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 감상은 모아서. 일단 두 권 모두 구입 고려 중입니다. 서가 문제만 아니면 덥석 물었을 것인데, 자취방도 슬슬 책이 바닥에 쌓이는 상황이라 고민중으로 돌렸습니다. 본가는 두말할 나위 없지요. 서재로 쓰고 있는 베란다뿐만 아니라 책상 위에도 책이 마구 쌓이는 중입니다. 이거 언제 손대지 않으면 답 안나오는데....

 

그보다. 요즘 들어서 확실하게 깨닫습니다. 자취방에는 페이퍼팝 1단상자와 The DIY의 나무상자를 책상자로 쓰고 있지만, 종이상자는 책을 위에 많이 쌓았더니 여지없이 휘어집니다. 아무래도 종이다보니 내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책 무겁게 쌓으실 분들은 그냥 나무 쓰세요. 나무가 무겁지만 내려 앉을 위험은 종이보단 덜합니다. 크흑. 물론 많이 안 쌓으면된다는 답을 내놓으시는 분도 있을 테지만, 그게 가능할리가 없잖아요. 책은 원래 증식하는 겁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심플리 인 시즌』은 심플리라는 이름의 카페에서 내놓았던 여러 메뉴 만드는 법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그것도 1년의 제철 과일에 맞춰서요. 애초에 카페를 만들었던 이유 자체가 과수원집 조카, 과수원집 딸이어서 과일이 넉넉하다 못해 넘치게 있었고, 그 해 마침 상품성 없는 과일들이 왕창 나왔다는 것이 문제였다는군요. 낙과도 그렇지만, 과일도 올해의 양파처러 풍년 들면 가격이 폭락하고, 흉년되면 팔 물건이 없습니다. 농사는 정말로 운입니다. 뉴스 보면서 매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비슷한 종류의 책은 여럿 있지만 이 책이 재미있는 건 그렇기 때문에 독특한 과일이 많이 나온다는 겁니다. 하귤, 살구, 자두, 댕유지(댕유자)까지 나옵니다. 아, 영귤도 있었네요. 과수원이 제주에 있어 그렇다는군요. 하귤은 저도 시도해봤지만 담아 놓고 안 먹어 버리는 통에 아깝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니 내년에는 다시 하귤마말레드를 만들어 볼까 싶네요. 댕유지도 그렇고요. 유자 마말레드도 상당히 맛있습니다.

살구나 자두는 한국에서 나는 과일의 특성을 더해,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를 고심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잼이나 청은 일본 번역서도 많지만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차이가 있지요. 이건 한국의 제철과일과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설탕을 이야기하니 훨씬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직접 담아보면서 고민했구나 싶은 부분이 참 많았지요.

 

.. 적다보니 배고프네요.

 

 

 

『잃어버린 장미정원』은 읽는 도중에 혈압이 올라서 트위터에, 썩을 동전, 썩을 아베를 외치게 만든 책입니다.

 

 

 

 

 

 

(트위터 링크)

 

후쿠시마에는 후타바 장미원이라고, 30년 넘은 장미원이 있습니다. 장미에 조금씩 관심을 두었던 청년이,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과수원을 정원으로 가꾸고, 더 나아가 일본의 다양한 장미 품종을 모아 하나씩 가꿔 나갑니다. 전문적인 원예나 조경 공부는 하지 않았지만 워낙 타고난 손과 눈이 있어 아름답게 가꿨지요. 그 사진들이 책에 가득합니다.

앞에서 동전(도쿄전력, 東京電力)과 아베를 비난한데서 눈치채셨겠지만, 2011년의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때문에 이 지역은 폐쇄가 됩니다. 원자력발전소 바로 근처더군요. 10km 안쪽이던가요. 그 부분 읽는 순간 분노 폭발. 하하하하하하하하. 저혈압 치료에 도움이 될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정원이 유명했던 터라 사고가 난 그 해, 2011년에는 국제장미 박람회 등에서 방문 예정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직전에 사고가 난 셈이지요. 서둘러 피했지만 장미 정원을 들고 이동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 이후에 다시 방문한 정원은, 갈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물건을 하나 가져가려 해도 모두 다 가이거 계수기로 검사를 하고 나와야 했답니다. 지금은 지바현의 어느 임시숙소에서 지내고 있지만 그것도 만기가 머지 않았다네요. 하아아. 어딘가로 다시 떠나야 할지 모르니 정원 가꾸기도 쉽지 않고요. 다행히 지금은 지바현에서 원예 관련 유치원 수업 등을 맡아 일하신다 하지만, 오랫동안 가꿔온 정원을 두고 왔어야 할 그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

올해 나무 하나를 잃을 뻔했을 때의 분노가 아직도 생생하게 올라옵니다. 엊그제 새싹이 올라오는 걸 확인하지 못했다면 아마 구구절절 또 한탄했을 겁니다.

 

 

적다보니 두 권 모두 집에 있어도 좋겠다 싶네요. 안되겠다. 일단 집에 쌓아 놓은 책들부터 다 읽고 그 다음에...!

 

 

이소영, 김현정. 『심플리 인 시즌』. 아지트, 2019, 18000원.

마야 무어. 『잃어버린 장미정원』, 김욱균 옮김. 궁리, 2019, 20000원.

 

부제는 '칼 푀르스터의 정원을 가꾼 마리안네의 정원일기'입니다. 마리안네 푀르스터는 칼 푀르스터의 딸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원사로 경력을 쌓고 만년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 집이자 아버지의 정원으로 돌아와 사망할 때까지 정원을 돌보았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칼 푀르스터는 포츠님에 정원을 두었고, 통일 이후에는 그 정원을 복원하고 관리하는데 중점을 두었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대강대강 설명하는 건 책의 중심은 정원을 둘러싼 역사가 아니라 그 속의 식물들이기 때문입니다.


마리안네는 봄부터 겨울까지의 시기를 차례로 다루며, 초봄과 초여름, 한여름을 넣어 일곱 계절의 정원 식생을 이야기합니다. 정원에는 나무도 많지만 숙근초=여러해살이풀이 주력이며, 상당수는 아버지인 칼 푀르스터가 개량한 종들입니다. 칼 푀르스터가 육종한 풀의 이름은 사람의 이름이 아닌 다른 단어에서 주로 따왔다고 합니다. 사람의 이름을 붙인 것은 몇 안되고,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건 지양했다더군요. 그렇게 정원에 남은 풀도 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 새로 나온 종이나, 그 옛날의 정원에 있던 풀들을 옮겨 심었던 것 등도 있어 그 자세한 이야기를 철철이 풀어 놓습니다. 봄에 피는 꽃, 초봄을 알리는 꽃부터 시작해 겨울의 정원모습까지 1년의 일곱 계절을 모두 돌면 정원 가꾸기가 절대 만만하지 않다는 걸 깨닫습니다...OTL

그렇습니다.

숙근초를 심으면 제초제를 쓸 수 없으니 정원 풍광을 망치는 풀들은 계속 뽑고 뽑고 또 뽑아 치워야 합니다. 작은 땅뙈기 하나 잡초 못 뽑아서 끙끙대는 저와는 굉장히 다릅니다. 해마다 올해는 꾸준하게 잡초를 뽑겠다 생각하지만 그것도 쉽진 않네요.


책 판형 때문에 더 크게 보면 더 아름다울 정원 사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그것만으로도 여러해살이풀이 가득한 정원의 풍광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에 없는 풀이 많아 번역할 때 일대일대응이 안되는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요. 뭐라해도 직접 가서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리안네 푀르스터. 『내 아버지의 정원에서 보낸 일곱 계절』, 고정희 옮김. 나무도시, 2013, 15000원.




언니네 텃밭에서 주문한 토종콩 종자 도착. 도착한 건 좋은데, 과연 내년에 잘 심어서 종자를 다시 수확할 수 있을 것이뇨...? 게다가 섞어 심을 건데? =ㅁ=



종자를 잘, 오래 보관할 방법을 찾아야겠다.-_-

제가 만드는 정원은 실외 정원입니다. 그러니까 바깥에, 야외에, 밭으로 쓰던 땅에 식물을 심는 거죠. 사실 오늘도 붓꽃 심을 구덩이 파려던 걸, 어제 비가 와서 땅 젖었다는 핑계 대며 땡땡이쳤습니다. 내일은 잊지말고 파야해요.


살고 있는 원룸은 베란다가 없고, 본가의 정원은 화분을 늘리면 안됩니다. 이미 거긴 제가 가져다 놓은 화분으로 포화상태입니다. 유자만 세 그루, 거기에 차나무는 G가 들고온 씨앗에서 시작한 거거든요. 그러다보니 실내 화분은 생각도 안했는데, 이 책은 실내 화분을 주로 다룹니다. 집에서 키우는 화분이니 내한성보다는 공기정화에 비중을 둡니다.


산세베리아도 죽이는 극악한 실력이기 때문에 차라리 물 안 줘도 되는 바깥 정원이 마음 편합니다. 그럴 진대, 이걸 보면 저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망상이 잠시 듭니다. 여기 소개된 사례는 글쓴이의 경험담이니 햇빛 잘 안드는 제 사무실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책을 읽으면서는 용기가 생기네요. 신경 덜 써도 되는 화분도 많고 종류도 다양하며 소개하는 화초도 종류가 많습니다.



잠시 잡담 좀 해보면.. 아프리칸 바이올렛도 있더군요. 언제였더라. 하여간 그 당시 이웃집을 포함해서 굉장히 유행했던 터라 집에도 화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이사갈 일이 생기니 어머니가 그걸 다 처분하시더군요. 화분 수가 굉장히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처음에 화분이 하나였는데, 이건 잎꽂이가 가능해서 잎을 잘라다가 꽂아두면 거기서 다른 싹이 납니다. 따뜻한 걸 좋아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화분 때문에 집에서 하이포넥스라는 비료를 상비하기도 했고요. 휴지통 가득 물을 담고 거기에 아주 조금의 하이포넥스를 넣으면 액체비료가 되는데, 아프리칸 바이올렛은 잎에 물이 닿으면 싫어한다던가요. 그래서 그 액체 비료에 화분을 담가서 잎에 닿지 않게 하시더군요. 그 기억이 아련히..=ㅁ=



내년에는 여기 소개된 식물 중 몇을 골라 심어볼까 합니다. 하지만 어제 올렸던 장미를 주문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



오하나. 『그녀의 작은 정원: 좁은 실내 공간을 활용한 감성 정원 가꾸기』. 넥서스BOOKS, 2015, 14800원.


2009년이 1판 3쇄 발행일인데, 1판 1쇄가 언제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나중에 확인해야지.

(교보를 확인하니 2008년 7월 발행입니다.)


오경아의 다른 책은 앞서 보았는데, 이번에도 서가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와서 보았습니다. 『우리 시골에서 살까』나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식탁』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나온 걸 보면 같은 시리즈로 낸 모양입니다.


영국에서 정원사로 일하는 동안 있었던 일들을 봄부터 시작해 봄, 열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대로 엮으면서 사계절의 정원을 소개합니다. 주로 어떤 식물을 심는지, 정원을 가꿀 때 주의할 점은 뭔지 등을 이야기 하더군요. 사계절을 볼 수 있는 정원을 만드는 건 참 쉽지 않은데, 꽃만 보는 것이 아니라 더욱 그렇습니다. 혼자서 일한 것이 아니라 다른 정원사 동료들과 함께 일했던 것이고, 어떻게 보면 짤막 짤막한 정원사 일기 같기도 합니다. 수필과 비슷한 글이 먼저 나오고 그 뒤에 정원 가꾸기 팁을 소개했는데 전 팁이 더 재미있더군요.



흥미로웠던 부분을 뽑아보면..
-산사나무가 호손이군요. 가시나무. 울타리로도 많이 쓰는 모양인데. 메이플라워로도 불린답니다. 미국 대륙 초기 이민선의 그 메이플라워 맞습니다.(p.89-90)
-고사리를 멀칭으로 쓸 수 있다는군요. 그러니까 겨울 보온용으로 쓰는 짚이불 대신으로 말입니다. 보온도 잘되고 통풍도 잘 되어 덮어주기 적당하다는데, 고사리는 꺾어 먹는 일이 많으니 잎이 활짝 핀 것을 구할 수 있을까가 문제네요. 애초에 야생 고사리를 그렇게 크게 키울 수 있는가가 관건이기도 하고요.
-카모마일을 심으면 민트나 세이지, 오레가노가 잘 자란답니다. 독일 카모마일-matricaria recutita는 차로도 많이 마신다는군요. 허브계 차는 즐기지 않지만 내년에 심어볼까 합니다. 아니, 씨앗이라도 구해서 뿌려볼까.




정원 가꾸기는 사실 『세컨 네이처』가 더 흥미롭습니다. 위가 가벼운 수필이라면 이쪽은 무거운 수필. 음. 에세이와 미셀러니였나요. 배운지 하도 오래되어 헷갈리는데 이 책은 정원 가꾸기를 둘러싼 미국의 인식과 자연보호라는 문제 등을 깊게 짚어 나갑니다.

저자는 마이클 폴란. 앞서 『주말 집짓기』를 보고 다른 책을 찾아볼까 싶어서 골랐는데 약 7년 동안 작은 농장을 채소밭을 포함한 개인 정원으로 가꿔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주말 집짓기』보다 『세컨 네이처』가 먼저 출간되었는데 실제 시간의 흐름도 그럴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쪽이 재미있다 생각한 건 장미 이야기 덕분입니다. 『소박한 정원』에도 장미가 자주 언급됩니다. 로즈힙이라든지. .. 그러고 보니 제가 본 덩굴장미는 거의 열매가 안 달리는 것 같던데. 조금 달라서 그런가요.

『세컨 네이처』는 자연 보호와 정원가꾸기라는 두 가지를 다룹니다. 미국에서 주택 정원이란 잔디밭이고, 그걸 가꾸지 않는 사람들은 눈총을 받는다는군요. 저자의 아버지가 그랬답니다. 중산층의 주택 단지에서 유일하게 잔디밭을 가꾸지 않고 방치하는 사람. 그러다 나중에 이사간 곳은 그냥 자유로운 정원으로 두었던 모양인데 말입니다. 외할아버지는 정원가꾸기에 열심이어서 아예 채소밭을 전문적으로 관리하시기도 하셨다네요.
어렸을 때의 짧은 정원 경험을 넘어서, 나이 든 뒤에 작은 농장을 삽니다. 그리고 거기에 채소를 가꾸고 장미나 나무를 심습니다. 그렇게 정원을 가꾸면서 정원이란게 인공적인 존재이며 사람의 손을 타는 것이니 자연보호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과, 적절히 가꾼 자연에 대한 논의를 다룹니다. 정원의 역사도 함께 파헤치면서 말이죠.
4장에서 퇴비 만드는 것을 보고는 퇴비장을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윗분들께 허락을 받고 나무를 주문했는데 언제쯤 도착할지 모르겠네요. 제대로 된 퇴비장은 아니겠지만 겨울 오기 전에 만들면, 거기에 여러 퇴비를 잔뜩 쌓을 생각입니다.
장미에 대한 언급은 길게 나옵니다. 장미 카탈로그의 유혹에 넘어가서 장미정원을 만들기로 마음 먹었는데, 역시 글쓴이라, 장미정원의 역사와 장미의 육종에 대한 길고 긴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장미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역사적 배경은 어떤지. 그리고 심었을 때의 형태에 대한 이야기까지도요. 이야아... 그 앞의 장미 역사로 돌아가면, 로마시대에는 갤리카가 사랑을 받았고, 갤리카와 들장미의 교배종이 다마스크, 찔레의 일종인 로자 카니나Rosa canian랑 다마스크 장미의 잡종인 앨바, 다마스크와 앨바의 교배종인 센티폴리아, 이끼장미. 여기까지를 장미세계의 앙시앙레짐(구체제)이라 부르네요. 이야아.-ㅁ-

잡초도 다룹니다. 잭 할랜드가 말한 걸 보니 웃음이 절로 납니다.

우리가 잡초의 개념을 인간의 교란에 적응해서 생존해나가는 생명체라고 정의한다면, 인간이야말로 모든 잡초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가장 원초적인 잡초라고 정의할 수 있다.



후반부의 겨울에는 다음 봄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종묘사가 보낸 여러 카탈로그를 보면서 어떤 걸 주문할지 보는게 아니라, 종묘사의 목표와 목적, 신념을 분석하는군요. 역시..-ㅁ- 그 중 어떤 카탈로그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올해는 '토착적이 아닌 품종들'은 해로운 것이라는 일반적인 견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격적인 외래종들'은 생태계를 침범하여 '자생하는' 것들을 몰아낸다고 믿는다.



자신 스스로도 유럽의 혈통을 물려받은 외래종이면서 다른 생명체에 대해서 그들이 자생종을 몰아내는 '침략적 외래종'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그리고 그 아래는 인간이 철새처럼 여러 종자들을 여기저기에 뿌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네요. 적어도 그건 인간들이 기여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시간만 있다면 다시 한 번 느긋하게 읽어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게 아쉽습니다. 정원을 시작하기 전에 이 두 책을 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가볍기로는 『소박한 정원』이 좋고, 어떤 정원을 꾸밀 것인가, 어떤 나무를 꾸밀 것인가, 잡초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신참 정원사에게는 『세컨 네이처』가 좋습니다.'ㅂ'



오경아. 『소박한 정원』. 디자인하우스, 2008, 1만원.
마이클 폴란. 『세컨 네이처』, 이순우 옮김. 황소자리, 2009, 15000원.



양쪽 모두 영어 표기에 대해 살짝 의문 드는 부분이 있지만... 영어니까요. 허허허허허. 식물명은 영어식으로도, 독일어식으로도 읽으니 어쩔 수 없죠.

여기 등장한 집들은 상당수가 내셔널 트러스트에 위탁되거나 기증된 집입니다. 브렉시트 와중에 영국 책에 대한 리뷰를 쓰자니 기분이 참 묘합니다. 하하하하하...



제목대로 이 책은 영국의 여러 작가들이 살았던 집과 정원을 소개합니다. 작가의 일생에 대해서는 상당히 간략하게 보여주지만 사진이 많습니다. 사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더군요. 보고 나면 여기 등장하는 여러 정원을 날잡아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러니 스코틀랜드가 독립하기 전에 여행 계획을 짜서 가는 것이 좋을 겁니다. 스코틀랜드는 EU 가입을 하겠지만 영국은 아니니 넘어갈 때 분명 출입국 수속을 해야할 거예요.(...)


맨 처음이 제인 오스틴. 책 서문에 나오는 것처럼 작가들에게 무한한 자극을 주었던 그들의 집과 정원을 다루다보니 제인 오스틴도 어렸을 때 살았던 집과 생애를 다한 집이 같이 소개됩니다. 루퍼트 브룩은 누군지 잘 모르지만 존 러스킨은 알지요.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러스킨의 생각에 동의하니 말입니다. 러스킨쯤 되면 정원이 아니라 장원을 구성한게 아닌가 싶은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이쪽은 존 러스킨의 브랜트우드. 이쪽도 참 궁금한데, 영산홍으로 보이는 아래 꽃도 이렇게 배치하니 잘 어울리네요. 솔직히 철쭉이나 영산홍은 그 화사한 색감이 몰려 있을 때 꼭 "색감 강한 등산복"과 같은 느낌을 주어서 좋아하지 않거든요. 포인트로는 괜찮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 때를 제외하면 그닥..? 여러 꽃들이 섞여서 철철이(계절마다) 돌아가며 핀다면 괜찮겠지만요.

출처: http://www.brantwood.org.uk/



애거서 크리스티의 집은 크리스티 전집을 다 읽고 나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겁니다. 여러 소설에 등장한 곳이 많다더군요. 하기야 포와로가 덤불을 이리 저리 쑤석대던 걸 떠올리면 그렇죠. 미스 마플보다는 포와로가 주인공인 쪽이 더 자주 등장한 것 같거든요.

베아트릭스 포터의 정원은 아예 한국에도 따로 소개가 되어 있지요. 집 서가 어드메에 꽂혀 있습니다. 로알드 달의 집도 재미있고요. 로알드 달은 자신의 집에 묻혔으니 겸사 겸사 가보고 싶습니다. 근데 여기는 로알드 달의 가족들이 살고 있으니 방문이 가능할지는 모르지... 아, 책 맨 뒤에 정원 주소와 안내가 있습니다.





이 사진은 로알드 달의 집 정원. 소설에 종종 등장한 캐러반이랍니다. 직접 가져다 놓은 것이라더군요.

사진을 찾다보니 여기서 아예 로알드 달의 정원을 소개하고 있으니 확인하시어요. 제목을 보면 로알드 달 정원을 자선 목적으로 공개한다는 것 같습니다.'ㅂ' 물론 기사니까 이미 지났겠지요..?

출처: http://www.amateurgardening.com/news/roald-dahls-garden-to-open-for-charity-1977





찰스 디킨스의 집은 그렇게 생각이 없는데 버지니아 울프는 정원을 굉장히 열심히 가꿨고 처칠은 아예 굴삭기 공사까지 담당했으니 말입니다. 로렌스 스턴은 모르는 작가지만 사진을 보고 홀딱 반했습니다.




출처: http://www.laurencesternetrust.org.uk 중 정원-가을편.

아예 로렌스 스턴은 트러스트가 따로 있더라고요. 거기에서 관리하면서 정원도 함께 보여줍니다. 로렌스 스턴의 집인 샌디 홀은 내부도 상당히 잘 꾸며 놓았습니다.




쇼스 코너도 한 번 가보고 싶고요.




출처: http://www.nationaltrust.org.uk/shaws-corner

이쪽은 내셔널 트러스트 관리인가봅니다. 쇼스코너. 버나드 쇼 부부의 집이지요. 이쪽도 멋지고. 그렇게 점점 가보고 싶은 집들이 늘어만 갑니다.




후반부는 아마 영문학 시간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작가들이 나옵니다. 슬프게도 저는 영문학은 안 들었던지라 이름만 알거나 작품을 들어본 적 있거나 하는 수준입니다. 토마스 하디도 그렇고요. 워즈워스나 월터 스콧은 알고 있고 키플링도 그렇고요. 키플링의 집보다는 월터 스콧의 집.. 아니, 땅... 아니 장원..? 하여간 가보고 싶은데 가더라도 이 책 속의 사진을 생각하면 하루에 하나씩 둘러보는 것도 벅찰 듯합니다.



그러니 다들 브렉시트를 염두에 두시고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갈라서기 전에 여행을 가시는 겁니다. 마침 파운드 화도 떨어지고 있으니까요!




재키 베넷, 리처드 핸슨. 『작가들의 정원』, 김명신 옮김. 샘터, 2015, 16000원.



사실 제일 관심두고 본 것은 꽃이었습니다. 영국식 정원에 자주 등장하는 식물이 뭔지 보는 것도 좋고, 맨 뒤의 색인을 보면 자주 등장한 식물을 찾아보기도 좋고요. 내년에 뭘 사다 더 심을까 고민되더라고요.

한 줄 요약: 재미있습니다.



보통은 아무리 재미있어도 과학책은 잘 안삽니다. 사놓고는 모셔놓는 일이 많기도 하고 책을 꽂을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매번 밀어내기로 책을 빼다보니 자주 볼 책이 아니면 구입을 망설이는 건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구입 목록에 올릴 정도로, 그리고 올해의 책에 올려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받아 들고는 당황했던 건 책이 작아서였습니다. 보통 과학 도서들은 신국판이 많지요. 그보다 작다고 해도 책이 20cm는 가뿐히 넘을 건데 이건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문고판 수준으로 작습니다. 일본 문고판보다는 크지만 한국에서라면.. 네, 굳이 표현하자면 한국 얇은 일본소설 정도의 판형이네요. 그래서 들고 다니며 읽기 좋습니다. 게다가 읽기 시작한 초반부터 폭소하게 만드니 글솜씨도 좋고 번역하신 분의 솜씨도 좋습니다.



뒤영벌이 뭔지도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벌 종류는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벌이라고 하면 꿀벌을 먼저 떠올리고, 무서워하는 말벌은 그 뒤에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벌들은 모릅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아주 조금 벌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네요.

아마 제가 보고 있던 벌의 상당수는 뒤영벌이었지 모릅니다. 양봉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어디서든 양봉을 하는 것은 아닐 테니 제 눈에 들어온 벌의 상당수, 그리고 그 중에서 꿀벌보다 크다 생각한 것은 상당수가 뒤영벌이었을 겁니다. 여왕벌을 제외하고는 수명이 1년인 벌이더군요. 날이 풀리면 여왕벌이 나와 알을 까고 일벌을 생산하며, 일벌들은 자신의 여동생들을 돌보고 나중에는 여왕벌과 경쟁하며 알을 낳습니다. 의외로 여왕벌이 후계를 생산할 즈음에는 일벌들도 후계생산 경쟁에 동참한다더군요. 그래봤자 승리하는 것은 대부분 여왕벌이랍니다.


이 책은 뒤영벌의 관찰에 힘을 쏟은 영국 학자가 쓴 책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비범한-그리고 부모에게는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로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였고 나중에는 대학에 남아 뒤영벌을 계속 연구합니다. 한국에서라면 가능했을까 싶은데. 하하하하하....(먼산)


책 읽으면서 생각난 것을 뽑아보았습니다. 근데 생각할 건이 꽤 많아서 길군요.;



p.16

렁워트. lungwort. 익숙한 단어다 싶은데 이거 『아콰터파나』에서 등장한 식물과 비슷하....? (찾아보러 간다)


p.100

땅신령 노움보다는 땅의 정령 노움이 어울렸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노움은 한국인들에게 그리 잘 알려진 정령은 아니죠. 판타지소설 아니면 애니메이션에나 등장하니 말입니다.


p.137

벌새일줄 알았는데 honeyeater, wattlebird, spinebill 모두 사전에서 꿀빨이새로 나오는군요. 하기야 벌새는 hummingbird.


p.143

(원주)

북부 태즈메이니아에 있는 작은 마을 처들리에는 굉장한 벌꿀 가게가 있다. 지역 특산 꿀 50종 이상을 팔며 모두 다 조금씩 시식해 볼 수 있다. 또한 벌 모양 유아복과 같은 매우 다양한 벌 상품도 전시한다. 나는 막내아들을 위해 이 유아복을 한 벌 샀고 입혀 보니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으어어어어어............;ㅂ; 저 옷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p.177

(중략) 이 두 단어를 들은 생물학과 학부생이라면 다음과 같은 극도로 복잡한 질문이 떠오르면서 공포를 느낄 것이다. "카디프 출신 왼손잡이 색맹 여성이 외다리에 겸상적혈구빈혈이 있는 글래스고 출신 남성과 결혼했을 때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의 눈이 갈색이고, 아기가 다리를 절 확률을 구하라."(하략)

유전학은 잘 모르지만 저기 기술된 것들 중에 맨 마지막 질문과 관련된 부분은 거의 없지 않나요? 외다리가 교통사고로 인한 것이라면 아기가 다리를 절 확률은 유전과 관계 없는 부분이고. 겸상적혈구빈혈이 있다면 인종을 좁힐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확률이고. 색맹이 갈색눈과 관련이 있... (거기까지)


p.204

이하 내용은 비위 상할만한 내용이 있으니 주변을 잘 갈무리하시고...

이쯤되면 스플래터..? 뒤영벌은 라임 꿀에 약하답니다. 취한다네요.



p.260

뒤영벌의 쓸모는 의외로 많습니다. 아예 사업체를 차려서 뒤영벌을 생산하는 회사도 있으니까요. 용도는 수분. 농업분야, 그 중에서도 특히 토마토 수분에는 뒤영벌이 최적이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전동수분기를 들고 일일이 꽃 수분을 해줘야 합니다.;


p.272

북미와 유럽의 꿀벌이 2000년 전후해서 몰살당하기도 했는데 주 원인은 진드기가 옮기는 바이러스랍니다. 그나마 아시아쪽의 꿀벌은 이 진드기에 면역이 있는데 유럽산은 면역이 안되어 있다네요. 거기에 2007년 즈음에는 벌들이 벌통을 비우고 행방이 묘연해지는 현상도 나타났는데 이 현상은 메리셀레스트현상이라 불렸답니다. 이 단어가 익숙한 분도 있겠지만 지금은 CCD(Collony Collapse Disorder), 군집붕괴현상이라 하고요. 원인은 복합적이라는데 정확히 밝혀지진 않은 모양입니다.

다만 뒤영벌을 공장에서 생산하는데 사용하는 꽃가루는 이들 꿀벌에서 채취한 겁니다. 그렇다면 꿀벌에서 일어난 현상이 뒤영벌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죠. 게다가 공장에서 생산하는 뒤영벌은 여러 종이 아니라 한 종이고... 쉽게 생각해 양계장에서 키우는 것과 유사할 것이니 방목형 닭보다 양계장이 질병에 취약한 것처럼 뒤영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래서 저자는 아예 뒤영벌을 매해 사는 것보다 차라리 뒤영벌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환경에도 유리하다고 주장합니다. 아니, 사실이죠. 물론 서식 환경을 만드는데는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해마다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야.... 한국에서는 가능할까 싶기도 합니다....?



p.287

책 후반부에는 영국이 아니라 프랑스에 땅을 사서 또 다른 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근데 초반에 땅 사러 다닐 때를 보면 이거, 피터 메일의 『프로방스에서의 1년』이 떠올라서..; 생각난 김에 찾아 읽어야겠습니다.



p.300

...캠피언이라는 식물이 나옵니다. campion. 석죽과 식물이라는데 감이 잘 안옵니다? 하여간 이 식물은 성병에 걸리는데, 암그루가 이 병-그러니까 곰팡이 포자에 감염 되면 수그루로 바뀐답니다. .. 응? 으으으으응?



p.333-334

정원에 심는 꽃 중 상당수는 예쁘지만 꽃가루와 꿀이 안생기거나, 겹꽃류라 벌이 접근 못하는 경우도 많답니다. 팬지가 그렇고 피튜니아(페튜니아?), 로벨리아 등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좋은 걸로는 여러해살이식물로, 루핀, 접시꽃, 체꽃, 라벤더, 골파, 샐비어, 백리향(타임), 로즈메리(로즈마리?). 이 중 끌리는 건 라벤더랑 백리향, 로즈메리네요. 다음에 골라서 심어봐야지.'ㅂ'



생물다양성을 위해서도 그렇고, 뒤영벌을 통한 농업도 그렇고. 어느 쪽이건 환경보호와 연관이 됩니다. 보기 위한 꽃이 아니라 허브를 포함한 여러해살이풀을 심는 것도 그렇고요. 게다가 여기 등장하는 연구원들은 ... 참... 무슨 고생이야 싶은 게, 매번 벌집을 찾아 헤매고, 벌집의 생태를 관찰하고, 이런 저런 실험을 하고. 벌집찾기는 찾다가 실패하면 연구도 날아가고. 으아악.;ㅂ; 하여간 읽다보면 생물학에서의 연구가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합니다. 그야말로 관찰과 삽질의 연속이더라고요.


데이브 굴슨.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 이준균 옮김. 자연과생태, 2016, 15000원.


마지막으로 덧붙임.

뒤영벌이 bumblebee라는 걸 이 책보고 알았습니다. 전 호박벌이라고만 생각을... 호박벌도 뒤영벌의 일종인가봅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벌 그림이 아주 귀엽습니다. 책 앞부분의 일러두기를 보면 원서에는 없는 삽화로 지은이가 그린 거랍니다. 꼭 챙겨보세요.+ㅅ+

간단 감상: 추천할만한 책은 아닙니다.


보충하자면, 가볍게 읽어볼 수는 있으나 관련 도서를 여러 권 보았다거나 세계사에 관심이 조금만 있어도 읽는 도중에 혈압이 오를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중세의 정원과 그 발전사를 다루어 유럽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중세 정원의 원형이 어떠했고 그 탄생의 역사적 배경과 발전사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원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정원 자체보다는 정원이 탄생한 중세의 전반적인 역사를 짚는 느낌이 강하거든요. 즉, 정원사라고는 하지만 읽다보면 사진과 그림이 여럿 있는 중세사에 가깝습니다. 중세의 정원에 어떤 식물들이 많이 있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언급보다는 약초가 많았다거나, 어떤 것이 있었다는 개략적인 내용들이 나옵니다. 중세의 정원이 성립된 계기를 다루기 위해 중세사를 먼저 짚은 것은 나쁘지 않지만 그게 지나치게 많아서 읽고 있는 것이 중세사인지 정원사인지 헷갈릴 지경이고요.

(아마도 이게 시리즈 1권이다보니 2권에서는 구체적으로 다루려고 한 모양인데, 출간된지 몇년이 되도록 2권이 안나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용어 통일입니다. 지은이의 활동 기반이 독일이다보니 독일어권에서 읽는 방식으로 인물명을 적었고, 이 인물명도 용어 통일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건 읽으면서 포스트잇 붙여 놓은 부분을 짚어 가면서 다시 설명하지요.



p.33

(게르만 신에 대한 설명에서) 우두머리는 오딘 혹은 보단이라 불리며 "영감을 주는"신이었다. 그리고 천둥의 신 토어 혹은 돈너가 있었고 (하략)

그냥 토르라고 하면 안될까요.



p.54

클로비스의 메로빙거 가문이 예수 그리스도의 핏줄이라는 주장이 사실은 위서에서 출발했다는데.. 그러고 보니 댄 브라운은 이 사실을 아주 철썩 같이 사실로 믿고 있었지요? 최근에 그런 인터뷰도 나온 것 같은데?



p.76 하단

(중략) 이는 그레고리 교황 1세의 현명한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보통은 교황 그레고리 1세라고 쓰지요.



p.78

가톨릭의 주요 수도회 중에는 베네딕트 수도회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베네딕도라고 썼군요. 그러고 보니 여기에는 교황 그레고리 1세라고 적었고요.



p.117

성유물을 보면 항상 궁금했던게 그겁니다. 왜이리 성유물이 많은 거지. 근데 의외로 십자가 조각은 많지 않답니다. 나무 조각의 크기가 작아서 그걸 다 모으면 십자가 삼분의 일도 안된다는 이야기가...=ㅅ=



p.172

(중략) 유명한 로마의 시인 베르길은 켈트족의 후예였다.

아예 바질(...)이라고 하거나 라틴어식으로 베르길리우스라고 적어주세요.ㅠ_ㅠ 헷갈립니다.



p.214

발라프리드 스트라보는 베네딕도 수도사며 시인이었고 (중략) 발라프리드는 시를 많이 남겼는데 그 중 "베티의 비전"이라는 서사시는 상당히 중요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베티라는 이름이 이상해서 웹 백과사전을 검색했습니다. 일단 다음 백과사전 기준으로 발라프리'트' 스트라보입니다. Walafrid Strabo거든요. 그리고 저작도 〈베틴의 환상 Visio Wettini〉이랍니다. 위키피디아(영문판)에는 Liber de visionibus Wettini로 나오는군요. 철자가 Wettin이니 베티는 아닙니다.



p.218

"하나님이 가라사대 내가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 식물이 되리라" 하셨다(창세기 1장 29절)


여기서 식물이란 말이 좀 혼란스럽지만 번역이 이상한 것이고 실은 너희 '먹을 것'이 되리라는 뜻이었다. "They will be yours for food"에서 푸드를 식물로 번역한 것이다.

옛 번역체를 생각하면 food를 음식이 아니라 식물이라고 번역한 것도 이해가 됩니다. 먹고 마실 것. 그리하여 식물... (...) 사실 그보다는 食物, 타베모노, 즉 일어중역판이라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쪽이 타당할지도..?



p.235

(중략) 그러다가 17세기에 들어와 삼십 년 전쟁이 일어났고 (하략)

현재 독일, 그러니까 신성로마제국의 내전이었던 종교전쟁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냥 30년전쟁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p.272

이즈음엔 프랑스가 세력을 확장하던 시기였다. 중세의 가장 뛰어난 왕 중 하나였다고 평가되는 루이 9세가 통치하던 시절이었다.(중략)

루드비히 9세는 후에 성자의 칭호를 받았을 만큼 신앙심이 돈독하였고 승려처럼 검은 옷을 입고 다녔다고 한다.

같은 왕의 이름 표기가 다르군요.



반쯤 꾸벅꾸벅 졸면서 본 곳이 많아 전부 체크하지는 못했고, 읽다가 찾은 곳이 이렇습니다.

거기에 쓰면서 상당한 참고도서가 있었을법 한데 생각보다 참고도서 수가 적습니다. 자료가 없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리고 도판과 사진의 저작권 표시가 확실하지 않고요. 상당수는 저자 본인이 찍었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고요. 내용을 보면 아무래도 입문서와 전문서적의 중간쯤 되는데, 인문서적이라 보기에는 그러한 세세한 점이 아쉽습니다.



고정희. 『신의 정원, 나의 천국』. 나무도시, 2011, 20000원.


이 책이 '고정희의 중세 정원 이야기 1'이라는데 2권은 아직인가봅니다. 2권부터 본격적인 정원 이야기가 펼쳐 질 것 같았는데! =ㅁ=

오늘 같은 날은 글쓰기 참 싫은데, 오늘 안 쓰면 더 게을러져 더 쓰고 싶지 않을 것 같아 간략히 남겨봅니다. 이 모든 것은 저기압이 원인인겁니다.(...)



독일과 스위스쪽의 정원을 둘러 본 것이 1권이었고, 이번에는 프랑스의 정원을 둘러봅니다. 하지만 같은 프랑스라고 해도 노르망디의 정원이니 다른 곳과는 상당히 다를 겁니다. 프로방스의 정원은 이와는 사뭇 다른 풍경일거라 생각하거든요.


독일과 영국, 프랑스의 전체적인 정원 풍경을 떠올렸을 때 가장 취향인 것은 영국입니다. 독일의 정원에 대한 이미지가 딱 떠오르지는 않지만 영국은 정원이지만 인위적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쪽이고, 프랑스는 더 손을 많이 댄 쪽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프랑스의 정원은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 같이 토피어리나 기하학적인 모양들이 많은 곳이 아닐까 싶은 거죠.

여기 소개된 정원들 중에도 그런 곳이 좀 있습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같은 정원이라도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더군요. 거기에 영국 정원처럼 여러 식물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한 곳도 있고..? 그리고 대부분의 정원들이 직업적 정원이 아니라 취미적 정원입니다. 직업이 정원사거나 그 비슷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보다는 그냥 자기 집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 많아요. 그리고 정원을 가꾸는 기간이 5-6년 수준이 아니라 그보다 훠어어얼씬 깁니다. 후기에도 그런 언급이 있더군요. 김훈의 말을 빌려 직업을 짐작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요.



사실 엊그제 (업무) 상관님과 협의를 한 덕에 제가 뭔가를 키워도 되는 땅이 생겼습니다만... 만...(먼산) 거기를 정말로 써도 되는지의 문제와, 거기에 손대면 G4는..? 이라는 망상과, 혼자서 거기를 통째로 다!? 라는 생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말입니다. 하하하하하. 하지만 시작하면 어떻든 될거라는 생각도 같이 합니다. 정말로 어떻게든 될거예요. ... 아마도.



...

솔직히 이러면 안되는데.;



문현주. 『유럽의 주택 정원 2: 프랑스의 오픈 가든』. 아틀리에이수, 2015, 19000원.


사진이 참 괜찮습니다. 정원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는 조감도나 평면도 같은 것이 없다는 건 아쉽지만 뭐.. 거기에 오타도 자주 눈에 띄고요. 이거야 책 자체가 개인출판에 가깝기 때문에 그러려니 생각합니다.

『집에서 키우는 블루베리』를 읽으니 심각한 부작용이 따라옵니다. 마침 겨울이죠. 마침 스트레스 받았죠. 마침 업무 진척은 안되고 돈은 쓰고 싶죠. 그리하여 엉뚱하게 종자 검색을 시작합니다.


내년에 벌여 놓을 일 중 하나가 정원일인데 얼마나 진행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희망목록에 담아 놓은 건 이 정도입니다.





Gooseberry. 구스베리라고 보통 부릅니다. 속심이 보일 정도로 연두빛인 것이 있고, 살짝 검붉은 빛이 도는 것도 있는데 이 엷은 녹색도 잼을 만들면 검붉은빛이 되더군요. 재미있습니다.:)

이게 아마 인빅타였나, 구스베리중에서 가장 열매가 큰 종일 겁니다. ... 아마도...?





이쪽은 크랜베리입니다. 이번에 찾아보면서 처음 알았는데, 이건 관목도 아니고 땅바닥에 붙어 자라는데 한국어로는 넌출월귤이라는군요. 진달래과에 속하고요. 바닥에 붙어 자라기 때문에 주로 바닥을 덮어주기 위한 용도로 많이 키운답니다. 한 번 시도할 생각이고요. .. 그래도 잡초 뽑는 건 해야하긴 하겠지만.;





요즘 준베리(juneberry)라는 이름으로 수입되는 것은 위키피디아에는 Amelanchier 아래 짤막하게 소개됩니다. 아마도 아말란키에, 한국어로는 채진목속에 속해 그런가봅니다. 별도 항목은 없는데, 거기 연결된 음식사전(food dictionary)으로 가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Serviceberry라고도 하고 맛이나 생김이 블루베리와 닮았답니다. 학명은 Amelanchier alnifolia.북미 원산이고 주로 캐나다나 미국에서 자라는 모양입니다. 물리는 이름도 굉장히 다양하다는데. 한국에서는 주로 준베리로 불립니다. sarvisberry, Saskatoon, serviceberry, shadblow, shadbush, shadwood, sugarplum, wild-plum으로 알려졌다네요. 준베리라는 것은 수확기가 6월이라 그렇다는 듯?

하여간 신기한 베리라 도전해볼 생각이 아주 조금 있습니다. 무엇보다 블루베리와는 달리 자가 수분이 가능하답니다.



그리고 복숭아랑, 밤나무도 목록에는 올렸고요.





출처: http://www.songsparrow.com/catalog/plantdetails.cfm?ID=3766&type=PEONY,&pagetype=plantdetails


Peony, Gardnia. 작약입니다. 모란으로 할까 하다가 그걸 키울 화분은 무리고, 그래서 작약. 화사한 흰색이 좋긴 한데...






Peony, Immaculee.

출처: http://www.burpee.com/perennials/peony/peony-immaculee-prod002358.html


http://tinaramsey.blogspot.kr/2009/05/bloom-day-may-09.html 여기의 설명에 따르면 거의 혹은 아예 손을 대지 않아도 화사하게 잘 피는 작약인데 대신 향이 약하다는 군요. 출처에 소개된 내용에는 키우기 쉽고 오래 산다는군요.






Peony, Elsa sass.

출처: http://www.kelways.co.uk/product/elsa-sass-herbaceous-peony-paeonia/10676/


재미있는게, 이 종은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주로 영국 URL에서 많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영국에서 인기있는 종 같은데,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네요. 일단 키는 80cm 남짓. 미국 작약 협회에서 금메달을 받은 적 있답니다.






Peony, Pink Hawaiian Coral. 이름이 참 예쁘죠.(...) 색도 딱 산호색입니다.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Peony_Pink_Hawaiian_Coral_%285797808955%29.jpg


근데 이건 사진마다 조금씩 색이 다릅니다. 어떤 것은 연어색에 가깝고, 어떤 것은 분홍빛이 강합니다. 그래도 한 번 쯤 도전하고 싶은 색인데, 겹꽃으로 화심이 안 보이는-건지 없는 건지 모를- 위의 꽃들과 달리 이건 만개했을 때 꽃술이 보입니다.



이런 걸 목록에 올려 놓고 지금 G4를 던져 버려, 말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하.하.하.하. 연말 리셋버튼 누르기는 참 어렵습니다.

안녕하세요, Cafe Esendial(http://esendial.tistory.com/)의 키르난입니다.


솔직히 댓글 달아주신 것보고 많이 당황했습니다. 댓글로도 달았지만 정원에 대해서는 초보자이고, 아는 것이 많지 않아 그렇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지식은 책으로 배웠고 여행 다닐 때 가끔 정원 들여다보거나 하는 정도였거든요.

이제야 조금씩 나무든 뭐든 키워볼까 하고 애쓰고는 있지만 아직 정원을 가꿀 땅이 없어 본격적인 것은 엄두도 못낸답니다.


하지만 원래 전공이 전공인지라 정보 검색은 곧잘 합니다.:)


검색할 때 가장 많이 쓰는 것은 다음이나 네이버가 아니라 구글입니다.

google.co.kr에서 검색하시되, open garden으로 하면 소프트웨어 회사가 나오더군요. 위키백과 등에서도 같습니다.

대신 검색어를 open private gardens로 하면 (s는 붙여도 되고 아니어도 됩니다) 여러 사이트가 나옵니다.



http://opengardensa.org.au/

이건 검색하면서 가장 먼저 찾아본 사이트입니다. 영문 위키백과에 Australia(호주)의 사례로 소개되었더라고요.

(https://en.wikipedia.org/wiki/Australia's_Open_Garden_Scheme : 위키백과 영문판의 해당 항목입니다)

그러니까 호주에서 오픈 가든 협력체를 만든 모양입니다. 호주는 영국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기 때문에 아마 비슷하긴 하겠지만...

자라는 식물이 다르니 꽤 다른 모양의 정원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어의 경우 구글을 통해 접속해서 번역하면 조금 문맥이 안 맞거나 번역이 이상하지만 보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보다는 구글의 번역이 낫다고 하더군요.


http://opengardensa.org.au/links/

위의 사이트에서 link 메뉴로 들어가면 호주의 다른 정원 사이트와도 연결됩니다.

역시 영어이니 번역기를 이용하시면 비교적 쉽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http://oudolf.com/private-garden

마찬가지로 구글에서 검색한 사이트입니다.

Private Garden Anja & Piet Oudolf라는데, Anja & Piet Oudolf라는 사람들(아마도 부부 같습니다)이 공개하는 개인 정원인 모양입니다.

페이지 맨 아래의 주소를 보니 위치는 네덜란드입니다. 어떤 스타일의 정원일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http://www.ngs.org.uk/

마찬가지로 구글 검색으로 찾았습니다. 영국사이트인데, 자선목적(charity)으로 공개하는 개인 정원들을 모아 놓은 단체인가봅니다.

주소나 이름을 통해 정원을 찾을 수 있으니, 정원 이름만 알고 정확한 정보를 모르실 때는 여기서 찾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http://www.iamsterdam.com/en/visiting/whats-on/festivals/overview-cultural-festivals/open-garden-days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정원 공개 일정입니다. 근데 6월이군요..^^;

5-6월 즈음에 네덜란드 쪽에서 대규모 꽃 축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독일어 검색은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면 쉽습니다.

이 때는 왼쪽의 번역하고자 하는 용어에 영어로 open garden을 넣고 오른쪽의 언어를 독일어로 설정하면 됩니다.

offenen Garten라는 단어를 구글 검색에 넣으면 독일어로 유사 항목들이 검색됩니다.


독일어는 해석하기가 쉽지 않아서..^^; 아마 해당될 것 같은 여러 사이트를 적어봅니다.


http://www.offene-gaerten-berlin-umland.de/

이건 베를린쪽의 오픈 가든으로 추정합니다.

이름을 보니


http://offenergarten.de/

이건 아예 페이지 자체가 오픈 가든인데, 사이트 구성을 보면 개인 페이지 같습니다. 오픈 가든 연합, 그런 것이려나요...

이것도 구글 번역을 돌리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할 것 같긴 한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http://www.offene-gaerten-lippe.de/

이 페이지는 lippe에 있는 오픈 가든인가봅니다. 구성을 보면 역시 개인 페이지로 보입니다.


구글에서 찾아보니 독일은 연방국가라 그런지 국가에서 만드는 페이지 같은 것은 없어 보이고

각 지방별로 별도의 페이지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네요.:)



독일어로 검색할 때 국가 코드 de는 독일이 맞지만, ch는 체코입니다. 체코도 독일어를 공용어로 쓰던가.. 그럴 겁니다.

그러니 de로 끝나는 페이지를 찾으세요.




여기까지 검색하면서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혹시 메일 확인 못하실까봐 내용은 블로그에도 같이 공개로 올려 놓겠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네요.:)

1권이라 나온 것을 보면 뒷권이 나올 모양인데, 2014년 12월에 1권이 나오고는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의 오픈가든을 다루고 있으니 다른 책에서는 영국이나 이탈리아 등지를 다루지 않을까 하는데, 생각해보면 독일 정원(고종희의 독일 정원 이야기-감상 링크)을 다룬 책도 한 권 있고, 영국 정원(윤상준의 영국 정원 이야기-감상 링크)도 있고, 이탈리아 정원(유럽 정원을 거닐다-감상 링크)도 있고 하니 어디가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여기서 다루고 있는 것은 오픈 가든이라는 것이 조금 다르긴 하네요.


오픈 가든은 개인이 정원을 잘 가꿔 그걸 공중에게 공개하는 정원을 가리킨답니다. 그러니까 고성이나 공원의 정원이 아니라 개인 정원인 셈입니다. 위에 소개된 책들에서도 종종 오픈 가든이 등장하곤 하지만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았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하네요. 하여간 그렇게 아마추어 정원사들이나 원예사업 관련 업체가 공개하는 정원을 방문한 내용을 다룹니다. 사진은 꽤 마음에 들었지만 책 자체를 추천하기는 조금 고민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방문의 목적

여러 오픈 가든을 다니면서 저자는 정원사들에게 '한국의 독자들에게 정원을 소개하고 싶다'고 적습니다. 한데 그렇게 소개된 정원을 보면서 본격적인 소개보다는 여행 중에 다닌 정원을 블로그에 소개하는 걸 모아 놓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컨셉이었지만 훨씬 더 전문적인 느낌을 받았던 윤상준의 영국 정원 이야기나 유럽 정원을 거닐다에 비하면 이건 뭔가 부족합니다. 정원에 대한 평면도를 싣긴 했지만 여기에 실린 사진이나 글만 읽어서는 그 정원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습니다. 전체를 조망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하고 딱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보면서 항공권을 당장 결제하고 싶다고 몸부림 쳤던 앞의 두 권과는 사뭇 감상이 다릅니다.



2.오타 및 글투

오타도 가끔 보였지만 글 속에서 말줄임표를 '...'로 표기하는 것이 걸렸습니다. 글씨체가 돋움에 굵은 글씨로 딱 제가 블로그에 쓰는 것보다 행간이나 자간만 조금 넓을 뿐, 비슷한 정도입니다. 그건 읽는데 걸리지 않았지만 돋움일 경우 말줄임표는 '…'로 쓸 수 있습니다. 문장부호를 봐도 블로그에 쓴 글을 옮긴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글투 역시 여행기를 다룬 듯하여 전문적인 정보는 일부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기타 등등

취재 혹은 여행 과정에서 몇몇 정원은 사전 예약이나 약속 없이 무작정 방문했더군요. 특히 알사스에서 방문한 곳은 개인 정원이어서 개방일이 따로 있는데, '한국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며 사전 연락 없이 방문 후 양해를 구했습니다. 허락했지만 그 과정이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 외의 감상과 생각난 것을 모아보죠.


76-77쪽.

다른 건 몰라도 서양에서 잔디를 자주 깎는 이유를 처음 알았습니다. 잔디는 크게 난지성과 한지성으로 나뉘는데, 난지성은 추위에 약하지만 고온다습한 환경에 잘 버티고 한지성은 고온다습에 약하지만 추위에는 강하고 빨리 자란답니다. 따라서 한지성 잔디는 빨리 자랄 때는 일주일에 두 번까지 잔디를 깎아야 하지만 대신 잡초들이 씨 맺기 전에 잘려 나가기 때문에 오히려 잡초 관리가 편하다는군요. 신기해라.


83쪽.

이층 규모의 온실은 이층 주택의 한 면에 붙어 있다.

정원 마니아들이 꼭 같고 싶어 하는 윈터 가든(Winter Garden)이다.

(중략)

겨울철, 온실로 덮여 있는 주택의 2층 베란다에 앉아 있으면 정녕 겨울정원이 된다.

이는 겨울철 주택의 난방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온실이 윈터 가든인지, 아니면 온실 안에 꾸민 정원을 윈터 가든이라 부르는 건지, 이게 왜 겨울철 주택 난방에 효과적인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습니다. 뭐, 온실 난방과 단열 덕분에 주택 난방에 효과적일 것 같긴 한데, 여름에는 고온다습하지 않을까요. 한국이 아니라 스위스라 괜찮은가.



112쪽.

남부 알삭스(Alsace) 계곡은 남부 알사스 계곡을 잘 못 적은 걸까요. 그 뒤에 나오는 다른 정원은 알사스(Alsace)라고 표기했는데, 철자만 같은 다른 지역인지, 아니면 앞이 오타인지 알 수 없습니다.



148쪽.

시링가Syringa라는 농원을 소개하며 이게 수수꽃다리의 속명이라고 소개합니다. 근데 음.... 수수꽃다리 속이 있긴 하지만 이 경우는 수수꽃다리의 속명이 아니라 라일락의 영문명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라일락 자체가 유럽 남동부 원산이라. 수수꽃다리 속에 속하는 라일락, 개회나무, 수수꽃다리도 다 학명은 속명인 Syringa가 붙습니다. 조금 헷갈리게 적은 터라..=ㅅ=

다음 백과사전에서는 한국산 수수꽃다리는 주로 북한에서 볼 수 있다는데, 토종 수수꽃다리와 개량종인 미스김라일락을 직접적으로 비교해서 본 적이 없어 차이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토종이 향이 더 진하다고 하더군요.



문현주. 『유럽의 주택 정원 1: 독일, 스위스, 프랑스의 오픈 가든』. Atlier Isu, 2014, 19000원.


생각해보면 프랑스라고는 하나 알사스 지역이라 실제적으로는 독일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을 겁니다. 정원 자체는 상당히 취향에 맞았습니다. 베르사유 궁전 같은 계획형이 아니라 개인들이 조금씩 가꾸는 정원이라 더 그랬을거예요.

그러고 보니 헤르만 헤세의 정원을 다룬 건 헤세 본인의 책 외에는 이 책이 처음이군요.

읽고 나면 유럽행 항공권을 찾아 헤매는 무서운 책. 그러니까 이 책은 정원 소개를 빙자한 여행서...(탕!)

반쯤은 농담이고 반쯤은 진담입니다.
교보에서 보았던가, 다른 곳에서 보았던가 기억이 희미한데 미리 찍어 놓고 있다가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습니다. 받아 보고서는 사진이 그리 많지 않고 글이 훨씬 많다는 데서 조금 당황했지만 그 글이 그냥 글이 아닙니다. 글만 죽 나열한 것이 아니라, 인터뷰이(취재원)와 인터뷰어가 마주 앉아 대화를 하듯 유럽 정원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재미있는 건 국가별로 인터뷰 대상이 다르다는 겁니다. 다만 헷갈리는 것이 이 부분인데, 각 챕터에 등장하는 저자는 한 명입니다. 그러니 ① 챕터의 저자가 취재원인지, ② 챕터의 저자가 취재하는 사람인지, ③ 혹은 편집자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책 날개에 나온 저자 소개를 보면 1번일 것 같긴 합니다. 그렇다면 이게 취재의 형식을 빌려 구성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 취재를 한 건지도 알 수 없네요. 기왕이면 이런 구성도 알려주지.'ㅂ'

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조금 있긴 한데, 솔직히 뭘 기르는 데는 솜씨가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성격이 급한 겁니다. 성격이 급해서 싹이 트면 기다리지 못하고 몇 번이고 들여다보고 화분을 뒤집어 엎곤 하거든요. 그 성격을 고치고 내버려 두면 화분도 그럭저럭 잘 자랍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감귤류와 궁합이 맞나 싶은 생각은 듭니다. 가장 잘 안 맞는 건 허브고요.

하여간 그렇게 정원이랑 식물에 관심이 많다보니 정원 관련 서적들도 이렇게 들여다 보는데, 이 책은 유럽의 가지각색 정원을 소개하면서 여행을 가라고 옆구리를 퍽퍽 찌릅니다. 예를 들면,

p.58-59
카레지에서는 피에솔레에서보다 좀더 원형의 모습을 볼 수 있겠네요.
그곳에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플라톤 아카데미와 연결짓지 않을 수 없겠죠. 빌라 카레지와 피에솔레 언덕 자체가 철학자들의 학문과 문학의 배경이 된 곳이니까, 그곳에 가면 숱한 이야깃거리가 있을 겁니다. (중략) 특히 정원 안에는 수령 600년 된 배롱나무가 있습니다. (중략) 거기서 메디치가 학자들과 대화를 나눴죠.

....
(B님이 낚이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식으로 각 정원을 비교하고, 각각이 가지는 특색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국가별로 조금씩 글의 분위기가 다릅니다. 영국편도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는데, 영국편은 이전에 보았던 『윤상준의 영국 정원 이야기』를 보고 기억에 남은 것이 몇 가지 있어서 떠올리며 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등장하지 않았던 다른 사실들도 소개가 되는군요. 특히 어제 저녁에 마저 읽은 어떤 책에서도 위장결혼 이야기가 등장하더니 여기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해서..ㄱ-;

유럽 정원이라고는 하지만 소개된 곳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입니다. 스페인 정원은 빠져 있지요. 사실 정원의 역사에서 주로 다루는 것도 이 네 곳 같지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탈리아랑 영국의 정원이 제일 궁금하고 프랑스나 독일은 슬며시 뒤로 빠졌습니다. 아니, 독일도 몇 군데는 궁금하더군요.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곳들이긴 한데, 정원 취향이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 같은 계획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러고 보니 옛날에 모셨(..)던 어느 높으신 분은 향나무를 동그랗게 깎아 놓는 것을 보고 군사시대의 유물이지 잔재니 하는데, 베르사유 궁전을 보고서는 뭐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가만있자, 그 왜 동물모양으로 나무 전정해둔 곳은 어디 정원이었지요? 그렇게 해놓고는 이런 저런 꽃들을 심으려 노력하시던데, 독일 등지에서 정원 조경 비용으로 들어가는 돈을 생각하고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지.; 그 분이 원하는 건 적당히 손을 써서 타샤 튜더 같은 분위기의 한국 야생화 정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긴 합니다만. 그런 정원은 한 10년 정도는 꾸준하게 손을 대서 관리해야 가능하지요. 한 두 해 들여서 될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니 은퇴 이후의 계획에 정원 가꾸기도 넣어야지요. 한 10년 부지런히 노력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지금부터 미리 묘목 관리를...(...)


엉뚱한 곳으로 이야기가 흘렀는데, 프랑스의 정원을 소개하면서는 사람들이 미처 몰랐던 곳의 작은 정원, 의미 있는 정원, 역사적으로 중요한 정원이나 공원을 소개합니다. 파리라면 떠오르는 게 센강이나 몽마르트 언덕, 개선문을 시작으로 한 방사형 구조 정도인데 여기서는 루브르 박물관 옆의 정원이라든지, 여기저기에 숨어 있는 정원들이 등장합니다. 파리의 정원 중에서는 모네 정원을 가장 가보고 싶더군요. 여기는 이전에 모네와 관련한 책을 보면서 몇 번 보았는데, 자연스럽게 가꾼 일본풍(...) 정원이라는 느낌이 들더랍니다. 그래서 더 궁금하고요.

하지만 역시 제일 가고 싶은 것은 로마 주변의 정원이랑 영국의 정원...ㄱ-;
엊그제 은퇴 뒤로 유럽 여행을 미루겠다 한 것도 이들 정원을 둘러보려면 엄청난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당장 오늘부터라도 적금을 들어 미리 자금을 마련해야겠습니다. 하하하.;



정기호 외. 『유럽, 정원을 거닐다』. 글항아리(문학동네), 2013, 16000원.



T님도 괜찮게 보실 거 같고. B님은 절대로 보세요. 앞부분의 이탈리아 정원을 보시면 홀라당 넘어갈거라 장담합니다. 게다가 로마편은 사진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거든요. 페이지 꽉차게 큼직큼직한 사진이 보이는데, 어흑.;ㅂ; 여행 가고 싶습니다. 게다가 로마시대부터 르네상스, 추기경들의 정원 등등 시대별로 꽤 다양한 의미를 다루었기 때문에 책 자체도 마음에 들더군요. 그러니 꼭 보세요. 저만 당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한참 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바질이 싹이 나면 같이 사진찍어 올리려 했는데 안 나더군요. 더 이상 미뤄둘 수도 없어서 일단 올려봅니다.
사진은 1월에 혜화동@마르셰에서 구입한 바질씨앗. 저렇게 바질 꽃 폈다가 씨가 맺혀 마른 것을 뜯어 놓은 것이더군요. 봉투로만 있어서 안에 어떻게 들어있는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저렇게 씨앗이 매달려 있길래, 이 중 한 줄기의 씨앗을 털어 심었습니다.
물을 주고 싹이 트기를 기다린지 어언 한 달도 넘었네요. 근데 싹이 안나.;ㅁ; 물 주는 것을 잊은 것도 아닌데 안 납니다. 으흑; 저는 역시 초록 손가락이 아니라 검은 손가락을 가졌나봅니다...;ㅂ;

그리하여 6월 중순에 업무가 일단락 되면 당장에 흙 더 사다가, 이거랑 몇 주 째 답보상태인 유자랑 화분 옮겨서 심어보려고요. 옮겨서 잘 크면 좋을텐데 어떨지 모르겠네요.;ㅁ; 부디 잘 자라기를...
지난 토요일 모임에서 D님께 만화 세 권을 빌렸습니다. 언제나 책이 오가는 모임이니..-ㅂ-; 한데 BL만화를 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군요. BL은 한 번 붙잡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보기 때문에 자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하지만 조아라를 건드리고 있는 이상 어쩔 수 없지.ㄱ-;

하여간 빌린 책은 『카야시마씨의 우아한 생활』 1-3권입니다. 만화로는 3권까지 나왔고 소설도 그렇답니다. 원작은 토노 하루히, 그림은 마마하라 에리입니다. 그림이 익숙하다 싶었는데 검색해보니 삼천세계의 두 번째 삽화가인 모양이네요. 그렇다면 S양이 굉장히 좋아하지 않던가.
(하지만 전 첫 번째 원화가를 훨씬 더 좋아합니다.-ㅂ-; 그야 사, 사, 살라딘이 정말로 예뻐서...;....)

하여간 별 생각 없이 세 권을 읽다가 빵 터졌습니다. 오랜만에 본 BL만화는 굉장히 야하군요. 가만있자. 마지막으로 본 BL이 뭐였지?; 보통은 소프트 BL을 보는지라 신이 있는 것은 드물고, 이렇게 적나라한 것도 드물었는데 말이죠.;
빵 터진 이유는 간단합니다. 영국 정원. 정원, 정원.
주인공은 정원사입니다. 그것도 일본의 유수 귀족가문의 커다란 정원에서 일하고 있지요. 그런데 어느 비오는 날 저녁에 고용주인 카야시마가 찾아옵니다. 젊은 나이에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지만 워낙 자산가라, 상속세고 뭐고 다 내고서도 돈이 엄청 많이 남아서 평생 놀고 먹고 펑펑 써도 부족하지 않을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작은 아파트에 찾아와서는 한다는 소리가 좋아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베드인하자고.(먼산)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인데, 중요한 건 두 번째 권인 영국여행입니다. 주인공이 정원사다보니 영국여행을 가서 여러 정원들을 둘러보는데 배경에 등장하는 정원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직전에 읽었던 어느 영국정원 책(링크)이 자연스레 연상됩니다. 셰필드 정원을 비롯한 영국 정원...=ㅁ= 아.... 이것 참 좋아요.

그랬는데 궁금증이 생깁니다. 카야시마는 굉장히 말이 없고 무뚝뚝한 타입인데 이 사람이 소설에 어떻게 묘사되어 있나 하고요. 분명 만화에서는 그 속을 그려낼 수 없지만, 소설이라면 그 작은 머리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휙휙 오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단 말입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았는데 한국에 이 원작 소설은 안나온 모양입니다. 토노 하루히인데! 원작 소설은 예전에 한 번 나왔다가 幻冬社에서 문고판으로 2009년에 다시 나온 모양입니다.(2권 아마존링크) 그쪽 일러스트는 사실 취향이 아닌데, 내용이 참 궁금하네요.(이런..) 그렇다고 BL 소설을 원서로 볼 생각은 안 들고. 그러기엔 지금 쌓인 원서만해도 무섭습니다.


열심히 이 만화의 리뷰를 찾아보다보니, 원작 소설을 본 사람이 카야시마씨의 감정선이 만화에서는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고 불평하는 부분이 있더군요. 만화상에서는 그냥 멍하고 별 생각 없는 사람인 것 같지만 소설에서는 감정 표현이 서툴러 아예 입을 열지 않는 무뚝뚝한 사람-그러니까 갭모에-_--인가봅니다. 그리고 2권 영국여행에서는 훨씬 더 많은 영국 정원에 대한 설명이 있는 모양이더군요. 그랬더니 갑자기 더 보고 싶어져서... 하하하;


한줄 요약.
정원사를 주인공으로 한 BL만화를 보았더니 영국정원이 궁금해서 원작 소설이 보고 싶습니다.


마마하라 엘리, 토노 하루히. 『카야시마씨의 우아한 생활』, 손희정 옮김. 삼양출판사, 2009, 4500원.
『카야시마씨의 우아한 생활 - 영국여행편』, 손희정 옮김. 삼양출판사, 2010, 4500원.
『카야시마씨의 우아한 생활 - 프로포즈편』, 손희정 옮김. 삼양출판사, 2012, 4500원.

어쩐지.
1권과 3권의 카야시마씨 느낌이 확 다르다했더니만 연도 차이가 꽤 나네요.'ㅂ';
가끔 건축이나 정원과 관련된 서가를 둘러보면 쏠쏠하게 건지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쪽 서가를 본 것도 오랜만이네요. 예전에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을 잔뜩 빌려본 뒤로는 한동안 안갔으니까요. 정원 책은 그보다 더 오래전입니다. 독일 정원과 관련된 몇 권을 책을 본 뒤에는 다른 책에 밀려 서가를 찾는 걸 잊었으니까요.
이날은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 중에서 에시에릭 하우스를 다룬 책이 갑자기 보고 싶어져 찾으러 갔다가, 옆에 정원 책이 있길래 문득 집어 든 것이 이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감상 한 줄 요약.

"영국에 가고 싶어!"

그렇습니다. 이 책은 영국 여행을 굉장히 자극하는 책이므로 여행을 가고 싶은 분들은 부작용이 심각하오니 주의하시길 당부드립니다.-ㅁ-/


이 책은 영국의 유명한 정원사들, 정확히는 정원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해서 정원과 개개인의 필모그래피를 다루었습니다. 그와 함께 살짝 영국 정원의 역사도 다루고 있고요.
사진 자료가 굉장히 풍부하기 때문에 보는 재미도 있고, 글도 괜찮습니다. 몇몇 문장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사진과 함께 전문적인 이야기를 다루는데도 그리 지루하지 않고 흥미있게 보았습니다. 정원 입문서나 영국 정원의 역사를 보기에 좋습니다. 아마 티이타님이나 빙고님이 좋아하실 것 같네요. 첫비행님은 ... 음, 이거 보시면 차 렌트해서 영국 전역을 누빌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먼산)


1권에서는 영국 정원 디자이너 중 현재를 중심으로 인상깊게 활동하고 있고, 현대의 영국 정원에 많은 영향을 준 최근 사람들을 중심으로 다루었습니다. 2권은 옛 정원사들을 중심으로 다룬 모양인데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현대의 사람들을 다루다보니 정원 디자인에도 굉장히 호불호가 갈립니다. 일단 타샤 할망의 정원이 영국식 정원이라는 것도 여기서 처음 깨달았고요. 처음 등장한 로즈메리 비어리의 정원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영국의 정원이 이런 모습이구나 싶습니다. 아니, 책의 배치 자체가 그렇군요. 처음에는 전통적인 영국 정원을, 뒤에는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거나 독특하고 신기한 정원을 만든 디자이너가 나오네요. 전 후자보다는 전자가 취향이기 때문에 앞에 등장한 로즈메리 비어리의 정원이나 그 다음의 베스 샤토가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비어리의 정원은 딱, 영국 장원의 정원이란 느낌입니다. 물론 공간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비밀의 화원』에서 메어리가 뛰어 놀던 정원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기야 거긴 황야지대니까 이보다는 훨씬 스산하겠지만요. 적어도 저택 주변은 이런 정원이 있을 거라 상상합니다.
베스 샤토의 정원은 그보다는 특징적입니다. 이 정원이 있는 지역은 기후가 영국 내에서도 독특하다 하는데, 그래서인지 불모지, 혹은 황야에 조성한 정원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안 해밀턴 핀레이, 아이반 힉스의 정원은 키워드를 뽑자면 요정, 정령, 아일랜드,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호빗』이 떠오릅니다.-_-; 영국의 이런 판타지 전통은 정원에도 살아 숨쉬는 군요.;
데릭 저먼의 정원은 영국보다는 미국의 바닷가를 보는 것 같습니다. 황량하고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바닷가에 집 한 채가 서 있고 그 옆에 쓸쓸하지만 화사한, 외롭지만 쾌활한 정원이 있습니다. 베스 샤토의 정원과도 조금 닮았습니다.
찰스 젱스의 정원은.... (먼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답군요. 하하하. 물론 정원의 구조물은 수학이나 과학에 가깝지만 『앨리스』 자체가 수학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걸요. 블랙홀이니 웜홀이니 하는 개념을 정원에 구축하다니 영국 + 미국 + 과학자 + 건축가 답습니다. 멋지네요.
제프 해밀턴이나 존 브룩스의 정원은 NHK 일요일 아침에 하는 정원 관련 프로그램에서 많이 본 정원 같습니다.(...) 정확히는 이런 영국적인 정원을 일본에서도 참고하고 따라가려 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러니 닮아 보이지요. 이쪽은 소규모로 구획을 나눠 작고 작은 정원들을 나눠 꾸미는 것 같거든요. 실제 제프 해밀턴은 BBC에서 정원 프로그램을 맡아 오랫동안 활동했답니다. 그러니 닮았다고 느끼는 건지도 모르지요.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이 책 속의 사진을 보시는 쪽이 훨씬 마음에 와 닿을 겁니다.


특이한 정원이라 언급한 찰스 젱스의 정원입니다. 이름은 우주적 사색의 정원. 관련 사진은 구글 이미지에서 찾아 들고 왔습니다. 해당 정원의 이미지는 링크를 눌러보시면 더 많습니다.-ㅁ-(링크)
여기서 찾으면 앞서 언급한 다른 정원 디자이너들의 정원도 다 볼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러면 영국 여행에 대한 충동은 드높게 올라갈 것이 분명하고..


책 맨 뒤에는 부록으로 이 책에서 다룬 정원 디자이너들의 유명 정원과 그 정원을 가는 법을 실어 놓았습니다. 영국 지도에는 친절하게 이 정원들이 어디쯤 있는지, 관람 가능 여부와 관람 시간, 히드로 공항을 기준으로 얼마나 걸리는지 등을 짤막하게 다루었습니다. 뭐, 핸드폰 로밍해서 구글신을 통해 안내를 받으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겠지요. 그러니 어떤 정원을 갈지만 결정하면 됩니다.(...) 그런 겁니다.;


윤상준. 『윤상준의 영국 정원 이야기 1: 12인의 정원 디자이너를 만나다』. 나무도시, 2011, 22000원.

번역이 이상하다.

버섯항목에서 시타키(Shiitake)라 적은 건 영어식 발음이라 그렇다 치자. 항목 맨 뒤에는 해당 채소를 사용한 요리법이 있는데 버섯 수프가 나왔다. 만드는 법을 적어본다.

1.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버터 50g을 녹인다. 샬롯을 넣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살짝 튀긴다. 마늘을 넣고 1분간 더 익힌다.
2, 1번에 버섯을 넣어 골고루 묻도록 잘 젓는다.
3. 닭 육수를 2번에 넣고 간을 맞추고 뚜껑을 덮은 후 버섯이 익을 때까지 약 10-15분간 부글부글 끓인다.
4. 다른 냄비에는 나머지 버터를 넣고 녹인 후 밀가루를 넣어서 루(roux, 밀가루를 버터로 볶은 것)가 될 때까지 휘젓는다.
5. 2분간 익히고 불에서 내린다. 믹서에 루와 3번을 넣어서 섞는다.
6. 간장을 5번에 넣고 간을 해서 크림과 같이 내놓는다.

...
뭔가 이상해.
아무리 봐도 이상해.
저거, 4번을 믹서에 넣고 간 다음에 루를 넣거나, 루를 넣고 걸죽해지게 만들어 먹지 않나? 게다가 초창기에는 간도 전혀 안해. 약간의 소금이라도 넣어야 하지 않아?
확인했더니 저자가 영국 사람이다. 하하하하하.

양파 품종을 언급하는데 더 켈새란다. The Kelsae인데, 더는 빼도 좋지 않나. 아니, 영문으로만 그리 하고 켈새라고 적어도 되잖아. 아니면 혹시 켈사이라거나? 그리고 Sturon이 서투론인 것은 u를 뺀 것인가, 스투론을 잘못 적은 것인가. 양파꽃이 관상용으로도 좋다니 음...;...
그리고 양파항목에서는 양파 머핀 만드는 법이 나오는데...

1. 오븐을 예열한다.(220℃). 양파를 데쳐서 믹서에 넣어 곱게 만들어 250g의 퓨레가 되게 한다.
2. 버터, 계란, 설탕을 휘저어 섞은 후 1번의 양파 퓨레에 섞는다.
3. 나머지 재료들을 하나씩 넣어가며 완전히 섞는다. 머핀 그릇에 재료를 넣고 20분간 굽거나 가색이 될 때까지 굽는다. 따뜻할 때 내놓는다.

저기 등장하는 나머지 재료는 재료 순서를 보아하니 소금, 베이킹파우더, 호두, 밀가루의 순인 것 같다. 그런데 위의 조리법대로 만들다가는 양파떡이 나올 것 같다.


셜롯항목에서, 품종 중에 해티브 더 니오르가 있다. 이거, 철자가 Hative de Niort이다. t를 묵음 처리한 걸 보니 아티브 드 니오르 아닐까.-_-;
셜롯 요리에 등장하는 베어네이즈 소스는 도대체 정체가 뭔지 모르겠다. 달걀과 버터로 진하게 하기 전에 와인식초에서 허브와 셜롯을 넣어 달인다고?

리이크라고 적은데서 이미 두 손 들었다. leek가 리이크. 여기서 더 이상 읽기를 포기하고 책을 내려 놓았다.

편집도 지나치게 신경써서 오히려 보기 불편한 감이 있다. 괜찮은 책이 될 수 있었는데 아쉽다.;ㅂ;
서로 다른 책입니다. -ㅁ-/ 어제 막 끝낸 책 한 권을 포함해 세 권의 이야기지요. 여기에 요즘 반납된 『왕과 정령』을 돌려가며 신나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리뷰할 책들은 보고 나서 감상 쓰기를 미루고 있던 책이라... 셋다 입에 착 달라 붙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나쁘진 않게 보았습니다.'ㅂ'

제목에 적은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는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가 자신의 고양이의 활말한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아 그에 대해 글을 쓴 것은 이 책이 처음은 아닙니다. 집에 있는 책 중에서도 『일곱 마리 고양이가 주는 삼의 지혜』가 있으니까요. 『도서관 고양이 듀이』도 그런 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책은 고양이를 키우면서 비교적 성공한 작가가 되어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에 대한 글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제게는 그리 읽혔고요. 다만 이 사람이 의지한 곳이 상당 부분 호머라는 이름의 고양이였다는데는 동의합니다. 호머 덕분에 도전할 용기를 얻은 건 맞긴 맞아요. 가족도 있었고 애인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호머가 여타 고양이와 다른 것은 맹묘이기 때문입니다. 어미 잃은 길고양이였는데, 눈 부분에 피부병이 심하게 번져 안구 적출 수술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게 이미 태어나서 한 달 되기 전의 일이었다네요. 눈을 제대로 뜨기 전에 눈이 안 보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니, 선천적 장묘라고 해도 틀린 건 아닙니다. 문제는 이 고양이를 주워온 커플들도 거부했고 다른 사람들도 다 거부하여, 이미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작가에게 온 거였지요. 이 때는 작가도 아니었고 그냥 플로리다의 평범한 회사원이었답니다. 그러다가 고양이를 키우고, 앞이 안 보이는데도 신나게 뛰어노는 이 고양이 덕분에 용기를 얻어 뉴옥으로 이사하고, 글을 쓰고, 여러 번의 도전 끝에 작가가 됩니다.
가장 관심 깊게 읽었던 부분은 엉뚱하지만 그라운드 제로의 이야기입니다. 911 테러 당시 뉴욕에 있었다는군요. 눈 앞에서 건물이 폭발하고 무너지는 것을 본 사람입니다. 그 부분과 그 뒤의 이야기가 훨씬 감동깊게 다가왔습니다.

추천 대상은 빙고님이랑 첫비행님. 음, 근데 빙고님께는 안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판타지 소설입니다.(먼산)
솔직히 이런 이야기는 질색하기 때문에 끝까지 읽긴 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산타 아줌마』라는 아이러니. 이거 절판되었으니 중고로 구해야하는데 계속 미루다가 잊었습니다. 흑흑흑.
소설 구조 자체만 보면 독특합니다. 이미 『신참자』에서도 한 번 써먹은 방법인데, 처음에 이야기 하나를 올려 놓고 그 옆에 다른 이야기를 놓고, 놓고, 놓고. 그렇게 하다보면 각 이야기의 어느 부분에서 이야기가 겹치며, 맨 마지막에 하나로 아우릅니다. 『신참자』는 선형 구조로 달리는 듯하더니 그게 점점 덩치를 키워 최종 이야기를 완성한다는 느낌인데, 이 책은 서로 다른 시간대의 서로 다른 사람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가로 세로 겹쳐 놓은 것 같습니다. 『신참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가형사가 등장하지만 여기서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것이 핵심을 이루기 때문에 그걸 중심으로 움직이다보니 분위기가 제법 달라요. 하지만 판타지라는 점은 부정할 이유도 없고. 그래서 취향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느낌과도 닮았네요.
하지만 기본은 감동을 주기 위한 소설이니 그런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도전해보세요. 음, 이 책은 아이쭈님이 좋아하시려나..?

『진기한 야채의 역사』는 사실 야채 때문에 내내 걸렸습니다. 야채보다는 채소를 좋아하기 때문에 야채밭, 야채 등등이 등장할 때마다 심기가 불편해서 앞부분은 힘들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책 자체가 조금 두루뭉실한 이야기라서요. 기왕이면 본격적으로 써주지.
기본은 영국의 정원 이야기입니다. 영국 정원의 역사, 혹은 유럽 채마밭의 역사라고 봐도 아주 틀리진 않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19세기 후반에 비해 현대는 동일 채소의 품종 수가 확 줄었다는 것. 종자 다양성이 줄었어요. 19세기 후반에는 이런 저런 종류의 완두콩이 씨앗 목록에 있었는데 지금은 그 수가 10%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 좀 다양한 품종을 개발해야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요즘은 개인 육종가도 줄어든 것 같아.-ㅁ-; 한국에서도 그냥 씨앗은 주는대로 쓰거나 사다 쓰지요. 옛날 씨앗을 모아 쓰는 곳은 없으려나요.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캐드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아주 짧지만 캐드펠 수사님이 등장하십니다. 우오오오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책에 대한 가치가 급격히 상승했어요! (....)

이건 아마 티이타님 취향에 맞으실겁니다.'ㅂ'


그웬 쿠퍼.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호란 옮김. 달, 2010, 12000원.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12, 14800원.
빌 로스. 『진기한 야채의 역사』, 김소정 옮김. 눈과마음, 2005, 15000원.

1. 소설도 그렇지만 여행기도 대체적으로 두 종류로 나뉜다. 읽고서 여행 가고 싶어지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 이번 첫비행님 여행기는 진심으로 ..... .... 항공 티켓을 끊고 싶게 만들었다. 으아. 하지만 괜찮아. 난 돈이 없으니까.(...) 아니, 진심으로; 지금은 시간과 돈이 없다.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은 쓸 수 있는 돈이 아냐. 내년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내년 상황이 확정되기만 해도 어떻게든 바티칸 고문서 전시 여행을 질렀을텐데.(...)


2. 어제 보았던 소설 하나가 마음에 들었는데, 조아라에서는 노블레스로 묶여 있다. 프리미엄은 편당 결제가 가능하지만 노블레스는 유료이용권을 구입해야만 볼 수 있다. 그러나 다행히 e-book으로 나와 있어서 조만간 덥석 지를 거다. -ㅁ-; 다른 때와는 달리 그 조만간이 정말 조만간이라는 것이 문제지. 아마도 오늘 중으로.;


3. 1일에 주문한 책은 내일쯤 도착하지 않을까. Cafe sweets 133과 와플책과 G가 주문한 CD가 섞여 있다.


4. 일요일 아침 글에, G가 먹으러 나가자고 하더니 안 일어난다고 썼는데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점심 때까지.(...) 일정 다 취소. 결국 나만 그 일정에 휘둘려 아무것도 못하고 보냈다.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긴 했지만 그리 되니 왠지 심통나. 토요일 저녁에 모종이 사건으로 저기압을 달리길래 같이 가주겠다 했더니 파토낸 셈이다. 물론 저녁에 그리 약속해놓고 밤에 '나 못 먹을 것 같아' 소리를 한 것은 나였지만.;


5. 사무실 바닥에서 검고 다리가 여덟개인 무엇인가의 사체를 발견했을 때의 생각 흐름.

헉? 죽은 건가? → 맞군. 죽은 거야. 지난 달에도 이 비슷한 것을 보았지. 치워야겠어 → (치우면서) 그런데 생각보다 가볍네? 설마하니 이거 허물? → 으악? 이게 허물이라면 지난번에 보았-고 방생했-던 크고 검은 것도 그보다 전에 본 허물을 벗어 커진거야? → 으아아악! 설마하니 사무실 어딘가에 그 커다랗고 검은 것이 숨어 있다는 이야기야?

결론. 사무실 집기 뒤편 어딘가에 커다란 거미 한 마리가 숨어 있다. 나 일 할 때 뒤쪽으로 튀어나오진 말아줄래.-_-;


6. 일본 거리를 걷다보면 집집마다 화분을 내놓고 작은 정원을 가꾼다. 뜰이 없는 사람들도 화분으로 집 앞을 화사하게 꾸민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광경이지. 그런데 내가 지나는 길에 그런 집이 한 곳 있다. 정확히는 집이 아니라 미용실인데, 거기 아주머니가 초록 손가락을 가지신 모양이다. 그 미용실 앞을 지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커다란 화분 여기저기에서 푸른 잎사귀와 색색의 꽃이 피어난다. 요즘에는 초롱꽃이랑 이름 모를 노랑 꽃이 한창이다. 봄에는 봄꽃이, 여름에는 여름꽃이, 가을에도 가을꽃이 피어있다. 겨울에는 어땠더라.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어도, 그래도 괜찮아. 혜화로터리 뒤쪽에 있는데 찾기는 어렵지 않다. 근처에 오시는 분이라면 슬쩍 들러보셔도.
혜화로터리에 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같은 건물 정 반대쪽(....)입니다.


7. 코스피 폭락. 엔화 환율은 무서워서 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폭등했을거야.-_-;
여기부터 일정이 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그도 그런게 차에 흔들려 가는 거라 여기가 후라노인지 비에이인지 멍~하니 있었거든요. 하지만 아사히카와쪽에서 차로 내려온다면 비에이, 후라노 순으로 가는 것이 맞을 겁니다. 거꾸로 가진 않았겠지요.-ㅁ-; 수첩에 적어둔다고 했는데도 이날의 일정은 중간에 빠진 부분이 있더랍니다. 하하;

비에이의 한자는 美瑛이라고 씁니다. 이름 그대로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비에이센카 가기 직전에 꽃밭을 들렀는데 꽃밭 자체보다 거기서 보이는 풍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차장 앞에 이런 간판(?)이 있습니다. 사이로 살짝 보이겠지만 꽃밭을 빙글 도는 사륜바이크를 탈 수 있더라고요. 1회 500엔인가 하던데 잠깐 꽃만 보고 가는 거라 넘어갔습니다.




이런 느낌. 사진으로는 멋있긴 한데, 실제로 보면 꽃 사이사이가 조금 휑하게 보이는 것이 그냥 저냥...;
한데 이 꽃밭은 조금 경사진 언덕에 만들었더군요. 한참 걸어 올라가 뒤를 돌아보는데,




저 멀리 산이 눈에 확 들어와 꽂힙니다.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그런 풍경이었습니다.




디즈니 캐릭터가 왜 저기 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공항에서 보니 원피스 캐릭터들이 홋카이도 여행 홍보대사로 등장하던데, 그렇다면 차라리 원피스 캐릭터들을 놓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요.

여튼 사진으로는 예쁘지만 이미 산에 홀딱 반해버린 제게 꽃은 눈에 안 들어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아마도 다이세츠산(大雪山)일겁니다.





왼쪽의 회색 식물은 꽃이 진 라벤다라고 하더라고요. 라벤더의 절정은 7월이기 때문에 8월 중순에는 거의 꽃이 졌습니다.




꽃을 배경으로 태공 사진도 좀 찍고.
(이렇게 하도 태공 사진을 찍었더니 나중에 여행 후 사진 보실 때 부모님이 '이게 뭐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이렇게 둘러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딱 15분. 하하하. 꽃보다 밥입니다.
하지만 이 다음에 올라올 글은 점심 식사도 아니고 비에이센카도 아닙니다. 먹는 것에 대한 글은 전체 여행기 올리고 나서 찬찬히 올리지요.
코니- 사망으로 추정.
코니 2세 두 개 - 사망 직전이라 아는 분께 '제발 살려만 주세요.;ㅁ; 살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제 손에서는 살릴 수 없을 것 같아요!'라며 보냈음.

차나무들 - 겨울을 잘 보내고 더 클 준비중.
여의도 길 거닐다가 여의도 공원 울타리로 조성된 나무에서 받은 씨앗 - 어, 이거 뭔가 이상해. 이거 덩굴이야? 분명 내가 받은 건 나무에서 나온 씨앗인데? 하지만 꽃 핀 모양을 보니 그럭저럭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스킨답서스 - 해를 못봐 그런지, 먼지가 많아 그런지, 겨울이라 그런지, 답보상태.

연꽃 - ZZZ~ 4월은 되어야 겨울잠을 잘 잤는지 알 수 있을 듯.


자아.
이제부터는 올해 심어보고 싶은 식물들을 적어봅니다.

1. 연꽃 추가?
아직 고민입니다. 더 심고 싶기는 한데, 이사(..)를 염두에 두면 난감해서요. 하지만 나이차가 많이 나면 나중에 결혼시킬 때 힘들텐데.(어?)

2. 유자
이건 나중에 '제 정원'이 생기면 키워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종로5가에서 이런 묘목도 파는지 모르겠네요.

3. 밤나무
묘목이 어려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밤은 씨앗에서 틔우는 건 하고 싶지 않아요. 밤은 먹는 거지 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모락모락~; 그런고로 일단 나무만이라도 키워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근데 화분에서 키우는 게 가능하려나?


시간이 되면 다음주나 그 다음주쯤 종로5가도 한 번 나가봐야겠습니다. 올해는 무슨 나무가 유행일까요.'ㅂ'

고종희, <바로크 정원 이야기: 유럽 정원에 담겨 있는 공간의 비밀>, 나무도시, 2008, 14000원
문무경, 김성곤, <유럽 디자인 여행>, 안그라픽스, 2008, 20000원
김효선, <김효선의 나홀로 기차여행: 북미대륙 편>, 바람구두, 2008, 14800원
데이비드 맥컬레이, <이슬람 사원>, 소년한길, 2005, 15000원
 
꼬박꼬박 쓴다고 썼는데 이렇게 많이 밀려 있었을 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책 읽고 나서 바로바로 리뷰를 쓰는 것이 아니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군요.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약간의 시간이 지나야 거리를 두고 책을 볼 수 있는 만큼 하루 이틀 뒤로 미루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렇게 미루다가 리뷰 쓰는 것을 잊으면 안되지만 말입니다.


시간차가 꽤 있습니다.
특히 유럽 디자인 여행은 읽은지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추석 전에 읽지 않았나 싶은데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워낙 책을 많이 바꿔가며 읽다보니 이런 부작용이 생기는군요. 게다가 한 번에 쓰려고 하니까 기운 빠집니다.; 가장 간단히 쓸 수 있는 책부터 소개를 하지요.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이슬람 사원은 이전에 마스터가 한 번 언급했지요. 성당 세우는 것을 펜화로 그린 책이라고 말입니다. 소년한길에서 2005년에 출간한 데이비드 맥컬레이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 중에서 이슬람 사원이 가장 나중에 나온 건지, 도서관에 신청할 때는 이 책이 없었는데, 엊그제 도서관에서 보고는 뒤늦게 읽었습니다.
데이비드 맥컬레이는 기계(기구?)의 해부도 그림을 자주 그린 작가입니다. 기계의 구조나 지역(예를 들면 지하철역 같은)의 단면도 같은 것을 세밀하게 잘 그리더군요. 그런 고로 기계나 공구의 작동 원리 관련 애들 책을 찾다보면 데이비드 맥컬레이 책이 많이 걸립니다.
이슬람 사원과 같은 시리즈로는 고딕 성당, 도시(로마의 도시), 성(중세 성벽), 피라미드 등이 있습니다. 마스터가 보신건 이 중 고딕 성당이 아닐까 합니다. 성당 짓는 모습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꽤 상세합니다. 어느 구조에서는 목재를 어떤 식으로 잘라 어떻게 끼워맞추고 그리하여 하중이 어떻게 분산된다는 식으로 설명이 되었는데 애들책으로 치부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성인들이 읽어야할 책이지요. 건축학도들에게는 유용한 책일겁니다.
이슬람 사원에서는 어느 파샤가 자신의 재산을 기부해 이슬람 사원을 짓는 이야기가 나와 있습니다. 이걸 고딕성당과도 비교하며 읽으면 꽤 재미있을텐데요, 만드는 방식이 상당히 다릅니다. 건축 양식이나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자금 모금의 문제입니다. 성당은 기부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100년 가까이 걸리지만, 책 속에서는 자금 모금에 걸리는 시간을 없애고(..)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일반인들의 모금으로 건립되는군요. 하지만 이슬람 사원은 다릅니다. 파샤가 혼자서 재산을 기부해 건물을 세우고, 그 담당 건축가는 배당된 예산 안에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사전에 계획을 세웁니다. 물론 건축물들은 대부분 예산을 초과하긴 하지만 일단 성당과는 꽤 다른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사원은 그 주변에 교육기관과 자선단체 기능도 하는 식당이 함께 세워집니다. 서비스 차원이랄까요. 이쪽이 오히려 로마시대 부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나홀로 기차여행은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기차여행기입니다. 아이들도 다 키웠고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머니들은 자리에 주저앉기 쉽지요. 하지만 지은이는 다릅니다. 혼자서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는군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내버려 두고 혼자서 북미 대륙 기차 여행을 합니다. 치환한 느낌은 JR 패스를 끊어서 신나게 일본 열도 일주를 하는 것 정도? 철도에 아주 관심이 많은 분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일반인들보다는 좀더 자세히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철덕(...)부분은 배제했는지도 모릅니다.
기차여행을 혼자 하면서 기차 안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꽤 깊이 남습니다.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이 생각보다 쓸쓸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군요. 혼자 다니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과 함께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캐나다와 미국의 여행기이니 철도 여행을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읽어보세요.


유럽 디자인 여행은 책 내용을 부제가 가장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In search of design DNA - 디자인 학교 + 디자인 뮤지엄 + 디자인 일상.
문무경과 김성곤 두 사람이 각자 혹은 함께 혹은 다른 사람들과 유럽의 디자인을 보며 쓴 책입니다. 여행서라고는 하지만 안내서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기차여행~에서처럼 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부제에서 말하는 것처럼 디자인 학교와 디자인 박물관, 그리고 디자인에 강세를 보이는 여러 유럽 기업과 상점 등의 일상 생활 속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개는 각각의 건물이랄까, **학교, **박물관, 상점 등을 나눠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 안내서라고 한 겁니다. 디자인을 주제로 한 유럽 여행을 가는 사람이라면 가기 전에 꼭 읽어야 하는 내용입니다. 거기에 유럽으로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읽어야겠지요.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그냥 사진을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니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ㅂ'
부제에서 말하는 것처럼 진짜 유럽에는 design DNA가 따로 있나봅니다.


바로크 정원은 앞서 올린 독일 정원의 다음 이야기입니다. 시대별로 정원의 종류에 따라 책을 한 권씩 써나갈 모양입니다. 2008년 6월에 나온 책인데 다음에 낼 책이 궁금합니다.
정원 양식에 따라 나온 첫 번째 책이 바로크 정원인 것은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독일의 정원은 바로크 정원보다는 풍경정원이 많았다고 기억하는데, 시대상 풍경정원은 바로크 정원보다 후대의 것이랍니다. 그래서 앞서 시대의 바로크 정원을 택한 것 같은데, 이탈리아 쪽의 르네상스 정원은 바로크 정원보다도 앞의 것이겠지요. 순서대로 쓰지 않은 것은 작가가 내키는 대로 쓰기 때문일까요. 하하하;
정원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지만 소개된 정원들이 궁에 딸린 정원이기 때문에 읽다보면 유럽 왕실 뒷 이야기도 은근히 많습니다. 루이 14세의 탄생 비화라든지 영국 왕실 계보와 하노버 왕조 이야기도 있고요. 하지만 이름의 표기가 통일되지 않은 것은 불만입니다. 찰스 1세는 사형, 그 아들인 찰스 2세는 동생에게 왕위를 물려주지만 동생인 제임스 2세는 딸과 사위에게 쫓겨나지요. 그 딸인 오라녜(오렌지. 아니 어륀지?)공 빌렘에게 시집간 메리를 마리아라고 적어서 헷갈리기도 했고, 빌렘을 그대로 적은 것도 그렇고요. 아무래도 이런 경우에는 영국식 표기에 맞춰 메리 2세, 윌리엄 3세라고 적어주지 말입니다. 그런 이름 표기가 읽는 도중에 좀 걸렸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은 바로크 정원 양식의 대표적인 정원이랍니다. 읽고 있자면 궁전 내부 따위는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정원이다! 정원에 텐트를 치든 침낭을 가져가든 상관없이 몇 박 며칠을 머무르면서라도 정원은 반드시 구경해야한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베르사유보다 더 힘이 들어갔다는(?) 보 르 비콩트도 꼭 가보고 싶고요. 앞서 책을 보면 유럽 디자인 여행을 가고 싶지만 이 책을 보면 유럽 정원 여행을 가고 싶어집니다. 그러니 여행 충동질에 약하신 분들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저자의 주 활동지역이 독일이다보니 독일의 바로크 정원 두 군데도 등장을 했는데요, 하나가 소피 왕비의 헤렌하우젠, 다른 하나가 프리드리히 3세의 상수시랍니다. 헤렌하우젠은 읽으면서도 홀딱 반해서 다음에 꼭 갈 생각이고.. 프리드리히 3세의 경우 왕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무서웠습니다. 프로이센의 성립 과정도 재미있게 소개되었지만 그 탈주극이 워낙 뇌리에 깊게 박혔다니까요. 상수시는 다른 건 다 무시했다고 하지만 일단 포도밭이 궁금해서라도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이렌 도르니에, <DO-2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행기>, 오픈하우스, 2008, 32000원
고종희, <고종희의 독일 정원 이야기: 정원박람회가 만든 녹색도시를 가다>, 나무도시, 2006, 16000원


<DO-24>는 첫비행님을, <독일정원 이야기>는 티이타님을 겨냥하고 올리는 포스팅입니다. 음훗훗훗훗~


<DO-24>는 교보문고 화제의 신간을 검색하다가 고른 책입니다. 책 가격이 상당하니 당연히 도서관에 신청해서 보았습니다. 다른 건 다 빼고 비행기에 대한 이야기라길래 꽤 흥미가 생겼습니다.

꽤 오래전의 일입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의 잡지 몇 권이 서가에 꽂혀 있었습니다. 아마 버리려는 잡지들을 아깝다고 그냥 들고 오신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잡지 제목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항공관련 잡지였을거란 생각만 들고요. 어차피 대부분은 읽어봐야 모르지만 그 잡지에서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은 딱 하나, 수기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였습니다. 자전적 이야기, 그러니 수기 맞지요. 누구였나면 어느 소련 조종사였습니다. 80-90년대 쯤이었을거라 생각하는데, 아직 냉전이 지속되고 있던 당시에 어느 소련 조종사가 미그 29기(맞나요;)를 몰고 일본으로 날아옵니다. 일본은 비상사태가 벌어지고 난리가 나는데, 그 조종사의 목적은 미국으로의 망명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아내와 아들을 다 뒤에 남겨 놓고 조종사만 홀랑 비행기 끌고 일본으로 날라버린 거죠.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하여간 망명하기 전까지의 이야기와 그 뒤에 미국에 건너가 생활하면서 겪은 여러 문화 사회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게 비행기와 관련된 호기심을 북돋아주었고요.

그러다보니 <DO-24>의 줄거리를 보고서도 홀딱 반해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ㅂ-;
DO-24는 독일산 수상비행기인데, 박물관에 들어가 있다가 비행기 제작자의 손자인 이렌 도르니에가 소유권을 주장해서 비행기를 박물관에서 빼옵니다. 그걸 천신만고 끝에 필리핀으로 옮겨서 라티나란 애칭을 붙여주고는 수리해서 하늘을 납니다. 그것도 그냥 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일주합니다. 한 번에 일주한 것은 아니고 조금씩, 조금씩 나눠가면서 여러 나라의 상공을 돕니다. 원래 수상비행기다보니 뉴욕 허드슨 강에 착륙한다든지, DO-24의 전신인 DO-X가 내려앉았던 독일의 어느 호수에 착륙한다든지..
보고 있자면 불사조의 부활을 떠올리게 됩니다. 정말로 박물관에 들어가 있을 고철 비행기를, 어렸을 적에 한 번 타보았던, 제작자의 손자가 빼내와서 직접 수리를 하고 이전에 DO-24와 관련해 중요한 장소들을 다시 방문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이렌 도르니에 자신이 상당한 재력가라서 입니다. 할아버지도 사업적 재능이 상당했던 모양이지만 손자도 필리핀의 씨에어를 운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필리핀으로 비행기를 가져가서 수리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리고 연료먹는 하마 수준인 라티나의 연료를 계속적으로 공급해가며 비행한 것이 가능했던 것도 재력이 있으니까 가능했지요. 후원자들도 있었다지만 일단 비행기 수리하는데만 200만 유로가 들었다던가요.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책을 읽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앞부분은 DO-24의 개발과 관련해, 저자의 할아버지인 클라우데 도르니에의 이야기가 있고 그 뒤에는 라티나의 발견과 수리, 그리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행사를 벌이는 라티나의 모습이 있습니다. 사진은 상당히 여러 사람들이 찍었는데 하나하나가 작품입니다. 특히 자유의 여신상 옆을 나는 비행기 사진이라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9.11테러 이후라 쉽지 않았을텐데 용케도 이리저리 허가를 얻어 가능했던 모양입니다. 물론 그 허가 받는 과정을 이모저모 살펴보면 이렌 도르니에가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에 소개된 이야기만 봐도 천년 묵은 너구리쯤 됩니다. 그런 부분도 생각하면서 읽으시면 더 재미있습니다.
책 후반에 실린 라티나의 사진들도 꼭 챙겨보시길.

참, 그리고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태그에도 있지만 꿈은 이루어진다입니다.


<고종희의 독일정원 이야기>는 이글루스 도서 밸리를 헤매다가 리뷰를 보고 도서관에서 찾아 읽었습니다. 왜 이 책을 진작 못 봤을까 아쉽기도 하더군요.
한국은 건축분야에 있어 조경이 많이 약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조경을 진행한다기보다는 단기간-시장의 임기 등을 고려하여 짧은 시간-에 완성하는 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말입니다. 몇 십년을 바라보며 조경을 한다면 저렇게 나무를 빽빽하게 심을 수 없지요. 나중에 솎아내는 것을 생각하고 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러기엔 또 덜 빽빽하단 말입니다?
(서울시의 나무-특히 가로수 관련해서는 이런 저런 불만이 많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혜화로타리에서 성대입구쪽으로 가는 방면의 가로수를 다 뽑았는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은행나무가 지저분해서 일부러 치운걸까요? 그렇게 나무 키우기도 쉽지 않은데, 지금 포석 깔아 놓은 것 보면 나무 심을 자리는 아예 없습니다. 어차피 다시 심는다면 또 포석 들어내겠지만 말입니다.)
하여간 <독일정원~>은 독일에서 조경을 공부하고 꽤 오래 눌러 앉아 있던 글쓴이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사무실을 연 뒤에 독일정원과 관련해, 독일의 정원박람회 이야기를 다루며 쓴 책입니다. 독일은 각 도시에서 돌아가면서 정원박람회를 연다고 합니다. 올림픽을 유치하는 것처럼,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하고 준비하는데, 정원이다보니 유치해서 열기까지 보통 10년은 걸린답니다. 나무가 자리잡는 것을 생각하고 설계, 준비하는 것을 생각하면 10년도 짧긴 하지요.
이런 박람회를 통해 독일의 각 도시들은 도시를 재정비합니다. 놀고 있던 땅을 정리하고 건물이나 도로 등을 단장하고. 도시 전체를 보아가며 단장을 하는 겁니다. 보통 한국-특히 서울에서의 도시 재정비는 아파트 건축을 위한 도시 재개발이지만 독일에서의 재정비는 정원과 녹지를 연계한 살만한 공간을 만드는데 중점을 둡니다. 그런 내용이 많길래 서울시의 용산재개발 관련 부서에다가 이 책을 택배로 보내고 싶었습니다. 부서에 전달되지 않고 도중에 사라질 것 같아 시도 하지는 못했습니다.
단기적인 개발만 생각하면 이런 정원과 공원 가꾸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10년만 지나도 효과는 확실하지요. 그러니 풍문여고 맞은편의 대지를 구입해서 공원으로 가꿔주시면 안될까요.-_- 기무사터는 그 위쪽이고 아래쪽은 옜날 미국대사관 직원 사택자리로 현재 삼성이 가지고 있답니다. 면적은 좁지만, 용산이랑 여기랑 합해서 정원박람회를 하면 서울시 홍보도 될겁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류의 정원박람회는 거의 없었지 않았나 싶은데, 독일의 예를 보면-독일이 좀 정원에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1년 내내 정원박람회를 여러 그 기간동안 방문한 인원이 최소 3백만은 되는 모양입니다. 서울에서 열면? 서울시민들이 다 한 번씩은 가볼테니 1천만은 가뿐하지 않을까요.-ㅅ-;
일본정원이나 중국정원의 틀은 외국에 익숙하지만, 한국정원에 대한 이미지는 외국인들에게는 약할테고, 기껏해야 창경궁 후원 정도의 이미지만 갖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서울 시내에 대규모로 한국정원을 만든다면 관광홍보효과도 상당할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도 재개발, 건축이라고요. 기왕 하는 김에 한국 토종 식물들에 대한 종자 홍보도 같이 하면 좋지 않습니까.


엉뚱한 곳으로 이야기가 흘렀지만 정원과 관련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녹색 손가락이 없어 아쉽지만 언젠가는 녹색 손가락을 만들 수 있겠지요. 그 때까지는 화분들을 잘 관리하며 실력을 갈고 닦아 두어야겠습니다.

+ Recent posts