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참 길지요. 영문명이 Takenaka Carpentry Tools Museum이라 다케나카 목공 도구 박물관이라고 해도 틀리진 않지만 여기서 말하는 Carpentry는 사전적 의미로 대목일에 가까울 겁니다. 집짓기 도구를 모아 놓은 곳이라고 알고 있거든요.

大木, 혹은 대목수. 가구쟁이라고 할 수 있는 소목小木과 대비되어 한옥 등의 목구조 건물을 만드는 목수를 가리킵니다. 원래 명칭은 竹中大工道具館. 홈페이지는 http://www.dougukan.jp/ 이고 한국어 페이지도 있습니다. 아마 한국과 협력해서 기획 전시를 한 것도 영향을 줬을 거예요.



여행을 간다, 고베로 간다. 그리 P에게 이야기를 하니 부탁을 하나 하시는군요. 2년 전 업무 목적으로 여행 겸 출장을 다녀올 때 들렀던 곳이 이 박물관인데, 여기 상설도록을 한 권 더 사다달라고 말입니다. 그 때 한 권 사왔는데 주변 사람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고 한 권 더 구해달라 하십니다.

...

이런 종류의 부탁에는 약합니다. 그리하여 당연히 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였습니다. 문제는 여행 첫날의 눈 때문에 이동이 늦었고, 이 박물관은 9시 반부터 4시 반까지만 연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베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프로인도리브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간 것이 3시였지요. 음식을 시켜 먹고 조금 늘어져 있었더니 앞에서 G가 재촉합니다. 시간은 되니까 다녀오라고요. 하하하하. 참으로 좋은 친구를 두었습니다.(먼산)




근데 가라고 등을 떠밀 수밖에 없는게, 프로인도리브에서 상당히 가깝습니다. 산노미야역과 신고베 역 사이에 호텔 피에나 고베가 있고, 그보다 조금 북쪽에 프로인도리브가 있지요. 거기서 걸어가면 그리 멀지 않으니 편도 30분 잡고 가면 아슬아슬하게 박물관 문 닫기 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출발했는데 지도와 실제 걷는 것은 사뭇 다르다보니 하마터면 엉뚱한 곳에서 헤맬뻔했습니다. 저건 그냥 2차원 평면이지만 실제 걸어보면 언덕길입니다. 신고베역이 산 아래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는데, 박물관도 주택가와 비슷한 조용한 거리에 위치해서 여기 있는게 맞나 그러며 올라갔거든요.





그러니 긴가민가 하며 올라가다가 돌담에서 저 안내판을 봤을 때의 희열은 말로 못합니다.


"으어어어어어! 내 길눈이 녹슬진 않았구나!'


다시 한 번 제게 길눈과 방향감각을 같이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OTL





입구부터 특이하더군요. 박물관이라면 떠올리는 그런 이미지와는 조금 다릅니다. 갤러리에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인데, 지금 생각하니 덕수궁 서쪽 서울시립미술관 북쪽의 정동길을 걷다가 마주칠법한 그런 분위기..?





입장료가 있지만 전 관람이 목적이 아니니 일단 들어갑니다. 성인은 500엔이네요.





건물도 그렇지만 정원도 대체적으로 분위기가 아늑합니다. 시간이 넉넉하게 있었다면 구경하고 싶었는데, 다음을 기약하고 입장권을 구입하는 곳으로 보이는 카운터에 갑니다. 입장이 아니라 도록을 구입하러 왔다고 하니 카운터 뒤쪽편의 매대를 안내하더군요. 그리하여 도록과 기타 등등을 구입했습니다.





이것이 도록과 기타 등등.






가운데에 보이는 것이 상설 도록입니다. 상설 전시된 여러 목공 도구들을 소개한 책이고요. 왼쪽은 지금 현재 진행죽인 『근대건축 만들기의 도전』이라는 책입니다. 모노즈쿠리를 만들기로 번역하긴 했는데, 조금 말뜻이 다르긴 할 겁니다. 그리고 맨 오른쪽은 작은 상품 중에서 고민하다가 집어 들고 온 것.






포장 스티커도 재미있더군요. 이렇게 로고 인쇄가 되어 있거든요.






붕어톱입니다. .. 아니, 잉어톱인가. 하여간 최근에 P님께서 읽으신 어떤 책에서 이걸 한국의 대목 도구로 소개하기도 했고, 용도를 거목 둥치 베는 것으로 해서 굉장히 분노하셨더랬지요. 원래 용도가 큰 나무를 베어 반으로 켜는 것이랍니다. 생나무를 베는 용도가 아니라네요. 그게 생각나서 저 미니어처 열쇠고리를 사들고 왔습니다. 태공 손과 비교하면 아시겠지만 작지만 귀엽습니다. 가격은 800엔 정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들러보고 싶은데, 산노미야역에서는 꽤 멀다보니 신고베로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럴려면 열차 비용이..;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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