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는 이노다커피에서 어머니 드릴 선물로 인스턴트 커피를 골랐습니다. 여행선물로 과자를 사오면 체중조절에 문제가 생긴다며 절대 사오지 말라 하셨지만, 지난 여행 때 사온 커피가 다 떨어지면 새로 사야하나 고민하시는 걸 봤기 때문에 선물 고르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인스턴트 커피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색이 딱 오인전대네요. 그런 망상을 하며 가장 유명하다는 블루마운틴은 놔두고 진주 커피를 고릅니다. 빨간색이라 색도 예쁘거든요.

4200엔짜리 커피잔 세트를 놓고 잠시 고민하지만 집에서 잠자고 있는 다른 그릇들을 떠올리며 단호히 거부합니다.






그리고 다시 걷기. 이번에는 이년언덕을 따라 걸어가서 무슨 탑을 하나 보고 기온으로 향합니다. 야사카신사 앞으로 나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이번에는 잠시 헤매면서 구글 지도의 힘을 빌려 찾아갑니다. 그 때 이야기를 들었지만 다른 두 분도 살짝 길치랍니다. 아마도 방향치...?






목적지는 아주(?) 익숙한 아이스크림집입니다. 키의 취향일지도 모르지만 여기 아이스크림은 먹어보고 반한 적이 있어 한 번쯤 먹어봐야 한다 생각하고 일행을 끌고 왔습니다. 떡이 들어간 팥죽과 파르페, 갓 만든 아이스크림을 함께 주문합니다. 차를 함께 내오는 것도 좋네요. 가지차는 이날 일행들이 처음 마셔보았는데 구수한 그맛이 좋다 하더랍니다.






여기서 야츠하시도 처음 맛보았네요.






갓만든 아이스크림은 이번에 처음 먹었지만 또 다른 감동이었습니다. 굉장히 부드럽게 입에서 녹아내립니다. 한쪽은 깨, 한쪽은 콩.






팥죽은 단팥죽이라기 보다는 단팥국이나 팥탕이 아닐까 싶지만 그래도 뜨끈하고 달달한 맛이 피로 해갈에 도움을 줍니다. 차가운 것만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키가 시킨 메뉴였지만 일행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따끈한 음식이니까요.




다시 걸어서 기온 거리로 나갑니다. 그리고는 설렁 설렁 걸어서 밥상시장으로. 키는 교토 올 때마다 이 시장을 가기 때문에 이제는 대강 방향만 잡고 설렁 설렁 다녀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게 좋은 건가요. 시장길을 따라 죽 걸어가며 이것저것 설명합니다.


"저 채소절임은 된장이야? 아닌가?"

"겨 같은데"

"겨 맞아요. 보통 겨된장에 채소를 묻더라고요."


거기에 다양한 채소들도 있고 특히 겨울이라 무가 많아 이것저것 구경을 합니다. 지나가는데 SC가 키를 붙잡습니다. 디저트만 먹고 점심은 안 먹은 터라 뜨끈한 어묵을 보니 허기가 돌았나봅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한 번도 어묵을 안 먹었네요. 가게 메뉴판에 재료가 간단히 소개되어 있어 하나씩 고른 뒤에 키가 주문합니다. 당연히 총무인 키가 지불도 하고요. 옆에 자리가 있다는 안내에 따라 가게 옆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어묵을 베어뭅니다.





이런 가게였어요.






키가 고른 어묵은 고구마를 비롯한 채소가 들어간 어묵입니다. 짭짤 달달한 교토 특유의 맛에, 기름지기도 하고, 찜통에 올라 있던 거라 말랑말랑합니다. 밀가루가 적게 들어간 건지, 아니면 생선살만으로 만든 건지. 부드러운 어묵살 사이에 맛있게 폭 익은 채소들이! 정말 맛있더랍니다.




시장 끝자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빈즈테라고 부르는 작은 테이크아웃 커피점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커피콩 100g을 사고는 어떻게 교토역으로 돌아갈까 의논합니다. 거기서 불쑥 SC가 말합니다.


"여기서 교토역 멀어요? 걸어가기 어렵나?"


키는 잠시 고민하다가 걸어갈 수 있는 수준이라 대답합니다.


"그럼 좀 걷죠."


넹. 그러죠. 가서 카페도 가고 숙소에서 쉬면 되겠지요.



교토를 좀 다녀보신 분이라면 이게 어느 정도 거리인지 감이 잘 안오실 겁니다. 설렁설렁 걸어서 교토역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더군요. 그러니까 굳이 표현하자면, 통인시장에서 종로3가까지 걷는 것과 비슷할 거라 봅니다. 아마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골목을 돌고 돌아 교토타워를 이정표 삼아 걷습니다. 그 와중 키는 동쪽에 있는 절 근처를 지나가면서 본 고양이들을 보고 식빵굽는 자태가 아름답다 생각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교토역에서 어디를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말차를 사용한 디저트를 먹자 싶어 교토 이세탄의 찻집에 갑니다. 이번에는 말차와 녹차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이 돌아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녹차는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말하는 센차이고, 말차는 녹차를 덩어리로 만들어 가공한 다음 맷돌 등에 갈아 만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내용을 정리해 집사답게 성심성의껏 대답합니다. 그리고 과정을 봐도 아무래도, 말차쪽이 고급이란 생각이 들죠. 특히 이 찻집에서 쓰는 것은 그램당 꽤 가격이 나가는 제품을 쓸걸요. 키는 그런 생각을 하며 몇 년 전에 구입해 서랍장 깊숙한 곳에서 잠자는 말차를 떠올립니다. 오래되었으니 그냥 마시는 것은 무리고, 이제는 과자에 써야 하나봅니다. 그 가격의 비싼 말차를 과자에 쓰다니 아까워라.


이번에는 영어 메뉴판이 나와서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하지만 팥죽 시킬 때 질문이 돌아옵니다. '경단을 흰색으로 하시겠어요, 쑥으로 하시겠어요?' 이런 것도 다 통역해서 의견을 모아 전달합니다. 가이드 겸 통역가.....





계절 한정이라는 봄 파르페. 옆에는 와라비모치도 함께 나왔습니다. 키는 북쪽의 유명 화과자집을 갈 생각이었으니 이거랑 비교해서 먹어봐도 괜찮겠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론만 말하면 못갔습니다. 못갔어요.






경단만 봐도 아이스크림집이 낫습니다. 거기의 경단은 말랑말랑한 것이 갓 만든 느낌인데, 이건 만들어서 두었던 것을 올린 것 같아요. 찻집의 재료가 좋을지 몰라도 아이스크림집이 갓 만든 느낌이라 더 마음에 듭니다.

위의 크림은 벚꽃 크림이라, 체리 크림이 나올 줄 알았는데 짭짤한 크림이라 신기해 하는 반응이 나옵니다. 키는 또 여기서 벚꽃 절임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벚꽃 소금 절임을 넣어 만든 크림일거라고요.






이건 말차와 팥죽 세트.






앞서 먹었던 아이스크림집의 것보다 이쪽이 조금 더 걸쭉합니다. 어느 쪽이 더 맛있다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같이 나온 다시마절임은 아이스크림집이 덜짜고 작아서 더 낫다는군요. 이쪽은 쑥 경단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옆의 말차. 이번 여행의 처음이자 마지막 말차였습니다. 따로 마실 일은 없어서 그랬지요. 어떤 반응을 보일까 키는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그렇지만 한 모금 마시고는 '그냥 가루 녹차하고 똑같아요.'라는 답이 돌아오자 좌절합니다. 한 모금 마셔보지만 가루녹차하고는 색도 그렇고 맛도 꽤 다른 걸요. 하기야 요즘의 가루녹차가 아니라 예전의 가루녹차를 떠올려 비교한 것이지만, 키가 먹었던 가루녹차는 풋내가 나고 쓴 맛도 강합니다. 이건 그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이네요. 가루녹차가 어린애 혹은 애송이라는 느낌이면 이건 그보다는 좀 더 성숙한 맛입니다.


뭐, 그러려니 생각해야지요.




또 다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안 그래도 저녁 안먹을 생각이라 두 분만 드시라 했더니 뜨끈한 국물이 필요하다 하시네요. 라멘. 그리하여 이날의 저녁은 교토역에 있는 라멘코지가 됩니다. 그리 되면 자연스럽게 교토역 야경 구경도 이날이 되지요.






라멘코지도 번역이 필요합니다. 어느 것이 돼지뼈 국물이 아니라 무난한 국물일지 찾습니다. 최종적으로 낙찰 본 것은 닭뼈를 썼다는 라멘집입니다. 후쿠시마쪽 라멘집이라는 것은 기억하는데 이름은 잊었네요. 아마 오른쪽 편에 있는 것 중 하나일 겁니다.



자판기에서 미리 메뉴를 골라 뽑아가면 티켓을 받아 안쪽에 주문하는 형태더랍니다. 돼지고기 차슈가 듬뿍 올라가는 라멘 세트와 기본 라멘, 그리고 교자를 시킵니다.







다만 피곤하다보니 여분 그릇 하나 더 가져다 주냐는 질문을 제대로 못 알아들었습니다. 키도 자주 실수 합니다 .가끔이 아니라 자주요.(...)






세트. 삶은 달걀과 덮밥이 함께 나옵니다. 고기! 게다가 국물은 소금으로 간 한 것인지 짭짤하면서도 매끈한 국물이더랍니다. 원래 저녁을 먹을 생각이 없었던 키도 젓가락이 자주 갑니다.






이건 기본 라멘.





이게 전체 모습. 만두도 무난했습니다. 바삭하고 촉촉하고 육즙이 흐르는 만두.






다 먹고 난 뒤 키는 일행을 끌고 야경을 봅니다. 낮에는 그냥 UFO 등대 같은 타워지만 밤이 되면 빛납니다.






그리고는 저 남쪽편의 유리에 비친 교토타워도 찍어봅니다. 자세히 보면 교토역 남쪽의 풍경 위에 옥상 정원의 조명과 타워가 둥둥 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키도 교토역은 몇 번 올라왔지만 이런 풍경은 처음입니다. 멋지긴 하네요. 일행이 있으니 이렇게 평소 못 보던 풍경도 보게됩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그날의 전리품을 찍어봅니다. 그리고 다시 밤의 티타임.






키가 준비한 센타로의 화과자, 그리고 교토역 지하 식품매장에서 구입한 과일 두 종. 거기에 기온에서 구입한 검은콩차. 티타임 준비 끝!





맛보기로 구입한 차과자도 꺼내 들어 진짜 티타임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키의 폭면, 이었으면 좋겠으나 오늘도 내부 소음은 계속 됩니다. 주욱.

(계속)




덧붙임.

확실히 일행이 있으니 평소 안가던 곳을 가게되더군요.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피곤한 것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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