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꺼내 들기가 귀찮아 안찍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와서 확인하니 100장은 넘겼습니다. 이래 저래 확인하고 어떻게 정리할까 생각했는데 사진 장수에 따라 글을 쓰는 것이 낫겠더군요. 음식 사진은 따로 빼고, 여행 다니는 동안 찍은 잡다한 사진을 모을까 했더니 수가 많아 나눠서 올려봅니다.





김포공항 가는 길. 태공에게는 이번에도 케이프를 입혔습니다. 이전과 다른 것은 케이프를 고정하는 장신구고요. 아마 어딘가에는 그 장신구가 찍힌 것이 있을 겁니다. 훗.






LG에서 나온 접는 키보드. 블루투스입니다. 사진에 보이듯 접히면 오각이 될거예요. 아니, 사각기둥이었나? 잠시 헷갈렸지만 롤리 키보드 1이 사각, 2가 오각이 맞을 겁니다. 키배치가 조금 불편하다고는 하지만 들고 다니기에는 좋아 보입니다. 한국 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르겠네요.







뱅 앤 올룹슨 이어폰도 하나 더 추가되었네요. 궁금하지만 가격을 보면 궁금증을 고이 접어 지갑에 간수해야 합니다.






출발할 때부터 여행 다니는 내내 이걸 끼고 다녔더니 기내 승무원부터도 일본어로 말을 걸더군요. 음....; 하지만 그 외의 차림은 그다지 일본인 같아 보이진 않았을 건데. 청바지에 폴로셔츠였단 말입니다.'ㅂ' 그래도 중국어로 말 걸어오진 않았다는 걸 위안으로 삼습니다.






이데미 스기노에서 30분 대기했다가 30분 만에 케이크를 먹고 아코메야로 가는 도중. 도심 녹화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건물을 보았습니다. 진짜 아래층은 외벽 자체가 정원이더군요.







아코메야는 잘못 발을 들이면 지갑이 거덜납니다. Ki님이나 Sh님, C님은 여기 들어가면 조금 곤란하실 겁니다. 편집샵으로 일본 각지의 농산물과 식료품, 술, 그릇,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합니다. 원래 주로 취급하던 것은 쌀이었다네요. 그래서 저기 米가 보이는 것이고요. 그리고 그 위에 있는 것은 참새....; 그래서인지 1층에 있는 식당에서는 아코메야에서 취급하는 식재료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쌀도 그렇고요.

아코메야의 로고가 붙은 술됫박은 로고가 아니었으면 하나쯤 구입했을지도 모릅니다. 전 로고 없는 쪽을 선호하기 때문에 고이 피했습니다. 하지만 손에 착 감기는 옷칠 나무잔은 사왔습니다. 평소 구입하는 머그값을 생각하면 비싸지만 만드는데 들어가는 수공을 생각하면 싸지요.






아코메야에서 꼼데가르송을 지나 KITTE로 가는 도중. 이런 중국집이 있더군요. 이름도 재미있고 간판도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VIRON에서 샌드위치를 샀습니다. 묘하게 이 주변 분위기가 어디서 본 것 같다 했더니 이전에 여의도 PAUL 갈 때 느꼈던 풍경과 닮았습니다. 여기 내부도 그런 느낌...?

빵 사진은 다음에 올려보지요.





VIRON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KITTE입니다. 이전에 도쿄역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저 하얀 건물 보고 신기하다 생각했는데 그 옆 건물이 KITTE더군요. 도쿄 중앙우체국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만든 쇼핑센터입니다.






건물이 조금 독특하지요. 원형이나 사각형으로 구성하는 다른 쇼핑몰과 달리 여긴 삼각형입니다. 부지 때문에 그랬을거예요.




일단은 여기서 한 번 끊고. 나머지 사진도 상당히 많아서 말입니다. KITTE에서 G가 찾던 인스턴트 된장국을 사고, 편의점에 들렀다가 오테마치까지 걸어가 지하철을 탔습니다. 나중에 지도로 찍어보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무리한 코스였습니다. 중간중간 쉬어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_-;

2박 3일의 일정이다보니 조식도 두 번, 기내식도 두 번이었습니다. 제목이 익숙한 건 그 영화 제목의 패러디라 그런거고요. 일단 호텔 아침식사부터 올려보지요.


호텔 니와노도쿄, 니와호텔 도쿄 중 어느 쪽이 맞는 이름인지 모르지만 하여간 조식이 맛있다는 말에 덥석 예약을 잡았는데 먹고 나서의 감상은 딱 '이게 도쿄에서 맛있는 호텔 아침 식사로구나'였습니다. 그냥 무난하고 평범하고 괜찮은 수준이지만 조식 때문에 또 오고 싶냐 물으면 그건 아닙니다. 나쁘진 않은데 호텔 가격이 높은 편이니까요. 맛있는 호텔 조식이 먹고 싶다면 차라리 홋카이도를 가는 것이 낫습니다. 홋카이도의 호텔 조식은 하코다테의 시오사이테이나 삿포로의 교한이나 다 맛있었습니다. 아니면 아예 고베의 피에나를 가거나요. 혼자 여행간다면 교한이나 피에나가 나을 겁니다.

(하지만 홋카이도는 맛있는 곳이 많아 딱히 호텔 조식이 아니라도 먹을 곳이 많습니다.)

(호텔 조식의 의미는 어디 일부러 찾아갈 필요 없이 맛있는 식재료와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 'ㅠ')



사람이 많아서 메뉴는 일일이 찍지 않았고 담아 온 것만 찍었습니다. 일식과 양식 모두 가능하고, 일식은 죽과 밥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약간의 반찬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중은 양식 쪽이 더 높아 보입니다. 샐러드바도 있었거든요.





욕심껏 잔뜩 들고 와서 다 먹었습니다. 덕분에 위는 조금 고생했지만 탈은 안났으니 그걸로 된거죠.



직원의 안내대로 자리를 잡고 앉으면 달걀 프라이와 오믈렛 중 무엇을 먹겠냐고 묻습니다. 둘째날 아침은 오믈렛으로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오믈렛이 두 개. 유리그릇에 담긴 것은 플레인요거트와 키위잼입니다. 다른 잼은 1회용인데 키위잼은 직접 만든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왼쪽 접시의 하얀 직육면체는 차가운 두부. 맛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쪽이 비지무침. 가운데 보이는 것은 고기감자조림. 그리고 곡물빵입니다.

커트러리 옆에 놓인 접시에는 스크램블에그, 해시포테이토, 소시지, 팬케이크, 빵푸딩을 담아 왔습니다. 가장 마음에드는 것은 빵푸딩이었습니다. 위는 촉촉한 프렌치토스트, 아래는 아주 부드러운 푸딩입니다. 덕분에 따로 푸딩을 사먹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게 워낙 맛있었으니까요.


G는 흰 죽에 매실절임 올린 것도 들고 왔더군요.





이건 G가 찍은 과일입니다. 바나나와 체리, 토마토, 자몽. 오렌지도 있었지만 가져다 먹진 않았습니다.






그 다음날, 호텔에서의 마지막 조식 때는 사람이 많지 않아 창가 자리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앞서도 적었지만 금요일 아침에는 서양인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인도나 파키스탄 계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으니 뭉뚱그려 외국인이라 적어도 되긴 하네요. 하여간 다들 나교수, 나학자라고 얼굴에 써 붙인 터라 근처에 국제 학회가 있나 싶었습니다. 토요일에는 그 사람들이 없었다는 것도 그렇게 생각한 이유고요.






이날도 양이 많았군요. 하하하. 앞 오른쪽에 있는 오목한 그릇은 미네스트로네입니다. 국물보다는 건더기가 먹고 싶어 들고 왔는데 맛있더군요. 쓰읍. 이렇게 잘게 썰어 넣으면 오래 익히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거기에 햄과 생햄, 해시 포테이토, 캐러멜 페스트리와 빵, 빵푸딩을 담았습니다. 또다른 오목한 접시에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두부와 고기감자조림, 비지무침을 담았고요. 위가 작은 것이 아쉬울 정도로 잘 먹었습니다.





G는 달걀을 안 먹겠다고 해서 저만 달걀프라이로 받았습니다. 반숙이라 노른자를 베어무니 탁 터지더라고요. 쓰읍..-ㅠ-




아침식사는 이걸로 끝. 그럼 비행기 안에서 먹은 음식은 어땠냐 하면..






아무래도 도쿄 왕복이다보니 간사이보다는 양이 많습니다.







밥과 고기, 오이지와 두부. 두부는 오리엔탈드레싱이라고, 살짝 새콤하고 달달한 맛간장을 넣어 먹는데 소스를 함께 먹는 쪽이 맛있습니다. 물론 두부만 먹어도 괜찮더군요. 호텔 조식으로 먹은 것만큼은 아니지만.






돌아오는 항공기에서는 거의 기절해 있어서 뚜껑 열고 찍은 사진은 없네요. 돌아올 때는 갈 때와 비슷하게 닭고기 조림과 밥, 빵, 그리고 노란 치즈와 햄이 들어간 샐러드, 드레싱, 매실 젤리가 있었습니다. 이쪽은 꽤 남겼던 걸로 기억합니다. 피곤해서 입맛이 안 돌았거든요. 그렇다고 안 먹은 건 아니고, 닭고기는 냄새가 좀 났지만 그래도 고기라 먹었습니다. 고기는 소중하니까요.




다음 여행도 도쿄를 갈 가능성이 높은데 그 때는 아마 숙소를 도큐스테이로 잡을 것 같습니다. 항공기는 그 때 봐서 결정하겠지만 아마도 대한항공..? 'ㅂ'; 다음에 갈 때까지도 열심히 돈 벌어야겠네요.

이번 숙소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어떤 책이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료칸 탐방기에 도쿄 숙소도 몇 소개가 되었는데 그 중에 이 호텔이 있었습니다. 조식이 맛있다는 말에 혹해서 다음에 도쿄 여행 가면 여기로 가겠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가게 되었지요. 차라리 다행입니다. 상품권을 써서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대로 비용 다 지불했다면 꽤 속 쓰렸을 겁니다. 아니, 한국에서 여행사 끼고 예약하는 것이 아니라 자란에서 예약했을 것이니 가격 차이도 있었을 겁니다. 일단 자란에서 보이는 건 여행사를 통해 예약했을 때의 비용보다 상당히 낮으니까요.




이게 자란에서 일정 없이, 그냥 검색했을 때 보이는 가격입니다. 호텔 이름 옆에 보이는 대로 비즈니스가 아니라 하이클라스로 분류되더군요. 그리고 조식 포함의 트윈 1실은 최저가가 2만엔을 넘습니다. 가격이 높긴 하죠. 제가 평소 예약하는 숙소보다는 비싼 편입니다.



로비의 느낌이나 프론트의 응대 등은 좋습니다. 방도 꽤 넓은 편이고요.






목요일 오후에 김포에서 출국해서 하네다에 도착. 그리고 숙소에 도착한 시각은 저녁 8시 반이었습니다. 중간에 우유를 마셨기에 망정이지... 아마 M님이라면 어디서 마셨는지 짐작하시겠지요.(언급하는 자체가 힌트)


위 사진은 입구 쪽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오른쪽 편에 보이는 기둥이 욕실이고요. 장지문을 열면 유리문이 있고 방음창이라 열었을 때와 아닐 때의 소음 정도가 상당히 차이납니다.







이쪽이 욕실인데 화장실과 욕실이 나뉘어 있습니다.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분리된 것은 아니지만 따로 따로 쓸 수는 있지요.


샴푸 등을 비롯한 욕실제품이 어디 것인지는 확인 못했고, 거품세안제는 폴로(POLO)입니다. 다른 건 다 있는데 샤워퍼프나 샤워용 스펀지가 없어서 불편했습니다. 이번에는 챙겨오는 것을 잊었거든요.


아참, 화장실 안에 빨래 걸이가 있습니다. 이전에 홋카이도의 어느 호텔에서 있었던 것처럼 잡아 당기면 줄이 나와서 고정하면 빨래를 말릴 수 있는 공간이 생깁니다. 3층에 라운지가 있는데 거기 코인 세탁기가 있다더군요. 이날 저녁에 G가 전자렌지를 이용하려고 3층에 갔는데 서양인들이 많이 모여서 세탁기를 사용하고 있었답니다. 그러고 보니 이날도 그렇고 그 다음날도 조식 먹는데 서양계가 많았습니다. 얼굴을 보아하건데 아마도 근처 대학의 학회 숙소가 아니었을지. 나학자 나교수라고 얼굴에 써 있었거든요.(...)





재미있는건 TV 옆, 장지문 옆의 구석에 있는 이 가구입니다. 아래쪽은 냉장고가 있고 위쪽에는 전기포트와 유리컵, 그리고 남부철기 주전자와 차통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머신은 나중에야 확인했는데..





냉장고 위의 서랍을 여니 이런 것이 있더군요. 잔 세트와 상자.






UCC의 POD 커피와 홍차입니다. 설탕과 크림도 같이 있고요. 기계를 써서 커피를 마시면 되었는데 마지막 날에야 확인한 덕에 못 마셨습니다. 어흑.;ㅅ;

하지만 아쉽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따로 올리겠지만 조식 메뉴의 커피도 UCC였는데 심각하게 맛없었습니다. 이것도 그리 기대는 안되더군요.





창밖 건너편에는 저런 테라스와 이상한 공간이 있길래 뭔가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았습니다.







아래쪽도 그렇고 저 위쪽도, 체육관입니다. 저기서는 농구를 하더군요. 옥상을 이렇게 이용하는 것도 학교 공간 활용의 한 방법이겠네요. 아, 이틀째에 숙소로 돌아오며 알았지만 저기 학교였습니다. 공립학교는 아닌 걸로 보이죠. 아마도?






한국에서 예약했더니 바우처에 '가능한 전망 좋은 곳으로 배정해달라'는 문구가 들어 있더군요. 그래서인지 13층을 배정 받았습니다. 저기 멀리로 도쿄 타워도 보이네요.






니와노호텔, 뜰의 호텔이라는 이름과도 잘 어울리게 정원을 잘 만들어 놓았습니다. 아침식사를 했던 1층의 레스토랑 창 밖으로는 이런 풍경이 보입니다. 건너편에 보이는 건물은 호텔에서 운영하는 일식당이더군요.







이게 보도에서 찍은 것인데 길 가다가 호텔로 들어가는 오솔길이 보입니다. 그래서 초행길인 사람들은 이 앞에서 호텔 들어가는 문을 찾아 우왕좌왕 하더군요. 왼편으로 가면 그 일식당, 오른편으로 가면 1층 로비로 이어지는 출입문입니다. 출입문 들어가서도 왼편은 아침식사 레스토랑 겸 이탈리안 식당, 오른편으로 가면 호텔 로비로 이어지더군요. 공간 구조가 꽤 재미있습니다.




시설이 좋음에도 가격을 생각하면 그리 만족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위치가 스이도바시라서 도쿄를 가든 긴자를 가든 한 번 갈아 타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오히려 신주쿠는 한 번에 갈 수 있더군요. 이번에는 도쿄 동쪽만 돌아다녔으니 신주쿠는 갈 일이 없었습니다.


조식 이야기는 따로 다시 하겠지만 먹고 나면 '이게 도쿄에서 맛있는 조식이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입맛이 고급이 되면 이런 게 나쁩니다.

그러니 다음에 간다면 차라리 바로 이웃한 도큐스테이 스이도바시나 도큐스테이 니혼바시를 갈 것 같습니다. 숙소도 저렴하고요, 안에 작은 주방설비와 세탁기가 있어서 장기간 머무르기에도 유리합니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니 교통편이 나쁘다고 해도 감안할 수 있고요. 도쿄돔에 간다면 여기도 상당히 괜찮은 숙소지만 전 도쿄돔에 갈 일이 그리 없기 때문에...'ㅂ';


편의점과 도큐스테이 사이에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건 편의점 가기는 편합니다. 정원도 멋지고 잘 꾸며 놓았지만 ... 음. 이런 기회가 아니면 가볼 일이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ㅁ-;


하네다 공항 국제선 청사(터미널) 4층의 모습. 모노레일을 내려서 올라오면 1층이고, 3층이 항공사 수속장이고, 4층과 5층에 면세점을 비롯한 가게가 몰려 있습니다.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중앙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여름이라고 이렇게 나팔꽃을 장식하고 있더군요. 물론 조화입니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열심히 바람종을 조립하고 있었고요.



그러고 보니. 잊지말고 일본문화원에서 하는 세시풍속전 전시회를 가야겠네요. 공짜인데다 가볼 시간도 있으니 말입니다.(시간이 있던가;)





아이보는 공항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보았습니다. 솔직히 같은 로봇이면 파이어볼 아가씨나 드롯셀마이어가 더 취향입니다. 외모가 파이어볼이었다면 환호하며 찍었겠지만 이쪽은 7세 남짓의 순진무구하고 때묻지 않은 어린이란 느낌에 가깝더군요. 소년도 아니고 어린이.






국제선 청사에 만들었다는 에도코지-에도오솔길? 샛길?-도 나름 재미있습니다. 하늘처럼 보이는 것은 절대 하늘이 아닙니다. 거리는 짧지만 앞부분의 외장을 통일시킨 덕에 운치가 있습니다.






하네다공항 우체통도 참 귀엽고요. 특히 저 위에 얹힌 오동통한 항공기가 귀엽습니다. 조카가 있다면 사다주고 싶지만 조카가 없는게 문제가 아니라 둘 공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눈 앞에는 포키가 펼쳐집니다. 가운데 상단은 딸기, 그 아래는 신슈포도. 그리고 유바리 멜론도 있습니다. 구입한 것은 신슈 포도. 멜론은 홋카이도 여행 때 구입한 적이 있습니다. 대형 포키라서 가격은 개당 800엔. 그리고 이 오른편에는 킷캣도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것이 일본주(니혼슈) 킷캣인데 술을 좋아하는 분이 없고 금주 중인 분들만 잔뜩 있어 고이 내려 놓았습니다.






이 물통은 굉장히 귀엽더군요. 하지만 구입해도 둘 곳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물건은 구입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의 문제인겁니다.(심각)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침부터 어머니께 물건 적체에 대한 잔소리를 들었거든요. 휴가 기간 중에 책들을 모두 포장해서 치워버리지 않으면 어머니가 모두 다 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더군요. 하기야 1년이 지나도록 꺼내보지 않는 책들이 전체의 90%인데 화내실만도 합니다. 흑흑흑.

그리하여 오늘도 부동산 구입의 꿈을 꿉니다. G4 다음의 작업이 G5이고 이건 다른 게 아니라 내집 마련의 꿈이 될 예정입니다. 일단은 G4부터 해치우고요. 그건 당장 어제부터 시작되었지만.







건담과 피규어도 일부 있지만 살만한 것은 없습니다. 전시되어 있는 상자 중에 키라 야마토가 보여서 그 근처에는 가다가 말았습니다. BOSS 제품도 일부 판매하고 있었고요.


가다보니 중학생으로 추정되는 무리가 있었는데 다들 한 손에 쇼핑백을 들고 있었습니다. 종이 쇼핑백 안에 피규어가 보이길래 그쪽을 다녀왔구나 생각했는데 갑자기 G가 웃더라고요. 이유를 물으니, 그 일행 중 다른 애들은 다 쇼핑백 속에 피규어가 있었는데 딱 한 애만 토토로 인형이 들어 있더랍니다. 뭔가 귀엽더라고요. 후후후후. 하기야 하네다 공항 5층에도 지브리 매장이 있었지요.




삼천포로 샌 이야기를 도로 끌어 올립니다.


하네다 공항을 이용할 때 주의할 점과 다음에 염두에 두고 이용할 점 몇 가지를 적어봅니다.


1.간사이 공항이 그립습니다. 간사이 공항에는 포켓몬 매장도 있었는데! 왜! 피카츄가 있다면 살려고 했는데!

(관련 글: http://esendial.tistory.com/6504 2016년 1월의 간사이 공항 방문 때.) 캐릭터 상품은 있었지만 피카츄 인형은 없더군요. 아마 품절된 모양이니다.



2.스타벅스가 없습니다. 국제선 터미널에 없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국내선에는 있을 걸로 보입니다? 간사이랑 나리타공항 스타벅스 매장에는 일본내 스타벅스 지역 한정 머그가 모여 있어서 다른 지역에 가지 않고도 구할 수 있습니다. 센다이 머그도 예전에 그렇게 구입했습니다. 지난번에 센다이 머그를 박살내면서 홋카이도 머그를 사올까 고민했는데 이번에 가서 사오려고 했더니 없더군요. 도쿄 머그는 취향이 아닙니다. 그리하여 차라리 소공동 스타벅스에서 한국내 지역 한정 머그를 구입해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참고로 지역 한정 머그의 사용 기한은 대체적으로 2-3년 가량으로 보입니다. 사무실에서 쓰고 있는데 깨지기 전에도 바닥 부분이 드러난 것이 보여서 폐기 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깨졌을 때도 아쉬움이 없었고요.



3. 하네다 공항의 로이스는 상품이 적습니다. 간사이 공항에는 더 다양한 상품이 있는데 여기는 생초콜릿과 새로 나온 몇 가지 상품만 있더군요. 말차 초콜릿 아몬드나 말차 초콜릿 크리스피 같은 것. 아, 물론 퓨어 초콜릿 같은 낱개 포장형 버튼형 초콜릿도 있긴 합니다. 제가 찾던 것은 아몬드 초콜릿이랑 판초콜릿이라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4. 그리고 아마존 편의점(로손) 배송

가기 전에 킨키키즈 CD를 주문하는데 발매일이 20일이라, 23일 귀국하는 입장에서는 아슬아슬 하더군요. 그리하여 배송지를 하네다 공항 로손으로 지정했습니다. 근데 아마존 배송은 20일이 되는 자정에 발송하더군요. 그리하여 그 다음날인 21일에 이미 공항 로손에 도착했습니다. G와 함께 로손에 들러 CD를 수령하고 공항을 출발하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로손에 가서 Loppi를 조작하니 '이 로손이 아닙니다. 1터미널 남쪽 로손을 찾아가세요'라더군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남쪽과 북쪽에 각각 로손이 있는 것은 1터미널이 맞는데, 그건 국제성 청사가 아닙니다. 그렇죠. 하네다 왕복을 마지막으로 끊은 것은 1터미널로 항공기가 취항하던 때입니다. 로손이 남쪽과 북쪽에 있다 생각한 것은 국내선 제1터미널로 다닐 때의 기억이니까 1터미널 남쪽 로손으로 지정한 건 바보짓입니다. 국제선에는 하나만 있으니까요.

그리하여 귀국하는 날, 일부러 국내선 청사에 가서 CD를 찾아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김에 스타벅스도 다녀올걸 그랬지만 설마하니 국제선에 없을 줄은 몰랐지요.



5.하네다 국제선 청사의 매장

가네코안경점이 에도코지에 있더랍니다. 안경테가 상당히 가벼워서 좋았는데 가격 또한 상당합니다. 3으로 시작하는 5자리니까 넉넉하게 준비하고 가시어요. 사실 레이밴과 비슷한 모양의 선글라스가 마음에 들었지만, 선글라스는 반드시 도수를 넣어야 하는 관계로 포기했습니다. 30분이면 안경알까지 맞출 수 있다는 안내문을 본 것 같은데 확실하진 않군요.



6.여행선물: 과자

여행선물을 어디서 살 것인지 고민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면세점에서 털어 사는 것이 편합니다. 세금이 안 붙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상품이 다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쿄바나나를 예로 들자면 기린무늬는 있지만 꽃무늬는 없고요, 그나마도 크기가 다양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다른 과자도 마찬가지고요.

아참. 145번 게이트로 가는 도중에 기무라야 매장이 작게 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카페베네에서 그리 멀진 않았고요. 그러고 보니 그 근처에 빅토리아 시크릿도 있었지요. 저야 향이 강한 건 질색이라 매장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도망쳤지만.



음, 기억나는 것만 털어보면 대강 이정도로군요?

여행기를 써야하는데 글 쓸 의지가 약할 때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는 건 구입 기록입니다. 그건 구입한 것이 무엇이고 왜 구입했는지를 정리하면 되니까 쉬운 편입니다. 그리하여 구입한 물건들을 차근히 올려보지요.


제목에 적은대로 이번 쇼핑의 주 지역은 긴자였습니다. 하지만 긴자뿐만 아니라 도쿄역 주변도 다녔지요. 역으로 따지면 교바시, 유라쿠쵸, 오테마치, 도쿄역, 미쓰코시마에, 긴자 등. 구입처는 유라쿠쵸 근처의 마루이에 있는 츠타야 옆 스타벅스, 그 근처의 빅쿠카메라, 긴자 아코메야(AKOMEYA), KITTE의 미소엔, 도쿄역 지하의 가게입니다. 지도 보면 아시겠지만 그리 멀지 않습니다.





역으로만 보면 대강 이렇네요. 미리 G랑 구글지도 공유해가며 위치 찍어 갔습니다. 위치도 다 이 주변이고요.






여행 둘째날의 구입품. 첫날은 체크인하고 바로 옆 편의점에 들어가 저녁거리를 챙긴게 전부였습니다. 그건 따로 올릴 거고요. 이건 둘째날의 장본 것들입니다. 그리고 이 중 온전한 제 몫은 왼쪽 상단의 QC35뿐. 나머지는 다 선물용입니다. 물론 사진 오른쪽 상단의 스타벅스 오리가미는 몇 개 챙기겠지만 나머지는 다 선물용입니다. 하하하하하.


아래쪽에 보이는 것은 도쿄역 옆 KITTE에 입점한 미소엔에서 구입한 인스턴트 미소시루입니다. 일본된장과 다른 부재료를 넣어 뜨거운 물만 부으면 간편하게 된장국을 마실 수 있습니다. 모두 다 여행 선물이고요. 저는 밥 먹을 때 따로 국물을 먹지 않으니 먹지 않게 되더군요.


가운데 줄의 맨 왼쪽은 긴토키가 아니라 킨토키(金時)라는 붉은 강낭콩과 큰알갱이 팥(大粒小豆)입니다. 둘 다 홋카이도 토카치 생산이고요. 긴자 아코메야(AKOMEYA)에서 샀습니다. 팥이 420엔, 강낭콩이 460엔. 세금 별도입니다.  ... 근데 원래 일본산 농산물 반출이 안되던가요?; 토카치 지방의 팥이랑 강낭콩은 굉장히 맛있습니다. 예전 홋카이도 여행 때 비에이센카에서 사보고는 홀딱 반했지요. 저건 살까 말까 망설였는데 팥이고 강낭콩이고 반짝반짝 윤기가 도는 것이 너무 예뻐서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지갑을 열게 만드는 자태였습니다.


팥 옆에는 자두 말린 것과 유자필. 레몬이나 오렌지필은 종종 보았지만 유자필은 처음입니다. 이것 역시 선물용으로 구입했고요.




마지막 날은 귀국일이다보니 저녁 때 집에 와서야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른쪽에 쌓인 것은 제가 끌고 간 큰 캐리어에 들어 있던 G의 물건이고 가운데 부분은 아까 올린 것을 포함해 여러 물품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아마존에서 주문한 물건 들. 가운데 보이는 파운드케이크는 하네다공항에서 구입했습니다. 145번 게이트에서 출발했는데 서점과 같이 있는 작은 카페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파는 아이스코코아는 딱 초코우유 맛이더군요. 그 외에 가장 가까운 카페는 카페베네. 허허허허허허.

하네다 공항 국제선 터미널에는 스타벅스가 없어 슬펐습니다. 지역 한정 머그...;ㅂ;


본론으로 돌아가서 앞에 보이는 노란 선과 그 뒤의 주황색 선은 전원 연장코드입니다. 아버지는 10m짜리 두 개를 사다 달라 하셨는데 주문 과정에서 제대로 치수를 확인하지 않아 10미터 하나, 20미터 하나를 사왔습니다. 거기에 아버지가 쓰시는 공구로 신와(シンワ)의 곡자 다섯 개와 五德이란 이름의 대패 하나.






과자 일부와 QC35만 제 것. 아참, 하네다 공항 국제선에 있는 전자매장에도 BOSS가 있던데 QC35는 아직 들어와 있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가격은 밖에서 면세로 구입하는 것과 같을 걸요..?


맨 아래 있는 것은 도쿄역에서 구입한 보자기. 진짜 귀엽습니다. 염색만 놓고 보면 사실 도쿄역에서 본 것보다는 긴자 이토야에서 본 것이 더 좋긴 하지만, 그쪽은 구입해와도 제가 쓸 일이 없어서 차마 구입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고래상어-G는 메기라고 주장하다가 그림에 붙은 이름이 고래상어란 걸 보고 수긍했지만-의 아름다운 자태가 눈에 선합니다.;ㅂ;

하여간 하나 빼고는 다 선물용. 그 위의 스타벅스 오리가미도 저만큼을 제외하고 나머지 8개는 다 선물용. 스타벅스 말차 믹스도 하나 빼고 선물용. 태공이 누워있는 세토 나이카이 쪽의 레몬케이크도 아코메야에서 구입한 여행 선물, 포키와 프릿츠는 제가 먹겠지만 그 아래 깔려 있는 일본 한정 신슈포도 포키도 여행 선물. 그 옆에 부엉이와 멍멍이 틴 케이스의 사탕도 여행 선물.

...

여행 선물을 산다는 핑계로 신나게 사들였다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습니다. 하하하하!





태공 옆으로 보이는 맥주 두 캔은 이전에 못 본 것이라 일단 사고 아버지께 여행 선물이라고 안겨드렸습니다. QC35의 사진은 따로 찍어 두었으니 나중에 올리지요.






아코메야에서 구입한 컵. 벚나무로 만들었다는 옷칠 컵입니다. 검은색이 감돌고 나뭇결이 그대로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용량은 태공을 감안하고 보시어요.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컵이 가볍고 손에 착 감깁니다. 잡는 맛이 좋네요. 작아서 커피 마시기에는 용량이 부족하지만 한 번 써볼 생각입니다. 그러니 컵이 들어가는 작은 주머니를 만들어야겠네요.




선물용이라 지정한 것이 많지만 사실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지는 두 곳에만 돌리는 거라, 그 외에는 이번엔 다 뺐습니다. 집 선물은 맥주와 콩으로 대신했고요. 선물이 줄어 챙길 것이 적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런 것 치고도 좀 많았지만.. 하하하.;

G의 상태는 주변 분들이 대강 알고 계시니 왜 약자인지 아실 테고, 제 상황은 블로그에서 보신 분이라면 또 아시겠지요. 조금 피곤하거나 많이 걷거나, 쉬고 있다가 움직이면 여지없이 다리를 절더군요. 그리고 여행 다녀온 지금도 여전히 왼발에 통증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 계획은 제가 약자가 되기 전에 계획한 것이어서 취소할 수가 없었습니다. 항공권 취소 수수료가 상당했거든요. 게다가 G는 매번 그랬지만, 이번은 정말로 마지막이고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른다며 기대하던 중이라... 하하하. G가 가보고 싶어하던 곳은 거의 다 찍은 모양입니다. 2박 3일간의 일정은 실제로는 꽉 찬 이틀 일정이었습니다. 피로를 남긴 이번 여행에 대해 차근차근 풀어봅니다.



1.목적

이번 여행의 목적은 요츠바 탄생 전 마지막 여행입니다. 행선지가 도쿄라는데서 '이런 미친!'이라든지 '아니, 임산부를 데리고 일본에 가다니! 방사능!'을 외치실 분들은 고이 뒤로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다 감안하고 간 겁니다.

외려 주변 사람들이 제일 걱정한 것은 '이제 곧 여행 및 항공기 탑승이 안될 저 아해가 여행 다니면서 무리하면 절대 안돼!'였습니다. 무거운 것을 들지 못하게 하라며 신신당부를 했는데 그게 다리부상 후 회복이 덜 된 저였단 말입니다. 하하하.;ㅂ; 그래도 최대한 힘 안쓰게 이모저모 움직였지만 가장 큰 역할은 통역이었습니다. 초반에는 피로가 덜 풀려서 상태가 안 좋았지만 후반에는 제대로 길잡이 역할도 했습니다. G의 쇼핑을 전담 마크하였기 때문에 맨 마지막의 안경테를 제외하고 G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거의 다 얻었습니다.(먼산)


아. 제 목적은 .. .. .. 뭐였더라.(먼산)

목표였던 포숑 티리큐르는 포숑 매장을 찾지 못해서 얻지 못했습니다. 깨진 머그를 대신할 스타벅스 지역한정 머그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QC35 구입

-손에 착 감기는 컵 구입

-G와 함께 이데미 스기노 방문

-G와 함께 포트넘 앤 메이슨 티샵 방문. 클로티드 크림 먹음

의 목표들은 모두 해결했습니다. G가 원하는 것도 모두 확인하고 방문하고 했으니 뭐, 가이드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수행한 거죠.



2.일정

처음에는 3박 4일을 생각했는데 여행을 준비한 시기가 늦어서 원하는 일정으로 짜면 항공권이 60만원에 육박하더랍니다. 골절 전에 계획을 짰지만 G의 상태를 고려해야 했으니 나리타는 안되고 무조건 하네다였는데, 3개월 전에 검색했을 때는 34만 가량이었던 항공권이 그렇게 올라갔으니 일정을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선택한 것이 목요일 출국해서 토요일 귀국하는 2박 3일 일정이었고요. 그리고 첫날에 반나절을 확보하는 것보다 차라리 늦게 입국해서 그날은 쉬고 다음날과 마지막 날을 알차게 보내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좋은 결정이었습니다. 평소 저녁형 인간이던 G가 최근 아침형 인간으로 생활 패턴이 바뀌는 바람에 오히려 그게 나았습니다. 아침 일찍도 아니고 새벽에 깨다보니 둘다 오후가 되면 체력이 달렸고 그러니 마지막 날 집에 들어올 때 녹초가 되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좋았습니다. 그리고 G가 목요일 오전에 병원 갈 일이 있어서 오후 출발 항공기가 좋았지요.

항공사는 KAL. ANA는 이용하지 않은지 꽤 되었고, 아시아나 타느니 대한항공이 낫다고 생각했으며 JAL과 KAL의 가격 차이가 4400원인데다 병원 다녀오는 것을 생각하면 KAL의 시간이 더 여유로웠습니다.



3.숙소

스이도바시에 있는 니와노도쿄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비즈니스보다는 급이 높다고 하는데, 들어가보고는 아마 이번이 마지막 이용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에 간다면 차라리 그 옆의 스이도바시 도큐스테이를 가거나 도쿄역 주변의 다른 숙소를 찾을 겁니다. 그래도 방음이 철저하게 되는 점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완전히 차단되더군요.




집에 도착한 것은 11시 반 넘어서였지만 G가 아침 일찍 갈거라 한 덕에 트렁크를 털었습니다. 왼쪽 편에 보이는 노란 것과 그 주변은 선물 및 아버지의 주문품. 그리고 의자 오른편으로 보이는 물건더미들이 G의 것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 제 몫이 얼마나 되는지는 차근히 정리해보죠.

제목에 정리했듯이 제 캐리어는 23kg, G는 10kg 남짓이었습니다.



이름이 참 길지요. 영문명이 Takenaka Carpentry Tools Museum이라 다케나카 목공 도구 박물관이라고 해도 틀리진 않지만 여기서 말하는 Carpentry는 사전적 의미로 대목일에 가까울 겁니다. 집짓기 도구를 모아 놓은 곳이라고 알고 있거든요.

大木, 혹은 대목수. 가구쟁이라고 할 수 있는 소목小木과 대비되어 한옥 등의 목구조 건물을 만드는 목수를 가리킵니다. 원래 명칭은 竹中大工道具館. 홈페이지는 http://www.dougukan.jp/ 이고 한국어 페이지도 있습니다. 아마 한국과 협력해서 기획 전시를 한 것도 영향을 줬을 거예요.



여행을 간다, 고베로 간다. 그리 P에게 이야기를 하니 부탁을 하나 하시는군요. 2년 전 업무 목적으로 여행 겸 출장을 다녀올 때 들렀던 곳이 이 박물관인데, 여기 상설도록을 한 권 더 사다달라고 말입니다. 그 때 한 권 사왔는데 주변 사람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고 한 권 더 구해달라 하십니다.

...

이런 종류의 부탁에는 약합니다. 그리하여 당연히 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였습니다. 문제는 여행 첫날의 눈 때문에 이동이 늦었고, 이 박물관은 9시 반부터 4시 반까지만 연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베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프로인도리브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간 것이 3시였지요. 음식을 시켜 먹고 조금 늘어져 있었더니 앞에서 G가 재촉합니다. 시간은 되니까 다녀오라고요. 하하하하. 참으로 좋은 친구를 두었습니다.(먼산)




근데 가라고 등을 떠밀 수밖에 없는게, 프로인도리브에서 상당히 가깝습니다. 산노미야역과 신고베 역 사이에 호텔 피에나 고베가 있고, 그보다 조금 북쪽에 프로인도리브가 있지요. 거기서 걸어가면 그리 멀지 않으니 편도 30분 잡고 가면 아슬아슬하게 박물관 문 닫기 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출발했는데 지도와 실제 걷는 것은 사뭇 다르다보니 하마터면 엉뚱한 곳에서 헤맬뻔했습니다. 저건 그냥 2차원 평면이지만 실제 걸어보면 언덕길입니다. 신고베역이 산 아래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는데, 박물관도 주택가와 비슷한 조용한 거리에 위치해서 여기 있는게 맞나 그러며 올라갔거든요.





그러니 긴가민가 하며 올라가다가 돌담에서 저 안내판을 봤을 때의 희열은 말로 못합니다.


"으어어어어어! 내 길눈이 녹슬진 않았구나!'


다시 한 번 제게 길눈과 방향감각을 같이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OTL





입구부터 특이하더군요. 박물관이라면 떠올리는 그런 이미지와는 조금 다릅니다. 갤러리에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인데, 지금 생각하니 덕수궁 서쪽 서울시립미술관 북쪽의 정동길을 걷다가 마주칠법한 그런 분위기..?





입장료가 있지만 전 관람이 목적이 아니니 일단 들어갑니다. 성인은 500엔이네요.





건물도 그렇지만 정원도 대체적으로 분위기가 아늑합니다. 시간이 넉넉하게 있었다면 구경하고 싶었는데, 다음을 기약하고 입장권을 구입하는 곳으로 보이는 카운터에 갑니다. 입장이 아니라 도록을 구입하러 왔다고 하니 카운터 뒤쪽편의 매대를 안내하더군요. 그리하여 도록과 기타 등등을 구입했습니다.





이것이 도록과 기타 등등.






가운데에 보이는 것이 상설 도록입니다. 상설 전시된 여러 목공 도구들을 소개한 책이고요. 왼쪽은 지금 현재 진행죽인 『근대건축 만들기의 도전』이라는 책입니다. 모노즈쿠리를 만들기로 번역하긴 했는데, 조금 말뜻이 다르긴 할 겁니다. 그리고 맨 오른쪽은 작은 상품 중에서 고민하다가 집어 들고 온 것.






포장 스티커도 재미있더군요. 이렇게 로고 인쇄가 되어 있거든요.






붕어톱입니다. .. 아니, 잉어톱인가. 하여간 최근에 P님께서 읽으신 어떤 책에서 이걸 한국의 대목 도구로 소개하기도 했고, 용도를 거목 둥치 베는 것으로 해서 굉장히 분노하셨더랬지요. 원래 용도가 큰 나무를 베어 반으로 켜는 것이랍니다. 생나무를 베는 용도가 아니라네요. 그게 생각나서 저 미니어처 열쇠고리를 사들고 왔습니다. 태공 손과 비교하면 아시겠지만 작지만 귀엽습니다. 가격은 800엔 정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들러보고 싶은데, 산노미야역에서는 꽤 멀다보니 신고베로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럴려면 열차 비용이..;ㅂ;

단독으로 글 올리기는 애매한 사진들이 이래 저래 남았는데 잡담 올릴 때 쓸까 하다가 한 번에 몰아서 올리는 것이 낫겠다 싶어 올려봅니다.





인천공항 버거킹. 창가에 앉으면 아래쪽을 내려볼 수 있어 좋습니다. 저 건너편의 매장은 SM 면세점이라는데, 이거 SM엔터테인먼트 라인인가요?;





대한항공이라해도 비행시간이 짧으면 이런 것만 나옵니다. 머핀, 시나몬롤 같은 것, 요플레, 저 뒤로 보이는 파인애플. 커피는 카페인이 거의 없는 것 같은 맛입니다. 맛이야 그냥 커피 맛이지만 이날 커피 세 잔을 들이부었음에도 밤에 잘 잤거든요.






돌아올 때의 식단은 이랬습니다. 샌드위치와 파인애플인 전부인데 의외로 샌드위치가 괜찮았습니다. 빵은 잡곡빵이고 속에는 햄과 치즈였던가요. 거기에 옆의 채소는 피망을 익혀 절인 것에 가깝습니다. 하여간 그걸 빵 사이에 넣어 먹어도 또 괜찮더라고요.






숙소에서.

이날 저녁에 속을 더부룩하게 만든 주범인 럼레이즌이 보입니다. 나머지는 G의 몫. 이 중 남색 호로요이는 기간 한정으로 나온 칼피스맛이었는데, 한 모금 마시고는 그냥 칼피스를 마시지 왜 호로요이로 마셔야 하나는 의문에 들더군요. G는 귀국하는 날 공항 로손에서, 친구들의 추천상품이라던 복숭아 호로요이 두 캔을 사들고 갔습니다.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전 패스. 지금 베란다에 숨겨둔 맥주를 언제 마시느냐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골치 아파요.-ㅁ-;






G가 구입한 프로인도리브의 쿠키.







종이봉투에 담고 다시 비닐봉지에 담아 주더군요.





하나는 G의 친구인 Mi에게 줄 것이고, 하나는 제게 주는 선물이라던데 왼쪽이 친구 몫, 오른쪽이 제것입니다. 단번에 맞추니 재미없다는 표정을 하더군요. 하지만 쿠키를 좋아하는 제게는 믹스쿠키를 주는 것이 당연하니 겐지파이 혹은 팔미에는 친구 몫인게 뻔하잖아요.-ㅠ-;






산노미야 역에서 교토가는 열차를 기다리면서. 이건 한큐 열차입니다. 산노미야역은 JR과 한큐 플랫폼이 이어 붙어 있더군요. 마치 한국의 중앙버스정류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랍니다.





선로 저 끝에 보이는 것이 한큐 산노미야 역입니다. 플랫폼이 살짝 비스듬하게 연결되어 있어 서울의 버스정류장이 떠오른 것이겠지요.


아침 시간이라 어느 열차든 사람이 많지만, 교토가는 열차는 오사카를 지나니 사람이 확 줄더라고요. 요금은 1080엔. ICOCA HARUKA는 알뜰히 잘 썼습니다. 산조에서 교토역으로 오는 버스에서 추가 요금 40원 지불하는 것으로 탈탈 털었고 간사이공항에서 500원 환불 받았습니다.





니시키 시장에 도착한 것이 10시 전후. 아리쓰구는 문을 열었길래 들어가서 G가 쿠키틀 고르는 것을 구경하고 더 걸어가서는 지난번에도 들렀던 어묵집입니다.





그리고 지난번과 같은 채소어묵. 소스 때문에 단맛과 짠맛이 도드라지지만, 생선살을 듬뿍 넣은 건지 부들부들하고 촉촉한 건 변함없네요. G는 연근을 골랐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나씩 입에 밀어 넣고 끝까지 갔다가 도로 돌아와 이런 저런 쇼핑을 합니다.






시간을 확 건너뛰니 간사이공항.

간사이공항에 포켓몬 샵이 있더라고요. ... ... ... 사고 싶은 인형이 많아 돌아 나오기 아주 어렵더랍니다. G는 저 옆에 걸려 있던 피카츄 백팩을 보고는 고민하던데, 고민으로 끝나서 다행입니다. 안겨줄 동생도, 조카도 없습니다. 누구 하나라도 있었다면 핑계대고 배낭 샀을 겁니다.






가게 가기 직전에는 스타벅스에 들러 카페인을 공급했습니다. 왼쪽은 올 겨울 신상품으로 나온 음료인데 이름이 뭔지 잊었네요.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초콜라티 크럼블 코코 프라푸치노(チョコラティ クランブル ココ フラペチーノ)라는 길고 긴 이름입니다. 한 모금 마셨을 때 그냥 초콜릿맛이라는 것까지만 기억나고 나머지는 ... 하하하. 오른쪽은 카푸치노입니다. 라떼 시킬까 하다가 카푸치노로 방향을 돌렸지요.





인천으로 돌아오는 항공기는 맨 뒷자석을 잡았습니다. 웹으로 좌석 선택을 하려고 보니, 두 자리는 대부분 가운데나 복도쪽 자리입니다. 항공기가 커서 3-4-3열이었는데, 마침 맨 뒷자리는 두 석인데다가 비어 있어서 덥석 잡았습니다. 체크인을 늦게하기도 해서 짐도 늦게 들어갔을 거고 덕분에 천천히 내렸지만 짐은 조금만 기다렸습니다. 인천공항 수화물 나오는 속도는 좀 느려요.






밤비행기는 아주 오랜만입니다. 그렇다보니 이런 야경도 P330으로는 처음 찍어보네요. 아니, 예전에 하코다테에서 찍은 것이 있으니 공항 야경으로 정정합니다.






항공기 타기 전에 G가 뭔가 사고 싶다며 끙끙대길래 남아 있던 잔돈을 다 털어서 건넸습니다. 매점 가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다가 고른 것이 저 자가비입니다. 그러고 보니 전 자가비를 먹어본 기억이 없는 듯...? 쟈가포클은 먹어본 적 있지만 자가비는 오히려 먹은 기억이 없네요. 맛은 두 종류인데 왼쪽이 간장맛, 오른쪽이 시아와세버터입니다. 왼쪽이야 간장맛이고 오른쪽은 달콤한 버터맛. 그러니까 허니버터맛인거죠.





이런 소포장으로 다섯 개씩 들어 있는데 전 허니버터보다 간장맛이 취향이었습니다. 맥주 안주로 딱이지만 그냥 먹어도 맛있으니 사오지 않기를 잘했네요. 체중 감량에는 도움이 전혀 안됩니다. G랑 반반 나누었는데 일단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치워두었습니다. 봉인해제가 되는 건 체중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난 뒤...(먼산)

G가 말했습니다.


교토 가면 카페도 들러보고 싶어.


그리고는 제게 준 링크가 타베로그의 오가와커피 산조점 링크였습니다. 왜냐하면 라떼 아트가 점포 소개 메인이었거든요. 이 다음에 이모저모 버럭하고 화내면서 다투기는 했는데 결과적으로 교토에서 가본 카페는 오가와커피뿐입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더군요. 근처에 있는 엘리펀트 커피도 가보고 싶었는데 오가와커피를 목적지로 설정한 것은 여기가 털실집 아브릴과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행 때 G는 목적지를 아브릴 하나만 설정하고 갔습니다. 시간이 짧기도 하거니와, 제가 하도 뭐라 한 터라 아예 어디어디 가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군요. 미안하긴 했지만 정말 시간이 부족하더랍니다. 카페도 두 곳 정도 가볼까 생각했는데 나중에 교토역으로 돌아가 요도바시 카메라 들렀다가 교토역 갈 생각하면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스마트 커피나 이노다 커피도 패스. 이번에는 다른 때 안 가본 카페를 가자며 고른 곳이 여기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유는 이 사진 한 장으로 대신합니다.

아브릴이 왼쪽, 오가와 커피 산조점이 오른쪽입니다. 그냥 길따라 죽 걸어가면, 가모가와 가기 전 수로 지나서 바로 있습니다. 찾기 아주 쉬워요. 다만 간판이 크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두리번 거리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제가 발견하기 전까지 G는 몰랐답니다. 하하하.




로드뷰-가 아니라 구글로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저 빨간 차양이 오가와 커피지요. .. 눈에 잘 안 띄긴 합니다만.


들어가니 몇 명이나 묻고는 흡연 여부를 묻습니다. 금연으로 해달라고 하니 1층으로 안내하네요. 다른 자리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자리 잡고 앉아 있습니다. 혼자 오신 분도 많더군요. 스타벅스하고는 연령대가 아주 다릅니다.;



메뉴판으로 봐서는 라떼아트가 어떤 것에 가능한지 안나와 있길래 붙잡고 물었습니다. 예상대로 카페라떼말고 카푸치노에만 가능하다고 하네요. 카푸치노 두 잔, 그리고 말차 팬케이크 두 장을 주문합니다. 나중에 주문서 받아 보고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카푸치노 한 잔 값을 더 지불한 것 같은 기분이.-_-; 뭐, 계산서는 G가 들고 있으니 다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팬케이크와 세트 메뉴로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팬케이크 한 장 더 추가. 그리고 카푸치노 한잔 추가. 이렇게 되어야 하는데 카푸치노가 한 잔 더 추가 메뉴로 들어간 것 같더랍니다. 끄응. 여기서는 G가 계산을 담당해서 미처 확인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보면서 알았습니다. .. 하지만 G에게는 말 안했죠. 하하하.;





그리하여 나온 카푸치노와 말차 팬케이크. 팬케이크는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살짝 폭신하면서 촉촉한 것이, 거기에 말차 맛이 진하게 납니다. 단팥이랑 같이 먹으면 딱 좋습니다. 위에 올라간 버터는 가염버터더군요.

팬케이크 접시 옆으로 보이는 것은 쿠로미쓰-흑밀입니다. 이것도 재미있는게, 집에서 몇 번 만들었던 쿠로미쓰와는 달리 굉장히 맛이 진합니다. 그러니까 흑설탕 특유의 쌉쌀하면서 복합적인 단맛이 강하게 나더군요. 그게 또 팬케이크랑 잘 어울리더랍니다.


..

내내 팬케이크라고 적었지만 팬케이크가 아니라 핫케이크일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제 카푸치노와 G의 카푸치노가 서로 다른 그림이더군요. 그런 배려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카푸치노 자체도 상당히 맛있더라고요.



왜 일부러 산조점까지 왔냐고 하면, 타베로그를 살펴보니 산조점을 제외하고는 갤러리에 드립커피만 나와 있더군요. 다른 지점도 이런 라떼아트를 하는지 모르지만, 갤러리에 올라오지 않은 걸 봐서는 모험할 필요가 없다 생각해서 일부러 여기로 왔습니다. 덕분에 당 충전도 하고 카페인 충전도 했으니 만족합니다.



평소 다니는 지역과는 거리고 조금 멀어서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맛있었습니다.:)



기분 좋은 감정으로, 그러니까 여행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만족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것을 떠올리며 다음엔 여기 가겠다고 생각하는 건 오랜만의 일입니다.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다음에는 이것도 사고 싶다고. 근데 다음에 언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이번에는 지지난 여행에서 카드 결제 취소한 부분이 있어, 그걸로 이번 항공권을 얼추 막아 은행 잔고를 덜 건드리고 다녀올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다음 여행은 항공권과 엔화를 둘 다 챙겨야 하니 쉽지 않을 겁니다.


M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국민은행에서 2월말까지 환전 수수료를 감해주는 모양이니 조만간 10배 조금 안되는 수준으로 환전해서 엔화를 더 쟁여두면 생각보다 빨리 다녀올 수도 있겠네요. 다만 요즘 G4에 대해 압박을 받는 건지, 진행이 전혀 안되는 것에 대해 밤마다 가위에 눌리고 있습니다. 그걸 해결해야 겠지요. 다시 말해 이번 연말까지 G4 1단계를 해결하고 나면 그 퀘스트 보상으로 내년 초쯤 다녀올 생각입니다. 그럼 다음 여행에서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1.여행지

고베보다는 교토. 교토보다는 도쿄나 삿포로가 더 끌립니다.


1.1 삿포로

체력이 된다면 삿포로에 가서 JR 패스를 쓰든, 아니면 차를 직접 운전하고 다니든 해보고 싶지만 말입니다. 이전 여행에서 하코다테 다녀온 것이 꽤 괜찮았거든요. 오타루는 관심이 덜하지만 대신 삿포로랑 하코다테의 숙소, 그리고 저 멀리 오비히로는 다녀오고 싶습니다. 코스 각이 안나오는 것이 단점이죠.


1.2 도쿄

시부야 비론(Viron)의 아침 뷔페. 잼을 잔뜩 늘어 놓고 먹고 싶은 만큼 먹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간다면 어디 안가고 느긋하게, 아마 숙소에서 뒹굴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ㅂ'


1.3 교토

교토야 뭐. 언제 가도 좋고. 최근에 교토를 하도 가서 잠시 다른 곳에 다녀오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긴 합니다.



2.쇼핑 혹은 할 일

쉬는 것. 먹는 것.


2.1 이노다 커피

이노다 커피의 드립백을 지지난 여행 때 사왔는데 D님이 이게 상당히 맛있다 하셔서..-ㅠ- 다음에 좀 더 사올까 고민중입니다. 다행히 도쿄는 마루노우치쪽 다이마루에, 삿포로 역시 다이마루에 이노다 커피 매장이 있습니다. 그러니 도쿄와 삿포로, 어디를 가든 구입 걱정은 없습니다.


2.2 케이크..?

근데 요즘 여행 갈 때마다 위 상태가 좋지 않아서 케이크를 먹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입맛이 쓰니 맛도 덜 느끼고요.


2.3 헤드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도로 내려 놓은 것이 헤드폰. Bose QC25는 여전히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만.... 안 그래도 이모저모 확인했는데 상황이 조금 복잡하네요.


2.3.1 마지막 날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확인했을 때 QC25의 가격은 37800엔이었습니다. 아마존과 동일한 가격입니다.요도바시 카메라에서 구입하면 소비세 8%의 면세 혜택을 받습니다. 그리고 5%는 포인트 적립을 해주고요. 8%를 빼면 34776엔, 이의 5% 적립은 1738엔입니다. 그럼 33038엔.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으니,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본 모델은 검정과 흰색 둘입니다. 올블랙이 없어요.


2.3.2 아마존 가격은 37800엔입니다. 포인트 적립은 1700엔 남짓 해주는 것 같은데... 데....




가끔 이렇게 세일을 하더군요. 여행 시점하고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그리고 아마존은 국내 배송인 경우에는 세금이 안 빠집니다. 해외 배송일 때는 7.8% 가량의 빠진다고 하는데, 해외배송으로 하면 해외 배송비에 관세가 붙습니다. 관세는 면세 범위인 150달러를 넘는 금액에 대해 20% 가량 붙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37800엔보다도 더 나가죠. 게다가 배송비도 붙는 걸요.


2.3.3 그리하여 고민만 하고 있다는 겁니다. 절실한 문제는 아니니까요. 오히려 통장 잔고를 위해서는 사지 않는 쪽이 훨씬 더 절실합니다?



2.4 술?

정확히는 발렌타인 17년산입니다만.


2.4.1 술은 동경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미각이 발달하지 못해 그런건지 이전에 위스키를 몇 번 얻어마실 기회가 있었지만 그 때 느꼈던 술맛은 『그 남자 그 여자』에서 아리마가 친부를 만났을 당시의 상황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그나마 아리마는 미각이라도 좋았지, 저는 대부분의 위스키를 '소독약맛'이라고 인식하더군요. 피트향 때문에 그런 모양입니다.

그래도 술은 동경하니까 쟁여두고 싶은 마음은 아주 조금 있는데, 그런 제게 이런 것이 보였습니다.


2.4.2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이런 걸 사은품으로 두었더라고요.



(사진은 직원의 허락을 받고 찍었습니다. 원래는 사진 찍으면 안된다고 하시던데, 사은품만 찍겠다고 하니 잠시 망설이다가 허락을...-ㅁ- 그리하여 감사히 찍었습니다.)


가운데 있는 것은 위스키 액세서리, 양쪽이 잔입니다. 잔도 굉장히 예쁜데, 저게 딱 18-19세기쯤에 썼을 법한 등피 같은 라인이라 더 홀렸습니다. 게다가 사자면 못살것도 아닌 가격! 이라지만 사실, 최소 두 병은 사야지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이지요.

자금 생각해도 못살 수준은 아닙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발렌타인 17년산을 끼워 다른 발렌타인을 한 병 더 구입하면 됩니다. 하지만 술도 잘 안 마시는 주제에 무슨 발렌타인인가요. 명품가방처럼 저것도 쟁여 놓으면 재산-이라는 망상은 아주 조금하지만, 술맛도 모르면서 이런 걸 사는 건 양심에 걸립니다. 게다가 술이 목적이 아니라 사은품이 목적이라니 이런 주객 전도가!


이번 기회가 아니면 못 구할 수도 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고이 마음을 접어 나빌레라. 크흑.;ㅂ;




그러니 다음 여행은 얌전히 체력과 재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렵니다. 음, 버핏은 아직 안해봤는데 올해부터 시작해볼까요...?

이틀간의 여행이었고, 이틀째는 교토로 아침 일찍 움직일 예정이어서 실질적인 고베 관광은 하루였습니다. 관광이라고 하기도 무엇한게, 목적 1은 숙소였고, 목적 2는 프로인도리브였으니까요. 그래도 그 유명한 모토마치 거리는 한 번 가봐야겠다 싶어서 숙소에 들렀다가 설렁설렁 걸어 나왔습니다. 숙소 출발한 것이 오후 5시 반, 1730이고 모토마치 상점가에 도착한 것이 6시 조금 넘어서였는데 이미 늦었더라고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 시각이었습니다. 허허허허. 고베 여행 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T-T





산노미야에서 모토마치로 가는 도중 찍은 사진. 하와이의 커피점인 호놀룰루 커피가 고베 매장이 있더라고요. 저랑 G의 목적지는 모토마치에 있는 가게라 지나치고 넘어갑니다.



목적지 외관을 찍은 사진이 없군요. 이미 체력이 달려서 뻗기 일보 직전이라 그랬나봅니다. 목적지는 타베로그의 고베 스위츠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들어가는 그레고리 코레.(타베로그 링크) 철자가 Gregory Collet입니다. 프랑스식으로 읽은 건가요.

여기도 폐점시간이 7시라 6시 20분쯤 들어갔을 때 이미 손님이 하나도 없고 케이크 진열장에도 케이크가 손에 꼽을 정도만 남아 있더군요. 원래 도전하려고 했던 딸기케이크도 없어서 다른 것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문제는 제가 먹은 케이크가 뭐였는지 까맣게 잊었다는 것. 지금 다시 홈페이지(링크)에서 확인하니 타르트 프레즈(タルト フレーズ, tarte fraise)네요. 신상품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메뉴 내용을 해석하자면 아몬드를 듬뿍 사용해 사박사박한 타르트바닥과 국산(일본산) 딸기, 그리고 마스카포네를 넣은 우유맛 크림이라는군요.




이것이 전체 세팅. G는 이 당시 파르페를 시켰는데 아마도 파르페 아모니(パルフェ アルモニ, parfait harmonie)였을 겁니다. 주사위 모양의 무언가가 올라간 걸 모니 그렇네요. 전 음료로 밀크티를 골랐습니다. 이날 커피를 세 잔 정도 마셨던 데다 자기 직전이라 가능하면 커피를 피하고 싶었지요.





이게 타르트 프레즈. 딸기 타르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다른 딸기 타르트와는 모양이 다르죠. 보통은 타르트 위에 크립을 올리고 거기에 딸기를 꽂는 형태인데 이건 딸기 위에 크림을 올린 것 같습니다. 근데 그게 또 신기한게, 속 안은 그냥 크림이 아닙니다.

이 때 상태가 좋지 않아서 단면 사진은 없는데, 속에 푸딩이랑 산딸기 혹은 라즈베리 종류의 잼이 들어가 있더군요. 푸딩 같은 탱글한 질감의 무언가, 그 속의 진한 딸기 맛 잼, 그리고 겉의 흰 크림은 가벼운 맛의 치즈를 농축한 것 같은 그런 진한 크림. 그리고 타르트는 바닥부분은 파이질감, 그 위는 아몬드가루를 넣은 시트입니다. 겉보기에는 그냥 딸기 타르트지만 하나하나 뜯어 생각하면 손이 진짜 많이 갑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터라 조금 남긴게 아쉬울 정도로. 딸기는 달다기보다는 약간 새콤하고 단단한 질감이었습니다.





파르페는 파르페맛. 아니, 이게 전부는 아니고 이것도 꽤 절묘합니다. 홈페이지의 메뉴 설명을 보면 '럼의 향기와 캐러멜의 향기가 절묘하게 하모니를 이루고 있'고 . '바닐라빈을 듬뿍 사용한 자가제 판나코타'가 들어 있다는데... 여기 오기 직전에 숙소에서 하겐다즈의 럼레이즌을 먹고 왔는데, 그게 느끼하고 진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쪽은 젤라토 질감이 강합니다. 가볍게 사르르 녹아 내리는데 또 럼향이 나고요. 럼레이즌을 괜히 먹었다는 생각이 팍팍 들더랍니다. 판나코타는 우유푸딩 같은 부드러운 질감보다는 젤리에 가깝게 탱글탱글한 식감을 줍니다. 기억이 맞다면 아랫부분에는 설탕 코팅된 시리얼이 들어 있던데, 그것도 씹는 맛을 주고요. 아이스크림이랑 섞어먹으니 맛있더라고요.



그리고 중요한 건 제가 시켰던 홍차입니다. 밀크티라 우유저그가 함께 나왔는데, 그냥 마시면 살짝 떫은 맛의 홍차입니다. 아마도 아삼 같은데, 거기에 우유를 조금 넣어 다시 마시니, 어어어억.;ㅠ; 왜이리 맛있는 건가요! 밀크티가 떫은 맛을 적절히 잡으니 우유와 홍차의 균형이 참 좋습니다. 그냥 홍차에 우유 조금 부었을 뿐인데 왜이리 맛있는 거죠. 덕분에 커피가 아니어도 참 행복했습니다. 포트가 아니라 홍찻잔에 그냥 나왔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정도야 뭐.....


입이 쓰다보니 초콜릿 메뉴는 도전할 생각을 못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아마 딸기 케이크를 시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때도 음료는 밀크티. 음, 언제쯤 다시 가볼 수 있을까요.

이번 여행의 동행인인 G는 저랑 여행을 가장 자주 다닌 인물입니다. 매번 여행을 같이 가면서 맨 끝은 ' 저 놈하고 두 번 다시 안가!'라고 포효하는데서 끝맺는데, 지난번 여행에서 하도 시달리다보니 만만한 것이 G라, 같이 가자고 꼬신 거죠. 털실 구입을 위해 통역사가 필요했던 G와 마음 편한 동행자가 필요했던 저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겁니다. 목표는 다르지만 목적은 일치. 그러면 갈만 하죠.


하지만 그런 생각은 여행 당일 아침에 공항에서부터 한숨과 함께 갈려 나가는데. 혼자 있을 때면 끝의 끝까지 고민하다가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서 커피를 마셨을 텐데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은 G는 투덜거리기만 할 뿐 밀어 붙이지는 않더군요. 불평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보내며 시작한 터라 이번 여행이 쉽지 않겠다 생각했습니다. 뭐, 생각만 그랬지 실제로는 그럭저럭 평타는 쳤습니다. 이정도면 다음 여행도 같이 갈만하다 생각했으니까요.


G의 특성은 주요 주변인물인 앤디도 이미 파악하고 있지만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If you do not feed G, he bite you.


쉽게 말해, 먹을 걸 안 주면 물립니다.

그리고 아침부터 기내식을 포함해 부실한 음식을 먹고 피곤한 일정을 소화한 G는 점심 식사로 프로인도리브에 가기 전까지 내내 저를 물고 놓지 않더군요. 왕!





배고픈 G를 달래기 위해 온 프로인도리브. 여기까지의 여정도 다난했습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접어 둘 터이니 읽어보실 분들은 열어보세요. 특히 사노님은 참조하시어요.-ㅁ-



프로인도리브의 런치는 오후 2시까지입니다. 원래는 아슬아슬하게 런치 먹겠다 싶었는데 12시 10분에 착륙한 순간 이미 그 꿈은 버렸죠. 하하하하하.

메뉴판을 받아들고 음식을 주문하자 저렇게 1인당 하나씩 과자가 담긴 작은 컵을 내줍니다. 컵은 샷잔 정도 크기.;





그리고 잠시 뒤, 음식 먹을 도구와 접시를 내줍니다. 도구는 나이프와 포크, 젓가락이 함께 나오더군요.






커피용 설탕은 앵무새설탕입니다. 하나쯤 챙겨올걸 그랬나요. 원래 커피에는 설탕 안 넣어 먹지만 밀크티에는 가끔 넣어 먹으니.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오늘의 수프입니다. 샌드위치 두 종과 수프 하나, 카페오레를 주문했는데 전채 개념이라 그런지 수프가 나오더군요. 오늘(화요일)의 수프는 콘수프입니다. 스위트콘으로 만든 달큰한 수프가 입맛을 확 돋웁니다. 그 직전까지 절 물어뜯던 G는 수프를 한 숟가락 먹고 나서는 화사하게 웃으며 무는 걸 멈췄습니다.(크흡)






G가 주문한 것은 달걀과 소시지. 제가 주문한 것은 기본 샌드위치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 ... 뭐더라. BLT는 아니고 하여간 굉장히 기본적인 샌드위치입니다. 햄과 고기와 달걀, 상추가 들어간 샌드위치입니다. 거기에 마요네즈로 버무린 파스타 샐러드가 함께 나옵니다.






달걀과 소시지는 빵을 두 종 선택할 수 있답니다. 어떤 것이 있냐 물으니 샘플을 가져다 주는군요. 거기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두 종 골랐습니다. G가 좋아하는 것은 단빵이나 뭐가 들어간 빵보다는 아무것도 안 들어간 빵. 나온 것을 보면 아침식사 메뉴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약간 간간하게 느껴졌지만 이날 이모저모 피곤해서 입맛이 썼을 겁니다. 여행 기간 내내 그러긴 했지만 주요 원인은 위의 소화력이 떨어졌다는 것, 그리하여 입맛도 상대적으로 안 좋았다는 것이겠지요. 여행 직전부터 다녀온 다음날까지 감기기운이 있어 내내 긴장했습니다. 그런 고로 여행 기간 중의 입맛은 ... 으으음. 여행은 역시 돈과 시간과 체력(건강)의 삼박자가 맞아야 합니다.






뒤늦게 나온 카페오레는 받아보고는 맛 없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가격이 얼마더라. 영수증을 통째로 G가 가지고 있어서 확인은 못했는데 500엔 전후일겁니다.

카페라떼는 에스프레소가 베이스고 카페오레는 드립커피가 베이스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쪽은 카페오레인데 진하지 않고 적절하게 쌉쌀한 맛이 나는게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설탕을 넣어서 마셔도 괜찮겠다 생각했지만 뜨끈한 음료가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요.




다만 지난 번 여행 때도 그랬고 이번 여행 때도, 고베는 비였습니다. 비 예보도 없었고 강수확률도 30%였는데, 산노미야역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날이 흐리다 싶더니만 비가 내렸습니다. 코트가 홀랑 젖었지만 또 금방 마르더군요.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덕분에 고베는 왠지 비. 그런 이미지로 자리잡네요.



고베에 있는 호텔 피에나는 조식으로 유명합니다. 일본은 호텔 조식을 두고도 순위를 매기는 모양인데 이번에도 1등을 한 덕에 3년 연속 1등이라던가요. 2등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3등은 이전에 방문한 삿포로의 교한 호텔입니다. 솔직히 취향으로 따지자면 하코다테의 헤이세이 시오사이칸이 더 취향이었지만 평가기준은 또 다를 테니까요.


둘이 가다보니 접시를 잔뜩 들고 와도 문제 없습니다. 이것저것 나누어 먹는 것도 가능하고요. 종류 가짓수가 뷔페처럼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 중 몇 가지, 특히 고기요리는 레스토랑 메뉴로 손색이 없는 것이라 그 점을 높이 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케이크도 그렇더군요. 디저트 뷔페로 내도 될 정도입니다.





앞쪽은 닭고기 요리였는데, 아래에 양배추가 깔려 있습니다. 그 위에 껍질 있는 상태로 요리한 닭고기. 이건 G에게 그대로 넘겼던 지라 맛은 못봤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키슈. 양파 등의 채소와 햄이 들어갔는데 맛 없을리 없죠. 게다가 저 키슈의 바닥도 매우 훌륭합니다.





사진 중앙에 오는 것을 찍으려 한 거군요. 라따뛰유랑 돼지고기 파테였나. 파테는 아니고 그 비슷한 종류였다고 기억합니다.'ㅠ';





엡, 고기가 뭐더라.; 로스트비프였다고 기억합니다. 같이 나온 푸실리. 이쪽은 카레카레 후추후추하더군요.





이거 참 좋더군요. 포토푀. 짭짤하면서도 뜨근하고, 채소도 맛있고 고기도 맛있고. 여기 소시지도 있었는데 떠오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이건 집에서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고요. 소금간이랑 후추 등의 향신료만 잘 맞추면, 그리고 좋은 재료를 쓰면 조금이라도 따라할 수 있지 않나요. 하하하하.;ㅠ;






잼은 호텔 1층 로비의 Patry에서 파는 잼을 그대로 내놓습니다. 피에나는 밀키쉬잼(밀크잼)으로도 유명하죠. 종류가 많으니 그날마다 다른데 여기 나온 잼 중 없는 것도 있더군요. 잼접시 하단 맨 오른쪽은 마말레드인데 껍질부분을 잘게 다져서 만들었습니다. 씹는맛이 참 좋아요. 문제는 저건 품절이라 그런지 없었다는 것. 있다면 한 병 사올까 싶었는데 아쉬웠습니다.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보면 마말레드 옆이 네 종류 베리를 섞어 만든 4베리잼, 밀키시잼 라이트, 콩가루와 검은깨를 넣은 밀키쉬잼, 밀키쉬 소금의 순입니다. 그냥 퍼먹어도 맛있는 잼이라 사오지 않았습니다. 사오면 안되죠.(먼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메뉴인 프렌치토스트야 당연히 맛있습니다. 맛없을리 없죠. 식빵은 무난. 구워먹었다면 더 맛있을지도 모르지만 사람이 하도 많아서 그냥 들고 왔습니다. 아예 전날 저녁부터 안내문을 붙였더군요. 사람이 많아서 '한 시간 뒤에 와달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6시 반부터 시작인 조식을 6시 33분에 내려갔더니 딱 4테이블 남았더라고요. 이미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이쪽은 디저트. 차는 다양항 홍차랑 커피가 나와 있고 원하는 대로 우려 마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같이 디저트가 있는데, 케이크 종류가 다양해 그 중 치즈시폰, 그 뒤의 포레노아, 과일타르트, 딸기 무스를 들고 왔습니다. 다 맛있어요. 딸기 무스는 입가심 겸 들고 왔는데 먹어보니 더도말고 덜도 말고 딸기 크림이더군요. 이런 직설적인 딸기 크림은 만나보기 힘들죠. 보통은 거기에 젤라틴 같이 미끄덩한 식감이 따라오기 마련인데 이건 그냥 딸기 크림.-ㅠ-


포레노아도 괜찮았습니다. 초콜릿맛이 진한데다 시트는 촉촉하고 진한 초콜릿빵, 그 사이의 가나슈크림과 체리. 단독으로 먹어도 맛있네요. 시폰은 식감이 괜찮았지만 치즈향은 취향이 아니라 패스. 과일타르트도 그냥 무난한 맛입니다.





G의 접시입니다. 엉망으로 찍었지만 일단 중요한 건 오른쪽의 채소주스. 음, 당근이 메인이었는지 아니면 채소를 섞어 낸 주스였는지 잊었습니다.





멀리서 찍으면 이런데, 저는 서양식으로 먹어도 괜찮지만 G는 밥을 항상 챙기더군요. 오른쪽의 밥그릇에는 밥과 명란, 생선구이를 함께 담았습니다. 어떤 생선인지는 미처 못봤지만 연어는 아니고 뼈가 가는 편인 흰살 생선이더군요. 명란은 짜지 않았다고 하는데 먹을 기회는 없었습니다.


잼은 따로 잼접시를 쓰지 않고 접시에 그냥 담았습니다. 라따뛰유랑 같이 있는 것은 호텔에서 직접 담갔다는 다양한 채소 피클. 그리고 토마토가 들어간 무슨 찜이 었던 걸로 기억하고요. 햄이랑 샐러드용 채소도 많이 집었는데 양껏 담았다 싶더니만 역시 다 먹지 못하고 채소는 조금 남겼습니다.






이건 두 번째 접시. 처음에 들고 올 때 오믈렛(스크램블에그)이 없어서 두 번째에 담아왔습니다. 그리고 프렌치 토스트랑 메이플 시럽에, 견과류가 들어간 잡곡빵도 함께 가져왔지요. 달걀요리 뒤쪽으로 보이는 것은 감자그라탕입니다. 이것도 맛있어요.



그러고 보니 제 음료를 안 찍었네요. 우유 반 잔이랑 아삼을 우려 우유를 부은 밀크티. 이 두 가지로 아침 음료를 대신했습니다. 전날 커피를 상당히 많이 마셨던 지라 이날은 조금 자제를. 그래서 저녁 때 피곤했는지도 모릅니다. 아침에 카페인을 덜 부은 여파...(...)



호텔 조식은 하루의 시작이니 맛있으면 더 즐겁게 하루를 보낼 수 있지요. 훗훗훗. 게다가 혼자가 아니라 둘이니 마음 놓고 나눠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여행 때도 G를 슬슬 꼬셔서..(야!)

고베의 피에나 호텔은 일본 호텔 조식 3년 연속 1위에 빛나는 - 이라고 쓰면 무슨 광고 문구 같은데, 그보다 방이 상당히 넓은 것이 마음에 들어 이번에도 도전했습니다. 트윈룸이지만 이건 로열 트윈이라 다른 방보다 넓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일본에서 묵어본 숙소 중 가장 방이 넓더군요. 평일 가격이라 조식 포함해서 16400엔이지만 주말이나 다른 날에는 얄짤없습니다. 비싸요.




입구. 들어오면 왼편에 캐리어를 올려 놓을 수 있는 가구가 있습니다. 그 아래 실내화도. 1회용이 아니라 다회용입니다. 오래된 숙소라 그런지 전자키가 아니라 열쇠이며, 방 전체의 시설을 켰다 끄는 것은 스위치로 조작합니다. 카드형 방키를 넣거나 빼서 작동시키는 시스템은 최신식인가보군요.

캐리어 거치대 옆은 옷장입니다. 그리고 그 옷장 맞은 편은..






화장실과 욕실이 있습니다. 오른쪽이 화장실, 그 안쪽이 욕실. 욕실은 또 세면실과 샤워 및 욕조실로 나뉩니다. 저 안쪽 문이 샤워 및 욕조실입니다.




세면실. 여러 욕실용품도 여기 있습니다. 세면대 오른쪽에 보이는 갈색 주머니는 드라이기. 왼쪽 아래의 바구니에는 수건이, 오른편에는 족욕기가 있습니다.






오른쪽은 욕조, 왼쪽은 샤워실. 욕조도 작지 않습니다. 남자 둘은 무리지만 여자 둘은 넉넉히 들어가는 정도고요.






샴푸, 바디샴푸, 트리트먼트가 있습니다. 샤워실이 따로 있기 때문에 아예 작은 의자랑 바가지도 놓아 두었더라고요. 아이와 함께 오더라도 불편함 없이 씻을 수 있는 넓이입니다. ... 솔직히 말하면 제 자취방 화장실보다 더 넓습니다. 하하하.






이쪽이 본 공간입니다. 침대 두개, 화장대.




왼쪽편에는 TV, 그리고 웰컴푸드 대신 웰컴 생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포트랑 찻잔, 유리컵. 아예 얼음통도 있더라고요. 온더락으로 쓰라는 건지 유리컵이 냉장고 위 선반에 한 쌍 더 있더랍니다. 쓸 일은 없었지만.=ㅁ=




다른 사진 하나는 G가 찍혀서 뺍니다. 사진 왼편으로 3인 쇼파, 1인 쇼파 둘이 있는 탁자가 있습니다. 느긋하게 뒹굴기 좋은 공간이죠. 저 정도면 저 스트레칭 하는데도 별 문제 없는 정도입니다.


아무리 할인 가격이라지만 이 정도 크기에, 조식 뷔페 포함해서 이 가격이면 감격할만 하죠. 자, 어느 분 옆구리를 찔러야 반응이 돌아올..(탕!)

주의사항.


혹시 인천공항에서 롯데면세점 이용하실 분들은 되도록이면 인터넷면세점 이용하세요. 이번에 가보고 제대로 체득했는데, 화장품과 주류 등을 제외하고 가방이나 액세서리, 전자제품 등의 고가품은 전부 신라면세점입니다. G에게 인천공항 롯데면세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 이래저래 둘러보았지만 고가품이라 할만한 건 술 외엔 없더군요. 화장품은 사야하는 것이 없어서 지금 당장 쓸 필요는 없는 건데. 보고 있노라니 이러다가 올해 안에 쓰지 않으면 저 면세점 포인트 자체가 홀랑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됩니다.


하여간 대부분의 매장은 신라면세점이 차지하고 있지만 G가 가진 신라면세점 관련 쿠폰은 신세계상품권이라, 면세점이 아니어도 쓸 수 있습니다. 롯데면세점 포인트는 인천공항에서만 쓸 수 있는 그 포인트가 문제더군요.(먼산)



공항에 일찍 들어와서는 커피를 마시겠다고 들어와 보니 스타벅스가 없습니다. 스타벅스 카드를 가지고 있는 고로 마음 편히 마시겠다 했는데, 망할! 다른 매장들은 있지만 커피가 땡기는 곳은 아닙니다. 그리하여 투덜대며 어디로 들어가나 고민하는데 여기저기 눈에 들어오는 매장들은 다 SPC. 인천공항 출국장 안은 SPC가 상당수 점령했군요.





HO HO MORNING. 이 매장의 정체는 왼쪽편을 보시면 금방 아실 겁니다. 삼립호빵 팝업스토어입니다. 사먹을까 고민하다가 내려 놓았지요.






배스킨라빈스는 이런 상품을 팔던데, 머그컵의 생김새가 상당히 취향이라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고이 내려 놓았습니다. 생김새는 취향이지만 모양새는 취향이 아닙니다. 체리 주빌레 색은 나쁘지 않은데 커피 담아 마시기에는 어울리지 않아요.

그리고 이 매장 옆에는 던킨이 있습니다. 파리크라상은 그보다 아래쪽에 있었고요. 음, 그러니까 22번 게이트를 찾아 들어가는 도중에 파리크라상을 만났고, 조금 지나 오른편으로 호호모닝이 있었고, 조금 더 올라가니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가 있었습니다.





어디를 갈까 한참을 헤매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며 들어간 곳이 여기입니다. LAGRILIA. 라그릴리아.






카페라떼 작은 것 한 잔과 250ml 생수 한 병 구입했는데 6300원. 이야아. 역시 공항 가격이군요. 물이 900원이었으니 라떼는 5400원일겁니다. 아마도.

그리고 나중에 영수증 정리하면서 알았는데 여기도 SPC입니다.





라그릴리아를 나와 가장 끝에 있는 22번 게이트까지 가는데 이런 가게가 보이네요. 건강한줄은 김밥집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왼편은,





고래사어묵. 이야아아아. 여기까지 진출했군요! ... 설마 여기도 SPC 라인인건 아니겠지요?;



CJ는 뭐하냐는 이야기가 나올법 한데, CJ는 밖을 잡았습니다. 인천공항 로비 쪽은 CJ 라인이 많았다는 기억이. 비비고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밖에서 밥 먹는 일은 드무니 말입니다. 이날 출국 전에 먹은 것은 라그릴리아의 커피랑, G가 요청한 버거킹의 와퍼. 버거킹은 4층에 있습니다. 여기가 3층이니 한 층만 더 올라가면 되고요. 눈에 잘 띄지 않더군요. 진작 알았다면 라그릴리아까지 갈 필요 없이 버거킹에서 간편하게 해결했을 텐데 말입니다.

뭐, 다음 번에는 그렇게 하죠.'ㅂ';


인천공항에서 G를 기다리며. 태공 아래 깔린 것은 노트북입니다. 여행갈 때마다 노트북을 짊어지고 가는데.... 이러다가 G4 끝나면 기념으로 LG 그램을 살지도 몰라요. 하하하하.;

(그 사이 서피스가 나오면 징지하게 고민을...)



이런 요약글은 줄거리보다는 개요가 맞지요. 줄거리는 전체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이야기고 개요는 기본 골자, 뼈대를 말하는 것이라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음,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운걸 보니 한국어 공부가 더 필요합니다.


아래 내용이 상당히 기니, 중요 내용만 참고하시려면 맨 아래의 상자만 보셔도 됩니다.'ㅅ'



앞서도 간략히 설명했지만 이번 여행은 앞서 여행에서 못다한 것들을 풀겠다며 기획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00% 만족하지는 못했습니다. 체력이 딸려서 막판에는 상당히 힘들었거든요. 1박 2일이다보니 마음이 급해서 급하게 움직였던 것도 있고, 원하던 것을 다 못 먹은 것도 있었습니다. 하루 섭취할 수 있는 음식량이 제한이 있다보니, 거기에 최근 체중 중가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제한을 둔 것도 있어서 마음껏 놀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몇 가지 하고 싶었던 것은 달성했으니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1.목적

1.1 이번 여행의 목적은 복수혈... 아니, 복수전전. 피는 안 흘렸지만 돈은 흘렸습니다.(훌쩍)


1.2 1박 2일로 잡은 것은 그 이상 쓸 자금의 여유와 휴가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며, 특히 동행자인 G의 휴가를 고려하여 이틀로 하였습니다.


1.3 처음부터 목적지는 두 곳이었습니다. 하나는 고베, 하나는 교토. 고베는 숙소이고 교토는 또다른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G의 목적이었고요.

작년 말, 여행가기 한 달 하고도 조금 더 전부터 G가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당시 저는 앞 여행의 계획을 짜느라 머리를 굴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G도 자극을 받은 모양이더군요. 도쿄에 당일치기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나, 1박을 할 경우 비용이 얼마나 드나 이모저모 고민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답변은 제가 했습니다.(눈물) 당일치기로 다녀올 경우 G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가, 그리고 1박을 하면 돈이 얼마나 드나 확인하는 작업을 말입니다. 결론만 말하면 당일치기로 움직이는 것은 위험부담이 컸습니다. 아침 첫 비행기로 갔다가 저녁 비행기로 간다고 해도 G의 목표지역까지 왕복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뒤에 나올 G의 여행 목적과 목표를 생각하면 G 혼자 가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2.목표

2.1 위의 목적 때문에 여행 다녀온 당일, G에게 고베 생각있냐고 물었을 때 G가 덥석 물었던 것은 당연합니다. G의 일본 여행 목적은 단 하나, 뜨개질 실을 구입하는 것이고 목표는 아브릴(Avril)이라는 털실집입니다. 이 털실집은 교토 산조에 본점이 있으며 도쿄 키치죠지에 분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G는 도쿄를 갈까 고민했던 것이고, 고베로 꼬셨을 때도 흔쾌히 넘어왔습니다.


2.2 초기 목표를 고베로 설정한 것은 숙소 때문이었습니다. 고베 피에나 호텔. 거기 숙소와 조식을 다시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제 첫 번째 목표가 되었지요.


2.3 또 다른 목표는 피에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프로인도리브. 수요일에 쉬기 때문에 고베 일정은 필연적으로 화요일에 잡혔습니다. 교토에 먼저 갔다가 고베 가는 방법도 있지만, 교토에서도 시간을 상당히 써야 하니 첫날에 교토 다녀오면 프로인도리브까지 가기에는 시간부담이 큽니다. 그리하여 화요일 고베 수요일 교토라는 일정이 확정되었습니다.


3.항공

3.1 1박 2일이고 이틀째도 빡빡하게 써야 하므로 귀국편은 저녁 비행기가 좋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오후 5시, 17시 이후의 항공편이 좋지요. 하지만 저가항공사는 여기서 모두 탈락합니다.


3.2 저가항공사는 한국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간사이공항 귀국편이 됩니다. 즉, 아침에 빨리 출발하면 할수록 귀국편도 빠릅니다. 그러니 저녁 비행기를 타려면 전일본공수, 일본항공, 대한항공, 아시아나를 타야합니다. 검색하다보니 에라모르겠다, 대한항공으로 가자 싶더군요.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의 가격차이가 얼마 나지 않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일리지를 대한항공으로 모으는 것도 이유 중 하나고요.


3.3 그리하여 이번 여행의 항공기는 9시 ICN 출발, 18시 KIX 출발의 대한항공이 됩니다.



이모저모 여행 가기 전부터 G와 상당히 다투었지만, 그래도 G니까요. 몇 년 지기인지 세고 싶지 않을 정도로 긴 시간 알아 왔으니 싸워도 금방 풀립니다. 대강 맞춰줘도 됩니다. 상대적이지만 여행 동행자로 꽤 괜찮습니다. 서로의 속내를 다 알고, 취향을 다 알고 있으니까요.



간단 요약.


★ 여행 목적

K: 여행 불완전 연소의 해소

G: 털실 구입


★ 여행 목표

K: Bakery Book 7권, 고베 피에나 호텔, 니시키 시장의 군밤, QC25의 확인

G: 아브릴 방문. 먹기, 쇼핑, 음반매장 방문.


자아. 그리고 K는 몇 가지 부탁을 받습니다. M님의 부탁은 결과적으로 실패. B님의 부탁은 성공. 그리고 P의 부탁도 성공. 이 중 제일 골치 아팠던 것은 P의 부탁이었습니다. 하.하.하. 그래도 무사히 해결했고, P는 아직 그 사실을 모릅니다. 다음주에 뵐 때 말씀 드릴거예요.-ㅁ-


지난 여행 때는 공항으로 가는 하루카 한 대가 운행을 하지 않아서 낑겨 갔지요. 한 대 운행 정지인데다 안전사고도 발생해서 굉장히 시간이 늦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서둘러 움직여 공항에도 일찍 갔는데 말입니다, 일찍 간다고 일찍 도착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제주공항에서 그 난리를 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지난 화요일에는 인천공항에 눈이 내렸습니다. 그리하여 9시에 출발하는 항공기에 어떤 일이 발생하였나면,


1.9시 출발 항공기. 근데 짐이 덜실렸다며 약 10분 가량 지연.

2.짐을 다 싣고 났는데도 출발하지 않음. 30분 경에 전체 방송. 제설 작업으로 인해 항공기의 이륙이 밀렸으며, 그 때문에 항공기는 10시경 이동할 거라는 방송.

3.10시가 되자 정확하게 이동하기 시작. 근데 꼬불꼬불 돌아가더니, 대한항공 항공기 둘이 나란히 서 있는 그 옆으로 들어감. 그리고는 방송. "동체 제설작업 시작. 20분 소요예정."

4.그리하여 실제 이륙은 10시 45분 경이었습니다. 원래 항공기는 11시 간사이 공항 도착 예정이었고요.


인천공항만 난리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항공기는 간사이공항에서 도로 돌아올 항공편이었지요. 12시 10분 경 도착했는데 간사이 공항 안내방송으로 항공기가 12시 50분에 출발한다고 나오더이다. 귀국하는 사람들도 밀리는 겁닏.




그나마 저희는 나았습니다. 대한항공이었으니까요. 저가항공사의 항공기들도 제설작업을 해야했을 텐데 장비가 있나요. 없다면 수동으로 제설작업 하는 건가요. 김포에서 8시 출발하는 항공기 탔으면 별 문제없이 도착했을 텐데 그걸 못잡은 것이 조금 아쉽더랍니다. .. 덧붙여 귀국편은 30분 지연되었습니다. 하루카 타고 공항 오는 도중에 메일을 확인했지만 어차피 일찍 갈 예정이었던 터라..(먼산)



그리하여 다음 여행은 올해가 아니라 내년에 갈 생각입니다. 흑.;ㅂ;


앞서 적었듯이 지난 1월 초의 여행은 불완전 연소였습니다. 여행 다니는 내내도 피곤한 것은 둘째치고 기대나 설렘은 별로 없더군요. 여행 간 첫날, 공항에서야 살짝 high 상태였지만 교토 들어간 이후에는 피로가 내내 따라 붙었습니다. 격무 뒤에 출국한 데다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쌓여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러한 상황은 이런 걸 부릅니다.



revenge.

복수혈... 아니, 복수錢전.

불완전 연소한 CO에 O를 투입하여 완전 연소를 도모함.



어느 쪽이건 간에 간단하게 말하면 '또' 가는 겁니다.




인천공항을 등지고 나오는 리무진 버스 안에서 카톡을 날립니다.


님 고베 생각 있어?


답변이 돌아옵니다.


니옙


그날 저녁까지 고민하고는 바로 정리합니다. 저 카톡을 주고 받은 다음 날 숙소 예약을 하고, 그 다음날 항공권 결제를 합니다. 그리고 여행 일정 조정은 그 뒤로 계속 하여 지난 화요일과 수요일에 1박 2일로 다녀왔습니다. 사실 어제 하루 쉰 셈인데도 몸 상태는 오락가락, 그리고 이제 겨우 2시임에도 졸리네요. 이건 식곤증이 아니라 높은 확률로 피곤, 피로. 당장 다음주에는 몸 쓰는 업무가 기다리고 있는데 조금 걱정됩니다. 감기 걸리진 않겠지요...? 하하하.




그리하여 1박 2일의 짧은 일정 동안 다녀온 고베-교토 이야기가 차근 차근 올라갑니다. 사진은 그리 많지 않으니 훨씬 짧은 이야기를 다룰 겁니다.'ㅂ'


센타로(仙太郞)의 이 화과자를 안 것은 어느 교토 출신 작가의 책을 보고 나서였습니다. 교토 토박이가 소개하는 교토의 오래된 과자를 소개한 책이었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예쁘기도 했고, 본점이 시조 가와라마치에서 멀지 않아서 가보겠다 생각을 했지요. 그리하여 구입했던 것이 어언 3년 가까이 전의 일입니다.(http://esendial.tistory.com/4589)


그 뒤에 G에게도 하나 사다줘야 했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번 여행 때 기온 다이마루에서 발견하고 덥석 구입했습니다. 그랬는데 교토역 이세탄에도 들어와 있더라고요. 하하하. 여행 둘째날인가 구입한 것은 일행들과 하나씩 나눠 먹고 나머지는 들고 왔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 구입한 것은 G에게 건네고, 먼저 개봉했던 것은 제가 먹었습니다. 이름 한자를 뭐라 읽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우바타마라고 읽는 모양입니다.





미처 포크를 챙겨오지 못해 이날은 숟가락으로 퍼먹었는데 의외로 괜찮습니다. 속은 촉촉한 팥앙금이고 겉은 양갱이니,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도 상당히 우아합니다.(...) 그리하여 행복하게 티타임을 즐겼지요.






이쪽의 주인공은 가운데 찍힌 슈톨렌이 주인공이 아니라 그 가장 오른쪽에 있는 작은 포장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이것도 교토 기온 시조쪽에 있는 화과자 가게인 칸에이도에서 구입한 겁니다. 예전에는 여기서 검은콩양갱을 구입한 적이 있지요.(http://esendial.tistory.com/2754) 양갱을 포함해 어르신들이 좋아할만한 과자를 파는 곳이라 나이 지긋한 분들 선물로 좋습니다. 이번에 여기서 검은콩차를 사왔는데, 거기서 마신 것은 굉장히 맛있었지만 집에서 우려 마시니 그 맛이 덜하더군요.;ㅠ; 그래도 카페인 없이 꽤 맛있는 콩차를 마실 수 있어 좋아하는데, 굳이 거기까지 가서 사올 필요 없이 검은콩 뻥튀기(...)를 우려 마셔도 되겠다 싶습니다.


하여간 거기서 시식하라며 내온 검은콩차에, 양갱을 먹어보고는 그 자리에서 홀랑 반해 사들고 왔습니다. 아니, 이건 양갱이 아니라 .... 그냥 화과자에 가깝네요. 이건 이름을 뭐라 읽는지 모르지만-이라 쓰고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니 다이나곤세이초(dainagonseichou)라고 앍나 봅니다. 한자로는 大納言淸澄. 이름 한자 한 번 참 멋집니다.(http://www.kaneido.com/product_6.html)





겉보기도 신기한데 맛도 신기합니다. 속의 팥은 단맛이 없이 모양 잘 살게 잘 삶았습니다. 그런 팥을, 우뭇가사리를 넣어 굳힙니다. 그리고 그걸 또 그냥 설탕이 아니라 고급설탕(사탕)을 써서 코팅합니다. 맛 자체도 그렇지만 식감이 아주 중요한 화과자더군요. 포크로 자르면 겉의 사탕 코팅이 슬쩍 부서집니다. 하지만 가볍게 부서지진 않습니다. 입에 넣으면 겉의 사탕은 아작아작 씹히고, 속의 팥은 달지 않게 고급스러운 맛을 더하며, 한천=우뭇가사리를 써서 투명하게 만든 묵은 탱글탱글하게 입안에서 부서집니다. 언젠가 『맛의 달인』에서 잇몸까지 맛있게 자극한다는 식감을 강조한 화과자가 등장한 적 있는데.... 어떤 느낌인지 조금 체험했습니다. 아니, 그런 구구절절한 설명은 필요 없고, 겉의 사탕은 달지만 씹는 맛을 주며, 속의 팥이 달지 않기 때문에 그 밸런스를 절묘하게 잡아줍니다. 딱 하나, 티타임에 곁들이면 순식간에 행복함이 더합니다....



수량이 부족해 네코동 패키지(...)에는 빠졌는데 그건 그 다음 기회로..... 아마 내년 1월쯤..?;



일단은 먹을 것부터. 여행 다니는 동안은 제 몫이 그리 많지 않다 생각했는데 사진 찍으려고 정리하다보니 없는 것도 아니네요. 각각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왼쪽 상단의 포장은 센타로에서 구입한 간식입니다. 한팩은 G에게 주겠다고 해놓곤 주중에 얼굴 볼 때 빼놓고 들고 갔더군요. 그 뒤에 왔을 때 건네주긴 했는데 저거 유통기한이 15일까지였습니다. 조금 미안하던걸요.

왼쪽 하단의 빵은 아라시야마에서 사가아라시야마 역으로 걷는 도중에 구입한 천연효모빵입니다. 구입한지 이틀 지나서 데우지 않은 상태로 먹었기 때문에 맛이 어땠는지는 말 못합니다.


가운데는 이노다 커피의 인스턴트 커피로 오리지널 블렌드입니다. 여행기에는 아라비아의 진주라고 썼는데 오리지널. 기억이란 역시 믿을게 못됩니다. 대신 오른쪽의 캔은 아라비아의 진주 맞습니다. 이건 G에게 주기 위한 선물이고 커피를 갈아 놓은 겁니다. G가 아마 커피밀이 없을거예요.





이쪽도 거의가 선물입니다. 태공이 깔고 있는 것은 오른쪽 상단이 니시키시장 빈즈테의 커피, 오른쪽이 칸에이도의 검은콩차입니다. 그리고 오른쪽 하단은 이노다커피의 드립백. 상단은 맨 왼쪽부터 로이스의 낱개포장형 말차초콜릿, 그 위에 21本이라 보이는 건 글리코의 레인보우포키, 녹색상자는 로이스의 말차 바 초콜릿, 그 옆이 도쿄바나나 푸딩맛입니다. 맥주 세 캔은 아버지 몫, 그 옆의 포키는 G에게 줬으니 사진에 보이는 것 중 제가 먹을 것은 극히 일부랑 커피콩뿐입니다.





여기도 제 몫은 딱 하나. 왼쪽 상단에 보이는 원통형이 제 몫입니다. 나머지는 부탁받은 것. 제일 골치 아팠던 P의 부탁 물품은 태공이 누워 있는 박스와 그 오른쪽에 있는 커다란 것들입니다.





전부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거나 구해도 가격이 비싼 공구들이고요. 일본에서 구해오는 쪽이 훨씬 쌉니다. 다만 종종 주문 받으면서 '이거, 진짜로, 정말로, 다 쓰실 건가요?'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기 보이는 것 중 자만 몇 종이냐.;

브랜드는 모두 신와입니다.





몇 안되는 제 물품이 이겁니다. 국화꽃 틀. 쿠키만들 때 쓰려고 아리쓰구에서 구입했습니다. 여행 갈 때마다 하나씩 모으게 되네요. 다음엔 뭘 사야하나. 가기 전에 미리 집에 있는 틀 보고 새로 뭘 살까 고민하며 갔습니다.



선물로 사온 과자들은 어떻게 나눌까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 D님이 이전에 해주신 대로 지퍼백을 준비해 나눠담습니다. 그렇게 넣다가 한두 개 남으면 제몫이지요. 어떤 건 8개 들이, 어떤 건 10개 들이라 달라지는 통에 모임에 다종다양하게 선물로 들고 가려면 아예 이렇게 포장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래서 저 왼쪽 구석에 보이는 것이 지퍼백.

이 초콜릿은 이번에 처음봐서 집어 들고 왔습니다. ... 아니, 선물로 받은 적 있는데 까맣게 잊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요. 원래 여행 때 사오려고 했던 것은 로이스 판초콜릿 아몬드인데 들어간 매장에선 안 보이더라고요.






사진을 줄여 놓아서 성분표도 잘 안보이네요. 허허허.

여행 동안 태공을 꺼내 사진 찍은 일이 많지 않아서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출연 시켰습니다.





낱개보장이 되어 있고 총 32개입니다. 사무실에 선물로 돌리기 딱 좋지요.





한창 정리하는 도중의 모습. 지퍼백에 담긴 빨간 봉지는 이노다커피의 드립백입니다. 아라비아의 진주가 맞을거예요.

저 글리코는 레인보우 포키 뒷면입니다.





이건 G와 가족들에게. 나중에 사진 찍어 올리겠찌만 통팥이 들어간 한천젤리 비슷한 겁니다. 양갱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겉은 설탕층이 있어 아작아작씹히고, 안의 팥은 부드러우며 투명한 한천젤리는 탱글한 식감을 더합니다. 검은콩차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시식하고는 홀딱 반해서 사왔습니다.

(검은콩이라 생각했는데 이름을 다시 보니 다이나곤-팥이군요.;)





이건 말차 바 초콜릿. 너티 초콜릿과 같이 있었지만 이건 포장이 작더랍니다. 너티바는 18개, 말차바는 10개들이입니다.





뒷면의 성분표는 역시 사진을 줄여 놓아서.ㅠ_ㅠ





이건 너티 바 초콜릿. 말린 과일이랑 견과류가 들어간 바형 화이트초콜릿입니다.




포장을 벗겨놓으니 그냥 흰 상자인 도쿄바나나 푸딩맛.





하지만 속살이 화려하니 괜찮습니다. 저 기린무늬하며..=ㅁ= 속이 바나나 커스터드가 아니라 바나나 푸딩이라는데, 어차피 바나나맛 커스터드 푸딩이라면 그게 그거 아닌가요. 맛이 어떻게 다른지는 비교해보지 않아 모릅니다.

게다가 교토에 왠 도쿄바나나. 그러기엔 건너편 매장에 후쿠오카의 히요코가 있기도 했지요.





모임에 따라 팩이 조금씩 다르지만 오른쪽의 팩은 G의 몫입니다. 두 배로 챙겼지요.





그리고 제몫은 가화병가의 펭귄 쿠키캔에 담았습니다. 펀샵에서도 팔더군요.





이노다커피 드립백, 양갱, 말차초콜릿, 너티바 초콜릿 등등. 남은 것은 모두 담아 놓았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또 다른 친구에게 선물로 가기도 했지요.




사온 건 많은데 남는 것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여행 쇼핑은 하고 싶은 만큼 했다고 생각하렵니다.'ㅠ'



사진은 지쇼샤 정원. 향월대랍니다. 달을 향한 대...? 저 위에 달이 올라 앉으면 그것도 멋진 광경이겠네요.




여행을 다녀온 뒤, 어머니를 붙잡고 그 간의 절절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말씀하시는군요. 그거, 가족여행 때도 여행가서는 너무 네가 애쓰는게 보였다고 말입니다.


직전의 가족 여행은 홋카이도 여행이었습니다. G는 나중에 갈 곳만 몇 곳 집어내는 정도였고 여행 주도는 제가 거의 했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저는 백수였고 G는 회사원이었으니까요. 이 때의 기억도 이미 희미하지만 하나는 확실하게 기억납니다. 그 때 아르바이트 하던 일의 중간 결과물을 넘기고 갔는데, 여행 도중 결과물을 받아본 클라이언트가 아주 강한 어조로 이걸로 안된다고 하는 바람에 완전히 정신이 바스라졌습니다. 여행 도중에 그랬습니다. 여행 가기 전에 아르바이트 동료에게 이런 저런 사항을 일러주고 갔는데 여행 도중에 또 그 답변 메일을 받았지요. 하아. 정말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클라이언트의 메일을 받았을 당시처럼 위가 멈출 것 같..... 아니, 왜 엉뚱한 곳으로 이야기가 샜나요.;


하여간 그 때도 일본 여행이었기 때문에 제가 가이드가 되어 이리저리 움직였습니다. 가족들은 제가 이끄는대로 움직였지요. 렌터카는 처음 빌려 공항에서 헤맬때도, 그 다음에 목적지 설정하는 것도, 그리고 안내하는 것도. 중간 중간 표지판 읽는 것 등도 모두 제 몫. 일본어 하는 것도 다 제 몫. 안내하는 것도 제 몫. 호텔 체크인도 제가, 체크아웃도 제가. 근데 어머니가 보시기에 참 안쓰러웠답니다. 쟤가 엄청 애쓰네 싶어서요. 하하하하하핳.........(눈물)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ㅠ_ㅠ



하여간 종종 저는 선의를 베풀고는 그걸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퍼주긴 하는데 가끔은 그에 대한 보답을 받고 싶은, 그런 때가 말입니다. 음. 그러면 안되는데.=ㅁ= 베풀면 그걸로 잊어야지 그에 대한 보답은 바라면 안되지요.

이번에도 그와 비슷하게 온갖 고생을 하고 안내를 하려 애쓰고는 그걸 당연하게 받아 들이는 것 같은 모습에 실망을 했던 겁니다. 음, 이러면 안되는데.(2) 뭐, 가족과는 달리 그게 눈에 확 보일리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저도 다른 사람과 여행하기에 그리 적당한 타입은 아닙니다. 아침이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보통 새벽 5시면 아이패드를 붙들고 놉니다. 5시 반에 씻으러 들어간 적도 있고요. 아침잠이 많거나 잠귀가 밝은 사람에게는 최악일 겁니다. 저녁이 또 빠르기 때문에 반주 한 잔 하고 싶다거나 이자카야에 가고 싶다면 그것도 안 좋겠지요. 가족들은 그런 절 알기 때문에 그냥 저를 놔두고 나가기도 합니다만... 이번 경우에는 오히려 같은 방을 썼기 때문에 그게 힘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거기에 저녁을 또 안 먹는다고 하는 바람에 폐를 끼치기도 했지요. 게다가 머릿속의 경로나 계획을 완전하게 전달하지 않기도 해서. 차라리 아침 브리핑이라도 할 걸 그랬나봅니다.=ㅁ=



이번 여행은 여러모로 생각하고 반성할할 거리들이 많았습니다. 음, 그러니 다음에는 얌전히 G를 끌고 가겠습니다. 매번 여행 가서 싸우긴 하지만 그래도 G만큼 편한 친구가 없어요.

혹시 이 모임에서 다시 여행을 같이 가자고,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면 전 도망칠 겁니다. 하하하.....

JR. 애증의 그 이름. 정시 운행으로 유명하다고는 하나 1년 전의 운행 사고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사고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작년 1월에 키가 겪은 운행사고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은 때라 괜찮았습니다. 그 때는 고베에서 교토가는 사이 길목 어드메에서 화재가 났지요. 그 때문에 신칸센을 포함한 모든 열차가 지연운행되었습니다. 고베에서 출발해 교토역에 들어가고 보니 외국인을 포함해 교토역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정말 그날은 종일 간사이 JR역들이 붐볐을 겁니다.


키가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여행 마지막 날에 운행사고를 두 건이나 겪었기 때문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체크인은 7시 전에 했습니다. 키는 일행을 끌고 교토역에서 7시 10분 조금 넘어 출발하는 하루카를 탑승하려고 했지요. 그 전에 몇 번 교토역에서 아침에 출발하는 하루카가 30번 승강장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출발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확인하겠다며 전광판을 봅니다.

...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하루카는 7시 49분에 출발하는 것이 가장 빠른 것으로 나옵니다. 당황해서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역무원도 뭔가 지친 모양새로, '트러블이 일어나서 결행이다.'라는 답을 돌려줍니다. 출발 승강장은 일단 7번홈입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7번 홈으로 일단 이동합니다.


그 당시 키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호텔에서 조금 일찍 나올 걸 그랬다는 후회입니다. 그 직전의 열차는 6시 45분이었고, 이건 문제 없이 출발했을 것 같거든요. 전날 저녁에 열차 시간을 확인하면서는 15분과 49분 열차 둘 중 어느 쪽을 탈까만 물었지 그보다 일찍 나간다는 생각은 안했습니다. 아침에 서둘렀으면 6시 45분 차를 타는 것도 가능했을 건데, 그럼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을 것 같아 말았거든요. 캐리어 끌고 돌아다니는 것도 일입니다.

(그보다는 다들 6시에 일어나는 것도 버거워 하는데다 준비하는데 1시간은 아니더라도 꽤 걸리니 6시 45분 열차를 타려면 6시 전에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이 더 컸지요.)



한국은 혹한이었으니 교토는 한국보다 따뜻합니다. 그럼에도 승강장은 그늘이라 춥습니다. 뭐라도 사올까 생각했지만 일행들은 아침을 안 먹어 그러는지 안 먹어도 된다고 합니다. 뭔가 사올까 했지만 사오면 어차피 나눠 먹어야 할 것 같아 고이 포기합니다. 커피라도 마시고 싶은데 그럴 여유도 안되네요.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같이 여행을 가면 이런 문제도 발생합니다. 이런 때는 집사인 키가 조금 참아야지요.



7시 49분에 열차가 출발하는데 열차는 사람으로 가득합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교토에서 출발하는 시점에서 이미 입석이었습니다. 신오사카에서도 사람이 더 탔고, 텐노지에서도 더 탑니다. 그랬는데, 트러블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텐노지를 출발한 뒤였나. 하루카가 정차하지 않고 지나치는 역 하나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 뒤처리 때문에 열차는 25분 지연. 아마 시간 맞춰 7시 15분 차를 타려 했던 사람들은 낭패도 이만저만한 수준이 아니었을 겁니다. 아주 여유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하며 역에서 내립니다. 에스컬레이터의 줄이 길어서 계단을 캐리어 들고 오르고, 체크인하러 올라가니 9시 40분. 항공기는 11시 이륙입니다.


무사히 체크인하고, 출국 수속도 한참 걸려 하고 나니 10시 20분. 이정도면 무난한가요. 스트레스가 쌓였던 건지 키는 로이스 매장에 들어가 여러 초콜릿을 담습니다. 일행 중 한 명은 여기서 여행 선물을 모두 사겠다며 로이스 파베를 쓸어 담는데 결국 환전해온 엔화가 부족해 키에게 재환전 합니다. 애초에 출발할 때부터 키는 엔화를 넉넉히 가져가니 환전할 거면 950원으로 환전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 분은 그 앞서도 1만엔, 공항에서도 1만엔 환전했지요. 원화는 바로 받았습니다.


로이스 계산대도 사람이 많아 한참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계산을 끝마치고 나오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같이 여행 오기로 했다가 못온 그분. 아마 여행 다녀오고 나면 한 번 얼굴 보자고 할 건데, 여행 선물 챙기는 걸 그 직전까지는 기억했으면서 로이스 매장에서는 홀랑 잊었습니다. 다른 일행들도 그 전날까지는 기억했으면서 선물 사는 사이에는 살짝 잊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다시 사러 들어가기에는 계산대 줄이 깁니다.

집사답게 키는 본인이 여분으로 구입한 퓨어초코와 먹으려고 챙긴 아몬드초콜릿을 고이 바치기로 합니다. 어차피 이건 공동경비로 뺄거니까요. 막판에 로이스에서 충동구매한 감도 있으니 오히려 이익이라 생각해봅니다.




항공기에 탑승하고 나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키는 짐을 정리하고 일행이 준 센베를 우물거리며 기내식을 기다립니다.






기내식은 오히려 인천공항 것보다 이쪽이 키의 마음에 듭니다. 입맛에 따라 다르지만 저기 보이는 저 빵은 달걀부침이 들어간 샌드위치입니다. 소스를 겨자소스로 해서 살짝 코 끝이 찡한 것이 맛있습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다른 소스보다 겨자소스를 써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렵니다. 마요네즈나 케찹보다는 칼로리가 낮으니까요.

...

이 상황에서 키가 칼로리를 따지는 것은 여행 내내 수면 부족과 저녁 식사에 시달려 몸이 부었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분 섭취도 잘 안되었지요. 평소 2리터를 마시다가 하루 물 두 컵 정도로 확 줄었으니 몸이 피곤하고 감기 기운이 있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차저차 다사다난했던 여행도 끝이 보입니다. 입국장을 나가니 드디어 집이라는 안도감과 해방감이 동시에 몰려옵니다. 이제 집에 들어가서 씻고, 가방 정리하고 쉬겠다고 생각하는데 키를 일행이 붙잡습니다.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 아니되옵니다. 월요일 새벽같이, 아니, 새벽에 출근해야 하고요. 월요일은 내일입니다.


"어, 그럼 차라도."


아니, 솔직히 피곤합니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키가 그렇게 말하자 일행들은 아쉬운 듯이 다음에 모이자고 약속을 잡고는 각자의 집으로 가는 버스를 찾아 갑니다.




이리하여 3박 4일의 여행은 끝을 맺.........나요?




덧붙임.

끝이 아닌 것은 분명 다음 모임 때 여행 뒷 이야기와 '키가 엄청 고생했어요!'라는 말이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이번에 못 갔으니 다음엔 나도 같이 해서 가자'라는 말이 나올 수 있고, 그러면 저는 혼신의 힘을 다해 G4를 방패로 빠질 겁니다. 과연... 과연.......?

어차피 초행길이라는 것은 셋이 같지만, 문명의 이기 아이패드를 손에 들고 다니며 지도 검색을 하는 것은 키입니다. 일행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만 한 명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한 명은 가끔 확인합니다. 그런 고로 이번에도 안내는 키가 맡습니다.





남산 전차역에서 내려 절 정문 방향으로 걸어가면 두부 정식집이 금방 나옵니다. 이름은 여우네집과 비슷하군요. 세트 메뉴에 2천엔 조금 안되는 정도입니다. 1인당 1500-2000엔으로 예산 잡으면 되는데 가격이 약간 높은 편이니 키는 그 전날에 메뉴를 보여주고 확인을 받습니다. 그리고 기다렸다가 직원의 안내를 받고 자리를 잡습니다. 12시 조금 넘긴 시각인데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신기하네요.


메뉴판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고민하다가 다른 두 사람은 데운두부를 먹을 수 있는 정식을, 키는 다른 채소 같은 것이 더 들어가지만 오히려 저렴한 정식을 주문합니다. 근데 데운두부가 나오는 정식은 사진 찍은 것이 없네요. 키의 메뉴는 주문받으면서 두유국물과 간장국물중에서 선택하라고 합니다. 두유가 특이하니 그쪽을 선택하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그냥 두유가 아니라 일본된장을 풀어 넣은 국물입니다. 맛있습니다.





키가 주문한 정식은 이렇게 나옵니다.





뚜껑을 열면 이런 모양입니다. 냄비에 들어간 두부는 다른 두 사람의 정식보다는 양이 적고, 채소가 더 들어갑니다. 가격도 조금 저렴했지요. 데운두부보다는 이렇게 전골 비슷한 형태로 나오는 메뉴라 끌렸습니다. 밥 맛은 취향보다는 된밥이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가운데 보이는 하얀 종이 같은 것은 종이가 아니라 아주 얇은 찰떡입니다. 냄비에 넣었다가 꺼내 먹습니다.





채소절임은 적절히 짭짤해서 밥 반찬으로도 잘 어울립니다.





된장국에는 무도 들어갑니다. 채썬 무는 푹 익어 있어 마치 무국을 먹는 것과도 같은데 그게 또 된장 국물이니 술술 넘어갑니다.





왼쪽은 아마도 붉은된장을 써서 만든 소스 같습니다. 고추장은 아닌데 상당히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돕니다. 오른쪽은 아마도 떡..? 쫀득한 떡에 된장 소스를 발라먹으면 됩니다. 소스는 다른 음식과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것은 깨두부인데 푸딩과도 같이 굉장히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고소하니 참 맛있어요.





냄비안에는 채소와 어묵, 배추, 두부가 들어 있습니다. 국물은 두부를 만들 때 나온 국물이 아닌가 싶은데 확실히는 모르겠네요. 거기에 된장을 풀었을거라 생각해봅니다. 하여간 국물도 맛있습니다.


하지만 키는 이걸 먹으러 남산에 일부러 찾아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산은 멀고, 그래서 교통비와 시간이 많이 들고, 이전에 고즈넉하고 조용해서 좋다던 관광지는 어디가고 없으니까요. 키가 보기에 지금의 남산은 서울의 남산이나 삼청동 같습니다. 그래서 죽림도 고이 피합니다. 차라리 새벽에 가는 것이 좋고 그게 아니라면 담양을 가는 것이 나을 겁니다.





절의 연못에는 시든 줄기만 남아 있군요.





달 건너는 다리도 차로가 되어 옛날의 그 운치는 없어보입니다. 사람도 많고요. 여기까지는 종종 왔지만 저 건너편은 안 갔는데, 보아하니 거기도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조용히 후퇴합니다. 게다가 일행들이 커피를 찾습니다. 하지만 여기 커피... 어디가 맛있는지는 모릅니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적절한 카페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습니다.





그렇게 주문한 파르페와 벚꽃 아이스크림. 벚꽃아이스크림은 체리맛 아이스크림이 아니니 헷갈리면 안됩니다. 게다가 여기도 팥이 들어갔고요. 맛은? 솔직히 그리 좋지 않습니다. 파르페의 고사리떡도 고급이라고 하긴 어렵고, 아이스크림은 얼어서 서걱서걱한 느낌이 있습니다. 시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으니 좀 나은가요. 커피는 그냥 무난한 맛. 관광지의 맛이라고 생각하며 남산은 이제 안와도 되겠다 싶습니다.


혹시 또 모르죠. 천사의 거처에 가겠다며 방문할지도요.



내려오는 길은 JR을 탑니다. 근데 또 간발의 차로 열차를 놓쳐서 꽤 기다립니다. 첫날의 하루카는 안 기다렸고, 그 다음의 쌀역 갈 때는 조금 기다렸고, 올라오는 열차는 더 기다렸고, 둘째날에는 버스를 한 번만 탔지만 금방 탔고, 셋째날은 은각사 금방 탔지만 그 다음에 기독교 대학 갈 때 한참 기다리고, 다시 전차 타러갈 때 한참 기다리고, 전차는 금방 탔지만 다시 JR 탈 때는 기다렸습니다. 이모저모 따지니 결론적으로 교통편 연결은 그리 좋지 않았네요. 게다가 넷째날은.... 그건 다음 편에 다루겠습니다.



스타벅스에 가고 싶다는 일행의 말에 키는 교토타워 건물 아래에 있는 스타벅스를 떠올립니다. 교토역에 내려서는 저녁거리 장을 보고 스타벅스로 갑니다. 이날도 늦게 간식을 먹었고, 점심을 양껏 먹었으니 저녁은 건너뛰는 것이 좋은데 일행들은 저녁 먹는 것이 좋은가봅니다. 그럴 거면 그냥 두 분이 다녀오셔도 되는데, 집사를 챙기시는 걸까요.



하여간 첫날 저녁처럼 이런 저런 먹을 거리를 사들고 스타벅스에 갑니다. 자리를 먼저 잡고 그 사이 집사는 줄을 서서 음료를 주문합니다.




라떼 세 잔과 시폰케이크, 그리고 마론케이크.

가장 스타벅스 라떼를 마시고 싶어했던 분이 한 모금 마시고 말합니다.


"뭐, 한국이랑 맛이 비슷하네."


한국보다 일본 스타벅스의 맛이 낫다고 생각하는 키지만 이번에는 반박을 할 수 없습니다.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았는데, 직원들이 어리숙했거든요. 우유거품도 그렇고 담아내는 것도 그렇고. 영 맛없어 보였습니다. 실제 마셨을 때도 한국에서 마신 스타벅스의 맛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이날 저녁 때 키가 먹고 싶다며 사들고 온 것은 이겁니다.





전날 화과자를 샀던 집에서 이번에는 떡을 사왔지요.





왼쪽은 떡이 아니라 밥 뭉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고, 오른쪽은 경단입니다. 이 경단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전 여행에서 시장의 쌀집에서 먹었던 것이 더 맛있습니다.





숙소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에는 저 충전기도 있습니다. 방도 생각보다 넓은 편이었지만 생각해보니 같은 트윈이라도 넓은 쪽을 선택해서 그럴 겁니다. 하여간 저렇게 다양한 종류의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그것도 두 개가 있어서 아이패드 충전할 때 상당히 유용하게 썼습니다. 앞서도 사진 찍는다고 해놓고는 뒤늦게 떠올라 나가기 전날에야 찍었군요.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그리고 내일은 드디어 마지막 날. 진을 다 뺀 사흘째 밤도 이렇게 무사히 지나가나봅니다.

(계속)




덧붙임.

여행 기간 중에 올린 글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사다난했지요, 돌아가는 길도. 하여간 저날도 수면 부족이었습니다. 3일 내내 그랬네요. 스트레칭을 하지 못했고, 저녁 식사를 했고, 긴장상태였고, 수면 부족이었으니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도 당연한지 모릅니다. 하하하.

앞서 설명했지만 키는 아침은 두 번 먹는 것으로 호텔 예약을 잡았습니다. 마지막 날 항공기 탑승 시간을 고려하면 조식을 안 먹고 나가는 것이 맞거든요. 그럼에도 마지막날은 JR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사고 두 건에 휘말려 아슬아슬하게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어쨌건 아침은 두 번 먹을 수 있고, 호텔의 아침밥은 뷔페식과 일식 두 종류가 있습니다. 양식파인 키는 뷔페식으로 두 번 다 먹으면 안될까 생각했지만 두 곳 모두 겪어보고 싶다는 일행의 의견을 존중해 둘째날은 일식집으로 갑니다.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육식파인 키에게는 조금 허전한 식사였다는 것 빼고요.


7시에 맞춰 내려가니 직원이 기모노를 입고 반가이 맞아줍니다. 그리고는 묻습니다. 죽과 밥이 있는데 어느 쪽으로 하시겠습니까? 의견을 묻고 전부 죽으로 주문합니다.




이것이 한 상차림입니다. 직접 가져다준 식사를 주면서 밥이나 죽은 더 먹을 수 있고,죽이지만 밥으로 더 달라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실제 먹어보니 양이 상당히 많습니다. 죽이라 금방 꺼졌지만요.






뚜껑으로 덮어 두었던 그릇에는 무조림이 있습니다. 맑은 장국에 조린 것인데 무가 아주 맛있습니다. 푹 익은데다 국물을 쏙 빨아들여서 그냥 먹어도 좋습니다. 그 아래 있는 것은 유바 무침이고 죽 옆에 보이는 시럽 같은 것은 죽에다 섞어 먹는 소스입니다. 맛은 가쓰오부시 같은 감칠맛 나는 국물에 간장으로 간을 한 것 같은, 그런 맛. 딱 일본 맛입니다. 아니, 교토맛인가요. 살짝 달달 짭짤하니 말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이번에는 동산보다 더 북쪽에 있는 절로 갑니다. 교토에서 다닌 여러 건물 중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여기건 그 전날 간 동산의 절이건 마찬가지로 시간이 조금 지나면 사람이 많아 북적거립니다. 그러니 서둘러 움직이는 것이 좋지요. ... 그런데 생각해보니 키가 이런 설명을 일행들에게 한 기억이 별로 없...네요?;






절 입구입니다. 여기는 동산의 절처럼 산꼭대기에 있지는 않은데, 뒤에 산이 있습니다.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면....





동백나무로 만든 울타리가 나옵니다. 굉장히 위압적이네요. 하지만 그 입구를 벗어나면 별세계가 펼쳐지니 원래 그런 의미로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한 장씩 나눠준뒤 안으로 들어갑니다.







모래로 만든 정원. 이런 풍경을 보고는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는 일행들의 반응이 있었지만 키는 나름 이해할만 하다고도 생각합니다. 혼자서 친구들과 놀 수 있는-차를 즐기는 다실을 만들었으면 이래 저래 꾸미고 싶은 심정도 되지 않나요. 물론 한국은 그렇게 꾸미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만들고, 멀리 있는 풍경을 가져오는 방식을 선택하지만, 정원 안쪽에 아기자기하게 내 모형 정원을 만들고 싶다는 쪽도 이해가 됩니다.





그 유명한 건물의 사진은 찍었지만 올리진 않습니다. 그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 둘이 함께 찍혔거든요.



키는 혼자 여행갈 때 가능하면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게 노력합니다. 일행이 있는 경우에는 감추기 어렵지만, 그럴 때도 가능한 조용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다니려고 노력합니다. 본인이 목소리 큰 것도 알고 있으니 눈총 받는 것은 질색이라 그렇습니다. 거기에 시끄럽게 떠들며 지나가는 그런 한국인과 같은 무리로 묶이는 것이 불쾌하기도 하니까요. 이전 글에는 적지 않았지만 동쪽산의 절에서 삼년 언덕을 내려올 때, 아주 시끌벅적하게 길 중앙을 차지하고 셀피를 찍는 한국인들을 보았습니다. 차마 육두문자를 적지는 못하지만 그 때 느낌 불쾌한 감정은 잊기 어렵습니다. 저 버릇없고 예의 모르는 사람들 같으니!라고 분노하며 지나쳐 놓고는 후회합니다. 사진 한 장 찍어 줄 것을요.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이날은 늦지 않게 사진을 찍습니다. 이 아가씨들은 절을 도는 내내 사진 잘 나오게 찍어, 뒷배경이 나와야지, 저 건물까지 포함해서 나와야해 라면서 핸드폰으로 SNS용 화보를 찍고 있었습니다. 시끄럽게 떠들면서, 시간 걸려 사진 찍어서 다른 사람들이 사진 찍는데 방해되게 하면서 그러는 걸 보니... 아니, 그래도 아침 일찍 와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사람 많은데 그러는 것보다는 나은가요.







곳곳의 이끼사진도 찍고, 샘물 사진도 찍습니다.






그리고 길을 따라 뒷산으로 올라가 절의 전체 풍경을 다시 한 번 찍고요. 멋집니다.






내려와서는 다른 방향에서 전각 사진을 찍습니다. 집 앞에 이런 곳이 있다면 날마다 산책오고 싶은데, 입장료가 만만치 않지요. 500엔이던가요.






나오는 쪽 입구에는 전각의 일부를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여 전시한 공간이 있었습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2층 처마쪽에도 색을 입혔다고 합니다. 그걸 보여주는데...





한국의 단청하고 느낌이 상당히 비슷합니다. 재미있네요. 하지만 지금의 그리스조각이 그러하듯, 없는 쪽도 괜찮아 보입니다. 채색 잘못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니까요.




다시 걸어서 절 앞길로 나갑니다. 어느 교수님의 산책로는 이번에는 뺍니다. 어차피 수로를 따라 걷는 거라 빼도 되고요. 산책로를 건너뛴 이유는 그 전날 저녁에 나눈 두부 대화 때문입니다.


키는 숙소에 돌아오면 일단 TV를 켭니다. 조용한 것이 싫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일본 방송은 내용이 들리지 않아도 꽤 재미있거든요. 이틀째도 그렇게 TV를 틀었는데 마침 교토의 맛있는 집들을 찾아 다니는 프로그램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일행이 묻더군요.


"그러고 보니 우리 두부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 두부 먹자, 두부."


육식파인 키는 두부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양념맛으로 먹는 두부 조림 정도? 그렇기 때문에 교토에 와서도 두부를 먹은 적은 없습니다. 물론 호텔 아침 식사로 먹는 것은 예외입니다. 아니, 그럴 때도 일부러 두부를 찾아 먹지는 않게 되더라고요.

뭐, 두부를 즐기지 않는 이유에는 어머니가 두부를 만드시는 것도 포함됩니다. 집에서 갓 만든 따끈한 두부를 먹을 수 있는데 나가서 두부를 먹는 건 내키지 않아요. .. 아니, 콩은 맛있는데 두부는 덜 맛있습니다. 그게 더 정확한 이유일 겁니다.

원래 먹을 생각은 없었지만 남산에 괜찮은 두부음식점이 있다길래 거길 갈까했는데, 첫날 일정이 여우네집으로 꼬인 터라 두부집도 안가려고 했지요. 그랬는데 일정이 대강 잡힌 상황에서 갑자기 두부집 이야기를 꺼내니 속이 울컥 뒤집힙니다. 하지만 키는 집사. 집사는 성심성의껏 모셔야 합니다. 울컥 올라오는 것을 눌러 담으며 다시 검색을 해보니 역시 남산의 그집이 괜찮다는 글이 나오네요. 그냥 남산으로 가기로 합니다. 다만 속이 뒤집힌 것은 두고두고 담아두기로 합니다.


그리하여 셋째날은 절을 갔다가 남산으로 이동합니다.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한 번에 가는 방법은 없지만, 절에서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달려가면 전차 역이 나옵니다. 그러고 보니 키는 노면전차를 타본 적이 없습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번 기회에 한 번 타보자 싶어, 전차역까지 버스로 가고, 다시 전차를 타기로 합니다. 코스를 그리 잡아 놓고 보니 중간에 기독교 대학도 있네요. 거기 내려서 구경하고, 다시 버스로 이동할 생각입니다.






기독교대학은 붉은 벽돌 건물입니다. 엉뚱하게 같은 재단의 옆 구획-학교 쪽을 들어간 터라 잠시 헤맸지만 곧 다시 대학을 찾아 캠퍼스 안으로 들어옵니다. 시간이 벌써 11시 가까이라 남산에 가면 12시, 점심 시간이 될 것 같군요. 유명한 집이라면 기다려야 할 것 같아 11시 45분까지는 도착하고 싶은데 마음만 급하지 일행은 도와주지 않습니다.

날이 쌀쌀하니 햇빛 잘드는 벤치에 앉아 쉬고 싶다며 덜컥 앉습니다. 그러려니 해야지요. 집사는 그저 기다릴 따름입니다.


근데 분명 앞서 여행 정보에도 이 대학을 방문하는 목적을 '시비 보기'라고 적어두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왜 보셨다면서 시비 이야기는 못 읽으신건가요. 여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한국 시인 둘의 시비가 있어서 그걸 보러 온겁니다. 읽으셨다면 '시비가 있었어?'라고 하시면 안되죠. 일정표를 작성한 키는 또 한 번 심장에 스크래치가 납니다. 오늘도 수면 부족이었는데, 저녁도 먹어서 몸도 부었는데, 그래서 더더욱 여린 가슴이 되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허탈합니다.





나란히 있는 시비 두 개를 찍고 안내문을 보았습니다. 근데 꽃도 많고, 은근히 한국돈도 많이 놓여 있습니다. 관리비용에 보태라며 그런 걸까요. 왜 한국돈이 있느냐는 질문을 하시지만 집사는 모르니 답을 할 수 없습니다.


초행길이라 이래저래 헤매면서 버스 정류장을 찾아,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이번 목표는 전차 출발역. 키는 두 사람을 안내해 무사히 정류장에 내립니다. 어디로 가야하나 구글 지도로 보니 조금만 걸어가면 되네요. 오오. 다행히 전차역은 금방 찾았습니다. 그리고 금방 탈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타고 알았는데, 이건 B라인이더군요. 남산까지 가는 것은 A라인이라 도중에 한 번 갈아탑니다.






전차도 재미있지만 저런 작은 배려도 재미있더군요. 저 굵은 줄무늬 천은 추울 때 덮으로가 마련한 담요입니다. 한국에 저런 것을 마련했다면 누군가 들고 가고 안남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선진국과 아닌 곳의 차이는, 그런 곳에서 오지 않을까요.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질서와 법규를 지키는데서 말입니다.

(계속)




덧붙임.

다음에 혹시 이렇게 인솔해서 갈 일이 있다면-절대 없게 하고 싶지만-일정표를 인쇄해서 배부하는 것도 고려해야겠습니다. 아주 구~체적으로요. 하지만 그러느니 아예 여행 계획 안세우고 말지요. 너무 피곤합니다.

키는 이노다커피에서 어머니 드릴 선물로 인스턴트 커피를 골랐습니다. 여행선물로 과자를 사오면 체중조절에 문제가 생긴다며 절대 사오지 말라 하셨지만, 지난 여행 때 사온 커피가 다 떨어지면 새로 사야하나 고민하시는 걸 봤기 때문에 선물 고르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인스턴트 커피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색이 딱 오인전대네요. 그런 망상을 하며 가장 유명하다는 블루마운틴은 놔두고 진주 커피를 고릅니다. 빨간색이라 색도 예쁘거든요.

4200엔짜리 커피잔 세트를 놓고 잠시 고민하지만 집에서 잠자고 있는 다른 그릇들을 떠올리며 단호히 거부합니다.






그리고 다시 걷기. 이번에는 이년언덕을 따라 걸어가서 무슨 탑을 하나 보고 기온으로 향합니다. 야사카신사 앞으로 나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이번에는 잠시 헤매면서 구글 지도의 힘을 빌려 찾아갑니다. 그 때 이야기를 들었지만 다른 두 분도 살짝 길치랍니다. 아마도 방향치...?






목적지는 아주(?) 익숙한 아이스크림집입니다. 키의 취향일지도 모르지만 여기 아이스크림은 먹어보고 반한 적이 있어 한 번쯤 먹어봐야 한다 생각하고 일행을 끌고 왔습니다. 떡이 들어간 팥죽과 파르페, 갓 만든 아이스크림을 함께 주문합니다. 차를 함께 내오는 것도 좋네요. 가지차는 이날 일행들이 처음 마셔보았는데 구수한 그맛이 좋다 하더랍니다.






여기서 야츠하시도 처음 맛보았네요.






갓만든 아이스크림은 이번에 처음 먹었지만 또 다른 감동이었습니다. 굉장히 부드럽게 입에서 녹아내립니다. 한쪽은 깨, 한쪽은 콩.






팥죽은 단팥죽이라기 보다는 단팥국이나 팥탕이 아닐까 싶지만 그래도 뜨끈하고 달달한 맛이 피로 해갈에 도움을 줍니다. 차가운 것만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키가 시킨 메뉴였지만 일행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따끈한 음식이니까요.




다시 걸어서 기온 거리로 나갑니다. 그리고는 설렁 설렁 걸어서 밥상시장으로. 키는 교토 올 때마다 이 시장을 가기 때문에 이제는 대강 방향만 잡고 설렁 설렁 다녀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게 좋은 건가요. 시장길을 따라 죽 걸어가며 이것저것 설명합니다.


"저 채소절임은 된장이야? 아닌가?"

"겨 같은데"

"겨 맞아요. 보통 겨된장에 채소를 묻더라고요."


거기에 다양한 채소들도 있고 특히 겨울이라 무가 많아 이것저것 구경을 합니다. 지나가는데 SC가 키를 붙잡습니다. 디저트만 먹고 점심은 안 먹은 터라 뜨끈한 어묵을 보니 허기가 돌았나봅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한 번도 어묵을 안 먹었네요. 가게 메뉴판에 재료가 간단히 소개되어 있어 하나씩 고른 뒤에 키가 주문합니다. 당연히 총무인 키가 지불도 하고요. 옆에 자리가 있다는 안내에 따라 가게 옆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어묵을 베어뭅니다.





이런 가게였어요.






키가 고른 어묵은 고구마를 비롯한 채소가 들어간 어묵입니다. 짭짤 달달한 교토 특유의 맛에, 기름지기도 하고, 찜통에 올라 있던 거라 말랑말랑합니다. 밀가루가 적게 들어간 건지, 아니면 생선살만으로 만든 건지. 부드러운 어묵살 사이에 맛있게 폭 익은 채소들이! 정말 맛있더랍니다.




시장 끝자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빈즈테라고 부르는 작은 테이크아웃 커피점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커피콩 100g을 사고는 어떻게 교토역으로 돌아갈까 의논합니다. 거기서 불쑥 SC가 말합니다.


"여기서 교토역 멀어요? 걸어가기 어렵나?"


키는 잠시 고민하다가 걸어갈 수 있는 수준이라 대답합니다.


"그럼 좀 걷죠."


넹. 그러죠. 가서 카페도 가고 숙소에서 쉬면 되겠지요.



교토를 좀 다녀보신 분이라면 이게 어느 정도 거리인지 감이 잘 안오실 겁니다. 설렁설렁 걸어서 교토역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더군요. 그러니까 굳이 표현하자면, 통인시장에서 종로3가까지 걷는 것과 비슷할 거라 봅니다. 아마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골목을 돌고 돌아 교토타워를 이정표 삼아 걷습니다. 그 와중 키는 동쪽에 있는 절 근처를 지나가면서 본 고양이들을 보고 식빵굽는 자태가 아름답다 생각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교토역에서 어디를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말차를 사용한 디저트를 먹자 싶어 교토 이세탄의 찻집에 갑니다. 이번에는 말차와 녹차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이 돌아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녹차는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말하는 센차이고, 말차는 녹차를 덩어리로 만들어 가공한 다음 맷돌 등에 갈아 만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내용을 정리해 집사답게 성심성의껏 대답합니다. 그리고 과정을 봐도 아무래도, 말차쪽이 고급이란 생각이 들죠. 특히 이 찻집에서 쓰는 것은 그램당 꽤 가격이 나가는 제품을 쓸걸요. 키는 그런 생각을 하며 몇 년 전에 구입해 서랍장 깊숙한 곳에서 잠자는 말차를 떠올립니다. 오래되었으니 그냥 마시는 것은 무리고, 이제는 과자에 써야 하나봅니다. 그 가격의 비싼 말차를 과자에 쓰다니 아까워라.


이번에는 영어 메뉴판이 나와서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하지만 팥죽 시킬 때 질문이 돌아옵니다. '경단을 흰색으로 하시겠어요, 쑥으로 하시겠어요?' 이런 것도 다 통역해서 의견을 모아 전달합니다. 가이드 겸 통역가.....





계절 한정이라는 봄 파르페. 옆에는 와라비모치도 함께 나왔습니다. 키는 북쪽의 유명 화과자집을 갈 생각이었으니 이거랑 비교해서 먹어봐도 괜찮겠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론만 말하면 못갔습니다. 못갔어요.






경단만 봐도 아이스크림집이 낫습니다. 거기의 경단은 말랑말랑한 것이 갓 만든 느낌인데, 이건 만들어서 두었던 것을 올린 것 같아요. 찻집의 재료가 좋을지 몰라도 아이스크림집이 갓 만든 느낌이라 더 마음에 듭니다.

위의 크림은 벚꽃 크림이라, 체리 크림이 나올 줄 알았는데 짭짤한 크림이라 신기해 하는 반응이 나옵니다. 키는 또 여기서 벚꽃 절임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벚꽃 소금 절임을 넣어 만든 크림일거라고요.






이건 말차와 팥죽 세트.






앞서 먹었던 아이스크림집의 것보다 이쪽이 조금 더 걸쭉합니다. 어느 쪽이 더 맛있다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같이 나온 다시마절임은 아이스크림집이 덜짜고 작아서 더 낫다는군요. 이쪽은 쑥 경단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옆의 말차. 이번 여행의 처음이자 마지막 말차였습니다. 따로 마실 일은 없어서 그랬지요. 어떤 반응을 보일까 키는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그렇지만 한 모금 마시고는 '그냥 가루 녹차하고 똑같아요.'라는 답이 돌아오자 좌절합니다. 한 모금 마셔보지만 가루녹차하고는 색도 그렇고 맛도 꽤 다른 걸요. 하기야 요즘의 가루녹차가 아니라 예전의 가루녹차를 떠올려 비교한 것이지만, 키가 먹었던 가루녹차는 풋내가 나고 쓴 맛도 강합니다. 이건 그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이네요. 가루녹차가 어린애 혹은 애송이라는 느낌이면 이건 그보다는 좀 더 성숙한 맛입니다.


뭐, 그러려니 생각해야지요.




또 다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안 그래도 저녁 안먹을 생각이라 두 분만 드시라 했더니 뜨끈한 국물이 필요하다 하시네요. 라멘. 그리하여 이날의 저녁은 교토역에 있는 라멘코지가 됩니다. 그리 되면 자연스럽게 교토역 야경 구경도 이날이 되지요.






라멘코지도 번역이 필요합니다. 어느 것이 돼지뼈 국물이 아니라 무난한 국물일지 찾습니다. 최종적으로 낙찰 본 것은 닭뼈를 썼다는 라멘집입니다. 후쿠시마쪽 라멘집이라는 것은 기억하는데 이름은 잊었네요. 아마 오른쪽 편에 있는 것 중 하나일 겁니다.



자판기에서 미리 메뉴를 골라 뽑아가면 티켓을 받아 안쪽에 주문하는 형태더랍니다. 돼지고기 차슈가 듬뿍 올라가는 라멘 세트와 기본 라멘, 그리고 교자를 시킵니다.







다만 피곤하다보니 여분 그릇 하나 더 가져다 주냐는 질문을 제대로 못 알아들었습니다. 키도 자주 실수 합니다 .가끔이 아니라 자주요.(...)






세트. 삶은 달걀과 덮밥이 함께 나옵니다. 고기! 게다가 국물은 소금으로 간 한 것인지 짭짤하면서도 매끈한 국물이더랍니다. 원래 저녁을 먹을 생각이 없었던 키도 젓가락이 자주 갑니다.






이건 기본 라멘.





이게 전체 모습. 만두도 무난했습니다. 바삭하고 촉촉하고 육즙이 흐르는 만두.






다 먹고 난 뒤 키는 일행을 끌고 야경을 봅니다. 낮에는 그냥 UFO 등대 같은 타워지만 밤이 되면 빛납니다.






그리고는 저 남쪽편의 유리에 비친 교토타워도 찍어봅니다. 자세히 보면 교토역 남쪽의 풍경 위에 옥상 정원의 조명과 타워가 둥둥 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키도 교토역은 몇 번 올라왔지만 이런 풍경은 처음입니다. 멋지긴 하네요. 일행이 있으니 이렇게 평소 못 보던 풍경도 보게됩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그날의 전리품을 찍어봅니다. 그리고 다시 밤의 티타임.






키가 준비한 센타로의 화과자, 그리고 교토역 지하 식품매장에서 구입한 과일 두 종. 거기에 기온에서 구입한 검은콩차. 티타임 준비 끝!





맛보기로 구입한 차과자도 꺼내 들어 진짜 티타임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키의 폭면, 이었으면 좋겠으나 오늘도 내부 소음은 계속 됩니다. 주욱.

(계속)




덧붙임.

확실히 일행이 있으니 평소 안가던 곳을 가게되더군요.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피곤한 것 빼고.

다음 날 아침, 키는 그리 상쾌하지 않은 상태로 눈을 떴습니다. 새벽 2시에 아이패드를 열고 시간 확인한 것은 확실하게 기억합니다. 키가 잠을 설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평소 안 먹던 저녁을 먹어 위가 차 있으니 깊은 잠을 자지 못한데다가 밤새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는 문제입니다. 잘만하면 도로 들리고, 들리면 신경쓰여서 잠이 덜오더군요. 안오지는 않습니다. 다만 평소보다 잠드는데 시간이 걸렸을 따름입니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방 안에서 들리는 소리인데 ... 키는 집사니까 거기까지만 생각합니다. 음, 키 본인도 혼자 자기 때문에 눈치를 못채는 것일뿐이지, 또 같은 증상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일정이 힘들어 다들 코를 골았다거나.



키가 호텔을 트윈룸에서 트리플로 바꾸면서 이 숙소를 추천한 이유는 아침밥이었습니다. 조식 평점이 자란기준으로 4.0을 넘기더군요. 어쩌다보니 일본 호텔 조식 1위(고베 피에나)랑 3위(삿포로 한큐)는 겪어 봤지만 여기도 4.0이 넘는다니 궁금합니다.


아침식사는 일본식과 뷔페식 두 종류가 있습니다. 일본식은 한 상차림으로 나오고 뷔페식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는 겁니다. 과일도 많고 디저트도 많고, 거기에 죽이랑 밥도 있어 뷔페에서도 일본식으로 가져다 먹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본식보다는 서양식을 좋아하니 메뉴도 그렇네요. 소시지와 샐러드, 조림 약간, 그리고 달걀말이. 프렌치 토스트와 고기경단, 비단두부에 소스를 얹은 것, 그리고 또 스크램블 에그.

저편으로 보이는 오믈렛도 키가 들고 온 겁니다. 왼편의 후르츠 칵테일은 그냥 그랬지만 한 번쯤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우유도 맛있고요. 저녁을 먹어 아주 맛있게 먹지는 못했지만 나쁘지 않은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키는 프렌치토스트를 하나 더 가져다 먹고 싶었지만 다들 식사가 끝난 데다 속이 부담 스러워 거기서 멈춥니다. 게다가 달걀을 많이 먹기도 했고요.

그리고 프렌치 토스트는 집에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달걀과 우유 듬뿍, 설탕 약간, 소금 약간. 그리고 빵을 푹 담가두었다가 굽기만 하면 됩니다. 쉽지만 번거롭다며 만드는 일 없는 메뉴죠.



키의 성격 대로라면, 그리고 혼자 여행왔다면 7시 땡하자마자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즐기고 나서 올라가 8시에는 나갈 텐데 말입니다. 성격이 급한 겁니다. 집사는 일행분들을 6시 20분쯤 TV로 깨우고, 준비 다하고 기다린 뒤 조식권을 챙겨서 나왔습니다. 7시 10분이더군요. 아침을 먹고 올라가 양치하고 나니 8시가 넘습니다. 설렁설렁 내려와 8시 20분쯤 버스를 타고 동쪽산을 향합니다.







5가와 동쪽산 지역이 만나는 즈음, 오가 언덕이 있습니다. 그 정류장에서 내려 언덕을 설렁설렁 올라갑니다. 다 올라가니 이건 등산이구나 싶긴 합니다.






역광이라 사진이 어둡게 나왔는데, 왼편에 보이는 것이 입구의 전각입니다. 키는 전각을 보며 '저렇게 허세 부릴 일이 왜 있나' 싶습니다. 상체비만이고 다리는 빼빼마른 사람이 거들먹 거리는 것 같아 보여 그렇습니다.






어찌보면 치맛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처마 자락이 들린데다 안쪽은 흰색이랑 주색을 칠해서 그런가봐요.






들어가는 곳의 나무는 매화인건지, 작은 봉우리가 몽글몽글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키는 사진 찍는 솜씨가 그리 없어 초점이 멀리 날아갔네요.






학구적인 분들이라 같이 이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한옥하고는 꽤 달라요."

"단청이 아니니까. 여기는 주칠을 하는데, 왜 완전 빨강이 아니라 저런 주색을 쓰는 거지? 마를 쫓는 거라면 붉은 색이잖아요."

"게다가 한국과는 달리 층이 높아요."

"뭐, 황룡사 9층탑 같은 것도 층이 높긴 하죠."


같은 이야기들. 9시 전에 입장해서 그런지 사람들은 적습니다. 500엔을 내고 입장료를 구입해 더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그 옆에서 MC가 키에게 묻습니다.

"왜 일본 절에는 불상이 안 보여?"

"어, 그러게요. 불상 본 기억이 없긴 한데. 하지만 나라 같은 곳에는 대불도 있으니까 아예 안 모시진 않을 거예요."


뭐, 지금 생각하니 산주산겐도에도 불상이 있지요. 그게 부처상인지 나한상인지는 기억 나지 않지만 위의 사진에 있는 것은 관음보살이고, 본당 안쪽에서는 불상이 안보입니다. 못 찾은 건지 없는 건지는 모르겠네요.






더 걸어가 사진 촬영소에서 찰칵. 저기서 떨어져도 사망하진 않는다는데, 지금 보니 앞쪽의 나무를 다 정리해서 잘못 떨어지면 사망은 아니더라도 큰 부상은 입을 것 같습니다.





봄에 온다면, 더더욱 아름다운 풍경이겠지요. 그리고 저기에는 입추의 여지도 없을 정도로 사람이 바글바글할 테고요. 키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일행을 안내해 아래로 내려갑니다.


다들 연애나 공부나 재력에는 관심이 없어 물줄기는 그냥 지나갑니다. 일행중 누군가 말합니다.


"내가 봤을 땐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부자가 될 것 같진 않아. 그러니 안 마실래"


그런 겁니다. 요행은 바라면 안돼요. 키 역시 위의 의견에 동의하며 지나갑니다.





이번엔 삼년언덕을 따라 내려가며 뒤돌아 사진을 찍습니다.







다른 건 좋은데 왜 저런 과자가 절 근처 매점에 있는지는. 사실 교토 시내에서도 한 번 더 봅니다. 하지만 저런 과자가 맛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으니 살포시 무시하고 갑니다.





노노혼처럼 꼬리를 흔드는 고양이들. 안쪽에 보이는 작은 것과 앞쪽에 보이는 큰 것이 있는데 다 태양열로 움직인답니다. 집사답게 키는 여기서도 통역을 맡습니다.


"이거 배터리 뭐 쓰는지 물어봐주세요."

"아, 솔라, 그러니까 태양열이래요. / 그리고 햇빛 말고 전구 불빛으로도 가능하다는데요?"

여러 차례에 걸친 대화를 빠짐없이 통역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은근히 피곤하네요.





고양이 부채도 멋지지만 개당 5천엔. 비쌉니다.






지나가다보니 이런 인형도 보이는데 폭소하며 찍고 나서 지금 생각하니, 하나쯤 살 걸 그랬다고 후회합니다. 하지만 집에 인형이 너무 많아 저런 달걀은 어디 놓을지 고민됩니다. 그러니 안 사는 것이 맞는 거예요. 키는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언덕이 끝날 즈음, 어디 들어가서 커피 마시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침에 커피는 마셨지만 호텔 커피는 카페인이 거의 없으니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침 가려고 했던 카페가 코 앞까지는 아니지만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이게 이년언덕이었나요. 삼년언덕의 연장선인가요. 하여간 이 사진에서도 저 멀리 목적지가 보입니다. 중간 기착지, 그러니까 세이브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이노다커피 지점입니다.






커피 마시러 들어가자며 안내했는데 주변을 둘러보느라 잠시 시간을 지체합니다. 이전에 왔을 때는 개점 시간이 10시였던 걸로 기억한 키는 먼저 들어가 커피점이 영업하는지 확인하고 일행을 안내합니다.



다행히 이노다커피에서는 메뉴판 아래 메뉴가 영어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보고 대강 짐작은 하지만 자세한 설명은 또 일본어니까요. 비엔나커피에 올라가는 것이 아이스크림일까 크림일까 하면서 비엔나커피 두 잔을 주문합니다. 이노다커피에서 유명한 것은 밀크커피랑 진주인데 뭐, 그런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는 것이 낫지요.





비엔나커피 두 잔이 먼저, 진주가 나중에 나옵니다. 잔 정말 예쁩니다. 하나쯤 구입해가고 싶은데, 기억이 맞다면 4200엔이었을 겁니다. 일상적으로 쓰기에는 용량이 작은데다 가격도 비쌉니다. 그러니 여행와서 작은 호사를 맛보는 것에 만족합니다. 그리고 저 커피잔보다 비싼 커피잔이 서랍 속에 잠들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키의 뇌리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비엔나커피의 크림이 생크림인지 아이스크림인지는 모르지만 두 분 입맛에는 크림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나봅니다. 아침부터 신나게 운동한 뒤라 그렇겠지요. 크림을 리필 받을 수 없냐고 하긴 했지만 그런 이야기까지 통역할 정도는 아닙니다. 집사니 적절히 들어 넘기는 내용도 있게 마련이지요.






다시 봐도 잔 참 괜찮은데, 일상적으로 쓰기에는... (하략)






이노다커피는 흡연칸과 금연칸이 한 공간안에 있습니다. 공간을 완전 분리하지 않고 한 곳에서 쓰도록 하고 있지요. 담배냄새가 나긴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다시 업무와 관련된 심도 있는 대화를 한 시간 가량 나누고 그 다음 목적지인 기온을 향해 출발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MC와 SC에게 조금 많이 미안한 것이, 반쯤은 의도적으로 점심을 건너뛰었거든요. 디저트로 식사가 가능한 터라 점심 즈음 먹은 간식을 그냥 끼니로 삼아....

(계속)





덧붙임.

저는 삼시세끼 챙겨먹지만 그것이 꼭 밥이거나 끼니일 필요는 없습니다. 즉 빵이나 간식, 아이스크림 등으로도 한 끼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챙겨먹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불량한 집사가 아닐 수 없지요. 뭐, 일행들은 제게 모든 걸 맡겨놓은 상황이니 직접적으로 점심 안 먹어?라고 말하지는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ㅅ'

첫째날, 키의 원래 계획은 숙소에 짐을 맡긴 뒤에는 서북쪽의 남산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입국수속과 뒤이은 표사기, 하루카 탑승, 숙소 체크인까지 하고 나니 아무리 강철이라지만 키도 지칩니다. 그리하여 슬슬 일행을 꼬십니다. 남산은 더 멀고 시간이 오래걸리니, 거기 말고 앞서 여행 계획에서 미처 넣지 못한 여우네집을 가자고 한 거였죠.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여우네큰집이 옳은 해석이니 그리 부르겠습니다.


지쳐보여서 안쓰러웠는지, 아니면 더 좋다는 말에 혹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행들은 여우네큰집에 들렀다가 교토역으로 올라오는 것에 찬성했습니다. 그리하여 점심을 먹고 나서는 나라행 열차를 타고 여우네큰집이 있는 여우역에 내립니다. 아니, 쌀역인가.....





JR 역에서 내려 아주 조금만 걸어가면 이런 커다란 도리가 보입니다. 도리가 뭐냐, 이게 왜 신사마다 있냐, 신사와 절은 어떻게 다르냐고 내내 물으시는데 키는 가이드니까 열심히 대답합니다. 이모저모 아는 범위 안에서는 설명했지만 쉽지 않습니다. 일단 신사 앞에는 무조건 저런 입구-도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절 앞에는 없다고 말이지요. 일본에는 신사가 왜이리 많냐, 신사와 절의 역할이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은 대강 얼버무리고 넘어갑니다. 신사가 많은 건 일본에서 800만의 신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고, 역할은 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신관이나 주지승은 마을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맞는 이야기인지 키도 확신이 안섭니다. 음, 기왕이면 검색해서 찾아보셔도 될 건데요. 분명 와이파이 모뎀은 잘 작동하고 있을 테니까요.





이런 커다란 문이 있고 그 안에서 또 참배를 하는 모양인데, 어차피 여기는 등산을 오르기 위해 왔으니 키와 일행들은 슬쩍 지나칩니다.






이건 전체 지도입니다. 이전에는 조금만 오르고 말았는데, 이날은 조금 더 등산을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바글바글하니 많지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요.







참배하는 곳 왼편 계단으로 올라가니 을씨년 스러운 분위기의 장소가 있습니다. 다 돌인데 이 분위기가 참 묘합니다. 한밤중에 올라오면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다고 키는 잠시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저 빨간 도리이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키는 그 안을 들어가며 도리이를 왜 세우는지, 세운 사람들의 정보가 기둥 뒷면에 있다는 등의 설명을 합니다. 음, 물론 서비스는 언제나 요구되기 전에 제공하는 것이 옳습니다.



왜 그 뒤의 사진이 없는지는 모르지만 꼭대기까지 오르지는 않고 중간, 그러니까 세 번째 봉우리까지는 갔습니다. 거기서 도로 내려와 신사 옆의 상점가로 갑니다. 여기서 또 일행들에게 보여야 할 것이 있었거든요.



이 여우 센베 말입니다. 가격도 저렴해서 선물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관심 없이 지나갑니다.(키무룩)


그 앞의 야츠하시 상점도 여기가 본점이라고 설명했지만 두 분 모두 딱딱한 센베를 좋아하지 않는지 그냥 지나갑니다. 센베를 좋아하는 키는 한 봉지 사고 싶었지만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구입을 못했습니다. 뭐, 괜찮아요. 사실 야츠하시보다는 한국에서 무게 달아 파는 그런 전병을 더 좋아하니까요. 대신 그걸 사면 체중 감량이 아주 곤란하기 때문에 가끔만 삽니다. 아주 가끔만.



쌀역에서 교토로 돌아가는 열차는 드물게 옵니다. 그래서 싸늘한 가운데 조금 오래 기다렸네요. 교토역으로 돌아가서는 일단 숙소에서 쉬자고 합의를 하고 올라갑니다. 오후 4시쯤이었나, 아니, 넘었을 겁니다. 들어가면서 로손에 들러 CD를 찾고, 호텔로 가서 프론트에서 열쇠를 받아 방에 올라갑니다. 짐들은 모두 얌전히 방에 올라갔네요.


트윈룸에 임시 침대를 하나 놓아서 침대가 총 셋. 그리고 키는 창가 자리를 쓰겠다고 고집합니다. 그도 그런 것이 다른 두 침대는 가까이 붙어 있거든요. 거기에 원래 춥게 사는지라 창가 옆이라고 해도 그리 춥진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지난 달 키의 자취방 가스비는 23000원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듣고는 너무 춥게 사는 것 아니냐 하셨지만 그럭저럭 괜찮은걸요. 물론 싸늘하긴 합니다.




창가에 놓인 침대는 좁습니다. 하지만 이정도는 별 문제 안됩니다. 평소에도 그렇게 굴러다니는 성격도 아니니까요. 그리고 창가자리는 언제나 좋습니다.





키가 주문한 물건과 부탁받은 것들입니다. 상자는 크지만 사실 속 내용물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다른 분들이 잠시 쉬겠다며 침대에 누운 동안 키는 상자를 다 열어보고 물건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워낙 여기저기서 중구난방으로 도착했던 터라 당장은 확인하지 못하고 나중에 하겠다 생각하며 정리만 합니다. 캐리어에 담을 거라면 아무래도 상자 안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가장 큰 상자를 잘라 조립합니다. 그리하여 부피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모두 제일 큰 상자에 넣고 접어 원래 부피의 25%로 줄입니다. 뭐, CD나 DVD는 그렇게 못하죠.



그렇게 캐리어를 정리하는 사이 일행들은 단잠에 빠집니다. 새벽 일찍부터 움직였을 터라 그렇게 자게 두고 키도 휴식을 취합니다. 택배 정리하면서 나온 쓰레기는 다 분리수거 하지요. 그렇게 완료하고는 6시쯤 일행을 깨워 교토역 이세탄의 식품매장으로 갑니다.


교토역은 여러 번 왔으니 들어가서 기념품 살만한 곳을 소개하고, 또 식품매장 두 층을 함께 돌아봅니다. 저녁은 안 먹겠다는 말에 일행들이 저녁거리를 사들고 호텔에 가서 먹자고 하여 도시락과 푸딩을 구입합니다. 그리고 돌아올 때 편의점에 들러 간식도 삽니다.






그러고 보니 캐리어에 자리가 그리 많지 않아 저 컵라면은 이번에도 못샀네요. 푸딩은 무난했지만 사실 먹고 싶은 케이크는 따로 있었지만 결국 못 먹었습니다. 끼니를 더 중시하시는 분들이라 케이크 살까 할 때마다 먹을 배가 부족하다는 답이 돌아왔거든요. 혼자 먹을 수는 없으니 결국 이번 여행에서 제대로 먹은 케이크는 ... 마지막날에 나옵니다.



딸기도 샀는데 딸기보다는 파인애플을 더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렇게 맛있거나 향이 강하거나 하지 않더라고요. 저 규동 도시락은 구입하면서 양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저 도시락통이 함정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키높이 구두를 생각하면 됩니다. 젓가락을 넣었는데 의외로 깊지 않아서 양은 딱 여자 1인분이더라고요. 그러니 사진에 보이는 것과 과일까지 먹고 나면 저녁을 제대로 먹은 겁니다.



그 부분이 문제이긴 합니다. 키는 보통 10시에 잡니다. 아침에는 새벽같이 일어나지요. 아니, 새벽같이가 아니라 새벽에 일어납니다. 그 때문에 저녁을 늦게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아 잠을 설칩니다. 근데 옆에서 일행들이 먹고 있으면 식욕이 돌게 마련이지요. 조금씩 야금 야금 먹다보니, 결국 여행 다니는 내내 몸이 부어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로 조금 예민했던 데다 저녁도 먹고, 잠도 설쳤고, 아침에는 새벽에 깨고 이러니 안 피곤할 리가요. 여행 내내 힘들었던 것은 이런 이유가 큽니다.




그래도 이날은 10시에 잠들었는데 고이 잠들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계속)




덧붙임. 질문을 하면 옆에서 제깍제깍 뭔가 답변이 나오니 딱히 검색하려고 핸드폰을 꺼낼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오기 전에 미리 공부 좀 하고 오시지.;ㅂ; 아니면 아예 공부할 생각이 없었는데 대답을 잘하니 신기해서 더 질문이 나온 걸까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실제 여행을 가게 된 두 사람-각각 MC, SC로 지칭-은 교토여행이 처음입니다. 그러니 여행 코스는 상대적으로 편하게 짤 수 있지요. 업무 폭탄이 떨어져 여행을 못간 DB는 교토를 돌아본 적이 있어 주요 유적지는 갔다고 하지만 다른 둘은 그렇지 않으니 명승지를 골라 가면 됩니다. 사실 DB는 그래서 여행을 상대적으로 쉽게 포기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미 가본 곳이고, 안 갔다고 해도 그 다음에 가도 된다는 생각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키의 짐작일뿐이고 진짜 어떤지는 모릅니다. 추측이니까요.


어쨌건 키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주요코스를 이틀로 나눴습니다. 도착한 첫날은 일단 아라시야마. 점심 즈음 교토에 도착할 것으로 생각하면 아라시야마에 가서 두부를 먹고 구경하면 되겠다 싶습니다. 그러고 시간되면 교토역 둘러보고요.

이틀째는 동산에 있는 유명한, 자살희망자가 많기로 유명한 곳에 갔다가 그 아래 언덕 두 개를 지나 기온으로 나와, 유명한 시장에 가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설렁설렁 가는 거죠.

사흘째는 그보다 북쪽에 있는 유명한 은색 절을 갔다가 산책로를 걷고, 기독교계 대학교에 들렀다가 그 다음 일정을 결정하자 싶었습니다. 하여간 여행 일정은 대체적으로 느슨하게 잡고 다른 분들이 어디를 가고 싶어하는지 맞춰 가기로 했습니다.


네. 이번에도 집사는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팝니다. 일정은 그 때 그 때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생각보다 스트레스 많이 받습니다. 그 때마다 대응을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 당시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혼자 다닐 때는 내킬 때 숙소 들어와 쉬고, 내킬 때 카페 들어가고 하면 되니까요.





빌린 모뎀을 들고 기다려 만나서, 셀프 체크인을 하고 제 가방만 수화물로 부칩니다. 다른 사람들은 기내용 가방을 가져왔더군요. 아침 일찍 출발하는 건데도 사람이 많습니다. 오전 6시. 아직 잠자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왜이리 북적북적한가요. 하여간 키는 정신 없는 분들을 이끌고 일단 롯데면세점에서 상품을 인도 받고 신라면세점에 들릅니다. SC님의 동생이 향수를 부탁했는데 그게 이 매장에만 있는 모양입니다. 그냥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것이 편하지 않나 생각하지만 그런 것에 익숙한 분이 아니니까요. 눈이 좋다는 평을 가끔 듣는 키는 면세품 인도장에서 신라면세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발견하고 건넵니다. 100달러 이상이라 그 자리에서 1만원 할인 받을 수 있어요.

이차저차 면세점에서 구입하는데 시간이 걸려 시계를 보니 탑승 시작 20분 전입니다. 빵집에 줄을 서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얻어먹습니다. 지금까지 고생했으니 두 분이 집사를 긍휼히 여겨 사주는 것쯤은 얻어먹어도 됩니다. 맛은 딱 파리빵집맛이네요. 하지만 탑승 시작이 된 터라 서둘러 먹고 서둘러 마시고는 항공기에 탑승합니다.



항공기는 자리배치가 2-4-2입니다. 가운데 4에 셋이 나란히 앉습니다. 면세점 카탈로그가 굉장히 두껍네요. 살 것은 없지만 언젠가는 사고 싶다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그것이랑 관계 없고요. 나중에 발렌타인 30년산은 한 병 사보고 싶습니다. 부모님 드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몫으로요. 술 마시지도 못하면서 괜히 그런 생각을 하며 키는 들뜹니다. 사실 키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여행 전, 공항에서는 살짝 들떠 있지 않나요. 음, 뭐라고 해야하나. runner's high나 sugar high처럼 살짝 머리가 도는 겁니다.




그 와중에 한국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하나 싶어서 찍은 사진. 하지만 키는 스타워즈의 팬이 아니니 그냥 사진으로 만족합니다.






마음이 급해 기내식 사진이 흔들렸습니다. 아주 차가운 샌드위치네요. 오른쪽의 T 얼굴에 가려진 부분에는 작게 자른 감자를 익혀 버무린 감자샐러드가 있습니다. 으깬 감자가 아니라 감자의 아삭거림이 살아 있습니다. 샌드위치는 오이와 토마토, 햄치즈였다고 기억합니다. 오렌지 주스는 단번에 들이켰지요. 물도 챙기고 커피도 마십니다.

그 와중에 키 옆에 있던 MC가 중얼거립니다. '이런, 또 샌드위치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샌드위치 안 먹을걸.'

파리빵집에서 산 것이 샌드위치였거든요. 오랜만에 타는 비행기라 잊고 있었는데 샌드위치가 이렇게 나올줄은 몰랐습니다. 기내식으로 간식빵이 나올 거라 말할 걸 그랬나요.(키무룩)



여행 가기 전에 M님이 팁을 주셨습니다. 간사이공항에서 녹색창구 2층에 외국인 전용창구가 따로 있다고요. 이코카하루카를 사려면 2층으로 가야한다고 합니다. 가방 들고 올라가기는 어려우니 아래에 캐리어를 두고 올라가라 이야기도 하셨지요.

일단 간사이공항 입국수속의 줄은 길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뛰어서 생각보다는 빨리 입국수속을 받습니다. 수화물은 얌전히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걸 끌고 입국 수속하고, 다시 또 열심히 뛰어서 녹색창구에 닿습니다. 11시 조금 전. 음, 하루카는 한 시간에 한 대 정도만 있고 오래 기다려야 하니까 가능한 빨리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하여 키는 두 분께 캐리어를 맡기고 2층으로 뛰어 올라가 카드 세 장을 구입해 옵니다. 미리 물어서 키티를 받을지 일본 전통 그림으로 받을지 확인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지나 카드를 무사히 구입하고는 내려옵니다. 11시. 휴우. 11시 16분 열차는 놓치지 않겠네요.




자유석 칸도 사람이 많습니다. 일단 되는대로 자리에 앉아 기다립니다. 키는 와이파이 모뎀을 켜고 일행에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가르쳐줍니다. 인천공항에서 미리 일러둔 덕분에 두 사람은 로밍 없이 와이파이를 사용하기로 합니다. 음, 근데 제대로 썼는지 모르겠어요. 핸드폰 설정을 바꿨으니 그랬을 거라 믿는 수밖에 없지요.

하여간 메일 보낼 때 와이파이 모뎀 들고 간다는 이야기도 썼지만 그게 뭐였는지 모른 모양입니다. 자동 로밍이 되느냐 물었으니 말입니다. 키는 기억을 더듬어 데이터가 문제고, 그건 와이파이만 사용하는 것으로 설정을 바꾸면 되고, 그러면 문자와 통화요금만 챙기면 된다고 가르쳐 줍니다.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여행 갈 때 키가 자기 핸드폰을 로밍해서 들고 간 것은 기억에 없습니다. 여행만 나가면 핸드폰을 꺼두니까요. 핸드폰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이코카하루카를 사겠다고 결심한 것은 하루카 왕복권에 이코카, 즉 한국의 티머니카드 같은 것을 주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찍어보니 카드에는 1500엔이 들어 있더군요. 여행 다니는 동안 버스 1일권도 안쓰고 카드를 유용하게 잘 썼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 다시 다루지요.



숙소에 체크인합니다. 숙소 사진은 미처 찍지 못했지만 교토역 바로 앞에 있는 호텔입니다. 뉴한큐, 혹은 신한큐. 도착 시각이 오후 1시 경이어서 일렀던 지라 아직 체크인은 안된다길래 짐을 맡깁니다. 그리고 아마존에서 주문해 호텔에 도착한 짐들도 확인합니다. 아마존 주문 중 날짜가 간당간당해서 키를 걱정하게 만들었던 것도 다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키는 도착해서 체크인할 때도 분리 주문되어 날아온 물건들이 어떤 건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어질어질합니다. 그도 그런 것이 주문자는 셋, 주문품은 주문자에 따라 G1+J(1+1)+P(1+1+1+1)로 나뉘었거든요. 부탁받은 것이 하나 더 있었고, 각각을 수령지에 따라 나누면 M1+(G1+J1)+(J1+P1+P1+P1)입니다. P1 중 하나는 주문품이 여행 기간 중에 도착할 것 같지 않아서 취소해서 사라졌습니다. 키가 여행 전에 물품 주문 건으로 머리를 싸맸던 것도 저 복잡한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건 괜찮은데 P의 주문품은 총 15종에 네 곳에서 주문 확인 메일을 받았습니다. G는 두 곳, J는 두 곳. M님의 몫은 아예 따로 주문을 하셔서 저는 찾는 것만 했습니다.


하여간 호텔에서 받아야 했던 J1+P1×3은 전부 도착했습니다. 네 개의 택배 상자를 확인하고 짐을 맡긴 뒤, 잠시 쉬었다가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멀리 가지 말고 그냥 교토역 쪽에서 해결하자 싶어 교토역 앞 지하, 포루타로 갑니다.



나중에 MC가 언급한대로 교토역 지하의 포루타는 교토나 간사이 지역에서 먹을만한 음식을 편하게 모아 놓은 곳에 가깝습니다. 돌아다니며 괜찮은 것을 고르자고 합의했는데, 그 때까지 밀가루만 먹었으니 이번에는 밥을 먹자고 MC가 말합니다. 충실한 집사답게, 키는 지하의 음식점 안내 그림판을 보고 하나 하나 통역합니다. 여기는 함박스테이크, 여기는 라멘, 여기는 가격이 조금 비싸고요, 여기는 돈가스. 근데 여기 도요테가 있네요. 코요테가 아니라 도요테. 물론 실제 발음은 다르지만 오사카에서 유명한 그 가게말입니다. 키가 여기 괜찮을 것 같다고 함박스테이크와 밥이 나올 거라 추천하자 다른 곳은 적절한 대안이 안된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동합니다.





그러고 보면 포루타에서 밥을 먹은 것은 한 번 정도라 여기가 들어와 있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사람이 많아 기다리면서 음식 모형을 보고 각각을 설명하고 안내합니다. 이것이 집사의 자세! 세트메뉴와 단품이 어떻게 다른지도 설명합니다. 하지만 모시는 분들이 묻는 모든 것에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 키도 도요테는 처음이니까요.



3명이라고 이야기하고 조금 기다리니 자리로 안내합니다. 10-15분? 그 정도 기다렸나봅니다. 자리 잡고 앉아 각각의 주문을 확인하고, MC와 SC가 도요테 정식을 고를 때 토마토찜함박을 선택합니다. 피곤해서 그런지 조금 스튜 같은 것이 먹고 싶었거든요. 직원을 불러 주문하는 것도, 그리고 빵과 밥 사이에서 선택하는 것도 키의 몫입니다. 일행은 한자를 읽을 줄은 알지만 일본어를 할 줄 아는 것은 키뿐입니다. 키의 일본어 수준이 얼마냐고 MC가 묻기도 했는데 솔직히 잘 모릅니다. 그냥 중간 정도라고 생각할뿐이지요.






일본어를 듣고 해석해서 대응하는 것은 총무이자 가이드인 키의 몫입니다. 공동비용도 모두 키가 사전에 환전해서 쥐고 있고, 각각의 개인비용만 들고 왔으니 문제 없습니다. 넉넉하게 엔화를 들고 가 혹시 더 필요하다면 환전도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다행히 그 사이 엔화가 올라서 개인 환전을 해도 손해보는 일은 없었습니다. 950 고정 환율로 바꿔줬거든요. 그래봐야 MC만 두 번 환전했습니다.






런치 세트를 주문한 터라 토마토가 나옵니다. 이게 전채인데 구성이 참 재미있습니다. 바닥에는 참치를 넣은건가 싶은 마요네즈샐러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껍질 벗긴 차가운 토마토를 앉히고 케찹과 마요네즈를 섞은 소스를 뿌립니다. 근데 이게 아주 맛있네요. 토마토가 찰진 것이, 입에서 차갑게 사르르 녹아내립니다. 충분히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합니다.





잠시 뒤 나온 도요테 함박. 구운 감자와 채소, 포일로 포장한 고기가 나옵니다. 내오는 직원이 뜨거우니 포일을 칼로 자르라는 것도 잊지 않고 번역해 알려줍니다. 그 뒤에도 내내 키는 음식점 통역을 맡았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주문도 도맡습니다. 들어갈 때 몇 사람인지, 들어가서 메뉴 결정한 것 직원 불러 전달하고, 음식 나오면 누구 음식인지 정리하고, 마지막의 계산까지. 아, 물론 계산 후에는 영수증 모아 수첩에 적어두었다가 정산용 엑셀파엘에 정리합니다. 뭐, 혼자 여행할 때도 하는 일이니 가이드가 되어서도 합니다. 총무 겸 집사니까 당연히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조금은 씁쓸합니다.






그래도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행복합니다. 다른 두 분은 밥을 시켰지만 키는 빵을 시킵니다. 나온 음식을 보고 다른 분은 '또 빵?'이냐며 놀라는데 키는 밀가루를 선호합니다. 그런 고로 빵을 무시하는 어느 혼자미식가™의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토마토소스에 넣고 찐 함박 스테이크는 당연히 맛있습니다. 새콤한 토마토 소스, 그리고 한 면만 익힌 달걀프라이. 이 둘의 조합은 최고입니다! 참 맛있게 잘 먹었지요.




그리고는 여기서 느긋하게 수다를 떨다보니 두 시를 훌쩍 넘겼습니다. 이제 슬슬 다음 장소로 이동할 시간이니 집사인 키는 두 분을 안내하여 교토역으로 들어갑니다.



(계속)




덧붙임.

읽어보시면서 대강 느끼시겠지만 키는 집사니까 당연히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즉, 동행인이 말하지 않아도 먼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그게 사실은 포인트이자 문제죠.


이 제목이 무엇의 오마쥬인지 아시는 분은 나이가 좀 있으신 분입니다. 『Key the metal idol』이란 옛 애니메이션이 있었지요. 그리 행복한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기억하는데 본 적이 없으니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여행을 마무리 지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언가를 잡아채고 보니 저거더군요. 철의 집사, Kirnan. 하지만 다 쓰면 기니까 줄였습니다. 거기에 원래 집사는 butler보다는 steward가 맞겠지만 운율을 맞추다보니 그리 되었네요.



동행자들이 혹시 보게 될지 몰라 이하의 모든 여행기는 가게와 일정을 적절히 돌려씁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댓글 주시면 덧글로 달아놓겠습니다. 어차피 유명한 가게들이니 묻지 않으시고 적절히 검색하셔도 나옵니다. 그리고 저는 이 글에서 Metal Butler인 Ki, 키가 됩니다. 모쪼록 즐기옵소서.





여행의 발단은 1년 전이었습니다. 1년 전, 예전 직장 동료들과 모인 자리에서 여행 같이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하여 모임의 막내인 키가 총무를 맡아 적금을 들기로 하고, 장소 등은 이후에 결정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막상 장소 결정할 때가 되자 키는 저도 모르게 자주 다녔던 간사이, 그 중 교토를 장소로 잡습니다. 3박 4일의 일정으로 하고, 아침 비행기로 출국, 귀국을 하기도 하면 실제 쓰는 것은 약 3일이지요. 평소 잘 짜는 코스로 해서 잡아 들이밀자 다들 바쁜 일이 있던 터라 결정권은 맡기겠다고 하여 키가 전체 여행 계획도 맡습니다. 이것이 무덤으로 들어가는 고속도로였다는 것을 몰랐던 겁니다. 아니, 그 때는 그게 터널일지 무덤일지도 몰랐지요. 원래 다 그런 겁니다.



교토 3박 4일. 그리고 항공권도 미리 골라 놓습니다. 처음에 가기로 한 인원에서 한 명 줄어 항공권 예약은 넷만 합니다. 넷이 되어도 그 중 키가 막내라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몇 개월에 한 번씩 입금 금액과 적금 금액에 대한 알림 메일을 보내고, 만기가 될 때쯤 항공권을 예약합니다. 하지만 예약하면 뭐하나요. 여권정보가 모이지 않았는 걸요. 그래서 서둘러 연락을 취해 여권 정보를 모으지만, 여권을 찍어 메일로 보내면 될 걸 그렇지 않아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합니다. 그런 저런 일들을 다 뒤로하고 간신히 항공권 예약을 했는데, 출발을 한 달 하고 얼마 남긴 시점에서 한 명이 사정이 생겼다며 취소를 합니다. 다행은 아닙니다. 항공권 취소시 3만원이 아니라 그 몇 배되는 수수료를 물어야 했거든요. 수수료를 제외하고 보낸 뒤에도 트윈 두 실을 잡았던 걸 트리플 하나로 다시 수정합니다. 트윈 두 실 예약할 때도 취소한 그 분-DB라고 해두죠-이 숙소가 더 저렴한 곳을 찾는다거나, 대욕장이 있는 곳을 찾는 통에 조금 골치가 아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날 아침 비행기라 9시까지 공항에 가야하고, 하루카의 배차 시간이나 아침에 타고 가는 것을 감안하면 절대로 교토역 앞에 있는 숙소여야 합니다.

그 숙소 예약도 마지막 날은 조식을 안 먹으니 조식 먹는 걸로 이틀, 안 먹는 것으로 하루. 이렇게 예약을 따로따로 합니다. 당연히 앞서 예약한 트윈도 그랬습니다. 키 스스로가 고생을 자처한 것이니 뭐라 하나요. 매번 예약할 때마다 호텔 사진과 가격 정보를 비교해서 보내고 허락을 구합니다.


솔직히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메일을 매번 받고 읽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 메일 다 안 봤다? 여행 오기 전날 몰아서 한 번에 다 봤어."

"나도 그래요. 마지막에 출력해서 다 훑어 봤지."


란 말을 들으면 허탈합니다. 말하는 사람은 고맙다는 말을 저렇게 돌려 하는 건지 모르지만 듣는 사람은 기운 빠집니다. 하지만 기운 내라고 보낸 것도 아니고, 키 스스로가 자처한 거니까요. 그러면서 키는 점점 집사로 거듭납니다. 이걸 성장이라고 생각해야 하나요?



개인 환전 엔화는 알아서라는 것은 기본이라 생각했는데 마지막까지 물어오는 분-MC라고 해두죠-이 있네요. 아침 6시에 인천공항에서 보자고 했더니 메일 보내고 한참 뒤에 전화해서는 '인천공항 철도는 5시 40분 출발인데?'라고 하시네요. 키는 집사니까 충실하게 그 분이 타는 정류장을 물어보고는 언제 버스가 지나가는지 확인해서 메일 주겠다고 답합니다. 그리고 답변 메일에서는 몇 번 버스인지, 버스 정류장이 어딘지, 차고지에서 첫 차가 몇 시에 가는지 알려줍니다. 그리고 키는 답장으로 '최고!'라는 답변을 받고는 헤벌쭉 웃습니다.




그리고 키의 고행은 시작됩니다.(먼산)






덧붙임.

여행기는 위의 글처럼 기술합니다. 마지막 날의 일정에는 어머니가 파악한 '네가 이 여행에서 탈력한 이유'가 등장할 겁니다. 그 이유를 들으니 이해가 되더군요. 그리고 두 번 다시 이러면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일본편 네 번째 권입니다. 분위기를 봐서는 도쿄편은 나올것 같지 않네요. 하기야 도쿄보다는 교토쪽이 훨씬 쓸 내용이 많긴 합니다. 교토는 한 권으로도 부족해서 두 권으로 나누어 냈으니까요.


3-4권은 거의 몰아서 본 셈인데, 사실상 3권은 지난 일요일에 보았고, 4권은 지난 금요일 퇴근길에 몰아서 보았습니다. 그날, 원래대로라면 평소처럼 집에 갈 예정이었지만 『셜리』2권이 나왔다는 소식에 흥분해서 홍대를 들렀다 가는 바람에 늦었습니다. 금요일 저녁이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한 덕에 평소보다 두 배 걸려서 집에 들어갔습니다. 하하하하. 서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앉아서 왔다 갔다 하는데도 기운이 빨려 나가는 느낌이더군요.


본론으로 돌아가서 덕분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 4 교토의 명소』는 어제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대중교통에 실려 다니다보니 시간은 넘쳤고, 책도 꽤 재미있었던 덕분에 중간에 졸지 않고 잘 보았습니다. 참고로 3편은 지난 금요일의 퇴근 길에 읽다가 졸아서 결국 덮었습니다. 하하하; 4권이 더 재미있었다는 반증인지도 모르지요.


이번 편이 재미있는 것은 3권은 도래인의 이야기가 많았지만 4권은 덜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조선 통신사의 이야기가 많지만 그건 외교적 교류 선상의 이야기가 많고 도래인은 아무래도 조금 분위기가 다르니까요. 그래도 후반부에 교토편을 다 마무리 하고 뒷부분에 등장하는 고려미술관의 이야기나, 도시샤 대학의 시비 이야기는 덧붙인 부분임에도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사실 이 책 두 권은 한 번 읽을 것이 아니라 한 번 보고, 다시 한 번 더 훑어 보아야 할 이야기로 보이네요. 3권을 읽고 나서는 교토 초심자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4권까지 보고 나니 교토를 여러번 방문한 사람들이 미처 빼놓고 가지 못한 곳을 채워 넣기 위한 책으로 보입니다.


제가 여기서 보고 나서 가야겠다 생각한 곳은 가쓰라 리큐(가쓰라 이궁), 텐류지, 금각사, 고려미술관. 그렇게 교토를 자주 갔지만 여기는 가지 않았지요.

거기에 다음 번에 일본 초행이고 교토는 당연히 초행인 분들을 모시고 여행을 가는데, 그 때 어느 정도로 가고 어느 정도로 쳐내느냐도 고민할 부분이 많더랍니다. 나이도 있고 제가 유홍준 할아버지(...)처럼 답사를 전문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설명하는데도 한계가 있으니, 아마 하루에 2-3곳 정도로 정해 놓고 다니지 않을까 싶네요. 문제는 금각사를 이번에 가느냐 마느냐라는 문제. 금각사에 대해 하도 칭찬을 해두어서 가보고 싶긴 하나, 청수사-은각사-금각사를 3박 4일 일정에 다 넣는 것은 무리입니다. 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으로 다녀야 하니 더욱 그렇지요.


...

그러고 보니 3-4권 통틀어서, 기타노덴만구가 있었던가요..? 3권에서 스가와라 미치자네공에 대해 언급한 것은 기억하지만 덴만구에 대해서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하기야 1권이 규슈 편이니 거기서 다뤄서 빼놓고 갔을 수도 있어요.



거기에 덧붙여.

앞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1-2권만 제대로 읽고 그 뒤는 거의 안 보았다고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이번 권에서 확실하게 알았네요. 왜 건축쪽 이야기가 많은지. 젊었을 때 저자가 공간에서 근무했다고 합니다. 지금 친구들 중에서도 상당수 그 때 만났던 인물들이 많아서 그렇다는군요. 뒷부분에서 기타야마 거리의 건축붐에 대해 언급하는데,


p.393

"그러면 기타야마 거리(北山通)로 가봐요."

"거기 가면 뭐가 있는데?"

(중략)

"이소자키 아라타, 다카마쓰 신, 안도 다다오……."

"아니, 그 분들이 어떻게 거기 다 모였지? 내가 알기에 일본은 지방색이 강해서 도쿄는 단게 겐조, 규슈는 이소자키 아라타, 오사카는 안도 다다오, 교토는 다카마쓰 신, 이렇게 각기 '나와바리'를 갖고 있지 않았나?"

(하략)


처음 알았습니다. 전 그냥 각 건축가가 활동하는 영역이 있는 줄로만 알았어요. 저런 나와바리 개념이 있었던 거로군요. 지금이야 깨졌다고 바로 뒤에 언급하지만. 건축 문외한이긴 하지만 안도 다다오는 당연히 알고, 다카마쓰 신과 단게 겐조도 이름은 들어보았습니다. 아마도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에서 언급되었던 것 같습니다.



p.401

내가 문화재청장을 지낼 때 이야기다. 청장 4년째 되던 해 연두 기자 간담회에서 '문화재청장을 3년 넘게 지내면서 줄기차게 갖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 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진짜 고민스러운 것은 100년 뒤 지정될 국보나 보물이 이 시대에 생산되고 있찌 않다는 점입니다."


생산은 커녕 국보가 될 만한 건축물이나 기타 등등도 다 부수고 있는 걸요. 설마하니 갤럭시 같은 것이 국보 지정이 될까요? 설마? 아니, 100년 뒤에도 삼성이 저 위상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니 장담은 못합니다. 포니 같은 것은 상징성 때문에 국보 지정이 될지도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상징성인 거죠. 그것이 정말로 아름다운 디자인과 기능성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저 글을 읽는 순간 저 역시 의문이 들었습니다. 과연, 지금 우리는 무언가를 생산하고는 있나요? 생산이 아니라 소비만 하고 있는 것 아니고요?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 4 교토의 역사』. 창비, 2014, 18000원.


문득 든 생각인데, 책의 두께(464쪽), 아트지는 아니지만 컬러도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책값이 이보다 더 나갔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어쩌면 일본편 3-4권은 도서정가제 덕분에 책값이 눌렸을 수도 있겠네요. 하기야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자체가 그리 책값이 높게 형성된 것은 아니라고 보지만.


오타가 보이는 곳도 있어서 창비임에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123쪽의 '오리처럼 가기, 토기처럼 뛰기'는 토기가 아니라 토끼의 오타 같아요. 그리고 미시마 유키오에 대해 설명한 부분 중 동성연애자라는 단어가 걸리네요. 저는 동성연애가 비하적 표현, 그렇기 때문에 동성애로 써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이 부분은 확인된 것은 아니니 일단은 넘어갑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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