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님의 추천으로 본 책입니다.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으셔서 기대를 너무 하고 본 것이 패인이군요.T-T;
제 취향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지경사에서 나온 플로시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아마 첫비행님이 그러셨던 것 같은데 말이죠. 첫비행님이랑 S에게는 괜찮을 책입니다.

빅토리아 시대를 지나 소설의 배경은 조지 6세 시대입니다. 5세도 아니고 6세 맞아요. 왜냐하면 제 기억에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가 1952년이었으니까요. 그러니 195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두고 보면 연대를 더 좁힐 수 있습니다.

2차대전도 끝난 어느 조용한 영국시골에는 플라비아라는 아이가 삽니다. 아버지는 그 지역 토박이이며 지역 유지에 가깝습니다. 아버지가 그토록 사랑하는 해리엇은 죽은지 오래되었지요. 그리하여 아버지는 세 딸과 함께 시골에서 우표 수집을 취미로 하여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조용히 살아갑니다. 어디까지나 아버지 기준에서 말이지요. 그 딸들은 절대 조용하지 않거든요.
나이 차이가 적진 않을텐데 이 딸래미들은 다 한 가닥 합니다. 이야기 서술이 막내인 플라비아를 중심으로 돌아가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보고 나면 참, 이런 딸들을 잘 데리고 있는 아버지가 대단합니다. 어떻게 보면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엊그제 M님과의 대화에서도 그랬듯, 이 얌전한 아버지에게서 이런 딸들이 나오려면 어머니가 대단했다는 추론이 나옵니다. 그러나 아버지나 플라비아의 추억에서 등장하는 어머니는 약간 말괄량이일지는 모르나 대체적으로 얌젆나 것 같다니까요. 이건 아무래도 추억 오류가 아닌가 싶을뿐이고.ㄱ-; 저런 딸이 나오려면 절대, 절대, 절대, 어머니도 한 가닥 하셨을겁니다. 그러니 뒷 권이 기대됩니다. 어머니의 옛 이야기도 얽혀 나올 법하니까요.

전체 시리즈게 여섯 권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한국에는 『파이바닥의 달콤함』을 포함해서 두 권이 나왔습니다. 다음 권도 일단 도서관에 신청해야겠네요.



개인적으로 플라비아의 화학 실험실은 참으로 부럽습니다. 얘가 여자아이가 아니라 소년이었다면 아마 화학 만렙을 찍었을 겁니다. 독학한 것이 이 정도 수준이면..(먼산) 시리즈의 결말이 어떻게 나갈지 궁금하네요.


앨런 브래들리. 『파이 바닥의 달콤함』, 성문영 옮김. 문학동네, 2011, 13800원




부제를 보면 이 책의 성격이 환하게 보입니다.

"건축가 이일훈과 국어선생 송승훈이 e-메일로 지은 집, 잔서완석루"

그렇습니다. 건축주와 건축가가 전자편지를 주고 받으며 지은 집에 대한 기록이 이 책입니다. 건축가 이일훈씨는 잘 모르지만 송승훈씨는 그 바닥(...)에서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저는 이 분의 이름을 보고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역시, 국어선생님은 다르네요. 전자편지 여기저기에 묻어난 표현이 아주 맛깔납니다.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한창 읽고 있는 중인데 이걸 읽다보니 중간 중간 리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올려 봅니다.

책 앞머리의 사진과 문장이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 -_- 뇌가 썩었.... 이 모든 것은 최근의 조아라 독서목록이....)


2005년부터 2007년 중반까지는 전자편지로 집에 대한 생각을 주고 받습니다. 그리고 2007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공사를 하여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 낡은 책이 있는 거친 돌집을 완성합니다.
아마 빙고님이시라면, 그리고 생협분들이라면 표지의 서재 사진에서부터 낚이실겁니다. 저 앞쪽에서 빛이 들어오고 이쪽은 복도입니다. 약간은 그늘진, 어둑어둑한 복도에는 양편에 서가가 늘어서 있습니다. 그냥 책장이 아니라 규칙적이지만 들쑥날쑥한 재미난 모양의 서가. 도서관 서가를 사랑하는 제게는 조금 이용하기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이 서가의 정면사진을 보는 순간 졌다!를 외쳤습니다. 이 서가에 책을 꽂고 싶습니다. 하나하나 가꿔가며 말이지요. 국어 선생님이신데도 상당히 중구 난방의 장서 구성인데 그게 자유롭게 꽂혀 있는 것을 보니 손이 근질근질하지만, 한 편으로는 저기의 서가에 책을 잔뜩 채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책장 앞에는 여러 책상자가 놓여 발판도 되고 의자도 됩니다. 저는 아마 이 서가 아래 다리 죽 펴고 앉아 굴러다니며 볼 것 같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주고 받은 편지 첫 머리부터 집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듭니다. 건축가가 집 주인의 꿈을, 마당, 침실, 욕실, 서재, 대문 등에 대해 적어 달라 했더니 장문의 글을 보냅니다. 본문이 넘칠까 첨부파일로 보냈더군요. 쓰임새, 집모양, 마당, 침실, 욕실, 서재, 거실, 대문, 툇마루, 옥상-베란다, 가구, 꾸밈, 책꽂이, 컴퓨터, 침대, 계단, 벽난로, 마루, 황토까지 집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적은 글입니다. 읽고 있노라면 손이 근질근질하여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나도 이렇게 집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싶다는 충동이 듭니다.
이에 대한 답장은 꼼꼼히 읽은 뒤 건축적으로 중요한 부분-동거인(어머니), 영사막 사용 시간대, 담장, 방범 등에 대한 재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건축주가 쓴 집에 대한 글 두 번째는 겉모습과 방, 집의 구성요소, 그외 생각나는 것들을 담았습니다. 근데 이 분 글이 맛깔나.;ㅂ; 쉬우면서도 철학이 묻어나고 생각이 있는 글입니다. 컴퓨터 방에 밖으로 문을 내면, 거기로 뒤뜰이 보여 밖에서 놀자고 바람이 부르면 온라인 게임 하다가도 뛰쳐나가고 싶겠지요.(...) 그리고 방문이 두 개인 구조는 외국의 부엌이 떠올랐습니다. 로베르 아르보의 『오늘의 행복 레시피』에 보면 부엌이 정원과 바로 이어져, 아이들이 정원에서 뛰어놀다가도 타일 바닥이라 신발신고 바로 뛰어들어올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의 옛 부엌도 그랬지요. 아궁이 때문에 부엌이 낮은 곳에 있을 수 밖에 없었지만, 아궁이 불로 데워진 부뚜막은 겨울철에도 뜨끈뜨끈하고, 그 안쪽에는 찬장이 놓인 곳과 함께 작은 마루가 있습니다. 부엌일 하는 사람들이 잠시 쉬며 거기서 간식을 나눠먹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했겠지요. 애들이야 마루보다는 부뚜막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했을 겁니다.

... 글이 길어지니 이정도에서 적당히 접고, 이 책의 감상기는 2탄으로 이어집니다.
겨냥하는 분은 첫비행님, 키릴님, 티이타님, 아이쭈님, 빙고님. 티이타님이랑 키릴님이 흥미롭게 보시지 않을까 합니다.'ㅂ'
그 중 두 건은 몇 주 전에 봐놓고는 리뷰 올리는 걸 잊어서 이제야 쓰네요.

1. 아빠와 나,  Friedrich님
시작부분은 취향에 안 맞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는 괜찮았습니다. 8월 말이 마지막 글이고 그 뒤로 잠시 쉬고 계시네요.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여주인공이 그 힘을 쓰고 나서 반작용(?)으로 이계에 떨어집니다. 신의 아이로 극진한 대접을 받긴 하는데, 계속 신전에만 있을 수는 없으니 신전과 황제가 합작으로 임시 아버지를 붙여 줍니다. 제국 제일의 싱글남에게 말입니다.; 원래는 20대였지만 다른 세계로 오면서 확 어려졌으니 아빠와 딸 놀이(?)하기에도 좋지요. 겉보기 어린이가 아빠랑 같이 달달하게 지내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아이가 하는 짓이 귀여운데다가 뻣뻣하고 남자에 관심 없었던 아빠가 변화하는 모습도 귀엽습니다. 그런 고로 달달한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세요.


2. 그들만의 세계, 신세계소녀님
현재 리메이크 진행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편 분량이 엄청납니다. 아직 21편까지만 올라왔지만 다른 작품의 2-3배 분량을 한 번에 올리히니 만만하게 볼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비교적 초기부터 읽기 시작해서 괜찮았지, 지금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읽는 것도 버겁습니다.
주인공 오필리아는 몇 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죽여 제물로 바친 죄를 지어 이름을 빼앗기고 지옥과 비슷한 곳에 영원히 유폐되는 벌을 받습니다. 그 죄가 드러나게 된 것은 여동생 헤실리아의 고백 때문이었으며, 그 때문에 공작 집안은 풍지박산 나고 이름을 빼앗긴 자는 모든 사람에게 비난 받고 돌팔매질 당합니다. 그리고 5년 뒤, 모종의 이유 때문에 지옥에서 벗어나긴 하지만 그 뒤의 길도 쉽지는 않습니다.
앞부분만 봐서는 회귀물과 비슷한데 전혀 다릅니다. 주인공의 설정이 처음부터 다르고, 생각보다 빨리-라지만 아마 다른 작품처럼 연재했으면 50편 넘어가서야 살인의 이유가 다른 사람들 앞에 드러납니다. 하지만 그게 밝혀진다고 해서 상황이 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 틀은 황제와 반황제파 귀족간의 다툼이며, 그 와중에 오필리아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휘말린 꼴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나 상당히 어두운 이야기라는 건 감안하셔야 할겁니다.
사실 그런 이유 때문에 한동안은 봉인하려 합니다. 분량이 많은 건 좋지만 으, 최근 편은 어두운 이야기가 많고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갈 길이 한참 멀어서 조금 분위기가 돌아오면, 한 두 챕터가 끝나고 나면 다시 볼까 합니다.
이런 류는 첫비행님이 좋아하시려나...-ㅁ-;


3. Youngest daughter, 냠x6님
환생물, 달달물, 육아물. 진짜 달달달달합니다.
이것도 몇 주 전에 찾아서 보다가 다시 챙겨보고는 리뷰 올리는 겁니다. 그 때 추천해도 괜찮았을텐데 잊고 있었어요.
환생부분은 넘어가도 되고, 1남 3녀의 셋째로, 위 아래의 여자 형제들에게 치이는 불쌍한 둘째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합니다. 그런데 정신 차려보니 환생해서 아기가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공작집안 막내딸로 여기서는 3남 1녀의 막내입니다. 시커먼 아들래미만 있던 아버지는 딸에게 정신 못차리고, 처음 보는 오빠들은 막내의 미소에 홀라당 넘어갑니다. 하지만 이 마성의 미소는 가족뿐만 아니라 영지의 식솔들, 본가의 식솔들을 포함해 기사들도 홀랑 홀렸고 심지어는 아버지의 불알친구인 황제와 기사단장과 재무대신과 황태자마저도 녹입니다. 거기에 다른 사람에게는 안 보이지만 요정 여왕도 붙어 있어요.
마성의 아기가 온갖 사람들을 녹여내는데, 이 딸래미를 본 아버지 친구들의 좌절이 참 눈물겹습니다. 딸을 낳고 싶어도 낳을 자신이 없는데다 아무리 해도 저런 귀여운 딸은 낳을 수 없을거야라니. 평소 제 생각과 일치합니다.ㄱ- 저는 저 닮은 아이 나올까 두려움에 떨고 있거든요. 하하하..


4. Deep Gold x Hot Milk, 아스티르님
장르는 BL, 지금 잠수중이십니다. 그래봐야 연재 쉬신지 이제 겨우 한 달이지만.;
2008년부터 연재 시작하셔서 아직 진행중입니다. 아마 초반에는 빨리 끝내려 하신 모양인데 가다보니 분량이 많아졌다는 상황으로 추정합니다. 게다가 이게 편수도 많아서 180편이거든요. 편당 분량이 적지도 않습니다.
중간에 몇 번 연중 고비가 있었는데 주 이유는 작가님의 건강상 문제, 거기에 텍본 유출 등이 있습니다. 텍본 유출은 정황상 '쳐서' 유통시킨 것 같다는데 그 때문에 중간에 몇 번이나 접으려 하신 모양입니다.

주 내용은 전형적인 할리킹. 돈 많고 잘생기고 권력 있는 남자가 가정사의 어두움을 끌어안고 있는 주인공을 만나 한눈에 반해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애정공세가 상당한데다가 그게 손발이 오그라들어버릴 것 같고, 가끔은 애정결핍증에 걸린 사람에게 애정을 퍼주는 모습이 자괴감을 불러 일으키더군요. 그냥 로맨스 소설 본다 생각하고 보면 상관없는데 저처럼 애정 결핍 기미나 자괴 기미가 있는 사람은 읽다가 '나는 왜 이런 사람이 옆에 없나'라든지, '벤(주인공)은 워낙 능력이 있으니 선택받은 건가'라는데서 시작한 자괴감이 올 수 있습니다.
그래도 추천하는 이유는 주인공이 모델이 된 뒤 보여주는 여러 장면 때문입니다. 패션 화보 보는 것도 꽤 좋아했는데 능력이 미천하여 관련 자료를 모으지 못했습니다.OTL 그래도 이렇게 글로 보고 있자니 굉장히 재미있더군요. 의상디자인이나 모델, 화보촬영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그 부분만 골라보셔도 괜찮을 겁니다. 뒷부분이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는데, 마음 잡고 달리시면 아마 50화 내에 완결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Platinum Wolf x Baby bird를 보면 그 뒤에도 외전이 더 나올거라 생각합니다.

읽다보니 평소에는 수줍고 자신감 없고 평범한 외모의 주인공이, 분장하고 가면(페르소나)를 쓰자마자 인상이 확 달라지는게 어떻게 가능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오키 마미야의 그림을 생각하고는 납득했습니다. 오키 마미야의 흑발 캐릭터 중 몇몇을 대입해보니 가능하겠더라고요. 이걸 현실이 아니라 2D로 떠올리고 있는 제가 참....(먼산)
읽으면서는 그럭저럭 재미있었지만 본격 감상을 쓰기엔 아쉬운 책 한 권이랑, 읽고 나서 허무했든 책 한 권, 도합 두 권의 리뷰를 올립니다.
으, 반쯤 졸면서 쓰는 글이라 글 내용이 날아갈지도 몰라요.-ㅁ-/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은 동화를 소재로 하여 이야기를 짜나갑니다. 도쿄 어드메에 있는 고급형(?) 술집에서 술판이 벌어집니다. 술판이라고는 하지만 주종이 일본주라 안주와 함께 일본주의 역사 이야기도 오가고, 조금 복작복작한 모습입니다. 거기에 평소에는 없었던 어느 젊은 아가씨가 한 명 끼어듭니다. 끼어든 이유는 바에에 앉아 안 풀리는 살인사건을 꺼내든 형사 때문이었지요. 술김에 실명을 거론하기도 하는 추태도 보이는데, 그 사건은 대학원에서 동화의 심리 분석을 하고 있다는 아가씨가 동화의 모티브와 맞춰 범인의 알리바이를 깨면서 풀립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총 여섯 편으로 이어집니다. 그 때마다 아가씨는 도저히 깰 수 없는 알리바이를 가뿐하게 깨고 형사에게 답을 가져다 줍니다. 덕분에 형사는 경시총감상을 연속 수상하지요. 다른 사람이 풀어준 수수께끼로 상을 탄다는 것이 내키지 않는 모양이긴 합니다.

전체적인 구조는 저렇지만 막판의 이야기까지 읽으면 책을 읽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라이트노벨을 읽고 난 뒤의 허무함과 비슷하군요. 라이트노벨의 추리도 저런 분위기가 많습니다. 작위적인 설정, 끼워맞추기. 그렇게 맞춘 트리깅 또 정답이라네요. 이건 아니다 싶습니다. 게다가 매번 유명한 동화와 맞아 떨어지는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도 희한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동화는 동화로 보아야지, 이렇게 이면을 살펴본다, 그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다 하며 적어 놓으면 환상이 깨진단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에서 나온 그림동화 다시 읽기 류의 소설은 질색인걸요.

동화 재해석에 대한 반감, 끼워맞추기식 트릭, 황당한 결말. 그리하여 별로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출간 당시부터 찍어 놓고 있었는데 빌리는 것을 잊고 있다 이제야 보았습니다. 이어진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세 개의 단편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착각이었군요. 언젠가 결말부분만 들여다 보았다가 내용이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앞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후기에도 나왔듯 세 이야기는 나름 공통점이 있습니다. 밀실입니다. 세 곳 모두 밀실 살인을 다루고 있지요. 하지만 방향은 전혀 다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시작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떠올렸는데 결말은 또 다릅니다. 게다가 나이스 타이밍, 시의적절한 때에 도착을 해서 그리 되었으니 말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의 결말은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았지만 짐작은 할 수 있는 선이군요. 그러고 보니 이건 또 긴다이치 하지메의 분위기가 폴폴...-ㅁ-;

불만이 있다면 몇 가지 번역 부분에서였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 언급한 파이로 반스(라고 썼던 것 같군요). 이 책이 나온 것은 2010년인데, 북스피어에서 S. S. 밴다인의 책을 2009년에 냈습니다. 그러니 기왕이면 파일로 밴스라고 맞췄으면 좋았을텐데요. 거기에 제목을 『승정 살인사건』이라 했는데, 승정보다는 『비숍 살인사건』이나 『주교 살인사건』이라 하는 쪽이 맞겠지요. 전자는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파일로 밴스 시리즈 번역제목이고 후자는 북스피어판 번역제목입니다. 이런 걸 맞춰줬다면 무난하게 읽었을텐데 말입니다.




구지라 도이치로.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박지현 옮김. 살림, 2010, 12000원
우타노 쇼고.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현정수 옮김. 문학동네, 2010, 11000원

기타 등등에 들어가는 이마 이치코의 신작 『여행자의 나무』부터 풀어 놓지요. 그 다음은 모리 카오루의 『습유집』. 그런 고로 이번 글은 최근에 읽은 만화책 여러 권 돌아보기가 주제입니다.

아래 가격을 보시면 알겠지만 지금 풀어 놓는 네 권은 가격이 보통 만화책보다 훨씬 높습니다. 판형 문제도 있지만 종이질도 일반적인 만화책보다는 두껍고 무거우며 고급형으로 낸 것이라 그렇습니다. 이 중 만족도가 제일 떨어지는 것이 『여행자의 나무』였습니다. 하하하.;
표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책은 서호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신선했던 서호의 물 찾으러 가는 아가씨들 이야기도 이제는 흥이 떨어지고; 작가 본인도 후기에 썼지만 이 중 몇 편은 기둥 줄거리가 유사합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도 어디선가 많이 본 느낌이네요. 그래서 상대적인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가장 마음에 든 인물이 맨 마지막에 나오는 경망스런 황자님이란 것도 특이하죠.; 보통은 이런 인물에게는 호감도가 확 떨어지는데 맨 마지막 몇몇 컷에서 보여준 모습이 단순히 철없는 놈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 갭에 반한 건지도 모르지요.
앞서 호수 이야기를 재미있게 본 분들이라면 그냥 무난하게 보실 겁니다.

『모리 카오루 습유집』은 구입을 벼르고 있었지요. 지난번 모임 때 원서로 한 번 보고는 살까 했더니만 그 새 번역본이 나오더라고요.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게다가 예정 일정보다 일찍 나와서 혹시라도 초판 한정 부록을 구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있었습니다. 영문 서명이 Anything and Something인 것은 이 책이 그 어디에도 넣기 애매한 단편과 그림을 모아 만든 것이라 그렇습니다. 목차를 보면 아시겠지만 여러 번 있었던 사인회의 용지에 넣은 그림도 같이 들어 있거든요. 엠마가 많지만 셜리도 있습니다./ㅅ/ 앞쪽에는 여러 단편이 있기도 하고, 앵글(...)이 특이한 그림도 몇 있고, 이건 망상 폭주다라고 단정한 몇몇 단편도 있습니다. 특히 망상 폭주형은 옆에 다른 사람이 있을 때 펼쳤다가는 이상한 시선을 받을 수 있으며 공공장소에서는 민망할 수 있으니 집에서 혼자 펼쳐 보도록 합니다. 딱히 야한 장면이 있는 것은 아닌데, 모리 카오루의 그림은 가끔 벗고 있어도 야하지 않고, 벗지 않아도 야한 경우가 있으니까요. 이쪽은 후자입니다.ㄱ-a
하여간 귀여운 이야기도 있으니 모리 카오루를 좋아하신다면 볼만 합니다. 가격이 비싸지만 책이 두껍고 종이를 좋은 걸로 썼거든요.


우미노 치카의 책은 완결 난 뒤에 보는 쪽이 마음 편해서 『3월의 라이온』도 봉인했습니다. 정확히는 G가 구입하고 있는 걸 사다주기만 하고 저는 펼쳐 보지 않았지요. 그러다 이번 편은 읽을 책이 없기에 무심코 열었는데 다행히 어두운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앞의 이야기는 무거웠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무엇보다 공감하며 보았거든요.
종종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그 만화 속 주인공이 이야기 하는 것처럼 모든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루어질 수 있는 수준의 꿈을 꾸고 그것을 향해 열심히, 아니면 뼈가 부서질 정도로 노력하면 이루어질지도 모릅니다. 지금 제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놀기만 한다면 그런 꿈이 이루어질리 없지요. 그건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엉뚱하게 판타지 소설을 예로 들게 되는데, 『바람의 제국』에 등장하는 어떤 집안은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과 타고난 재능이 영 다른 방향입니다. 일종의 저주지요. 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지만 내가 타고난 재능은 그 쪽이 아닙니다.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만 그 노력에 비해, 내가 가진 다른 재능은 노력하지 않아도 그 재능을 위해 노력하는 다른 사람들이 살리에리의 심정이 될 정도로 빛을 발합니다. 아... 눈물나죠.;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런 의미에서 7권의 앞 이야기는 공감하고 또 심장 찔리고 아파하며 보았습니다. 이제 완결 날 때까지 『3월의 라이온』은 일단 접고; 과연 누구랑 커플이 될 것인가 지켜보겠습니다. 하하하;

『스피카』는 그에 비해 아주 발랄한 이야기들을 모았습니다. 『허니와 클로버』를 연재하는 도중의 여러 단편을 모았다는데 그래서인지 그림체도 천차만별입니다. 오래된 것도 있고 최근 것도 있고요. 『3월의 라이온』의 선은 굵고 복잡하지만 여기 실린 단편은 선이 깔끔하거나 단순합니다.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표제작인 『스피카』랑 뒤에 실린 탐정 이야기입니다. 초록색 개가 참으로 귀여워서 홀딱 반해 애정도가 올라갔지요. 게다가 『스피카』는 발레와 야구가 소재라, 빙고님이나 첫비행님은 끌리실지도 모릅니다? 어디까지나 소재라 그리 길지 않게 넘어가긴 합니다.


이리하여 최근에 구입한 만화책들은 대체적으로 선방했습니다.-ㅁ-/


우미노 치카. 『스피카』, 『3월의 라이온 7』, 서현아 옮김. 시리얼, 2012. 각 7천원, 8천원
이마 이치코. 『여행자의 나무』,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2, 6500원
모리 카오루. 『모리 카오루의 습유집』. 대원씨아이, 2012, 8500원

0. 연재소설을 읽다가 블로그에 리뷰를 남기는 소설들은 대체적으로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뉩니다.

0.1 이건 다른 사람들도 꼭 봐야해! 이런 소설이 묻혀있다니!

0.2 글도 좋고 소재도 괜찮고 풀어 나가는 것도 괜찮은데, 연재 주기를 보아하니 이거, 완결이 날지 걱정이야. 그래도 일단은 추천.

0.3 최근 보는 소설들은 상당수가 2에 해당합니다. 완결 소설은 거의 훑어보았기에 이제는 연재소설 중 독자 베스트로 올라온 것을 하나 하나 보고 있거든요. 그런 김에서 일단 연재 주기가 걱정되나 재미있게 보고 있는 소설부터 적어봅니다.


1. 레이릴, 『레이몬드 세브릴 로시어』
어제 보고는 밤잠 설치게 만든 소설 한 편. BL이긴 한데 BL 요소는 아직 낮습니다. 따지자면 0.2. 아직 18화까지만 나와 있고(19화는 공지) 갈 길이 멉니다. 아주 멀어요.; 게다가 연재 주기가 상당히 길어서 기다리는데 피가 마를 것 같은...OTL 읽은 건 어제인데 벌써부터 그러고 있습니다.
빙의물이나 이계진입물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주인공은 대학생입니다. 다만 보통사람과는 아주 조금 다른게, 어렸을 때부터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레이몬드라고 하는 어느 아이의 꿈이지요. 지속적으로 그 꿈을 꾸되, 레이몬드도 꿈속에서는 계속 나이를 먹어갑니다. 자고 일어나서도 기억에 남을 정도의 꿈이니 숙면은 못취할테고 그러니 사람이 힘들어지는 건 당연한데, 이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정신과에 드나듭니다. 이어지는 꿈을 꾼다는게 사람들에게는 평범해보이진 않았을테고, 그 때문에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판정도 받습니다. 결국엔 꿈을 더 이상 꾸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고 넘어가지만 가족들에게도 상처받은지 오래지요.
문제는.
한창 과제와 발표에 치여 정신없던 와중에 꿈속의 레이몬드는 사고를 쳐서 죽게 되고, 그 레이몬드가 주인공인 세현을 끌고 넘어집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십대 중반의 레이몬드 몸에 들어와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걸 허락한 것이 바로 신.; 하하하.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조건은 레이몬드가 행복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요. 왜 그런지는 보면 아실겁니다. 아... 다음편은 언제쯤 올라오나..;ㅂ;
그러고 보니 이전의 레이몬드와 지금의 빙의(...) 레이몬드는 큰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게 이 이야기를 본격 bl로 만들 코드인 것 같군요.(...)


2. 젬씨, 『잃어버린 아내를 찾아서』
이건 0.1과 0.2의 중간쯤? 회귀물인데 시점이 남자주인공 시점입니다. 보통 로맨스는 여자주인공이 회귀를 하지요. 제가 지금까지 본 것은 거의 그랬는데, 이 이야기는 남편이 돌아갑니다. 게다가 이름도 참 적절하지요. 오르페우스, 에우리디케. 과연 오르페우스가 아내를 다시 찾아갈 수 있을지...-_-a 아무래도 정치싸움, 파벌싸움이 끼어 있어 갈 길이 멉니다. 게다가 이전 삶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갈 것 같은 것이 빤히 보이니 그렇죠.


3. RALL, 『안개 도시 모음곡』
이건 절대적으로 0.1.
완결났고 현재 외전 연재중입니다. 외전이 언제 끝날지 콩닥콩닥 기다리고 있을따름이지요. 추천대상은 첫비행님, 키릴님, 빙고님. 키릴님은 보셨을지도 모르겠네요.

배경은 빅토리아 시대이지만 살짝 패러렐입니다. 작가가 직접 밝히기도 했는데 역사적 사실이 조금 바뀐 부분이 있거든요. 공지에도 나와 있고 후기에도 나와 있듯 네오 빅토리안 로망, 공동 소설 창작 프로젝트 ILN(http://iln.pe.kr/) 참여작이랍니다. 이쪽 홈페이지는 들어가고 싶은데 들어갔다가 소설 지뢰 밟고 못 빠져나올 것이 무서워 아직 안 들어가봤습니다. 배경을 공유하며 소설창작하는 프로젝트인 것 같더군요.

주인공은 샤를 오르망. 프랑스인 가수(성악가)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다가 모종의 사유로 런던에 오게 되었는데, 죽을 각오로 템즈강에 뛰어들었다가 이상한 아저씨(할아버지)에게 구원을 받습니다. 그리고 파리를 떠나게 된 이유가 되었든 그 사건이 실은 사기라는 것을 깨닫고는 엄청나게 좌절합니다. 그 아저씨의 도움으로 다시 직장을 찾고 일을 하면서 자리를 잡아 가다가 일에 휘말린다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기본은 로맨스. 읽다보면 달아 죽을 것 같은 몇몇 장면이 있습니다. 61화로 완결이기 때문에 전개는 대체적으로 빠르고요. 주인공이 성악가이고 무대 활동을 하는데다 오페라 공연에 참가하기 때문에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면 괜찮을겁니다. 거기에 빅토리아 시대니까요.(웃음)
각 편당 분량도 많고 내용도 많고 여러 사건들이 적절히 잘 전개되고 늘어지는 감도 없고. 읽는 내내 샤를(찰스)의 말에 폭소하며 신나게 보았습니다. 즐거운 소설이지만 과거편은 우울우울해서 사실 건너뛰고 읽었습니다.-ㅁ-; 대강 상황은 파악하고 있었으니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더군요.

외전에 나오는 소년은 과연 어떻게 되려나 궁금하긴 한데, 외전 완결은 더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흑;ㅂ;
의외로 짧고, 별 생각 없이 읽으면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어제부터 시작해 오늘 끝냈습니다. 시공사에서 나왔는데 시공사 책 답게 표지도 잘 뽑았군요. 하지만 표지의 동물들이 뭔가 마음에 안들어.-ㅂ-; 표지나 삽화를 보면 바셋하운드인가 싶은데 번역 후기를 보면 콜리를 지목하더라고요? 하는 짓을 보면 콜리 같지는 않은데. 게다가 주인이 누구인지 떠올리면 콜리나 리트리버는 더더욱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러니 바셋하운드에 한 표. 바셋이 아니더라도 하운드 계통은 맞을 겁니다. 사냥견 같은 분위기를 폴폴 풍기거든요.

목차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 책은 10월 한 달 간 있었던 일을 주견공인 스너프의 시선에서 기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10월 1일에 시작해 10월 31일에 끝납니다. 동물들일 많이 나오는데다 상당히 매력적이고 서로 물고 늘어지는 관계라 참 귀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빙고님께 추천. 로저 젤라즈니 책이긴 하지만 무협 SF(...)를 본다 생각하시고 읽으시면 괜찮을 겁니다.
10월 달의 일이니 기왕이면 날짜에 맞춰 보는 것도 재미있을텐데, 각 챕터가 짧다보니 하루에 한 챕터씩 보면 앞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홀라당 잊을 겁니다. 기왕이면 10월 마지막 주에 보는 것이 좋겠네요. 마지막 날-10월 31일에 맞춰서 말입니다. 그리고 날짜가 왜 그런지는 지금부터도 대강 짐작하실 겁니다.

번역자인 이수현씨는 황금가지에서 나온 어슐러 K. 르귄의 책을 비롯해 다양한 SF 쪽 번역가입니다. 그래서인지 역자 주도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읽다가 중간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적어두질 않았으니 그냥 넘어갑니다.

권두에 저자가 적은 문구를 보면 대강 이 책의 스타일이 잡히는데 시간상으로는 5-6일 정도 지난 다음에야 책 내용과 방향을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로저 젤라즈니도 이제 슬슬 건드려서 올 하반기에는 SF 쪽을 보강해야겠네요. 안 읽은지 너무 오래되었으니 로저 젤라즈니부터 차근차근 봐야지./ㅅ/


로저 젤라즈니. 『고독한 시월의 밤』, 이수현 옮김. 시공사, 2012, 11000원



12. 08. 29, 재독 후 추가.

이런.;
후기를 잘못 읽었네요. 책 서문 ... 이 아니라, 맨 앞 장의 헌정사와 관련한 언급에서 스너프의 이미지 모델이 아마 명견 래드의 콜리일 것이라는 부분을 대강 읽고 넘어가며 '스너프가 콜리종일 것이다'로 곡해했습니다.OTL

지금 다시 읽다보니 콜리나 몇몇 견종이 아닐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네요. 삽화를 보면 스너프가 하운드 중 한 종일 것 같네요. 이 부분은 내용과도 관련이 있으니 적당히 넘어갑니다. 그나저나 래리....;ㅂ; 지금 다시 보고 래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좋아했는데...;ㅂ;
책을 보기 전에는 14800원이라 가격이 높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두께를 보면 그런 말이 쏙 들어갑니다. 목침으로 써도 될 것 같이 두꺼운 책이라 읽기 전부터 마음이 뿌듯한 것이, 이번 책은 오래오래 읽을 수 있겠다 싶습었니다. 그래봐야 이틀 버티고 끝났지요. 편 수가 네 편으로 적은 편이라, 하나하나 따라가 읽다보니 이틀만에 다 읽고 울었습니다. 엉엉엉, 다음권 주세요!
다 읽고 후기까지 가보니 다음 이야기가 연재되고 있다하니 마음을 잠시 내려 놓았지만 아쉽네요. 『흑백』을 읽고 오싹함과 씁쓸함으로 다음권을 기다렸더니 『안주』에서는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한층 더합니다.

가장 뒷 이야기가 궁금한 건 주인공인 오치카의 결혼입니다. 앞권에서도 청혼을 받았지만 이번 권에서도 내내 받고 있습니다. 한데 여기에 경쟁자가 등장했으니, 과연 오치카가 누구와 가정을 꾸릴지가 궁금하네요. 일단 『안주』에서 만난 사람을 더 밀어주는 것 같습니다. 다음 책을 봐야 확실하지만 말입니다.
이번 권은 잔잔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뒤끝이 깨끗하다고는 말 못합니다. 자세한 각 편 감상은 접어두지요. 내용 마음껏 폭로하며 쓸테니 아직 안 보신 분들은 넘어가세요.


그 네 편의 이야기 중 역시 안주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표제가 된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요. 안쓰럽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엉엉엉, 안주보면 눈물나요.;ㅂ;


그럼에도 그 이야기, 그 부분, 무사 부부와 안주의 교류 이야기는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습니다. 손에 잡힐듯 아스라이... 그런 느낌의 교류라 말입니다. 읽고 나서 가슴에 얹히네요. 게다가 거기 등장하는 나리님이 정말 진짜로 나쁜 놈이라, 자기가 일 저질러 놓고는 억울하게 죽은 사람에게 뒤집어 씌웠습니다. 나쁜 놈. 차마 블로그에 육두문자를 쓸 수는 없고, 하여간 그 나쁜 녀석이 죗값을 치뤘으면 좋겠는데, 안주와도 관계가 있는만큼 아마 뒤탈이 있을거라 봅니다. 꼭 그랬으면 좋겠군요.-_-


전편인 『흑백』과 이어보면 좋지만 단권으로 보아도 문제는 없습니다. 간단한 내용 설명은 『안주』에도 나와 있으니까요. 하지만 『흑백』을 먼저 보실 것을 권합니다. 주인공인 오치카의 과거는 『안주』에서는 너무 간략하게만 나와 있습니다. 오치카가 가진 어둠은 과거를 확실히 보아야 알겠지요. 솔직히 저는 오치카의 과거와 관련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거꾸로 보고 있기 때문에 말입니다. 가해자에게 연민이 더 가더군요. 아니, 정확히는 물리적 피해자가 정신적 가해자라고 생각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물리적 가해자의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이 사람에게는 정신적 가해자였으니까요.

흠흠; 본론으로 돌아가서, 읽고 나니 다시 한 번 『흑백』을 보고 다시 한 번 『안주』가 읽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Le Zirashi 3호의 인터뷰에 나온 미야베 미유키가 추천하는 에도시대물 순서대로 정독을 합니다. 단, 저는 『외딴집』은 다시 못 보니 건너뜁니다. 이러고 나면 슬슬 추석 연휴가 돌아오겠지요.(먼산)





미야베 미유키. 『안주』,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2, 14800원

이 책은 읽다보니 절대 키릴님 취향일 것 같은게...-ㅁ-/ 첫비행님이나 빙고님, 아이쭈님도 좋아하실겁니다. 아이쭈님은 책 읽다가 안주 보고는 펑펑 우시지 않을까 싶은걸요.(....)
책 뒷부분은 덜한데, 앞부분은 히로마사의, 히로마사에 의한, 히로미사를 위한 이야기입니다. 히로마사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오랜만에 『음양사』를 즐겼습니다. 그 직전에 나온 『다키야사 아가씨』는 음양사 이야기지만 『나마나리』처럼 줄기가 있고 복수가 있고 그에 따라 움직입니다. 저는 그런 이야기보다는 사근사근한 『음양사』이야기, 앞권들이 더 좋습니다. 한 편 한 편 이야기는 짧지만 히로마사와 세이메이의 대화가 참 재미있거든요. 그 말 당김이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 책은 간만에 흐뭇한 아빠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었습니다.

어떤 의미로 가장 무서운 이야기는 맨 앞 이야기인 「월금아가씨」입니다. 아니, 히로마사가 세이메이를 넘어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세이메이가 뒤통수를 맞는 이야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군요. 처음에는 세이메이가 히로마사를 놀리더니면 뒤에 가면 참....(먼산)

그 뒤의 「꽃점을 치는 여자」는 단어 그대로의 의미로 무섭습니다. 으허허; 이건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공포물이군요. 아.ㅠ_ㅠ 어렸을 때 트라우마가 된 어떤 이야기가 생각났으니 말입니다.

「용신제」야 말로 히로마사의 진가가 십분 백분 발휘됩니다. 이쯤되면 이미 인간세상을 벗어난 솜씨죠. 으허허;

이렇게 세 편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무주」까지 하면 히로마사는 세이메이보다 더한 폭탄입니다. 게다가 자각이 없으니 폭탄의 강도는 세이메이보다 더하죠.


작가 후기를 보면 2007년에 나온 책인데, 그 뒷 권이 더 있나 모르겠습니다. 아직 원서를 보는 것보다는 번역본을 보는 쪽이 편하다보니 음양사도 원서 찾아볼 생각보다는 그냥 번역본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게다가 이런 책은 사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팍팍 들다보니 어쩔 수 없지요.
음양사도 모으고는 있는데 책장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슬슬 한계에 도달하고 있어 다시 한 번 서가 뒤집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ㅂ= 책장 더 늘리는 것은 무리고, 역시 안 보는 책을 처분하는 것이 해결법이네요. 그래도 음양사는 계속 서가에 모셔 놓을겁니다. 종종 꺼내 보니 말이죠.




유메마쿠라 바쿠. 『음양사: 야광배』, 김소연 옮김. 손안의책, 2012, 12000원

조아라 소설 리뷰만 골라 쓸까, 아니면 잡담이랑 섞어 올릴까 하다가 최근 읽은 것과 그 전부터 읽은 것을 짤막 감상으로 적자는 생각에 끄적여 봅니다.

『왕과 정령』이 조만간 동인지로 나올테니 이것도 구입은 해야할테고..-ㅂ-;


1. 알테님 작품들 여럿.
저는 BL쪽이 더 취향입니다. 알테님 로맨스 소설은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쿵짝이 너무 잘 맞아서 그게 외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재미는 있는데 읽고 나면 가슴 한 쪽이 허전하야...(먼산)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영웅의 아들』 뒷부분입니다. 뒷부분의 풀려나가는 전개가 굉장히 취향이거든요. 앞부분은 삽질이 심합니다.(어디까지나 제 기준에서 그렇지만;) 거기에 주인공들의 나이차가 조금 많이 나는데 연애정신연령은 앞부분에서는 거의 차이가 안납니다. 다시 말해 주인공이 나이는 많은데 연애는 초보고, 주인수는 거기에 끌려다니다가 주위의 코치를 받고 나서야 제대로 밀당을 시작합니다. 본격적으로 연애를 하는 시점에서도 주인공과 주인수는 연애정신연령차이가 상당합니다. 보고 있노라면 호랑이를 조련하는 여우를 보는 것 같다니까요. 아니, 여우라기에는 주인수가 참 많이 예쁘죠. 여우보다는 흰늑대가 더 맞을겁니다. 거대 흰늑대.-_-;
기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독립한지 얼마되지 않은 왕국에는 한 때 영웅이었다가 지독한 배신자로 낙인찍힌 인물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아들은 누군가에 의해 신분을 숨기고 비밀리에 수양부모 밑에서 자라는데, 그 아래서 다양한 학대를 받습니다. 열다섯에 그런 상황에서 풀려나지만 5년간의 학대 때문에 이미 정신적으로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 아이를 데려온 것이 왕. 데려온 아이가 주인수고 왕이 주인공입니다. 아, 주인공 때문에 주인수가 고생하는 것 생각하면 주인공은 한참 더 고생해봐야겠다는 생각이 팍팍 들어요. 하지만 주인수가 해바라기라, 주변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아깝다고 생각하면서도 주인수를 밀어줬을 겁니다. 하하;
꼬인 실타래가 풀려나가는 후반부만 몇 번이고 돌려 보았습니다.


2. 라크리사님, 바람의 제국
이건 두말하면 잔소리. 편 수가 많지만 연재속도가 장난 아닙니다. 도끼양이 앞으로 얼마나 자랄 것인가 궁금해서 더 챙겨보게 되지요. 이건 빙고님과 첫비행님께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야기의 기본 뼈대가 되는 제국의 신화는 북유럽신화에 그리스 신화를 접목했습니다. 난장판은 그리스 신화 수준인데 성격이나 설정은 북유럽 신화와 닮았습니다. 문제는 이 신들의 후손이 황실 및 제국 주요 귀족들이고, 그 때문에 각 집안마다 저주가 하나씩 걸려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누구네 집안은 한 대마다 미친 검사(...)가 나오는데,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 검만 잡으면 제국 제일검이 되는 그런 사람이 나와 형제를 죽인다는 저주에 걸려 있습니다. 어느 집안은 짚신도 제짝이라고, 제짝을 만나면 미친듯이 사랑에 빠지는데, 그 제짝에게 퍼주는 사랑을 돌려받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지독한 외사랑의 저주죠. 어느 집안은 하고 싶은 것과 재능 있는 것의 불일치 저주에 걸려 있습니다.ㄱ-;
그런 저주를 밑에 깔고 주인공이 제국제일검(아마도)이 되기 위해 집안의 트라우마와 주변의 질시 등을 견뎌내고 자라는 성장 소설 ... ... .... 이라고 써도 되나 몰라요.;
앞부분의 이야기들 때문에 화가 날지라도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본격적으로 달립니다. 한 번 올릴 때 2-3편씩 올려주시는데 그 간격이 굉장히 짧아서 감읍하며 받아들지요. 하하하;


3. 하문차님, 『유령이 사는 집』
완결났습니다. 간단한 내용 소개 보고 호기심에 들어가서 봤다가 단숨에 읽어내렸지요.;
BL이긴 한데 굉장히 그런 요소는 적습니다. 다른 작품 후기에도 적으셨던데, 본격적으로 사귀기 직전, 다가가기까지의 이야기를 주로 쓰시나봅니다. 이 소설 역시 그런 부분이 강하고요.
판타지이지만 마법이 아니라 세계가 그렇습니다. 배경은 18-19세기쯤?
주인공인 제스는 어느 연회장에서 '믿었던 약혼자에게 배신당하고 폐인이 된' 귀족, 아힌을 만납니다.
...
내용 소개 끝.
아니, 정말, 이 이상 내용 소개를 못합니다.OTL 그 부분이 상당한 복선이라 말입니다. 반전이니 적지는 못하지만 아힌이 아니라 제스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과거 회상이 끝나고 제스와 아힌의 관계가 중요해지는 부분에서 제스와 아힌이 벌이는 삽질(...)은 답답하긴 하지만 납득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제스의 경우엔 어렸을 때의 인간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으니 어떻게 한발짝 내딛어야 할지 감이 안 잡힐테고, 거기에 아힌한테는 백배사죄해도 부족하니까요.ㄱ-;
이야기가 빠르게 흘러가는데다 60편 남짓으로 완결되어 읽기는 괜찮습니다.


4. 투곤님, 『눈칫밥 16년이면 공주님도 요리를 한다』
자급자족형 소설입니다.(웃음) 음식이 잔뜩 나오는 소설이 읽고 싶으셔서 쓰셨다던가요. 한밤중에 보다가는 당장에 호두파이 사러 뛰쳐나갈테니 가능하면 음식을 옆에 놓고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흑맥주가 들어간 고기스튜는 어떻게 할 수 없군요. 이건 직접 집에서 만드는 수 밖에 말입니다.
절세가인이었다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찬밥이 된 둘째 황녀가, 모종의 사유로 가출을 합니다. 그리고는 궁에서 지내는 동안 갈고 닦은 음식 솜씨를 발휘하여 작은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줄거리이기 때문에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혼자 음식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왕궁 요리사가 같이 따라왔다든지, 알고보니 주인공이 누구였다든지 하는 것은 넘어가지요.
읽고 나면 호두파이와 사과파이와 스튜와 클램차우더가 먹고 싶어집니다. ;ㅠ;


대강 이정도. 최근 선호작 등록해놓고 보고 있는 소설도 몇 있고, 리체르카님의 『벨로나스』는 워낙 평이 자자해서 보고 싶지만 완결난 다음에 봐야겠다고 미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다가 읽을 소설 비축분 떨어지면 앞뒤 안 가리고 들여다 보겠지요. 하하하;ㅂ;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ㅁ- 도대체 얼마나 걸린 건지.

원제는 『Nature via Nurture』. 본성 대 양육이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 책 말미에 나오듯 결론은 대결구도가 아닙니다. 양쪽 모두 영향을 준다는 것이지요. 그 결론을 내기까지는 선천론자(유전, 본성)와 환경론자(양육)의 학설과 이론을 소개하고 반박하며 다룹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9장에서 유전자의 일곱 가지 의미, 10장에서 도덕적 모순들을 다루며 양쪽을 골고루 바라보려 합니다. 전작이 『이타적 유전자(원제: Origin of Virture)』고 그 다음 작에 『붉은 여왕』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저자의 성향(?)이 어느 쪽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네요. 뭐, 유전쪽에 가깝지 않나 싶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앞부분보다는 뒷부분의 속도가 훨씬 빨랐습니다.-_- 마음 먹고 읽으니 마구 진도가 나가긴 하는데 앞부분은 지루하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낙서가 있었습니다. 책 읽을 때 절대 낙서를 하지 않고 밑줄을 긋지 않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그런 책을 만나면 책 읽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일부러 줄친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고 읽으려고 하거든요.

직업 때문에라도 저는 본성이 아니라 양육의 손을 들어야 하나 했는데, 읽다보니 그런 것도 아닙니다. 본성-유전적인 성향은 이미 태어났을 때부터 확실하게 결정되어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그에 대한 표현형은 주변의 자극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이 부분은 책을 인용해서 올려볼까 했는데 잘못 올리다가는 굉장한 오해를 받을만하겠다 싶어 실제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앞의 내용을 홀랑 다 잊어도 마지막 7-10장 정도만 읽어도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충분합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9-10장이 매트 리들리가 하고 싶은 말이니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엉뚱하게도 본성과 양육의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p.323, 9장 '유전자의 일곱 가지 의미' 서문에서.
학자는 도서관이 다른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거치는 길이다 - 다니엘 데닛

리처드 도킨스의 새와 둥지 vs 유전자를 패러디한 글입니다. 아놔.;ㅂ;
이건 '학자는 책이 다른 책을 만들기 위해 거치는 길이다'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거예요. 흑, 써놓고 보니 책이 무섭게 느껴질 따름이고.;


참, 빙고님께 들려드렸던 러셀에 관련된 이야기는 원문을 적어봅니다.



드디어 『본성과 양육』을 다 읽었으니 이제는 『안주』 읽으러 갑니다!

..
아, 그러기 전에 『음양사』도 리뷰 써야하는데.;


0. 사진 보고서 '아, 이 책도 샀지!'란 생각이 드는 걸까. 아니, 왜 『골목길 연가』 원서를 사놓고는 까맣게 잊은거야! 이거 8월 첫 주에 주문한 걸로 기억하는데 그 사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어. 커헉;

리뷰는 나중에 따로 올릴 예정. 그도 그런 것이 이 중 『골목길 연가』와 『북유럽에 가자』를 뺀 나머지는 다 보았다. 위쪼긍로 보이는 흰 머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부록이었다. 내기는 7월에 내놓고 머그컵 이벤트는 7월 마지막날인가부터 하는 센스라니. 가끔 시공사 엘러리 퀸 시리즈도 출간한지 시간이 더 지난 뒤에야 금장 책갈피 이벤트를 하기에 기다리고 있었는데 『중국 오렌지』랑 『샴 쌍둥이』는 결국 금장 책갈피가 안 나오더라. 일단 오늘 『중국 오렌지』부터 주문했음. 『샴 쌍둥이』는 10월에나 주문하거나, 아니면 포인트를 써서 결재할 것 같다. 참고로 9월에는 해외주문원서만 구입할 예정임. 와치필드 화집부터 차근차근 주문해야지.
솔직히 이렇게 처분하지 못할 책을 주문하면 책 수납 공간이 미친듯이 줄어들지만 어쩌겠나. 모종의 이유로 G의 독립은 후년 이후라고 잠정 결론(...) 내렸는데 말야. 정 안되면 내가 뛰쳐나갈 수도 있지만 나갈 돈이 없어.


1. 루피시아 홍차에 낚였다. 아마도 9월중에 주문하게 될 것 같다. 어제 누구에게 '부탁할 것 없을 것 같아'라고 말했건만, 하루만에 뒤집게 생겼다. 아하하; 이런 게 인생이야.


2. 여행 계획은 아주 잘 짜고 있다. 여행 계획표를 들여다 보면서, 이건 20대 중반에서나 가능한 코스야! 라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실제 나이를 아는 분들이라면 박장대소 하실 듯. 정말로 여행을 가게 되면 다녀와서 코스를 공개하겠지. 여행 갈 가능성? 현재로서는 100%에 한없이 수렴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간다. 뭐, 이런 것도 한 번쯤은 해봐야지.(...)


3. 일 쉬기 전까지 삐~원을 모으는 것이 목표인데, 허리띠를 꽉꽉 졸라매면 가능할 것도 같다. 아마도.; 아, P4는 미친짓이었는지도 몰라.-_- P4 진행으로 인해 한 달 평균 소비금액이 183.(...) 아놔. 이 상태에서 돈 모으는 것이 가능하긴 한거야? ;ㅂ;


4. 여우가 시집가는 날씨로구만. 주용한 것은 오늘 우산 안 들고 출근했다는 것.^-^/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추리소설 중에는 흔히 학생 아리스와 작가 아리스로 불리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주인공 이름) 시리즈가 있습니다. 학생 아리스는 첫 편 기준으로 대학 신입생인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주인공이며 왓슨 역입니다. 이쪽의 탐정은 에가미라는 대학 선배지요.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이름을 잊었는데, 그도 그런 것이 저는 작가 아리스를 더 좋아합니다. 작가 아리스도 주인공 이름이 아리스가와 아리스. 추리소설 작가이며 왓슨역입니다. 탐정은 대학 동창인 히무라 히데오. 범죄학자이며 교토의 사립대학 조교수라고 합니다.
설정이 재미있는 건 작가 아리스가 쓰는 소설이 학생 아리스 시리즈고, 학생 아리스가 쓰는 소설이 작가 아리스라는 부분입니다.
본인이 엘러리 퀸을 좋아해 주인공과 작가 이름을 같이 두기도 했고 국명시리즈를 내기도 했지요. 하지만 보다보면 엘러리 퀸보다는 파일로 밴스에 가까울까 싶습니다. 아니, 파일로 밴스도 딱 들어맞진 않습니다. 셜록 왓슨 콤비가 더 비슷하겠네요. 파일로 밴스에서처럼 조수가 관찰자로만 남아 있지는 않고 부지런히 추리하고 머리를 굴리고 찾아보니 말입니다. 실제로 히무라도 아리스가와를 상당히 괴롭힙니다. 괴롭히면서 키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팍팍 드는군요.

본론으로 돌아가, 『쌍두의 악마』를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꼽는데, 이쪽은 학생 아리스라 별로 내키지 않아 놔뒀습니다. 요즘은 책을 덜 봐서 『달리의 고치』도 볼 생각은 그리 없었는데 이걸 보게 된 것은 순전히 마스터님의 감상글 때문입니다. 본문은 일부러 책 볼 때까지 봉인했지만 감상을 적었다는 것 자체가 뭔가 있겠다 싶어 묵혔다가 보았거든요.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다 읽고 나서 나중에 마스터님의 감상을 보았는데 딱 그 부분을 짚어 내셨더군요. 그 부분은 아래에 따로 적어 이야기 하고 일단은 내용을 봅니다.


살바도르 달리를 참으로 좋아하는 어느 보석상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일부러 수염도 달리처럼 길러 놓고, 고베 쪽에 있는 별장에는 달리의 작품을 가져다 놓기도 한데다 고치라는 별명을 가진 이상한 욕조 같은 것도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달리를 좋아하는 이 보석상에서 시작됩니다.




소설 속에서도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이름을 듣고는 금방 기억해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왜 '도'냐면 빙고님께 잠시 부연 설명을 들었거든요. 아리스가와라는 성이 교토 쪽에서는 종종 보이는 유서깊은 성이라는 것 말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으로 치자면 전주 이씨쯤..? 그런 느낌에 가까운 성이랍니다. 하지만 딱히 아리스가와라는 성이 아니라 해도 저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이 깊지요. 하하.-ㅂ-;


아리스가와 아리스. 『달리의 고치』, 최고은 옮김. 북홀릭, 2012

지난달 쯤 붙잡고 읽기 시작해 완결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왕과 정령』이 드디어 완결났습니다.>ㅁ<
만세를 부르고 싶은 이 심정.; 최근에 미완작을 붙들고 이제나 저제나 완결만 기다립니다~ 모드였기 때문에 더 반갑습니다. 게다가 분량이 굉장히 충실하거든요. 완결 편 수는 93편이지만 대부분이 20kb가 넘습니다. 그러니 다른 연재작에 비해 읽는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대화보다는 설명이나 묘사가 많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요.

분위기는 마술램프-다시 말해 아라비안 나이트계통입니다. 『파마낙심의 보물』과는 달리 정진정명 로맨스 판타지고요. 일단은 이계 고교생 깽판 판타지와 비슷하게, 주인공이 이계에 들어가 남자를 만나고 그 남자와 함께 세계를 혁명하 .... .... 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이 설명 어디서 많이 본 것이라 하면 착각일겁니다. 아마도요.;
글 분량이 많지만 주인공도 그렇고 주변 인물들도 상당히 현실적이며 기존의 클리셰를 따르지만 매력적입니다. 판타지 혹은 게임 등에서 '파티 중에 이런 타입의 인물들 꼭 있다'라고 생각할만한 인물인데도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외모 묘사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그렇긴 하군요. 아주 특이한 외모가 아닌 것도 현실감을 더합니다.
(요즘은 분홍 하늘 보라 등등의 텐시노 스미카에서 볼만한 머리카락이 상당히 많은지라.OTL)


여고생인 아가씨는 친구에게서 이상한 아이템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템을 통해 이세계로 소환됩니다. 정확히는 이세계의 어느 감옥인데, 그곳에는 털북숭이의 남정네가 하나 있습니다. 뭔가 주술적인 조치로 완전 봉인되어 괴롭힘을 당해 갇힌 남자. 불쌍하지요. 그런데 마침 본인이 그 주술을 파괴할 수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뒤의 이야기는 예상할 수 있는 전개대로 갑니다. 물론 기둥 줄거리는 그렇다는 것이고, 세부적인 이야기, 왜 그 사람이 갇혔는가, 그 사람의 동료는 누구인가, 왜 주인공이 세계에 소환되었는가, 역할이 무엇인가, 반동인물은 누구이며 어떻게 해결되는가는 다릅니다. 그걸 풀어내는 솜씨가 참 좋더군요. 몰입해서 즐겁게 보았습니다.
완결난 것이 아쉽지만 행복하게 뿌듯하게 잘 보았으니까요./ㅅ/ 말씀하신 외전이나 후편도 기다리고 있지만 언제 올라올지 모르겠네요. 요 며칠 간 거의 폭주(!)하다시피 글이 올라왔으니 작가님이 한동안 잠잠하시다 해도 이해합니다.


오시는 분들 중에서는 첫비행님 취향과 맞지 않을까 합니다. 첫비행님, 아이쭈님, 시아냥. 티이타님도 보시려나..?;
첫비행님께 말씀드렸지만, 이번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참자』는 읽고 나면 도쿄 여행이 땡깁니다. 그것도 서편이 아니라 동편, 정확히는 시타마치라 불리는 에도의 옛 서민 거주구역 쪽 말입니다.  그래서 일본여행 유혹에 대한 역치값이 낮은 분들은 이 책을 보다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도쿄랭 항공권을 끊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이야기의 시작은 단순합니다.
일본 동쪽, 아직 전통적인 일본 분위기가 살아 있다는 마을 닌교쵸(人形町)의 어느 가게에 형사들이 찾아옵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 조사를 나왔답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당시 어떤 사람의 알리바이를 확인하러 왔다더니, 찾아온 '형사 같지않은 형사'는 소소한 일상 미스테리를 해결하고 갑니다.

자아 . 여기부터는 상당한 내용 폭로가 있으니 접어둡니다. 이 책은 단편 모음, 혹은 연작 단편집 같아보이지만 그리 단순하진 않습니다.



유명 탐정들이 독신이라는 설에 대해 잠시.-ㅁ-;
엊그제 운동 나갔다가 문득 떠올렸는데 말입니다. 셜록 홈즈도 독신, 마플 여사도 독신, 에르큘 포와로도 독신. 파일로 밴스도 독신, 엘러리 퀸은 결혼했지만 은퇴한 뒤의 결혼이었습니다. 조르주 경감도 독신이었다고 기억하는데 대체적으로 탐정이나 형사들은 가정을 이룬 경우가 많지 않은 걸로 기억합니다. 아니면 최근 나오는 소설들에서처럼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거나 말입니다. 그것도 나름 신기하군요...;;
그러고 보면 제가 집에 두고 있는 추리소설 시리즈는 엘러리 퀸, 캐드펠 수사님, 파일로 밴스이니 다 독신입니다. 물론 캐드펠 수사님은...(이하생략)
딱히 기승전결의 짜임새가 아니더라해도, 1권 초반부의 이야기에 비하면 2권은 훨씬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흘러갑니다. 3권은 아끼다가 이제 막 읽어나가는 참인데, 아무래도 정치적인 이야기가 강하다보니 2권에 비해서는 정체된 느낌이군요.

(맨 아래에 내용 폭로가 있습니다)

1권의 중간 무렵에 시로에와 나오츠구, 아카츠키는 초승달동맹의 퀘스트를 가로채(...) 스스키노로 떠납니다. 1권을 어제 다시 읽어보니 스스키노가 홋카이도 삿포로의 스스키노라는 언급이 있더군요.ㄱ- 처음 읽으면서 마구 넘겼다는 걸 반증하는 겁니다. 하하;
하여간 따로 떨어져 있는 초승달동맹의 길드원을 데려오는 퀘스트에서, 1권 초반과 마찬가지로 파티원이 한 명 더 늘어납니다. 그리고 2권 후반부에서는 그보다 더 늘어납니다. 1권에서 살짝 스치고 지나간 이야기가 복선처럼 작용해 2권에서 풀린다는 것이 재미있네요.

2권에서 가장 성장한 인물은 쿠로에입니다. 물론 마리엘이나 헨리에타 등의 인물도 같이 성장하지만 그 모습이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것은 쿠로에지요. 1권 초반부에서는 그리 좋은 직업군도 아니고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 단지 올드 유저에 속하는 것처럼 서술되지만 점입가경입니다. 이런 저런 정황을 보아하니 옛날에 한 끝발 날렸던 인물인가봅니다. 만렙을 찍은 사람이야 상당히 많지만 꽤 큰 모임의 참모 역할을 담당했다 하니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지요. 게다가 시로에가 아니라 쿠로에라고 써놓은 것도 2권을 읽으시면 나름 이해가 갈겁니다. 짐작은 했는데 진짜로 그럴 줄은 몰랐다니까요.


로그 호라이즌 2권은 심각한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이전에 몇 번 썼지만 작년 10월부터 끊었던 마비노기를 다시 시작하게 만들었지요.-_-; 덕분에 조금씩 진행은 하고 있는데 인벤이 부족해서 속도가 안나갈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필요 없는 아이템은 슬슬 처분해야겠네요. 3권 읽으면서도 마비노기와 연계해 이런 저런 상상들이 이어지는게 참 행복합니다.

거꾸로; 온라인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몰입도가 낮을 수도 있겠네요.'ㅂ';


토노 마마레. 『로그 호라이즌 2: 카멜롯의 기사들』. 김정규 옮김. 대원씨아이, 2012, 7천원





내용을 적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끄적끄적.
1권에서는 시로에-나오츠구-아카츠키의 세 명이 초승달동맹이 진행하려던 '길드원 구출작전'을 대신 실행하며, 세라라와 그 임시 보호자였던 냥타를 스스키노에서 아키바로 데려옵니다. 냥타는 시로에와 나오츠구의 옛 친구(지인)이었지요.
2권에서는 아키바의 무법지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쿠로에가 들고 일어납니다. 참모로서 활동하여 본인이 계획을 입안, 초승달동맹의 마리엘과 헨리에타를 끌어 들이고 거기에 3대 생산길드도 끌어 들여 판을 벌입니다. 그리하여 카멜롯의 기사들이라는 부제에 맞는 일이 벌어지지요. 시로에가 쿠로에가 된 이유도 여기서 밝혀집니다. 하하하;
출퇴근 시간에 아이패드 붙잡고 조아라에 열중하게 만든 작품입니다. 딱 잘라; 최근 몇 주간 조아라에서 본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듭니다. 기본은 로맨스, 가족, 치유계, 달달물이지만 그 안에 깔린 감정선이 섬세합니다. 보다가 울컥해서 차마 지하철 안에서 울 수는 없기에 설렁 읽고 넘어간 부분이 한 두 곳이 아니네요. 완결편과 에필로그 보고서는 결국 눈꼬리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그렇지만 절대 슬픈 내용은 아닙니다. 아니, 슬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눈물을 유도하는 쪽의 슬프고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의 잔잔한 감동 끝자락에서 내려 놓을 때의 눈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아이쭈님께는 호불호가 조금 갈릴 것 같고.; mitsuki님은 호불호가 갈리실지도? 티이타님은 현실과의 괴리 때문에 저어하실 수 있지만 재미있게 보시지 않을까 싶고, 첫비행님이나 키릴님은 재미있게 보시지 않을까 합니다.

참, 완결 작품이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주인공은 올가라는 아가씨입니다. 제국의 공작가에서, 외동딸로 자란 귀한 아가씨지요. 위로 오라버니만 셋인데,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합니다. 그러나 프롤로그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남편에게만 관심이 있고 그 사이로 낳은 아이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고 애정조차도 주지 않았기에 집안 분위기는 파탄 수준입니다. 하지만 죽기 직전,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서 마지막 후회를 하고 미안함과 애정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일반적인 회귀물과 마찬가지로 죽고 나서 돌아온 시점은 결혼식 직전입니다. 이전의 생에 대해 굉장히 후회하고 있던 올가는 이 때부터 차근차근 자신의 삶을 바꾸어 나갑니다. 왜 가족(친정)들이 결혼에 반대했는지 깨닫고, 전생에 만났던 아이들을 다시 만나길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전생에 대해 계속 후회하며 죄책감을 느끼고 불안해합니다. 뭐, 예상할 수 있지만 이 소설은 행복하게 끝을 맺습니다. 그것도 아주아주 행복하게 말입니다.

추천 포인트가 몇 가지 있는데 첫째는 글 방향입니다. 회귀물이라는 소재는 어떻게 보면 식상한데, 이 경우는 다른 회귀물과는 다릅니다. 주변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배신을 느껴 이를 아득바득 갈며 복수를 외치는 것이 꽤 많지만 이 경우는 본인의 태도를 반성하고 다시 돌아가 시작하고 싶어하는 것이니까요. 누군가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도 그렇습니다.(물론 소설 속에서의 올가는 그리 적극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둘째는 글 흐름입니다. 완결된 소설을 한 번에 죽 읽어내려가는데 크게 걸리는 부분 없이 매끄럽게 진행됩니다. 글솜씨도 괜찮습니다.
셋째는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만 보면 감동적인 내용만 있을 것 같지만 절대 아닙니다.; 읽다보면 표정 관리가 안되어 한쪽 입꼬리가 휙 올라가 있는 걸 느낍니다.-_- 개그 포인트가 만발하다보니 웃지 않을 수 없어요! 게다가 최대 문제점인 염장은 더합니다. 올가와 남편은 서로를 지극히 사랑하는데 그것이 어디에서건 누가 있건 상관없이 발휘됩니다. 주변 등장인물들도 염장에 온 몸이 오그라들지만 읽는 사람들도 오그라듭니다. 게다가 괄괄한 아이들도 몇몇 등장하여 분위기를 주도합니다. 대체적으로 소설 속의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꼼짝 못하고 사는군요. 어허허.
넷째는 묘사인데, 비교적 앞부분에 올가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 묘사한 것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음; 저야 둘다 경험하지 못하여 실제와의 일치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가끔 이글루스 등에서 보이는 출산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혹시 경험자시거나 전공자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소설 후기에 등장하는 작가님 나이를 보니 아닐 것 같더군요. 그리고 임신 출산 경험이 없다고 딱 못 박으셨습니다. 헉. 그런데 이렇게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가...;


굉장히 달달한 로맨스 가족물이니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을 못참는 분이나, 염장은 질색이라는 분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머가 넘치는 글이라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점을 덧붙이지요.




덧붙임.
1. 올가의 전생과 후생-이라고 하기는 이상하지만, 하여간 이전 삶(L)과 현재 삶(L')를 비교하면 굉장히 차이가 납니다. 특히 외전으로 등장한 이전 삶을 보면 굉장히 삭막하군요.OTL

2. 총 55편이라 편수는 적지만, 분량이 상당하니 읽는데도 꽤 걸립니다.
도서관에서 빌려봐서 가격은 미처 확인을 하지 않았는데 높은 편입니다. 책에 실린 사진들이 흑백이고, 책이 두껍긴 하지만 판형이 작고 쪽당 들어가는 내용이 많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 아쉽네요. 하지만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이니 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내용은 만족했습니다.

책의 크기는 한국판 문고책 정도의 크기입니다. 그러니까 라이트노벨과 같은 크기지요. 활자가 크고 행간이 넓어 읽기는 좋지만 조금 빽빽하게 해도 좋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한 손에 들고 읽기 좋은 책이란 건 변함 없지요.

본론으로 돌아가, 이 책은 집을 짓는 모습을 다루고 있습니다. 앞서 읽은 『집을 순례하다』 등의 책이 건축물 순례기라면 이 책은 본인이 집을 짓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고, 집을 지을 때 어떤 부분이 필요한가 등의 이야기를 가볍게 다루고 있습니다. 가볍게라는 것은 읽기에 가볍다는 뜻이고,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언젠가 '내 집'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집은 어때야 하는가에 대해 이모저모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것도 집의 세부적인 구조-벽난로라든지, 진입로, 계단 손잡이 등등-물에 대한 고민도 하게 합니다. 한국에서라면 벽난로는 둘째치고 일단 온돌을 얼마나 깔아 둘 것인가 고민할텐데, 난방을 위해 벽난로를 쓰고 그 주변에 아늑한 공간을 만든다거나 하는 건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온돌을 깐다면 벽난로는 실용적인 용도보다는 장식물에 가까울 수도 있으니까요.-ㅂ-;

하여간 집을 설계하고 지을 때, 건축주와 건축가 사이에 오가는 논의와, 그렇게 나온 결과물, 그리고 그 오가는 과정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앞서 본 다른 책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집을 지을 때 무엇에 대해 고민하나 등 말이지요. 그게 세세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맛보기는 됩니다. 대체적으로 수필에 가깝게, 읽기 편하지만 내용을 꼼꼼히 뜯어보면 생각할 거리는 많지요.


가끔 은퇴해서 살 집은 어땠으면 좋겠는가 생각하는데 여기서 얻은 짤막한 아이디어들을 스케치로 남겨둔다면 나중에 의뢰할 때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ㅅ+



나카무라 요시후미. 『집을 짓다』, 이서연 옮김. 사이, 2012, 13900원

조아라에서 읽은 소설 리뷰입니다. 공략 대상(!)은 첫비행님, 아이쭈님.


조아라의 판타지 소설 리뷰를 올리며 『물에 비친 달』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계 진입물에 마녀가 소재라고 썼던 것 같은데 지금 돌이켜보면 아주 부족한 리뷰입니다.OTL 그 단어만으로는 내용을 다 표현할 수가 없지요.
판타지는 판타지인데, 이세계에 떨어지고 나서도 주인공은 이런 저런 상황에 휘말립니다. 전쟁도 있지만 직선적인 오해나 이용이 아니라, 각자의 비밀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상황 판단을 통해 움직이는 체스말 사이에서 체크메이트를 이루는 그런 내용이니까요. 주인공이 변화하는 모습도 상당히 재미있고, 외전을 통해 나온 달달한 이야기도 좋습니다. 게다가 글이 꽤 괜찮거든요.

그리고 몇 달 뒤. 실시간 순위에 오른 『아이비스의 기묘한 이야기』를 읽습니다. 한창 연재중이었는데 연재 속도가 빨라서 마음에 들었지요. 주인공 아이비스는 어머니께 물려받은 신기한 목걸이를 통해 과거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과거의 나에게 훈계하며 모든 상황을 바로 잡으려 하는데…….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리 없지요. 게다가 상황을 바로잡으려 하면 할 수록 일은 꼬여갑니다. 1부 끝무렵에 밝혀지는 '비밀'-_-을 읽고 나서는 무서워서 잠시 손을 떼었습니다. 그리고 손을 떼었던 그 잠시 동안 소설이 완결란에 올라왔더군요. 완결이 그리 빨리 올라올 줄은 몰랐습니다. 리체르카님의 소설 연재 속도는 엄청나군요.(먼산)

1부 진행하면서 짐작은 했지만 2부에서는 더 확실히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할까요. 리뷰 쓰면서도 상당히 고민되는데, 『물에 비친 달』을 두고 밤중에 혼자 읽지 말라는 경고를 붙여 두셨다면 『아이비스의 기묘한 이야기』는 거기에 ×2를 붙이겠습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아이비스』쪽이 공포물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심리 스릴러겠지요.

과거로 돌아가면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바로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상황은 그리 쉽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이상한 힘. 분명 대가가 있지요. 거기에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에서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ㅂ; 그런 상황에서 아이비스가 마지막으로 택한 것이 최선인지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알 수 없지요.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자신에게 있어서는 최선의 선택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마음에 들었지요.

심리 스릴러, 추리의 요소를 갖추고 매끄럽게 읽히는 판타지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 쪽을 좋아하실 것 같은 첫비행님과 아이쭈님께 추천하지요. 핫핫핫~


택배가 왔다길래 누구건가 했더니 제 것이었습니다.-ㅁ-;
북스피어에서 왔는데 지난번 보다 부피가 확연히 크더군요. 왜 그런가 했더니 내용물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읽고 폭소를 터뜨린 지령 2호나, Le Zirashi(철자가 이거 맞나;) 세 부, 텐도 아라타의 『가족 사냥』까지 말입니다.

Le Zi~는 누구에게 건네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홍보가 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넘겨야겠군요.>ㅅ<
꽤 오래 전에 G가 구입한 라이트 노벨입니다. 한달하고 더 전에 사두었는데, 야가 자기 방에다가 방치해두고 있다가 지난 주말에 책상 정리하면서 제 방으로 넘겼습니다. G는 그냥 그랬는지 1권만 구입하고 말았는데 저는 의외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전개를 보아하니 한 두권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라 10권은 나올 이야기라 구입이 망설여지네요.

이야기의 기본 골조는 간단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많은 접속자를 가진 온라인 게임이 있습니다. 꽤 광대한 맵을 가지고 있고 지역 서버가 따로 있지만 서버의 이동이 자유로운 게임이었지요. 대규모 패치를 앞두고 사람들이 다들 기대하던 어느 날, 사건이 일어납니다. 게임 패치를 기다리며 접속해있던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을 때 자신들이 '실체'로 게임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게임 속 외모여야 했을, 가상 외모여야 했을 사람들은 현실의 모습을 반영한 외모를 가지고, 자신이 키운 캐릭터의 능력을 가진채, 게임을 현실로 맞이합니다.

조아라에서도 게임 소설은 거의 보질 않았던 터라 이게 신선하기도 하고, 마비노기를 꽤 오래 했던 입장에서 공감이 가기도 하더군요. 덕분에 끊었던 마비노기에 다시 손을 댈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 무리죠. P4 진행중인데 시간 엄청나게 소모할 온라인 게임에 다시 손댈 생각은 안듭니다.(먼산) 결제만 해둔다 해도 해두면 또 하고 싶어질테니까요. 게임 쪽은 작은 목표 만드는 것이 아주 손쉽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저기까지만이라고 하다보면 한 두 시간 날리는 것은 쉽습니다.(경험담;..)


1-2장까지는 넘기기가 쉽지 않아서, 그냥 폐기해야겠다 싶어 내려 놓았는데, 퇴근길에 다시 손댈까 싶어 집어 들었다가 순식간에 끝까지 읽어내렸습니다. 주인공들이 구하러 갔다가 만난 옛 친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거든요. 삽화를 보고 있노라니 꽤 익숙한게 어디서 봤나 했더니 엉뚱하게도 이이다 하루코의 『성 라이센스』쪽이었습니다.;  유니콘들이 모여 노는 마을의 바 마스터랑 닮았더군요.
..
근데 30-40대가 온라인 게임하기에 나이가 많다니.; 으으음; 하기야 40대라면 조금 미묘할지 모르지만, 제 주변의 여러 40대를 생각해보면 그리 많은 건 아닌 것 같은데요.;



토노 마마레. 『로그 호라이즌 1』, 김은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2. 7천원.

이 소설 읽는 내내 무슨 생각했냐면 주인공 카니가 자네를 닮았다고 말이지. 여섯 살 꼬맹이처럼 참으로 발랄하여 열일곱이라는 나이 수치가 민망한 그런 아이인데, 그 발랄함이 참으로 자네랑 닮았다고 생각했지 뭔가. 그래. 주인공 성격을 두고 본다면 딱 들장미 소녀 캔디. 아냐, 칠전팔기,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캔디가 아니라 개구리 소년 왕눈...(탕!)


S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이정도로 하고;
이 소설은 옛날에 나왔습니다. 이전에 S가 정말로 재미있는 판타지 소설이다, 주인공 여자애는 빨간 두건 같은 타입인데, 대마법사인 할아버지에게 받은 특이한 마법 도구-바구니를 가지고 있다라고 소개하더군요. 그 소개를 들은 것이 몇 년 전인데, 요즘 판타지 소설이 확 땡겨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문득 생각나길래 S에게 부탁해 빌렸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흔히 말하는 판타지 장르물로는 이계깽판물이지요. 근데 보통의 이계깽판물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약간 어긋난 부분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처음에 나온 여러 수수께끼들을 풀어 나가며 맨 마지막에 핵폭탄을 하나 투하하며 이야기가 마무리 됩니다. 일단 이상한 세계로 떨어지는 것은 4월의 앨리스란 별명을 가진 열일곱의 철 없는 아가씨 카닐리언. 열일곱이지만 하는 짓은 미운 일곱살입니다. 주변 사람들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데 딱 초딩짓이네요. 그 때문에 1-2권에서는 카니가 벌이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잠시 내려놓을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인데다, 특히 조이 같은 등장인물은 첫 인상과 나중 인상이 확 바뀌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을 고르라면 게르트가 1번, 조이가 2번입니다.-ㅂ-
주인공에 해당되는 카니나, 케인이나 로저 등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위의 두 등장인물이 워낙 강렬해서 말이죠. 하하하; 무엇보다 외모상 취향은 절대 게르트입니다. 절대로.; 약간 비뚤어진 성격의 조이는, 이름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하얀 늑대들』의 제이가 떠오르더군요. 하기야 제이는 무뚝뚝한 기사+전사타입이라면 조이는 약싹빠른 성격입니다. 하지만 카니에게 휘둘리면서는 조금 달라지지요. 무엇보다 5권에서 등장한 모 장면에서 이 둘에게 홀딱 반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다른 차원이동물과는 다른 이야기라 생각하는 것은 여러 설정 때문입니다. 일단 현대에서 판타지 세계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마법이 존재하는 런던에서 다른 세계로 떨어진 것이고, 떨어진 세계가 수인과 인간이 대립하는 곳이라는 점, 예언의 그 인물이 왜 카니여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까지 맨 마지막에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 그렇지요. 그런 설정이 잘 맞아 떨어지고 몇몇 고비들까지 다 넘기고, 주인공은 구르고 굴러 엄청 고생하고 나서도 반짝 반짝 빛나고. 그리고 그 빛으로 다른 인물들을 구원합니다. 구원했지만, 여전히 카니는 앨리스 에이프릴-발랄한 봄아가씨입니다.

결말을 보고서 안심하고 보았는데, 맨 마지막의 그 모습이 이상하다 했더니 소설 속에서 그 셋의 관계를 밝혔군요. 뒷 이야기가 조금 더 있었다면 하고 아쉬워 해보지만 그런 외전은 조아라같은 곳에서 가능하지 출판 판타지에서는 무리죠. 흑흑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카닐리언의 대사입니다.


"(쭝략) 진심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그건 살아 있지 않다는 걸. 반대로 아무리 힘들고 세상이 끝날 것 같아도, 움직이고 있는 동안은 살아있는 거예요."

그러니 저 역시 열심히 움직여야겠습니다./ㅁ/


장남우. 『시즌 Alice April 1-5(완)』. 서울P&B, 2005.



덧붙임.
카닐리언이라 쓰지 않고 카니라는 애칭을 언급한건 이중 유희...(이봐;;...)
과학책은 잘 못 읽습니다. 읽기는 읽지만, 과학책 읽기도 추리소설처럼 하는지라 읽고 나서 머릿속에 남는 것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읽고 읽고 또 읽다 보면 조금은 남긴 남더군요. 그래도 『이기적 유전자』나 『코스모스』 같은 책은 몇 번을 시도했건만 다 읽지 못하고 포기를 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의 경우엔 그냥 원서를 읽는 것이 쉽게 읽힌다는데 아직 도전은 못하겠습니다.; 해볼 생각은 물론 있습니다.-ㅂ-

『붉은 여왕』은 아마 이번이 세 번째 일겁니다. 대학 시절에 처음 읽고, 몇 년 전에 두 번째 읽고, 이번이 세 번째 입니다. 다른 건 다 빼고 제목의 연유는 대강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내가 이걸 기억하고 있긴 있었나 싶은 생각마저 들더랍니다. 하하하; .. 근데 이 책 세 번만 읽은 것 맞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보다 더 읽은 것 같긴 한데.ㄱ-;

한줄이든 한 문단이든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니고, 책 읽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렸기 때문에 맥락이 끊어졌습니다. 막판의 30%는 그래도 몰아서 보았지만 말입니다.

이 책의 시작은 왜 인간은, 그리고 생물은 性을 가졌으며 그것도 다성(多性)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 혹은 수컷과 암컷을 대변되는 두 가지 성을 가졌냐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차츰 성별과 그에 따른 선택, 진화를 포함해 다양한 이론들을 거치고 논박하며 흘러갑니다. 최종 결론은? 남녀의 성별 차이와 차별에 대해 다루고 끝을 맺습니다.
생물학이지만 사회학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라, 그것도 나름 재미있네요. 『게놈』 때문에 매트 리들리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여기서도 『게놈』에서 다룬 여러 유전 이야기도 함께 다룹니다. 정치적으로 중립(이라기보다는 공격을 덜 받기 위해서..?)을 지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데, 그래도 굉장히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판타지를 보면서도 항상 궁금해했던 것-그러니까 왜 인간의 임신기간은 9개월(하고 조금 더)이며, 갓 태어난 인간은 왜 빨리 자라지 못하는가도 여기서 의문이 풀리더군요. 인간의 뇌가 커지면서 머리도 덩달아 커졌는데, 지금 상태에서는 9개월이 한계랍니다. 그 이상 자라면 골반뼈 사이를 아기가 통과할 수 없다네요. 제대로 성숙된 상태가 되려면 21개월은 있어야 태어나자마자 걸을텐데 그렇게까지 자궁에서 키우는 것은 무리라는 거죠. 아주 간단한 문제였습니다.;

덧붙여 생각난 두 가지.
남자가 아무리 자식을 많이 본다 해도 그 자식이 제대로 후손을 남길 수 있을까는 미지수입니다. 물론 소설과 실제는 다릅니다만, 이런 경우도 있거든요.

1. 호주인가, 하여간 조금 황량한 분위기의 농장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있습니다. 『가시나무 새』였을거예요. 고등학교 때 본 책인데 취향이 아니라 한 두 번 보고 말았습니다. 주인공은 농장의 딸래미인데 꽤 예뻤던 모양입니다? 근데 위로 오빠들이 줄줄이 있고 야만 딸이던가, 딸이 하나 더 있던가 그랬는데 오빠들 몇은 성인이 되어 후손을 보기 전에 사망. 몇은 수줍음이 많이 여자를 만나지 못하고 그대로 늙습니다. 그리고 후손을 제대로 본 것이 주인공이었는데, 그나마 제대로 된 남자를 고르지 못해 결혼생활은 중도에 포기하고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둡니다. 그럴진대..;
아들은 신부가 되어 신학교 졸업 후에 바다에서 익사.ㄱ-
딸은 배우의 길을 걷다가 꽤 능력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기로 했는데 정황상 아이는 한 둘 정도만 둘 것 같더랍니다.; 그리고 농장에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남자랑 같이 독일인지 어딘지에서 살테고요.
그러니 자손을 많이 보아도 그 다음대의 후손이 어떻게 자식을 낳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2. 이건 실제 사례지요.
『초원의 집』은 주인공인 로러 잉걸스 와일더의 자전 소설입니다. 결혼해서 로즈라는 딸 하나를 두었는데, 이 딸에게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해준 것이, 딸이 직접 소설로 쓰라 하여 그걸 썼다더군요. 10권의 내용이 덜 다듬어진 것은 쓰던 도중에 저자가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보면 로러는 네 자매입니다. 메리, 로러, 캐리, 그레이스 순인데 이 중 결혼한 것은 로러 하나입니다. 메리는 열병에 걸려 시각을 잃은 뒤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고 집에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삽니다. 캐리나 그레이스 둘 중 하나는 병으로 사망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마 캐리였을 겁니다. 어렸을 때부터 허약했다 하거든요. 그리고 다른 자매도 결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로러의 유일한 딸 로즈도 결혼을 했던가 하지 않았던가, 하여간 자식이 없습니다.
딸 넷을 보았는데 결국 유전자는 이어지지 못하고... (이봐;;)

뭐, 어떤 집의 경우에는 10형제 모두가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또 손자를 보고 하여 전체 친척 모임을 하면 100명도 넘는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이런 사례도 있고 저런 사례도 있는 거죠.


아마 몇 개월 묵혔다가 다시 볼 것 같습니다. 아니, 내년쯤? 그 때는 조금 마음 편히 쫓기지 않고 볼 수 있을라나요.
요즘 내내 판타지만 보고 있었는데 간만에 다시 보니 (앞부분은 많이 졸았지만) 좋았습니다./ㅅ/
아라카와 히로무의 『백성귀족』2권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나올거라 기대도 안했는데 생각하지 않는 사이에 덥석 나왔네요. 『은수저』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라니 기다려봅니다.+ㅅ+

어, 하지만 『백성귀족』2권은 그리 기대하지는 마세요. 기대했던 것보다는 떨어집니다. 특히 몇 군데가 걸리는 부분이 있는데다, 이 사람은 일상을 이야기하지만 농산물 받아먹는 도시민 입장에서는 심장 찔리고, 게다가 S냥의 체험기를 들을 때처럼(...) 본인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데 듣는 사람은 비명을 지르고 싶단 말입니다. 특히 그 이녀(였나 삼녀였나;)의 손가락 다쳤을 때의 체험기를 들으면 말입니다.T-T;

그래도 개그 포인트는 건재하니 지하철 안에서 읽다가는 난처한 상황에 몰릴 수 있습니다. 어제 펼쳐들고 읽었다가 도중에 포기했습니다. 하도 웃음이 푹푹 터져나오니 민망하더군요.

자세한 내용은 접어둡니다.




1권에서 홋카이도에 대한 환상을 키워준다 하면, 2권에서는 그 환상이 조금 무너집니다. 그래, 어디든 살기 좋기만 한 곳은 없지요.


0. 사진은 한참 전의 것입니다. 이 때는 커피를 마실 위 상태가 아니라 과일주스-정확히는 과일액을 일부 첨가한 음료를 마셨지요. 페럼 타워 폴 바셋에서 시킨 자몽주스랑 슈크림입니다. 맛은 그냥 저냥. 주스 시키는데 '100% 아닌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물어서 나름 신선했습니다. 주스 시킨 적이 드물거니와 시키더라도 그런 소리는 처음 들었거든요.


1. 회피모드는 여전히. 심지어 간밤에 꾼 꿈 때문에 아침에 혼자서 포복절도했습니다. 갓난애를 품에 안고 이걸 어떻게 키워야(먹여야) 하나 한참 고민했더랍니다. 그런 생생한 꿈을 꾼 다음에 아침에 일어나서 어이가 없었거든요. 아마 꿈 해몽 책을 보신분들이라면 짐작하시겠지만 꿈에 아기가 나오면 근심이 있는 거랍니다. 네; 갓난-그러니까 막 쓰기 시작한, 틀도 안 잡힌 보고서 때문에 근심이 막심합니다. 하하하하하; 그러니까 이 소리는 보고서 마감일인 15일까지는 글마다 거의 들으셔야 한다니까요. 하하하하하하;


2. 지난 화요일은 출장이었습니다. 상반기 마지막 출장이겠거니하고 다녀왔는데 출장(교육) 내용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음 출장(교육)은 핑계대고 빠질까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고민만.; 왜냐면 그 때 정작 업무가 생기면 어차피 못 가는 건 마찬가지거든요.


3. 어이쿠. 날이 흐린 것을 보니 비가 올 것 같기도 한데. 그냥 시원하게 한 바탕 쏟아지면 안되겠니. 이러다가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지 말고, 비 좀 쏟아져라.-_-;


4. 골목길 연가 3편을 사왔습니다. 이날 구입한 것은 신일숙의 『리니지 완전판 7(完)』이랑 하쓰 아키코의 『고양이는 비밀장소에 있다 2』, 『골목길 연가 3』이었습니다. 하쓰 아키코 책은 데뷔 30주년 기념으로 나온 완전판의 번역본인데, 딱 2권까지가 모 자작님의 결혼담이군요. 같이 들어 있는 미공개 외전은 이전에 서울문화사판으로 나온 책에 실려 있습니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전 책을 다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딱히 구입할 필요는 없을듯..? 3권은 어떤 책일지 궁금하군요. 아마 공중누각의 주인이 주인공이겠지요. 표지가 그랬으니 말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이번 『골목길 연가』는 굉장히 취향이었습니다./ㅅ/ 그리고 후기의 언급과 검색을 통해 『골목길 연가』의 배경이 된 곳을 대강 알아냈습니다. 다음 여행 때 가보고 자세히 올리겠습니다.
하여간 이번 편에서는 저만(G는 안 그랬답니다) 함정이라 생각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할머니께 속았어요.;ㅁ;
그리고 『골목길 연가』를 읽을 때마다 공예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한층 깊어집니다. 저도 저런 곳에 들어갈 정도의 실력을 쌓고 싶다니까요.;; 그나저나 4권은 언제쯤 나오려나. 으으. 그리고 『토리빵』도 뒷권이 보고 싶어요.;ㅁ;


5. 다 올리고 보니 병원 이야기를 안썼군요.;
다리에 혹이 생겨 병원에 갔더니 초음파 검사에 이어, 이거 정체를 알 수 없으니 MRI도 하자고 하는데... 아무것도 아니면 다행이겠지만 그런 생각과 동시에 과잉진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기야 애초에 작은 병원에 갔다가 혹시 모르니 큰 병원 가보라고 추천서를 받았고, 추천서를 받아 큰 병원에서 일단은 혹이라는 판정은 받았습니다만. 그래도 초음파와 MRI 도합 1백만원 들어가니 당사자(제가 아니라;)는 좌절하고 있다니까요. 하하; 심한 것은 아니니 수술하면 된다고는 합니다.
하여간 안 아픈 것이 최고예요.-_-;
감상문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빼먹고 있었군요. 이런.;
이 책은 첫비행님 여행 가시기 전에 올리려 했는데 늦었습니다. 아마 제가 이 리뷰 올렸으면 첫비행님의 여행비용은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했을 것이란 생각이 폴폴~ ;;; 그도 그런 것이 이 책 감상은 첫비행님을 노리고(!) 올리는 겁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랑 비슷한 계통이거든요.

일본에서는 이런 측량형 여행기(?)가 종종 출판되는데, 한국에서는 별로 못봤습니다. 번역 나온 것만 해도 셋이나 되는데 한국에는 비슷한 책을 못 보았네요. 일단 세노 갓파의 『펜끝으로 훔쳐본 세상』, 『작업실 탐닉』, 『유럽낭만 산책』이 먼저 떠오르고, 첫비행님이 먼저 옆구리 찔러 주신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도 많지요. 그리고 이 책이 있습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건축계통 종사자라는 겁니다. 세노 갓파는 건축가는 아니지만 무대미술가랍니다. 한국에는 책이 몇 권 소개되지 않았는데 저서도 상당히 많고요. 그 중 한국에도 나온 『유럽낭만 산책』이 이 책의 모델인가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요. 『펜끝으로 훔쳐본 세상』에도 등장하지만 하는 짓(..)이 닮았습니다. 하하;

『여행의 공간』은 건축가인 저자가 세계 각지를 여행 다니면서 머물렀던 호텔 측량기입니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줄자와 필기도구를 들고 여기저기 측량을 해야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다네요. 측량하는데는 대략 두 시간이 걸린답니다.(...) 신혼여행 가서도 그랬다는데 아내가 동종업계 종사자여서 다행이었지, 아니었다면 신혼여행 시작하면서부터 싸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머물렀던 호텔이 다 '유명한' 호텔이라는 점도 특이합니다. 세노 갓파는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며 머물렀다는 느낌이 강한데, 우라 가즈야는 유명 디자이너나 건축가가 만들었거나 리모델링에 참여한 호텔, 소설이나 영화 등의 배경이 된 호텔, 고급 호텔 등을 일부러 골라 갑니다. 건축가니까 공부가 된다는 핑계도 있지만 이런 평면도와 그림, 그에 따른 자세한 설명과 감상을 읽고 있노라니 비용이 들더라도 머물러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비스부터 배치 형태나 동선, 물품이나 호텔에서 보이는 경관 등에 대해 자세히 쓰고 있거든요. 덕분에 읽고 나니 가고 싶은 여러 호텔들이 생기는 바람에..-_-;
지역 비율로 따지자면 뉴욕이 제일 많은 것 같군요. 일일이 세어보진 않았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호텔에 비치된 전용 메모지를 썼더군요. 거기에 스케치할 생각은 해본 적 없는데, 거기에 그린다면 나름의 제한(?)도 있고, 호텔이 어디였는지 적을 필요도 따로 없겠네요. 종이 상단에는 로고가 떡하니 박혀 있고 아래에는 주소까지 친절하게 찍어 두었으니 말입니다.
저도 종이니 뭐니 핑계대지 말고 도전해볼까요..-ㅁ-;;;


우라 가즈야. 『여행의 공간: 어느 건축가의 은밀한 기록』, 송수영 옮김. 북노마드, 2012, 16000원


덧붙여. 그림 중 몇가지는 흑백으로 나왔습니다. 아니, 몇가지가 아니라 꽤...군요. 기왕 싣는 김에 전체를 다 채색으로 실어도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아쉽네요.
한줄 감상 : 글쎄........................


니시오 이신의 모노가타리시리즈, 『고양이 이야기』가 나온 것을 보고 덥석 집어 들어 바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리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맨 처음의 『괴물 이야기』는 딴소리와 이야기 진행의 균형이 잘 맞았지만 뒤로 가면 갈 수록 딴소리의 비중이 높습니다. 『상처 이야기』는 그래도 이야기 진행의 비중-특히 전투(?) 비중이 높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키스샷 아가씨가 취향에 안 맞았어요. 시노부는 좋지만 키스샷=본체는 취향이 아니더라고요. 표지 그림(t삽화)이 취향이 아니라 그런가요.; 그 이유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뒤에 나온 다른 책들도 입맛에 안 맞아서 한 번 읽고는 바로 방출했지요.

이번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은 『상처 이야기』와 『괴물 이야기』의 사이-정확히는 골든위크에 있었던, 하네카와 츠바사의 이야기가 주입니다. 읽고 나면 츠바사도 그리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팍팍 들지요. 하지만 그건 둘째치고, 이 책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은 것은 주인공도 직접 말했듯이 책의 1/4이 딴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아라라기가의 남매가 주고 받는 영양가 없는 만담이 앞에 등장하는데, 그걸 읽고 있자면 내가 왜 이것을 참고 읽어야하나 싶습니다. 대신 그 뒷 부분의 전개는 상당히 빠릅니다. 그것만 넘기면 되긴 하지요.

그렇지만 『괴몰 이야기』의 히타기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츠바사에게는 감정이입이 안되고, 그렇기 때문에 아라라기의 '어장관리'도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까지만 해도 그렇게 변태로 보이진 않았는데, 후편이 나오면 나올 수록 상태 심각한 변태이지 뭡니까. 『괴물 이야기』만 봐서는 히타기에게만 마음을 주고 주변은 그리 생각하지 않은 둔탱이 같았는데 말이죠. 작가가 글을 쓰면 쓸 수록 얘 성격이 이상해지는 건가.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잇짱이 낫습니다.-_-; 언제 공간과 자금이 되면(...) 헛소리꾼 시리즈를 모을까 싶네요. 하하;
앞서 읽은 권은 미처 리뷰를 올리지 않았네요. 아마 작년에 6권까지 다 보았을 겁니다. 사실 4-6권 사이는 내키지 않아하며 보았던 지라 안 올렸을 겁니다. 주인공 마흐무트에 대한 편애가 심하다보니 고생하는 편은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6권부터 긴박하게 움직이더니 7권에서 뒤집고, 8권에서 사고쳤습니다.(먼산)

가상의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지만 본국인 투르키에는 오스만 투르크가 모델일 것이고, 무역국가인 베네딕크는 베네치아, 발트라인은 합스부르크 왕가, 혹은 러시아계. 다시 말해 게르만이나 슬라브 제국일겁니다. 분위기를 봐서는 신성로마제국일 것 같긴 하군요. 그리고 포르키니아는 조금 헷갈리지만 알렉산드리아-이집트. 8권의 배경은 메소포타미아 지방 어드메.

다시 말해 그냥 보는 것보다는 역사적 지식을 갖고 보는 쪽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편을 보고 나서 시오노 할머니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다시 꺼내 읽을까 싶더군요. 그거랑 『콘스탄티노플 공성전』이었나, 전쟁 3부작이랑 섞어 읽으면 딱입니다.-ㅁ-; 주인공이 투르키에=투르크 사람인지라 옷차림이 화려하고 게다가 꼬꼬마라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게다가 색채가 제 취향.OTL 금발에 엷은 하늘색 눈이랍니다. 아하하;

등장인물 얼굴 취향은 마흐무트 - 바야짓 - 자가노스더라능...;;; 예쁘다는 것 외엔 공통점이 없군요. 성격이나 포지션은 다 제각각입니다.;

그나저나 이 작가 참 대단하네요. 데뷔가 2007년인데 이게 첫 장편작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끌고 나가는 것을 보면 의외로 잘 끌고 나간다 싶어서 말입니다. 20권까지는 가지 않을까 싶은데, 현재 일본에는 10권까지 나왔습니다.

참, 알타이르는 알테어, 별 이름입니다. 아예 아랍쪽에서 온 별이름이라는군요.


이하는 내용이 들어가니 보실 분은 빼고 보시어요.


Kotono Kato. 『장국의 알타이르 7-8』, 유현지 옮김. 학산문화사, 2012, 각 4500원.



내용폭로를 막기 위해 되도록이면 앞부분에는 내용은 담지 않았습니다.-ㅂ-


1권에서는 등장인물 소개로 주로 나왔다 치면, 막판에 사고가 일어납니다. 주인공인 마흐무트의 친한 친구가 반란을 일으킵니다.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나간 마흐무트는 막판에 개별행동을 해서 친구를 구하고 반란도 무사히 진압하지만 군인이면서 개별행동을 한 것이 문제가 되어 문책성 인사로 천인대장으로 강등됩니다.(2권)
참고로 이 아해의 나이는 아직 10대. 최연소 13인 장군입니다. 그러던 것이 강등되어 천인대장이 되지만, 상관이자 생명의 은인인 카리르의 도움으로 세상공부를 하러 나갑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사고를 치며 두 명의 호위가 붙게되고(3-4권), 그러고 더 돌아다니다가 투르키에에 대한 또 다른 반란에 휩쓸려 진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이게 수습이 되는 것이 7권입니다. 8권에서는 다시 장군으로 복권되어 이번에도 또 사고 치러나갑니다. 아하하. 이제는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가는군요.-ㅁ-/ 1권에서는 주로 몸싸움을 보여주더니만 이번에는 제대로 머리싸움을 보여주네요. 과연 9-10권은 어떻게 돌아가려나. 기대됩니다.

집 서가에 넣을 자리가 없음에도 지금 챙겨오고 싶어 투덜대고 있습니다. 으. 마흐무트가 귀엽긴 하지만, 그림도 예쁘고 내용도 꽤 마음에 들지만 그래도 넣을 자리는 없단 말이닷!
최재천 교수의 『통섭의 식탁』 중 어떤 책을 먼저 읽을 까 하다가 냐오님이 『핀치의 부리』를 추천하신 덕에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제목을 들었기 때문에 빌리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른 책에 밀려서 읽는 것이 늦어졌을뿐이지요.;

한데 읽기 전, 어려울까 겁먹었던 것과는 달리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역시 제 취향은 생물학, 그 중에서도 이런 진화 생물학입니다. 조금은 재미있게라며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다룬 것보다는-그런 내용의 드라마나 영화도 질색합니다-진지하면서도 생생하게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이번에 빌린 책도 『모래군의 열두달』. 아마 비슷한 맥락의 책일겁니다. 이쪽은 현장연구가 아니라 체험 관찰기에 가깝겠지만 말입니다.

다윈의 핀치는 다윈이 비글호 여행을 하던 도중, 진화론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걸로 유명합니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치 부리가, 모두 같은 종임에도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에 착안해 진화론을 구상하기 시작했다던가요. 그래서 핀치가 유명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그 다윈의 핀치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진화론이 다시 맹공격을 받던 당시, 연구자들은 현장연구를 통해 진화의 또 다른 증거를 발견합니다. 그 중 하나가 핀치입니다. 진화가 아주 천천히,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을 보다보면 진화는 환경에 맞춘 변화로, 어떤 것이 진보이고 어떤 것이 퇴보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아니, 둘다 맞습니다. 환경에 맞춰 제대로 살아 남는다면 그것은 나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적어도 뒤쳐져-죽지는 않을테니까요.

현장 연구의 생생한 모습을 담으면서, 또 다른 연구를 보여주며. 왔다갔다 하고 있는 내용 전개가 꽤 익숙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했더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천문학 책인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에서 다룬 것과 비슷하군요. 팔로마산 천문대에 근무하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 각자의 연구 영역과 그와 관련된 학문과 이론을 풀어 나가는 것이 꽤 비슷합니다. 익숙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인가봅니다.

뒤로 가면 진화생물학을 넘어서 의학의 이야기도 다룹니다. 페니실린은 수 많은 사람들을 구했지만 이제 더이상 듣지 않습니다. 박테리아나 세균의 진화(적응=내성)를 통해 이제는 듣지 않거든요.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도 그래서 등장하는 겁니다. 인간에게는 재앙이겠지만 그들에게는 진화입니다.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일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빨리 적응한다는게 그리 좋게 보이진 않지만 말입니다. 이 책은 분명 신종플루나 사스나 조류독감이 본격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쓴 책인데도 그런 존재를 암시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습니다. 그래서 막판에는 더 공감하며 보았지요.


읽고 있다보니 다시 매튜 리들리의 책이 읽고 싶어집니다. 조만간 다시 찾아 읽어야지요.>ㅅ<
(아마도 6월에나..OTL)


조너던 와이너. 『핀치의 부리』, 이한음 옮김. 이끌리오, 2001. 13000원.


그러고 보니 읽다가 몇몇 단어의 번역이 걸렸던 것 같은데, 워낙 재미있어서 잊었습니다. 하하.;ㅂ;
필독서라고 적고 싶었지만 과장하는 느낌이라 한 발짝 뺐습니다.'ㅂ'

이전 작 『죽을 때 후회하는 25가지』나 『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 두 사람』과는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앞서의 두 책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라면, 『남은 생 180일』은 완화의료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나옵니다. 흔히 한국에서는 호스피스라고 하는데 죽음을 앞둔 암환자나 난치병 환자가 더이상 치료는 받지 않고 통증을 완화하는 의료만 받는 것입니다. 몸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완화하며 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의료방법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고,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이 완화의료가 어떤 것인지 아실겁니다.

죽음에 대해, 특히 암환자의 죽음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요즘처럼 암환자가 가족 중 혹은 친척 가운데 한 명 이상 있는 때에는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말기 암 환자가 받는 치료의 부담이나, 완화의료에 대한 오해 등을 상세하게 적고 있거든요. 물론 개인의 선택이지만, 저는 제가 암이나 다른 이유로 인해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받고 싶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것도 아닌, 의식 없이 육체만 기능하는 상황이 몇 달 간 계속되는 것은 저 답게 사는 것과는 거리가 있으니까요. 뒤에 남을 사람들에 대한 배려랑은 거리가 먼, 제 욕심입니다. 그냥 자력으로 호흡하고 의식을 유지하다가 고이 가고 싶습니다.
음, 유언장을 써야하는 이유가 늘었네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한다고 미리 밝혀야 할테니까요.-ㅂ-;

이 책을 읽다보면 완화의료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밝게만 본 것은 아닌가 싶은 때도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에서도 완화의료를 받기란 쉽지 않다니까요. 전체 의료인 중 수백 명만 완화의료 혹은 호스피스 자격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에서 실제로 그런 연수를 받고 훈련을 받은 사람은 그 중에서도 소수랍니다. 한국에서는 종교 관련 기관 몇 군데서만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고 알고 있고요. 그러니 한국에서는 만나기 더 힘들테고...

하여간 말기 암 환자의 용태나 죽음 과정에 대해 상당히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니 한 번쯤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특히 쥬빌란님이 보시면 .. 각별하실듯..? ;;;;



오츠 슈이치. 『남은 생 180일』, 황소연 옮김. 21세기북스, 2012,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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