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먹을 것부터. 여행 다니는 동안은 제 몫이 그리 많지 않다 생각했는데 사진 찍으려고 정리하다보니 없는 것도 아니네요. 각각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왼쪽 상단의 포장은 센타로에서 구입한 간식입니다. 한팩은 G에게 주겠다고 해놓곤 주중에 얼굴 볼 때 빼놓고 들고 갔더군요. 그 뒤에 왔을 때 건네주긴 했는데 저거 유통기한이 15일까지였습니다. 조금 미안하던걸요.

왼쪽 하단의 빵은 아라시야마에서 사가아라시야마 역으로 걷는 도중에 구입한 천연효모빵입니다. 구입한지 이틀 지나서 데우지 않은 상태로 먹었기 때문에 맛이 어땠는지는 말 못합니다.


가운데는 이노다 커피의 인스턴트 커피로 오리지널 블렌드입니다. 여행기에는 아라비아의 진주라고 썼는데 오리지널. 기억이란 역시 믿을게 못됩니다. 대신 오른쪽의 캔은 아라비아의 진주 맞습니다. 이건 G에게 주기 위한 선물이고 커피를 갈아 놓은 겁니다. G가 아마 커피밀이 없을거예요.





이쪽도 거의가 선물입니다. 태공이 깔고 있는 것은 오른쪽 상단이 니시키시장 빈즈테의 커피, 오른쪽이 칸에이도의 검은콩차입니다. 그리고 오른쪽 하단은 이노다커피의 드립백. 상단은 맨 왼쪽부터 로이스의 낱개포장형 말차초콜릿, 그 위에 21本이라 보이는 건 글리코의 레인보우포키, 녹색상자는 로이스의 말차 바 초콜릿, 그 옆이 도쿄바나나 푸딩맛입니다. 맥주 세 캔은 아버지 몫, 그 옆의 포키는 G에게 줬으니 사진에 보이는 것 중 제가 먹을 것은 극히 일부랑 커피콩뿐입니다.





여기도 제 몫은 딱 하나. 왼쪽 상단에 보이는 원통형이 제 몫입니다. 나머지는 부탁받은 것. 제일 골치 아팠던 P의 부탁 물품은 태공이 누워 있는 박스와 그 오른쪽에 있는 커다란 것들입니다.





전부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거나 구해도 가격이 비싼 공구들이고요. 일본에서 구해오는 쪽이 훨씬 쌉니다. 다만 종종 주문 받으면서 '이거, 진짜로, 정말로, 다 쓰실 건가요?'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기 보이는 것 중 자만 몇 종이냐.;

브랜드는 모두 신와입니다.





몇 안되는 제 물품이 이겁니다. 국화꽃 틀. 쿠키만들 때 쓰려고 아리쓰구에서 구입했습니다. 여행 갈 때마다 하나씩 모으게 되네요. 다음엔 뭘 사야하나. 가기 전에 미리 집에 있는 틀 보고 새로 뭘 살까 고민하며 갔습니다.



선물로 사온 과자들은 어떻게 나눌까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 D님이 이전에 해주신 대로 지퍼백을 준비해 나눠담습니다. 그렇게 넣다가 한두 개 남으면 제몫이지요. 어떤 건 8개 들이, 어떤 건 10개 들이라 달라지는 통에 모임에 다종다양하게 선물로 들고 가려면 아예 이렇게 포장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래서 저 왼쪽 구석에 보이는 것이 지퍼백.

이 초콜릿은 이번에 처음봐서 집어 들고 왔습니다. ... 아니, 선물로 받은 적 있는데 까맣게 잊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요. 원래 여행 때 사오려고 했던 것은 로이스 판초콜릿 아몬드인데 들어간 매장에선 안 보이더라고요.






사진을 줄여 놓아서 성분표도 잘 안보이네요. 허허허.

여행 동안 태공을 꺼내 사진 찍은 일이 많지 않아서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출연 시켰습니다.





낱개보장이 되어 있고 총 32개입니다. 사무실에 선물로 돌리기 딱 좋지요.





한창 정리하는 도중의 모습. 지퍼백에 담긴 빨간 봉지는 이노다커피의 드립백입니다. 아라비아의 진주가 맞을거예요.

저 글리코는 레인보우 포키 뒷면입니다.





이건 G와 가족들에게. 나중에 사진 찍어 올리겠찌만 통팥이 들어간 한천젤리 비슷한 겁니다. 양갱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겉은 설탕층이 있어 아작아작씹히고, 안의 팥은 부드러우며 투명한 한천젤리는 탱글한 식감을 더합니다. 검은콩차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시식하고는 홀딱 반해서 사왔습니다.

(검은콩이라 생각했는데 이름을 다시 보니 다이나곤-팥이군요.;)





이건 말차 바 초콜릿. 너티 초콜릿과 같이 있었지만 이건 포장이 작더랍니다. 너티바는 18개, 말차바는 10개들이입니다.





뒷면의 성분표는 역시 사진을 줄여 놓아서.ㅠ_ㅠ





이건 너티 바 초콜릿. 말린 과일이랑 견과류가 들어간 바형 화이트초콜릿입니다.




포장을 벗겨놓으니 그냥 흰 상자인 도쿄바나나 푸딩맛.





하지만 속살이 화려하니 괜찮습니다. 저 기린무늬하며..=ㅁ= 속이 바나나 커스터드가 아니라 바나나 푸딩이라는데, 어차피 바나나맛 커스터드 푸딩이라면 그게 그거 아닌가요. 맛이 어떻게 다른지는 비교해보지 않아 모릅니다.

게다가 교토에 왠 도쿄바나나. 그러기엔 건너편 매장에 후쿠오카의 히요코가 있기도 했지요.





모임에 따라 팩이 조금씩 다르지만 오른쪽의 팩은 G의 몫입니다. 두 배로 챙겼지요.





그리고 제몫은 가화병가의 펭귄 쿠키캔에 담았습니다. 펀샵에서도 팔더군요.





이노다커피 드립백, 양갱, 말차초콜릿, 너티바 초콜릿 등등. 남은 것은 모두 담아 놓았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또 다른 친구에게 선물로 가기도 했지요.




사온 건 많은데 남는 것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여행 쇼핑은 하고 싶은 만큼 했다고 생각하렵니다.'ㅠ'



사진은 지쇼샤 정원. 향월대랍니다. 달을 향한 대...? 저 위에 달이 올라 앉으면 그것도 멋진 광경이겠네요.




여행을 다녀온 뒤, 어머니를 붙잡고 그 간의 절절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말씀하시는군요. 그거, 가족여행 때도 여행가서는 너무 네가 애쓰는게 보였다고 말입니다.


직전의 가족 여행은 홋카이도 여행이었습니다. G는 나중에 갈 곳만 몇 곳 집어내는 정도였고 여행 주도는 제가 거의 했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저는 백수였고 G는 회사원이었으니까요. 이 때의 기억도 이미 희미하지만 하나는 확실하게 기억납니다. 그 때 아르바이트 하던 일의 중간 결과물을 넘기고 갔는데, 여행 도중 결과물을 받아본 클라이언트가 아주 강한 어조로 이걸로 안된다고 하는 바람에 완전히 정신이 바스라졌습니다. 여행 도중에 그랬습니다. 여행 가기 전에 아르바이트 동료에게 이런 저런 사항을 일러주고 갔는데 여행 도중에 또 그 답변 메일을 받았지요. 하아. 정말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클라이언트의 메일을 받았을 당시처럼 위가 멈출 것 같..... 아니, 왜 엉뚱한 곳으로 이야기가 샜나요.;


하여간 그 때도 일본 여행이었기 때문에 제가 가이드가 되어 이리저리 움직였습니다. 가족들은 제가 이끄는대로 움직였지요. 렌터카는 처음 빌려 공항에서 헤맬때도, 그 다음에 목적지 설정하는 것도, 그리고 안내하는 것도. 중간 중간 표지판 읽는 것 등도 모두 제 몫. 일본어 하는 것도 다 제 몫. 안내하는 것도 제 몫. 호텔 체크인도 제가, 체크아웃도 제가. 근데 어머니가 보시기에 참 안쓰러웠답니다. 쟤가 엄청 애쓰네 싶어서요. 하하하하하핳.........(눈물)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ㅠ_ㅠ



하여간 종종 저는 선의를 베풀고는 그걸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퍼주긴 하는데 가끔은 그에 대한 보답을 받고 싶은, 그런 때가 말입니다. 음. 그러면 안되는데.=ㅁ= 베풀면 그걸로 잊어야지 그에 대한 보답은 바라면 안되지요.

이번에도 그와 비슷하게 온갖 고생을 하고 안내를 하려 애쓰고는 그걸 당연하게 받아 들이는 것 같은 모습에 실망을 했던 겁니다. 음, 이러면 안되는데.(2) 뭐, 가족과는 달리 그게 눈에 확 보일리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저도 다른 사람과 여행하기에 그리 적당한 타입은 아닙니다. 아침이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보통 새벽 5시면 아이패드를 붙들고 놉니다. 5시 반에 씻으러 들어간 적도 있고요. 아침잠이 많거나 잠귀가 밝은 사람에게는 최악일 겁니다. 저녁이 또 빠르기 때문에 반주 한 잔 하고 싶다거나 이자카야에 가고 싶다면 그것도 안 좋겠지요. 가족들은 그런 절 알기 때문에 그냥 저를 놔두고 나가기도 합니다만... 이번 경우에는 오히려 같은 방을 썼기 때문에 그게 힘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거기에 저녁을 또 안 먹는다고 하는 바람에 폐를 끼치기도 했지요. 게다가 머릿속의 경로나 계획을 완전하게 전달하지 않기도 해서. 차라리 아침 브리핑이라도 할 걸 그랬나봅니다.=ㅁ=



이번 여행은 여러모로 생각하고 반성할할 거리들이 많았습니다. 음, 그러니 다음에는 얌전히 G를 끌고 가겠습니다. 매번 여행 가서 싸우긴 하지만 그래도 G만큼 편한 친구가 없어요.

혹시 이 모임에서 다시 여행을 같이 가자고,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면 전 도망칠 겁니다. 하하하.....

JR. 애증의 그 이름. 정시 운행으로 유명하다고는 하나 1년 전의 운행 사고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사고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작년 1월에 키가 겪은 운행사고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은 때라 괜찮았습니다. 그 때는 고베에서 교토가는 사이 길목 어드메에서 화재가 났지요. 그 때문에 신칸센을 포함한 모든 열차가 지연운행되었습니다. 고베에서 출발해 교토역에 들어가고 보니 외국인을 포함해 교토역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정말 그날은 종일 간사이 JR역들이 붐볐을 겁니다.


키가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여행 마지막 날에 운행사고를 두 건이나 겪었기 때문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체크인은 7시 전에 했습니다. 키는 일행을 끌고 교토역에서 7시 10분 조금 넘어 출발하는 하루카를 탑승하려고 했지요. 그 전에 몇 번 교토역에서 아침에 출발하는 하루카가 30번 승강장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출발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확인하겠다며 전광판을 봅니다.

...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하루카는 7시 49분에 출발하는 것이 가장 빠른 것으로 나옵니다. 당황해서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역무원도 뭔가 지친 모양새로, '트러블이 일어나서 결행이다.'라는 답을 돌려줍니다. 출발 승강장은 일단 7번홈입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7번 홈으로 일단 이동합니다.


그 당시 키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호텔에서 조금 일찍 나올 걸 그랬다는 후회입니다. 그 직전의 열차는 6시 45분이었고, 이건 문제 없이 출발했을 것 같거든요. 전날 저녁에 열차 시간을 확인하면서는 15분과 49분 열차 둘 중 어느 쪽을 탈까만 물었지 그보다 일찍 나간다는 생각은 안했습니다. 아침에 서둘렀으면 6시 45분 차를 타는 것도 가능했을 건데, 그럼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을 것 같아 말았거든요. 캐리어 끌고 돌아다니는 것도 일입니다.

(그보다는 다들 6시에 일어나는 것도 버거워 하는데다 준비하는데 1시간은 아니더라도 꽤 걸리니 6시 45분 열차를 타려면 6시 전에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이 더 컸지요.)



한국은 혹한이었으니 교토는 한국보다 따뜻합니다. 그럼에도 승강장은 그늘이라 춥습니다. 뭐라도 사올까 생각했지만 일행들은 아침을 안 먹어 그러는지 안 먹어도 된다고 합니다. 뭔가 사올까 했지만 사오면 어차피 나눠 먹어야 할 것 같아 고이 포기합니다. 커피라도 마시고 싶은데 그럴 여유도 안되네요.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같이 여행을 가면 이런 문제도 발생합니다. 이런 때는 집사인 키가 조금 참아야지요.



7시 49분에 열차가 출발하는데 열차는 사람으로 가득합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교토에서 출발하는 시점에서 이미 입석이었습니다. 신오사카에서도 사람이 더 탔고, 텐노지에서도 더 탑니다. 그랬는데, 트러블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텐노지를 출발한 뒤였나. 하루카가 정차하지 않고 지나치는 역 하나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 뒤처리 때문에 열차는 25분 지연. 아마 시간 맞춰 7시 15분 차를 타려 했던 사람들은 낭패도 이만저만한 수준이 아니었을 겁니다. 아주 여유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하며 역에서 내립니다. 에스컬레이터의 줄이 길어서 계단을 캐리어 들고 오르고, 체크인하러 올라가니 9시 40분. 항공기는 11시 이륙입니다.


무사히 체크인하고, 출국 수속도 한참 걸려 하고 나니 10시 20분. 이정도면 무난한가요. 스트레스가 쌓였던 건지 키는 로이스 매장에 들어가 여러 초콜릿을 담습니다. 일행 중 한 명은 여기서 여행 선물을 모두 사겠다며 로이스 파베를 쓸어 담는데 결국 환전해온 엔화가 부족해 키에게 재환전 합니다. 애초에 출발할 때부터 키는 엔화를 넉넉히 가져가니 환전할 거면 950원으로 환전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 분은 그 앞서도 1만엔, 공항에서도 1만엔 환전했지요. 원화는 바로 받았습니다.


로이스 계산대도 사람이 많아 한참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계산을 끝마치고 나오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같이 여행 오기로 했다가 못온 그분. 아마 여행 다녀오고 나면 한 번 얼굴 보자고 할 건데, 여행 선물 챙기는 걸 그 직전까지는 기억했으면서 로이스 매장에서는 홀랑 잊었습니다. 다른 일행들도 그 전날까지는 기억했으면서 선물 사는 사이에는 살짝 잊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다시 사러 들어가기에는 계산대 줄이 깁니다.

집사답게 키는 본인이 여분으로 구입한 퓨어초코와 먹으려고 챙긴 아몬드초콜릿을 고이 바치기로 합니다. 어차피 이건 공동경비로 뺄거니까요. 막판에 로이스에서 충동구매한 감도 있으니 오히려 이익이라 생각해봅니다.




항공기에 탑승하고 나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키는 짐을 정리하고 일행이 준 센베를 우물거리며 기내식을 기다립니다.






기내식은 오히려 인천공항 것보다 이쪽이 키의 마음에 듭니다. 입맛에 따라 다르지만 저기 보이는 저 빵은 달걀부침이 들어간 샌드위치입니다. 소스를 겨자소스로 해서 살짝 코 끝이 찡한 것이 맛있습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다른 소스보다 겨자소스를 써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렵니다. 마요네즈나 케찹보다는 칼로리가 낮으니까요.

...

이 상황에서 키가 칼로리를 따지는 것은 여행 내내 수면 부족과 저녁 식사에 시달려 몸이 부었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분 섭취도 잘 안되었지요. 평소 2리터를 마시다가 하루 물 두 컵 정도로 확 줄었으니 몸이 피곤하고 감기 기운이 있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차저차 다사다난했던 여행도 끝이 보입니다. 입국장을 나가니 드디어 집이라는 안도감과 해방감이 동시에 몰려옵니다. 이제 집에 들어가서 씻고, 가방 정리하고 쉬겠다고 생각하는데 키를 일행이 붙잡습니다.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 아니되옵니다. 월요일 새벽같이, 아니, 새벽에 출근해야 하고요. 월요일은 내일입니다.


"어, 그럼 차라도."


아니, 솔직히 피곤합니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키가 그렇게 말하자 일행들은 아쉬운 듯이 다음에 모이자고 약속을 잡고는 각자의 집으로 가는 버스를 찾아 갑니다.




이리하여 3박 4일의 여행은 끝을 맺.........나요?




덧붙임.

끝이 아닌 것은 분명 다음 모임 때 여행 뒷 이야기와 '키가 엄청 고생했어요!'라는 말이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이번에 못 갔으니 다음엔 나도 같이 해서 가자'라는 말이 나올 수 있고, 그러면 저는 혼신의 힘을 다해 G4를 방패로 빠질 겁니다. 과연... 과연.......?

어차피 초행길이라는 것은 셋이 같지만, 문명의 이기 아이패드를 손에 들고 다니며 지도 검색을 하는 것은 키입니다. 일행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만 한 명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한 명은 가끔 확인합니다. 그런 고로 이번에도 안내는 키가 맡습니다.





남산 전차역에서 내려 절 정문 방향으로 걸어가면 두부 정식집이 금방 나옵니다. 이름은 여우네집과 비슷하군요. 세트 메뉴에 2천엔 조금 안되는 정도입니다. 1인당 1500-2000엔으로 예산 잡으면 되는데 가격이 약간 높은 편이니 키는 그 전날에 메뉴를 보여주고 확인을 받습니다. 그리고 기다렸다가 직원의 안내를 받고 자리를 잡습니다. 12시 조금 넘긴 시각인데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신기하네요.


메뉴판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고민하다가 다른 두 사람은 데운두부를 먹을 수 있는 정식을, 키는 다른 채소 같은 것이 더 들어가지만 오히려 저렴한 정식을 주문합니다. 근데 데운두부가 나오는 정식은 사진 찍은 것이 없네요. 키의 메뉴는 주문받으면서 두유국물과 간장국물중에서 선택하라고 합니다. 두유가 특이하니 그쪽을 선택하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그냥 두유가 아니라 일본된장을 풀어 넣은 국물입니다. 맛있습니다.





키가 주문한 정식은 이렇게 나옵니다.





뚜껑을 열면 이런 모양입니다. 냄비에 들어간 두부는 다른 두 사람의 정식보다는 양이 적고, 채소가 더 들어갑니다. 가격도 조금 저렴했지요. 데운두부보다는 이렇게 전골 비슷한 형태로 나오는 메뉴라 끌렸습니다. 밥 맛은 취향보다는 된밥이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가운데 보이는 하얀 종이 같은 것은 종이가 아니라 아주 얇은 찰떡입니다. 냄비에 넣었다가 꺼내 먹습니다.





채소절임은 적절히 짭짤해서 밥 반찬으로도 잘 어울립니다.





된장국에는 무도 들어갑니다. 채썬 무는 푹 익어 있어 마치 무국을 먹는 것과도 같은데 그게 또 된장 국물이니 술술 넘어갑니다.





왼쪽은 아마도 붉은된장을 써서 만든 소스 같습니다. 고추장은 아닌데 상당히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돕니다. 오른쪽은 아마도 떡..? 쫀득한 떡에 된장 소스를 발라먹으면 됩니다. 소스는 다른 음식과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것은 깨두부인데 푸딩과도 같이 굉장히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고소하니 참 맛있어요.





냄비안에는 채소와 어묵, 배추, 두부가 들어 있습니다. 국물은 두부를 만들 때 나온 국물이 아닌가 싶은데 확실히는 모르겠네요. 거기에 된장을 풀었을거라 생각해봅니다. 하여간 국물도 맛있습니다.


하지만 키는 이걸 먹으러 남산에 일부러 찾아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산은 멀고, 그래서 교통비와 시간이 많이 들고, 이전에 고즈넉하고 조용해서 좋다던 관광지는 어디가고 없으니까요. 키가 보기에 지금의 남산은 서울의 남산이나 삼청동 같습니다. 그래서 죽림도 고이 피합니다. 차라리 새벽에 가는 것이 좋고 그게 아니라면 담양을 가는 것이 나을 겁니다.





절의 연못에는 시든 줄기만 남아 있군요.





달 건너는 다리도 차로가 되어 옛날의 그 운치는 없어보입니다. 사람도 많고요. 여기까지는 종종 왔지만 저 건너편은 안 갔는데, 보아하니 거기도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조용히 후퇴합니다. 게다가 일행들이 커피를 찾습니다. 하지만 여기 커피... 어디가 맛있는지는 모릅니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적절한 카페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습니다.





그렇게 주문한 파르페와 벚꽃 아이스크림. 벚꽃아이스크림은 체리맛 아이스크림이 아니니 헷갈리면 안됩니다. 게다가 여기도 팥이 들어갔고요. 맛은? 솔직히 그리 좋지 않습니다. 파르페의 고사리떡도 고급이라고 하긴 어렵고, 아이스크림은 얼어서 서걱서걱한 느낌이 있습니다. 시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으니 좀 나은가요. 커피는 그냥 무난한 맛. 관광지의 맛이라고 생각하며 남산은 이제 안와도 되겠다 싶습니다.


혹시 또 모르죠. 천사의 거처에 가겠다며 방문할지도요.



내려오는 길은 JR을 탑니다. 근데 또 간발의 차로 열차를 놓쳐서 꽤 기다립니다. 첫날의 하루카는 안 기다렸고, 그 다음의 쌀역 갈 때는 조금 기다렸고, 올라오는 열차는 더 기다렸고, 둘째날에는 버스를 한 번만 탔지만 금방 탔고, 셋째날은 은각사 금방 탔지만 그 다음에 기독교 대학 갈 때 한참 기다리고, 다시 전차 타러갈 때 한참 기다리고, 전차는 금방 탔지만 다시 JR 탈 때는 기다렸습니다. 이모저모 따지니 결론적으로 교통편 연결은 그리 좋지 않았네요. 게다가 넷째날은.... 그건 다음 편에 다루겠습니다.



스타벅스에 가고 싶다는 일행의 말에 키는 교토타워 건물 아래에 있는 스타벅스를 떠올립니다. 교토역에 내려서는 저녁거리 장을 보고 스타벅스로 갑니다. 이날도 늦게 간식을 먹었고, 점심을 양껏 먹었으니 저녁은 건너뛰는 것이 좋은데 일행들은 저녁 먹는 것이 좋은가봅니다. 그럴 거면 그냥 두 분이 다녀오셔도 되는데, 집사를 챙기시는 걸까요.



하여간 첫날 저녁처럼 이런 저런 먹을 거리를 사들고 스타벅스에 갑니다. 자리를 먼저 잡고 그 사이 집사는 줄을 서서 음료를 주문합니다.




라떼 세 잔과 시폰케이크, 그리고 마론케이크.

가장 스타벅스 라떼를 마시고 싶어했던 분이 한 모금 마시고 말합니다.


"뭐, 한국이랑 맛이 비슷하네."


한국보다 일본 스타벅스의 맛이 낫다고 생각하는 키지만 이번에는 반박을 할 수 없습니다.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았는데, 직원들이 어리숙했거든요. 우유거품도 그렇고 담아내는 것도 그렇고. 영 맛없어 보였습니다. 실제 마셨을 때도 한국에서 마신 스타벅스의 맛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이날 저녁 때 키가 먹고 싶다며 사들고 온 것은 이겁니다.





전날 화과자를 샀던 집에서 이번에는 떡을 사왔지요.





왼쪽은 떡이 아니라 밥 뭉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고, 오른쪽은 경단입니다. 이 경단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전 여행에서 시장의 쌀집에서 먹었던 것이 더 맛있습니다.





숙소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에는 저 충전기도 있습니다. 방도 생각보다 넓은 편이었지만 생각해보니 같은 트윈이라도 넓은 쪽을 선택해서 그럴 겁니다. 하여간 저렇게 다양한 종류의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그것도 두 개가 있어서 아이패드 충전할 때 상당히 유용하게 썼습니다. 앞서도 사진 찍는다고 해놓고는 뒤늦게 떠올라 나가기 전날에야 찍었군요.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그리고 내일은 드디어 마지막 날. 진을 다 뺀 사흘째 밤도 이렇게 무사히 지나가나봅니다.

(계속)




덧붙임.

여행 기간 중에 올린 글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사다난했지요, 돌아가는 길도. 하여간 저날도 수면 부족이었습니다. 3일 내내 그랬네요. 스트레칭을 하지 못했고, 저녁 식사를 했고, 긴장상태였고, 수면 부족이었으니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도 당연한지 모릅니다. 하하하.

앞서 설명했지만 키는 아침은 두 번 먹는 것으로 호텔 예약을 잡았습니다. 마지막 날 항공기 탑승 시간을 고려하면 조식을 안 먹고 나가는 것이 맞거든요. 그럼에도 마지막날은 JR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사고 두 건에 휘말려 아슬아슬하게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어쨌건 아침은 두 번 먹을 수 있고, 호텔의 아침밥은 뷔페식과 일식 두 종류가 있습니다. 양식파인 키는 뷔페식으로 두 번 다 먹으면 안될까 생각했지만 두 곳 모두 겪어보고 싶다는 일행의 의견을 존중해 둘째날은 일식집으로 갑니다.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육식파인 키에게는 조금 허전한 식사였다는 것 빼고요.


7시에 맞춰 내려가니 직원이 기모노를 입고 반가이 맞아줍니다. 그리고는 묻습니다. 죽과 밥이 있는데 어느 쪽으로 하시겠습니까? 의견을 묻고 전부 죽으로 주문합니다.




이것이 한 상차림입니다. 직접 가져다준 식사를 주면서 밥이나 죽은 더 먹을 수 있고,죽이지만 밥으로 더 달라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실제 먹어보니 양이 상당히 많습니다. 죽이라 금방 꺼졌지만요.






뚜껑으로 덮어 두었던 그릇에는 무조림이 있습니다. 맑은 장국에 조린 것인데 무가 아주 맛있습니다. 푹 익은데다 국물을 쏙 빨아들여서 그냥 먹어도 좋습니다. 그 아래 있는 것은 유바 무침이고 죽 옆에 보이는 시럽 같은 것은 죽에다 섞어 먹는 소스입니다. 맛은 가쓰오부시 같은 감칠맛 나는 국물에 간장으로 간을 한 것 같은, 그런 맛. 딱 일본 맛입니다. 아니, 교토맛인가요. 살짝 달달 짭짤하니 말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이번에는 동산보다 더 북쪽에 있는 절로 갑니다. 교토에서 다닌 여러 건물 중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여기건 그 전날 간 동산의 절이건 마찬가지로 시간이 조금 지나면 사람이 많아 북적거립니다. 그러니 서둘러 움직이는 것이 좋지요. ... 그런데 생각해보니 키가 이런 설명을 일행들에게 한 기억이 별로 없...네요?;






절 입구입니다. 여기는 동산의 절처럼 산꼭대기에 있지는 않은데, 뒤에 산이 있습니다.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면....





동백나무로 만든 울타리가 나옵니다. 굉장히 위압적이네요. 하지만 그 입구를 벗어나면 별세계가 펼쳐지니 원래 그런 의미로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한 장씩 나눠준뒤 안으로 들어갑니다.







모래로 만든 정원. 이런 풍경을 보고는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는 일행들의 반응이 있었지만 키는 나름 이해할만 하다고도 생각합니다. 혼자서 친구들과 놀 수 있는-차를 즐기는 다실을 만들었으면 이래 저래 꾸미고 싶은 심정도 되지 않나요. 물론 한국은 그렇게 꾸미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만들고, 멀리 있는 풍경을 가져오는 방식을 선택하지만, 정원 안쪽에 아기자기하게 내 모형 정원을 만들고 싶다는 쪽도 이해가 됩니다.





그 유명한 건물의 사진은 찍었지만 올리진 않습니다. 그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 둘이 함께 찍혔거든요.



키는 혼자 여행갈 때 가능하면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게 노력합니다. 일행이 있는 경우에는 감추기 어렵지만, 그럴 때도 가능한 조용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다니려고 노력합니다. 본인이 목소리 큰 것도 알고 있으니 눈총 받는 것은 질색이라 그렇습니다. 거기에 시끄럽게 떠들며 지나가는 그런 한국인과 같은 무리로 묶이는 것이 불쾌하기도 하니까요. 이전 글에는 적지 않았지만 동쪽산의 절에서 삼년 언덕을 내려올 때, 아주 시끌벅적하게 길 중앙을 차지하고 셀피를 찍는 한국인들을 보았습니다. 차마 육두문자를 적지는 못하지만 그 때 느낌 불쾌한 감정은 잊기 어렵습니다. 저 버릇없고 예의 모르는 사람들 같으니!라고 분노하며 지나쳐 놓고는 후회합니다. 사진 한 장 찍어 줄 것을요.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이날은 늦지 않게 사진을 찍습니다. 이 아가씨들은 절을 도는 내내 사진 잘 나오게 찍어, 뒷배경이 나와야지, 저 건물까지 포함해서 나와야해 라면서 핸드폰으로 SNS용 화보를 찍고 있었습니다. 시끄럽게 떠들면서, 시간 걸려 사진 찍어서 다른 사람들이 사진 찍는데 방해되게 하면서 그러는 걸 보니... 아니, 그래도 아침 일찍 와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사람 많은데 그러는 것보다는 나은가요.







곳곳의 이끼사진도 찍고, 샘물 사진도 찍습니다.






그리고 길을 따라 뒷산으로 올라가 절의 전체 풍경을 다시 한 번 찍고요. 멋집니다.






내려와서는 다른 방향에서 전각 사진을 찍습니다. 집 앞에 이런 곳이 있다면 날마다 산책오고 싶은데, 입장료가 만만치 않지요. 500엔이던가요.






나오는 쪽 입구에는 전각의 일부를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여 전시한 공간이 있었습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2층 처마쪽에도 색을 입혔다고 합니다. 그걸 보여주는데...





한국의 단청하고 느낌이 상당히 비슷합니다. 재미있네요. 하지만 지금의 그리스조각이 그러하듯, 없는 쪽도 괜찮아 보입니다. 채색 잘못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니까요.




다시 걸어서 절 앞길로 나갑니다. 어느 교수님의 산책로는 이번에는 뺍니다. 어차피 수로를 따라 걷는 거라 빼도 되고요. 산책로를 건너뛴 이유는 그 전날 저녁에 나눈 두부 대화 때문입니다.


키는 숙소에 돌아오면 일단 TV를 켭니다. 조용한 것이 싫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일본 방송은 내용이 들리지 않아도 꽤 재미있거든요. 이틀째도 그렇게 TV를 틀었는데 마침 교토의 맛있는 집들을 찾아 다니는 프로그램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일행이 묻더군요.


"그러고 보니 우리 두부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 두부 먹자, 두부."


육식파인 키는 두부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양념맛으로 먹는 두부 조림 정도? 그렇기 때문에 교토에 와서도 두부를 먹은 적은 없습니다. 물론 호텔 아침 식사로 먹는 것은 예외입니다. 아니, 그럴 때도 일부러 두부를 찾아 먹지는 않게 되더라고요.

뭐, 두부를 즐기지 않는 이유에는 어머니가 두부를 만드시는 것도 포함됩니다. 집에서 갓 만든 따끈한 두부를 먹을 수 있는데 나가서 두부를 먹는 건 내키지 않아요. .. 아니, 콩은 맛있는데 두부는 덜 맛있습니다. 그게 더 정확한 이유일 겁니다.

원래 먹을 생각은 없었지만 남산에 괜찮은 두부음식점이 있다길래 거길 갈까했는데, 첫날 일정이 여우네집으로 꼬인 터라 두부집도 안가려고 했지요. 그랬는데 일정이 대강 잡힌 상황에서 갑자기 두부집 이야기를 꺼내니 속이 울컥 뒤집힙니다. 하지만 키는 집사. 집사는 성심성의껏 모셔야 합니다. 울컥 올라오는 것을 눌러 담으며 다시 검색을 해보니 역시 남산의 그집이 괜찮다는 글이 나오네요. 그냥 남산으로 가기로 합니다. 다만 속이 뒤집힌 것은 두고두고 담아두기로 합니다.


그리하여 셋째날은 절을 갔다가 남산으로 이동합니다.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한 번에 가는 방법은 없지만, 절에서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달려가면 전차 역이 나옵니다. 그러고 보니 키는 노면전차를 타본 적이 없습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번 기회에 한 번 타보자 싶어, 전차역까지 버스로 가고, 다시 전차를 타기로 합니다. 코스를 그리 잡아 놓고 보니 중간에 기독교 대학도 있네요. 거기 내려서 구경하고, 다시 버스로 이동할 생각입니다.






기독교대학은 붉은 벽돌 건물입니다. 엉뚱하게 같은 재단의 옆 구획-학교 쪽을 들어간 터라 잠시 헤맸지만 곧 다시 대학을 찾아 캠퍼스 안으로 들어옵니다. 시간이 벌써 11시 가까이라 남산에 가면 12시, 점심 시간이 될 것 같군요. 유명한 집이라면 기다려야 할 것 같아 11시 45분까지는 도착하고 싶은데 마음만 급하지 일행은 도와주지 않습니다.

날이 쌀쌀하니 햇빛 잘드는 벤치에 앉아 쉬고 싶다며 덜컥 앉습니다. 그러려니 해야지요. 집사는 그저 기다릴 따름입니다.


근데 분명 앞서 여행 정보에도 이 대학을 방문하는 목적을 '시비 보기'라고 적어두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왜 보셨다면서 시비 이야기는 못 읽으신건가요. 여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한국 시인 둘의 시비가 있어서 그걸 보러 온겁니다. 읽으셨다면 '시비가 있었어?'라고 하시면 안되죠. 일정표를 작성한 키는 또 한 번 심장에 스크래치가 납니다. 오늘도 수면 부족이었는데, 저녁도 먹어서 몸도 부었는데, 그래서 더더욱 여린 가슴이 되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허탈합니다.





나란히 있는 시비 두 개를 찍고 안내문을 보았습니다. 근데 꽃도 많고, 은근히 한국돈도 많이 놓여 있습니다. 관리비용에 보태라며 그런 걸까요. 왜 한국돈이 있느냐는 질문을 하시지만 집사는 모르니 답을 할 수 없습니다.


초행길이라 이래저래 헤매면서 버스 정류장을 찾아,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이번 목표는 전차 출발역. 키는 두 사람을 안내해 무사히 정류장에 내립니다. 어디로 가야하나 구글 지도로 보니 조금만 걸어가면 되네요. 오오. 다행히 전차역은 금방 찾았습니다. 그리고 금방 탈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타고 알았는데, 이건 B라인이더군요. 남산까지 가는 것은 A라인이라 도중에 한 번 갈아탑니다.






전차도 재미있지만 저런 작은 배려도 재미있더군요. 저 굵은 줄무늬 천은 추울 때 덮으로가 마련한 담요입니다. 한국에 저런 것을 마련했다면 누군가 들고 가고 안남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선진국과 아닌 곳의 차이는, 그런 곳에서 오지 않을까요.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질서와 법규를 지키는데서 말입니다.

(계속)




덧붙임.

다음에 혹시 이렇게 인솔해서 갈 일이 있다면-절대 없게 하고 싶지만-일정표를 인쇄해서 배부하는 것도 고려해야겠습니다. 아주 구~체적으로요. 하지만 그러느니 아예 여행 계획 안세우고 말지요. 너무 피곤합니다.

키는 이노다커피에서 어머니 드릴 선물로 인스턴트 커피를 골랐습니다. 여행선물로 과자를 사오면 체중조절에 문제가 생긴다며 절대 사오지 말라 하셨지만, 지난 여행 때 사온 커피가 다 떨어지면 새로 사야하나 고민하시는 걸 봤기 때문에 선물 고르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인스턴트 커피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색이 딱 오인전대네요. 그런 망상을 하며 가장 유명하다는 블루마운틴은 놔두고 진주 커피를 고릅니다. 빨간색이라 색도 예쁘거든요.

4200엔짜리 커피잔 세트를 놓고 잠시 고민하지만 집에서 잠자고 있는 다른 그릇들을 떠올리며 단호히 거부합니다.






그리고 다시 걷기. 이번에는 이년언덕을 따라 걸어가서 무슨 탑을 하나 보고 기온으로 향합니다. 야사카신사 앞으로 나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이번에는 잠시 헤매면서 구글 지도의 힘을 빌려 찾아갑니다. 그 때 이야기를 들었지만 다른 두 분도 살짝 길치랍니다. 아마도 방향치...?






목적지는 아주(?) 익숙한 아이스크림집입니다. 키의 취향일지도 모르지만 여기 아이스크림은 먹어보고 반한 적이 있어 한 번쯤 먹어봐야 한다 생각하고 일행을 끌고 왔습니다. 떡이 들어간 팥죽과 파르페, 갓 만든 아이스크림을 함께 주문합니다. 차를 함께 내오는 것도 좋네요. 가지차는 이날 일행들이 처음 마셔보았는데 구수한 그맛이 좋다 하더랍니다.






여기서 야츠하시도 처음 맛보았네요.






갓만든 아이스크림은 이번에 처음 먹었지만 또 다른 감동이었습니다. 굉장히 부드럽게 입에서 녹아내립니다. 한쪽은 깨, 한쪽은 콩.






팥죽은 단팥죽이라기 보다는 단팥국이나 팥탕이 아닐까 싶지만 그래도 뜨끈하고 달달한 맛이 피로 해갈에 도움을 줍니다. 차가운 것만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키가 시킨 메뉴였지만 일행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따끈한 음식이니까요.




다시 걸어서 기온 거리로 나갑니다. 그리고는 설렁 설렁 걸어서 밥상시장으로. 키는 교토 올 때마다 이 시장을 가기 때문에 이제는 대강 방향만 잡고 설렁 설렁 다녀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게 좋은 건가요. 시장길을 따라 죽 걸어가며 이것저것 설명합니다.


"저 채소절임은 된장이야? 아닌가?"

"겨 같은데"

"겨 맞아요. 보통 겨된장에 채소를 묻더라고요."


거기에 다양한 채소들도 있고 특히 겨울이라 무가 많아 이것저것 구경을 합니다. 지나가는데 SC가 키를 붙잡습니다. 디저트만 먹고 점심은 안 먹은 터라 뜨끈한 어묵을 보니 허기가 돌았나봅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한 번도 어묵을 안 먹었네요. 가게 메뉴판에 재료가 간단히 소개되어 있어 하나씩 고른 뒤에 키가 주문합니다. 당연히 총무인 키가 지불도 하고요. 옆에 자리가 있다는 안내에 따라 가게 옆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어묵을 베어뭅니다.





이런 가게였어요.






키가 고른 어묵은 고구마를 비롯한 채소가 들어간 어묵입니다. 짭짤 달달한 교토 특유의 맛에, 기름지기도 하고, 찜통에 올라 있던 거라 말랑말랑합니다. 밀가루가 적게 들어간 건지, 아니면 생선살만으로 만든 건지. 부드러운 어묵살 사이에 맛있게 폭 익은 채소들이! 정말 맛있더랍니다.




시장 끝자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빈즈테라고 부르는 작은 테이크아웃 커피점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커피콩 100g을 사고는 어떻게 교토역으로 돌아갈까 의논합니다. 거기서 불쑥 SC가 말합니다.


"여기서 교토역 멀어요? 걸어가기 어렵나?"


키는 잠시 고민하다가 걸어갈 수 있는 수준이라 대답합니다.


"그럼 좀 걷죠."


넹. 그러죠. 가서 카페도 가고 숙소에서 쉬면 되겠지요.



교토를 좀 다녀보신 분이라면 이게 어느 정도 거리인지 감이 잘 안오실 겁니다. 설렁설렁 걸어서 교토역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더군요. 그러니까 굳이 표현하자면, 통인시장에서 종로3가까지 걷는 것과 비슷할 거라 봅니다. 아마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골목을 돌고 돌아 교토타워를 이정표 삼아 걷습니다. 그 와중 키는 동쪽에 있는 절 근처를 지나가면서 본 고양이들을 보고 식빵굽는 자태가 아름답다 생각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교토역에서 어디를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말차를 사용한 디저트를 먹자 싶어 교토 이세탄의 찻집에 갑니다. 이번에는 말차와 녹차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이 돌아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녹차는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말하는 센차이고, 말차는 녹차를 덩어리로 만들어 가공한 다음 맷돌 등에 갈아 만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내용을 정리해 집사답게 성심성의껏 대답합니다. 그리고 과정을 봐도 아무래도, 말차쪽이 고급이란 생각이 들죠. 특히 이 찻집에서 쓰는 것은 그램당 꽤 가격이 나가는 제품을 쓸걸요. 키는 그런 생각을 하며 몇 년 전에 구입해 서랍장 깊숙한 곳에서 잠자는 말차를 떠올립니다. 오래되었으니 그냥 마시는 것은 무리고, 이제는 과자에 써야 하나봅니다. 그 가격의 비싼 말차를 과자에 쓰다니 아까워라.


이번에는 영어 메뉴판이 나와서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하지만 팥죽 시킬 때 질문이 돌아옵니다. '경단을 흰색으로 하시겠어요, 쑥으로 하시겠어요?' 이런 것도 다 통역해서 의견을 모아 전달합니다. 가이드 겸 통역가.....





계절 한정이라는 봄 파르페. 옆에는 와라비모치도 함께 나왔습니다. 키는 북쪽의 유명 화과자집을 갈 생각이었으니 이거랑 비교해서 먹어봐도 괜찮겠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론만 말하면 못갔습니다. 못갔어요.






경단만 봐도 아이스크림집이 낫습니다. 거기의 경단은 말랑말랑한 것이 갓 만든 느낌인데, 이건 만들어서 두었던 것을 올린 것 같아요. 찻집의 재료가 좋을지 몰라도 아이스크림집이 갓 만든 느낌이라 더 마음에 듭니다.

위의 크림은 벚꽃 크림이라, 체리 크림이 나올 줄 알았는데 짭짤한 크림이라 신기해 하는 반응이 나옵니다. 키는 또 여기서 벚꽃 절임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벚꽃 소금 절임을 넣어 만든 크림일거라고요.






이건 말차와 팥죽 세트.






앞서 먹었던 아이스크림집의 것보다 이쪽이 조금 더 걸쭉합니다. 어느 쪽이 더 맛있다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같이 나온 다시마절임은 아이스크림집이 덜짜고 작아서 더 낫다는군요. 이쪽은 쑥 경단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옆의 말차. 이번 여행의 처음이자 마지막 말차였습니다. 따로 마실 일은 없어서 그랬지요. 어떤 반응을 보일까 키는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그렇지만 한 모금 마시고는 '그냥 가루 녹차하고 똑같아요.'라는 답이 돌아오자 좌절합니다. 한 모금 마셔보지만 가루녹차하고는 색도 그렇고 맛도 꽤 다른 걸요. 하기야 요즘의 가루녹차가 아니라 예전의 가루녹차를 떠올려 비교한 것이지만, 키가 먹었던 가루녹차는 풋내가 나고 쓴 맛도 강합니다. 이건 그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이네요. 가루녹차가 어린애 혹은 애송이라는 느낌이면 이건 그보다는 좀 더 성숙한 맛입니다.


뭐, 그러려니 생각해야지요.




또 다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안 그래도 저녁 안먹을 생각이라 두 분만 드시라 했더니 뜨끈한 국물이 필요하다 하시네요. 라멘. 그리하여 이날의 저녁은 교토역에 있는 라멘코지가 됩니다. 그리 되면 자연스럽게 교토역 야경 구경도 이날이 되지요.






라멘코지도 번역이 필요합니다. 어느 것이 돼지뼈 국물이 아니라 무난한 국물일지 찾습니다. 최종적으로 낙찰 본 것은 닭뼈를 썼다는 라멘집입니다. 후쿠시마쪽 라멘집이라는 것은 기억하는데 이름은 잊었네요. 아마 오른쪽 편에 있는 것 중 하나일 겁니다.



자판기에서 미리 메뉴를 골라 뽑아가면 티켓을 받아 안쪽에 주문하는 형태더랍니다. 돼지고기 차슈가 듬뿍 올라가는 라멘 세트와 기본 라멘, 그리고 교자를 시킵니다.







다만 피곤하다보니 여분 그릇 하나 더 가져다 주냐는 질문을 제대로 못 알아들었습니다. 키도 자주 실수 합니다 .가끔이 아니라 자주요.(...)






세트. 삶은 달걀과 덮밥이 함께 나옵니다. 고기! 게다가 국물은 소금으로 간 한 것인지 짭짤하면서도 매끈한 국물이더랍니다. 원래 저녁을 먹을 생각이 없었던 키도 젓가락이 자주 갑니다.






이건 기본 라멘.





이게 전체 모습. 만두도 무난했습니다. 바삭하고 촉촉하고 육즙이 흐르는 만두.






다 먹고 난 뒤 키는 일행을 끌고 야경을 봅니다. 낮에는 그냥 UFO 등대 같은 타워지만 밤이 되면 빛납니다.






그리고는 저 남쪽편의 유리에 비친 교토타워도 찍어봅니다. 자세히 보면 교토역 남쪽의 풍경 위에 옥상 정원의 조명과 타워가 둥둥 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키도 교토역은 몇 번 올라왔지만 이런 풍경은 처음입니다. 멋지긴 하네요. 일행이 있으니 이렇게 평소 못 보던 풍경도 보게됩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그날의 전리품을 찍어봅니다. 그리고 다시 밤의 티타임.






키가 준비한 센타로의 화과자, 그리고 교토역 지하 식품매장에서 구입한 과일 두 종. 거기에 기온에서 구입한 검은콩차. 티타임 준비 끝!





맛보기로 구입한 차과자도 꺼내 들어 진짜 티타임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키의 폭면, 이었으면 좋겠으나 오늘도 내부 소음은 계속 됩니다. 주욱.

(계속)




덧붙임.

확실히 일행이 있으니 평소 안가던 곳을 가게되더군요.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피곤한 것 빼고.

다음 날 아침, 키는 그리 상쾌하지 않은 상태로 눈을 떴습니다. 새벽 2시에 아이패드를 열고 시간 확인한 것은 확실하게 기억합니다. 키가 잠을 설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평소 안 먹던 저녁을 먹어 위가 차 있으니 깊은 잠을 자지 못한데다가 밤새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는 문제입니다. 잘만하면 도로 들리고, 들리면 신경쓰여서 잠이 덜오더군요. 안오지는 않습니다. 다만 평소보다 잠드는데 시간이 걸렸을 따름입니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방 안에서 들리는 소리인데 ... 키는 집사니까 거기까지만 생각합니다. 음, 키 본인도 혼자 자기 때문에 눈치를 못채는 것일뿐이지, 또 같은 증상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일정이 힘들어 다들 코를 골았다거나.



키가 호텔을 트윈룸에서 트리플로 바꾸면서 이 숙소를 추천한 이유는 아침밥이었습니다. 조식 평점이 자란기준으로 4.0을 넘기더군요. 어쩌다보니 일본 호텔 조식 1위(고베 피에나)랑 3위(삿포로 한큐)는 겪어 봤지만 여기도 4.0이 넘는다니 궁금합니다.


아침식사는 일본식과 뷔페식 두 종류가 있습니다. 일본식은 한 상차림으로 나오고 뷔페식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는 겁니다. 과일도 많고 디저트도 많고, 거기에 죽이랑 밥도 있어 뷔페에서도 일본식으로 가져다 먹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본식보다는 서양식을 좋아하니 메뉴도 그렇네요. 소시지와 샐러드, 조림 약간, 그리고 달걀말이. 프렌치 토스트와 고기경단, 비단두부에 소스를 얹은 것, 그리고 또 스크램블 에그.

저편으로 보이는 오믈렛도 키가 들고 온 겁니다. 왼편의 후르츠 칵테일은 그냥 그랬지만 한 번쯤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우유도 맛있고요. 저녁을 먹어 아주 맛있게 먹지는 못했지만 나쁘지 않은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키는 프렌치토스트를 하나 더 가져다 먹고 싶었지만 다들 식사가 끝난 데다 속이 부담 스러워 거기서 멈춥니다. 게다가 달걀을 많이 먹기도 했고요.

그리고 프렌치 토스트는 집에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달걀과 우유 듬뿍, 설탕 약간, 소금 약간. 그리고 빵을 푹 담가두었다가 굽기만 하면 됩니다. 쉽지만 번거롭다며 만드는 일 없는 메뉴죠.



키의 성격 대로라면, 그리고 혼자 여행왔다면 7시 땡하자마자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즐기고 나서 올라가 8시에는 나갈 텐데 말입니다. 성격이 급한 겁니다. 집사는 일행분들을 6시 20분쯤 TV로 깨우고, 준비 다하고 기다린 뒤 조식권을 챙겨서 나왔습니다. 7시 10분이더군요. 아침을 먹고 올라가 양치하고 나니 8시가 넘습니다. 설렁설렁 내려와 8시 20분쯤 버스를 타고 동쪽산을 향합니다.







5가와 동쪽산 지역이 만나는 즈음, 오가 언덕이 있습니다. 그 정류장에서 내려 언덕을 설렁설렁 올라갑니다. 다 올라가니 이건 등산이구나 싶긴 합니다.






역광이라 사진이 어둡게 나왔는데, 왼편에 보이는 것이 입구의 전각입니다. 키는 전각을 보며 '저렇게 허세 부릴 일이 왜 있나' 싶습니다. 상체비만이고 다리는 빼빼마른 사람이 거들먹 거리는 것 같아 보여 그렇습니다.






어찌보면 치맛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처마 자락이 들린데다 안쪽은 흰색이랑 주색을 칠해서 그런가봐요.






들어가는 곳의 나무는 매화인건지, 작은 봉우리가 몽글몽글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키는 사진 찍는 솜씨가 그리 없어 초점이 멀리 날아갔네요.






학구적인 분들이라 같이 이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한옥하고는 꽤 달라요."

"단청이 아니니까. 여기는 주칠을 하는데, 왜 완전 빨강이 아니라 저런 주색을 쓰는 거지? 마를 쫓는 거라면 붉은 색이잖아요."

"게다가 한국과는 달리 층이 높아요."

"뭐, 황룡사 9층탑 같은 것도 층이 높긴 하죠."


같은 이야기들. 9시 전에 입장해서 그런지 사람들은 적습니다. 500엔을 내고 입장료를 구입해 더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그 옆에서 MC가 키에게 묻습니다.

"왜 일본 절에는 불상이 안 보여?"

"어, 그러게요. 불상 본 기억이 없긴 한데. 하지만 나라 같은 곳에는 대불도 있으니까 아예 안 모시진 않을 거예요."


뭐, 지금 생각하니 산주산겐도에도 불상이 있지요. 그게 부처상인지 나한상인지는 기억 나지 않지만 위의 사진에 있는 것은 관음보살이고, 본당 안쪽에서는 불상이 안보입니다. 못 찾은 건지 없는 건지는 모르겠네요.






더 걸어가 사진 촬영소에서 찰칵. 저기서 떨어져도 사망하진 않는다는데, 지금 보니 앞쪽의 나무를 다 정리해서 잘못 떨어지면 사망은 아니더라도 큰 부상은 입을 것 같습니다.





봄에 온다면, 더더욱 아름다운 풍경이겠지요. 그리고 저기에는 입추의 여지도 없을 정도로 사람이 바글바글할 테고요. 키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일행을 안내해 아래로 내려갑니다.


다들 연애나 공부나 재력에는 관심이 없어 물줄기는 그냥 지나갑니다. 일행중 누군가 말합니다.


"내가 봤을 땐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부자가 될 것 같진 않아. 그러니 안 마실래"


그런 겁니다. 요행은 바라면 안돼요. 키 역시 위의 의견에 동의하며 지나갑니다.





이번엔 삼년언덕을 따라 내려가며 뒤돌아 사진을 찍습니다.







다른 건 좋은데 왜 저런 과자가 절 근처 매점에 있는지는. 사실 교토 시내에서도 한 번 더 봅니다. 하지만 저런 과자가 맛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으니 살포시 무시하고 갑니다.





노노혼처럼 꼬리를 흔드는 고양이들. 안쪽에 보이는 작은 것과 앞쪽에 보이는 큰 것이 있는데 다 태양열로 움직인답니다. 집사답게 키는 여기서도 통역을 맡습니다.


"이거 배터리 뭐 쓰는지 물어봐주세요."

"아, 솔라, 그러니까 태양열이래요. / 그리고 햇빛 말고 전구 불빛으로도 가능하다는데요?"

여러 차례에 걸친 대화를 빠짐없이 통역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은근히 피곤하네요.





고양이 부채도 멋지지만 개당 5천엔. 비쌉니다.






지나가다보니 이런 인형도 보이는데 폭소하며 찍고 나서 지금 생각하니, 하나쯤 살 걸 그랬다고 후회합니다. 하지만 집에 인형이 너무 많아 저런 달걀은 어디 놓을지 고민됩니다. 그러니 안 사는 것이 맞는 거예요. 키는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언덕이 끝날 즈음, 어디 들어가서 커피 마시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침에 커피는 마셨지만 호텔 커피는 카페인이 거의 없으니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침 가려고 했던 카페가 코 앞까지는 아니지만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이게 이년언덕이었나요. 삼년언덕의 연장선인가요. 하여간 이 사진에서도 저 멀리 목적지가 보입니다. 중간 기착지, 그러니까 세이브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이노다커피 지점입니다.






커피 마시러 들어가자며 안내했는데 주변을 둘러보느라 잠시 시간을 지체합니다. 이전에 왔을 때는 개점 시간이 10시였던 걸로 기억한 키는 먼저 들어가 커피점이 영업하는지 확인하고 일행을 안내합니다.



다행히 이노다커피에서는 메뉴판 아래 메뉴가 영어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보고 대강 짐작은 하지만 자세한 설명은 또 일본어니까요. 비엔나커피에 올라가는 것이 아이스크림일까 크림일까 하면서 비엔나커피 두 잔을 주문합니다. 이노다커피에서 유명한 것은 밀크커피랑 진주인데 뭐, 그런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는 것이 낫지요.





비엔나커피 두 잔이 먼저, 진주가 나중에 나옵니다. 잔 정말 예쁩니다. 하나쯤 구입해가고 싶은데, 기억이 맞다면 4200엔이었을 겁니다. 일상적으로 쓰기에는 용량이 작은데다 가격도 비쌉니다. 그러니 여행와서 작은 호사를 맛보는 것에 만족합니다. 그리고 저 커피잔보다 비싼 커피잔이 서랍 속에 잠들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키의 뇌리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비엔나커피의 크림이 생크림인지 아이스크림인지는 모르지만 두 분 입맛에는 크림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나봅니다. 아침부터 신나게 운동한 뒤라 그렇겠지요. 크림을 리필 받을 수 없냐고 하긴 했지만 그런 이야기까지 통역할 정도는 아닙니다. 집사니 적절히 들어 넘기는 내용도 있게 마련이지요.






다시 봐도 잔 참 괜찮은데, 일상적으로 쓰기에는... (하략)






이노다커피는 흡연칸과 금연칸이 한 공간안에 있습니다. 공간을 완전 분리하지 않고 한 곳에서 쓰도록 하고 있지요. 담배냄새가 나긴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다시 업무와 관련된 심도 있는 대화를 한 시간 가량 나누고 그 다음 목적지인 기온을 향해 출발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MC와 SC에게 조금 많이 미안한 것이, 반쯤은 의도적으로 점심을 건너뛰었거든요. 디저트로 식사가 가능한 터라 점심 즈음 먹은 간식을 그냥 끼니로 삼아....

(계속)





덧붙임.

저는 삼시세끼 챙겨먹지만 그것이 꼭 밥이거나 끼니일 필요는 없습니다. 즉 빵이나 간식, 아이스크림 등으로도 한 끼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챙겨먹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불량한 집사가 아닐 수 없지요. 뭐, 일행들은 제게 모든 걸 맡겨놓은 상황이니 직접적으로 점심 안 먹어?라고 말하지는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ㅅ'

첫째날, 키의 원래 계획은 숙소에 짐을 맡긴 뒤에는 서북쪽의 남산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입국수속과 뒤이은 표사기, 하루카 탑승, 숙소 체크인까지 하고 나니 아무리 강철이라지만 키도 지칩니다. 그리하여 슬슬 일행을 꼬십니다. 남산은 더 멀고 시간이 오래걸리니, 거기 말고 앞서 여행 계획에서 미처 넣지 못한 여우네집을 가자고 한 거였죠.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여우네큰집이 옳은 해석이니 그리 부르겠습니다.


지쳐보여서 안쓰러웠는지, 아니면 더 좋다는 말에 혹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행들은 여우네큰집에 들렀다가 교토역으로 올라오는 것에 찬성했습니다. 그리하여 점심을 먹고 나서는 나라행 열차를 타고 여우네큰집이 있는 여우역에 내립니다. 아니, 쌀역인가.....





JR 역에서 내려 아주 조금만 걸어가면 이런 커다란 도리가 보입니다. 도리가 뭐냐, 이게 왜 신사마다 있냐, 신사와 절은 어떻게 다르냐고 내내 물으시는데 키는 가이드니까 열심히 대답합니다. 이모저모 아는 범위 안에서는 설명했지만 쉽지 않습니다. 일단 신사 앞에는 무조건 저런 입구-도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절 앞에는 없다고 말이지요. 일본에는 신사가 왜이리 많냐, 신사와 절의 역할이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은 대강 얼버무리고 넘어갑니다. 신사가 많은 건 일본에서 800만의 신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고, 역할은 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신관이나 주지승은 마을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맞는 이야기인지 키도 확신이 안섭니다. 음, 기왕이면 검색해서 찾아보셔도 될 건데요. 분명 와이파이 모뎀은 잘 작동하고 있을 테니까요.





이런 커다란 문이 있고 그 안에서 또 참배를 하는 모양인데, 어차피 여기는 등산을 오르기 위해 왔으니 키와 일행들은 슬쩍 지나칩니다.






이건 전체 지도입니다. 이전에는 조금만 오르고 말았는데, 이날은 조금 더 등산을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바글바글하니 많지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요.







참배하는 곳 왼편 계단으로 올라가니 을씨년 스러운 분위기의 장소가 있습니다. 다 돌인데 이 분위기가 참 묘합니다. 한밤중에 올라오면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다고 키는 잠시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저 빨간 도리이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키는 그 안을 들어가며 도리이를 왜 세우는지, 세운 사람들의 정보가 기둥 뒷면에 있다는 등의 설명을 합니다. 음, 물론 서비스는 언제나 요구되기 전에 제공하는 것이 옳습니다.



왜 그 뒤의 사진이 없는지는 모르지만 꼭대기까지 오르지는 않고 중간, 그러니까 세 번째 봉우리까지는 갔습니다. 거기서 도로 내려와 신사 옆의 상점가로 갑니다. 여기서 또 일행들에게 보여야 할 것이 있었거든요.



이 여우 센베 말입니다. 가격도 저렴해서 선물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관심 없이 지나갑니다.(키무룩)


그 앞의 야츠하시 상점도 여기가 본점이라고 설명했지만 두 분 모두 딱딱한 센베를 좋아하지 않는지 그냥 지나갑니다. 센베를 좋아하는 키는 한 봉지 사고 싶었지만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구입을 못했습니다. 뭐, 괜찮아요. 사실 야츠하시보다는 한국에서 무게 달아 파는 그런 전병을 더 좋아하니까요. 대신 그걸 사면 체중 감량이 아주 곤란하기 때문에 가끔만 삽니다. 아주 가끔만.



쌀역에서 교토로 돌아가는 열차는 드물게 옵니다. 그래서 싸늘한 가운데 조금 오래 기다렸네요. 교토역으로 돌아가서는 일단 숙소에서 쉬자고 합의를 하고 올라갑니다. 오후 4시쯤이었나, 아니, 넘었을 겁니다. 들어가면서 로손에 들러 CD를 찾고, 호텔로 가서 프론트에서 열쇠를 받아 방에 올라갑니다. 짐들은 모두 얌전히 방에 올라갔네요.


트윈룸에 임시 침대를 하나 놓아서 침대가 총 셋. 그리고 키는 창가 자리를 쓰겠다고 고집합니다. 그도 그런 것이 다른 두 침대는 가까이 붙어 있거든요. 거기에 원래 춥게 사는지라 창가 옆이라고 해도 그리 춥진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지난 달 키의 자취방 가스비는 23000원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듣고는 너무 춥게 사는 것 아니냐 하셨지만 그럭저럭 괜찮은걸요. 물론 싸늘하긴 합니다.




창가에 놓인 침대는 좁습니다. 하지만 이정도는 별 문제 안됩니다. 평소에도 그렇게 굴러다니는 성격도 아니니까요. 그리고 창가자리는 언제나 좋습니다.





키가 주문한 물건과 부탁받은 것들입니다. 상자는 크지만 사실 속 내용물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다른 분들이 잠시 쉬겠다며 침대에 누운 동안 키는 상자를 다 열어보고 물건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워낙 여기저기서 중구난방으로 도착했던 터라 당장은 확인하지 못하고 나중에 하겠다 생각하며 정리만 합니다. 캐리어에 담을 거라면 아무래도 상자 안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가장 큰 상자를 잘라 조립합니다. 그리하여 부피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모두 제일 큰 상자에 넣고 접어 원래 부피의 25%로 줄입니다. 뭐, CD나 DVD는 그렇게 못하죠.



그렇게 캐리어를 정리하는 사이 일행들은 단잠에 빠집니다. 새벽 일찍부터 움직였을 터라 그렇게 자게 두고 키도 휴식을 취합니다. 택배 정리하면서 나온 쓰레기는 다 분리수거 하지요. 그렇게 완료하고는 6시쯤 일행을 깨워 교토역 이세탄의 식품매장으로 갑니다.


교토역은 여러 번 왔으니 들어가서 기념품 살만한 곳을 소개하고, 또 식품매장 두 층을 함께 돌아봅니다. 저녁은 안 먹겠다는 말에 일행들이 저녁거리를 사들고 호텔에 가서 먹자고 하여 도시락과 푸딩을 구입합니다. 그리고 돌아올 때 편의점에 들러 간식도 삽니다.






그러고 보니 캐리어에 자리가 그리 많지 않아 저 컵라면은 이번에도 못샀네요. 푸딩은 무난했지만 사실 먹고 싶은 케이크는 따로 있었지만 결국 못 먹었습니다. 끼니를 더 중시하시는 분들이라 케이크 살까 할 때마다 먹을 배가 부족하다는 답이 돌아왔거든요. 혼자 먹을 수는 없으니 결국 이번 여행에서 제대로 먹은 케이크는 ... 마지막날에 나옵니다.



딸기도 샀는데 딸기보다는 파인애플을 더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렇게 맛있거나 향이 강하거나 하지 않더라고요. 저 규동 도시락은 구입하면서 양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저 도시락통이 함정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키높이 구두를 생각하면 됩니다. 젓가락을 넣었는데 의외로 깊지 않아서 양은 딱 여자 1인분이더라고요. 그러니 사진에 보이는 것과 과일까지 먹고 나면 저녁을 제대로 먹은 겁니다.



그 부분이 문제이긴 합니다. 키는 보통 10시에 잡니다. 아침에는 새벽같이 일어나지요. 아니, 새벽같이가 아니라 새벽에 일어납니다. 그 때문에 저녁을 늦게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아 잠을 설칩니다. 근데 옆에서 일행들이 먹고 있으면 식욕이 돌게 마련이지요. 조금씩 야금 야금 먹다보니, 결국 여행 다니는 내내 몸이 부어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로 조금 예민했던 데다 저녁도 먹고, 잠도 설쳤고, 아침에는 새벽에 깨고 이러니 안 피곤할 리가요. 여행 내내 힘들었던 것은 이런 이유가 큽니다.




그래도 이날은 10시에 잠들었는데 고이 잠들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계속)




덧붙임. 질문을 하면 옆에서 제깍제깍 뭔가 답변이 나오니 딱히 검색하려고 핸드폰을 꺼낼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오기 전에 미리 공부 좀 하고 오시지.;ㅂ; 아니면 아예 공부할 생각이 없었는데 대답을 잘하니 신기해서 더 질문이 나온 걸까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실제 여행을 가게 된 두 사람-각각 MC, SC로 지칭-은 교토여행이 처음입니다. 그러니 여행 코스는 상대적으로 편하게 짤 수 있지요. 업무 폭탄이 떨어져 여행을 못간 DB는 교토를 돌아본 적이 있어 주요 유적지는 갔다고 하지만 다른 둘은 그렇지 않으니 명승지를 골라 가면 됩니다. 사실 DB는 그래서 여행을 상대적으로 쉽게 포기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미 가본 곳이고, 안 갔다고 해도 그 다음에 가도 된다는 생각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키의 짐작일뿐이고 진짜 어떤지는 모릅니다. 추측이니까요.


어쨌건 키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주요코스를 이틀로 나눴습니다. 도착한 첫날은 일단 아라시야마. 점심 즈음 교토에 도착할 것으로 생각하면 아라시야마에 가서 두부를 먹고 구경하면 되겠다 싶습니다. 그러고 시간되면 교토역 둘러보고요.

이틀째는 동산에 있는 유명한, 자살희망자가 많기로 유명한 곳에 갔다가 그 아래 언덕 두 개를 지나 기온으로 나와, 유명한 시장에 가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설렁설렁 가는 거죠.

사흘째는 그보다 북쪽에 있는 유명한 은색 절을 갔다가 산책로를 걷고, 기독교계 대학교에 들렀다가 그 다음 일정을 결정하자 싶었습니다. 하여간 여행 일정은 대체적으로 느슨하게 잡고 다른 분들이 어디를 가고 싶어하는지 맞춰 가기로 했습니다.


네. 이번에도 집사는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팝니다. 일정은 그 때 그 때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생각보다 스트레스 많이 받습니다. 그 때마다 대응을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 당시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혼자 다닐 때는 내킬 때 숙소 들어와 쉬고, 내킬 때 카페 들어가고 하면 되니까요.





빌린 모뎀을 들고 기다려 만나서, 셀프 체크인을 하고 제 가방만 수화물로 부칩니다. 다른 사람들은 기내용 가방을 가져왔더군요. 아침 일찍 출발하는 건데도 사람이 많습니다. 오전 6시. 아직 잠자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왜이리 북적북적한가요. 하여간 키는 정신 없는 분들을 이끌고 일단 롯데면세점에서 상품을 인도 받고 신라면세점에 들릅니다. SC님의 동생이 향수를 부탁했는데 그게 이 매장에만 있는 모양입니다. 그냥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것이 편하지 않나 생각하지만 그런 것에 익숙한 분이 아니니까요. 눈이 좋다는 평을 가끔 듣는 키는 면세품 인도장에서 신라면세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발견하고 건넵니다. 100달러 이상이라 그 자리에서 1만원 할인 받을 수 있어요.

이차저차 면세점에서 구입하는데 시간이 걸려 시계를 보니 탑승 시작 20분 전입니다. 빵집에 줄을 서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얻어먹습니다. 지금까지 고생했으니 두 분이 집사를 긍휼히 여겨 사주는 것쯤은 얻어먹어도 됩니다. 맛은 딱 파리빵집맛이네요. 하지만 탑승 시작이 된 터라 서둘러 먹고 서둘러 마시고는 항공기에 탑승합니다.



항공기는 자리배치가 2-4-2입니다. 가운데 4에 셋이 나란히 앉습니다. 면세점 카탈로그가 굉장히 두껍네요. 살 것은 없지만 언젠가는 사고 싶다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그것이랑 관계 없고요. 나중에 발렌타인 30년산은 한 병 사보고 싶습니다. 부모님 드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몫으로요. 술 마시지도 못하면서 괜히 그런 생각을 하며 키는 들뜹니다. 사실 키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여행 전, 공항에서는 살짝 들떠 있지 않나요. 음, 뭐라고 해야하나. runner's high나 sugar high처럼 살짝 머리가 도는 겁니다.




그 와중에 한국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하나 싶어서 찍은 사진. 하지만 키는 스타워즈의 팬이 아니니 그냥 사진으로 만족합니다.






마음이 급해 기내식 사진이 흔들렸습니다. 아주 차가운 샌드위치네요. 오른쪽의 T 얼굴에 가려진 부분에는 작게 자른 감자를 익혀 버무린 감자샐러드가 있습니다. 으깬 감자가 아니라 감자의 아삭거림이 살아 있습니다. 샌드위치는 오이와 토마토, 햄치즈였다고 기억합니다. 오렌지 주스는 단번에 들이켰지요. 물도 챙기고 커피도 마십니다.

그 와중에 키 옆에 있던 MC가 중얼거립니다. '이런, 또 샌드위치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샌드위치 안 먹을걸.'

파리빵집에서 산 것이 샌드위치였거든요. 오랜만에 타는 비행기라 잊고 있었는데 샌드위치가 이렇게 나올줄은 몰랐습니다. 기내식으로 간식빵이 나올 거라 말할 걸 그랬나요.(키무룩)



여행 가기 전에 M님이 팁을 주셨습니다. 간사이공항에서 녹색창구 2층에 외국인 전용창구가 따로 있다고요. 이코카하루카를 사려면 2층으로 가야한다고 합니다. 가방 들고 올라가기는 어려우니 아래에 캐리어를 두고 올라가라 이야기도 하셨지요.

일단 간사이공항 입국수속의 줄은 길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뛰어서 생각보다는 빨리 입국수속을 받습니다. 수화물은 얌전히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걸 끌고 입국 수속하고, 다시 또 열심히 뛰어서 녹색창구에 닿습니다. 11시 조금 전. 음, 하루카는 한 시간에 한 대 정도만 있고 오래 기다려야 하니까 가능한 빨리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하여 키는 두 분께 캐리어를 맡기고 2층으로 뛰어 올라가 카드 세 장을 구입해 옵니다. 미리 물어서 키티를 받을지 일본 전통 그림으로 받을지 확인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지나 카드를 무사히 구입하고는 내려옵니다. 11시. 휴우. 11시 16분 열차는 놓치지 않겠네요.




자유석 칸도 사람이 많습니다. 일단 되는대로 자리에 앉아 기다립니다. 키는 와이파이 모뎀을 켜고 일행에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가르쳐줍니다. 인천공항에서 미리 일러둔 덕분에 두 사람은 로밍 없이 와이파이를 사용하기로 합니다. 음, 근데 제대로 썼는지 모르겠어요. 핸드폰 설정을 바꿨으니 그랬을 거라 믿는 수밖에 없지요.

하여간 메일 보낼 때 와이파이 모뎀 들고 간다는 이야기도 썼지만 그게 뭐였는지 모른 모양입니다. 자동 로밍이 되느냐 물었으니 말입니다. 키는 기억을 더듬어 데이터가 문제고, 그건 와이파이만 사용하는 것으로 설정을 바꾸면 되고, 그러면 문자와 통화요금만 챙기면 된다고 가르쳐 줍니다.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여행 갈 때 키가 자기 핸드폰을 로밍해서 들고 간 것은 기억에 없습니다. 여행만 나가면 핸드폰을 꺼두니까요. 핸드폰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이코카하루카를 사겠다고 결심한 것은 하루카 왕복권에 이코카, 즉 한국의 티머니카드 같은 것을 주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찍어보니 카드에는 1500엔이 들어 있더군요. 여행 다니는 동안 버스 1일권도 안쓰고 카드를 유용하게 잘 썼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 다시 다루지요.



숙소에 체크인합니다. 숙소 사진은 미처 찍지 못했지만 교토역 바로 앞에 있는 호텔입니다. 뉴한큐, 혹은 신한큐. 도착 시각이 오후 1시 경이어서 일렀던 지라 아직 체크인은 안된다길래 짐을 맡깁니다. 그리고 아마존에서 주문해 호텔에 도착한 짐들도 확인합니다. 아마존 주문 중 날짜가 간당간당해서 키를 걱정하게 만들었던 것도 다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키는 도착해서 체크인할 때도 분리 주문되어 날아온 물건들이 어떤 건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어질어질합니다. 그도 그런 것이 주문자는 셋, 주문품은 주문자에 따라 G1+J(1+1)+P(1+1+1+1)로 나뉘었거든요. 부탁받은 것이 하나 더 있었고, 각각을 수령지에 따라 나누면 M1+(G1+J1)+(J1+P1+P1+P1)입니다. P1 중 하나는 주문품이 여행 기간 중에 도착할 것 같지 않아서 취소해서 사라졌습니다. 키가 여행 전에 물품 주문 건으로 머리를 싸맸던 것도 저 복잡한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건 괜찮은데 P의 주문품은 총 15종에 네 곳에서 주문 확인 메일을 받았습니다. G는 두 곳, J는 두 곳. M님의 몫은 아예 따로 주문을 하셔서 저는 찾는 것만 했습니다.


하여간 호텔에서 받아야 했던 J1+P1×3은 전부 도착했습니다. 네 개의 택배 상자를 확인하고 짐을 맡긴 뒤, 잠시 쉬었다가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멀리 가지 말고 그냥 교토역 쪽에서 해결하자 싶어 교토역 앞 지하, 포루타로 갑니다.



나중에 MC가 언급한대로 교토역 지하의 포루타는 교토나 간사이 지역에서 먹을만한 음식을 편하게 모아 놓은 곳에 가깝습니다. 돌아다니며 괜찮은 것을 고르자고 합의했는데, 그 때까지 밀가루만 먹었으니 이번에는 밥을 먹자고 MC가 말합니다. 충실한 집사답게, 키는 지하의 음식점 안내 그림판을 보고 하나 하나 통역합니다. 여기는 함박스테이크, 여기는 라멘, 여기는 가격이 조금 비싸고요, 여기는 돈가스. 근데 여기 도요테가 있네요. 코요테가 아니라 도요테. 물론 실제 발음은 다르지만 오사카에서 유명한 그 가게말입니다. 키가 여기 괜찮을 것 같다고 함박스테이크와 밥이 나올 거라 추천하자 다른 곳은 적절한 대안이 안된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동합니다.





그러고 보면 포루타에서 밥을 먹은 것은 한 번 정도라 여기가 들어와 있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사람이 많아 기다리면서 음식 모형을 보고 각각을 설명하고 안내합니다. 이것이 집사의 자세! 세트메뉴와 단품이 어떻게 다른지도 설명합니다. 하지만 모시는 분들이 묻는 모든 것에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 키도 도요테는 처음이니까요.



3명이라고 이야기하고 조금 기다리니 자리로 안내합니다. 10-15분? 그 정도 기다렸나봅니다. 자리 잡고 앉아 각각의 주문을 확인하고, MC와 SC가 도요테 정식을 고를 때 토마토찜함박을 선택합니다. 피곤해서 그런지 조금 스튜 같은 것이 먹고 싶었거든요. 직원을 불러 주문하는 것도, 그리고 빵과 밥 사이에서 선택하는 것도 키의 몫입니다. 일행은 한자를 읽을 줄은 알지만 일본어를 할 줄 아는 것은 키뿐입니다. 키의 일본어 수준이 얼마냐고 MC가 묻기도 했는데 솔직히 잘 모릅니다. 그냥 중간 정도라고 생각할뿐이지요.






일본어를 듣고 해석해서 대응하는 것은 총무이자 가이드인 키의 몫입니다. 공동비용도 모두 키가 사전에 환전해서 쥐고 있고, 각각의 개인비용만 들고 왔으니 문제 없습니다. 넉넉하게 엔화를 들고 가 혹시 더 필요하다면 환전도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다행히 그 사이 엔화가 올라서 개인 환전을 해도 손해보는 일은 없었습니다. 950 고정 환율로 바꿔줬거든요. 그래봐야 MC만 두 번 환전했습니다.






런치 세트를 주문한 터라 토마토가 나옵니다. 이게 전채인데 구성이 참 재미있습니다. 바닥에는 참치를 넣은건가 싶은 마요네즈샐러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껍질 벗긴 차가운 토마토를 앉히고 케찹과 마요네즈를 섞은 소스를 뿌립니다. 근데 이게 아주 맛있네요. 토마토가 찰진 것이, 입에서 차갑게 사르르 녹아내립니다. 충분히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합니다.





잠시 뒤 나온 도요테 함박. 구운 감자와 채소, 포일로 포장한 고기가 나옵니다. 내오는 직원이 뜨거우니 포일을 칼로 자르라는 것도 잊지 않고 번역해 알려줍니다. 그 뒤에도 내내 키는 음식점 통역을 맡았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주문도 도맡습니다. 들어갈 때 몇 사람인지, 들어가서 메뉴 결정한 것 직원 불러 전달하고, 음식 나오면 누구 음식인지 정리하고, 마지막의 계산까지. 아, 물론 계산 후에는 영수증 모아 수첩에 적어두었다가 정산용 엑셀파엘에 정리합니다. 뭐, 혼자 여행할 때도 하는 일이니 가이드가 되어서도 합니다. 총무 겸 집사니까 당연히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조금은 씁쓸합니다.






그래도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행복합니다. 다른 두 분은 밥을 시켰지만 키는 빵을 시킵니다. 나온 음식을 보고 다른 분은 '또 빵?'이냐며 놀라는데 키는 밀가루를 선호합니다. 그런 고로 빵을 무시하는 어느 혼자미식가™의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토마토소스에 넣고 찐 함박 스테이크는 당연히 맛있습니다. 새콤한 토마토 소스, 그리고 한 면만 익힌 달걀프라이. 이 둘의 조합은 최고입니다! 참 맛있게 잘 먹었지요.




그리고는 여기서 느긋하게 수다를 떨다보니 두 시를 훌쩍 넘겼습니다. 이제 슬슬 다음 장소로 이동할 시간이니 집사인 키는 두 분을 안내하여 교토역으로 들어갑니다.



(계속)




덧붙임.

읽어보시면서 대강 느끼시겠지만 키는 집사니까 당연히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즉, 동행인이 말하지 않아도 먼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그게 사실은 포인트이자 문제죠.


이 제목이 무엇의 오마쥬인지 아시는 분은 나이가 좀 있으신 분입니다. 『Key the metal idol』이란 옛 애니메이션이 있었지요. 그리 행복한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기억하는데 본 적이 없으니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여행을 마무리 지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언가를 잡아채고 보니 저거더군요. 철의 집사, Kirnan. 하지만 다 쓰면 기니까 줄였습니다. 거기에 원래 집사는 butler보다는 steward가 맞겠지만 운율을 맞추다보니 그리 되었네요.



동행자들이 혹시 보게 될지 몰라 이하의 모든 여행기는 가게와 일정을 적절히 돌려씁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댓글 주시면 덧글로 달아놓겠습니다. 어차피 유명한 가게들이니 묻지 않으시고 적절히 검색하셔도 나옵니다. 그리고 저는 이 글에서 Metal Butler인 Ki, 키가 됩니다. 모쪼록 즐기옵소서.





여행의 발단은 1년 전이었습니다. 1년 전, 예전 직장 동료들과 모인 자리에서 여행 같이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하여 모임의 막내인 키가 총무를 맡아 적금을 들기로 하고, 장소 등은 이후에 결정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막상 장소 결정할 때가 되자 키는 저도 모르게 자주 다녔던 간사이, 그 중 교토를 장소로 잡습니다. 3박 4일의 일정으로 하고, 아침 비행기로 출국, 귀국을 하기도 하면 실제 쓰는 것은 약 3일이지요. 평소 잘 짜는 코스로 해서 잡아 들이밀자 다들 바쁜 일이 있던 터라 결정권은 맡기겠다고 하여 키가 전체 여행 계획도 맡습니다. 이것이 무덤으로 들어가는 고속도로였다는 것을 몰랐던 겁니다. 아니, 그 때는 그게 터널일지 무덤일지도 몰랐지요. 원래 다 그런 겁니다.



교토 3박 4일. 그리고 항공권도 미리 골라 놓습니다. 처음에 가기로 한 인원에서 한 명 줄어 항공권 예약은 넷만 합니다. 넷이 되어도 그 중 키가 막내라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몇 개월에 한 번씩 입금 금액과 적금 금액에 대한 알림 메일을 보내고, 만기가 될 때쯤 항공권을 예약합니다. 하지만 예약하면 뭐하나요. 여권정보가 모이지 않았는 걸요. 그래서 서둘러 연락을 취해 여권 정보를 모으지만, 여권을 찍어 메일로 보내면 될 걸 그렇지 않아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합니다. 그런 저런 일들을 다 뒤로하고 간신히 항공권 예약을 했는데, 출발을 한 달 하고 얼마 남긴 시점에서 한 명이 사정이 생겼다며 취소를 합니다. 다행은 아닙니다. 항공권 취소시 3만원이 아니라 그 몇 배되는 수수료를 물어야 했거든요. 수수료를 제외하고 보낸 뒤에도 트윈 두 실을 잡았던 걸 트리플 하나로 다시 수정합니다. 트윈 두 실 예약할 때도 취소한 그 분-DB라고 해두죠-이 숙소가 더 저렴한 곳을 찾는다거나, 대욕장이 있는 곳을 찾는 통에 조금 골치가 아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날 아침 비행기라 9시까지 공항에 가야하고, 하루카의 배차 시간이나 아침에 타고 가는 것을 감안하면 절대로 교토역 앞에 있는 숙소여야 합니다.

그 숙소 예약도 마지막 날은 조식을 안 먹으니 조식 먹는 걸로 이틀, 안 먹는 것으로 하루. 이렇게 예약을 따로따로 합니다. 당연히 앞서 예약한 트윈도 그랬습니다. 키 스스로가 고생을 자처한 것이니 뭐라 하나요. 매번 예약할 때마다 호텔 사진과 가격 정보를 비교해서 보내고 허락을 구합니다.


솔직히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메일을 매번 받고 읽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 메일 다 안 봤다? 여행 오기 전날 몰아서 한 번에 다 봤어."

"나도 그래요. 마지막에 출력해서 다 훑어 봤지."


란 말을 들으면 허탈합니다. 말하는 사람은 고맙다는 말을 저렇게 돌려 하는 건지 모르지만 듣는 사람은 기운 빠집니다. 하지만 기운 내라고 보낸 것도 아니고, 키 스스로가 자처한 거니까요. 그러면서 키는 점점 집사로 거듭납니다. 이걸 성장이라고 생각해야 하나요?



개인 환전 엔화는 알아서라는 것은 기본이라 생각했는데 마지막까지 물어오는 분-MC라고 해두죠-이 있네요. 아침 6시에 인천공항에서 보자고 했더니 메일 보내고 한참 뒤에 전화해서는 '인천공항 철도는 5시 40분 출발인데?'라고 하시네요. 키는 집사니까 충실하게 그 분이 타는 정류장을 물어보고는 언제 버스가 지나가는지 확인해서 메일 주겠다고 답합니다. 그리고 답변 메일에서는 몇 번 버스인지, 버스 정류장이 어딘지, 차고지에서 첫 차가 몇 시에 가는지 알려줍니다. 그리고 키는 답장으로 '최고!'라는 답변을 받고는 헤벌쭉 웃습니다.




그리고 키의 고행은 시작됩니다.(먼산)






덧붙임.

여행기는 위의 글처럼 기술합니다. 마지막 날의 일정에는 어머니가 파악한 '네가 이 여행에서 탈력한 이유'가 등장할 겁니다. 그 이유를 들으니 이해가 되더군요. 그리고 두 번 다시 이러면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9시까지 공항에 가면 되겠다 싶어 쇼핑할 겸 일찍 0715 하루카를 타려했는데 말입니다.... 차량 트러블로 운행준지. 이야아아아!


덕분에 0749 하루카는 만석에 입석이군요.


오늘도 무사히. 안 가려던 아라시야마를 두부 요리 때문에 가는건 내키지 않지만, 막내는 따라갈뿐입니다. 혹자는 이걸 시다바리라고 하죠.


그 분ㅡㄹ이 이 블로그의 정체를 아시년 안되는데 말입니다. 저, 해우소가 필요하다니까요?

그리고 오늘도 무사히. 오늘은 저녁 안 먹으렵니다. 아침에 부었어요.ㅠ

귀가 아픈 것이.... 오늘은 감기약 먹고 자렵니다. 오사카는 덥더니 교토는 추워요. 구름이 있어 서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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