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목이 무엇의 오마쥬인지 아시는 분은 나이가 좀 있으신 분입니다. 『Key the metal idol』이란 옛 애니메이션이 있었지요. 그리 행복한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기억하는데 본 적이 없으니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여행을 마무리 지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언가를 잡아채고 보니 저거더군요. 철의 집사, Kirnan. 하지만 다 쓰면 기니까 줄였습니다. 거기에 원래 집사는 butler보다는 steward가 맞겠지만 운율을 맞추다보니 그리 되었네요.



동행자들이 혹시 보게 될지 몰라 이하의 모든 여행기는 가게와 일정을 적절히 돌려씁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댓글 주시면 덧글로 달아놓겠습니다. 어차피 유명한 가게들이니 묻지 않으시고 적절히 검색하셔도 나옵니다. 그리고 저는 이 글에서 Metal Butler인 Ki, 키가 됩니다. 모쪼록 즐기옵소서.





여행의 발단은 1년 전이었습니다. 1년 전, 예전 직장 동료들과 모인 자리에서 여행 같이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하여 모임의 막내인 키가 총무를 맡아 적금을 들기로 하고, 장소 등은 이후에 결정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막상 장소 결정할 때가 되자 키는 저도 모르게 자주 다녔던 간사이, 그 중 교토를 장소로 잡습니다. 3박 4일의 일정으로 하고, 아침 비행기로 출국, 귀국을 하기도 하면 실제 쓰는 것은 약 3일이지요. 평소 잘 짜는 코스로 해서 잡아 들이밀자 다들 바쁜 일이 있던 터라 결정권은 맡기겠다고 하여 키가 전체 여행 계획도 맡습니다. 이것이 무덤으로 들어가는 고속도로였다는 것을 몰랐던 겁니다. 아니, 그 때는 그게 터널일지 무덤일지도 몰랐지요. 원래 다 그런 겁니다.



교토 3박 4일. 그리고 항공권도 미리 골라 놓습니다. 처음에 가기로 한 인원에서 한 명 줄어 항공권 예약은 넷만 합니다. 넷이 되어도 그 중 키가 막내라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몇 개월에 한 번씩 입금 금액과 적금 금액에 대한 알림 메일을 보내고, 만기가 될 때쯤 항공권을 예약합니다. 하지만 예약하면 뭐하나요. 여권정보가 모이지 않았는 걸요. 그래서 서둘러 연락을 취해 여권 정보를 모으지만, 여권을 찍어 메일로 보내면 될 걸 그렇지 않아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합니다. 그런 저런 일들을 다 뒤로하고 간신히 항공권 예약을 했는데, 출발을 한 달 하고 얼마 남긴 시점에서 한 명이 사정이 생겼다며 취소를 합니다. 다행은 아닙니다. 항공권 취소시 3만원이 아니라 그 몇 배되는 수수료를 물어야 했거든요. 수수료를 제외하고 보낸 뒤에도 트윈 두 실을 잡았던 걸 트리플 하나로 다시 수정합니다. 트윈 두 실 예약할 때도 취소한 그 분-DB라고 해두죠-이 숙소가 더 저렴한 곳을 찾는다거나, 대욕장이 있는 곳을 찾는 통에 조금 골치가 아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날 아침 비행기라 9시까지 공항에 가야하고, 하루카의 배차 시간이나 아침에 타고 가는 것을 감안하면 절대로 교토역 앞에 있는 숙소여야 합니다.

그 숙소 예약도 마지막 날은 조식을 안 먹으니 조식 먹는 걸로 이틀, 안 먹는 것으로 하루. 이렇게 예약을 따로따로 합니다. 당연히 앞서 예약한 트윈도 그랬습니다. 키 스스로가 고생을 자처한 것이니 뭐라 하나요. 매번 예약할 때마다 호텔 사진과 가격 정보를 비교해서 보내고 허락을 구합니다.


솔직히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메일을 매번 받고 읽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 메일 다 안 봤다? 여행 오기 전날 몰아서 한 번에 다 봤어."

"나도 그래요. 마지막에 출력해서 다 훑어 봤지."


란 말을 들으면 허탈합니다. 말하는 사람은 고맙다는 말을 저렇게 돌려 하는 건지 모르지만 듣는 사람은 기운 빠집니다. 하지만 기운 내라고 보낸 것도 아니고, 키 스스로가 자처한 거니까요. 그러면서 키는 점점 집사로 거듭납니다. 이걸 성장이라고 생각해야 하나요?



개인 환전 엔화는 알아서라는 것은 기본이라 생각했는데 마지막까지 물어오는 분-MC라고 해두죠-이 있네요. 아침 6시에 인천공항에서 보자고 했더니 메일 보내고 한참 뒤에 전화해서는 '인천공항 철도는 5시 40분 출발인데?'라고 하시네요. 키는 집사니까 충실하게 그 분이 타는 정류장을 물어보고는 언제 버스가 지나가는지 확인해서 메일 주겠다고 답합니다. 그리고 답변 메일에서는 몇 번 버스인지, 버스 정류장이 어딘지, 차고지에서 첫 차가 몇 시에 가는지 알려줍니다. 그리고 키는 답장으로 '최고!'라는 답변을 받고는 헤벌쭉 웃습니다.




그리고 키의 고행은 시작됩니다.(먼산)






덧붙임.

여행기는 위의 글처럼 기술합니다. 마지막 날의 일정에는 어머니가 파악한 '네가 이 여행에서 탈력한 이유'가 등장할 겁니다. 그 이유를 들으니 이해가 되더군요. 그리고 두 번 다시 이러면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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