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에게 보내는 글입니다.'ㅂ'

지난 주말에 S가 빌려간 책들인데 이 중 몇 권은 읽었다 하여 집에 남았습니다. 총 대출 권 수는 열 여덟 권. 어떤 책을 먼저 읽는 것이 좋은지 따져보다보니 커피 맛에 비유해서 설명하면 재미있겠더라고요. 그리하여 한 번 적어봅니다.

순서는 처음에 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그리고 S에게 건네는 말이므로 존대는 하지 않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상,중,하」.
최근 이벤트에 당첨되어 얻은 책인데 리뷰 올리기도 전에 먼저 대출되어 사진이 찍혔네. 마쓰모토 세이초가 원래 사회파라던가, 하여간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소재로 추리소설을 쓰는 사람이고, 여기에 실린 것 중에는 소설이 아닌 것도 있어. 논픽션도 같이 있으니 읽을 때 헷갈리지 말 것. 하기야 미미여사가 대표 편집을 맡았기 때문에 그 설명만 봐도 대강 알 수 있겠지만.

커피 맛으로 따지자면 꽤 스모키해. 연기맛, 훈연맛이 강하고 어떤 것은 목을 강하게 자극하는데다 끝맛도 안 좋아. 책이 어렵기 때문에 한 번에 다 보는(마시는) 것은 힘들테고 중간중간 다른 책들과 섞어보되, 가능한 빨리 보는 것이 좋아. 스모키 하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맨 마지막으로 보면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거든. 거기에 커피 맛이 세서..-_-;

참고로 미미여사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녀라는 평가를 받는 다는 듯. 그래서인지 소재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쓰는 방식이 조금 닮았다는 생각. 하지만 마쓰모토 세이초는 정말로 '현실적'이야.


미야베 미유키, 「화차」, 「인질카논」,「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
「화차」는 위의 시리즈 영향을 상당히 받지 않았나 싶긴 하네. 소재 쓰는 법으로 보면 「이유」가 더 닮았을지도. 이쪽은 글 쓰는 방식 때문에 다르긴 하지만. 하여간 화차는 끝 맛이 '향이 나려다 만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전체적으로 스모키 하면서도 나름 맛이 둥글둥글하다고 생각해. 상대적으로 마시기 편하다고 해야겠지.
「인질카논」는 설탕과 크림을 듬뿍 넣은 커피. 하지만 교토의 이노다 커피처럼 고급 분위기는 아니고, 만든 사람은 장인인데 왠지 기대에 못 미치는 커피맛이라는 느낌. 그래도 무난하게 마시기는 좋아. 내용이 달달하거나 부드럽진 않지만. 참, 단편집이야.
「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는 첫비행님이 추천해주셔서 기대하고 봤는데 솔직히 기대에 못 미쳤...;
만든 사람은 장인인데 뭔가 지나치게 평범해. 하지만 그냥 무난무난하니까 기대는 너무 하지 말고 청소년 대상 가벼운 추리소설 본다고 생각하면 될 듯.


츠지무라 미즈키, 「밤과 노는 아이들 상-하」, 「얼음고래」
츠지무라 미즈키는 추천하기가 굉장히 난감함.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였나. 이걸 포함해서 위의 두 권까지 다 손안의책에서 냈어. 작년인가에 재고 처분할 때 구입한 책인데, 「얼음고래」는 자주 들여다보지만 「밤과 노는 아이들」은 결국 구입한 뒤에 다시 못봤음. 이 작가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맛(소재) 자체가 호불호가 갈릴만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야. 살인사건이 소재고 분위기가 암울...; 상대적으로 읽기 편한 것이 「얼음고래」. 이쪽은 은근 내 취향이라 맛이 깔끔하게 딱 떨어진다는 느낌이야. 추리를 해야할 부분이 있기도 하고 카드의 패를 하나씩 뽑아가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데 「얼음고래」는 진하고 쓰지만 앞 뒤가 달달한 맛이라 나는 좋았지. 그래서 책 읽을 때는  「밤과 노는 아이들」 먼저, 「얼음고래」는 나중에.


오노 나츠메, 「GENTE 1-3」
이건 만화니까 언제 봐도 상관없어.(웃음)


아리스가와 아리스, 「46번째 밀실」
이건 중간중간 번갈아 볼 때 보거나, 아니면 맨 뒤에 보거나.
개인적으로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가벼운 추리소설이라는 느낌이고, 단편쪽이 낫다고 생각하는데 「46번째 밀실」과 「절규성 살인사건」도 그랬음. 「절규성 살인사건」쪽이 더 볼만해.


온다 리쿠, 「목요조곡」, 「코끼리와 귀울음」
온다 리쿠는 온다 리쿠. 「코끼리와 귀울음」은 이미 본 것 같은데, 「목요조곡」은 내가 좋아하는 온다 리쿠 책 중 하나임. 어, 딱히 먹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 그런 것은 아니...... ㄴ게 아니라 맞고.; 둘다 편하게 마실 수 있긴 한데 온다 리쿠 책은 잡미가 많다고 해야하나. 뒷맛이 깔끔하지 않아. 「목요조곡」은 상대적으로 뒷맛도 나쁘지 않지만 그게 사족으로 읽힐 수도 있지.


「너를 위한 이야기」
이건 그냥 가볍게 보면 돼. 커피믹스.-ㅠ-


교고쿠 나쓰히코, 「항설백물어」
커피우유쯤? (웃음)
커피우유라고 하면 작가에게 미안하긴 한데 정말 그런 느낌이야. 편하고 무난하게 볼만한. 아, 대신 소재에 거부감을 느낄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라.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했으니 커피보다는 말차에 가까울지도 모르지만 뒷맛도 나쁘지 않아.'ㅂ' 「광골의 꿈」 쪽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


밴 다인, 「파일로 밴스의 정의」
정통 추리소설이니 정통 커피맛.-ㅠ- 이 책만 분위기가 확 다르니까 다른 책들과 섞어보는데는 무리가 없을거야. 엘러리 퀸보다 더 현학적(어려운 말 하기 좋아하는;)이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파일로 밴스가 주인공임. 두 편이 실려 있는데 앞쪽이 훨씬 이야기가 길어. 그리고 내 입맛에는 뒤쪽보다는 앞쪽 이야기가 더 입에 맞았지.



대강 이렇습니다. 내용이 무거운 책부터 먼저 보는 게 낫지 않을까.'ㅂ'
다음에는 음양사랑 샤바케가 대기중. 그 사이에 다른 책을 더 사지는 않을것같네. 최근에는 소설보다 여행, 제과제빵 쪽 관련 일본 책을 더 많이 사니까.; 거기에 추리소설은 여름이 제철이라 그 때 주로 나오니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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