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의 여행이었고, 이틀째는 교토로 아침 일찍 움직일 예정이어서 실질적인 고베 관광은 하루였습니다. 관광이라고 하기도 무엇한게, 목적 1은 숙소였고, 목적 2는 프로인도리브였으니까요. 그래도 그 유명한 모토마치 거리는 한 번 가봐야겠다 싶어서 숙소에 들렀다가 설렁설렁 걸어 나왔습니다. 숙소 출발한 것이 오후 5시 반, 1730이고 모토마치 상점가에 도착한 것이 6시 조금 넘어서였는데 이미 늦었더라고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 시각이었습니다. 허허허허. 고베 여행 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T-T





산노미야에서 모토마치로 가는 도중 찍은 사진. 하와이의 커피점인 호놀룰루 커피가 고베 매장이 있더라고요. 저랑 G의 목적지는 모토마치에 있는 가게라 지나치고 넘어갑니다.



목적지 외관을 찍은 사진이 없군요. 이미 체력이 달려서 뻗기 일보 직전이라 그랬나봅니다. 목적지는 타베로그의 고베 스위츠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들어가는 그레고리 코레.(타베로그 링크) 철자가 Gregory Collet입니다. 프랑스식으로 읽은 건가요.

여기도 폐점시간이 7시라 6시 20분쯤 들어갔을 때 이미 손님이 하나도 없고 케이크 진열장에도 케이크가 손에 꼽을 정도만 남아 있더군요. 원래 도전하려고 했던 딸기케이크도 없어서 다른 것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문제는 제가 먹은 케이크가 뭐였는지 까맣게 잊었다는 것. 지금 다시 홈페이지(링크)에서 확인하니 타르트 프레즈(タルト フレーズ, tarte fraise)네요. 신상품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메뉴 내용을 해석하자면 아몬드를 듬뿍 사용해 사박사박한 타르트바닥과 국산(일본산) 딸기, 그리고 마스카포네를 넣은 우유맛 크림이라는군요.




이것이 전체 세팅. G는 이 당시 파르페를 시켰는데 아마도 파르페 아모니(パルフェ アルモニ, parfait harmonie)였을 겁니다. 주사위 모양의 무언가가 올라간 걸 모니 그렇네요. 전 음료로 밀크티를 골랐습니다. 이날 커피를 세 잔 정도 마셨던 데다 자기 직전이라 가능하면 커피를 피하고 싶었지요.





이게 타르트 프레즈. 딸기 타르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다른 딸기 타르트와는 모양이 다르죠. 보통은 타르트 위에 크립을 올리고 거기에 딸기를 꽂는 형태인데 이건 딸기 위에 크림을 올린 것 같습니다. 근데 그게 또 신기한게, 속 안은 그냥 크림이 아닙니다.

이 때 상태가 좋지 않아서 단면 사진은 없는데, 속에 푸딩이랑 산딸기 혹은 라즈베리 종류의 잼이 들어가 있더군요. 푸딩 같은 탱글한 질감의 무언가, 그 속의 진한 딸기 맛 잼, 그리고 겉의 흰 크림은 가벼운 맛의 치즈를 농축한 것 같은 그런 진한 크림. 그리고 타르트는 바닥부분은 파이질감, 그 위는 아몬드가루를 넣은 시트입니다. 겉보기에는 그냥 딸기 타르트지만 하나하나 뜯어 생각하면 손이 진짜 많이 갑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터라 조금 남긴게 아쉬울 정도로. 딸기는 달다기보다는 약간 새콤하고 단단한 질감이었습니다.





파르페는 파르페맛. 아니, 이게 전부는 아니고 이것도 꽤 절묘합니다. 홈페이지의 메뉴 설명을 보면 '럼의 향기와 캐러멜의 향기가 절묘하게 하모니를 이루고 있'고 . '바닐라빈을 듬뿍 사용한 자가제 판나코타'가 들어 있다는데... 여기 오기 직전에 숙소에서 하겐다즈의 럼레이즌을 먹고 왔는데, 그게 느끼하고 진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쪽은 젤라토 질감이 강합니다. 가볍게 사르르 녹아 내리는데 또 럼향이 나고요. 럼레이즌을 괜히 먹었다는 생각이 팍팍 들더랍니다. 판나코타는 우유푸딩 같은 부드러운 질감보다는 젤리에 가깝게 탱글탱글한 식감을 줍니다. 기억이 맞다면 아랫부분에는 설탕 코팅된 시리얼이 들어 있던데, 그것도 씹는 맛을 주고요. 아이스크림이랑 섞어먹으니 맛있더라고요.



그리고 중요한 건 제가 시켰던 홍차입니다. 밀크티라 우유저그가 함께 나왔는데, 그냥 마시면 살짝 떫은 맛의 홍차입니다. 아마도 아삼 같은데, 거기에 우유를 조금 넣어 다시 마시니, 어어어억.;ㅠ; 왜이리 맛있는 건가요! 밀크티가 떫은 맛을 적절히 잡으니 우유와 홍차의 균형이 참 좋습니다. 그냥 홍차에 우유 조금 부었을 뿐인데 왜이리 맛있는 거죠. 덕분에 커피가 아니어도 참 행복했습니다. 포트가 아니라 홍찻잔에 그냥 나왔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정도야 뭐.....


입이 쓰다보니 초콜릿 메뉴는 도전할 생각을 못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아마 딸기 케이크를 시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때도 음료는 밀크티. 음, 언제쯤 다시 가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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