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을 쓸 책이 두 종이지만 일단 하나는 뒤로 돌리고, 아리카와 히로의 이야기부터 먼저 하겠습니다.


도서관 전쟁부터 시작해 도서관 내란, 하늘 속을 읽고 그 뒤에 도서관에서 빌려 소금의 거리 , 바다 밑까지 읽어 한국에 출간된 아리카와 히로의 책은 다 보았습니다. G는 이중 도서관 시리즈까지 보고는 손을 뗐고 그 이유로 '자위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싫다'고 했습니다. 저야 로맨스 소설 보는 느낌으로 책을 읽고 있었으니 조금 덜하긴 했는데 전체를 다 보고 나니 G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그 때까지 묻어두고 있던 불편한 감정들이 하나 둘 튀어 나옵니다. 그러니 이 글은 불평글입니다. 이 작가를 좋아하신다면 넘어가시는게 나을지도..?



작가가 깊이 생각하고 포석을 깔았든 아니든간에,현재의 헌법 체계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자위권만 인정하고 공격은 할 수 없게하는 것 말입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양화대와 도서대의 싸움이 그랬고, 그 싸움에 대해 묘사하는 '신세계'의 오리쿠치가 그랬습니다. 물론 그렇게 끼워맞춰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책에서도 자위권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등장합니다. 하늘 속은 아직 세계군수시장에 내놓을 수준이 안되는 일본의 항공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바다 밑은 아예 대놓고 써놓습니다.

엄청나게 웃자란 갑각류가 사람들을 습격해서 마구 잡아 먹는데, 경찰로서는 대응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 고로 자위대의 출동을 바라고 있지만 자위대는 출동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상황을 유도해 자위대가 출동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듭니다. 그 뒤에 이런 이야기를 담습니다.

<바다 밑>, p. 406
(중략)
 누구에게도 위로할 말이 없었다. 헛되고 중대한 희생을 강요당한 것은 전원이 알고 있었다.
 자위대만 빨리 나섰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모두가 생각하는 그런 가정에는 의미가 없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이 나라였다.
(중략)


그리고 이런 '자위권'에 대한 응당한 이유로 등장하는 것은 같은 편이라지만 뒷짐지고 사태 추이만 바라보고 있다는 미국과 모 나라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자위대에 대한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는 하늘 속에 자세히 나옵니다. 일본 정부가 공격을 했던 것은 모 나라에서 그 괴물을 없애라고 압박을 하며, 만약 공격하지 않으면 핵 미사일을 날리곘다라고 협박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핵 미사일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시간까지 정해놓고 압박(협박)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와아. 안봐도 뻔하죠. 모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는 말입니다.
소금의 거리나 하늘 속이나 바다 밑이나 다 군대 이야기가 주류이기 때문에 미군도 꼬박꼬박 등장하는데 말입니다, 하늘 속에서는 역시 관망세. 바다 밑에서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군대가 주둔한 국가의 지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등장합니다. 아니, 뭐, 실제도 그럴거라 생각하지만 말입니다.-_-;

하여간 이들 책에서는 더 적극적인 자위권, 방위권을 주장하고 있고 이런 책을 읽은 학생들 역시 그런 생각에 공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군대를 갖지 못하고, 세계에서 통하는 군수물자를 생산하지 못하며-하늘 속에서는 대체적으로 그런 분위기입니다;-이런 괴물들이 등장했을 때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가라고 말입니다.

바다 밑이나 소금의 거리를 읽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을텐데 끝까지 읽어서 차라리 다행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잡다한 이야기.

바다 밑은 밀덕이 등장합니다. 으허허. 밀덕의 무서움을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아니, 그보다는 밀덕이 일본을 구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금의 거리나 바다 밑이나 나이차는 엄청납니다. 하늘 속은 그래도 정상적이었는데 도서관 전쟁은 최대 7년 정도. 하지만 코마키는 (...) 도둑놈. 소금의 거리는 자위대 이위(한국에서는 중위)와 고등학생의 커플링이니 코마키 수준. 바다 밑은 5-6년 정도. 하지만 여긴 삼위(한국에서는 소위)와 고등학생. 훗.

소금의 거리는 일러스트 때문에 재미가 반감되었습니다. 어쨌건 지고지순하고 백치미가 엿보이지만 고집하나는 끝내주는 여학생과 거기에 낛인 전 자위대 이위와의 로맨스. 뒤에 나온 다른 이야기들과 틀은 비슷합니다. 근데 보고 있자면 바다의 소금 농도가 몇 배로 진해지는 것에 더해, 달달하다 못해 입안이 소태가 됩니다. 특히 맨 마지막 장면이 압권입니다. 온몸에 닭살이 돋아 치킨 스타가 되어버릴 것 같아요.

재미로 보자면 도서관 시리즈 = 하늘 속 > 바다 밑 > 소금의 거리. 구입 예정도 하늘 속까지입니다. 다만 하늘 속은 구입할지 말지 확실하게 결정을 못내렸습니다. 메인 커플 두 팀 중 한 팀만 마음에 들었거든요.




새장관~은 도서관에서 책을 뽑아오다가 이전에 살까 말까 망설였던 책이 도서관에 들어와 있길래 앞 뒤 안 가리고 빌렸습니다. 표지나 분위기를 보고는 치유계라 생각해서 구입하려 했던 것이었는데 주말 동안 두 권 다 보고는 이 책을 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제 자신을 마구 칭찬했습니다. 예. 전혀 취향에 안 맞습니다. 표지나 책 제목만 보고 홀린 것이지, 실제 내용은 굉장히 암울합니다.
새장관은 윌리엄스 차일드 버드라고 하는 건물입니다. 원룸형 맨션에 가까운데 방마다 주방과 욕실이 딸려 있고 가구도 다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 건물에는 이상한 사람들만 모여삽니다. 그리고 그 이상한 사람들 중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에도 키즈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풀립니다.
에도 키즈나는 부모님은 안계시고 멀리 영국에 있는 후견인이 배려하여 이 건물에 혼자 살고 있습니다. 직업은 모델. 같은 건물 5층에 있는 아사이 유세이라는 화가의 모델입니다. 그리고 이들 둘을 연결해준 것이 아사이의 사촌인 이노우에 유키. 이들 세 사람의 이야기에 종종 같이 등장하는 것이 거대한 고양이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초딩 3학년의 야마다 카노코.
하나 하나 봐도 다 독특한데 이들이 같이 모여 있으면 아주 독특합니다. 그리고 암울합니다. 각 등장인물들의 뒷 이야기가 그런 분위기이기도 하고, 2권 말미에서는 아사이의 옛 연인과 관련해서 삼각, 아니 사각 관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야기는 더 복잡해집니다. 연애담이 이렇게 꼬이는 것도 질색인데 이야기 분위기도 암울하다보니 2권까지 읽은 것도 대단합니다. 말은 그리 하면서도 3권을 도서관에 신청한 건 무슨 심보인지 저도 모르겠어요. 아하하.

완결 나면 그 때 보겠지만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다 콩가루가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답게, 저는 연애는 행복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안 될 것 같군요.(먼산)



카베이 유카코, <새장관의 오늘도 졸린 주민들 1-2>, 김진수, 대원씨아이, 2009, 6000원
아리카와 히로, <소금의 거리>, <바다 밑>, 김소연, 대원씨아이, 2007, 각 6000원,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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