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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은 것들 정리하기가 정말 싫어서 그냥 한 번에 몰아 쓰렵니다. 요 며칠 지뢰를 계속 밟아서 그런가봅니다.

온다 리쿠, <금지된 낙원>
온다 리쿠, <구형의 계절>
우에다 아키나리, <우게쓰 이야기>
아사다 지로,<월하의 연인>
카리야 테츠,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특강 1-2>
케이트 케리건,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데이비드 제롤드, <화성아이 지구 입양기>
여성건축기술자회, <행복을 연출하는 다이닝 & 키친>
아사쿠라 다쿠야, <눈의 야화>
모리오카 히로유키, <달과 어둠의 전기>
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제프리 초서, <켄터베리 이야기>


음, 이것말고도 또 있었던 것 같은데 나머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그러니 넘어가고.

달과 어둠의 전기. 읽다가 던져버리고 싶은 것을 참고, 끝까지 가보자 싶어서 읽었는데 읽고 난 뒤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뒷 권이나 관련 시리즈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제 취향에는 전혀 맞지 않더군요. 영감은 있으나 능력은 없는 10대의 방약무인한 소년이 무전취식을 노리면서 사기를 치려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퇴치할 능력도 없으면서 퇴치하겠다고 한 것이 사기 치는 것이지 뭡니까. 하여간 도서관에서 망설이다가 집어 들어 피본 경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달과 어둠의 전기보다 더 지독했던 것이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입니다. 이건 읽다가 던졌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그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 앞에 몇 장 읽어보고는 더 읽다가는 속 터지겠다 싶어 반납했습니다. 뉴욕에서 잘 나가는 어느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충동적으로 결혼하고는 그에 대해 후회를 할까 마음 편히 살까 고민하는 이야기인데 외할머니의 이야기와 번갈아 가며 진행됩니다. 앞 부분만 읽고는 도저히 공감이 안가서 읽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레시피라도 잔뜩 있을까 싶었는데 각 장 앞에 하나씩 소개 되어 있어 5-6개 남짓만 있더군요.
느낌은 할리퀸 로맨스의 뒷 이야기랄까..? 공주님과 왕자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니라 결혼해서 이렇게 마음 고생하고 있습니다.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 두 권도 그럭저럭 읽을만 했지만 제 취향은 아닙니다. 앞부분은 해당 도시를 배경으로한 소설, 뒤는 사진 위주입니다. 짤막한 에세이 같은 것도 있는데 전 에세이 쪽이 더 좋더군요. 그러고 보니 김영하는 소설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네요. 예전에 랄랄라 하우스만 빌려 읽었던가요.

아사다 지로는 프리즌 호텔만 좋은가봅니다. 특히 몽환적이고 알 수 없는 단편집들은 정말 책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손 대지만 읽고 나서는 항상 후회합니다. 사고루 기담은 그럭저럭이었지만 아야시~는 뒤끝이 안 좋았고 월하의 연인은 쓰다가 만 것 같은 느낌의 단편이 몇 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중이긴 한데 다 읽는다 해도 평이 올라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서해문집에서 나온 것인데 책 판형이나 글씨 크기, 편집, 그림 등은 다 마음에 들었지만 캔터베리 이야기 자체는 재미없었습니다.

아사쿠라 다쿠야의 눈의 야화는 이전에 새틀라이트 크루즈를 괜찮게 봐서 빌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미묘. 책이 두껍지만 안 읽히는 책은 아닌데 몇 군데서 묘하게 늘어집니다. 특정 부분의 묘사, 주인공의 심리적 독백 같은 곳이 지나치게 길어서 소설의 맥을 가늘게 만듭니다. 요약하자면 별 생각 없이 미술을 시작했다가 꽤 잘나가던 주인공이 좌절하고 다시 손대기까지의 이야기인데, 거기에 눈과 관련된 설화가 하나 들어가 있습니다. 무난하게 볼만하지만 중간에 그 늘어지는 부분에서 지겨워질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답답한 성격입니다. 무심에 소심을 더하면 이런 성격일거예요.;

행복을 연출하는 다이닝 & 키친은 일본에서 나온 책을 번역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상황과 다른 부분도 많고요. 한국은 아파트를 선호하는데다 단독주택도 한 집에서 오래 사는 경우가 드문데, 일본은 아파트나 빌라보다도 정원 가꾸기가 가능한 단독주택을 선호하는지 단독주택에 대한 개조 사례가 많습니다. 그것도 오래된 집에 대한 개축이 많더군요. 제목에서 나오는 것처럼 주로 거실과 부엌을 개조하기 때문에 이쪽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세요.
부엌을 배치할 때 햇살이 잘 들거나 전망이 좋은 곳에 둔다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게쓰 이야기는 에도 시대에 나온 유명한 설화문학이랍니다. 신간을 둘러보다가 내용 소개에 흥미가 끌려서 도서관에 주문해 빌려다 보았습니다. 내용은 그럭저럭 괜찮군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이야기가 많은데 각 이야기의 뒤에 실려 있는 해설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에도 시대의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하지만 많이 기대는 하지 마세요. 요재지이였나, 하여간 그런 류의 이야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특강은 맛의 달인 스토리 작가인 카리야 테츠가 쓴 책입니다. 맛의 달인을 쓰기 위해 취재하는 동안 일어난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 작가 성격이 나쁘다는 것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엊그제 초록불님이 편집자와 작가의 차이는 자뻑기질 차이라고 했는데 이걸 떠올리면 금방 납득하실 수 있습니다. 정말 제 멋에 사는 작가예요.
맛의 달인에 등장하는 여러 음식 그림들과 함께 먹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1권은 주로 음식 재료와 관련된 이야기가, 2권은 프랑스 요리, 이탈리아 요리 등 국가별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가별 요리라고는 해도 프랑스 요리 때는 푸와그라 이야기가 나오는 등 재료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가 두서 없이 늘어 놓는 음식 이야기이니 그런 걸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세요. 맛의 달인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두말없이 추천합니다. 읽고 있자면 카이바라(번역판에서는 우미하라. 카이바라라고 읽는 것이 맞답니다)나 지로의 나쁜 성격이 어디서 나왔는지 단번에 아실겁니다.

화성아이 지구 입양기는 어느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독신으로 살아오던 어느 작가가 문득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온갖 문제아로 낙인 찍힌 아이를 데려오겠다고 결심하는데, 이 아이는 자신이 화성인이고 언젠가 화성인들이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아이가 화성인에서 지구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주 내용입니다. 이게 순위가 높은 것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작가가 스타트랙 작가라고 해서 홀랑 낚였거든요. 이 책을 읽기 직전에 Happy SF를 봤고, 그래서 여러 SF 소설에 구미가 당기던 차에 별 생각 없이 빌린 책이 SF 작가가 쓴 책인겁니다. 그것만 해도 우연의 일치라 할텐데 번역자는 Happy SF 2호에 실린 단편의 작가였습니다.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같은 분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SF관련 여러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책은 작고 얇지만 여운도 그렇고 느낌도 좋았습니다. 가볍게 읽을 만한 책입니다.

마지막이 온다 리쿠의 금지된 낙원과 구형의 계절인데, 사실 둘다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구형의 계절은 처음 시작은 도시괴담이더니 어느 순간 판타지 소설로 넘어가더군요. 아이쭈님이 네크로폴리스랑 구형의 계절을 보다가 맨 마지막 부분에서 화냈다 하시던데 이해가 갑니다. 구형의 계절보다는 네크로폴리스가 조금 더 낫긴 합니다. 구형의 계절은 60%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이야기가 왜 이리 전개되는지, 엉뚱하게 마구 흘러버립니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나 여섯 번째 사요코에서처럼 학원물을 기대했는데 뒤통수를 퍽 맞은 느낌일까요. 열린 엔딩이라 더 그렇습니다.
캐릭터들은 마음에 들지만 내용은 마음에 안듭니다.
금지된 낙원도 막판 뒤집기에서 빈대떡을 홀랑 다 태워먹은 느낌입니다. 긴장감을 잘 조성하면서 공포물로 나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오컬트가 됩니다. 두 사람이 막판 뒤집기를 할 거란건 알았지만 그쪽이 막판 뒤집기를 한 것은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흐린다 싶었고, 다른 한 쪽은 최종보스 치고는 너무 약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디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엘프가 매그넘샷 한 발에 글라스기브넨을 날려버린 듯한 느낌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묵혀둔 책이 몇 권 안 남았는데 이것 다 읽고 나서 뭘 보나 싶습니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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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쭈 2008/11/06 16: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화성아이 지구입양기는 영화화된걸로 기억해요..;;; 왜냐면 영화관에서 지금 말씀하신 바와 똑같은
    예고편을 봤거든요;;;(물론 제목도 기억못하고, 책은 아직 안 읽어본..)
    금지된 낙원, 정말 오싹해 하면서 읽다가 역시 막판에 벙찌게 만들어서..ㅠ-ㅠ

    • 키르난 2008/11/07 07:49  address  modify / delete

      이번에 번역되었지만 나온지는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영화로 만들어도 될만한 이야기더군요. .. 아니, 내용 자체가 영화 느낌..;;

  2. TITANESS 2008/11/06 17: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아.. 화성아이, 저도 영화가 있었던걸로 기억.

    금지된 낙원은.. 참....

    • 키르난 2008/11/07 07:50  address  modify / delete

      티이타님 입맛에도 맞을거라 생각하니 도서관에 신청해보세요.+ㅅ+
      금지된 낙원은 그대로 묻어버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