 본인의 비밀이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단, 이 마을은 저도예전에 살짝 들렀던 곳입니다. 읽다보면 어딘지 아실겁니다.


리뷰 올리는 것을 잊은 모 책은 바로 이어 올리겠습니다.;;



-----

정정. 초콜릿 - 블랙베리 와인 - 오렌지 다섯 조각 순이 맞습니다. 출간 순서가 99년, 00년, 01년이군요.
         

무츠즈카 아키라, <렌즈와 악마 1 마신각성>, 대원씨아이, 2008, 6000원
하세쿠라 이스나, <늑대와 향신료 2>, 학산문화사, 2007, 5900원
카미나가 마나부, <심령탐정 야쿠모 3>, 피뢰침, 2007, 9천원

이 외에도 몇 권 더 있지만 그건 아래쪽에 짧게 적습니다.


렌즈와 악마. 생협 번개 때 빌려온 책입니다. 소재를 말하는 쪽이 책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기 편할테니 적어보면 성장소설, 마왕, 마신, 전투, 대전 쯤일까요. 무난하게 읽었지만 끌리는 타입은 아니었습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군요. 내용 전개는 꽤 빠른 편입니다. 벌써 배경 수수께끼의 내용이 상당히 풀렸고요. 질질 끄는 내용이 아니라 괜찮았습니다. 마신을 소환해서 싸우는 것이 주 내용인만큼 이런 쪽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재미있을겁니다. 하지만 여자 등장인물이 많은 편이라 제 입맛에는 조금 안 맞았습니다.-ㅂ-;


늑대와 향신료는 도서관에 1권이 없어서 2권만 갖다 보고는 그 음식 묘사에 넋이 빠졌는데 그 뒤로 나오는 내용이 제 입맛하고는 동 떨어져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사건에 잘 휘말리는 것도 그렇고, 연애모드로 들어가는 것은 영 취향이 아니더란 말입니다. 게다가 연상연하 커플이라지만 액면가는 남자쪽이 훨씬 더 나가니 범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근처쯤은 됩니다. 늑대 하는 짓은 귀엽지만 뭐...;
사건에 휘말린다고는 하지만, 기본은 연애물이고 소재는 행상입니다. 보면서 대항해시대 3편이 떠오르기도 했지요. 대항해시대 2는 해보지 않아서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3편에서는 보물을 찾아다가 팔아먹는 것으로 주로 수익을 올렸기 때문에 무역은 하지 않았지만, 규모가 작을뿐 이쪽도 무역과 비슷한 시스템입니다. 상업, 무역 쪽에 관심을 두고 읽어도 괜찮을 책입니다. 집중하려 할 때마다 사건이 터지고 연애가 얽혀서 문제지만 말입니다.
늑대와 향신료에 마음이 동했던 것은 다른 것보다 <마녀와 향신료>의 원작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흠흠흠)


심령탐정 야쿠모도 1-2권이 도서관에 없어서 3권만 먼저 보았습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걸리는 부분이 많더군요. 1-2권은 안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여기서도 주인공의 누군가가 흑막이라는 것이 마음에 안듭니다. 그리고 연애 전선이 형성되는 것도 그렇고 지나치게 성격이 강조된 등장인물들이 이야기 몰입을 막습니다. 책 편집도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이런 책은 그냥 문고판 사이즈에 종이도 그정도를 쓰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책을 일부러 두껍게 만들어서 책값을 올렸나 싶기도 하더군요.
진짜 표지를 봤다면 책을 빌리지도 않았을텐데 도서관에서 표지를 벗겨 놓아서 다행이었습니다. 하하;



덧붙여서 적는 책 두 권. 한 권은 <레이첼의 커피>입니다. 커피가 소재중 하나였다는 것 외에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 자기 계발서입니다. 주제는 베푼만큼 돌아온다일까요.
다른 한 권은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입니다. 티이타님이라면 재미있게 보시지 않을까 싶던데.. 로맨스 소설의 기본 공식과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뒷부분인데, 보면서 아주 옛날 옛적에 읽었던 조강지처 클럽이 떠올랐습니다. 여자들의 모임이 주가 된다는 점, 각자 문제점을 하나 이상씩 끌어 안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해결 방법 등이 닮아서 그랬나봅니다. 읽고 나면 조금 허탈해지는 감이 있지만 그냥 무난합니다.
책이 꽤 두꺼운데다 페이지가 빽빽하게 편집되어 있어 읽는 시간이 꽤 소요되니 주의하시길. 디자인이나 편집 등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특히 표지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블랙베리 와인>. 이 책은 <오렌지 다섯조각>까지 다 읽은 다음에 글 쓰겠습니다.

..
라고 적고 보니 한 권 또 안 적었군요. 으헉...;

         

미야베 미유키, <괴이>, 북스피어, 2008, 1만원
아사다 지로,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 북하우스, 2008, 11000원
오노 후유미, <녹색의 집>, 조은세상, 2005, 7500원


녹색의 집부터. 워낙 옛날 책이고 작가 활동 초창기에 쓴 소설인가봅니다. 이쪽의 일러스트는 하츠 아키코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는데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반납해서 지금 확인할 수는 없고요.
내용이야 그럭저럭 읽을만 하고 이정도 공포는 악령이 깃든 집보다는 훨씬 얌전하니까 괜찮습니다. 그래도 일본 평균 수준(?)은 됩니다. 공포물을 싫어하는 분이라면 읽지 마세요. 게다가 무엇보다 저 표지가 공포입니다. 책 편집은 내용에만 집중해 읽어서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구시대 무협소설이나 로맨스, 틴즈문고를 읽는 느낌입니다. 흑흑; 문고판으로 다른 출판사에서 발행해주었으면 하지만 어떨런지는 모르겠네요.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이나 괴이는 느낌이 닮았습니다. 슬프고~는 이전에 나온 사고루기담과 같은 타입입니다. 기담집으로 거의 연관이 없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 음, 이 이야기를 적으면 소설 읽는 맛이 떨어질테니 살짝 피하겠습니다.
괴이보다는 슬프고~쪽이 가슴에 가라앉습니다. 애잔하다고 해야할까요. 처음에는 제목을 왜 저렇게 지었나 약간의 불만을 가지고 읽었는데, 읽다보니 제목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납득할 수 있었지요. 등 뒤가 오싹해지는 이야기는 질색이라 생각하신다면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뭐랄까, 대놓고 무섭다기보다는 무서운 감정이 스며들어오는 느낌입니다. 아주 무섭지는 않지만 읽고 나면 스산한 기분이 들거든요. 그런 고로 기이한 이야기, 괴담류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괴이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와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책도 같은 시리즈로 나왔지만 읽으면서도 연장선에 놓인 이야기를 보는 듯했습니다. 아아. 물론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공통된 등장인물이 있고 추리소설인 혼조 후카가와랑 다르게, 괴이는 비슷한 공간적 시간적 배경을 두고 단편으로 끊어지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로 사환이나 하녀 등의 아랫사람들이 중심이 된 이야기입니다. 고백체의 소설도 있고 1인칭 시점도, 3인칭 시점도 있어 다양하게 골라 맛 볼 수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단 이것도 제목대로(원제는 あやし. 슬프고~의 원제도 あやし うらめし あなかなし입니다) 괴이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소름돋는 이야기는 질색이라는 분들은 피해가세요. 혼조~는 추리소설이라 괴이한 이야기도 다 정체가 밝혀지지만 이 책에서는 괴이한 이야기 그대로입니다.
샤바케와 비교하며 읽는 것도 꽤 재미있겠네요.
(사고 싶지만 꽂을 곳이 없어서...ㅠ_ㅠ)


저렇게 적고도 아직 더 올릴 책이 남아 있습니다. 나머지는 내일마저 적지요.;

                             

아마기 슈스케, <강각의 레기오스 1>, 대원씨아이, 2008, 6천원
타니 미즈에, <백작과 요정 1>, 학산문화사, 2007, 5900원
코다 가쿠토, <Missing 1>, 시드노벨, 2008, 5900원
다나카 로미오,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1>, 서울문화사, 2008, 6천원
오노 후유미, <17세의 봄>, 조은세상, 2005, 7500원
노무라 미즈키, <'문학소녀'와 죽고 싶은 광대>, 학산문화사, 2008, 5900원
노무라 미즈키, <'문학소녀'와 굶주리고 목마른 유령>, 학산문화사, 2008, 5900원


순서대로 따지면 대출, 구입, 대출, 구입, 대출, 대출, 대출입니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어쩌다보니 저리 섞였군요. 신기할세....;

강각의 레기오스와 미싱은 생협 번개 때 빌린 책입니다. 백작과 요정과 인류는 쇠퇴했습니다는 지난 일요일에 구입했고, 17세의 봄은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이 17세의 봄은 작가 후기의 표지 이야기를 보고 금방 알았습니다. 읽으면서도 그게 아닌가 싶었는데, 2년 전엔가 신주쿠 기노쿠니야 포레스트점 2층의 모 코너에 갔다가 눈에 휙 들어온 책이 한 권 있었습니다. 작가는 오노 후유미인데 삽화가 하츠 아키코씨더군요. 오노 후유미보다는 하츠 아키코가 더 끌려서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손을 뗐는데 그러길 잘했습니다. 불행한 결말은 아니지만 공포물이니까요. 그래도 악몽이 깃든 집보다는 덜 무섭습니다. 내용은 그리 많지 않아서, 차라리 라이트노벨처럼 문고판으로 나왔다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그도 그런게, 표지는 십이국기보다 더 괴악하고, 편집이나 표지 디자인이나 다 책에 손을 대고 싶지 않게 만듭니다. 십이국기도 그렇고 오노 후유미씨 책은 일반 사양(신국판)보다는 문고판이 낫다고 보거든요. 어쨌건 소설 내용과 작가 때문에는 추천할만하지만 구입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작가를 정말 좋아해서 사서 읽고 싶다면 말리지 않지만, 그러기에도 책 만듦새가 마음에 안듭니다. 그러니 제가 십이국기를 원서로 샀죠.;
내용은 혈통에 얽힌 이야기인데, 옛날 이야기구나~ 싶습니다. 필터링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음?)


미싱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책에서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어요. 게다가 지나치게 잘난 고등학생들에게 반감이 들기도 했고요.

학교 배경이라면 차라리 '문학소녀'쪽이 낫습니다. 전개나 구성이나 제 취향은 이쪽에 가깝습니다. 4권까지 나와 있는데 2권까지 읽고는 구입해서 뒷 권을 볼까, 도서관에서 빌려다 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라이트 노벨은 사는 것이 문제라기 보다는 사고 난 뒤에 보관하기가 더 복잡해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서가는 입추의 여지도 없습니다. 이제 어디다 쌓아야 하는지가 고민입니다. 바닥에 더 쌓아 두었다가는 어머니의 시선이 두렵고요. 박스에 담아 올리려 해도 이제 올릴 곳이 없는 상황인데..
'문학소녀'는 뭔가 사정이 있는 남자주인공 코노하와 독특한 취향을 가진 여자주인공 토오코의 조합입니다. 사건에 휘말리는 것은 코노하지만 휘말리게 만드는 것은 항상 토오코입니다. 시점은 코노하를 중심으로 움직이니 굳이 따지자면 코노하쪽이 왓슨이군요. 사건의 정리를 하는 것이 토오코라는 점도 왓슨역으로 무게를 잡는 이유입니다.
뭐, 내용이야 평이하지만 '문학소녀'가 주인공인만큼 여러 소설이나 책이 언급됩니다. 보고 있자면 저도 먹고 싶어지는걸요. 구입여부를 망설이는 것도 꽤 마음에 들었다는 반증이고요. 일러스트에 반했다는 것은 부차적인 이유이고요. .. 정말 부차적인지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


인류는 쇠퇴했습니다는 이글루스 도서밸리에서 관련 글이 몇 번 올라오길래 호기심이 생겨 집어 들었습니다. 책 뒷면의 요정에다가 표지 일러스트에 걸려들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흠흠.
이야기의 설정도, 요정 일러스트도 굉장히 귀엽습니다. 도입부라서 아직 어떤 이야기로 넘어갈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 아쉽고요. 2권이, 이 시리즈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최악일지, 무난할지, 재미있다일지는 두고 봐야겠지요. 추천 보류입니다.'ㅅ'


강각의 레기오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에 역으로 호기심이 생겼는데 1권을 끌고 나가는 글 타입은 전형적인 용자물입니다. 좌절한 남자주인공, 새로운 환경, 수 많은 여자들(...), 활기를 얻고, 갱생(?)하여 활약. 2권 예고를 보면 지상(지극히 상식적인) 전개로 갈 모양인데 그럼에도 궁금한 것이 사람 심리죠. 전투장면이나 돌아가는 분위기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2권은 현재 번역중이라는데 빨리 다음권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추천. 첫비행님 취향이 아닐까 생각이..?


백작과 요정. 애니메이션 프리뷰만 봤는데 딱 1권 앞부분이더군요. 이 일러스트가 움직이는 것을 본 셈이니 흐뭇한 마음으로 책을 봤습니다. 무난합니다. 로맨스가 주가 된 요정이야기로군요. 그렇다고 해서 요정이야기가 아주 허술하게 다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한 이야기에 담겨 있으니 거기에 맞춰 요정들도 등장합니다. 요정 일러스트가 많지 않다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요. 일러스트는 상당수가 백작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워낙 잘생겼으니 (여성) 독자를 유혹하려면 가장 적절한 방법입니다. 음.
저는 취향에 맞아서 다음 책도 사볼 생각이지만 다른 분들께 사서 보라고 추천하기는 망설여집니다. 취향에 따라 느낌이 갈릴 수 있으니까요. 할리퀸이나 기타 로맨스와 닮았으니 그쪽을 좋아하시고 요정이나 영국 분위기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겠지요.



(와아, 끝! 이제는 아사다 지로 책 한 권만 남았군요.ㅠ_ㅠ)
         

요코미조 세이지, <이누가미 일족>, 시공사, 2008, 11000원
아키타 요시노부, <마술사 오펜 1>, 대원씨아이, 2002, 5500원
매트 리들리, <The Red Queen = 붉은 여왕>, 김영사, 2006, 24000원


마술사 오펜부터.
오펜은 출간 당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은데다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애니메이션 쪽에서 먼저 음악을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애니 제목, 오프닝과 엔딩 음악, 소설 순으로 안 겁니다. 순서가 바뀌었지요. 제목만 알고 있다가 도서관에 오펜시리즈가 있길래 집어들었습니다. 결론만 말하면 취향이 아닙니다. 1권과 3권만 읽고는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는 고이 밀어 넣었습니다.
사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것은 이번에 오펜 소설이 연재중이란 이야기를 살짝 들었기 때문이지만..'ㅂ';
오펜이라는 캐릭터는 나쁘지 않지만 옆의 민폐 캐릭터들을 볼 때마다 화가 나는 것은 어찌 할 수 없더군요.


붉은 여왕은 이번이 두 번째로 읽는 겁니다. 이 책은 개정판이라고 알고 있는데, 예전에 매트 리들리의 게놈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는 붉은 여왕도 호기심이 생겨서 예전 판으로 읽어보았습니다. 예전에는 떡제본의 신국판 사이즈 책이었는데 지금은 책이 훨씬 두꺼워졌습니다. 판형은 조금 작아졌고요. 종이가 가벼워서 무게는 생각보다 가볍지만 그래도 원체 두꺼운데다 부피가 있어서 들고 다니며 읽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읽을만 했지요.
지금 다시 읽으니 제 생각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상당히 많아서 뒷부분은 날려가며 읽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읽다보니 Alice가 다시 읽고 싶어지던걸요.


이누가미 일족. 이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꽤 죽어나갑니다. 김전일이 그렇게 할아버지 이름을 부르짖으면서 도 왜 계속 사람이 죽게 놔두나 싶었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할아버지를 빼 닮은 겁니다. 할아버지도 웬만큼 죽어나가야 사건 해결이 가능하더군요. 옛날 소설이다보니 정형화된 캐릭터가 나온다거나 상황도 신파에 가깝게 흐른다거나 하는데, 제목 때문에 목천이 주연을 맡은 모 드라마가 생각나더군요. 물론 줄거리는 상당히 다릅니다.;;
어쨌건 미인과 돈은 분쟁의 씨앗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습니다.

-----
    

이번 포스팅은 짧으니 책 두 권 더 넣지요.

타니 미즈에, <백작과 요정 8>, 학산문화사, 2008, 5900원
시노하라 미키(MIKI SHINOHARA), <영국요이담 Special>, 대원씨아이, 2008, 6천원


둘다 중간권만 덜렁 구입했습니다. 백작과 요정 8은 단편집, 영국요이담 Special은 외전입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전체 흐름에 따라 움직이겠지만 이 두 권은 외전이자 단편이라 따로 움직일 것 같아서 사전 조사차 읽었습니다.

영국요이담은 이 책이 처음으로 읽는 건 아닙니다. 예전에 파후에 실린 광고를 보고는 삽화가에 낚여서 원서로 1권만 사다보았던 겁니다. 그 때는 아직 메이퀸이니 뭐니 라이트 노벨이 많이 나와 있지 않아서 번역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NT 노벨만 있었거든요. 번역되어 나올 줄 알았으면 안 샀죠. 가격도 번역본이 저렴하고 말입니다.
하여간 읽어보고는 뒤통수를 여러 대 얻어 맞고 만신창이가 되어서 뒷권은 보지 않았습니다. Special은 1권보다 앞의 이야기고 표지만 봐서는 분위기가 굉장히 밝아서 안심하고 구입했는데 다행입니다. 정말 밝은 분위기였습니다. 다른 책도 혹시 그럴까 싶었는데 작가 후기에, 이 외전이 전체 분위기와는 동떨어져있다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그런 고로 다른 책들은 볼 생각을 접었습니다.
영국요이담은 소재는 요정이고 주제는 남자 기숙학교생활이지만 느낌은 호러입니다. 유령도 등장하고 피튀기는 이야기도 등장하고 대체적으로 암울한 이야기입니다. 결말이 해피엔딩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일단 괜찮게 끝나기는 하지만 이게 행복한 결말인지는 확신이 안 서는 타입입니다. 공포물을 좋아하고 요정이야기도 좋아하고 새드엔딩도 관계없다면 읽으셔도 좋습니다. 단, 스페셜편은 굉장히 반짝반짝 합니다.'ㅂ'

백작과 요정도 같은 요정물이지만 분위기가 확 다릅니다. 이건 소재가 요정이고 주제는 연애입니다. 페어리 닥터와 고용주인 백작의 관계가 참 .... 로맨스물 답습니다. 페어리 닥터는 둔하고, 백작은 바람둥이입니다. 백작은 이 여자, 저 여자, 마음에 드는 모든 여자에게 친절한 바람둥이지만 하도 바람둥이라 페어리 닥터에게 구애할 때마다 퇴짜를 맞습니다. 진심으로 대한다고 한들 다른 여자에게 대하는 것과의 차이를 둔한 리디아가 느낄 수 있을리 없지요. 맨날 뒤에서는 이렇게 좋아하는데라고 웅얼웅얼하지만 기본적으로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니 리디아가 진심으로 받아 들일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 리디아는 또 백작에게 마음이 기울고 있으면서도 저런 바람둥이한테 마음이 가서는 안돼라며 다잡고 있지요. 그래도 8권까지 오는 동안 꽤 진전이 있었던 모양이니 엔딩까지는 결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 몇 권에서 완결날지는 감도 안옵니다.
요정이야기는 여럿 나오지만 연애에 시선이 팔리다보니 상대적으로 빈약합니다. 시이나의 정령일기(이쪽은 만화지만)와 비교하면 그런 느낌이 더 강하네요. 장편은 또 어떨지 궁금합니다. 그래도 이건 영국요이담보다는 짧으니-영국요이담은 본편만 16권 출간;-구입 시도는 해볼만 하겠습니다. 가능하면 "다 구입했다능~"이란 인증샷이 안 올라오길 바라고 있지만...;

고종희, <바로크 정원 이야기: 유럽 정원에 담겨 있는 공간의 비밀>, 나무도시, 2008, 14000원
문무경, 김성곤, <유럽 디자인 여행>, 안그라픽스, 2008, 20000원
김효선, <김효선의 나홀로 기차여행: 북미대륙 편>, 바람구두, 2008, 14800원
데이비드 맥컬레이, <이슬람 사원>, 소년한길, 2005, 15000원
 
꼬박꼬박 쓴다고 썼는데 이렇게 많이 밀려 있었을 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책 읽고 나서 바로바로 리뷰를 쓰는 것이 아니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군요.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약간의 시간이 지나야 거리를 두고 책을 볼 수 있는 만큼 하루 이틀 뒤로 미루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렇게 미루다가 리뷰 쓰는 것을 잊으면 안되지만 말입니다.


시간차가 꽤 있습니다.
특히 유럽 디자인 여행은 읽은지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추석 전에 읽지 않았나 싶은데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워낙 책을 많이 바꿔가며 읽다보니 이런 부작용이 생기는군요. 게다가 한 번에 쓰려고 하니까 기운 빠집니다.; 가장 간단히 쓸 수 있는 책부터 소개를 하지요.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이슬람 사원은 이전에 마스터가 한 번 언급했지요. 성당 세우는 것을 펜화로 그린 책이라고 말입니다. 소년한길에서 2005년에 출간한 데이비드 맥컬레이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 중에서 이슬람 사원이 가장 나중에 나온 건지, 도서관에 신청할 때는 이 책이 없었는데, 엊그제 도서관에서 보고는 뒤늦게 읽었습니다.
데이비드 맥컬레이는 기계(기구?)의 해부도 그림을 자주 그린 작가입니다. 기계의 구조나 지역(예를 들면 지하철역 같은)의 단면도 같은 것을 세밀하게 잘 그리더군요. 그런 고로 기계나 공구의 작동 원리 관련 애들 책을 찾다보면 데이비드 맥컬레이 책이 많이 걸립니다.
이슬람 사원과 같은 시리즈로는 고딕 성당, 도시(로마의 도시), 성(중세 성벽), 피라미드 등이 있습니다. 마스터가 보신건 이 중 고딕 성당이 아닐까 합니다. 성당 짓는 모습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꽤 상세합니다. 어느 구조에서는 목재를 어떤 식으로 잘라 어떻게 끼워맞추고 그리하여 하중이 어떻게 분산된다는 식으로 설명이 되었는데 애들책으로 치부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성인들이 읽어야할 책이지요. 건축학도들에게는 유용한 책일겁니다.
이슬람 사원에서는 어느 파샤가 자신의 재산을 기부해 이슬람 사원을 짓는 이야기가 나와 있습니다. 이걸 고딕성당과도 비교하며 읽으면 꽤 재미있을텐데요, 만드는 방식이 상당히 다릅니다. 건축 양식이나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자금 모금의 문제입니다. 성당은 기부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100년 가까이 걸리지만, 책 속에서는 자금 모금에 걸리는 시간을 없애고(..)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일반인들의 모금으로 건립되는군요. 하지만 이슬람 사원은 다릅니다. 파샤가 혼자서 재산을 기부해 건물을 세우고, 그 담당 건축가는 배당된 예산 안에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사전에 계획을 세웁니다. 물론 건축물들은 대부분 예산을 초과하긴 하지만 일단 성당과는 꽤 다른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사원은 그 주변에 교육기관과 자선단체 기능도 하는 식당이 함께 세워집니다. 서비스 차원이랄까요. 이쪽이 오히려 로마시대 부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나홀로 기차여행은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기차여행기입니다. 아이들도 다 키웠고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머니들은 자리에 주저앉기 쉽지요. 하지만 지은이는 다릅니다. 혼자서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는군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내버려 두고 혼자서 북미 대륙 기차 여행을 합니다. 치환한 느낌은 JR 패스를 끊어서 신나게 일본 열도 일주를 하는 것 정도? 철도에 아주 관심이 많은 분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일반인들보다는 좀더 자세히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철덕(...)부분은 배제했는지도 모릅니다.
기차여행을 혼자 하면서 기차 안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꽤 깊이 남습니다.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이 생각보다 쓸쓸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군요. 혼자 다니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과 함께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캐나다와 미국의 여행기이니 철도 여행을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읽어보세요.


유럽 디자인 여행은 책 내용을 부제가 가장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In search of design DNA - 디자인 학교 + 디자인 뮤지엄 + 디자인 일상.
문무경과 김성곤 두 사람이 각자 혹은 함께 혹은 다른 사람들과 유럽의 디자인을 보며 쓴 책입니다. 여행서라고는 하지만 안내서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기차여행~에서처럼 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부제에서 말하는 것처럼 디자인 학교와 디자인 박물관, 그리고 디자인에 강세를 보이는 여러 유럽 기업과 상점 등의 일상 생활 속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개는 각각의 건물이랄까, **학교, **박물관, 상점 등을 나눠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 안내서라고 한 겁니다. 디자인을 주제로 한 유럽 여행을 가는 사람이라면 가기 전에 꼭 읽어야 하는 내용입니다. 거기에 유럽으로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읽어야겠지요.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그냥 사진을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니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ㅂ'
부제에서 말하는 것처럼 진짜 유럽에는 design DNA가 따로 있나봅니다.


바로크 정원은 앞서 올린 독일 정원의 다음 이야기입니다. 시대별로 정원의 종류에 따라 책을 한 권씩 써나갈 모양입니다. 2008년 6월에 나온 책인데 다음에 낼 책이 궁금합니다.
정원 양식에 따라 나온 첫 번째 책이 바로크 정원인 것은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독일의 정원은 바로크 정원보다는 풍경정원이 많았다고 기억하는데, 시대상 풍경정원은 바로크 정원보다 후대의 것이랍니다. 그래서 앞서 시대의 바로크 정원을 택한 것 같은데, 이탈리아 쪽의 르네상스 정원은 바로크 정원보다도 앞의 것이겠지요. 순서대로 쓰지 않은 것은 작가가 내키는 대로 쓰기 때문일까요. 하하하;
정원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지만 소개된 정원들이 궁에 딸린 정원이기 때문에 읽다보면 유럽 왕실 뒷 이야기도 은근히 많습니다. 루이 14세의 탄생 비화라든지 영국 왕실 계보와 하노버 왕조 이야기도 있고요. 하지만 이름의 표기가 통일되지 않은 것은 불만입니다. 찰스 1세는 사형, 그 아들인 찰스 2세는 동생에게 왕위를 물려주지만 동생인 제임스 2세는 딸과 사위에게 쫓겨나지요. 그 딸인 오라녜(오렌지. 아니 어륀지?)공 빌렘에게 시집간 메리를 마리아라고 적어서 헷갈리기도 했고, 빌렘을 그대로 적은 것도 그렇고요. 아무래도 이런 경우에는 영국식 표기에 맞춰 메리 2세, 윌리엄 3세라고 적어주지 말입니다. 그런 이름 표기가 읽는 도중에 좀 걸렸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은 바로크 정원 양식의 대표적인 정원이랍니다. 읽고 있자면 궁전 내부 따위는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정원이다! 정원에 텐트를 치든 침낭을 가져가든 상관없이 몇 박 며칠을 머무르면서라도 정원은 반드시 구경해야한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베르사유보다 더 힘이 들어갔다는(?) 보 르 비콩트도 꼭 가보고 싶고요. 앞서 책을 보면 유럽 디자인 여행을 가고 싶지만 이 책을 보면 유럽 정원 여행을 가고 싶어집니다. 그러니 여행 충동질에 약하신 분들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저자의 주 활동지역이 독일이다보니 독일의 바로크 정원 두 군데도 등장을 했는데요, 하나가 소피 왕비의 헤렌하우젠, 다른 하나가 프리드리히 3세의 상수시랍니다. 헤렌하우젠은 읽으면서도 홀딱 반해서 다음에 꼭 갈 생각이고.. 프리드리히 3세의 경우 왕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무서웠습니다. 프로이센의 성립 과정도 재미있게 소개되었지만 그 탈주극이 워낙 뇌리에 깊게 박혔다니까요. 상수시는 다른 건 다 무시했다고 하지만 일단 포도밭이 궁금해서라도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이렌 도르니에, <DO-2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행기>, 오픈하우스, 2008, 32000원
고종희, <고종희의 독일 정원 이야기: 정원박람회가 만든 녹색도시를 가다>, 나무도시, 2006, 16000원


<DO-24>는 첫비행님을, <독일정원 이야기>는 티이타님을 겨냥하고 올리는 포스팅입니다. 음훗훗훗훗~


<DO-24>는 교보문고 화제의 신간을 검색하다가 고른 책입니다. 책 가격이 상당하니 당연히 도서관에 신청해서 보았습니다. 다른 건 다 빼고 비행기에 대한 이야기라길래 꽤 흥미가 생겼습니다.

꽤 오래전의 일입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의 잡지 몇 권이 서가에 꽂혀 있었습니다. 아마 버리려는 잡지들을 아깝다고 그냥 들고 오신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잡지 제목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항공관련 잡지였을거란 생각만 들고요. 어차피 대부분은 읽어봐야 모르지만 그 잡지에서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은 딱 하나, 수기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였습니다. 자전적 이야기, 그러니 수기 맞지요. 누구였나면 어느 소련 조종사였습니다. 80-90년대 쯤이었을거라 생각하는데, 아직 냉전이 지속되고 있던 당시에 어느 소련 조종사가 미그 29기(맞나요;)를 몰고 일본으로 날아옵니다. 일본은 비상사태가 벌어지고 난리가 나는데, 그 조종사의 목적은 미국으로의 망명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아내와 아들을 다 뒤에 남겨 놓고 조종사만 홀랑 비행기 끌고 일본으로 날라버린 거죠.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하여간 망명하기 전까지의 이야기와 그 뒤에 미국에 건너가 생활하면서 겪은 여러 문화 사회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게 비행기와 관련된 호기심을 북돋아주었고요.

그러다보니 <DO-24>의 줄거리를 보고서도 홀딱 반해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ㅂ-;
DO-24는 독일산 수상비행기인데, 박물관에 들어가 있다가 비행기 제작자의 손자인 이렌 도르니에가 소유권을 주장해서 비행기를 박물관에서 빼옵니다. 그걸 천신만고 끝에 필리핀으로 옮겨서 라티나란 애칭을 붙여주고는 수리해서 하늘을 납니다. 그것도 그냥 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일주합니다. 한 번에 일주한 것은 아니고 조금씩, 조금씩 나눠가면서 여러 나라의 상공을 돕니다. 원래 수상비행기다보니 뉴욕 허드슨 강에 착륙한다든지, DO-24의 전신인 DO-X가 내려앉았던 독일의 어느 호수에 착륙한다든지..
보고 있자면 불사조의 부활을 떠올리게 됩니다. 정말로 박물관에 들어가 있을 고철 비행기를, 어렸을 적에 한 번 타보았던, 제작자의 손자가 빼내와서 직접 수리를 하고 이전에 DO-24와 관련해 중요한 장소들을 다시 방문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이렌 도르니에 자신이 상당한 재력가라서 입니다. 할아버지도 사업적 재능이 상당했던 모양이지만 손자도 필리핀의 씨에어를 운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필리핀으로 비행기를 가져가서 수리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리고 연료먹는 하마 수준인 라티나의 연료를 계속적으로 공급해가며 비행한 것이 가능했던 것도 재력이 있으니까 가능했지요. 후원자들도 있었다지만 일단 비행기 수리하는데만 200만 유로가 들었다던가요.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책을 읽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앞부분은 DO-24의 개발과 관련해, 저자의 할아버지인 클라우데 도르니에의 이야기가 있고 그 뒤에는 라티나의 발견과 수리, 그리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행사를 벌이는 라티나의 모습이 있습니다. 사진은 상당히 여러 사람들이 찍었는데 하나하나가 작품입니다. 특히 자유의 여신상 옆을 나는 비행기 사진이라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9.11테러 이후라 쉽지 않았을텐데 용케도 이리저리 허가를 얻어 가능했던 모양입니다. 물론 그 허가 받는 과정을 이모저모 살펴보면 이렌 도르니에가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에 소개된 이야기만 봐도 천년 묵은 너구리쯤 됩니다. 그런 부분도 생각하면서 읽으시면 더 재미있습니다.
책 후반에 실린 라티나의 사진들도 꼭 챙겨보시길.

참, 그리고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태그에도 있지만 꿈은 이루어진다입니다.


<고종희의 독일정원 이야기>는 이글루스 도서 밸리를 헤매다가 리뷰를 보고 도서관에서 찾아 읽었습니다. 왜 이 책을 진작 못 봤을까 아쉽기도 하더군요.
한국은 건축분야에 있어 조경이 많이 약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조경을 진행한다기보다는 단기간-시장의 임기 등을 고려하여 짧은 시간-에 완성하는 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말입니다. 몇 십년을 바라보며 조경을 한다면 저렇게 나무를 빽빽하게 심을 수 없지요. 나중에 솎아내는 것을 생각하고 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러기엔 또 덜 빽빽하단 말입니다?
(서울시의 나무-특히 가로수 관련해서는 이런 저런 불만이 많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혜화로타리에서 성대입구쪽으로 가는 방면의 가로수를 다 뽑았는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은행나무가 지저분해서 일부러 치운걸까요? 그렇게 나무 키우기도 쉽지 않은데, 지금 포석 깔아 놓은 것 보면 나무 심을 자리는 아예 없습니다. 어차피 다시 심는다면 또 포석 들어내겠지만 말입니다.)
하여간 <독일정원~>은 독일에서 조경을 공부하고 꽤 오래 눌러 앉아 있던 글쓴이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사무실을 연 뒤에 독일정원과 관련해, 독일의 정원박람회 이야기를 다루며 쓴 책입니다. 독일은 각 도시에서 돌아가면서 정원박람회를 연다고 합니다. 올림픽을 유치하는 것처럼,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하고 준비하는데, 정원이다보니 유치해서 열기까지 보통 10년은 걸린답니다. 나무가 자리잡는 것을 생각하고 설계, 준비하는 것을 생각하면 10년도 짧긴 하지요.
이런 박람회를 통해 독일의 각 도시들은 도시를 재정비합니다. 놀고 있던 땅을 정리하고 건물이나 도로 등을 단장하고. 도시 전체를 보아가며 단장을 하는 겁니다. 보통 한국-특히 서울에서의 도시 재정비는 아파트 건축을 위한 도시 재개발이지만 독일에서의 재정비는 정원과 녹지를 연계한 살만한 공간을 만드는데 중점을 둡니다. 그런 내용이 많길래 서울시의 용산재개발 관련 부서에다가 이 책을 택배로 보내고 싶었습니다. 부서에 전달되지 않고 도중에 사라질 것 같아 시도 하지는 못했습니다.
단기적인 개발만 생각하면 이런 정원과 공원 가꾸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10년만 지나도 효과는 확실하지요. 그러니 풍문여고 맞은편의 대지를 구입해서 공원으로 가꿔주시면 안될까요.-_- 기무사터는 그 위쪽이고 아래쪽은 옜날 미국대사관 직원 사택자리로 현재 삼성이 가지고 있답니다. 면적은 좁지만, 용산이랑 여기랑 합해서 정원박람회를 하면 서울시 홍보도 될겁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류의 정원박람회는 거의 없었지 않았나 싶은데, 독일의 예를 보면-독일이 좀 정원에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1년 내내 정원박람회를 여러 그 기간동안 방문한 인원이 최소 3백만은 되는 모양입니다. 서울에서 열면? 서울시민들이 다 한 번씩은 가볼테니 1천만은 가뿐하지 않을까요.-ㅅ-;
일본정원이나 중국정원의 틀은 외국에 익숙하지만, 한국정원에 대한 이미지는 외국인들에게는 약할테고, 기껏해야 창경궁 후원 정도의 이미지만 갖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서울 시내에 대규모로 한국정원을 만든다면 관광홍보효과도 상당할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도 재개발, 건축이라고요. 기왕 하는 김에 한국 토종 식물들에 대한 종자 홍보도 같이 하면 좋지 않습니까.


엉뚱한 곳으로 이야기가 흘렀지만 정원과 관련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녹색 손가락이 없어 아쉽지만 언젠가는 녹색 손가락을 만들 수 있겠지요. 그 때까지는 화분들을 잘 관리하며 실력을 갈고 닦아 두어야겠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외딴집 상-하>, 북스피어, 2007, 각 권 12000


오늘 시작해서 오늘 다 읽었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업무시간 중 독서라는 이야기; )


줄거리를 듣고 생각했던 것과 실제 내용이 달라 꽤 당황했습니다. 이미지는 보통의 죄수와 어벙버리한 꼬마 아이간의 인간적인 교류정도였는데 스케일이 확 크군요. 거기에 주변 분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약간의 내용폭로를 당한 셈이었지만 그것도 제가 생각한 최악의 수는 피했습니다. 하기야 미미여사가 그렇게까지 잔혹하게 갈리는 없지요. ... 모방범에서 누구가 죽고 크게 그런 장치로 쓰일 때는 속으로 분개했지만 말입니다.

초기에 나오는 것이니 이정도는 이야기해도 되겠지요?
초기 교육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태어난 뒤의 가정 교육 말입니다. 아무리 후천적인 교육이 있다 한 들, 초기에 자극이 없으면 나중에 개발되기는 힘든 모양입니다. 하기야 늑대소녀나 늑대소년의 예를 봐도 그렇지만 말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모 소설에서처럼 늑대소년이나 늑대소녀가 연구자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일반인 수준으로 지능이 개발되는 것은 지나친 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아이들이 나포(?)되면 대체적으로 행동학자나 생태학자들에게 붙들려가서 연구소의 연구 대상이 되어 그렇게 길러지지는 않겠지만, 그런 아이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는 사례를 듣지는 못했습니다. 혹시 알고 계시다면 가르쳐주세요.;ㅅ;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좀 가혹해서 말입니다. 흑흑;

여론과 음모와 흑막의 삼중주를 들을 수 있지만 생각보다 평화롭습니다. 그리고 미미여사를 믿으세요.+ㅅ+


아, 역자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김소연씨입니다!
교고쿠도 시리즈랑 음양사, 샤바케에 외딴집까지 모두 시대물인셈입니다. 교고쿠도는 근대물에 가깝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시대물이지요. 이번 책도 굉장히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방점의 처리에 꽤 고심하신 모양입니다. 아마도 요미가타(한자 위에 읽는 법을 쓴 작은 히라가나) 때문에 그리 하신 듯합니다. 방점에 유의하시면서 그 변화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본편에서는 아마 한자가 다 바뀌어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서로 읽을 때는 한자난무에 모르는 단어 난무로 꽤 고생하지 않을까 싶은걸요.

잡담 모음입니다. -ㅈ-


1. 어제 교보에서 신간 목록을 죽 훑어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나! 왠 마크로스 관련 서적? 그리하여 스크롤을 멈추고 다시 제목을 쳐다보는 순간.............................

마르크스.


죄송합니다.llOTL


2. 출근길에 외딴집을 집어들고 읽고 있습니다. 1권 앞부분만 나갔는데 지금까지 화염방사 한 번, 썩소 한 번 나왔습니다. 입에서 불을 토하고 싶은 심정으로 화난 것이 한 번-이건 초반부에 그랬으니-이고 상황 돌아가는 것이 어이 없어 쓴웃음이 아니라 썩은 미소를 짓게 만드는 상황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외딴집에 대해서는 주변에 읽은 분께 아주 살짝 내용폭로를 당했는데 벌써 그게 보이는군요. 머릿속으로 그 말을 굴리고 있다보니 왠지 처연합니다. 허허. 괴이도 도서관에 예약해두었는데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무섭습니다. 그나마 이 작가는 사회를 보는 시선, 아니, 자신의 소설속 주인공들을 보는 시선이 따뜻하니 다행입니다. 다른 작가들 같았으면 애저녁에 암울한 끝맺음을 냈을테니까요.


3. G가 요즘 한 주에 5만원으로 생활하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주에 5만원 그러면 많아보이긴 하는데 막상 따져보면 한 달에 20-25만원 정도를 용돈으로 쓴다는 이야기입니다. 카드값은 포함, 교통비와 통신비는 별개입니다.
저도 따라 해보려고 했는데 자금경색부분이 조금 걸려 있군요. 그래도 한 번 도전해볼만은 하니 교통비, 통신비 포함으로 움직여볼까 합니다. 쉽진 않겠지요. 게다가 통신비와 교통카드비는 카드 값 비슷하게 다음달 청구가 되니까 말입니다.


4. 조만간 핸드폰 번호가 바뀔겁니다.
어차피 폰 번호가 바뀌니까 명의변경 하지 않고 신규 가입해도 된다는 사실을 지난 일요일에야 깨달았습니다. 그 때까지는 기기변경 후 명의변경을 계속 고수하고 있었거든요. 핸드폰 구입비와 가입비가 명의변경시의 핸드폰 구입비보다 싸다면 당연히 신규 가입이 낫지요. 게다가 기존 번호를 바꾸게 되는 상황에선 말입니다. 명의변경을 하려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고요. 일단 원하는 색의 W2700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겠습니다. 인터넷으로 구입하면 더싸긴 하던데 찾아보기가 번거로워...;;
가능한 빨리 해야하니 이쪽도 이번 주 내에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먼산)


5. 10월 첫 주도 이런 저런 일로 바쁘군요. 개천절에는 미네스트로네를 만들까~.

박유하, <카페 드 파리>, 황소자리, 2008, 12000원
아놀드 베넷, <차 한잔으로 시작하는 아침의 여유>, 경성라인, 2004, 8000원


차 한잔~부터.
<차 한잔으로 시작하는 아침의 여유>는 사실 아놀드 베넷의 책이라고 하기가 망설여집니다. 장운갑 편역으로 표지에 소개되어 있듯, 상당히 수정이 많이 되었더군요. 한국 실정에 맞춰 바꾸기도 많이 했고요. 제목에 끌려서 보긴 했는데 중간 쯤 보다가 후루룩 넘기고는 덮었습니다. 서가를 훑어 보다 고른 책인데 실수했군요.-ㅂ-;

카페 드 파리는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을 보고 혹시 싶었는데 역시였습니다. 황소자리에서 나온 <카페 도쿄>와 같은 라인의 책입니다. <카페 도쿄>에 이어 <카페 오사카 교토>가 나오고, 그 다음에 <카페 드 파리>가 나온 모양입니다.
저자가 다 다른만큼 이 책도 도쿄분위기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카페 오사카 도쿄>는 봤다가 괜히 칸사이 여행에 낚일까 싶어서 일부러 피하고 있는데 어떤지 궁금해지더군요. 하여간 카페 드 파리는 지은이가 파리에 사는 동안 여러 친구들에게 추천받기도 하고 돌아다니다 들어가기도 한 소소한 카페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읽고 있자면 짐을 싸들고 카페를 찾으러 나가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가보고 싶은 카페들도 여럿 있었지만, 진짜 파리에 가게 되면 직접 발품을 팔며 취향의 카페를 찾아보고 싶습니다.'ㅂ'



최근에는 붉은 여왕을 읽느라 다른 책의 진도가 안나가는군요. <외딴집>은 G에게 먼저 읽으라고 건네준터라 아직 손도 못대고 말입니다. 일단 붉은 여왕을 끝내고 일본문화와 상인정신을 보고 난 다음에 다른 책을 볼 수 있겠네요.
        


랜디 포시, <마지막 강의>, 살림, 2008, 12000원
다카노 가즈아키, <유령 인명구조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5, 9800
김남희, <유럽의 걷고 싶은 길>, 미래인, 2008, 13800원


커다란 네부타는 가장 뒤에 온다. <내추럴>에서 나온 아오모리의 속담이라던가요. 주역 혹은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속담입니다. 죽음의 미로에서 폐하가 항상 나중에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으하하;

책 리뷰를 쓸 때도 가장 인상이 깊은 것이 뒤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 인상이 가벼운 것은 앞으로 나옵니다.
이 세 권 중에서 가장 뒤로 밀리는 것은 <유럽이 걷고 싶은 길>입니다.
김남희씨의 책은 추천은 많이하지만 정작 저는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투덜투덜 불평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봅니다. 이번 책에서도 걷는 동안 생긴 이런 저런 사건들이 불평에 가깝게 등장합니다. 진짜 걸어보고 싶은 마을도 많았지만 읽다보면 그런 불평이 튀어나와 읽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듭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사건이 발생할까, 어떤 일이 생길까라고요. 특히 저랑 상성이 안 맞는 이유는 저자가 길치라는 점입니다. 자주 헤매다보니 읽는 가 속이 답답합니다. 그런 고로 상대적으로 평가가 낮습니다.
그래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자그마한 골목길, 산책길에 대한 글이기도 하고 사진들도 쏠쏠하니 볼만합니다. 대리만족으로는 괜찮겠네요.

<유령 인명구조대>는 추천강도가 꽤 높습니다. 하지만 닥추나 강추는 아닌 것은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아 인상이 깊었기 때문입니다. 우울증, 조울증을 가지고 있거나 자살할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면 좋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자살한 네 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지막 멤버가 모였을 때 신이 나타나서 이들에게, 천국에 가고 싶으면 자살자 100명을 살려봐라며 장비를 주고는 도로 내려보냅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들이 입고 있는 것은 구조대들이 입는 주황색 옷. 거기에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몇 가지 장비와 통신 장비들이 있습니다. 그 때부터 50일 동안 이 네 유령들은 자살 결심자인 적신호들을 찾아서 열심히 돕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자살 결심자(혹은 예비 자살자?)들에 대한 섬세한 묘사입니다. 주변 상황이나, 자살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내몰린 상황, 그리고 그에 대한 처방까지 굉장히 묘사가 잘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죽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유령들의 응원도 인상적입니다. 처음에야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설득하고 움직이지만 하다보면 그렇게만 하진 않습니다. 일본인 답달까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다만 걸리는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일단 전개가 약간 작위적입니다. G는 그렇게까지 감동은 못받았다는데, 지나치게 묘사가 길다는 것-안에서 다루고 있는 케이스가 긴 것, 짧은 것 합하면 거의 100명에 가깝습니다. 유령들의 목표인 100명을 거의 다 보여주는 셈입니다. .. 세지 않아서 확신은 못하지만 실제 100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과 작위적이고 어디서 많이 본(익숙한) 결말부분이 책에 확 몰입하는데 방해를 합니다. 그리고 편집문제로 인해 처음에 책을 보기가 싫다는 점도 걸리고요. 글자가 지나치게 작은데다 빽빽해서 처음 몇 페이지 넘어가는게 힘듭니다. 도서관에서도 책을 여러 번 보았는데 이제야 집어든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한 번에 손이 가는 책은 아닌거죠. 대신 한 번 손에 들어 읽기 시작하면 분량이 꽤 많은데도 속도는 잘 나갑니다.


<마지막 강의>는 기대하지 않고 읽었다가 9회말 역전 만루홈런을 맞은(날린?) 기분으로 끝낸 책입니다.
책을 읽을 때, 베스트셀러는 감상이나 별점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생각해서-시크릿이 그랬습니다- 책을 읽을 때 기대치를 아주 낮게 잡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제 편견을 한 방에 날렸습니다. 그래서 홈런을 맞았다고 썼지만 맞았음에도 다 읽고 난 느낌은 또 만루홈런을 날린 기분입니다. 기대하지 않고 봐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기대하고 봐도 이 책은 충분히 그런 기대에 부응할만하다고 봅니다.
전체적인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꿈은★이루어진다'가 됩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저자 본인의 경험담을 토대로 하고 있다보니 상당히 설득력을 가집니다. 백만장자 누가 어땠다더라가 아니라 내가 이렇게 해서 저렇게 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실화니까요. 그리고 보고 있짜면 충분히 나도 해낼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꿈은 크게, 그리고 못 이룰 것 같다고 지레짐작으로 자포자기하지 말고 할 수 있다는 자기 암시와 함께 발맞추어 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다 이루어져 있는 겁니다.
본인이 사서 읽기도 좋지만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어도 좋다고 봅니다. G는 '선물로 주는 것은 좋은데 <7막 7장> 같은 효과가 날 수도 있어'라는군요. 괜찮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기적을 이루지는 못했고 이미지를 망칠 일은 없으니까요.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제너럴 루주~>와는 다른 방향에서, "닥추"입니다.-ㅁ-
1. 사무실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우유가 다 떨어졌습니다. 아놔. 지난 주에 멸균우유 1리터짜리 한 팩 갖다 놓으면서 다음주 끝날 때까지는 버티겠지 했는데 오늘로 뚝. 그것도 방금 카페 모카 해 마시면서 끝났습니다. 흑흑흑.
어쨌건 카페 모카와 아메리카노(로 주장. 베트남 핀으로 내린 거니 정확히 그건 아니죠)를 마시면서 또 카페인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2. 요즘 우유 마시는 것을 보면 식객 몇 권인지에서 본 타락죽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그거 보고서 만들고 싶다고 했거든요. 우유 마시는 걸 절제하지 않으면 하루 1리터는 가뿐히 마실 수 있을 정도인데 ... 음, 다음에는 무지방이나 저지방 우유로 갖다 놓아야겠습니다. 입맛 순화가 목적이기도 하고..

식객 드라마는 내용이 엉뚱하게 돌고 있다는 것을 보고는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캐스팅은 괜찮지 않았나 싶고요. 하지만 연애가 주가 된다면 그건 이상합니다. 음식점의 총 요리장 지위와 연애가 주라. 식객의 맛은 풍부한 요리지식과 그걸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니 드라마가 내키지 않았던 겁니다. 영화는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쪽은 원작자(허영만씨)의 입김도 상당했다고 알고 있거든요.

식객을 보다보면 맛의 달인이 겹쳐집니다. 하지만 플롯과 전개 구조는 빌려왔을지 몰라도 이야기 풀어내는 모습은 식객이 낫다고 봅니다. 그리고 완전히 해피엔딩을 고집하지는 않는다는 점, 아버지의 바다처럼 기존 이야기를 고집하지만은 않는다는 점도 말입니다. 온전히 음식에 대한 허영만씨의 이야기이지, 성찬과 진수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겁니다.'ㅅ' 음식 만화를 좋아하신다면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풍부한 우리 음식, 우리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 있으니까요.

덧붙여 허영만씨가 <행복한 만찬>을 읽어보셔도 꽤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리뷰 올렸던 공선옥씨의 맛 이야기지요. 개인적으로는 식객보다는 이쪽이 더 좋았습니다. 저는 시각보다는 상상해서 구성하는 쪽이 훨씬 좋거든요. 그래서 영화나 애니메이션보다는 소설을 선호합니다. <행복한 만찬>도 맛깔나고 구성진 글맛이 식객보다 좋습니다. <행복한 만찬>을 읽는 동안에는 이것 먹고 싶다 생각한 적이 자주 있었는데 <식객>은 아니었다는 것도 묘하죠? 그리고 술도가쪽 이야기는 <허시명의 주당천리>가 더 취향이었습니다.
    

앨리스 설탕, <나는 팝업북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8800원
가이도 다케루, <제너럴 루주의 개선>, 예담, 2008, 10000원


어제 다 읽은 나는 팝업북에 탐닉한다 리뷰를 적으려다가 문득 제너럴 루주의 개선 리뷰를 썼던가 싶은 겁니다. 뒤져보니 안 썼더군요. 읽고서 마음에 들어 광분하며 봐놓고는 이런 바보짓을 하다니. 도서 입수 경로가 달라서 까맣게 잊었나봅니다. 흑흑;

팝업북은 제게 있어 손댈 수 없는 영역의 물건입니다. 책은 좋아하지만 팝업북은 글이 주가 아니라 그림이 주가 되지요. 그림책도 좋아하지만 입체적인 영역의 팝업북은 취향이 아니랄까요. 상상하는 재미가 떨어져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뭐, 현실적인 이유를 몇 가지 대자면 가격이 비싼편이다, 책 판형이 일정하지 않아서 수납하기 어렵다 정도일겁니다. 예전에 마쟈님이 보여주신 위니 더 푸 팝업북을 보고도 홀랑 넘어갈뻔 했으니까요.

다른 작은탐닉 시리즈가 실명을 달고 나왔지만 이 책은 앨리스설탕이라는 닉으로 나왔습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부부의 공동필명입니다. 잡화점이라고 함은 두 사람의 취향에 맞는 온갖 물건을 팔다보니 어느 물건을 판다고 딱 잘라 이야기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팝업북도 가게에서 파는 상품 중 하나고요. 저는 수집은 하지만 그걸 판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기 때문에 가게를 여는 것은 무리입니다. 소유에 대한 개념이 확실해서 말입니다. 요즘은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져서 필요가 적다 싶으면 버리지만 예전에는 온갖 잡동사니를 다 모아 끌어 안고 있었으니까요.
이 책은 여러 종류의 팝업북을 다루면서 팝업북의 역사에 대한 개론적인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팝업북에 관심을 가지고 간단한 역사라도 알면서 수집하고 싶다는 분들, 팝업북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재미로 읽기에도 좋은 책이고요. 작은탐닉이라는 시리즈 주제에도 딱 맞아 떨어집니다.
그러나 지름신이 두려우신 분들은 건드리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덧붙여.
캔디캔디의 팝업북도 실려 있습니다.; 저는 만화판으로만 기억하고 이게 원작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소설판이 원작, 만화는 그 다음이랍니다. 문제는 원작 소설이 어떤 내용인가라는 점인데, 한창 캔디캔디가 인기를 끌 무렵에 한국에서 여러 판본의 캔디캔디가 나와서 말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 중에는 4권으로 완결나고, 속 캔디캔디인가..까지 나온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총 5권인셈이지요. 이 버전에서는 캔디와 테리가 결혼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 거기까지 가는 이야기가 아침드라마수준입니다. 지금도 대강의 얼개를 기억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살짝 가르쳐주세요.


제너럴 루주.
험한 표현으로 쓰면 "닥추"입니다. 닥치고, 추천합니다.(먼산)
일본에서는 아직 뒷 권이 나오지 않았고 나선미궁이라는 외전편만 나왔다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작가에게 뒷권을 달라고 메일이라도 보낼까 싶은 정도입니다.
이전 작품인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보면서 다구치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궁금했는데 이번 편에서 그 수수께끼의 상당수가 풀렸습니다. 제너럴 루주의 개선은 다구치 외에 다른 사람의 시점도 많이 들어와 있고, 주인공이 다구치임에는 분명하지만 드디어 간호사들 사이에 떠도는 다구치에 대한 소문들도 등장해서 어떤 인물인가에 대해 궁금증이 가셨습니다. 물론, 1-2편을 읽었다면 간호사들이나 병원 내의 소문이 진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말입니다. 외부에서는 다구치를 이런 식으로 보고 있구나라고 이해했습니다. 갭이 좀 크다라는 정도만 밝히지요.
그렇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다구치가 아닙니다. 제너럴 루주라는 별명을 가진 구명구급센터의 하야미 부장이 주인공입니다. 나이팅게일의 침묵에서도 잠깐잠깐 등장을 하지만 반하지 않을 수 없달까요.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자면 "나쁜 남자"계통입니다. 독선적이고, 독단에 카리스마가 있고 제멋대로입니다. 하지만 부장으로서 행동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능력있는 의사입니다. 의료적인 부분도, 행정적인 부분도, 그리고 환자만이 자신을 심판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부분에서도 그렇고요. 그렇게 멋진 남자인데..... 엔딩까지 보고 나면 (독자는) 다구치에게 역으로 반하게 됩니다. 이유는 직접 찾아보세요.

원래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제너럴 루주의 개선은 한 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책의 분량이 늘어나자 편집부에서는 한 소설을 두 권으로 내는 것은 하지 말자고 했고 작가인 가이도 다케루는 이 소설을 반으로 나눕니다. 그리하여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제너럴 루주의 개선으로 따로 나온겁니다. 그래서 제너럴 루주의 개선을 읽을 때면 중간 중간 이야기가 비는 부분이 있습니다. 나이팅게일을 먼저 읽어서인지 그 갭이 꽤 크게 느껴집니다. 가능하면 옆에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가져다 놓고 비교하며 읽거나,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읽은 직후에 제너럴 루주의 개선을 읽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두 개를 동시에 읽어나가는 것도 나름 재미있겠군요.

그나저나 두 권을 다 보고 났더니 다구치가 그 연말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알만 합니다. 허허;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