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키의 원래 계획은 숙소에 짐을 맡긴 뒤에는 서북쪽의 남산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입국수속과 뒤이은 표사기, 하루카 탑승, 숙소 체크인까지 하고 나니 아무리 강철이라지만 키도 지칩니다. 그리하여 슬슬 일행을 꼬십니다. 남산은 더 멀고 시간이 오래걸리니, 거기 말고 앞서 여행 계획에서 미처 넣지 못한 여우네집을 가자고 한 거였죠.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여우네큰집이 옳은 해석이니 그리 부르겠습니다.


지쳐보여서 안쓰러웠는지, 아니면 더 좋다는 말에 혹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행들은 여우네큰집에 들렀다가 교토역으로 올라오는 것에 찬성했습니다. 그리하여 점심을 먹고 나서는 나라행 열차를 타고 여우네큰집이 있는 여우역에 내립니다. 아니, 쌀역인가.....





JR 역에서 내려 아주 조금만 걸어가면 이런 커다란 도리가 보입니다. 도리가 뭐냐, 이게 왜 신사마다 있냐, 신사와 절은 어떻게 다르냐고 내내 물으시는데 키는 가이드니까 열심히 대답합니다. 이모저모 아는 범위 안에서는 설명했지만 쉽지 않습니다. 일단 신사 앞에는 무조건 저런 입구-도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절 앞에는 없다고 말이지요. 일본에는 신사가 왜이리 많냐, 신사와 절의 역할이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은 대강 얼버무리고 넘어갑니다. 신사가 많은 건 일본에서 800만의 신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고, 역할은 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신관이나 주지승은 마을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맞는 이야기인지 키도 확신이 안섭니다. 음, 기왕이면 검색해서 찾아보셔도 될 건데요. 분명 와이파이 모뎀은 잘 작동하고 있을 테니까요.





이런 커다란 문이 있고 그 안에서 또 참배를 하는 모양인데, 어차피 여기는 등산을 오르기 위해 왔으니 키와 일행들은 슬쩍 지나칩니다.






이건 전체 지도입니다. 이전에는 조금만 오르고 말았는데, 이날은 조금 더 등산을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바글바글하니 많지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요.







참배하는 곳 왼편 계단으로 올라가니 을씨년 스러운 분위기의 장소가 있습니다. 다 돌인데 이 분위기가 참 묘합니다. 한밤중에 올라오면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다고 키는 잠시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저 빨간 도리이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키는 그 안을 들어가며 도리이를 왜 세우는지, 세운 사람들의 정보가 기둥 뒷면에 있다는 등의 설명을 합니다. 음, 물론 서비스는 언제나 요구되기 전에 제공하는 것이 옳습니다.



왜 그 뒤의 사진이 없는지는 모르지만 꼭대기까지 오르지는 않고 중간, 그러니까 세 번째 봉우리까지는 갔습니다. 거기서 도로 내려와 신사 옆의 상점가로 갑니다. 여기서 또 일행들에게 보여야 할 것이 있었거든요.



이 여우 센베 말입니다. 가격도 저렴해서 선물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관심 없이 지나갑니다.(키무룩)


그 앞의 야츠하시 상점도 여기가 본점이라고 설명했지만 두 분 모두 딱딱한 센베를 좋아하지 않는지 그냥 지나갑니다. 센베를 좋아하는 키는 한 봉지 사고 싶었지만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구입을 못했습니다. 뭐, 괜찮아요. 사실 야츠하시보다는 한국에서 무게 달아 파는 그런 전병을 더 좋아하니까요. 대신 그걸 사면 체중 감량이 아주 곤란하기 때문에 가끔만 삽니다. 아주 가끔만.



쌀역에서 교토로 돌아가는 열차는 드물게 옵니다. 그래서 싸늘한 가운데 조금 오래 기다렸네요. 교토역으로 돌아가서는 일단 숙소에서 쉬자고 합의를 하고 올라갑니다. 오후 4시쯤이었나, 아니, 넘었을 겁니다. 들어가면서 로손에 들러 CD를 찾고, 호텔로 가서 프론트에서 열쇠를 받아 방에 올라갑니다. 짐들은 모두 얌전히 방에 올라갔네요.


트윈룸에 임시 침대를 하나 놓아서 침대가 총 셋. 그리고 키는 창가 자리를 쓰겠다고 고집합니다. 그도 그런 것이 다른 두 침대는 가까이 붙어 있거든요. 거기에 원래 춥게 사는지라 창가 옆이라고 해도 그리 춥진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지난 달 키의 자취방 가스비는 23000원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듣고는 너무 춥게 사는 것 아니냐 하셨지만 그럭저럭 괜찮은걸요. 물론 싸늘하긴 합니다.




창가에 놓인 침대는 좁습니다. 하지만 이정도는 별 문제 안됩니다. 평소에도 그렇게 굴러다니는 성격도 아니니까요. 그리고 창가자리는 언제나 좋습니다.





키가 주문한 물건과 부탁받은 것들입니다. 상자는 크지만 사실 속 내용물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다른 분들이 잠시 쉬겠다며 침대에 누운 동안 키는 상자를 다 열어보고 물건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워낙 여기저기서 중구난방으로 도착했던 터라 당장은 확인하지 못하고 나중에 하겠다 생각하며 정리만 합니다. 캐리어에 담을 거라면 아무래도 상자 안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가장 큰 상자를 잘라 조립합니다. 그리하여 부피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모두 제일 큰 상자에 넣고 접어 원래 부피의 25%로 줄입니다. 뭐, CD나 DVD는 그렇게 못하죠.



그렇게 캐리어를 정리하는 사이 일행들은 단잠에 빠집니다. 새벽 일찍부터 움직였을 터라 그렇게 자게 두고 키도 휴식을 취합니다. 택배 정리하면서 나온 쓰레기는 다 분리수거 하지요. 그렇게 완료하고는 6시쯤 일행을 깨워 교토역 이세탄의 식품매장으로 갑니다.


교토역은 여러 번 왔으니 들어가서 기념품 살만한 곳을 소개하고, 또 식품매장 두 층을 함께 돌아봅니다. 저녁은 안 먹겠다는 말에 일행들이 저녁거리를 사들고 호텔에 가서 먹자고 하여 도시락과 푸딩을 구입합니다. 그리고 돌아올 때 편의점에 들러 간식도 삽니다.






그러고 보니 캐리어에 자리가 그리 많지 않아 저 컵라면은 이번에도 못샀네요. 푸딩은 무난했지만 사실 먹고 싶은 케이크는 따로 있었지만 결국 못 먹었습니다. 끼니를 더 중시하시는 분들이라 케이크 살까 할 때마다 먹을 배가 부족하다는 답이 돌아왔거든요. 혼자 먹을 수는 없으니 결국 이번 여행에서 제대로 먹은 케이크는 ... 마지막날에 나옵니다.



딸기도 샀는데 딸기보다는 파인애플을 더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렇게 맛있거나 향이 강하거나 하지 않더라고요. 저 규동 도시락은 구입하면서 양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저 도시락통이 함정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키높이 구두를 생각하면 됩니다. 젓가락을 넣었는데 의외로 깊지 않아서 양은 딱 여자 1인분이더라고요. 그러니 사진에 보이는 것과 과일까지 먹고 나면 저녁을 제대로 먹은 겁니다.



그 부분이 문제이긴 합니다. 키는 보통 10시에 잡니다. 아침에는 새벽같이 일어나지요. 아니, 새벽같이가 아니라 새벽에 일어납니다. 그 때문에 저녁을 늦게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아 잠을 설칩니다. 근데 옆에서 일행들이 먹고 있으면 식욕이 돌게 마련이지요. 조금씩 야금 야금 먹다보니, 결국 여행 다니는 내내 몸이 부어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로 조금 예민했던 데다 저녁도 먹고, 잠도 설쳤고, 아침에는 새벽에 깨고 이러니 안 피곤할 리가요. 여행 내내 힘들었던 것은 이런 이유가 큽니다.




그래도 이날은 10시에 잠들었는데 고이 잠들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계속)




덧붙임. 질문을 하면 옆에서 제깍제깍 뭔가 답변이 나오니 딱히 검색하려고 핸드폰을 꺼낼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오기 전에 미리 공부 좀 하고 오시지.;ㅂ; 아니면 아예 공부할 생각이 없었는데 대답을 잘하니 신기해서 더 질문이 나온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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