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초행길이라는 것은 셋이 같지만, 문명의 이기 아이패드를 손에 들고 다니며 지도 검색을 하는 것은 키입니다. 일행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만 한 명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한 명은 가끔 확인합니다. 그런 고로 이번에도 안내는 키가 맡습니다.





남산 전차역에서 내려 절 정문 방향으로 걸어가면 두부 정식집이 금방 나옵니다. 이름은 여우네집과 비슷하군요. 세트 메뉴에 2천엔 조금 안되는 정도입니다. 1인당 1500-2000엔으로 예산 잡으면 되는데 가격이 약간 높은 편이니 키는 그 전날에 메뉴를 보여주고 확인을 받습니다. 그리고 기다렸다가 직원의 안내를 받고 자리를 잡습니다. 12시 조금 넘긴 시각인데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신기하네요.


메뉴판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고민하다가 다른 두 사람은 데운두부를 먹을 수 있는 정식을, 키는 다른 채소 같은 것이 더 들어가지만 오히려 저렴한 정식을 주문합니다. 근데 데운두부가 나오는 정식은 사진 찍은 것이 없네요. 키의 메뉴는 주문받으면서 두유국물과 간장국물중에서 선택하라고 합니다. 두유가 특이하니 그쪽을 선택하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그냥 두유가 아니라 일본된장을 풀어 넣은 국물입니다. 맛있습니다.





키가 주문한 정식은 이렇게 나옵니다.





뚜껑을 열면 이런 모양입니다. 냄비에 들어간 두부는 다른 두 사람의 정식보다는 양이 적고, 채소가 더 들어갑니다. 가격도 조금 저렴했지요. 데운두부보다는 이렇게 전골 비슷한 형태로 나오는 메뉴라 끌렸습니다. 밥 맛은 취향보다는 된밥이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가운데 보이는 하얀 종이 같은 것은 종이가 아니라 아주 얇은 찰떡입니다. 냄비에 넣었다가 꺼내 먹습니다.





채소절임은 적절히 짭짤해서 밥 반찬으로도 잘 어울립니다.





된장국에는 무도 들어갑니다. 채썬 무는 푹 익어 있어 마치 무국을 먹는 것과도 같은데 그게 또 된장 국물이니 술술 넘어갑니다.





왼쪽은 아마도 붉은된장을 써서 만든 소스 같습니다. 고추장은 아닌데 상당히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돕니다. 오른쪽은 아마도 떡..? 쫀득한 떡에 된장 소스를 발라먹으면 됩니다. 소스는 다른 음식과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것은 깨두부인데 푸딩과도 같이 굉장히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고소하니 참 맛있어요.





냄비안에는 채소와 어묵, 배추, 두부가 들어 있습니다. 국물은 두부를 만들 때 나온 국물이 아닌가 싶은데 확실히는 모르겠네요. 거기에 된장을 풀었을거라 생각해봅니다. 하여간 국물도 맛있습니다.


하지만 키는 이걸 먹으러 남산에 일부러 찾아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산은 멀고, 그래서 교통비와 시간이 많이 들고, 이전에 고즈넉하고 조용해서 좋다던 관광지는 어디가고 없으니까요. 키가 보기에 지금의 남산은 서울의 남산이나 삼청동 같습니다. 그래서 죽림도 고이 피합니다. 차라리 새벽에 가는 것이 좋고 그게 아니라면 담양을 가는 것이 나을 겁니다.





절의 연못에는 시든 줄기만 남아 있군요.





달 건너는 다리도 차로가 되어 옛날의 그 운치는 없어보입니다. 사람도 많고요. 여기까지는 종종 왔지만 저 건너편은 안 갔는데, 보아하니 거기도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조용히 후퇴합니다. 게다가 일행들이 커피를 찾습니다. 하지만 여기 커피... 어디가 맛있는지는 모릅니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적절한 카페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습니다.





그렇게 주문한 파르페와 벚꽃 아이스크림. 벚꽃아이스크림은 체리맛 아이스크림이 아니니 헷갈리면 안됩니다. 게다가 여기도 팥이 들어갔고요. 맛은? 솔직히 그리 좋지 않습니다. 파르페의 고사리떡도 고급이라고 하긴 어렵고, 아이스크림은 얼어서 서걱서걱한 느낌이 있습니다. 시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으니 좀 나은가요. 커피는 그냥 무난한 맛. 관광지의 맛이라고 생각하며 남산은 이제 안와도 되겠다 싶습니다.


혹시 또 모르죠. 천사의 거처에 가겠다며 방문할지도요.



내려오는 길은 JR을 탑니다. 근데 또 간발의 차로 열차를 놓쳐서 꽤 기다립니다. 첫날의 하루카는 안 기다렸고, 그 다음의 쌀역 갈 때는 조금 기다렸고, 올라오는 열차는 더 기다렸고, 둘째날에는 버스를 한 번만 탔지만 금방 탔고, 셋째날은 은각사 금방 탔지만 그 다음에 기독교 대학 갈 때 한참 기다리고, 다시 전차 타러갈 때 한참 기다리고, 전차는 금방 탔지만 다시 JR 탈 때는 기다렸습니다. 이모저모 따지니 결론적으로 교통편 연결은 그리 좋지 않았네요. 게다가 넷째날은.... 그건 다음 편에 다루겠습니다.



스타벅스에 가고 싶다는 일행의 말에 키는 교토타워 건물 아래에 있는 스타벅스를 떠올립니다. 교토역에 내려서는 저녁거리 장을 보고 스타벅스로 갑니다. 이날도 늦게 간식을 먹었고, 점심을 양껏 먹었으니 저녁은 건너뛰는 것이 좋은데 일행들은 저녁 먹는 것이 좋은가봅니다. 그럴 거면 그냥 두 분이 다녀오셔도 되는데, 집사를 챙기시는 걸까요.



하여간 첫날 저녁처럼 이런 저런 먹을 거리를 사들고 스타벅스에 갑니다. 자리를 먼저 잡고 그 사이 집사는 줄을 서서 음료를 주문합니다.




라떼 세 잔과 시폰케이크, 그리고 마론케이크.

가장 스타벅스 라떼를 마시고 싶어했던 분이 한 모금 마시고 말합니다.


"뭐, 한국이랑 맛이 비슷하네."


한국보다 일본 스타벅스의 맛이 낫다고 생각하는 키지만 이번에는 반박을 할 수 없습니다.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았는데, 직원들이 어리숙했거든요. 우유거품도 그렇고 담아내는 것도 그렇고. 영 맛없어 보였습니다. 실제 마셨을 때도 한국에서 마신 스타벅스의 맛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이날 저녁 때 키가 먹고 싶다며 사들고 온 것은 이겁니다.





전날 화과자를 샀던 집에서 이번에는 떡을 사왔지요.





왼쪽은 떡이 아니라 밥 뭉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고, 오른쪽은 경단입니다. 이 경단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전 여행에서 시장의 쌀집에서 먹었던 것이 더 맛있습니다.





숙소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에는 저 충전기도 있습니다. 방도 생각보다 넓은 편이었지만 생각해보니 같은 트윈이라도 넓은 쪽을 선택해서 그럴 겁니다. 하여간 저렇게 다양한 종류의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그것도 두 개가 있어서 아이패드 충전할 때 상당히 유용하게 썼습니다. 앞서도 사진 찍는다고 해놓고는 뒤늦게 떠올라 나가기 전날에야 찍었군요.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그리고 내일은 드디어 마지막 날. 진을 다 뺀 사흘째 밤도 이렇게 무사히 지나가나봅니다.

(계속)




덧붙임.

여행 기간 중에 올린 글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사다난했지요, 돌아가는 길도. 하여간 저날도 수면 부족이었습니다. 3일 내내 그랬네요. 스트레칭을 하지 못했고, 저녁 식사를 했고, 긴장상태였고, 수면 부족이었으니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도 당연한지 모릅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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