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기이 히카루, <하느님의 메모장 1>, 시드노벨, 2007
다카하시 겐이치로,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웅진지식하우스, 2008


<하느님의 메모장>은 kiril님께,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는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습니다. 후자는 구입 가능성이 조금 있군요.


하느님의 메모장은 지난 번개 때 들고 와서 그날 다 읽었던 걸로 기억하니 리뷰가 꽤 많이 늦었습니다. 쓴다 쓴다 하고는 다른 일에 밀려 글 쓰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겁니다. 생각난 김에 써야 겠다 싶어 다른 포스팅은 뒤로 미루고 같이 씁니다. 연필로~가 이번 렛츠 리뷰에 올라가서 좀 빨리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시드노벨은 이번에 처음으로 읽어보았지만 대원이나 학산에서 나오는 가벼운 일본판 판타지 소설과 같은 타입입니다. 다만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고 할까요. 이계가 아니라 현계가 배경이며 주인공들도 흔히들 말하는 "낙오자"들입니다. 그나마 보통의 판타지 소설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표지에도 등장하는 앨리스 때문입니다. 이 앨리스만 소설 속에서 둥둥 떠 있을 뿐, 다른 캐릭터는 어디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의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문제로군요. 이런 사람이 많으면 사회 생산성이 떨어지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사람들이 없으면 참 재미없는 사회가 될 겁니다. 이들이야 말로 소크라테스, 디오게네스와 같은 부류 아닙니까.(...) 이런 삶을 조금은 동경하고 있어서 말이죠. 물론 100% 동경하지는 않습니다. 성격상 그렇게는 못해요. 거기에 100% 동경했다가는 누구처럼 인간에 휘말리고 사건에 휘말려서 정말로 니트가 되고 말겁니다.

늘어지는 듯하면서도-글이 늘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가-, 일상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일상이 아닌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가볍게 읽어볼만한 소설입니다.
책 제목의 유래가 된 그 문장 때문에라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저 메모장이란 단어를 보았을 때 수첩이 아니라 윈도 보조프로그램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하하.

덧붙여서, 본 제목은 神樣のメモ帖입니다.



<연필로~>는 글쓰기, 정확히는 소설 쓰는 방법에 대한 책입니다. 진지하게 소설 작법을 다루어, 국어시간에 배우는 것처럼 "소설은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의 4단계를 거치며~"운운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가가 말하는 대로, 초등학생에게 소설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처럼 사람들이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차근차근 지도하는 책입니다. 굉장히 딱딱할 것 같지만 사근사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글부터, 소설이라는 장르와 형식 파괴, 다양한 예시,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글까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원래 글 쓰기의 기본은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고 하지요? 여기서는 이 세 가지를 한데 모아 한 번에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셋을 각각 따로따로 정의하고 있지 않지만 읽고 나서 생각해보면 삼다(三多)를 하지 않고는 소설을 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의 소설을 흉내내기 위해서는 여러 소설을 읽어보고 그 중 내가 흉내내고 싶은 부분을 찾아야 할 것이며, 흉내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두 번이 아니라 가능한 많이, 다양하게 써봐야 내 말을 꺼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생각해야하는 것도 당연한 겁니다. 다만 이렇게 어려운 이야기로 쓰지 않고 쉽게 쫓아갈 수 있는 말로 풀어 써주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지요.
다른 부분보다 특히 더 공감이 갔던 것은 꾹꾹 눌러 참으라는 것. 확실히 글은 꾹꾹 눌렀다가, 안에서 글들이 가득차서 밖으로 튀어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샴페인의 코르크 마개가 뻥 터지고 글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올 때가 가장 좋다니까요. 아직 덜 익었을 때 마개를 열면 꼴꼴꼴 흘러나오다가 맙니다. 그런 경험이 있었으니 더 재미있었습니다. 하하; (쓰다만 소설이 얼마나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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