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키는 그리 상쾌하지 않은 상태로 눈을 떴습니다. 새벽 2시에 아이패드를 열고 시간 확인한 것은 확실하게 기억합니다. 키가 잠을 설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평소 안 먹던 저녁을 먹어 위가 차 있으니 깊은 잠을 자지 못한데다가 밤새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는 문제입니다. 잘만하면 도로 들리고, 들리면 신경쓰여서 잠이 덜오더군요. 안오지는 않습니다. 다만 평소보다 잠드는데 시간이 걸렸을 따름입니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방 안에서 들리는 소리인데 ... 키는 집사니까 거기까지만 생각합니다. 음, 키 본인도 혼자 자기 때문에 눈치를 못채는 것일뿐이지, 또 같은 증상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일정이 힘들어 다들 코를 골았다거나.



키가 호텔을 트윈룸에서 트리플로 바꾸면서 이 숙소를 추천한 이유는 아침밥이었습니다. 조식 평점이 자란기준으로 4.0을 넘기더군요. 어쩌다보니 일본 호텔 조식 1위(고베 피에나)랑 3위(삿포로 한큐)는 겪어 봤지만 여기도 4.0이 넘는다니 궁금합니다.


아침식사는 일본식과 뷔페식 두 종류가 있습니다. 일본식은 한 상차림으로 나오고 뷔페식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는 겁니다. 과일도 많고 디저트도 많고, 거기에 죽이랑 밥도 있어 뷔페에서도 일본식으로 가져다 먹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본식보다는 서양식을 좋아하니 메뉴도 그렇네요. 소시지와 샐러드, 조림 약간, 그리고 달걀말이. 프렌치 토스트와 고기경단, 비단두부에 소스를 얹은 것, 그리고 또 스크램블 에그.

저편으로 보이는 오믈렛도 키가 들고 온 겁니다. 왼편의 후르츠 칵테일은 그냥 그랬지만 한 번쯤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우유도 맛있고요. 저녁을 먹어 아주 맛있게 먹지는 못했지만 나쁘지 않은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키는 프렌치토스트를 하나 더 가져다 먹고 싶었지만 다들 식사가 끝난 데다 속이 부담 스러워 거기서 멈춥니다. 게다가 달걀을 많이 먹기도 했고요.

그리고 프렌치 토스트는 집에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달걀과 우유 듬뿍, 설탕 약간, 소금 약간. 그리고 빵을 푹 담가두었다가 굽기만 하면 됩니다. 쉽지만 번거롭다며 만드는 일 없는 메뉴죠.



키의 성격 대로라면, 그리고 혼자 여행왔다면 7시 땡하자마자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즐기고 나서 올라가 8시에는 나갈 텐데 말입니다. 성격이 급한 겁니다. 집사는 일행분들을 6시 20분쯤 TV로 깨우고, 준비 다하고 기다린 뒤 조식권을 챙겨서 나왔습니다. 7시 10분이더군요. 아침을 먹고 올라가 양치하고 나니 8시가 넘습니다. 설렁설렁 내려와 8시 20분쯤 버스를 타고 동쪽산을 향합니다.







5가와 동쪽산 지역이 만나는 즈음, 오가 언덕이 있습니다. 그 정류장에서 내려 언덕을 설렁설렁 올라갑니다. 다 올라가니 이건 등산이구나 싶긴 합니다.






역광이라 사진이 어둡게 나왔는데, 왼편에 보이는 것이 입구의 전각입니다. 키는 전각을 보며 '저렇게 허세 부릴 일이 왜 있나' 싶습니다. 상체비만이고 다리는 빼빼마른 사람이 거들먹 거리는 것 같아 보여 그렇습니다.






어찌보면 치맛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처마 자락이 들린데다 안쪽은 흰색이랑 주색을 칠해서 그런가봐요.






들어가는 곳의 나무는 매화인건지, 작은 봉우리가 몽글몽글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키는 사진 찍는 솜씨가 그리 없어 초점이 멀리 날아갔네요.






학구적인 분들이라 같이 이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한옥하고는 꽤 달라요."

"단청이 아니니까. 여기는 주칠을 하는데, 왜 완전 빨강이 아니라 저런 주색을 쓰는 거지? 마를 쫓는 거라면 붉은 색이잖아요."

"게다가 한국과는 달리 층이 높아요."

"뭐, 황룡사 9층탑 같은 것도 층이 높긴 하죠."


같은 이야기들. 9시 전에 입장해서 그런지 사람들은 적습니다. 500엔을 내고 입장료를 구입해 더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그 옆에서 MC가 키에게 묻습니다.

"왜 일본 절에는 불상이 안 보여?"

"어, 그러게요. 불상 본 기억이 없긴 한데. 하지만 나라 같은 곳에는 대불도 있으니까 아예 안 모시진 않을 거예요."


뭐, 지금 생각하니 산주산겐도에도 불상이 있지요. 그게 부처상인지 나한상인지는 기억 나지 않지만 위의 사진에 있는 것은 관음보살이고, 본당 안쪽에서는 불상이 안보입니다. 못 찾은 건지 없는 건지는 모르겠네요.






더 걸어가 사진 촬영소에서 찰칵. 저기서 떨어져도 사망하진 않는다는데, 지금 보니 앞쪽의 나무를 다 정리해서 잘못 떨어지면 사망은 아니더라도 큰 부상은 입을 것 같습니다.





봄에 온다면, 더더욱 아름다운 풍경이겠지요. 그리고 저기에는 입추의 여지도 없을 정도로 사람이 바글바글할 테고요. 키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일행을 안내해 아래로 내려갑니다.


다들 연애나 공부나 재력에는 관심이 없어 물줄기는 그냥 지나갑니다. 일행중 누군가 말합니다.


"내가 봤을 땐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부자가 될 것 같진 않아. 그러니 안 마실래"


그런 겁니다. 요행은 바라면 안돼요. 키 역시 위의 의견에 동의하며 지나갑니다.





이번엔 삼년언덕을 따라 내려가며 뒤돌아 사진을 찍습니다.







다른 건 좋은데 왜 저런 과자가 절 근처 매점에 있는지는. 사실 교토 시내에서도 한 번 더 봅니다. 하지만 저런 과자가 맛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으니 살포시 무시하고 갑니다.





노노혼처럼 꼬리를 흔드는 고양이들. 안쪽에 보이는 작은 것과 앞쪽에 보이는 큰 것이 있는데 다 태양열로 움직인답니다. 집사답게 키는 여기서도 통역을 맡습니다.


"이거 배터리 뭐 쓰는지 물어봐주세요."

"아, 솔라, 그러니까 태양열이래요. / 그리고 햇빛 말고 전구 불빛으로도 가능하다는데요?"

여러 차례에 걸친 대화를 빠짐없이 통역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은근히 피곤하네요.





고양이 부채도 멋지지만 개당 5천엔. 비쌉니다.






지나가다보니 이런 인형도 보이는데 폭소하며 찍고 나서 지금 생각하니, 하나쯤 살 걸 그랬다고 후회합니다. 하지만 집에 인형이 너무 많아 저런 달걀은 어디 놓을지 고민됩니다. 그러니 안 사는 것이 맞는 거예요. 키는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언덕이 끝날 즈음, 어디 들어가서 커피 마시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침에 커피는 마셨지만 호텔 커피는 카페인이 거의 없으니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침 가려고 했던 카페가 코 앞까지는 아니지만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이게 이년언덕이었나요. 삼년언덕의 연장선인가요. 하여간 이 사진에서도 저 멀리 목적지가 보입니다. 중간 기착지, 그러니까 세이브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이노다커피 지점입니다.






커피 마시러 들어가자며 안내했는데 주변을 둘러보느라 잠시 시간을 지체합니다. 이전에 왔을 때는 개점 시간이 10시였던 걸로 기억한 키는 먼저 들어가 커피점이 영업하는지 확인하고 일행을 안내합니다.



다행히 이노다커피에서는 메뉴판 아래 메뉴가 영어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보고 대강 짐작은 하지만 자세한 설명은 또 일본어니까요. 비엔나커피에 올라가는 것이 아이스크림일까 크림일까 하면서 비엔나커피 두 잔을 주문합니다. 이노다커피에서 유명한 것은 밀크커피랑 진주인데 뭐, 그런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는 것이 낫지요.





비엔나커피 두 잔이 먼저, 진주가 나중에 나옵니다. 잔 정말 예쁩니다. 하나쯤 구입해가고 싶은데, 기억이 맞다면 4200엔이었을 겁니다. 일상적으로 쓰기에는 용량이 작은데다 가격도 비쌉니다. 그러니 여행와서 작은 호사를 맛보는 것에 만족합니다. 그리고 저 커피잔보다 비싼 커피잔이 서랍 속에 잠들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키의 뇌리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비엔나커피의 크림이 생크림인지 아이스크림인지는 모르지만 두 분 입맛에는 크림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나봅니다. 아침부터 신나게 운동한 뒤라 그렇겠지요. 크림을 리필 받을 수 없냐고 하긴 했지만 그런 이야기까지 통역할 정도는 아닙니다. 집사니 적절히 들어 넘기는 내용도 있게 마련이지요.






다시 봐도 잔 참 괜찮은데, 일상적으로 쓰기에는... (하략)






이노다커피는 흡연칸과 금연칸이 한 공간안에 있습니다. 공간을 완전 분리하지 않고 한 곳에서 쓰도록 하고 있지요. 담배냄새가 나긴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다시 업무와 관련된 심도 있는 대화를 한 시간 가량 나누고 그 다음 목적지인 기온을 향해 출발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MC와 SC에게 조금 많이 미안한 것이, 반쯤은 의도적으로 점심을 건너뛰었거든요. 디저트로 식사가 가능한 터라 점심 즈음 먹은 간식을 그냥 끼니로 삼아....

(계속)





덧붙임.

저는 삼시세끼 챙겨먹지만 그것이 꼭 밥이거나 끼니일 필요는 없습니다. 즉 빵이나 간식, 아이스크림 등으로도 한 끼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챙겨먹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불량한 집사가 아닐 수 없지요. 뭐, 일행들은 제게 모든 걸 맡겨놓은 상황이니 직접적으로 점심 안 먹어?라고 말하지는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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