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를 보면 이 책의 성격이 환하게 보입니다.

"건축가 이일훈과 국어선생 송승훈이 e-메일로 지은 집, 잔서완석루"

그렇습니다. 건축주와 건축가가 전자편지를 주고 받으며 지은 집에 대한 기록이 이 책입니다. 건축가 이일훈씨는 잘 모르지만 송승훈씨는 그 바닥(...)에서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저는 이 분의 이름을 보고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역시, 국어선생님은 다르네요. 전자편지 여기저기에 묻어난 표현이 아주 맛깔납니다.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한창 읽고 있는 중인데 이걸 읽다보니 중간 중간 리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올려 봅니다.

책 앞머리의 사진과 문장이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 -_- 뇌가 썩었.... 이 모든 것은 최근의 조아라 독서목록이....)


2005년부터 2007년 중반까지는 전자편지로 집에 대한 생각을 주고 받습니다. 그리고 2007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공사를 하여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 낡은 책이 있는 거친 돌집을 완성합니다.
아마 빙고님이시라면, 그리고 생협분들이라면 표지의 서재 사진에서부터 낚이실겁니다. 저 앞쪽에서 빛이 들어오고 이쪽은 복도입니다. 약간은 그늘진, 어둑어둑한 복도에는 양편에 서가가 늘어서 있습니다. 그냥 책장이 아니라 규칙적이지만 들쑥날쑥한 재미난 모양의 서가. 도서관 서가를 사랑하는 제게는 조금 이용하기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이 서가의 정면사진을 보는 순간 졌다!를 외쳤습니다. 이 서가에 책을 꽂고 싶습니다. 하나하나 가꿔가며 말이지요. 국어 선생님이신데도 상당히 중구 난방의 장서 구성인데 그게 자유롭게 꽂혀 있는 것을 보니 손이 근질근질하지만, 한 편으로는 저기의 서가에 책을 잔뜩 채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책장 앞에는 여러 책상자가 놓여 발판도 되고 의자도 됩니다. 저는 아마 이 서가 아래 다리 죽 펴고 앉아 굴러다니며 볼 것 같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주고 받은 편지 첫 머리부터 집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듭니다. 건축가가 집 주인의 꿈을, 마당, 침실, 욕실, 서재, 대문 등에 대해 적어 달라 했더니 장문의 글을 보냅니다. 본문이 넘칠까 첨부파일로 보냈더군요. 쓰임새, 집모양, 마당, 침실, 욕실, 서재, 거실, 대문, 툇마루, 옥상-베란다, 가구, 꾸밈, 책꽂이, 컴퓨터, 침대, 계단, 벽난로, 마루, 황토까지 집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적은 글입니다. 읽고 있노라면 손이 근질근질하여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나도 이렇게 집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싶다는 충동이 듭니다.
이에 대한 답장은 꼼꼼히 읽은 뒤 건축적으로 중요한 부분-동거인(어머니), 영사막 사용 시간대, 담장, 방범 등에 대한 재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건축주가 쓴 집에 대한 글 두 번째는 겉모습과 방, 집의 구성요소, 그외 생각나는 것들을 담았습니다. 근데 이 분 글이 맛깔나.;ㅂ; 쉬우면서도 철학이 묻어나고 생각이 있는 글입니다. 컴퓨터 방에 밖으로 문을 내면, 거기로 뒤뜰이 보여 밖에서 놀자고 바람이 부르면 온라인 게임 하다가도 뛰쳐나가고 싶겠지요.(...) 그리고 방문이 두 개인 구조는 외국의 부엌이 떠올랐습니다. 로베르 아르보의 『오늘의 행복 레시피』에 보면 부엌이 정원과 바로 이어져, 아이들이 정원에서 뛰어놀다가도 타일 바닥이라 신발신고 바로 뛰어들어올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의 옛 부엌도 그랬지요. 아궁이 때문에 부엌이 낮은 곳에 있을 수 밖에 없었지만, 아궁이 불로 데워진 부뚜막은 겨울철에도 뜨끈뜨끈하고, 그 안쪽에는 찬장이 놓인 곳과 함께 작은 마루가 있습니다. 부엌일 하는 사람들이 잠시 쉬며 거기서 간식을 나눠먹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했겠지요. 애들이야 마루보다는 부뚜막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했을 겁니다.

... 글이 길어지니 이정도에서 적당히 접고, 이 책의 감상기는 2탄으로 이어집니다.
겨냥하는 분은 첫비행님, 키릴님, 티이타님, 아이쭈님, 빙고님. 티이타님이랑 키릴님이 흥미롭게 보시지 않을까 합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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